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문법·어휘 암기를 넘어,
‘언어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

오늘날 외국어 수업은 여전히 주입식 지도와 문법·독해 중심의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어를 문제 풀이·정답 맞히기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학생은 흥미를 잃기 쉽고 배운 언어를 실제 맥락에서 사용해 볼 기회가 부족하다.
여기에 한국어와 영어의 근본적인 구조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번역식 설명에 의존하는 수업이 더해지면서, 언어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기보다 ‘옮겨 적는 연습’에 머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언어 교사는 교과서 지문을 꼼꼼히 해석하고 배경지식을 설명하며 수업을 채우지만, 어느 순간 “나는 지금 언어 자체를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언어를 빌려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러나 외국어 교육의 목표가 효과적인 의사소통자이자 비판적 정보 소비자, 나아가 책임 있는 정보 생산자를 길러내는 것이라면, 수업의 초점 역시 달라져야 한다.

외국어 학습의 과정이 ‘이해와 표현’라면, 학습자는 읽기·듣기·보기, 쓰기·말하기·제시하기 활동 속에서 독자·청자·화자·발표자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언어를 사용한다.
개념기반 외국어 수업은 이 과정을 통해 학습자를 단순한 정보 수용자가 아니라, 언어로 사고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주체적인 생산자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라파엘 안헬(Rafael Angel)의 『개념 기반 외국어 교수와 학습』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외국어 교육의 난점을 풀어 내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국제 CBCI(개념 기반 교육과정과 수업) 공인 트레이너인 저자는 전 세계 교사들에게 “언어를 넘어 사고를 가르치라”고 강조해 왔으며, 이 책에서 외국어 수업을 ‘기능 훈련’ 중심에서 ‘사고 중심 학습’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교사가 외국어 교육의 본질을 다시 세우고, 교실 수업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 지침서이다.

이 책은 언어 수업의 핵심을 ‘언어 이해하기-언어에 반응하기-언어를 비평하기-언어 생산하기’의 네 영역으로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단순한 언어 기능 연습을 넘어, 학생이 언어를 매개로 개념을 연결하고, 텍스트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도록 돕는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학생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표현력, 그리고 학문적 언어 능력(CALP)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나아가 이 책은 학생의 흥미와 삶의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교과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수업 설계 방안을 제시한다.
교사는 학습자가 각 활동 속에서 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why),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지(how)를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안내함으로써, 일상 언어(BICS)를 넘어 사고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학문적 언어(CALP) 교육을 구조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그 결과 학생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넘어,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세계를 해석하며 의미를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학습자로 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