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Description
책소개
- MD 한마디
- 인류의 역사는 질병에 대처해온 이야기다.
옛날 사람은 통증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치료해왔을까.
주술로 악귀를 물리치려 했던 고대부터 정밀 의학 시대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의학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의학 이야기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사를 재밌게 풀어냈다.
- 손민규 자연과학 PD
질병 극복에 도전해온 인류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술적 치료부터 정밀의학 시대까지,
방대한 의학의 역사를 꿰뚫는 다섯 가지 키워드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시대가 바뀌고 있는 지금, 질병을 해석하는 관점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을 다루는 기술 그 자체가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과학적 ·기술적 발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판단하는 오롯이 인간의 몫입니다.
더군다나 의료계의 상황을 비롯해 환자와 의사의 관계, 의료 불평등과 돌봄의 본질적 의미, 새로운 첨단 기술의 적용 범위 같은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요? _25쪽 (들어가며)
2016년 전 세계의 의료인·과학자·법률가·기업인 150명이 모인 가운데, 인간 유전체를 화학적으로 합성해내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write)가 서막을 열었다.
유전체가 작동하는 방식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촉발된 논의였지만, 앞으로 정보가 더 축적되고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간을 창조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고민은 확장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영국의 바이오뱅크(UK Biobank)나 미국 올오브어스(All of US), 우리나라의 한국유전체역학조사사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국가 차원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생의학 데이터 분석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질병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전례 없는 혁신이 불어닥친 셈이다.
이전 저서인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생명과학의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간 혹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전주홍 교수는 이번 책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에서 질병을 해석하는 ‘관점’의 변화에 따라 어떤 치료법이 탄생하고 또 폐기되어 왔는지, 나아가 의학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어떤 지식의 축적 과정을 거쳤는지를 꼼꼼하게 짚는다.
르네상스 시대, 신이 아닌 인간 고유의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려는 ‘원근법’의 등장이 해부병리학, 곧 근대 의학을 탄생시킨 배경이나,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암호’와 ‘정보’를 해독하려는 열망이 개인맞춤의학 탄생을 이끈 경위 등, 의학 지식 변천사가 역사와 철학, 예술과 맞물리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역사를 톺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의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의학 지식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떤 비판적 질문들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질병 관점 대전환의 역사를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로봇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고 챗GPT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격랑 속에서 과학적·기술적 발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지 판단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기에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식의 본질을 사유하며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술적 치료부터 정밀의학 시대까지,
방대한 의학의 역사를 꿰뚫는 다섯 가지 키워드
생성형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시대가 바뀌고 있는 지금, 질병을 해석하는 관점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을 다루는 기술 그 자체가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과학적 ·기술적 발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판단하는 오롯이 인간의 몫입니다.
더군다나 의료계의 상황을 비롯해 환자와 의사의 관계, 의료 불평등과 돌봄의 본질적 의미, 새로운 첨단 기술의 적용 범위 같은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요? _25쪽 (들어가며)
2016년 전 세계의 의료인·과학자·법률가·기업인 150명이 모인 가운데, 인간 유전체를 화학적으로 합성해내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write)가 서막을 열었다.
유전체가 작동하는 방식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촉발된 논의였지만, 앞으로 정보가 더 축적되고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인간을 창조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고민은 확장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영국의 바이오뱅크(UK Biobank)나 미국 올오브어스(All of US), 우리나라의 한국유전체역학조사사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국가 차원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생의학 데이터 분석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질병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전례 없는 혁신이 불어닥친 셈이다.
이전 저서인 『역사가 묻고 생명과학이 답하다』에서 생명과학의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간 혹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전주홍 교수는 이번 책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에서 질병을 해석하는 ‘관점’의 변화에 따라 어떤 치료법이 탄생하고 또 폐기되어 왔는지, 나아가 의학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어떤 지식의 축적 과정을 거쳤는지를 꼼꼼하게 짚는다.
르네상스 시대, 신이 아닌 인간 고유의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려는 ‘원근법’의 등장이 해부병리학, 곧 근대 의학을 탄생시킨 배경이나,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비롯된 ‘암호’와 ‘정보’를 해독하려는 열망이 개인맞춤의학 탄생을 이끈 경위 등, 의학 지식 변천사가 역사와 철학, 예술과 맞물리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역사를 톺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의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의학 지식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떤 비판적 질문들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질병 관점 대전환의 역사를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로봇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고 챗GPT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격랑 속에서 과학적·기술적 발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지 판단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기에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식의 본질을 사유하며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울림이 클 수밖에 없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들어가며 “해안이 보이지 않는 것을 견뎌낼 용기”
1.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 : 신화적 혹은 종교적 질병관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신은 왜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을까?
숭배와 지배 사이, ‘의술의 신’은 어디서 출현했는가?
미신적 치료에는 어떤 효험이 있었을까?
2.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 체액설은 어떻게 건강과 세계를 설명해내었나?
지식은 언제부터 축적됟어 자연과학을 탄생시켰나?
체액 불균형이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
대학의 등장은 의학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3.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 몸 내부를 들여다본 인간은 무엇을 발견했나?
인간은 왜 해부를 시도하고 장기에 주목했을까?
예술가는 어쩌다 근대 의학을 열어젖혔나?
해부학과 병리학은 어떻게 결합해 의학 발전을 주도했는가?
4.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 보이지 않는 존재로 생명과 질병을 어디까지 밝혀내었나?
과학에서 ‘측정’과 ‘실험’은 어떤 의미일까?
분자생물학은 얼마나 획기적으로 질병현상을 추적하는가?
분자의학의 발전이 왜 치료의 혁신일까?
5.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 : 인공지능 혁명은 의생명과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암호 해독 기술은 유전자의 비밀을 어디까지 밝혀냈나?
개인별 차이가 질병 치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정밀의학 시대, 우리에겐 어떤 비판적 고민이 필요할까?
나가며 의학의 에피스테메 접근과 테크네 접근 사이에서
미주
1.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 : 신화적 혹은 종교적 질병관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신은 왜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을까?
숭배와 지배 사이, ‘의술의 신’은 어디서 출현했는가?
미신적 치료에는 어떤 효험이 있었을까?
2.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 체액설은 어떻게 건강과 세계를 설명해내었나?
지식은 언제부터 축적됟어 자연과학을 탄생시켰나?
체액 불균형이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
대학의 등장은 의학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3.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 몸 내부를 들여다본 인간은 무엇을 발견했나?
인간은 왜 해부를 시도하고 장기에 주목했을까?
예술가는 어쩌다 근대 의학을 열어젖혔나?
해부학과 병리학은 어떻게 결합해 의학 발전을 주도했는가?
4.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 보이지 않는 존재로 생명과 질병을 어디까지 밝혀내었나?
과학에서 ‘측정’과 ‘실험’은 어떤 의미일까?
분자생물학은 얼마나 획기적으로 질병현상을 추적하는가?
분자의학의 발전이 왜 치료의 혁신일까?
5.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 : 인공지능 혁명은 의생명과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암호 해독 기술은 유전자의 비밀을 어디까지 밝혀냈나?
개인별 차이가 질병 치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정밀의학 시대, 우리에겐 어떤 비판적 고민이 필요할까?
나가며 의학의 에피스테메 접근과 테크네 접근 사이에서
미주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관점의 대전환은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방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 관점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대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관점의 대전환은 기존 지식과 성과를 단정적으로 폐기하는 것이라기보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 위에서 이루어지는 재해석과 새로운 도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질병을 신에 대한 불경이나 조상을 소홀히 모신 탓으로 여기며, 비과학적인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는 관점의 전환이 다양한 지식과 견해가 공존하고 충돌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 p.25 「들어가며」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개인이 과학적 세계관을 내면화하기란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과정입니다.
대부분의 과학 지식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질병의 의미를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체화하려면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수입니다.
더욱이 과학적 설명은 객관적 사실만 제공할 뿐, 개인의 주관적 고통이나 불안을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화적 혹은 종교적 질병관은 과학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합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과학적 접근 못지않게 환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는 정서적 접근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 p.59 「1장 :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
질병을 뜻하는 영어 단어 ‘disease’에 체액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질병으로 본 관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disease’는 균형의 뜻을 담은 ‘ease’와 부정 접두어 ‘dis’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편안함을 느끼고 유지할 수 있다는 관점이 엿보이지요.
히포크라테스 의학 체계에서는 체액의 흐름이 곧 생명이고, 체액은 신체의 각 부위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인체와 세계를 연결하기 때문에 체액의 질서와 균형을 갖추는 일이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 p.79 「2장 :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4체액설이 문화에 미친 영향력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뒤러의 〈네 명의 사도〉는 4체액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기질과 세계의 속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림에서 뒤러는 가장 왼쪽의 성 요한을 다혈질, 그 옆의 성 베드로를 점액질, 이어지는 성 마르코를 담즙질, 마지막으로 성 바오로를 우울질로 표현했습니다.
뒤러는 의사가 체액의 불균형에 따른 외적 징후를 관찰하듯이 관객도 사도들의 본성을 분별하고 인간과 세계의 속성을 떠올리도록 안내합니다.
--- p.95 「2장 :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헬레니즘 예술가들의 위대한 성취와 노력에 주목하여 인체의 조화를 재현하려면 인체 내부와 외부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는 “동물의 뼈를 각각 분리하고, 그 위에 근육을 붙이고, 그 모든 것 위에 피부를 덮어라”라고 말하면서 인체 구조를 아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알베르티의 생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를 포함하여 많은 르네상스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지요.
이처럼 해부학을 향한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관심은 심미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으나, 근대 해부학의 탄생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 p.122 「3장 :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17세기에 접어들면서 해부학은 인체 기능 연구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1628년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는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하여》에서 1,500년 동안 의심의 여지가 없던 갈레노스의 이론을 반박했습니다.
갈레노스는 마치 대지가 빗물을 받아들여 생명을 싹틔우고 유지하듯, 혈액은 순환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을 따라 말초조직으로 이동한 뒤 소모된다고 여겼습니다.
하비는 혈관 구조에 관한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혈액량을 수학적으로 추산하고 여러 실험을 동원하여 인체의 혈액이 말초 부위로 이동해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 p.149 「3장 :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측정은 의학에 두 가지 중요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첫째, 수량적 방법의 도입으로 숫자가 진단 기준을 설정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둘째, 측정의 범위가 분자 수준까지 확장되면서 질병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로 정착했습니다.
이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치료하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큰 해악인지를 계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고, 약물의 효과 역시 정교하게 분석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 p.169 「4장 :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합성 염료 기술은 신약 개발 혁신에 또 다른 방식으로도 기여했습니다.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독일 미생물학자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는 합성 염료에서 착안해 항생제 개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만약 숙주세포와는 반응하지 않고 병원균에만 달라붙어서 독성을 나타내는 염료를 찾아낸다면 병원균만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잉었지요.
에를리히는 이런 화학물이 ‘마법의 탄환(magic bullet)’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208 「4장 :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전자를 암호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은 유전자가 생명과 질병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학에서 은유가 단순히 이해를 돕는 수단을 넘어 과학 이론을 구성하고 개념을 확장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가 느껴지지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유전자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 암호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 의학인 생명과학이 아닌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다는 사실입니다.
--- p.227 「5장 :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
이는 유전 정보의 개인별 차이와 질병 발생의 위험성 사이의 관계를 토대로 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구현하고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HGP로 인해 개인의 유전 정보, 즉 DNA 염기서열을 싸고 빠르게 분석하게 되자 질병을 정보 관리나 처리, 제어의 결함이나 오류로 인식하는 틀이 자리 잡았고, 이러한 정보적 관점은 질병을 예측·치료·예방하는 데 이론적 틀을 제공했습니다.
나아가 질병 발생 위험에 대한 개인별 차이를 분석할 기술적 토대도 마련되었습니다.
--- p.247 「5장 :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
라투르는 실험실에서 생활하면서 과학적 사실이 받아들여지고 나면 연구 과정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류, 실수, 우연, 혼란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마는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연구에 투입된 것과 최종 결과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서 과정과 맥락이 가려져버리므로 이를 ‘블랙박스’에 비유한 것입니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첨단 지식과 기술만 보이기에 권위가 더욱 강화되는 면은 있지만, 맥락을 잘 이해해야 오늘날 지식과 기술 수준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 관점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대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관점의 대전환은 기존 지식과 성과를 단정적으로 폐기하는 것이라기보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 위에서 이루어지는 재해석과 새로운 도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질병을 신에 대한 불경이나 조상을 소홀히 모신 탓으로 여기며, 비과학적인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는 관점의 전환이 다양한 지식과 견해가 공존하고 충돌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 p.25 「들어가며」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개인이 과학적 세계관을 내면화하기란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과정입니다.
대부분의 과학 지식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질병의 의미를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체화하려면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수입니다.
더욱이 과학적 설명은 객관적 사실만 제공할 뿐, 개인의 주관적 고통이나 불안을 해소해주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화적 혹은 종교적 질병관은 과학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합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과학적 접근 못지않게 환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는 정서적 접근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 p.59 「1장 : 신의 노여움으로서의 질병」
질병을 뜻하는 영어 단어 ‘disease’에 체액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질병으로 본 관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disease’는 균형의 뜻을 담은 ‘ease’와 부정 접두어 ‘dis’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편안함을 느끼고 유지할 수 있다는 관점이 엿보이지요.
히포크라테스 의학 체계에서는 체액의 흐름이 곧 생명이고, 체액은 신체의 각 부위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인체와 세계를 연결하기 때문에 체액의 질서와 균형을 갖추는 일이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 p.79 「2장 :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4체액설이 문화에 미친 영향력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뒤러의 〈네 명의 사도〉는 4체액설을 바탕으로 인간의 기질과 세계의 속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림에서 뒤러는 가장 왼쪽의 성 요한을 다혈질, 그 옆의 성 베드로를 점액질, 이어지는 성 마르코를 담즙질, 마지막으로 성 바오로를 우울질로 표현했습니다.
뒤러는 의사가 체액의 불균형에 따른 외적 징후를 관찰하듯이 관객도 사도들의 본성을 분별하고 인간과 세계의 속성을 떠올리도록 안내합니다.
--- p.95 「2장 :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질병」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헬레니즘 예술가들의 위대한 성취와 노력에 주목하여 인체의 조화를 재현하려면 인체 내부와 외부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는 “동물의 뼈를 각각 분리하고, 그 위에 근육을 붙이고, 그 모든 것 위에 피부를 덮어라”라고 말하면서 인체 구조를 아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알베르티의 생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를 포함하여 많은 르네상스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지요.
이처럼 해부학을 향한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관심은 심미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으나, 근대 해부학의 탄생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 p.122 「3장 :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17세기에 접어들면서 해부학은 인체 기능 연구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1628년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는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하여》에서 1,500년 동안 의심의 여지가 없던 갈레노스의 이론을 반박했습니다.
갈레노스는 마치 대지가 빗물을 받아들여 생명을 싹틔우고 유지하듯, 혈액은 순환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을 따라 말초조직으로 이동한 뒤 소모된다고 여겼습니다.
하비는 혈관 구조에 관한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혈액량을 수학적으로 추산하고 여러 실험을 동원하여 인체의 혈액이 말초 부위로 이동해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 p.149 「3장 : 특정 장소에 놓이게 된 질병」
측정은 의학에 두 가지 중요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첫째, 수량적 방법의 도입으로 숫자가 진단 기준을 설정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둘째, 측정의 범위가 분자 수준까지 확장되면서 질병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로 정착했습니다.
이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치료하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큰 해악인지를 계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고, 약물의 효과 역시 정교하게 분석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 p.169 「4장 :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합성 염료 기술은 신약 개발 혁신에 또 다른 방식으로도 기여했습니다.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독일 미생물학자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는 합성 염료에서 착안해 항생제 개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만약 숙주세포와는 반응하지 않고 병원균에만 달라붙어서 독성을 나타내는 염료를 찾아낸다면 병원균만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잉었지요.
에를리히는 이런 화학물이 ‘마법의 탄환(magic bullet)’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208 「4장 : 분자가 좌우하는 질병」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전자를 암호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은 유전자가 생명과 질병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학에서 은유가 단순히 이해를 돕는 수단을 넘어 과학 이론을 구성하고 개념을 확장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가 느껴지지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유전자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 암호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 의학인 생명과학이 아닌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다는 사실입니다.
--- p.227 「5장 :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
이는 유전 정보의 개인별 차이와 질병 발생의 위험성 사이의 관계를 토대로 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구현하고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HGP로 인해 개인의 유전 정보, 즉 DNA 염기서열을 싸고 빠르게 분석하게 되자 질병을 정보 관리나 처리, 제어의 결함이나 오류로 인식하는 틀이 자리 잡았고, 이러한 정보적 관점은 질병을 예측·치료·예방하는 데 이론적 틀을 제공했습니다.
나아가 질병 발생 위험에 대한 개인별 차이를 분석할 기술적 토대도 마련되었습니다.
--- p.247 「5장 : 정보가 말해주는 질병」
라투르는 실험실에서 생활하면서 과학적 사실이 받아들여지고 나면 연구 과정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류, 실수, 우연, 혼란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마는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연구에 투입된 것과 최종 결과만 남기고 모두 사라져서 과정과 맥락이 가려져버리므로 이를 ‘블랙박스’에 비유한 것입니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첨단 지식과 기술만 보이기에 권위가 더욱 강화되는 면은 있지만, 맥락을 잘 이해해야 오늘날 지식과 기술 수준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275 「나가며」
출판사 리뷰
“과학의 본질은 주변 세계와 자신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왜 ‘질병 관점’으로 의학의 역사를 돌아보는가?
코로나 팬데믹의 경험과 ‘저속노화’의 유행으로 질병과 건강을 향한 관심이 커지며 인류가 질병을 극복해온 역사도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의학사를 ‘관점의 전환’이라는 프레임으로 재해석한 책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이 몇몇 영웅적인 의사나 과학자, 획기적인 발견 및 발명으로 흔히 설명되는 의학사를 ‘관점의 대전환’으로 서술하는 이유는 “더 많은 질병을 규명하고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오늘날 (…) 병을 해석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결국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저자가 오래 천착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대마다 질병을 해석하는 관점이 어떤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졌는지 이해하는 과정은 첨단 의학 시대, 앞으로 의학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지를 엿볼 힌트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해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시대순으로 신화·주술부터 체액, 해부, 분자, 정보까지 어떻게 의학이 연속성 속에서 다른 차원으로 전환하고 도약하며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시작은 과학적 사고법이 정립되지 않은 고대 사회, 자연재해나 전염병처럼 본능이나 경험으로 회피할 수 없는 재앙을 신의 노여움에 따른 징벌(1장)로 이해한 관점이다.
의술의 신을 숭배하고 주술로 질병을 치료하려 했던 ‘마고스(magos)’의 역사는 질병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억제하였으나, 개인의 주관적 고통이나 불안에 공감하는 정서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의미를 지닌다.
신화·주술적 관점은 자연현상의 보편 원리와 세계의 근본 물질을 찾으려 한 자연철학자들의 등장과 함께 ‘체액병리학(2장)’ 관점으로 전환된다.
네 체액(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이 사람의 성격과 체질을 결정하고, 체액 간 균형이 깨질 때 질병이 발생한다고 본 ‘4체액설’은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권위에 힘입어 중세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4체액설은 초자연적 설명에서 벗어나 자연적 원인으로 질병 원인을 파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분명 획기적이었으나, 그 자체로 잘못된 이론이었기에 치료법 역시 오류를 피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혈액(다혈질)’은 뜨겁고 습한 성질이 있다는 해석에 따라 당시 의사들은 몸에 열이 나면 정맥을 잘라 피를 빼냈는데, 갈레노스는 피를 뽑다가 기절하는 한이 있어도 사혈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었다.
혈액이 순환하지 않고 대지가 빗물을 받아들이듯 말초조직에서 소모된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윌리엄 하비가 동물해부와 수학적 실험으로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후에야 갈레노스의 이론은 의학계에서 퇴출되었다.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패러다임(paradigm)’으로,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이론에 따른 맹목(theory-induced blindness)’으로 설명한 바 있듯, 이는 우리가 왜 과학적 사고를 갖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의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실조차 절대적 진리가 아니었던 사례가 곳곳에 드러난다.
19세기 후반까지도 인간은 전염병이 공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었고, ‘나쁜(mal) 공기(aria)’를 차단하는 것으로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대로 “단지 과학 지식의 축적에 그치지 말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과 근거 없는 믿음을 냉철하게 구분해내는 끊임없는 과학적 사고의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기원전 3,000년부터 오늘날까지 인류가 질병을 바라본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다룬다.
낯선 개념부터 익숙한 이름까지, 의학 영웅들의 생각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더 많은 질병을 규명하고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오늘날, 그럴수록 역사를 살피는 일은 중요하다.
이 책이 강조하듯 병을 해석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결국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반가운 책이 나왔다.
_조동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과학 혁명은 의생명과학을 어떻게 바꾸었나?
의학의 새로운 도약과 인류의 미래
인류는 언제부터 과학적으로 질병을 해석하기 시작했을까? 3장은 근대 의학의 포문을 연 해부병리학 이야기다.
초기 해부학은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완벽한 인체 재현을 향한 예술적 동기가 주요하게 작용하면서 체액병리학의 권위에 밀려 새로운 질병 이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인체 내부 구조를 정교하게 재현하는 예술 기법의 탄생과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지식 공유 문화의 확산은 신이나 자연적 원인이 아닌 ‘장기’라는 눈에 보이는 국소적 손상에서 질병 원인을 찾도록 관점 대전환을 이끌었다.
예술적 목적이 아닌 의학적 수단으로서의 해부학이 탄생한 것이다.
파도바 대학 출신 의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르가니는 환자 생전의 임상 소견과 사망 후 부검 소견의 관련성을 조사하면서 “질병의 증상은 고통받는 장기의 비명이다”라고 표현하면서 관점의 대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성과들이 소수의 영웅적인 의사와 과학자의 천재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인물 중심 설명보다 방대한 학술 문헌과 예술 자료를 검토하여 오랜 시간에 걸친 기술·철학·사회의 변화가 축적되어 질병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음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_박영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
겉으로 보이는 증상을 넘어 몸속 깊은 곳에서 손상의 흔적을 찾는 해부학적 관점은 장기를 넘어 세포와 분자(4장)까지 범위가 세분화되었다.
현미경의 발명은 인간이 감각 경험 범위를 뛰어넘은 미시 세계를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생명현상의 분자화’를 이끌었다.
분자화된 관점에선 질병을 규명하는 데 물리학과 생화학, 유전학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는데, 이는 학문 간 교차와 융합이 왜 의과학자들의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분자라는 존재가 밝혀진 후, 의과학자들은 인위적인 조건의 체외 시험관에서도 생명현상을 탐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는 곧 생체 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활성을 측정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질병의 양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분자의학’은 우리 몸에 개입할지 말지, 최적의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 판단할 객관적 근거를 제공하면서 의학의 혁명을 이끌었다.
분자의학의 발전으로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유전자나 단백질의 존재와 활성을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지자 치료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도 유전자 돌연변이의 검출이 곧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에 개발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의학에서 관점 전환이 갖는 중요성을 일깨운다.
분자 관점의 현대 의학은 암 치료에서도 혁신을 일으켰는데, 정상세포를 파괴할 위험이 있는 전통 항암제와 달리 질병을 일으키는 분자 표적만을 제거하는 항암 치료제가 발명된 것이다.
질병의 분자화는 기초 연구의 진보와 치료 기술의 발전 사이 간극을 크게 줄이고, 과학기술 기반의 제약·의료 산업의 큰 발전을 견인했지만, 질병 증상과 치료 효과의 개인별 차이를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해내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과 출현을 예고하는 일이었는데,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정보화된 질병(5장)’ 관점이다.
“교육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
고정된 지식이 아닌 끊임없는 사유로서의 의학을 제안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도중 ‘암호’와 ‘정보’가 승기를 잡을 결정적 요소로 자리 잡자, 유전 정보도 암호처럼 해독해야 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
거시적인 생명체의 질서가 미시적인 유전물질의 질서에서 비롯한다는 에르빈 슈뢰딩거의 설명이나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발견도 이 시기에 처음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에서 은유가 단순히 이해를 돕는 수단을 넘어 과학 이론을 구성하고 확장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DNA가 정보를 품은 ‘암호’이며, 환자의 유전 정보가 질병 발생 원인과 치료 효과를 결정짓는다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환자의 개인별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감기에 걸려도 사람마다 증상의 정도가 조금씩 다르듯,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치료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현대 의학이 주목하고 있는 ‘정밀의학(percision medicine)’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정밀의학은 환자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과 라이프스타일, 나아가 환경적 특성까지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접근 방식으로 현재 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의 암유전자 정보를 파악하여 변이마다 다른 항암제를 처방하는 ‘암유전자 패널 검사’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해부학적 위치를 기준으로 암을 분류하면서 획일적인 치료 방법을 적용했다면, 이제는 환자 검체에서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가 검출되느냐에 따라 다른 표적 항암제를 사용한다.
폐암 환자에게서 EGFR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제피티닙 항암제를, EML4-ALK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크리조티닙 항암제를 사용하는 식이다.
정상세포라도 빠르게 증식하면 세포독성을 보이던 기존의 비특이적 화학 치료법의 부작용을 극복한 셈이다.
방대한 역사를 지나 첨단 의학까지 읽고 나면, 의학이 어느 날 갑자기 발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오류와 실수, 우연, 혼란을 거쳐 지식이 축적되면서 탄생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와닿을 것이다.
이는 “과거와 대화할 필요성”이라는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과학인문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과학 연구에서 투입된 것과 최종 결과만 남고 모두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블랙박스’로 비유했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지니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려면 블랙박스처럼 가려져버린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지워진 의학 역사 곳곳에 ‘새로운 관점’이라는 조명을 비춘다.
의학과 인공지능을 향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과학자란 논문을 집필하는 ‘작가’이자 논문을 비평하는 ‘독자’, 세계를 분해하는 ‘탐구자’,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예술가’, 그리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토론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비단 의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의학의 도약과 질병의 극복을 마주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듯 보인다.
콜링리지 딜레마(Collingridge’s dilemma)라는 개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콜링리지 딜레마는 (…)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될 때까지는 그 영향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기술의 의미와 용도를 충분히 이해하여 확고해진 후에는 통제가 매우 어렵다는 모순입니다.
이는 정밀의학의 시대를 맞이하여 왜 우리가 인문학에 보다 주목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또한 따뜻한 의학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민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요.
_270쪽
의학의 과학적·기술적 발전 가운데 우리는 앞으로 더욱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마주해나가야 할 터다.
의료계의 당면 과제나 환자와 의사의 관계, 의료 불평등과 돌봄 문제, 의학 지식의 본질적 가치 같은 불확실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흐름과 관점 변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이 책이 “교육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에게 더 나은 질문을 던질 힘을 주기를 바란다.
왜 ‘질병 관점’으로 의학의 역사를 돌아보는가?
코로나 팬데믹의 경험과 ‘저속노화’의 유행으로 질병과 건강을 향한 관심이 커지며 인류가 질병을 극복해온 역사도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의학사를 ‘관점의 전환’이라는 프레임으로 재해석한 책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이 몇몇 영웅적인 의사나 과학자, 획기적인 발견 및 발명으로 흔히 설명되는 의학사를 ‘관점의 대전환’으로 서술하는 이유는 “더 많은 질병을 규명하고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오늘날 (…) 병을 해석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결국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저자가 오래 천착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대마다 질병을 해석하는 관점이 어떤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졌는지 이해하는 과정은 첨단 의학 시대, 앞으로 의학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지를 엿볼 힌트를 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해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시대순으로 신화·주술부터 체액, 해부, 분자, 정보까지 어떻게 의학이 연속성 속에서 다른 차원으로 전환하고 도약하며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시작은 과학적 사고법이 정립되지 않은 고대 사회, 자연재해나 전염병처럼 본능이나 경험으로 회피할 수 없는 재앙을 신의 노여움에 따른 징벌(1장)로 이해한 관점이다.
의술의 신을 숭배하고 주술로 질병을 치료하려 했던 ‘마고스(magos)’의 역사는 질병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억제하였으나, 개인의 주관적 고통이나 불안에 공감하는 정서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의미를 지닌다.
신화·주술적 관점은 자연현상의 보편 원리와 세계의 근본 물질을 찾으려 한 자연철학자들의 등장과 함께 ‘체액병리학(2장)’ 관점으로 전환된다.
네 체액(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이 사람의 성격과 체질을 결정하고, 체액 간 균형이 깨질 때 질병이 발생한다고 본 ‘4체액설’은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권위에 힘입어 중세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4체액설은 초자연적 설명에서 벗어나 자연적 원인으로 질병 원인을 파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분명 획기적이었으나, 그 자체로 잘못된 이론이었기에 치료법 역시 오류를 피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혈액(다혈질)’은 뜨겁고 습한 성질이 있다는 해석에 따라 당시 의사들은 몸에 열이 나면 정맥을 잘라 피를 빼냈는데, 갈레노스는 피를 뽑다가 기절하는 한이 있어도 사혈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었다.
혈액이 순환하지 않고 대지가 빗물을 받아들이듯 말초조직에서 소모된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윌리엄 하비가 동물해부와 수학적 실험으로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후에야 갈레노스의 이론은 의학계에서 퇴출되었다.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이 ‘패러다임(paradigm)’으로,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이론에 따른 맹목(theory-induced blindness)’으로 설명한 바 있듯, 이는 우리가 왜 과학적 사고를 갖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의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실조차 절대적 진리가 아니었던 사례가 곳곳에 드러난다.
19세기 후반까지도 인간은 전염병이 공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었고, ‘나쁜(mal) 공기(aria)’를 차단하는 것으로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대로 “단지 과학 지식의 축적에 그치지 말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과 근거 없는 믿음을 냉철하게 구분해내는 끊임없는 과학적 사고의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기원전 3,000년부터 오늘날까지 인류가 질병을 바라본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다룬다.
낯선 개념부터 익숙한 이름까지, 의학 영웅들의 생각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더 많은 질병을 규명하고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오늘날, 그럴수록 역사를 살피는 일은 중요하다.
이 책이 강조하듯 병을 해석하고 대처하는 방식은 결국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반가운 책이 나왔다.
_조동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과학 혁명은 의생명과학을 어떻게 바꾸었나?
의학의 새로운 도약과 인류의 미래
인류는 언제부터 과학적으로 질병을 해석하기 시작했을까? 3장은 근대 의학의 포문을 연 해부병리학 이야기다.
초기 해부학은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완벽한 인체 재현을 향한 예술적 동기가 주요하게 작용하면서 체액병리학의 권위에 밀려 새로운 질병 이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인체 내부 구조를 정교하게 재현하는 예술 기법의 탄생과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지식 공유 문화의 확산은 신이나 자연적 원인이 아닌 ‘장기’라는 눈에 보이는 국소적 손상에서 질병 원인을 찾도록 관점 대전환을 이끌었다.
예술적 목적이 아닌 의학적 수단으로서의 해부학이 탄생한 것이다.
파도바 대학 출신 의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르가니는 환자 생전의 임상 소견과 사망 후 부검 소견의 관련성을 조사하면서 “질병의 증상은 고통받는 장기의 비명이다”라고 표현하면서 관점의 대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성과들이 소수의 영웅적인 의사와 과학자의 천재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인물 중심 설명보다 방대한 학술 문헌과 예술 자료를 검토하여 오랜 시간에 걸친 기술·철학·사회의 변화가 축적되어 질병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음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_박영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
겉으로 보이는 증상을 넘어 몸속 깊은 곳에서 손상의 흔적을 찾는 해부학적 관점은 장기를 넘어 세포와 분자(4장)까지 범위가 세분화되었다.
현미경의 발명은 인간이 감각 경험 범위를 뛰어넘은 미시 세계를 측정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생명현상의 분자화’를 이끌었다.
분자화된 관점에선 질병을 규명하는 데 물리학과 생화학, 유전학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는데, 이는 학문 간 교차와 융합이 왜 의과학자들의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분자라는 존재가 밝혀진 후, 의과학자들은 인위적인 조건의 체외 시험관에서도 생명현상을 탐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는 곧 생체 분자들의 정체를 밝히고 활성을 측정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질병의 양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분자의학’은 우리 몸에 개입할지 말지, 최적의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 판단할 객관적 근거를 제공하면서 의학의 혁명을 이끌었다.
분자의학의 발전으로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유전자나 단백질의 존재와 활성을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지자 치료의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도 유전자 돌연변이의 검출이 곧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에 개발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의학에서 관점 전환이 갖는 중요성을 일깨운다.
분자 관점의 현대 의학은 암 치료에서도 혁신을 일으켰는데, 정상세포를 파괴할 위험이 있는 전통 항암제와 달리 질병을 일으키는 분자 표적만을 제거하는 항암 치료제가 발명된 것이다.
질병의 분자화는 기초 연구의 진보와 치료 기술의 발전 사이 간극을 크게 줄이고, 과학기술 기반의 제약·의료 산업의 큰 발전을 견인했지만, 질병 증상과 치료 효과의 개인별 차이를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해내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과 출현을 예고하는 일이었는데,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정보화된 질병(5장)’ 관점이다.
“교육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
고정된 지식이 아닌 끊임없는 사유로서의 의학을 제안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도중 ‘암호’와 ‘정보’가 승기를 잡을 결정적 요소로 자리 잡자, 유전 정보도 암호처럼 해독해야 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
거시적인 생명체의 질서가 미시적인 유전물질의 질서에서 비롯한다는 에르빈 슈뢰딩거의 설명이나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발견도 이 시기에 처음 발표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에서 은유가 단순히 이해를 돕는 수단을 넘어 과학 이론을 구성하고 확장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DNA가 정보를 품은 ‘암호’이며, 환자의 유전 정보가 질병 발생 원인과 치료 효과를 결정짓는다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환자의 개인별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감기에 걸려도 사람마다 증상의 정도가 조금씩 다르듯,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치료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현대 의학이 주목하고 있는 ‘정밀의학(percision medicine)’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정밀의학은 환자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과 라이프스타일, 나아가 환경적 특성까지 고려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접근 방식으로 현재 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의 암유전자 정보를 파악하여 변이마다 다른 항암제를 처방하는 ‘암유전자 패널 검사’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해부학적 위치를 기준으로 암을 분류하면서 획일적인 치료 방법을 적용했다면, 이제는 환자 검체에서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가 검출되느냐에 따라 다른 표적 항암제를 사용한다.
폐암 환자에게서 EGFR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제피티닙 항암제를, EML4-ALK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크리조티닙 항암제를 사용하는 식이다.
정상세포라도 빠르게 증식하면 세포독성을 보이던 기존의 비특이적 화학 치료법의 부작용을 극복한 셈이다.
방대한 역사를 지나 첨단 의학까지 읽고 나면, 의학이 어느 날 갑자기 발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오류와 실수, 우연, 혼란을 거쳐 지식이 축적되면서 탄생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와닿을 것이다.
이는 “과거와 대화할 필요성”이라는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과학인문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과학 연구에서 투입된 것과 최종 결과만 남고 모두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블랙박스’로 비유했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지니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려면 블랙박스처럼 가려져버린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지워진 의학 역사 곳곳에 ‘새로운 관점’이라는 조명을 비춘다.
의학과 인공지능을 향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과학자란 논문을 집필하는 ‘작가’이자 논문을 비평하는 ‘독자’, 세계를 분해하는 ‘탐구자’,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예술가’, 그리고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토론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비단 의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의학의 도약과 질병의 극복을 마주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듯 보인다.
콜링리지 딜레마(Collingridge’s dilemma)라는 개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콜링리지 딜레마는 (…)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될 때까지는 그 영향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기술의 의미와 용도를 충분히 이해하여 확고해진 후에는 통제가 매우 어렵다는 모순입니다.
이는 정밀의학의 시대를 맞이하여 왜 우리가 인문학에 보다 주목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또한 따뜻한 의학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민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요.
_270쪽
의학의 과학적·기술적 발전 가운데 우리는 앞으로 더욱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마주해나가야 할 터다.
의료계의 당면 과제나 환자와 의사의 관계, 의료 불평등과 돌봄 문제, 의학 지식의 본질적 가치 같은 불확실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흐름과 관점 변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이 책이 “교육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에게 더 나은 질문을 던질 힘을 주기를 바란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8월 30일
- 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414g | 148*210*18mm
- ISBN13 : 9791193301050
- ISBN10 : 119330105X
You may also like
카테고리
한국어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