
몸과 여자들
Description
책소개
- MD 한마디
- 가장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몸’ 관한 고백들『헬프 미 시스터』 등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하나인 이서수의 신작.
태어나자마자 온갖 사회적 시선이 쏟아지는 ‘여성의 몸’에 관해 내밀한 고백을 담았다.
83년생 주인공과 59년생 엄마의 삶을 교차하면서, 시대를 떠나 개인적·정치적으로 억압받고 있는 몸과 섹슈얼리티를 조명했다.
2023.01.06. 소설/시 PD 김유리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네 번째 소설선, 이서수의 『몸과 여자들』이 출간되었다.
2022년 『현대문학』 3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작품은 1983년 생 주인공 나와 1959년생 엄마의 각자의 몸에 얽힌 폭력의 기억과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섹슈얼리티를 고백의 형식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9P)
2022년 『현대문학』 3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작품은 1983년 생 주인공 나와 1959년생 엄마의 각자의 몸에 얽힌 폭력의 기억과 타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섹슈얼리티를 고백의 형식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9P)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1 9
2 67
3 87
작품해설 124
작가의 말 138
2 67
3 87
작품해설 124
작가의 말 138
책 속으로
“엄마,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억압 속에 놓여 있었는지 언어화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억압 속에 놓여 있었는지 언어화할 수 있게 된 현재 시점에 이서수 소설의 여성들은 파괴적 경험을 말끔하게 봉합하지 않는다.
소설 속 여성들에게 몸으로 환원되는 여성 존재의 경험은 그 불합리성을 알게 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의식화되되 그 문맥이 완전히 극복되지는 않은 현실 안에서 여전히 균열적인 것으로 남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것과 구조가 변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그러한 구체적 현실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 역시 또 다른 문제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결말은 희망적이지 않다.
(……) 그러나 이것을 과연 희망 없음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감히 섣부른 희망을 말하지 않고도 이들이 계속 여성 정체화의 과정 안에서 그 균열의 지점을 견인해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시선을 던질 때 이 소설이 더 빛날 것이다.
---「선우은실_작품해설」 중에서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 p.9
저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커다란 화장대 거울로 저의 몸을 보았습니다.
가슴이 아주 작고 납작해서 앞에서 보면 여성의 상반신이 아니라고 착각할 만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저의 가슴을 보며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그저 제 가슴일 뿐이고, 제 몸일 뿐이었습니다.
그 어느 곳에도 사용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욕망되고 싶지 않은 저의 몸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 p.50
내 몸은 인격이 있어.
내 몸은 존중받아야 해.
내 몸은 나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
남편은 제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몸은 저의 것이며, 나아가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몸 역시 자신의 것이며, 나아가 저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게 부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몸이 그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그의 몸이 저의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몸은 각자의 것이며, 결코 섞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pp.61~62
저는 저의 두 딸이 좋습니다.
때로는 싫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론 좋습니다.
그러나 좋다고 하여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싫다고 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큰딸에게서 자신의 몸에 관한 내밀한 고백을 들었을 때 (……) 저는 큰딸을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저는 딸이 저처럼 실패하지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혼하겠다는 큰딸에게 온갖 악담을 퍼부으며 결정을 철회하게 말렸습니다.
그러나 큰딸이 보낸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고 나선 더 이상 그 애를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 p.84
영석 언니, 억압과 해방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뫼비우스의띠인지도 몰라.
억압이 계속되다가 어느 날 전복되어 해방으로 향하지만, 어떠한 종류의 해방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국 억압으로 작용해.
나에겐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이 그래.
해방을 어디까지 해방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억압을 어디까지 억압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억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걸 따지다 보면 해방이 결국 억압과 이어져 있다고 느껴.
언니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억압 속에 놓여 있었는지 언어화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억압 속에 놓여 있었는지 언어화할 수 있게 된 현재 시점에 이서수 소설의 여성들은 파괴적 경험을 말끔하게 봉합하지 않는다.
소설 속 여성들에게 몸으로 환원되는 여성 존재의 경험은 그 불합리성을 알게 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의식화되되 그 문맥이 완전히 극복되지는 않은 현실 안에서 여전히 균열적인 것으로 남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것과 구조가 변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그러한 구체적 현실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 역시 또 다른 문제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결말은 희망적이지 않다.
(……) 그러나 이것을 과연 희망 없음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감히 섣부른 희망을 말하지 않고도 이들이 계속 여성 정체화의 과정 안에서 그 균열의 지점을 견인해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시선을 던질 때 이 소설이 더 빛날 것이다.
---「선우은실_작품해설」 중에서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 p.9
저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커다란 화장대 거울로 저의 몸을 보았습니다.
가슴이 아주 작고 납작해서 앞에서 보면 여성의 상반신이 아니라고 착각할 만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저의 가슴을 보며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그저 제 가슴일 뿐이고, 제 몸일 뿐이었습니다.
그 어느 곳에도 사용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욕망되고 싶지 않은 저의 몸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 p.50
내 몸은 인격이 있어.
내 몸은 존중받아야 해.
내 몸은 나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
남편은 제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몸은 저의 것이며, 나아가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몸 역시 자신의 것이며, 나아가 저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게 부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몸이 그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그의 몸이 저의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몸은 각자의 것이며, 결코 섞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pp.61~62
저는 저의 두 딸이 좋습니다.
때로는 싫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론 좋습니다.
그러나 좋다고 하여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싫다고 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큰딸에게서 자신의 몸에 관한 내밀한 고백을 들었을 때 (……) 저는 큰딸을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저는 딸이 저처럼 실패하지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혼하겠다는 큰딸에게 온갖 악담을 퍼부으며 결정을 철회하게 말렸습니다.
그러나 큰딸이 보낸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고 나선 더 이상 그 애를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 p.84
영석 언니, 억압과 해방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뫼비우스의띠인지도 몰라.
억압이 계속되다가 어느 날 전복되어 해방으로 향하지만, 어떠한 종류의 해방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국 억압으로 작용해.
나에겐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이 그래.
해방을 어디까지 해방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해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억압을 어디까지 억압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억압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걸 따지다 보면 해방이 결국 억압과 이어져 있다고 느껴.
언니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 pp.114~115
출판사 리뷰
다양한 세대의 여성 스스로가,
자기 언어로 고백하는 자기의 삶!
2014년 『동아일보』로 등단했으나, 꽤 오랜 시간 외로운 작품활동을 이어온 이서수는 2020년 드디어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한국문학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극찬을 받으며 첫 장편 『당신의 4분 33초』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생존의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묵직한 위로를 건네는 단편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마저 연달아 거머쥐며 깊이 있는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독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뒤이어 출간한 두 번째 장편 『헬프 미 시스터』에서는 녹록치 않은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 가족 구성원의 연대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문단 안팎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어느새 한국문학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게 된 이서수의 신작 『몸과 여자들』을 현대문학에서 출간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번 소설은, 주인공 ‘나’의 학창시절부터 직장,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의 과거를 1부에서 그려낸다.
왜소한 몸이 인생 최대의 콤플렉스였던 나의 학창시절과 첫 데이트 상대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한 대학시절, 남편과의 좁혀지지 않는 문제로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결혼생활까지가 담겨 있다.
엄마 ‘미복’의 이야기 2부에서는, 남다른 발육으로 학교 선생님에게 추행을 당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더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도시로 쫓겨 와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엄마의 힘든 과거가 소개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3부에서는 같은 시대,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몸에 대한 다른 생각과 잣대를 가진 나와 소연 언니, 영석 언니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소설의 1, 2부가 나와 엄마의 ‘몸’을 중심으로 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라면, 3부는 그것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여성의 삶, 여성 스스로가 ‘여성-신체성’이라는 속성을 어떻게 경험하고 내재화하는지를 자문하고, 동시대 여성들의 몸에 대한 자기 이해를 잘 그려낸 소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기 언어로 자기 삶을 고백하고야 만다.
이 소설에서 고백체 형식은 작법상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이 인물이 이런 방식으로 말해야만 하는 캐릭터의 능동성과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
‘고백’은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에 기여한 사회적 맥락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두 여성 화자는 과거에 어떤 일을 체험하되 당시의 감정이나 상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후일 그것을 회고하는 시점에 이르러 자기 경험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우은실
작가의 말
나는 전해야 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믿음을 품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내 안에 고여 있었고, 자라면서 더욱 증폭되었으며, 언젠가 밖으로 뚫고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보부아르는 말했다.
섹슈얼리티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이 소설의 시작점은 여성의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예전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젠 희미하게 윤곽이 보인다.
서서히 동이 트는 것처럼.
다다른 곳에서 변화를 맞닥뜨린다면 기꺼이 반길 것이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소설」, 그 마흔네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격월 25일 출간하는 것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이연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이연미
국민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도쿄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현대, 서울시립미술관, 상하이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자신만의 정원을 구축하고,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간극을 극대화시키며 거칠게 날이 선 나무와 신비롭고 낯선 형상의 동식물이 뒤섞인 서정적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기 언어로 고백하는 자기의 삶!
2014년 『동아일보』로 등단했으나, 꽤 오랜 시간 외로운 작품활동을 이어온 이서수는 2020년 드디어 "한국문학을 한 단계 비약시킬 한국문학의 중요한 자산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극찬을 받으며 첫 장편 『당신의 4분 33초』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생존의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묵직한 위로를 건네는 단편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마저 연달아 거머쥐며 깊이 있는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독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뒤이어 출간한 두 번째 장편 『헬프 미 시스터』에서는 녹록치 않은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 가족 구성원의 연대를 담담하게 그려내며 문단 안팎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어느새 한국문학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게 된 이서수의 신작 『몸과 여자들』을 현대문학에서 출간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번 소설은, 주인공 ‘나’의 학창시절부터 직장,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의 과거를 1부에서 그려낸다.
왜소한 몸이 인생 최대의 콤플렉스였던 나의 학창시절과 첫 데이트 상대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한 대학시절, 남편과의 좁혀지지 않는 문제로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결혼생활까지가 담겨 있다.
엄마 ‘미복’의 이야기 2부에서는, 남다른 발육으로 학교 선생님에게 추행을 당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더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도시로 쫓겨 와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엄마의 힘든 과거가 소개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3부에서는 같은 시대,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몸에 대한 다른 생각과 잣대를 가진 나와 소연 언니, 영석 언니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소설의 1, 2부가 나와 엄마의 ‘몸’을 중심으로 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라면, 3부는 그것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여성의 삶, 여성 스스로가 ‘여성-신체성’이라는 속성을 어떻게 경험하고 내재화하는지를 자문하고, 동시대 여성들의 몸에 대한 자기 이해를 잘 그려낸 소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기 언어로 자기 삶을 고백하고야 만다.
이 소설에서 고백체 형식은 작법상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이 인물이 이런 방식으로 말해야만 하는 캐릭터의 능동성과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
‘고백’은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에 기여한 사회적 맥락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두 여성 화자는 과거에 어떤 일을 체험하되 당시의 감정이나 상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후일 그것을 회고하는 시점에 이르러 자기 경험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우은실
작가의 말
나는 전해야 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믿음을 품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그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내 안에 고여 있었고, 자라면서 더욱 증폭되었으며, 언젠가 밖으로 뚫고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보부아르는 말했다.
섹슈얼리티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이 소설의 시작점은 여성의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예전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젠 희미하게 윤곽이 보인다.
서서히 동이 트는 것처럼.
다다른 곳에서 변화를 맞닥뜨린다면 기꺼이 반길 것이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소설」, 그 마흔네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격월 25일 출간하는 것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이연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이연미
국민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도쿄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현대, 서울시립미술관, 상하이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자신만의 정원을 구축하고,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간극을 극대화시키며 거칠게 날이 선 나무와 신비롭고 낯선 형상의 동식물이 뒤섞인 서정적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2년 12월 25일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40쪽 | 218g | 104*182*20mm
- ISBN13 : 9791167901507
- ISBN10 : 116790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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