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공간 디자인 산책
Description
책소개
*** 25년간 100여 곳 이상의 교육 공간을 설계해온 현장 전문가의 공간 이야기
*** 핀란드, 일본, 프랑스 등국내외 교육 공간혁신 사례 소개!
*** 학부모, 교육관계자 필독서!
놀이터에서 교실까지, 모든 공간이 교육이 된다.
오고 싶은 이곳,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의 모든 것!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학교를 디자인하다”
이 책은 25년간 100여 곳 이상의 교육 공간을 설계해온 현장 전문가의 시선으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인 ‘교육 공간’에 주목합니다.
획일화된 학교 건축이 어떻게 아이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1장 ‘대한민국의 학교’에서는 학교의 탄생과 획일화한 학교 공간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고,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인성 발달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미래학교의 모습을 제안합니다.
2장 ‘감각이 살아 있는 교육 공간 만들기’에서는 공기, 온도, 빛, 소리와 같은 기본적인 감각 요소부터 복도, 문, 도서관,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물리적 환경이 아이들의 정서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외의 공간 혁신 사례를 풍부히 담아 우리 교육 공간의 가능성에 대해 다룹니다.
3장 ‘교육 공간의 경계 넘어서기’에서는 교육 공간이 교육 과정 또는 교육 철학과 어떻게 공진화되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교육 공간 설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이 단순한 교육 공간 개선 안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제안,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 핀란드, 일본, 프랑스 등국내외 교육 공간혁신 사례 소개!
*** 학부모, 교육관계자 필독서!
놀이터에서 교실까지, 모든 공간이 교육이 된다.
오고 싶은 이곳,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의 모든 것!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학교를 디자인하다”
이 책은 25년간 100여 곳 이상의 교육 공간을 설계해온 현장 전문가의 시선으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인 ‘교육 공간’에 주목합니다.
획일화된 학교 건축이 어떻게 아이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1장 ‘대한민국의 학교’에서는 학교의 탄생과 획일화한 학교 공간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고,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인성 발달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미래학교의 모습을 제안합니다.
2장 ‘감각이 살아 있는 교육 공간 만들기’에서는 공기, 온도, 빛, 소리와 같은 기본적인 감각 요소부터 복도, 문, 도서관,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물리적 환경이 아이들의 정서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해외의 공간 혁신 사례를 풍부히 담아 우리 교육 공간의 가능성에 대해 다룹니다.
3장 ‘교육 공간의 경계 넘어서기’에서는 교육 공간이 교육 과정 또는 교육 철학과 어떻게 공진화되는지 알아보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교육 공간 설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이 단순한 교육 공간 개선 안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제안,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04 · 프롤로그: Batter than Home, 집보다 좋은 학교 만들기
1장 대한민국의 학교
1.
교육 공간으로의 시간 여행
13 · 학교 구조의 기원과 의미
14 · 미셸 푸코의 감시적 기능
16 · 일본 막사에서 유래한 표준설계도
17 · 학교의 일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 · 왜 학교는 그대로일까?
20 · 일제 강점기부터 미래학교까지의 공간 여행
2.
학교가 가르친다
26 · 아파트와 학교: 관계성과 공간의 결핍
29 · 학교는 누가 짓는가?
31 · 학교 건축의 문제점
33 · 제3의 공간
37 · 북유럽의 교육 환경
39 · 왜 벽 없는 교실이 중요할까?
40 ·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
2장 감각이 살아있는 교육 공간 만들기
1.
기분 좋은 학교 만들기
44 · 공기와 온도
49 · 빛과 소리
61 · 놀이와 학습의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
67 · 복도와 문
77 · 문과 문틀
83 · 가치를 일깨우는 도서관
96 · 혁신이 시작되는 공간, 화장실
2.
틀에서 벗어나기: 유연성과 다양성의 교육 공간
103 · 일본 후지 유치원 : 도넛 모양의 열린 세계
108 · 인도 블루밍데일 코쿤 유치원 : 춤을 추는 곡선의 공간
115 · 서울독일학교 :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 리노베이션
122 · 서울 삼광초등학교 : 사용자 중심의 공간 디자인
128 · 틀에서 벗어나기
3.
자연을 배우는 교실
139 · 한국도예고등학교 : 옥상 정원 프로젝트
142 · 베트남 농장 유치원 :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생태적 대안
150 · 일본 레이먼드 유치원 : 빛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세상
154 · 일본 KN 유치원 : 자연과 어우러진 배움의 공간
158 · 자연과 문화가 스며든 교육 공간
4.
미래의 교실을 디자인하다
162 · 학교의 변화, 천천히 그러나 과감하게
163 · 스웨덴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교 : 맞춤형 수업을 위한 공간 실험
171 · 알트스쿨의 흥망성쇠 : 실리콘밸리의 IT 교육 실험
5.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
176 · 서울 공항고등학교 : 친환경 교육 공간으로의 진화
181 · 프랑스 불로뉴-비앙크루 초등학교: 지역 사회와 친환경을 고려한 학습 공간
182 · 핀란드 알토 대학교: 적극적인 친환경과 지역 연계를 실천하는 공간
6.
아이들에겐 마을이 필요하다
185 · 학교복합화의 필요성
190 · 국내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
192 · 세계의 학교복합화 모델들
194 · 학교복합화가 가져올 미래
3장 교육 공간의 경계 넘어서기
1.
교육 공간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적 변용
198 · 핀란드의 성공적 교육과 교육 공간
201 · 각국의 교육 혁신 공간
203 · 제약을 넘어선 한국적 변용
205 · 교육 공간과 커리큘럼의 공진화
208 · 교육 공간 설계를 위한 교육 과정 분석
2.
교육 공간 혁신의 현실적 과제: 공교육과 사교육의 간극
212 · 사교육 기관의 공간 혁신이 필요한 이유
213 · 성공적인 사교육 공간 혁신 사례
3.
전 세계 교실은 어떻게 다른가
216 · 한국 : 교실은 몇 개나 나올까요?
217 · 핀란드 : 모든 창은 숲을 바라봐야 한다
218 · 덴마크 : 교실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보세요
219 · 일본 : 학교를 마을로, 마을을 학교로
220 · 싱가포르 : 미래를 위한 실험실
221 · 한국 교육 공간 규제 개선을 위한 제안
222 · 규제를 넘어 문화로
224 · 참고 문헌
1장 대한민국의 학교
1.
교육 공간으로의 시간 여행
13 · 학교 구조의 기원과 의미
14 · 미셸 푸코의 감시적 기능
16 · 일본 막사에서 유래한 표준설계도
17 · 학교의 일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 · 왜 학교는 그대로일까?
20 · 일제 강점기부터 미래학교까지의 공간 여행
2.
학교가 가르친다
26 · 아파트와 학교: 관계성과 공간의 결핍
29 · 학교는 누가 짓는가?
31 · 학교 건축의 문제점
33 · 제3의 공간
37 · 북유럽의 교육 환경
39 · 왜 벽 없는 교실이 중요할까?
40 ·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
2장 감각이 살아있는 교육 공간 만들기
1.
기분 좋은 학교 만들기
44 · 공기와 온도
49 · 빛과 소리
61 · 놀이와 학습의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
67 · 복도와 문
77 · 문과 문틀
83 · 가치를 일깨우는 도서관
96 · 혁신이 시작되는 공간, 화장실
2.
틀에서 벗어나기: 유연성과 다양성의 교육 공간
103 · 일본 후지 유치원 : 도넛 모양의 열린 세계
108 · 인도 블루밍데일 코쿤 유치원 : 춤을 추는 곡선의 공간
115 · 서울독일학교 :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 리노베이션
122 · 서울 삼광초등학교 : 사용자 중심의 공간 디자인
128 · 틀에서 벗어나기
3.
자연을 배우는 교실
139 · 한국도예고등학교 : 옥상 정원 프로젝트
142 · 베트남 농장 유치원 :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생태적 대안
150 · 일본 레이먼드 유치원 : 빛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세상
154 · 일본 KN 유치원 : 자연과 어우러진 배움의 공간
158 · 자연과 문화가 스며든 교육 공간
4.
미래의 교실을 디자인하다
162 · 학교의 변화, 천천히 그러나 과감하게
163 · 스웨덴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교 : 맞춤형 수업을 위한 공간 실험
171 · 알트스쿨의 흥망성쇠 : 실리콘밸리의 IT 교육 실험
5.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
176 · 서울 공항고등학교 : 친환경 교육 공간으로의 진화
181 · 프랑스 불로뉴-비앙크루 초등학교: 지역 사회와 친환경을 고려한 학습 공간
182 · 핀란드 알토 대학교: 적극적인 친환경과 지역 연계를 실천하는 공간
6.
아이들에겐 마을이 필요하다
185 · 학교복합화의 필요성
190 · 국내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정책
192 · 세계의 학교복합화 모델들
194 · 학교복합화가 가져올 미래
3장 교육 공간의 경계 넘어서기
1.
교육 공간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적 변용
198 · 핀란드의 성공적 교육과 교육 공간
201 · 각국의 교육 혁신 공간
203 · 제약을 넘어선 한국적 변용
205 · 교육 공간과 커리큘럼의 공진화
208 · 교육 공간 설계를 위한 교육 과정 분석
2.
교육 공간 혁신의 현실적 과제: 공교육과 사교육의 간극
212 · 사교육 기관의 공간 혁신이 필요한 이유
213 · 성공적인 사교육 공간 혁신 사례
3.
전 세계 교실은 어떻게 다른가
216 · 한국 : 교실은 몇 개나 나올까요?
217 · 핀란드 : 모든 창은 숲을 바라봐야 한다
218 · 덴마크 : 교실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보세요
219 · 일본 : 학교를 마을로, 마을을 학교로
220 · 싱가포르 : 미래를 위한 실험실
221 · 한국 교육 공간 규제 개선을 위한 제안
222 · 규제를 넘어 문화로
224 · 참고 문헌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21세기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우선,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좋은 성적을 받는 기술이 아니라, 지적, 신체적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시대는 학벌과 스펙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공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인재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공간,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 p.14
학교는 누구나 경험하는 공간이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계속해서 진학한다.
선생님들도 4년 혹은 6년 주기로 학교를 새로 배정받아 옮겨가곤 한다.
따라서 학교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공간이자, 졸업하면 되돌아가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은 애착을 갖고 가꾸는 데 반해 학교의 환경에는 관심 두지 않는다.
학교의 환경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문제시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가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초등학생은 약 5~6시간, 중고등학생은 약 10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가정에서의 활동 시간보다 더 길다.
--- p.19
1950~196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고, 교육 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 공간의 실질적인 변화는 1969년, 당시 문교부가 ‘표준설계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표준설계도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형태의 학교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게 했고, 효율성과 경제성을 중시한 설계였기에 결과적으로 학교 공간의 획일화를 가져왔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4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녹색 칠판, 교단을 향해 일렬로 놓인 책상이 이 시기의 산물이다.
이후 1970~1980년대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는 학교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신도시가 생길 때마다 똑같은 모양의 학교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표준설계도는 분명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교육 환경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일화로, 당시 지어진 학교들이 너무 똑같아서 다른 학교에 간 학생들이 자기 교실을 찾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p.21
실제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범 운영된 교과 교실제는 교육 공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실은 실험대가 있는 공간으로, 음악실은 계단식 좌석과 악기가 갖춰진 공간으로, 미술실은 창작 활동에 적합한 공간으로 특화되었다.
주목할 만한 건 이 시기부터 ‘공용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교실로 이동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학생들이 머무는 복도, 계단, 휴식 공간 등이 중요한 교육 환경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학교 중에는 복도를 넓히고 소파나 테이블을 배치해 ‘학습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과 교실제는 물리적 여건, 교사의 업무 부담 증가, 이동 시간 관리 부담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확산하지는 못했다.
현재도 대다수 학교는 여전히 교실 중심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 p.23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교육 공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교육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당대의 교육관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일제 강점기의 통제 중심 공간,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 중심 표준설계, 민주화 이후의 열린 공간 시도, 디지털 시대의 유연하고 다양한 공간에 관한 요구 등은 모두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공간 혁신은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5.31 교육개혁 때 열린 교실의 한계가 보여주듯, 물리적 환경만 바꾸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교사의 인식과 역량, 교육 과정의 유연성, 학교 문화 등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셋째, 교육 공간 혁신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 건물의 수명은 적어도 30~50년이다.
당장의 필요와 트렌드만 좇는 공간은 금세 시대에 뒤처지고 말 것이다.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
--- p.25
오늘날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아파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단지에 달빛마을, 산들마을 같은 낭만적인 이름이 붙는 것을 보면 마을을 이루고 살고자 하는 욕구가 사람들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집이 수백, 수천 채가 모여 있어도 마을다운 마을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그곳에 뿌리내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을 표방해 짓기는 했지만, 실제로 뿌리내리는 사람도 없고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지도 않는다.
즉, 현대의 아파트는 연대가 부재한 공간이고 효율성과 기능성만 추구한 공간이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도 반상회라는 걸 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아파트값을 올릴 수 있는가’일 뿐이다.
올릴 수만 있다면 단지 이름을 바꾸는 것도 불사하며, 투자 수익을 더 올릴 수만 있다면 이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구당 이사 횟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 p.26
얼마 전부터는 정부 주도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시행되면서 지어진 지 40년 이상 된 학교를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추진되었다.
문제는 미래학교 구상에 대한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바꾸고, 분필 가루 날리는 칠판 대신 전자칠판을 쓴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질까? 첨단 시설이 완비된 교실에서 첨단 기자재를 사용해 스마트한 수업을 한다 해도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면 공연물일 뿐이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즉, 공간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시급한 건 아이들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질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간은 첨단 시설을 갖춘 공간이 아닌, 마음 맞는 친구가 있는 공간 그리고 좋은 교사가 있는 공간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힘든 학교생활도 견뎌내고, 스스로 학교에 오고 싶어 할 것이다.
미래의 학교는 상호작용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일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과는 다른 방법이겠지만, 상호작용의 총량은 분명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지역과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던 교육 과정과 일률적인 공간 또한 소통의 원리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소통은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도 일어날 것이다.
산업혁명이 근대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냈듯이, 정보 혁명과 기후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도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p.28
과연 학교는 누가 설계하는 것일까? 또 설계자는 어떻게 선정되는 것일까? 우선 학교는 해당 지역의 계획, 설계, 발주, 시공을 통해 건설된다.
그러나 지역별, 학교별 특색을 강조해 짓기보다는 여전히 ‘학교는 평등하게’라는 방침으로 형평성과 경제적 효율성에만 맞춰 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외관의 색깔만 봐도 알 수 있다.
페인트 가격이 색마다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 학교는 흰색 또는 옅은 황토색 계열의 단조로운 색을 입는다.
얼마든지 다른 색을 쓸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색채와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며, 여전히 표준설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오래 표준설계 방식이 학교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게 된 탓이다.
저렴한 재료로, 효율적으로 시공할 수 있어서 굳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행정적 편의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의 교육 환경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온 면도 있다.
--- p.29~30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 공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에 있다.
비용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관료적 사고방식은 학교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장소’로 전락시킨다.
물론, 가격에 기준을 둔 입찰 방식은 비리를 근절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방식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능력 있는 설계자나 시공사를 선택하거나 공간의 질을 담보하기에는 분명 거리가 있다.
요즘 들어 입찰 응모만을 전문적으로 대신해주는 브로커들이 등장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공공시설은 특정 소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공이라는 이름을 단 건축은 책임질 주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함께하는 문화 자산이자 문화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건축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나칠 정도로 세심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학교 건축은 별다른 견제기구 없이 설계, 시공, 허가, 감독까지 교육청이 맡으므로 여타의 건축물보다 더 발전이 더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33
아이의 공간은 어른의 공간과 달라야 한다.
어른은 단순하고 절제된, 탁 트인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집중하는 반면, 아이들은 약간 후미지고 구석진, 자기만의 공간처럼 느낄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학교와 집 안 곳곳에 이런 비밀스러운 공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상상력을 기른다.
그렇다면 학교 설계자들은 학생들의 이러한 심리적 특징과 생활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아마 설계자 대부분이 교실, 특별활동실, 화장실, 복도, 현관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설계한 뒤 남은 공간을 휴식 공간으로 배정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휴식 공간이라고는 하나 형식적이거나 최소한의 공간일 것이다.
그마저도 여유가 없으면 아예 설계 내용에 넣지 않기도 한다.
왜 아이들은 어른들이 스타벅스에 비싼 돈을 들여 커피를 사 마시며 느끼는 공간의 여유를 경험할 수 없을까? 왜 아이들은 종일 어둡고 차가운 회색빛 콘크리트 속에 갇혀 있을 것을 강요받아야 할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학교를 설계할 때부터 계획되어 있어야 한다.
건축 후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 p.36
북유럽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 중 하나는 ‘중앙 광장’이다.
이 공간은 마을의 중심 광장처럼 학교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작은 공연을 열기도 했으며, 때로는 전교생이 모이는 집회 장소로 사용했다.
이런 공간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경험하고 문화를 누리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게 한다.
이들의 교육은 엄격한 통제보다는 정서적 교감과 소통을 중시하여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인다.
또한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 개개인의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발견하는 데 힘쓰며,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한 발전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수가 되어 버린 선행학습도 시키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산책하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 속에서 배움을 체득하도록 한다.
도서관도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이 조용하게 책을 읽는 곳이라면, 북유럽 학교의 도서관은 ‘미디어테크’라고 불리며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정보를 찾고, 토론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의 성격을 띤다.
--- p.38
196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교 건축 형태 및 학교 교육 방식인 오픈 스쿨(open school, 우리나라에서는 ‘열린교육’이라고 불린다)이 보급되었다.
오픈 스쿨을 구현하는 학습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출입문이나 벽 없이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치 집의 거실과 주방을 오가듯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하며 학습한다.
또 교실마다 수학, 자연, 읽기 등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자유롭게 탐색한다.이와 같은 교육은 ‘학습자가 학습 내용에 따라 상호 교류하며 자주성을 존중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교사가 주도권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이 있는 학습 공간에서 학생 개개인이 개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 p.39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라는 이탈리아 건축가 조르조 폰티Giorgio Ponti의 말처럼 잘 디자인된 건축은 그 자체가 교육이 된다.
배움의 공간을 잘 꾸미는 일은 장식적 효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을 운용하는 능력과 체험의 지혜를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학교 건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교 공간이 ‘무언의 교사’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교과서와 선생님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접하는 학교 공간의 디자인, 색채, 빛, 동선, 소리 등 모든 건축적 요소로부터 배우고 감성과 사고방식을 형성해나간다.
--- p.40
이 장에서는 교육 공간의 다양한 요소가 아이들의 학습과 정서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공기와 온도, 빛과 소리가 아이들의 집중력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복도와 문이 만들어내는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 독서 공간과 놀이 공간의 중요성, 화장실과 같은 일상적 공간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알아본다.
교육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교사’임을 명심하자.
물리적 환경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배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교육 혁신의 출발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 p.43
교실의 음향 환경은 소음 수준뿐 아니라, 음향의 품질도 중요하다.
음향 품질은 소리가 공간 내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반사되는지, 그리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명확하게 학생들에게 전달되는지를 결정한다.
교실 음향의 핵심 지표는 ‘잔향 시간Reverberation Time’이다.
잔향 시간이란, 소리가 발생한 후 소리가 60dB로 감소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최적의 교실 잔향 시간은 0.4~0.6초로, 이보다 짧으면 소리가 너무 빨리 사라져 답답하게 느껴지고, 길면 소리가 울려 말소리가 불명확해진다.
실제로 적절한 잔향 시간을 가진 교실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교실의 학생들보다 듣기 테스트에서 평균 33%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 이 차이는 무려 55%까지 벌어졌다.
교실의 오래된 천장을 음향 타일로 교체하고 벽에 흡음 패널을 설치해 잔향 시간을 1.2초에서 0.5초로 줄인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언어 이해도 테스트에서 평균 26% 향상된 결과를 보였으며, 특히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집중시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교사들도 목소리를 덜 높이게 되어 좋았다고 평가한다.
--- p.56
미래의 교실은 더 지능적이고 반응성이 높은 빛과 소리 환경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은 학생마다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환경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공간을 구현할 것이다.
이미 일부 선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도, 활동 패턴,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여 최적의 빛과 소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빛과 소리는 도구일 뿐, 그 목적은 항상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 환경은 최첨단 기술과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탄생한다.
--- p.60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는 “문은 건물의 표정이며, 우리가 처음 만나는 인상”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역사적 건축물은 문을 통해 그 건물의 정체성과 목적을 드러낸다.
고딕 성당의 웅장한 문은 경외감을, 시민 회관의 넓은 문은 포용을, 요새의 좁고 두꺼운 문은 방어와 경계를 상징한다.
교육 공간의 문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사용자의 특성을 반영해, 닫혀 있을 때는 공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기능을, 열려 있을 때는 공간을 이어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교육 공간에서는 문이 닫혀 있으면 수업 중이고, 문이 열려 있으면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에 문을 닫아 놓으면, 즉 선생님이 없을 때 문이 닫혀 있으면 혼나기 십상이다.
또 어린아이들은 문을 갖고 논다.
흔들흔들하며 매달리기도 하고, 편을 나누어 문 밀기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어설프게 가정집 문처럼 교실 문을 만들었다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경첩이 부러져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이후 필자는 문만큼은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한편, 유치원의 문을 디자인할 땐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문 아래쪽에 아이들 몸 크기에 맞는 작은 출입구를 추가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도록 한 일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자율성과 재미를 주는 동시에, 일반 문의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 p.78
좋은 교육 공간은 견고한 문법(비율)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어휘(다양성)를 가진 언어와 같다.
교육 공간은 비례 체계를 엄격히 지키면서 복도, 교실 입구, 시창, 마감재 등의 색상, 질감, 형태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학생들에게 매일매일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균형 잡힌 비율은 공간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창의적 디자인 요소들은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의 교육 환경연구가 피터 배럿Peter Barrett은 12년간의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환경 요소로 ‘적절한 자극appropriate stimulation’을 꼽았다.
너무 단조로운 환경은 무기력과 지루함을, 너무 혼잡한 환경은 집중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 공간 설계자는 둘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교육 공간 설계자는 보이지 않는 비율의 질서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호기심과 학습 욕구를 지속해서 자극할 수 있는 다양성의 요소를 균형 있게 구현해야 한다.
--- p.82
아이들이 제안한 실현 가능한 요소들은 교육 전문가들이 그리는 미래 교실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책, 음악, 디지털 기기 같은 다양한 학습 자원이 풍부한 환경, 적절히 도움을 주는 교사의 존재, 아이들이 배움의 방식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여기에 높낮이가 다른 바닥,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가구, 혼자만의 공간, 햇빛이 잘 드는 창,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벽, 층과 층을 연결하는 열린 구조까지.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상상 속에 이미 존재했다.
이 경험은 도서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넘어, 학교 전체를 아이들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학교 공간을 바꿀 때 하나의 실(室)만 보는 게 아니라, 학교 전체의 흐름과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난다.
--- p.87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정자세로 앉아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학습하는 곳으로 여긴다.
학교 도서관에서 누워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면 똑바로 앉으라고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하다.
그러나 이곳은 정반대다.
누워서 책을 읽거나, 재잘재잘 떠들어도 야단치거나 뭐라 하는 선생님이 없다.
오히려 도서관에서만큼은 얼마든지 편하게 있다가 가라고 말한다.
도서관 사서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니까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3분의 1가량 늘었어요.
또 도서관을 자주 찾으면서 책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이들이 들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제 잠깐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에 들러 한두 페이지라도 읽고, 통유리로 된 창가에 앉아 바다를 구경하기도 한다.
푸르른 창밖을 보며 사색을 즐기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다.
힐링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 p.94
매년 ‘화장실 디자인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화장실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선정된 아이디어는 실제로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학교 공간에 대한 애착도 강해진다.
핵심은 학생들이 공간에 대한 애착과 주인 의식을 갖는 것이다.
한 학생은 “예전에는 화장실이 냄새나고 더러워서 이를 닦고 싶어도 왠지 꺼려졌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이를 닦고 손 씻는 게 정말 편해졌어요.
화장실 문이 더러웠을 때는 발로 차서 열기도 했는데 이제는 함부로 행동하지도 않아요.
단정하고 깨끗한 공간에선 행동까지 조심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p.99
10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전통적인 구조의 교실이 21세기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필요와 방식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현대의 교육 이론들은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며, 각자의 속도와 경로로 배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서 몬테소리와 레지오 에밀리아의 접근법에 이르는 많은 교육 철학이 아이들의 개별성과 자기주도 학습을 중요하게 인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 철학을 지원하는 물리적 환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철학에서는 공간을 ‘세 번째 교사’로 간주한다.
교사가 첫 번째 교사, 또래가 두 번째 교사라면 물리적 환경 자체가 세 번째 교사로서 아이들의 학습과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교육 과정의 적극적인 요소이며, 특정한 가치와 기대를 암묵적으로 전달한다.
--- p.102
후지 유치원은 완성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처음 지어졌을 때와 현재의 모습은 미묘하게 다르다.
아이들의 장난감과 그림이 벽에 더해지고 나무들은 더 크게 자랐으며, 공간은 사용자들의 필요에 맞게 조금씩 변형되었다.
이에 관해 테즈카는 “우리는 완벽하게 완성된 건물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 유기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말이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교육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고정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후지 유치원은 교육 공간이 어떻게 아이들의 학습과 발달을 지원하는지, 또 건축이 어떻게 교육 철학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 교육 디자인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
현재 많은 교육 공간이 후지 유치원을 모델로 삼아 지어지고 있으며, 테즈카가 꿈꾸었던 ‘하나의 마을’이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 p.107
코쿤 유치원은 전면 유리창을 통해 실내와 실외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유리 패널이 아이들에게 항상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아이들이 자연과 단절된 상자 안에 갇혀 있다고 느끼지 않길 원한 건축가의 배려다.
전체 높이의 유리창을 통해 아이들은 계속해서 바깥 세계를 보고,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계절의 흐름을 체험한다.
이 디자인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실내에서도 마치 야외에 있는 듯한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창의적 사고와 자유로운 표현을 촉진한다.
기능적으로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인공조명의 필요성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남쪽 외벽에서 들어오는 태양열을 줄이기 위해 지붕 가장자리를 지면에 더 가깝게 설계하고, 단열 유리를 사용해 열 획득을 조절했다.
--- p.110
가장 큰 변화는 벽이다.
각 교실의 두 군데 벽을 회전하게끔 만들어 공간을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도록 했다.
벽을 열면 복도 일부를 포함하여 넓은 교실을 만들 수 있고, 닫으면 집중적인 학습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직접 문을 회전시켜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직접 체험한다.
벽이 공간 분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적 도구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회전하는 벽은 좁은 공간에서 활동과 동선이 겹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프라이버시 공간과 공유 공간 사이의 균형을 찾는 시스템인 것이다.
또한, 벽면에는 패브릭으로 마감한 원형 쿠션을 부착했다.
쿠션은 바닥에 놓고 앉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유동적 요소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재구성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 p.117
서울독일학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제한된 공간과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교육 공간이 단순히 수업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교육 철학을 체현하고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다니엘 발레는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전통적인 교실 모델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입니다.
하지만 현대 교육은 더 유연하고 협력적인 환경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디자인은 이러한 변화하는 교육 패러다임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라고 정리한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극복하고, 교육 철학을 건축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아이들이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한 것이다.
이는 미래 교육 공간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 p.122
담당 건축가 김우종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학교에서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가 숨바꼭질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반적인 교실에는 숨을 곳이 마땅히 없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교실 안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교실 뒤편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다락방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집에서처럼 안락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3학년 담임 교사는 “다락방에 올라가면 교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요.
그리고 복도 쪽도 내다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마치 비밀 기지 같은 느낌을 주죠.
그리고 처음에는 다락방 사용 규칙을 정해야 했어요.
너무 많은 아이가 한꺼번에 올라가려고 했거든요.
지금은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며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 p.123
혁신적인 교육 공간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제기되는 우려는 ‘비용’이다.
많은 학교가 특별한 공간을 원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 공간 혁신에 반드시 큰 비용이 드는 건 아니다.
블루밍데일 코쿤 유치원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곡선형 구조를 구현했지만,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해 제한된 예산 내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지역적 맥락과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서울독일학교는 회전 벽이라는 단순한 요소로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 p.136
농장 유치원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인 환경 위기와 기후 변화로 인해 촉발한 지속가능성 관련 논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가의 첨단 기술에 의존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들을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장 유치원 프로젝트는 지역의 기후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전통적 지식의 현대적 재해석,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교육 시설이 교육의 내용과 방법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장 유치원의 건축적 특징 자체가 아이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교육 공간이 기능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요소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농장 유치원은 2014년 세계 건축 페스티벌에서 학교 건축 부문 최고상을, 2015년 아키타이저 A+상을, 2016년 AIA 국제 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이러한 국제적 인정은 이 프로젝트가 지역적 맥락을 넘어 보편적 가치와 혁신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 p.150
KN 유치원의 또 다른 특징은 놀이 공간을 강화해 아이들의 신체 활동 기회를 늘리고,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점이다.
이는 스마트 기기 사용량이 증가하고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여 신체 활동량이 줄어드는 시골 지역 어린이에게 맞춤한 방식이다.
우선 다목적 홀은 평평하고 넓은 정면과 높은 계단 층이 대조성을 이루며, 한쪽에는 미끄럼틀이, 반대편에는 그물 놀이 공간이 있어 강당의 역할과 놀이 공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중 개미집처럼 사방으로 펼쳐지는 그물 놀이 공간은 아이들의 활동을 단면적으로 보여주어 보호자가 아이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높은 곳을 오르는 성취감을 제공한다.
이런 디자인은 아이들이 사방팔방으로 자유롭게 탐험하는 공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 p.156
미래학교는 ‘구름 속의 학교’라고 불린다.
이는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학교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과 모습이 명확히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처럼 그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번 집필을 위해 여러 연구와 조사를 접했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인식이 국가별, 세대별로 무척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1980~1990년대의 학교를 떠올리면 ‘선생님의 발음대로 배우던 외국어 수업’, ‘끝없이 반복되던 외국어 테이프’가 생각난다.
이어서 ‘시청각 교육실에서 보던 비디오’가 떠오르고, 빨간 펜으로 채점되던 답안지가 ‘OMR 카드’로 대체된 것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 오래된 기억을 살펴보면 학교라는 곳은 (형식적이었을지언정) 교육에 필요한 첨단기기와 자료가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학교에는 각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부터 전산실이 있었고, 집에서는 보기 힘든 인체 모형과 표본을 갖춘 과학실이 있었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 꽂힌 도서관이 있었다.
즉, 가정보다 세대를 앞서간 곳이 바로 학교였다.
--- p.162
로잔 보쉬는 “학교는 아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교실이 없는 개방된 구조 덕분에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생들은 최대한 많이 움직이면서 공부한다.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공부한다.
어디든 오갈 수 있으며, 어디든 드나들 수 있다.
이것은 ‘창의성은 공간에서 나온다’라는 관점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곳의 학생 활동에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른다.
개별학습, 공동작업, 그룹 활동, 놀이학습, 발표 및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공간들은 다섯 가지 원칙 중 한 가지 이상의 성격을 지닌다.
이 공간들에 관한 중요한 관점은 학습자의 학습 성향을 고려한 공간 구성이라는 점이다.
--- p.164~165
건물의 배치는 땅의 형상에 따랐다.
공항고등학교가 이전할 부지는 ‘ㄱ’ 자 형태였고, 이는 곡선형의 몰 타입 건물 배치가 가능한 형태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곡선형의 몰 타입 건물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을 남향에 두기 위한 노력이었다.
처음에는 ‘ㄱ’ 자 부지의 머리 부분이 인접 학교 건물에 가로막혀 채광과 개방성이 좋지 않아, 머리 부분을 제외한 부지에 30개 교실과 운동장을 배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교실을 남향에 두기에는 폭이 좁았고, 건물을 5층으로 올리자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운동장을 좌측에 놓는 ‘Z’자 형태의 교실 배치가 도출되었다.
마을결합형 학교로서 개방성과 면학 분위기 조성이라는 다소 상충적인 학교의 성격을 충족할 방안이기도 했다.
--- p.177
친환경 교육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도시화된 공간에서 조금 더 자연과 가까이하고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데에 있다.
도시 속 친환경 교육 공간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할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친환경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학교 내 생태 정원, 옥상 녹화, 실내 정원 등은 학생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자연을 발견하고 탐색하는 공간이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지붕이나 벽면의 태양광 패널, 빗물 재활용 시스템, 자연 환기 시스템, 지열 냉난방 등의 설치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천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체험하게 하고,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또한 지역 공동체와의 결합한 교육 공간은 사회적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생생한 교과서다.
지역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통해 학생들은 공유의 가치를 배우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키울 수 있다.
학교가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설계될 때, 학생들은 도시에서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 p.184
‘교실의 한쪽 벽면을 유리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책상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바닥에 푹신한 카펫을 깔면 아이들의 학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복도와 교실 사이의 벽을 허물고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면 학교 문화는 어떻게 변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건축적 호기심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교육적 메시지를 전한다.
네모난 교실, 일렬로 배치된 책상, 교단과 칠판이 있는 전면부, 복도를 따라 늘어선 폐쇄적 공간 배치 이 모든 요소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행동 방식과 사고 패턴을 조용히 가르친다.
그래서 교육 공간을 학습자의 경험과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여 ‘침묵의 교사’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교실의 책상 배치, 복도의 너비, 천장의 높이, 빛의 각도, 바닥의 재질 이 모든 요소가 아이들에게 “여기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해”, “이곳은 조용히 하는 곳이야”, “여기서는 마음껏 뛰어도 돼”라고 말을 건다.
--- p.197
구체적으로 2023년 서울 소재 비인가 대안학교 38곳 중 86%가 전통적 교실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수익성과 효율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교육 기관 운영자 대부분이 임대료나 강사료 같은 직접 비용을 줄여야 해 공간 혁신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교육 공간 개선에는 최소한의 투자만 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사교육 기관 운영자는 해당 과목 전문가이거나 경영인이므로 교육 환경 설계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셋째, 「학원의 설립과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상 사교육 기관은 교습 목적에 맞는 시설과 설비를 갖추어야 하지만, 기준은 면적, 안전, 위생 중심일 뿐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각종 규제와 인허가 절차는 공간 변형과 혁신적 시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 p.212
학생 한 명이 평생 잊지 못할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교사가 열정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 지역 사회가 함께 사용하고 가꿔나갈 수 있는 열린교육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진정한 가치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 공간에 대한 투자와 규제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만 따지기보다, 그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얻게 될 교육적 가치와 경험의 질을 중심에 두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교육은 좋은 성적을 받는 기술이 아니라, 지적, 신체적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시대는 학벌과 스펙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공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인재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공간,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 p.14
학교는 누구나 경험하는 공간이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계속해서 진학한다.
선생님들도 4년 혹은 6년 주기로 학교를 새로 배정받아 옮겨가곤 한다.
따라서 학교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공간이자, 졸업하면 되돌아가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은 애착을 갖고 가꾸는 데 반해 학교의 환경에는 관심 두지 않는다.
학교의 환경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문제시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가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초등학생은 약 5~6시간, 중고등학생은 약 10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가정에서의 활동 시간보다 더 길다.
--- p.19
1950~1960년대는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고, 교육 시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 공간의 실질적인 변화는 1969년, 당시 문교부가 ‘표준설계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표준설계도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형태의 학교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게 했고, 효율성과 경제성을 중시한 설계였기에 결과적으로 학교 공간의 획일화를 가져왔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4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녹색 칠판, 교단을 향해 일렬로 놓인 책상이 이 시기의 산물이다.
이후 1970~1980년대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는 학교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신도시가 생길 때마다 똑같은 모양의 학교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표준설계도는 분명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교육 환경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일화로, 당시 지어진 학교들이 너무 똑같아서 다른 학교에 간 학생들이 자기 교실을 찾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p.21
실제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범 운영된 교과 교실제는 교육 공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실은 실험대가 있는 공간으로, 음악실은 계단식 좌석과 악기가 갖춰진 공간으로, 미술실은 창작 활동에 적합한 공간으로 특화되었다.
주목할 만한 건 이 시기부터 ‘공용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교실로 이동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학생들이 머무는 복도, 계단, 휴식 공간 등이 중요한 교육 환경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학교 중에는 복도를 넓히고 소파나 테이블을 배치해 ‘학습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과 교실제는 물리적 여건, 교사의 업무 부담 증가, 이동 시간 관리 부담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확산하지는 못했다.
현재도 대다수 학교는 여전히 교실 중심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 p.23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교육 공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교육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당대의 교육관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일제 강점기의 통제 중심 공간,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 중심 표준설계, 민주화 이후의 열린 공간 시도, 디지털 시대의 유연하고 다양한 공간에 관한 요구 등은 모두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공간 혁신은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5.31 교육개혁 때 열린 교실의 한계가 보여주듯, 물리적 환경만 바꾸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교사의 인식과 역량, 교육 과정의 유연성, 학교 문화 등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셋째, 교육 공간 혁신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 건물의 수명은 적어도 30~50년이다.
당장의 필요와 트렌드만 좇는 공간은 금세 시대에 뒤처지고 말 것이다.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
--- p.25
오늘날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아파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
단지에 달빛마을, 산들마을 같은 낭만적인 이름이 붙는 것을 보면 마을을 이루고 살고자 하는 욕구가 사람들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집이 수백, 수천 채가 모여 있어도 마을다운 마을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그곳에 뿌리내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을 표방해 짓기는 했지만, 실제로 뿌리내리는 사람도 없고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지도 않는다.
즉, 현대의 아파트는 연대가 부재한 공간이고 효율성과 기능성만 추구한 공간이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도 반상회라는 걸 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아파트값을 올릴 수 있는가’일 뿐이다.
올릴 수만 있다면 단지 이름을 바꾸는 것도 불사하며, 투자 수익을 더 올릴 수만 있다면 이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구당 이사 횟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 p.26
얼마 전부터는 정부 주도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시행되면서 지어진 지 40년 이상 된 학교를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추진되었다.
문제는 미래학교 구상에 대한 합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바꾸고, 분필 가루 날리는 칠판 대신 전자칠판을 쓴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질까? 첨단 시설이 완비된 교실에서 첨단 기자재를 사용해 스마트한 수업을 한다 해도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면 공연물일 뿐이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즉, 공간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시급한 건 아이들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질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간은 첨단 시설을 갖춘 공간이 아닌, 마음 맞는 친구가 있는 공간 그리고 좋은 교사가 있는 공간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힘든 학교생활도 견뎌내고, 스스로 학교에 오고 싶어 할 것이다.
미래의 학교는 상호작용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일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과는 다른 방법이겠지만, 상호작용의 총량은 분명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지역과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던 교육 과정과 일률적인 공간 또한 소통의 원리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소통은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도 일어날 것이다.
산업혁명이 근대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냈듯이, 정보 혁명과 기후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도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 p.28
과연 학교는 누가 설계하는 것일까? 또 설계자는 어떻게 선정되는 것일까? 우선 학교는 해당 지역의 계획, 설계, 발주, 시공을 통해 건설된다.
그러나 지역별, 학교별 특색을 강조해 짓기보다는 여전히 ‘학교는 평등하게’라는 방침으로 형평성과 경제적 효율성에만 맞춰 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외관의 색깔만 봐도 알 수 있다.
페인트 가격이 색마다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 학교는 흰색 또는 옅은 황토색 계열의 단조로운 색을 입는다.
얼마든지 다른 색을 쓸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색채와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며, 여전히 표준설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오래 표준설계 방식이 학교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게 된 탓이다.
저렴한 재료로, 효율적으로 시공할 수 있어서 굳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행정적 편의와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의 교육 환경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온 면도 있다.
--- p.29~30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 공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에 있다.
비용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관료적 사고방식은 학교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소’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장소’로 전락시킨다.
물론, 가격에 기준을 둔 입찰 방식은 비리를 근절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방식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능력 있는 설계자나 시공사를 선택하거나 공간의 질을 담보하기에는 분명 거리가 있다.
요즘 들어 입찰 응모만을 전문적으로 대신해주는 브로커들이 등장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공공시설은 특정 소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공이라는 이름을 단 건축은 책임질 주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함께하는 문화 자산이자 문화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건축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나칠 정도로 세심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학교 건축은 별다른 견제기구 없이 설계, 시공, 허가, 감독까지 교육청이 맡으므로 여타의 건축물보다 더 발전이 더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33
아이의 공간은 어른의 공간과 달라야 한다.
어른은 단순하고 절제된, 탁 트인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집중하는 반면, 아이들은 약간 후미지고 구석진, 자기만의 공간처럼 느낄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학교와 집 안 곳곳에 이런 비밀스러운 공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상상력을 기른다.
그렇다면 학교 설계자들은 학생들의 이러한 심리적 특징과 생활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아마 설계자 대부분이 교실, 특별활동실, 화장실, 복도, 현관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설계한 뒤 남은 공간을 휴식 공간으로 배정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휴식 공간이라고는 하나 형식적이거나 최소한의 공간일 것이다.
그마저도 여유가 없으면 아예 설계 내용에 넣지 않기도 한다.
왜 아이들은 어른들이 스타벅스에 비싼 돈을 들여 커피를 사 마시며 느끼는 공간의 여유를 경험할 수 없을까? 왜 아이들은 종일 어둡고 차가운 회색빛 콘크리트 속에 갇혀 있을 것을 강요받아야 할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학교를 설계할 때부터 계획되어 있어야 한다.
건축 후에는 현실적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 p.36
북유럽 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 중 하나는 ‘중앙 광장’이다.
이 공간은 마을의 중심 광장처럼 학교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작은 공연을 열기도 했으며, 때로는 전교생이 모이는 집회 장소로 사용했다.
이런 공간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경험하고 문화를 누리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게 한다.
이들의 교육은 엄격한 통제보다는 정서적 교감과 소통을 중시하여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인다.
또한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 개개인의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발견하는 데 힘쓰며,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한 발전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수가 되어 버린 선행학습도 시키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산책하고 텃밭을 가꾸며 자연 속에서 배움을 체득하도록 한다.
도서관도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도서관이 조용하게 책을 읽는 곳이라면, 북유럽 학교의 도서관은 ‘미디어테크’라고 불리며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정보를 찾고, 토론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의 성격을 띤다.
--- p.38
196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교 건축 형태 및 학교 교육 방식인 오픈 스쿨(open school, 우리나라에서는 ‘열린교육’이라고 불린다)이 보급되었다.
오픈 스쿨을 구현하는 학습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출입문이나 벽 없이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치 집의 거실과 주방을 오가듯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하며 학습한다.
또 교실마다 수학, 자연, 읽기 등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자유롭게 탐색한다.이와 같은 교육은 ‘학습자가 학습 내용에 따라 상호 교류하며 자주성을 존중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교사가 주도권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이 있는 학습 공간에서 학생 개개인이 개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 p.39
“학교 건물이 가르친다”라는 이탈리아 건축가 조르조 폰티Giorgio Ponti의 말처럼 잘 디자인된 건축은 그 자체가 교육이 된다.
배움의 공간을 잘 꾸미는 일은 장식적 효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을 운용하는 능력과 체험의 지혜를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학교 건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교 공간이 ‘무언의 교사’라는 점이다.
아이들은 교과서와 선생님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접하는 학교 공간의 디자인, 색채, 빛, 동선, 소리 등 모든 건축적 요소로부터 배우고 감성과 사고방식을 형성해나간다.
--- p.40
이 장에서는 교육 공간의 다양한 요소가 아이들의 학습과 정서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공기와 온도, 빛과 소리가 아이들의 집중력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복도와 문이 만들어내는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 독서 공간과 놀이 공간의 중요성, 화장실과 같은 일상적 공간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알아본다.
교육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교사’임을 명심하자.
물리적 환경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배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교육 혁신의 출발점에 설 수 있을 것이다.
--- p.43
교실의 음향 환경은 소음 수준뿐 아니라, 음향의 품질도 중요하다.
음향 품질은 소리가 공간 내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반사되는지, 그리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명확하게 학생들에게 전달되는지를 결정한다.
교실 음향의 핵심 지표는 ‘잔향 시간Reverberation Time’이다.
잔향 시간이란, 소리가 발생한 후 소리가 60dB로 감소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최적의 교실 잔향 시간은 0.4~0.6초로, 이보다 짧으면 소리가 너무 빨리 사라져 답답하게 느껴지고, 길면 소리가 울려 말소리가 불명확해진다.
실제로 적절한 잔향 시간을 가진 교실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교실의 학생들보다 듣기 테스트에서 평균 33%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경우, 이 차이는 무려 55%까지 벌어졌다.
교실의 오래된 천장을 음향 타일로 교체하고 벽에 흡음 패널을 설치해 잔향 시간을 1.2초에서 0.5초로 줄인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언어 이해도 테스트에서 평균 26% 향상된 결과를 보였으며, 특히 주의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집중시간을 2배 가까이 늘렸다.
교사들도 목소리를 덜 높이게 되어 좋았다고 평가한다.
--- p.56
미래의 교실은 더 지능적이고 반응성이 높은 빛과 소리 환경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은 학생마다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환경을 자동으로 제공하는 공간을 구현할 것이다.
이미 일부 선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도, 활동 패턴,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여 최적의 빛과 소리 환경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발전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빛과 소리는 도구일 뿐, 그 목적은 항상 학생들의 학습과 건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 환경은 최첨단 기술과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탄생한다.
--- p.60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는 “문은 건물의 표정이며, 우리가 처음 만나는 인상”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역사적 건축물은 문을 통해 그 건물의 정체성과 목적을 드러낸다.
고딕 성당의 웅장한 문은 경외감을, 시민 회관의 넓은 문은 포용을, 요새의 좁고 두꺼운 문은 방어와 경계를 상징한다.
교육 공간의 문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사용자의 특성을 반영해, 닫혀 있을 때는 공간과 공간을 분리하는 기능을, 열려 있을 때는 공간을 이어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로 교육 공간에서는 문이 닫혀 있으면 수업 중이고, 문이 열려 있으면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에 문을 닫아 놓으면, 즉 선생님이 없을 때 문이 닫혀 있으면 혼나기 십상이다.
또 어린아이들은 문을 갖고 논다.
흔들흔들하며 매달리기도 하고, 편을 나누어 문 밀기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어설프게 가정집 문처럼 교실 문을 만들었다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경첩이 부러져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이후 필자는 문만큼은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한편, 유치원의 문을 디자인할 땐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문 아래쪽에 아이들 몸 크기에 맞는 작은 출입구를 추가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도록 한 일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자율성과 재미를 주는 동시에, 일반 문의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 p.78
좋은 교육 공간은 견고한 문법(비율)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어휘(다양성)를 가진 언어와 같다.
교육 공간은 비례 체계를 엄격히 지키면서 복도, 교실 입구, 시창, 마감재 등의 색상, 질감, 형태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학생들에게 매일매일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균형 잡힌 비율은 공간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창의적 디자인 요소들은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의 교육 환경연구가 피터 배럿Peter Barrett은 12년간의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환경 요소로 ‘적절한 자극appropriate stimulation’을 꼽았다.
너무 단조로운 환경은 무기력과 지루함을, 너무 혼잡한 환경은 집중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 공간 설계자는 둘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교육 공간 설계자는 보이지 않는 비율의 질서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호기심과 학습 욕구를 지속해서 자극할 수 있는 다양성의 요소를 균형 있게 구현해야 한다.
--- p.82
아이들이 제안한 실현 가능한 요소들은 교육 전문가들이 그리는 미래 교실의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책, 음악, 디지털 기기 같은 다양한 학습 자원이 풍부한 환경, 적절히 도움을 주는 교사의 존재, 아이들이 배움의 방식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여기에 높낮이가 다른 바닥,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가구, 혼자만의 공간, 햇빛이 잘 드는 창,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벽, 층과 층을 연결하는 열린 구조까지.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상상 속에 이미 존재했다.
이 경험은 도서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넘어, 학교 전체를 아이들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학교 공간을 바꿀 때 하나의 실(室)만 보는 게 아니라, 학교 전체의 흐름과 연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난다.
--- p.87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정자세로 앉아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학습하는 곳으로 여긴다.
학교 도서관에서 누워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면 똑바로 앉으라고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하다.
그러나 이곳은 정반대다.
누워서 책을 읽거나, 재잘재잘 떠들어도 야단치거나 뭐라 하는 선생님이 없다.
오히려 도서관에서만큼은 얼마든지 편하게 있다가 가라고 말한다.
도서관 사서는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니까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3분의 1가량 늘었어요.
또 도서관을 자주 찾으면서 책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이들이 들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제 잠깐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에 들러 한두 페이지라도 읽고, 통유리로 된 창가에 앉아 바다를 구경하기도 한다.
푸르른 창밖을 보며 사색을 즐기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다.
힐링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 p.94
매년 ‘화장실 디자인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화장실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선정된 아이디어는 실제로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학교 공간에 대한 애착도 강해진다.
핵심은 학생들이 공간에 대한 애착과 주인 의식을 갖는 것이다.
한 학생은 “예전에는 화장실이 냄새나고 더러워서 이를 닦고 싶어도 왠지 꺼려졌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이를 닦고 손 씻는 게 정말 편해졌어요.
화장실 문이 더러웠을 때는 발로 차서 열기도 했는데 이제는 함부로 행동하지도 않아요.
단정하고 깨끗한 공간에선 행동까지 조심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p.99
10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전통적인 구조의 교실이 21세기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필요와 방식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현대의 교육 이론들은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며, 각자의 속도와 경로로 배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서 몬테소리와 레지오 에밀리아의 접근법에 이르는 많은 교육 철학이 아이들의 개별성과 자기주도 학습을 중요하게 인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 철학을 지원하는 물리적 환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철학에서는 공간을 ‘세 번째 교사’로 간주한다.
교사가 첫 번째 교사, 또래가 두 번째 교사라면 물리적 환경 자체가 세 번째 교사로서 아이들의 학습과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교육 과정의 적극적인 요소이며, 특정한 가치와 기대를 암묵적으로 전달한다.
--- p.102
후지 유치원은 완성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처음 지어졌을 때와 현재의 모습은 미묘하게 다르다.
아이들의 장난감과 그림이 벽에 더해지고 나무들은 더 크게 자랐으며, 공간은 사용자들의 필요에 맞게 조금씩 변형되었다.
이에 관해 테즈카는 “우리는 완벽하게 완성된 건물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 유기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말이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교육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고정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후지 유치원은 교육 공간이 어떻게 아이들의 학습과 발달을 지원하는지, 또 건축이 어떻게 교육 철학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 교육 디자인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
현재 많은 교육 공간이 후지 유치원을 모델로 삼아 지어지고 있으며, 테즈카가 꿈꾸었던 ‘하나의 마을’이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 p.107
코쿤 유치원은 전면 유리창을 통해 실내와 실외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유리 패널이 아이들에게 항상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아이들이 자연과 단절된 상자 안에 갇혀 있다고 느끼지 않길 원한 건축가의 배려다.
전체 높이의 유리창을 통해 아이들은 계속해서 바깥 세계를 보고,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계절의 흐름을 체험한다.
이 디자인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실내에서도 마치 야외에 있는 듯한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창의적 사고와 자유로운 표현을 촉진한다.
기능적으로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인공조명의 필요성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남쪽 외벽에서 들어오는 태양열을 줄이기 위해 지붕 가장자리를 지면에 더 가깝게 설계하고, 단열 유리를 사용해 열 획득을 조절했다.
--- p.110
가장 큰 변화는 벽이다.
각 교실의 두 군데 벽을 회전하게끔 만들어 공간을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도록 했다.
벽을 열면 복도 일부를 포함하여 넓은 교실을 만들 수 있고, 닫으면 집중적인 학습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직접 문을 회전시켜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직접 체험한다.
벽이 공간 분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적 도구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회전하는 벽은 좁은 공간에서 활동과 동선이 겹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프라이버시 공간과 공유 공간 사이의 균형을 찾는 시스템인 것이다.
또한, 벽면에는 패브릭으로 마감한 원형 쿠션을 부착했다.
쿠션은 바닥에 놓고 앉을 수도 있다.
이러한 유동적 요소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재구성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 p.117
서울독일학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제한된 공간과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교육 공간이 단순히 수업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교육 철학을 체현하고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다니엘 발레는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전통적인 교실 모델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입니다.
하지만 현대 교육은 더 유연하고 협력적인 환경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디자인은 이러한 변화하는 교육 패러다임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라고 정리한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경계를 허무는 교육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극복하고, 교육 철학을 건축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아이들이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한 것이다.
이는 미래 교육 공간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 p.122
담당 건축가 김우종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학교에서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가 숨바꼭질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반적인 교실에는 숨을 곳이 마땅히 없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교실 안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라고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교실 뒤편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다락방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집에서처럼 안락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3학년 담임 교사는 “다락방에 올라가면 교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요.
그리고 복도 쪽도 내다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마치 비밀 기지 같은 느낌을 주죠.
그리고 처음에는 다락방 사용 규칙을 정해야 했어요.
너무 많은 아이가 한꺼번에 올라가려고 했거든요.
지금은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며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 p.123
혁신적인 교육 공간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제기되는 우려는 ‘비용’이다.
많은 학교가 특별한 공간을 원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 공간 혁신에 반드시 큰 비용이 드는 건 아니다.
블루밍데일 코쿤 유치원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곡선형 구조를 구현했지만,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해 제한된 예산 내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지역적 맥락과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서울독일학교는 회전 벽이라는 단순한 요소로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 p.136
농장 유치원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인 환경 위기와 기후 변화로 인해 촉발한 지속가능성 관련 논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가의 첨단 기술에 의존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들을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장 유치원 프로젝트는 지역의 기후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전통적 지식의 현대적 재해석,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교육 시설이 교육의 내용과 방법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농장 유치원의 건축적 특징 자체가 아이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교육 공간이 기능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요소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농장 유치원은 2014년 세계 건축 페스티벌에서 학교 건축 부문 최고상을, 2015년 아키타이저 A+상을, 2016년 AIA 국제 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이러한 국제적 인정은 이 프로젝트가 지역적 맥락을 넘어 보편적 가치와 혁신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 p.150
KN 유치원의 또 다른 특징은 놀이 공간을 강화해 아이들의 신체 활동 기회를 늘리고,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점이다.
이는 스마트 기기 사용량이 증가하고 주로 자동차로 이동하여 신체 활동량이 줄어드는 시골 지역 어린이에게 맞춤한 방식이다.
우선 다목적 홀은 평평하고 넓은 정면과 높은 계단 층이 대조성을 이루며, 한쪽에는 미끄럼틀이, 반대편에는 그물 놀이 공간이 있어 강당의 역할과 놀이 공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중 개미집처럼 사방으로 펼쳐지는 그물 놀이 공간은 아이들의 활동을 단면적으로 보여주어 보호자가 아이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높은 곳을 오르는 성취감을 제공한다.
이런 디자인은 아이들이 사방팔방으로 자유롭게 탐험하는 공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 p.156
미래학교는 ‘구름 속의 학교’라고 불린다.
이는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학교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과 모습이 명확히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처럼 그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번 집필을 위해 여러 연구와 조사를 접했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인식이 국가별, 세대별로 무척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1980~1990년대의 학교를 떠올리면 ‘선생님의 발음대로 배우던 외국어 수업’, ‘끝없이 반복되던 외국어 테이프’가 생각난다.
이어서 ‘시청각 교육실에서 보던 비디오’가 떠오르고, 빨간 펜으로 채점되던 답안지가 ‘OMR 카드’로 대체된 것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 오래된 기억을 살펴보면 학교라는 곳은 (형식적이었을지언정) 교육에 필요한 첨단기기와 자료가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학교에는 각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부터 전산실이 있었고, 집에서는 보기 힘든 인체 모형과 표본을 갖춘 과학실이 있었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 꽂힌 도서관이 있었다.
즉, 가정보다 세대를 앞서간 곳이 바로 학교였다.
--- p.162
로잔 보쉬는 “학교는 아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교실이 없는 개방된 구조 덕분에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생들은 최대한 많이 움직이면서 공부한다.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학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공부한다.
어디든 오갈 수 있으며, 어디든 드나들 수 있다.
이것은 ‘창의성은 공간에서 나온다’라는 관점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곳의 학생 활동에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른다.
개별학습, 공동작업, 그룹 활동, 놀이학습, 발표 및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공간들은 다섯 가지 원칙 중 한 가지 이상의 성격을 지닌다.
이 공간들에 관한 중요한 관점은 학습자의 학습 성향을 고려한 공간 구성이라는 점이다.
--- p.164~165
건물의 배치는 땅의 형상에 따랐다.
공항고등학교가 이전할 부지는 ‘ㄱ’ 자 형태였고, 이는 곡선형의 몰 타입 건물 배치가 가능한 형태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곡선형의 몰 타입 건물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을 남향에 두기 위한 노력이었다.
처음에는 ‘ㄱ’ 자 부지의 머리 부분이 인접 학교 건물에 가로막혀 채광과 개방성이 좋지 않아, 머리 부분을 제외한 부지에 30개 교실과 운동장을 배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교실을 남향에 두기에는 폭이 좁았고, 건물을 5층으로 올리자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운동장을 좌측에 놓는 ‘Z’자 형태의 교실 배치가 도출되었다.
마을결합형 학교로서 개방성과 면학 분위기 조성이라는 다소 상충적인 학교의 성격을 충족할 방안이기도 했다.
--- p.177
친환경 교육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도시화된 공간에서 조금 더 자연과 가까이하고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데에 있다.
도시 속 친환경 교육 공간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할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친환경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학교 내 생태 정원, 옥상 녹화, 실내 정원 등은 학생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자연을 발견하고 탐색하는 공간이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지붕이나 벽면의 태양광 패널, 빗물 재활용 시스템, 자연 환기 시스템, 지열 냉난방 등의 설치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실천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체험하게 하고,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또한 지역 공동체와의 결합한 교육 공간은 사회적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생생한 교과서다.
지역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통해 학생들은 공유의 가치를 배우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키울 수 있다.
학교가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설계될 때, 학생들은 도시에서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 p.184
‘교실의 한쪽 벽면을 유리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책상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바닥에 푹신한 카펫을 깔면 아이들의 학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복도와 교실 사이의 벽을 허물고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면 학교 문화는 어떻게 변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건축적 호기심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교육적 메시지를 전한다.
네모난 교실, 일렬로 배치된 책상, 교단과 칠판이 있는 전면부, 복도를 따라 늘어선 폐쇄적 공간 배치 이 모든 요소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행동 방식과 사고 패턴을 조용히 가르친다.
그래서 교육 공간을 학습자의 경험과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여 ‘침묵의 교사’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교실의 책상 배치, 복도의 너비, 천장의 높이, 빛의 각도, 바닥의 재질 이 모든 요소가 아이들에게 “여기서는 이렇게 행동해야 해”, “이곳은 조용히 하는 곳이야”, “여기서는 마음껏 뛰어도 돼”라고 말을 건다.
--- p.197
구체적으로 2023년 서울 소재 비인가 대안학교 38곳 중 86%가 전통적 교실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수익성과 효율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교육 기관 운영자 대부분이 임대료나 강사료 같은 직접 비용을 줄여야 해 공간 혁신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교육 공간 개선에는 최소한의 투자만 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사교육 기관 운영자는 해당 과목 전문가이거나 경영인이므로 교육 환경 설계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셋째, 「학원의 설립과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상 사교육 기관은 교습 목적에 맞는 시설과 설비를 갖추어야 하지만, 기준은 면적, 안전, 위생 중심일 뿐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각종 규제와 인허가 절차는 공간 변형과 혁신적 시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 p.212
학생 한 명이 평생 잊지 못할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교사가 열정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 지역 사회가 함께 사용하고 가꿔나갈 수 있는 열린교육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진정한 가치를 두는지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 공간에 대한 투자와 규제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만 따지기보다, 그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얻게 될 교육적 가치와 경험의 질을 중심에 두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p.223
출판사 리뷰
교육 공간 건축가이자 아이스토리만의 특별한 시선!
결국 좋은 공간이 아이들의 행복을 결정짓는다!
이 책은 단순한 교육 공간 개선 안내서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제안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혁명의 시작이다.
특히 사교육 관계자들-학원장, 대안학교 운영자, 교육센터 설립자-에게 교육 공간이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투자’ 항목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초기에는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 효과 향상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필자가 제안한 교육 공간을 도입한 일부 선도적 사교육 기관들이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교실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호기심이 피어나고, 복도를 걸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며,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지식의 불꽃을 더 밝게 만드는 공간이다.
단기적 수익성을 넘어, 교육 가치의 창출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학교와 학원이 늘어난다면 우리 교육이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좋은 공간이 아이들의 행복을 결정짓는다!
이 책은 단순한 교육 공간 개선 안내서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제안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혁명의 시작이다.
특히 사교육 관계자들-학원장, 대안학교 운영자, 교육센터 설립자-에게 교육 공간이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투자’ 항목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초기에는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 효과 향상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필자가 제안한 교육 공간을 도입한 일부 선도적 사교육 기관들이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교실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호기심이 피어나고, 복도를 걸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며,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지식의 불꽃을 더 밝게 만드는 공간이다.
단기적 수익성을 넘어, 교육 가치의 창출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학교와 학원이 늘어난다면 우리 교육이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8월 01일
- 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152*225*20mm
- ISBN13 : 9791167852717
- ISBN10 : 1167852710
You may also like
카테고리
한국어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