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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법정 밖의 이름들
Description
책소개
MD 한마디
건조한 판결문에 온기를 불어넣는 글
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경청이다.
고통으로 말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목소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이 책은 폭력, 학대 사건 피해자 곁을 지켜온 변호사의 기록이다.
사건의 참담함과 가해자의 뻔뻔함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서혜진 변호사가 있어서.
2025.08.08. 인문 PD 손민규
법정 안에서는 피해자를 위해 싸우고
법정 밖에서는 제도의 빈틈을 기록한 변호사의 증언

범죄 피해자의 변호사는 오늘도 바쁘다.
법원에서, 검찰청에서, 경찰서에서, 병원에서 피해자를 만나고, 설명하고, 설득하며 함께 걸어야 한다.
으레 그렇듯 법조인은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피해자의 변호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
이 책의 저자 서혜진은 분노하는 변호사이다.
『법정 밖의 이름들』은 고은, 이윤택, 안희정, 텔레그램 N번방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에서 피해자의 옆에 섰던 변호사 서혜진의 첫 책이다.
하지만 단순한 판결 해설서는 아니다.
법의 언어로는 닿지 않았던 감정과 기록되지 않은 이름의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정의 그리고 더는 지체되어서는 안 될 변화들이 무엇인지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해 온 고통에 질문한다.
사람이 바뀌면 법률도 바뀐다.
이 책은 그 시작이 고통에 응답하는 일이라는 걸 증명한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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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로 살아간다는 것

1부 침묵을 여는 법

피해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나는 인권 변호사가 아니다
그 폭력엔 이름이 없다
피해의 언어
아이의 세상이 언제나 따뜻하진 않다
가짜니까 괜찮아
거절을 생각하는 변호사

2부 존재를 증명하는 말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변호사도 가끔은 피해자가 된다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고 나는 그 왕이 끔찍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재미’가 되었다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
버텨낸 자들의 이야기
법이 놓친 시간, 정조에 관한 죄

3부 정의가 닿지 못한 자리에서

망치로 머리를 때려도 집행유예
국민참여재판은 피해자에게 유리할까?
왜 사과를 안 할까?
그는 사라졌고, 나는 남겨졌다
통쾌한 복수가 있을까?

4부 서로를 지키는 말들

소진, 하다
저는 피해자를 변론하는 변호사입니다
법률에는 마음이 있다

나가며 | 말이 닿는 자리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삶이 한순간(어쩌면 점차적으로) 잿빛이 된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잃어버린 색을 되찾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나는 인권 변호사가 아니다」 중에서

부모가 처벌을 받든 안 받든, 학대의 흔적은 아이들의 내면 어딘가에 덩그러니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세상, 즉 전부인 부모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들은 대표적인 암수범죄(暗數犯罪)로, 그 이야기가 법정까지 닿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 「아이의 세상이 언제나 따뜻하진 않다」 중에서

무겁고, 이상하고, 매우 불편하고,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과 그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였기에 미투 운동의 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고 나는 그 왕이 끔찍했다」 중에서

피해자가 100명이면 그에 따른 감정도 100가지 이상이다.
그 감정에 수치심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모두가 느끼는 공통된 반응이자 감정일 수는 없다.
수치심은 너무 오랫동안 강요된 피해 감정이다.
불법촬영을 당한 피해가 나의 잘못은 아니기에, 수치스러워야 할 이유는 없다.
---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재미’가 되었다」 중에서

입법이 지나치게 늦었던 스토킹 처벌법이지만, 법률의 탄생은 언제나 유의미하다.
무엇보다 스토킹 피해자로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못하고 희생된 사람들이 만든 법률이다.
그들이 피로 썼다.
스토킹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강력 범죄 중 하나이다.
범죄 특성상 더 큰 범죄로 발전하고, 또 항상 창의적으로 변모하는 이 범죄를 법률이 열심히 따라가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법은 뒤쫓는 것이 아니라, 막는 힘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법률은 결코 찬란하지 않다.
---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 중에서

누군가는 법률의 보호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보호의 바깥에 있었다.
당시 법률상 표현을 빌려보자면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라는 기준을 충족한 여성만이 보호받았다.
한마디로 성적으로 문란하지 않고, 정숙하고 순결함도 인정받는 여성만이 국가의 형벌권으로부터 보호받았다.
--- 「법이 놓친 시간, 정조에 관한 죄」 중에서

가정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각자의 가치관을 가진 개인이 모여 가정을 구성하고, 가정마다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 가치가 잘못되었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다면 이미 그곳은 사적인 공간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가정이 안락하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배운다.
생각해 보면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입되듯이 그렇게 배우는 것이다.
가정을 단순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만 치부해, 국가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전제는, 가정에 문제가 없거나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 「망치로 머리를 때려도 집행유예」 중에서

법정은 우리 사회의 통념이 가장 집약적으로 표출되는 공간이다.
단순히 법률과 법리만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이렇게 행동할 거야.’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는 게 피해자야?’ ‘성범죄 피해자라면 그럴 수 없지.’ ‘저런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네.’ 우리 의식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성폭력 피해자의 완벽한 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시작하면, 흔들리게 된다.
예상했던 바와 다르면 피해자를 믿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인식한다.
피해자가 말한 피해 경험과 진술에도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려워진다.
의심하기 때문이다.
--- 「국민참여재판은 피해자에게 유리할까?」 중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을 내던지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것도 당신을 파괴할 만큼의 가치는 없다.
--- 「통쾌한 복수가 있을까?」 중에서

출판사 리뷰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가

2023년 한 해에만 성폭력 44,238건, 아동학대 48,522건, 가정폭력 44,524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고된’ 수치일 뿐이다.
목소리를 내지 못한 피해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의 규모는 훨씬 더 크고 복잡하다.
피해자의 고통, 2차 피해, 불완전한 판결, 제도의 무관심 같은 단어들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아졌지만, 그 익숙함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온다.
“혹시 내가 가해자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의 상처를 외면하거나 덧나게 했을지 모른다.
가해는 의도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고, 피해는 입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 경계 속에서 물어야 한다.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야 하는가? 이 책은 단순히 그 물음에 답을 주기보다, 질문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말한다.
정의란 법정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어디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응답할지를 선택하는 순간마다 다시 쓰여야 한다고.

과거의 관성이 현재의 고통을 만든다

오늘날에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낡은 사고의 잔재’들은 피해자의 존엄을 위협한다.
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판결의 언저리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기준들(피해자다움, 정조관념, 가족주의, 공소시효)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구조를 만든다.
가해자 중심의 서사가 피해자 중심으로 많이 옮겨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는 울고 도망치고 약해야만 ‘진짜’로 받아들여진다.
신고 시점이 늦거나 피해 감정을 예상과 다르게 표현하면 ‘가짜’로 의심받는다.
일례로 「정조에 관한 죄」는 폐지됐지만, 피해자의 성적 이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은 ‘친밀한 관계’라는 말로 축소되고, 침묵 끝에 꺼낸 진실은 공소시효 앞에서 무력해진다.
심지어 가해자가 자살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즉시 사건이 종결되니, 피해자의 고통은 ‘증명 불가능한 감정’으로 밀려나 버린다.
과거의 도덕 기준과 제도적 관성은 지금도 피해자를 배제한다.
『법정 밖의 이름들』은 그 잔재들이 남긴 균열을 피해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우리가 무엇을 바꾸지 못했는지, 무엇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묻는다.

지금 틀린 것이라면 그때도 틀린 것이다.
여성의 신체 안전과 권리보다 정조와 순결이 우선되는 과거가 정말 괜찮았을까? 물론 현재의 잣대로 모든 과거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반세기 전에 일어난 일을 정당하다고 평가하는 게 옳은가? 그렇게 한 인간을 대해도 괜찮을까? 피의자든 피고인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린아이이든 어른이든, 인간에 관한 배려는 당연하다.
_102쪽

1부에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사회적 통념과 자기검열 속에서 어떻게 침묵을 깨는지를 다룬다.
교제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직장 내 괴롭힘 등 법률이 관심을 두지 않는 폭력이 어떻게 심화되고 수많은 피해자를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침묵을 깬 피해자들이 다시 한번 입증을 요구받고, 끊임없이 검증당하는 법의 구조 속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폭력을 다룬다.
최말자 사건으로 불리는 혀 절단 사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윤택에 대한 미투, 김태현 살인 사건 등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 제기가 된 사건들을 통해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3부에서는 법과 제도가 피해자의 곁에 머물지 않을 때를 기록한다.
국민참여재판의 맹점, 가해자 자살로 인한 공소권 없음, 가해자 고발 후 도리어 고소당해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는 경우, 피해자가 아닌 판사를 향한 형식적인 사과 등 자신의 전부를 걸고 싸워야 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짚는다.


마지막 4부에서는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들이 무엇을 지키고자 하고, 소진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 이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책은 법은 우리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는 것임을 상기시키며, 법의 허점 또한 해석하는 ‘사람’의 영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법만을 탓하기보다 나부터 바뀌어야 하는 이유이다.

회복은 정말 개인의 몫일까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는가? 내 말이 무시당하고, 침묵이 강요되고, 고통을 이야기했지만 도리어 의심만 돌아온 적이.
『법정 밖의 이름들』은 바로 그 익숙하고도 서늘한 감각에서 출발한다.
피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말해지지 못한 감정, 회복되지 못한 관계, 응답받지 못한 시간까지도 모두 피해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회복은 누구의 몫인가?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피해자의 회복은 결코 개인의 몫이 아니다.
제도와 법, 사회와 공동체가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회복은 시작되기도, 지연되기도, 영영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말할 수 있는 권리, 믿어주는 사회, 존재를 지우지 않는 시스템이야말로 회복의 최소 조건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누가 옳은가’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들을 것인가’, ‘어떻게 응답한 것인가’를 묻는다.
저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돕고, 연대자에게는 듣는 법을, 우리 사회 전체에는 함께 회복할 수 있는 감각과 책임을 제안한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단지 피해자만의 것이 아니다.
존중받지 못한 기억을 지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며, 그 기억에 이름 붙이고 다시 말할 수 있게 만드는 회복의 언어이자 변화의 언어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법은 언제나 우리 뒤에 있다.
사람이 움직일 때, 비로소 법도 움직인다.
『법정 밖의 이름들』은 그 움직임의 첫 걸음을 함께 내딛고자 한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8월 01일
- 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44g | 140*210*18mm
- ISBN13 : 9788965967347
- ISBN10 : 8965967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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