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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 있다면
녹일 수 있다면
Description
책소개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목소리가 될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한국 현대문학의 산실 현대문학과 교육출판 미래엔이 청소년의 창의적인 사유와 무한한 상상력을 확립시킬 수 있는 문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제정한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이 제1회 수상작을 선보인다.
“청소년 소설의 문학적 전망을 제시했다” “책을 닫는 순간과 독자와 분리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의 마음속에서 증폭되는 이야기다”라는 심사위원의 찬사와 지지를 얻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된 임고을 장편소설 『녹일 수 있다면』이다.
임고을 작가는 공들여 쌓아올린 세계관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밀한 묘사, 학교 폭력과 입시 경쟁 등 현실에 밀착된 등장인물들의 면면, 그리고 묵직한 윤리적 질문들을 가지고 처음으로 청소년 독자들을 만난다.

『녹일 수 있다면』은 불가사의한 외부 힘에 의해 온 지구가 영하 200도로 급속 냉각된 세상에서 얼어붙은 인간을 녹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0대 두 자매의 이야기다.
세상을 얼릴 수도 있고, 녹일 수도 있는 양가적 권한을 온전히 두 자매에게만 부여함으로써 작품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에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전경’을 드러내는데, “얼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다는 공포와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녹이는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작품 곳곳에 배치되어 긴장과 두려움, 안도와 분노 같은 다양한 감정을 이입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람을 살려내는 주체가 청소년이라는 건 그야말로 미래에 어울리는 선택”이라며 “소설 속의 인물들이 달려가는 길을 응원하고 싶어진다”(구병모)라는 심사평과 “얼어붙은 사람을 녹여 되살려낼 수 있다면 누구를 살려낼 것인가, 되살아난 사람이 또 누군가를 녹이고 싶어 한다면 그 욕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등 청소년소설로서 품어야 할 진지한 질문들을 놓치지 않았다”(김민령)라는 심사평은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목소리가 될 저력 있는 작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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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녹이기 전 · 7
2부 녹인 뒤 · 91
3부 녹은 뒤 · 151
에필로그 · 179
작가의 말 · 198

책 속으로
오히려 운이 나쁜 쪽은 서진이었다.
살면서 운이 좋다 느낀 적이 없었다.
얼지 않고 이렇게 숨 쉬고 있는 지금도.

--- p.14

서리는 결코 굴복하는 유형이 아니었다.
서진은 알고 있었지만 동생과 종일 붙어 지내면서 더욱더 잘 알게 됐다.
서리는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긴다.
지금처럼 말이다.
본인이 직접 얼어서라도.
이제 서진은 얼어붙은 인간을 죽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서리 말대로 얼음 인간들은 죽은 게 아니라 일시 정지 상태라는 서리의 주장이 완벽하게 옳았다.
서진이 틀렸고, 서리가 맞았다.

--- p.18

서리는 자신이 해동기를 쓸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었다.
할머니는 왜 언니만 기계를 쓸 수 있게 하고, 자기는 못하게 차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틈만 나면 툴툴댔다.
서진은 할머니가 왜 그랬는지 알았다.
서진이 언니라서 다르게 대한 게 아니었다.
서리에게 해동기 작동 권한이 있었다면 지금쯤 이 지하 공간은 인파로 북적였겠지.
그리고 매일같이 사고가 터졌을 거다.

--- p.48

서진이 바라는 것은 언 세상이 지금 상태에서 더 변하지 않는 일이었다.
현상 유지.
서진에게 ‘변화’란 늘 더 나쁜 쪽으로 접어드는 일이었으니까.

--- p.59

“살면서 누군가를 너무 녹이고 싶어지면 제가 다시 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우선은 서리부터 찾고요.”
--- p.67

서리가 기유진을 깨운 이유는, 서진이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세계만 두려워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잠결에 기유진의 이름을 부르며 악몽을 꾸지 않았으면 했다.
이 바람을 위해 기유진이 필요했다.
서진의 기억 속의 기유진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현실의 기유진이 그렇지 않음을 알려 줘야 했다.

--- pp.98-99

역시 할머니는 공평했다.
평소에도 서진이 언니라고 해서 특별히 뭔가를 더 주는 법이 없었고, 무조건 감싸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진만 해동기를 쓸 수 있다니 얼마나 당황했던지.
할머니가 이렇게 한 데는 숨은 뜻이 있었던 거다.
언니가 마음을 회복할 시간을 준 게 분명했다.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게 문제였지만.

--- p.101

“깨어난 게 싫어요?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녹을 가망도 없이 얼어 있는 줄 알아요? 지구는 사실 끝났어요.
행성 이주를 준비해도 지금 냉동된 인간들은 그때까지 생존하기 어렵다고요.
그러니까 녹은 게 선택받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선택? 그러니까 네가 신이라도 된 것처럼 날 선택한 거란 말이지?”
--- p.107

“세상은 다 얼어 있는데 둘이서 살아남은 거, 되게 생각해 볼 지점이 많겠어.
나중에 사람들 다 녹고 나면 너희 둘이 보낸 시간이 역사에 들어갈까? 아니면 그냥 정지된 시간, 없는 시간으로 칠까?”
그러니까 태양은 냉동된 세계에서 외롭게 살아남은 둘에게 감탄한 게 아니라 지구가 녹았을 때 벌어질 논쟁이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자기도 이제 녹았으면서 얼어 있는 사람들과 여전히 같은 편에 서 있는 게 우스웠다.
정말로 다시 얼 작정인가? 어쩔 수 없이 어는 것과 스스로 선택해서 어는 것은 다를 텐데.

--- p.122

“앞으로 우리 어떻게 하냐.”
턱을 괸 혜성이 앞뒤 얘기 없이 잠꼬대하듯 물었다.
서리는 ‘앞으로’가 어디까지의 앞을 묻는지 궁금했다.
서진이 녹은 뒤 얼마간인지, 얼어붙은 세계에서 살아갈 미래 계획을 묻는 것인지.
후자라면 서리도 잘 몰랐다.

--- p.147

태양은 엄마와 아빠를 녹이자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다.
녹인 뒤에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
“그럼 그냥 우리 정신과 의사부터 녹일까? 형 많이 힘들어?”
태양은 노란 털실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말했다.
“신을 녹이자.
어디 실수로 얼어 있나 본데.”
혜성이 그런 태양을 가만히 꼭 안아 주었다.

--- p.178

누군가를 녹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 서리는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과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진이 방으로 찾아와 녹이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때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 p.181

물론 서진은 기유진이 원하는 사람을 녹일 계획은 없었다.
기유진과 있는 이 순간, 자신이 누굴 녹이고 싶은지 알았기 때문에 나온 질문이었다.
서진은 약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분명 존재하는데 세상에 없는 듯 보이지 않았던 선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 p.197

출판사 리뷰
“날 꼭 녹여 줘.
빨리 와! 기다릴게”
얼어붙은 땅에서 누군가를 녹이는 선택에 대하여


소설은 멋대로 집을 나가 얼어버린 서리를 찾으러 나서는 서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괴짜 천재 과학자인 할머니의 예언대로 지구는 어느 날 갑자기 꽁꽁 얼어버렸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일상이 스냅숏처럼 멈춰버렸다.
서진, 서리 자매는 기이할 정도로 풍족한 아지트에서 살아남는다.
할머니가 미리 마련해둔 아지트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섬세하게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세계를 구해낼 수 있는 고도의 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그 둘만의 일상에 균열을 내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서리가 서진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언니가 처음으로 녹이는 인간이 나였으면 좋겠어.
언니 말대로 혹시 잘못된다면 그건 그냥 내 잘못이잖아.
언니가 누누이 강조한 대로 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벌인 거야.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날 꼭 녹여 줘.
빨리 와! 기다릴게.” -본문 29~30면

10대 주인공 서진에게 수많은 냉동 인간들의 생사여탈권을 쥐어준 설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주인공에게는 어떠한 선택 조건이나 기준도 없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만이 부여되었다.
과연 어른 없는 세계에서 아이들의 선택은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지만
잘못된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서진은 자신의 바람대로 서리‘만’ 녹여서 돌아오지 못한다.
서진은 혜성을 녹이고, 서리는 유진과 태양을 녹인다.
그렇게 집에 모인 다섯 아이들 앞에는 무겁고도 커다란 질문이 놓인다.
‘누구를 녹이고, 누구를 얼릴 것인가.’ 이는 다섯 아이들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에게 누군가를 녹일 권한이 주어진다면 누굴 녹일까? 대부분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우선일 테다.
그다음은 선량한 사람일 수도 있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서진은 약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분명 존재하는데 세상에 없는 듯 보이지 않았던 선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본문 197쪽

하지만 서리가 녹인 유진은 서진에게 끈질긴 트라우마를 안긴 학교 폭력의 가해자다.
입시 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태양은 다시 얼려달라고 말한다.
서진이 혜성과 노인을 녹인 것은 순전히 실수였다.
이 모든 선택은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중 일부는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기준조차 흐려진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분투하지만, 이들이 반드시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을 골라서 살려낼 수 없었다는 점이 이 소설이 지닌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선택에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은 어떤 세계가 되어서든 두 명 이상 모여 있으면 반목하는 것이 인간의 항구적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묵직한 질문을 청소년 주인공들의 시각에 담아 독자 앞에 던지며 청소년을 주체의 자리에 데려다놓는다.

“이 세계는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소설의 인물들은 앞으로도 모험을 계속 할 듯
결말이 열려 있지만, 그들이 달려가는 길을 응원하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제1회 수상작으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_심사평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4년 11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284g | 140*205*12mm
- ISBN13 : 9791167902788
- ISBN10 : 1167902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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