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정보로 건너뛰기
문화과학 (계간) : 123호 가을 [2025년]
문화과학 (계간) : 123호 가을 [2025년]
Description
책소개
계간 『문화/과학』 123호(2025년 가을) ‘AI 세계질서’ 특집호 발간

이번 123호(가을) ‘AI 세계질서’ 특집은 소버린 AI와 AI 전환(AX) 담론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AI가 만들어내는 세계의 문제, 즉 국가와 기술기업, 그리고 기술자본이 우리 삶의 방향을 닦달하고 주권적 명령을 내리는 현실 비판을 담았다.
이번 호 특집은 AI가 전지구적, 인류세적 거대기계이자 세계체제의 기술-자본, 기업-국가 복합체가 됨으로써 새로운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만들어내는 식민화 기계가 되었음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집의 주요 내용은, 1) 테크기업의 자본축적과 국가의 기술 내셔널리즘의 도구로 작용하는 AI 주권 및 전환 정책 담론 비판, 2) 세계체제의 기술체계로서 AI에 기댄 기술봉건주의적 자본주의 체제 전환 분석, 3) AI 기술에 기댄 노동시장의 변화와 자본의 편향적 활용과 노동 통제 위험성, 4) 세계 인식 방식과 경험을 특정하게 변화시키는 AI 이데올로기와 AI 제국의 식민주의 질서, 5) 국내 인권 기반의 AI기본법 도입의 중요성을 논하는 다섯 꼭지로 구성되었다.

기획 시리즈는 총 3개의 글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호(122호)에 이은 이번 두 번째 〈극우 기획〉에서는 ‘한국 극우의 계보’로서 한국의 역사와 사상, 그리고 광장의 정동적 국면 속에서 극우의 진화 양상을 인종주의, 반젠더퀴어, 정동정치와 연관한 직접민주주의 문제를 다룬다.
〈동시대 분석〉에서는 세습 계급 사회가 공고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인문사회계열 비정규교수의 노동문제를 다룬다.
그 밖에도 〈이론의 재구성〉에서는 인간중심주의와 물질 이론의 양자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비판적 문화연구를 제안한다.
〈이미지 큐레이팅〉은 생성형 AI를 매개로 기술, 문화, 권력 사이의 긴장과 모순을 제기하는 창작 작업을 소개한다.

목차
5 123호를 내며: AI는 과연 세계를 변혁하는가
/책임편집위원: 김현준·강신규·신현우·이광석·조윤희

특집 / AI 세계질서
21 AI는 (어떤) 세계를 생성하는가: 최첨단의 운명론과 ‘거대 기술과학’으로서 AI 주권 및 대전환 정책 담론 비판 / 김현준
49 AI 열전(Thermal war), 세계체제의 기술 체계: 열의 장막 속 빅테크 지대의 부상 / 신현우
71 AI 도입과 증강의 노동구조 변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 자본의 편향적 활용과 노동 통제 위험성을 중심으로 / 김종진
88 인공지능이라는 이데올로기 생성 장치와 식민주의적 추출 시스템 / 김상민
110 한국의 인공지능기본법과 ‘영향받는 사람’ / 장여경

기획 / 한국 극우의 계보
157 ‘극우’ 해체하기, 또는 생활 속의 반파시즘 / 후지이 다케시
170 한국 극우의 젠더(반대) 정치학: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을 중심으로 / 김보명
186 극우의 정동정치와 유사직접민주주의 / 조정환

동시대 분석
211 세습 계급 사회 / 신광영
227 인문사회계열 비정규교수의 연구 지원 / 김진균

텍스트의 재발견
243 몸들이 만나 우리를 지연시킬 때 / 연혜원
― 강유정 외, 『다시 만날 세계에서』
― 이유정 외,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
255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날 수 없다” / 임태훈
― 신현우의『알고리즘 자본주의』
267 현실 기반 정책연구자가 던지는 ‘트윈 전환의 선순환’이라는 다소 위험한 제안 / 김상철
― 김병권의『AI와 기후의 미래

이론의 재구성
283 비판적 문화연구와 ‘사물 논리’의 접합 가능성과 쟁점들 / 김성윤

이미지 큐레이팅 / 심소미×김상규
132 장진승
138 민찬욱
144 에스탐파

출판사 리뷰
123호 : 〈AI 세계질서〉 (책임편집: 김현준·강신규·신현우·이광석·조윤희 편집위원)

‘AI 낙관론’이나 ‘운명론’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가혹한 운명론적 계시가 국가와 기업, 우리의 삶에 주권적 명령을 내리고 있다.
주어진 기술 지배의 운명을 거부하지 말고 너희 삶과 국가를 바치며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라고.
세계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일까.
이번 호의 특집은 AI와 ‘세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양자는 서로를 구성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특히 AI의 위상은 인간의 도구적 제작 영역을 넘어 세계를 만들거나 심지어 위협하는 인류세적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또 세계는 AI라는 물질적 ‘알리바이’를 만들어 국가나 국제질서, 그리고 자본의 ‘폭력적’ 현존과 ‘정상성’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국제 패권질서, 국가 자본주의, 문예 창작, 지식 생산, 자기 계발, 노동 통제의 도구로서 AI는 어느새 ‘세계’의 질서 그 자체처럼 보인다.(「123호를 내며: AI는 과연 세계를 변혁하는가 」중에서).


[특집]

AI는 (어떤) 세계를 생성하는가: 최첨단의 운명론과 ‘거대 기술과학’으로서 AI 주권 및 대전환 정책 담론 비판 / 김현준

이 글은 ‘소버린 AI’가 표면적으로는 국가 기술주권 확보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국내외 테크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자 기업-국가복합체의 기술 내셔널리즘과 자본 축적의 도구로 작동하면서 복잡한 권력구조를 은폐한다고 진단한다.
각국의 기술 종속 불안을 자극해 GPU와 데이터센터 판매를 늘리려는 엔비디아의 상업적 의도에서 출발한 ‘소버린 AI’는 미중 신냉전 질서 속에서 군산 복합체와 결합하여 자본 축적을 가속화하는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한국 기술 기업들에 있어서는 내셔널리즘을 동원하면서도 실제로는 글로벌 자본 순환 체계에 편입되기 위한 기술권력 증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AI 대전환(AX) 담론은 ‘속도전’을 절대화하는 ‘과속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면서 시민의 데이터 주권과 민주적 통제권을 체계적으로 희생시키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초가속 기술자본주의’에 맞서 ‘속도 정렬’ ‘신체 정렬’을 원리로 하는 ‘AI 감속장치’ 설계를 제안한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AI 주권은 국가-자본복합체의 이익이 아닌 시민주권과 기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체계에서만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AI 열전(Thermal war), 세계체제의 기술 체계: 열의 장막 속 빅테크 지대의 부상 / 신현우

세계체제 이론의 관점에서 전 지구적 AI 지정학을 분석하는 글이다.
자본주의의 행성적 보편화라는 역사적 과정으로서 세계화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신자유주의와 ‘차이메리카’의 질서는 끝났다.
신현우는 세계체제의 장기 순환이 AI 확산으로 인해 ‘신경망으로의 공간적 조정’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진단한다.
자본 순환이 기술의 발달과 확산에 의해 끝없이 이윤율 저하 경향으로 압축되는, 시간에 의한 공간의 절멸이 전 지구적 네트워크와 신경망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반도체, 에너지라는 토대에서 AI는 행성의 세 가지 열(지구의 열, 반도체의 열, 인간의 체열)을 추출하는 ‘세계체제의 기술 체계’가 되었다고 규정한다.
세계체제의 기술 체계로서의 AI는 이전의 제국들이 중심부와 주변부, 그리고 종속을 공고화하는 메커니즘을 고도로 복잡화한다.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제국 간의 충돌이 아니라, 세 가지 열의 자본주의적 순환을 둘러싼 경합이자 뒤엉킴, ‘AI 열전(Thermal War)’으로 규정된다.
신현우는 기존 세계체제 이론에서 ‘제국주의적 지대’로 정의한 것들을 ‘빅테크 지대(Bigtech Rent)’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논의하며, 세계체제의 기술 체계로서의 AI가 자본주의를 기술봉건주의적으로 전회시키고 있음을 포착한다.

AI 도입과 증강의 노동구조 변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 자본의 편향적 활용과 노동 통제 위험성을 중심으로 / 김종진

이 글은 AI 기술이 야기하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자본의 편향적 활용과 노동 통제 위험성이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국내 노동자 88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통해, AI가 미치는 영향이 고용 형태에 따라 첨예하게 분화되는 현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드러낸다.
조사 결과, AI 도입이 정규직에게는 ‘업무시간 단축’과 ‘작업량 감소’ 등 긍정적 효과로 이어진 반면, 비정규직에게는 ‘일감 감소’와 ‘일자리 상실의 불안과 스트레스’처럼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는 실제 일감 감소와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율이 가장 높아 취약성이 확인됐다.
또 노동자들은 AI를 통한 데이터 수집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모니터링을 가장한 감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관련해 필자는 AI가 과연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술인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며, 고용관계를 악화시키는 비생산적인 경우는 AI를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채용 차별을 막는 편향성 감사를 도입하고, 노동 통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도화하며, AI 활용에 있어 금지할 영역과 허용할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데올로기 생성 장치와 식민주의적 추출 시스템 / 김상민

이 글은 인공지능이 이데올로기 생성 장치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처럼 작동함으로써 우리의 세계 인식 방식과 경험을 특정하게 변환시키고 있음을 논한다.
즉 AI는 우리가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며, 의미를 만드는 사회적 과정 자체에 개입한다.
빅테크가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 독점 서비스로 운용하는 AI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마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완벽하고 우월한 미디어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글쓰기 등 창작 과정에서 AI 사용이 ‘인지적 채무’(신경연결성 및 기억력 감소)를 야기함을 보여준다.
또한 AI는 인간의 지적 탐구 능력을 획일화하며, 사회문화적 사유를 평균화·외주화하는 치명적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김상민은 이런 현실을 AI 제국의 식민주의 질서로 규정하고, AI 이데올로기의 추출에 대항하는 새로운 문화질서를 창발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의 인공지능기본법과 ‘영향받는 사람’ / 장여경

이 글은 한국 인공지능기본법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과 그 쟁점을 살펴보며 인공지능에 대한 인권기반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이다.
국내 인공지능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에 규제 완화와 과기부 중심의 인공지능 거버넌스 구축이 있음을 정리한 장여경은 인공지능법의 주된 이해관계자가 산업계와 과기부로만 인식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반해 국제 인권 규범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권기반 접근을 취하면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그 권리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국내 시민사회 또한 인공지능기본법에 인권기반 접근을 요구해왔다.
다만 시민사회의 요구는 매우 부분적으로만 반영되어 있을 뿐, 피해를 입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장여경은 비판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산업과 국가로만 한정되어 상상되고 인공지능 생태계로 인해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가 위축되어가는 현재를 우려하며, 인공지능과 함께 만들어나갈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의 주인은 산업이 아닌 사람임을 강조한다.

[기획 / 한국 극우의 계보]

‘극우’ 해체하기, 또는 생활 속의 반파시즘 / 후지이 다케시
이 글은 인종주의와 적대적 정치, 그리고 폭력에 젖어 있는 한국사회를 비판하면서 극우 파시즘에 쏠리지 않게 하는 일상생활 속 힘을 모색한다.
이 글은 극우를 민족주의의 일종으로 보지 않으며,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구별해 이를 배제의 논리에 기반하는 인종주의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는 ‘빨갱이’가 인종화된 과정을 통해 인종주의적 사고가 사회에 뿌리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적’을 설정하는 정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적대적인 사고의 한계를 지적하며, 여성과 소수자의 돌봄과 삶의 지속이 대항폭력보다 강한 힘이라고 주장한다.
평화나 공존은 적을 제거하거나 갈등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극심한 갈등을 견디는 힘이며, 그러한 인내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역설한다.
또 이 글에서 저자는 폭력의 연쇄를 끊는 방법을 제시한다.
1980년과 2024년 계엄군의 차이를 분석하며, 군인권센터의 활동이 군대 내 인간성 회복에 기여했음을 강조한다.
인간성 말살이 잔인한 가해자를 만드는 원인이라면, 인간 대우가 그 해답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성애/여성혐오를 부추김으로써 세력을 얻는 극우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간 문화를 제거하고 성적 욕망을 제대로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국 극우의 젠더(반대) 정치학: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을 중심으로 / 김보명

이 글은 극우와 젠더 정치학이 접하는 지점으로서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본다.
그는 극우의 기원 서사인 반공주의에 보수 개신교가 적극적으로 전개해온 반동성애 담론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조합인 ‘종북게이’에 주목하여, 이것이 정치적 범주와 성적 범주의 결합으로서 퀴어를 국가 공동체와 공존할 수 없는 적으로 설정해 퀴어에 대한 근본적 부정을 표한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기치로 2024년 10월 개최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와 올해 5월 발생한 퀴어영화제 행사에 대한 아트하우스 모모 대관 취소 사건이 보수 개신교가 반동성애 운동을 통해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는 영토, 즉 ‘기독교 국가’ 건설의 서사를 충실히 따른다고 분석한다.
김보명은 이러한 ‘기독교 국가’라는 기원적 서사가 허구적인 만큼 완전한 정교분리는 가능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광장에서 보수 개신교와 적극적으로 마주하면서 정치와 종교 간 차이와 관계의 균형을 그 경계 영역에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의 정동정치와 유사직접민주주의 / 조정환

이 글은 최근 윤석열 탄핵 정국 전후로 부상한 한국 극우의 정동적 측면을 정교하게 진단하는 글이다.
그는 한국 극우의 가시화에서 네 장면에 주목하는데, ① 계엄군 국회 침투 ②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 ③ 윤석열 구속 취소와 석방 ④ 조기대선 토론회에서 이준석의 성폭력 발언에 주목한다.
네 순간은 한국 극우가 대의제도를 빌미로 폭력 사태를 일삼고 국민주권 자체에 대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음을 지시한다.
극우는 수십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지배와 그것의 위기 속에서 공화정을 부정하는 정동을 키워왔다.
전 지구적 현상인 극우 네오파시즘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는커녕 국가권위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해 오히려 신자유주의 내부 모순을 극단화한다.
이는 대의주의적 극우(제도권력 점유), 예외주의적 극우(직접민주주의 양태 전유)라는 두 가지 형식 속에서 비언표적 대의를 내세우는 것으로 나타난다.
조정환은 대의세력 전체(중도보수, 좌파)가 신자유주의 질서에 포섭되는 상황에서 ‘다중과 좌파의 재구성’을 역설한다.
그는 2024년 시민 저항을 역사적인 민중투쟁의 연속선상에서 ‘빛의 혁명’으로 명명하고, 신자유주의 속에서 대항하고 넘어서는 ‘저월(subscendental)’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즉 좌파는 다중의 집단지성과 직접행동을 전략적 지도력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공통장’을 확장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대 분석]

세습 계급 사회 / 신광영

이 글은 현대 한국사회가 능력주의 담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계급 세습이 공고화되는 ‘세습 계급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피케티의 ‘세습 자본주의’ 개념을 인용하며, 1970년대 이후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면서 부의 집중과 세습이 가속화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듯이, 사회이동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현대사회의 계급 세습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부르디외의 문화자본처럼, 가족의 문화적 배경이 자녀의 교육 성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간계급의 교육 매개 세습이 있다.
둘째는 부유층의 상속·증여를 통한 직접적 자산 이전이다.
한국의 경우 GDP 40%를 차지하는 5대 재벌의 극단적 경제력 집중이 이를 보여준다.
셋째는 교육 기회 부재와 자산 상속 불가능으로 인한 사회적 배제의 세습이다.
아울러 저출생 현상도 자산 집중을 가속화하여 계급 세습을 더욱 공고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론적으로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실제 계급 세습 구조를 은폐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진정한 사회이동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문사회계열 비정규교수의 연구 지원 / 김진균

이 글은 암담한 현실과 열악한 처우의 상징이 된 인문사회계열 비정규교수의 노동문제를 다룬다.
특히 대학과 정부가 개정 강사법의 합의 정신을 어기고 각종 꼼수로 비정규교수를 양산하며 교원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현실을 지적한다.
비정규교수들은 연구 임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연구 공간이나 보상은 거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국가 R&D 예산의1%에 불과한 지원은 연구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한다.
필자는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인문사회계 비정규교수의 고용 안정과 연구 환경 개선에 대한 장기적 재정 투입, 엘리트교육에서 보편적 교양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연구자 복지법 추진, 연구자 공제회 설립운동, 노동조합을 통한 연대 강화 등 다중의 과제를 제시하며, “삶의 모든 영역을 상품화하며 일체의 공공성을 거두어버리는 세상에서, 우리의 학문이 붕괴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공동체의 희망도 사라질 것”이라 경고한다.

[텍스트의 재발견]

몸들이 만나 우리를 지연시킬 때 / 연혜원

이 글은 여성의 광장 경험을 담은 두 책, 『다시 만날 세계에서』(강유정 외)와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이유정 외)를 통해 마주한 곤경을 풀어냈다.
광장에 나온 여성들은 이전부터 동질한 집단으로 간주되고 호명되어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 간의 차이와 이질성은 사라지지 않으며 여성은 그 안에서 분열을 겪기도 한다.
두 책을 페미니스트 자문화기술지로 분석하고자 한 연혜원은 이 책들이 여성 집단의 내적 분열 안에서 서로 다른 노선을 택했다고 진단한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의 필진이 드러낸 정치적 권력 차이에서는 소통 불가능성이 엿보였다면,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에서 보다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불일치와 균열은 연대의 조건으로 이야기된다는 것이다.
연혜원이 지적하듯, 온라인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페미니즘이 전개될 때 고립과 무기력함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광장에서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일은 무척 곤란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와 같은 ‘부대낌’에서 연대의 페미니즘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하는 연혜원은, 여성을 호명하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강요하는 자긍심이 아닌 여성의 분열에 더욱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날 수 없다” / 임태훈

이 글은 신현우의 『알고리즘 자본주의』를 “이제 막 지나온 시대를 분석한 중요한 성취”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가속하는 AI 시대에 그 분석틀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보강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신현우가 제시한 ‘인지 자동화’는 ‘사유 능력의 파산’으로, ‘메타데이터의 인클로저’는 미래 가능성까지 독점하는 ‘존재론적 인클로저’로 심화되었다고 진단한다.
또한 AI가 노동통제 매개자를 넘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자율적 ‘행위자’로까지 격상되었음을 지적하며, 이는 인간이 소멸하는 ‘가치 생산의 탈인간화’ 문제라고 역설한다.
나아가 신현우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커먼즈 신경망’이나 ‘데이터 주권’ 개념이 거버넌스 문제를 비껴가거나 신자유주의 논리에 포섭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할 것들로 ‘생성기반에 대한 사회적 배당’ 논의를 소개하며, ‘지능의 정치생태학’ 구축, ‘인간고유성의 보호구역’ 설정, ‘불투명성의 정치’를 통한 저항 전략을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는 기술 변화의 역학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과 가치, 주권의 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현실을 주시해야 하며, 예측과 분류가 불가능한 주체, 읽히기를 거부하는 주체로 거듭날 기술을 발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실 기반 정책연구자가 던지는 ‘트윈 전환의 선순환’이라는 다소 위험한 제안 / 김상철

이 글은『AI와 기후의 미래』(김병권)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김상철은『AI와 기후의 미래』가 디지털 전환 및 생태 전환과 관련된 상충된 입장들을 치밀하게 정리하여 중요한 참조점을제공하고 일종의 소거법 전략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평가한다.
다만 저자가 ‘트윈 전환’을 논의하기에 앞서 그것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 책이 트윈 전환 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방법론 개발과 생태 전환의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 그는, 저자가 견지하고자 하는 생태경제학적 관점과 정책연구 간에는 내적 긴장이 존재한다고 짚는다.
이어서 김상철은 저자가 지향하는 디지털 전환과 생태적 전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단순한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주체임을 상기해야 하며, 따라서 정부에 대한 통제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론의 재구성]

비판적 문화연구와 ‘사물 논리’의 접합 가능성과 쟁점들 / 김성윤

이 글은 오늘날 문화연구가 인간중심주의적 관성과 물질 이론의 물화라는 두 가지 함정에 발 담그지 않는, 또 다른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은 벤야민과 푸코라는 참조점이 있었던 문화연구에서 사물 논리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도, ‘정동’과 ‘생기론’, ‘신유물론’ 등을 내세우는 오늘날의 사물 논리가 비판적 문화연구와 온전히 접합하기에는 일정한 난점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이에 이 글은 문화연구가 사물의 논리를 순조롭게 접합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계의 조건을 제시한다.
그 골자는 말의 논리와 사물의 논리 어느 쪽 편향에도 빠지지 않고, 회고주의적 전망이 아니라 세속화된 현실로부터 정치적 상상력을 시작해야 하며, ‘착취-지배-소외’의 문제 형식에 대한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설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큐레이팅] / 심소미×김상규
장진승
민찬욱
에스탐파

이번 『문화/과학』 123호의 이미지 큐레이팅은 오늘날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예술가라는 주체와 창작의 고유성을 다시 정의하게 만들며, 더 나아가 예술의 개념과 창작 윤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예술 내부의 담론에 한정하지 않고, 인간과 기계, 기술과 세계가 맺는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 예술가들을 주목했다.
장진승, 민찬욱, 에스탐파의 작업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매개로 하여 시각 체계와 지식, 경험과 역사에 걸친 변화를 드러내며, 동시에 기술과 문화, 권력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과 모순을 성찰하게 한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153*224*30mm
- ISBN13 : 9771228026004
- ISBN10 : 12280267

You may also like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