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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공부합니다
꽃을 공부합니다
Description
책소개
29가지 꽃에 얽힌 인류의 욕망, 예술, 사랑, 그리고 치유
국립 세종 수목원 가드너가 들려주는 꽃의 문화사와 과학사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박원순의 『꽃을 공부합니다 : 가드너의 꽃, 문화, 그리고 과학 이야기』는 2010년대 후반 이후 활발해진 이 ‘꽃 생활화’ 운동에서 나름 역할을 해 온 한 가드너의 최신작이다.
저자이자 가드너인 박원순은 현재 한국 수목원 정원 관리원 소속 국립 세종 수목원에서 전시원실 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원예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은 출판사의 편집 기획자였지만 전공에 대한 꿈을 잊지 못하고 인생 행로를 바꿔, 제주 여미지 식물원, 미국 롱우드 가든 등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가드너, 즉 전문 정원사의 길로 들어섰다.
델라웨어 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 후 에버랜드에서 꽃 축제 기획 및 식물 전시 연출 전문가로 일했다.
에버랜드에서 기획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코키아(꽃댑싸리) 축제와 레드플라워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국립 세종 수목원이 자랑하는 1만 제곱미터 면적의 사계절 전시 온실의 특별 전시들도 모두 그의 손길을 거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예학의 대중화를 위해 귀국 이후에만 벌써 10여 종의 식물, 화훼, 정원 관련 책을 짓고 옮겼다.
도감형 식물학 대백과사전이라고 할 『식물』 같은 입문자를 위한 번역서부터 자신이 직접 답사하고 취재한 미국의 정원들을 소개한 『미국 정원의 발견』와 롱우드 가든에서 전문 정원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나는 가드너입니다』 같은 저서까지 원예학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소개해 온 박원순이 이번에 펴낸 『꽃을 공부합니다: 가드너의 꽃, 문화, 그리고 과학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이 자신의 정원을 야외든 실내든 만들 때 심을 만한 꽃들을 자생종이든, 외래종이든 상관없이 29종 엄선해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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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꽃 공부를 시작하며 7

1부 꽃에서 욕망을 읽다
ㆍ1장ㆍ 파란수련 환생을 꿈꾼 파라오의 꽃 17
ㆍ2장ㆍ 수선화 지독한 자기애의 상징 27
ㆍ3장ㆍ 붓꽃 신성한 왕권의 부여자 37
ㆍ4장ㆍ 난초 수집가와 사냥꾼의 트로피 47
ㆍ5장ㆍ 튤립 광기 어린 투기 열풍의 주인공 59
ㆍ6장ㆍ 다알리아 눈부신 신품종의 향연 69
ㆍ7장ㆍ 은방울꽃 공주의 손에 들린 부케 79

2부 예술가들이 사랑한 꽃들
ㆍ8장ㆍ 아칸서스 건축 디자인의 모티프 91
ㆍ9장ㆍ 해바라기 예술가의 찬란한 희망 101
ㆍ10장ㆍ 동백 한 고아 소녀를 매혹한 아름다움 113
ㆍ11장ㆍ 수국 신선들의 벗 125
ㆍ12장ㆍ 접시꽃 시골집 어귀에 피어난 따뜻한 위로 137
ㆍ13장ㆍ 백합 순교자와 순결한 성인의 상징 147
ㆍ14장ㆍ 델피니움 순수하고 깊은 자연의 파랑 157

3부 꽃에게 사랑을 묻다
ㆍ15장ㆍ 카네이션 비밀스러운 메신저 169
ㆍ16장ㆍ 장미 달콤한 사랑의 전령 181
ㆍ17장ㆍ 작약 사랑의 증표 193
ㆍ18장ㆍ 아네모네 이루지 못한 애처로운 사랑 205
ㆍ19장ㆍ 포인세티아 크리스마스 이브의 꽃 215
ㆍ20장ㆍ 제비꽃 나폴레옹의 죽음과 함께한 꽃 225
ㆍ21장ㆍ 무궁화 끊임없이 피는 꽃 237

4부 인간을 달래는 꽃의 힘
ㆍ22장ㆍ 국화 외로움을 이겨 내는 고고함 249
ㆍ23장ㆍ 샐비어 불멸의 허브 261
ㆍ24장ㆍ 앵초 천국의 열쇠라는 아름다운 약초 271
ㆍ25장ㆍ 시클라멘 겨울에 강한 꽃 281
ㆍ26장ㆍ 연꽃 시공간을 초월하는 씨앗 291
ㆍ27장ㆍ 원추리 슬픔을 달래고 마음을 위로하고 299
ㆍ28장ㆍ 양귀비 폐허 속에 붉게 피어난 꽃 309
ㆍ29장ㆍ 설강화 마녀의 저주를 푼 해독초 319

감사의 글 328
용어 해설 329
참고 문헌 335
도판 저작권 344
찾아보기 345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출판사 리뷰
꽃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새로운 꽃 교과서!
-박진희(배우)

마치 생명체의 자서전을 읽는 듯한 생생한 경험!”
-임영석(국립수목원 원장)

‘꽃을 느끼는 재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책.
-이효범(서울대학교 원예 생명 공학 전공 교수)

29가지 꽃에 얽힌 인류의 욕망, 예술, 사랑, 그리고 치유
국립 세종 수목원 가드너가 들려주는 꽃의 문화사와 과학사


대한민국의 4월과 5월은 꽃의 계절이다.
국내외 20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고양 국제 꽃 박람회를 필두로 해서, 서울 보라매 공원에서 5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 곡성 세계 장미 축제, 태안 봄꽃 정원 축제, 가평 봄꽃 페스타 등 온갖 꽃 행사가 만발한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국민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의 공원 녹지 예산 및 정원 조경 예산이 매년 증가하고, 팬데믹 당시 심리 방역 차원에서 심리 치유와 정서 안정 수단으로 화훼 및 조경이 부각된 시대적 상황이 만나 꽃과 정원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박원순의 『꽃을 공부합니다: 가드너의 꽃, 문화, 그리고 과학 이야기』는 2010년대 후반 이후 활발해진 이 ‘꽃 생활화’ 운동에서 나름 역할을 해 온 한 가드너의 최신작이다.
저자이자 가드너인 박원순은 현재 한국 수목원 정원 관리원 소속 국립 세종 수목원에서 전시원실 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원예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은 출판사의 편집 기획자였지만 전공에 대한 꿈을 잊지 못하고 인생 행로를 바꿔, 제주 여미지 식물원, 미국 롱우드 가든 등에서 일하고 공부하며 가드너, 즉 전문 정원사의 길로 들어섰다.
델라웨어 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 후 에버랜드에서 꽃 축제 기획 및 식물 전시 연출 전문가로 일했다.
에버랜드에서 기획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코키아(꽃댑싸리) 축제와 레드플라워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국립 세종 수목원이 자랑하는 1만 제곱미터 면적의 사계절 전시 온실의 특별 전시들도 모두 그의 손길을 거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예학의 대중화를 위해 귀국 이후에만 벌써 10여 종의 식물, 화훼, 정원 관련 책을 짓고 옮겼다.
도감형 식물학 대백과사전이라고 할 『식물』 같은 입문자를 위한 번역서부터 자신이 직접 답사하고 취재한 미국의 정원들을 소개한 『미국 정원의 발견』와 롱우드 가든에서 전문 정원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나는 가드너입니다』 같은 저서까지 원예학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소개해 온 박원순이 이번에 펴낸 『꽃을 공부합니다: 가드너의 꽃, 문화, 그리고 과학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이 자신의 정원을 야외든 실내든 만들 때 심을 만한 꽃들을 자생종이든, 외래종이든 상관없이 29종 엄선해서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이 꽃들은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빛났던 꽃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꽃들의 형태학적, 생태학적, 생리학적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꽃들이 인류 문화와 예술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 문명사적 맥락도 소개함으로써 이 책에 실용성과 인문학적 깊이라는 입체감을 부여한다.
고대 이집트부터, 그리스 로마 시대,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와 빅토리아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꽃이 인간의 문명 속에 등장하게 된 배경과 의미, 가치와 상징성에 대해서 살펴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꽃이 등장하고 대륙을 넘어 확산되며 사람들의 문화와 마음에 깊이 파고드는 과정도 살펴본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29종의 꽃을 소개하고 있다.
1부 「꽃에서 욕망을 읽다」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꽃들을 소개하고, 2부 「예술가들이 사랑한 꽃들」에서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선사한 꽃들을, 3부 「꽃에게 사랑을 묻다」에서는 애절한 사랑과 관련된 꽃들을, 4부 「인간을 달래는 꽃의 힘」에서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온 꽃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는 식물학, 원예학 관련 용어 해설과 찾아보기 등이 있어 꽃 공부를 시작하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1억 3000만 년 전부터 지구 상에 존재해 왔고, 40만 종에 달하는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꽃 식물에 인류는 많은 신세를 져 왔다.
식재이자 약재로 되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온갖 욕망과 감정을 담는 그릇이자 거울로도 역할해 주었다.
그런 꽃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자 하는 한 가드너의 공부가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으로 꽃의 생활화에 한 발 더 다가가 보면 어떨까.

꽃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과 낙원의 이미지를 닮아 예나 지금이나 늘 우리에게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 주고 험난한 세상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게 해 준다.
이 책은 꽃을 단지 인테리어 소품이나 볼거리 정도로만 여기지 않고 적어도 그 이름을 불러 주며 저마다 꽃이 지닌 사연을 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꽃의 자서전이다.
적어도 인간이 사랑한 꽃의 이야기는 인간 문명의 발자취와 궤를 같이하므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본문에서


당신의 정원에 피어난 인류 문명의 파노라마

많은 것이 변했지만, 오늘날의 사람들도 누구나 자신만의 케렌시아(Querencia, 피난처, 안식처 등을 뜻하는 스페인 어)에서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 안에 큰 나무가 만든 그늘과 연못이 있고, 사계절 다채로운 꽃이 피어나는 넓고 근사한 곳은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공간에 식물을 들이고, 그 속에서 평안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자신만의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1장 「파란수련」에서

이른 봄 수선화가 피지 않는 정원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매년 3월 말이면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담벼락에 가득 피어난 수선화를 보며, 한 송이 한 송이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언젠가는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의 수백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수선화 계곡을 가득 덮은 순백색 포에티쿠스수선화의 장관을 감상하게 될 날도 고대해 본다.
지구 곳곳의 땅속에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수선화 알뿌리들이 파헤쳐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수선화는 시인과 정원사 들에게 영감을 주며 언제나 지구의 봄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다.
-2장 「수선화」에서

플뢰르드리스는 정치적, 예술적 상징 외에 종교적 의미도 지녔다.
양식화된 세 꽃잎은 믿음, 지혜, 기사도를 뜻하기도 했지만,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상징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군주들은 이러한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통치에 신성한 권리를 부여했다.
-3장 「붓꽃」에서

혹자는 난초를 곤충과 함께 지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식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다른 생물 종을 비롯한 주변 환경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공생하는 전략을 잘 갖추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말처럼,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난초의 전략과 지혜를 다시금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4장 「난초」에서

튤립을 처음으로 유럽에 들여온 사람은 오기에르 기셀린 드 뷰스벡(Ogier Ghiselin de Busbecq)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554년 신성 로마 제국 페르디난트 1세(Ferdinand I)의 명을 받아 오스만튀르크 제국 술탄에게 파견된 왕실 대사였다.
뷰스벡은 콘스탄티노플 들녘에 가득 피어 있는 난생처음 보는 튤립에 큰 감동을 받았는데, 때마침 튤립을 머리에 꽂고 있었던 안내인에게 그 꽃의 이름을 물었다.
안내인은 자신이 쓰고 있는 터번에 대해 물어보는 줄 알고 “튈벤트(Tulbend)”라고 대답했고, 뷰스벡은 그 이름을 꽃에 부여해서 이후 튤립으로 널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그 안내인이 제대로 대답했다면 튤립이 아니라 원래 이름인 랄레(lale)로 불리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1562년 앤트워프의 상인들에 의해 튀르키예에서 서유럽으로 도입된 튤립 알뿌리들은 실용적 측면에서 양파로 오해받는 등 관상용으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5장 「튤립」에서

다알리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스페인에서는 이 식물의 덩이줄기가 아즈텍에서 식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에 착안하여 유럽의 새로운 먹을거리 작물로 재배하려는 시도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인들을 비롯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고 이미 널리 보급되어 익숙해져 있던 감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스페인에는 지금도 다알리아 수프나 튀김 등 몇 가지 레시피가 남아 있다.
-6장 「다알리아」에서

오월제는 유럽 여러 나라의 전통과 얽혀 있다.
프랑스에서는 유럽은방울꽃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그 유래는 1561년 5월 1일, 프랑스의 왕 샤를 9세(Charles IX)가 행운의 부적으로 유럽은방울꽃을 받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꽃향기에 크게 감동한 샤를 9세는 그 후로 매년 5월 첫날이면 궁정의 여인들에게 유럽은방울꽃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이 전통은 20세기 초에 되살아나 매년 5월 1일 노동절(May Day)이 되면 서로의 행복을 빌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유럽은방울꽃을 선물하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누구나 세금 부담 없이 은방울꽃을 판매할 수 있다.
-7장 「은방울꽃」에서

아칸서스는 여러모로 완벽한 식물이었다.
우선 약효가 뛰어나 항생제, 소염제, 진통제 등으로 널리 쓰였으며 장수와 창조성, 우아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특히 악조건 속에서도 잘 견디는 아칸서스의 특성은 삶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그것은 지나가고 행복이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에 외관까지 출중하여 건축적인 조형미와 균형미를 갖추었으니, 칼리마코스 같은 예술가가 이를 알아본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8장 「아칸서스」에서

해바라기를 화폭에 그린 가장 유명한 화가는 아마도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네덜란드를 떠나 프랑스 남부 아를 지방으로 가게 된 고흐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한껏 들떠 있었고 폴 고갱(Paul Gauguin)과 함께 작업할 화실에 걸어 둘 해바라기 작품을 많이 그렸다.
해바라기는 고흐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꽃이었다.
그에게 해바라기는 죽음을 극복한 생명의 아름다움, 적극적인 삶의 의지, 밝고 환한 자기 긍정 등 희망 그 자체를 의미했다.
이 때문에 고흐는 태양의 화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해바라기는 다른 꽃들이 부러워할 만한 미술사적 지위를 영속적으로 갖게 되었다.
-9장 「해바라기」에서

동백꽃은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여러 감정을 일깨우는 오묘한 꽃이다.
장미처럼 그저 화려하기만 하지도 않고 진달래처럼 마냥 소박하지도 않다.
어느 흘러간 노래 제목처럼 “슬프도록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동백꽃은 아시아의 정서를 가장 순수하게 담고 있는 듯하다.
-10장 「동백」에서

수국은 반그늘과 양지에서 잘 자라고, 배수가 아주 잘 되며 적절한 거름과 부엽토가 섞인 촉촉한 토양을 좋아한다.
만약 절화로 수국 꽃을 즐기고자 할 때는 꽃대를 45도 각도로 자른 다음 즉시 끓는 물에 담근다.
그러면 꽃줄기의 물올림을 방해하는 수액이 녹아 없어진다.
그다음에는 실온의 물에 꽂아 감상하면 된다.
물은 매일 갈아 주는 것이 좋다.
-11장 「수국」에서

접시꽃의 꽃말은 단순함, 편안함, 다산, 풍요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접시꽃에 대한 감정은 도종환 시인이 1986년 발표한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 속에 잘 담겨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다.
그 마음을 표현하듯 접시꽃은 첫해에 꽃을 피우지 않고 이듬해 6월 무렵부터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개화가 지속된다.
접시꽃은 그렇게 오랜 기다림 후 그 어떤 꽃보다 진하고 후하게 보상을 안겨 주는 꽃이다.
매년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틔워 올리는 싹과 뿌리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누군가의 소박한 정원에서 접시꽃은 가장 아름답게 여름을 장식해 주는 고마운 식물이다.
-12장 「접시꽃」에서

위풍당당한 아름다움과 진한 향기,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키는 아우라를 지닌 백합은 여러 문화권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약용, 식용, 관상용으로 중요하게 여겨 온 특별한 꽃이다.
한자로 100개의 비늘 조각이 합쳐진 알뿌리라는 뜻으로 백합(百合)이라 하고, 순우리말로 나리라고 부른다.
나비처럼 아름다운 꽃 또는 나물을 뜻하는 우리말
에서 비롯됐다.
-13장 「백합」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봄꽃의 향연이 끝나 가는 정원에 수직으로 높게 꽃줄기를 올려 파란색 꽃을 가득 피워 내는 식물이 있다.
봄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다가오는 여름을 시원하게 맞이하게 해 주는 델피니움이다.
인상적으로 선명한 사파이어 블루 색깔을 자랑하는 델피니움을 대체할 식물은 많지 않다.
어떤 품종은 2미터 가까이 자라나 범접하기 어려운 위용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열정적인 가드너로 유명한 영국의 찰스 3세(Charles III) 국왕은 수년 전 첼시 플라워 쇼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델피니움을 꼽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격조 높게 차려입은 흠 잡을 데 없는 꽃”이라고 말했다.
-14장 「델피니움」에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는 비밀스러운 꽃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꽃의 종류뿐 아니라 색깔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졌는데, 분홍색 카네이션은 감사, 흰색은 행운, 붉은색은 사랑과 정열, 노란색은 실망과 거절, 그리고 보라색은 변덕스러움을 뜻했다.
가령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자리에는 분홍색이나 붉은색 카네이션을 선사하고, 졸업이나 새로운 도전을 앞둔 학생에게는 흰색 카네이션을 주며, 조심스럽게 거절을 표할 때는 노란색 카네이션을 건네는 식이었다.
-15장 「카네이션」에서

아마도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장미꽃의 변하지 않은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구절일 것이다.
“이름이 뭐가 중요할까? 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장미는 똑같이 달콤한 향기가 날 것을.” -16장 「장미」에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기록은 작약보다 모란이 먼저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모란은 신라 시대 진평왕(眞平王) 때 등장한다.
선덕여왕(善德女王)은 공주 시절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그 꽃에 향기가 없다고 추측했는데 훗날 실제 꽃이 도입되었을 때 진짜로 향기가 없어 선덕여왕의 영민함에 모두 탄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무색하게도 사실 나비는 모란꽃을 아주 좋아 한다.
-17장 「작약」에서

바람에 하늘하늘 섬세한 꽃잎을 흔들거리며 피어나는 아름다운 아네모네가 가드너에게 좋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슴이 아네모네를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애써 가꿔 놓은 정원의 많은 식물이 사슴과 고라니의 먹이가 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꽃을 지킬 수 있다면 가드너에겐 작지만 소중한 기쁨이 된다.
-18장 「아네모네」에서

포인세티아에 대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벨벳같이 고운 질감과 눈에 띄는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물든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화려한 꽃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포인세티아의 포엽이고, 실제 꽃은 가운데 아주 작은 크기로 핀다.
이러한 형태의 꽃을 배상 꽃차례라고 하는데 포인세티아가 속한 대극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즉 변형된 형태의 잎인 포엽으로 둘러싸인 중심부에 퇴화한 수꽃 몇 개와 암꽃 1개가 한데 모여 있는 형태다.
-19장 「포인세티아」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을 지닌 제비꽃 향기를 사람들은 매우 좋아했다.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는 모든 꽃 가운데 제비꽃의 향이 가장 우수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리스 인들은 달콤하고 향이 좋은 제비꽃으로 와인을 빚어 마시고, 요리와 약에도 사용했다.
심지어 제비꽃은 아테네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고, 제비꽃을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전문 농장도 생겨났다.
-20장 「제비꽃」에서

무궁화 꽃은 보통 하루만 피지만 가지에서 새로운 꽃봉오리가 많이 발생한다.
거기서 약 100일 동안 계속해서 신선한 꽃을 피운다.
다함이 없다는 이름도 이런 성질에서 왔다.
꽃이 질 때면 오무라진 꽃이 꽃부리째 떨어진다.
이런 무궁화가 나라꽃으로서의 상징성을 두드러지게 띠게 된 것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중반이다.
1892년에는 다섯 냥짜리 은화에 무궁화 문양이 등장했다.
1897년 8월 17일 《독립신문》은 조선 개국 505주년 기념식 소식을 전하며, 행사 중에 「무궁화 노래」가 불렸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1900년 도입된 대한제국의 문관 대례복에도 무궁화 도안이 새겨졌다.
-21장 「무궁화」에서

국화는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역사가 깊다.
특히 중국의 영향이 크다.
재배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 국화는 노란색 작은 꽃을 가진 모습이었고, 관상용 식물이라기보다는 주로 식용과 약용을 위한 허브였다.
뿌리를 달여 두통 치료에 쓰거나, 꽃잎과 어린싹은 샐러드로 식용하고, 잎은 차로 우려 마셨다.
중국 최초의 약초학 책으로 약초 365개 종류가 수록된 『신농본초경』에는 몸을 가볍게 하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 국화는 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좋은 영약이라고 했다.
-22장 「국화」에서

샐비어는 특유의 향과 아름다운 꽃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식물이다.
어린 시절 달콤한 꿀물을 빨아 먹던 추억 속 ‘사루비아’는 샐비어를 일본어식으로 부르던 이름이다.
-23장 「샐비어」에서

앵초의 꽃말은 ‘젊음’, 그리고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음’이라는 열정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봄이 오면 정원 연못가에 청초하게 피어날 앵초를 보며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얻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생각하며, 진솔한 고백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4장 「앵초」에서

시클라멘은 인간에게도 매우 쓸모 있는 식물이다.
약초로 2,000년, 관상용 식물로 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세기경 그리스의 약학자 디오스코리데스는 『약물지』에서 그리스 시클라멘(Cyclamen graecum)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시클라멘의 꽃 위로 걸으면 유산이 된다는 이야기부터 독사에 물렸을 때나 시력이 약해졌을 때, 또는 각종 피부 질환 치료, 모발 재생 등이 필요할 때 약효가 있다는 내용도 수록했다.
설사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알뿌리에서 짜낸 즙을 아랫배와 방광, 항문 부위에 발라 주면 된다고 적었다.
-25장 「시클라멘」에서

연꽃이 아름다운 자태와 신비로운 아우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것은 각 기관이 지닌 특별한 능력들 덕택이다.
먼저 지름 40~80센티미터에 이르는 동그란 방패처럼 생긴 잎은 발수 효과가 뛰어나다.
왁스 같은 큐티클로 덮인 특유의 미세한 돌기가 물방울을 밀어내 잎 표면에 머무르지 못하고 굴러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연못 바닥에 있는 뿌리로부터 잎자루가 수면 위로 아주 높이 자라나는 덕에 산들바람에도 연잎들이 흔들려 중앙에 고여 있던 빗물이나 이물질을 빠르게 떨군다.
이렇게 탁월한 자정 기능을 일컫는 연잎 효과(lotus effect)는 오늘날 특수 나노 코팅제 개발 연구로 이어져 자가 세정 기능을 갖춘 의류나 발수 페인트 등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26장 「연꽃」에서

원추리를 한자어로 훤초(萱草)라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발음하면서 원초, 원초리, 원추리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훤당(萱堂)도 원추리 ‘훤’, 집 ‘당’을 쓴다.
그만큼 원추리는 집안에서 부녀자들의 고된 삶 가까이에서 꽃을 피우며 늘 그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마음을 달래 주던 꽃이었다.
-27장 「원추리」에서

넓게 펼쳐진 양귀비 꽃밭은 영화 속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미국의 동화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의 원작을 바탕으로 1939년 개봉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볼 수 있다.
도로시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붉은 양귀비 꽃밭을 지나면서 수많은 양귀비 꽃이 뿜어내는 냄새를 맡고 쓰러져 잠에 빠져드는 장면이다.
고대로부터 수면과 연관된 양귀비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28장 「양귀비」에서

설강화의 잎은 작지만 강하고 기능적이다.
추울 때는 땅에 납작 엎드렸다가 온도가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선다.
잎끝은 언 땅을 뚫고 나올 만큼 뾰족하고 단단한 데다가, 잎 조직 자체가 얼지 않게 되어 있다.
일반적인 식물의 연약한 잎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세포 안에 얼음 결정체가 형성되어 동해를 입는다.
하지만 설강화의 잎은 세포 안에 결빙을 방해하는 부동(不凍) 단백질이 있어 얼음 결정체가 형성되지 않고 따라서 동해도 입지 않는다.
과연 눈의 꽃답게 겨울철에 특화된 식물이다.
그래서 설강화는 키 큰 나무들이 아직 잎을 내지 않은 시기, 고요한 숲속 바닥에서 겨울 햇살을 만끽하며 아주 이른 꽃을 피운다.
군데군데 쌓인 눈밭 사이로 무리를 지어 눈보다 더 흰 꽃을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은 1년 중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29장 「설강화」에서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4월 30일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148*220*30mm
- ISBN13 : 9791194087199
- ISBN10 : 119408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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