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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평 (계간) : Vol.24 가을호 [2025]
현대비평 (계간) : Vol.24 가을호 [2025]
Description
책소개
『현대비평』 2025년 가을호(제24호)는 ‘특집_‘질병’의 상상력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을 마련하고, ‘한국의 현대비평 ̄남송우’,‘오늘의 비평 ̄문혜원’, ‘비평가의 시각’, ‘비평집 리뷰’, ‘철학 및 역사 비평’, ‘예술 비평’, ‘영화 비평’, ‘트랜스크리틱’ 등의 지면들을 통해 문학비평을 중심으로 여타 인문학 분야, 인접 예술 및 문화 분야 등과의 비평적 대화 및 융합을 시도합니다.

‘특집_‘질병’의 상상력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특별 기획하고 대산문화재단이 후원한 2025년 비평 심포지엄을 지상 중계합니다.
이 비평 심포지엄은 〈‘질병’의 상상력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이라는 주제하에 1부 ‘질병의 상상력과 윤리 ̄문학(시, 소설, SF)’에서 김보경, 이지은, 박인성 평론가가 발표한 후 이재복 평론가가 토론 및 질의응답을 하고, 2부 ‘질병 서사와 자아의 새로운 인식 ̄영화 및 논픽션’에서는 김남석, 최세흰 평론가가 발표한 후 홍용희 평론가가 토론 및 질의응답을 합니다.

목차
특집_ ‘질병’의 상상력·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
1부 질병의 상상력과 윤리  ̄ 문학(시/소설/SF)
16 김보경 누운 몸들의 이야기  ̄ 치병시(治病詩)로 읽는 권민경, 김혜순의 시
39 이지은 안티 에이징(anti aging) 사회의 노인들  ̄ 질병이 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상상력의 임계
56 박인성 휴머니즘 재장전  ̄ SF와 메타-휴머니즘의 매개적 상상력
90 이재복 김보경·박인성·이지은 발표문에 대한 토론문

2부 질병 서사와 자아의 새로운 인식  ̄ 영화 및 논픽션
96 김남석 광기의 역사에서 변이된 타자로
117 최새흰 죽고 싶은데 떡볶이가 먹고 싶은 이유
128 홍용희 김남석·최새흰 발표문에 대한 토론문

한국의 현대 비평  ̄ 남송우
132 정훈 ‘곽리자고’의 육성, 그 저공(低空)으로 연주하는 비평의 숨결에 대하여  ̄ 남송우 지역문화론 단상
144 박동억 남송우 비평의 뿌리  ̄ 윤동주, 고석규, 김윤식

오늘의 비평  ̄ 문혜원
160 송현지 열거와 생성  ̄ 문혜원의 비평을 환유적으로 읽기

비평가의 시각
174 우찬제 별거 아닌 별거
189 오형엽 심연적 실재와 몽유적 숭고의 두 계열  ̄ 2000년대 이후 한국 시의 유형과 계보 1
228 조연정 공명의 문학  ̄ 성민엽의 비평을 읽으며

비평집 리뷰
240 이숭원 포스트휴먼 시대 문학의 항로  ̄ 김주연, 『포스트휴먼과 문학』(문학과지성사, 2025)
253 노지영 돌아보고, 돌보는 후위의 마음  ̄ 이병국, 『포기하지 않는 마음』(걷는사람, 2024)

철학 및 역사 비평
266 권영우 우리는 통일된 진리론을 가지고 있는가?

예술 비평
276 빈 속 나의 허물을 간직하세요  ̄ 한국민담 「구렁덩덩 신선비」의 사랑과 삶 이해

영화 비평
296 안숭범 누구의 것도 아닌, 누구일 필요도 없는  ̄ 〈아노라〉론

트랜스크리틱
310 백경선 전문직 드라마의 변신  ̄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과 〈서초동〉

책 속으로
이러한 글에서 특징적인 점은 질병이 문학적 은유나 상징으로 쓰이기보다는 현실적인 경험의 맥락에서 성찰이나 사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질병을 치료하거나 극복하는 치유 모델에 기반한 서사만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과 치료, 관리를 둘러싼 신자유주의적 통치술과 비장애중심주의에 저항하거나 균열을 내는 서사가 쓰이고 있다.
현실의 경험적 자아를 문학 작품에 노출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지며 위와 같은 질병에 관한 자기 서사는 비교적 비재현적인 수사에 의존하는 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치병시’라 불릴 만한 이러한 경향의 시에는 질병과 고통, 죽음의 부정성을 제거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서사화하고자 한다.
이때 은유와 같은 문학적 장치들은 질병의 실체를 호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픈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질병과 문학의 관계가 새롭게 구축되어 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 p.18~19 「누운 몸들의 이야기  ̄ 치병시(治病詩)로 읽는 권민경, 김혜순의 시」(김보경) 중에서

당연하게도 노화를 늦추고, 관리하고, 극복하는 데에는 생체 활동의 모든 조건들, 다시 말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어떠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노동하는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간에 쫓기며 정크푸드를 먹고 쾌적하지 못한 곳에서 생활하며 신체를 혹사하는 노동을 하면 빨리 늙는다.
시간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고, 생체 시간은 더더욱 그러하다.
‘노화의 질병화’는 ‘자연적인 신체 변화’로 여겨지던 노화를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념이자 계급적 결과로 인식하게 한다.
요컨대, 오늘날 노화는 ‘계급화된 질병’이 되었다.
--- p.42 「안티 에이징(anti aging) 사회의 노인들  ̄ 질병이 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상상력의 임계」(이지은) 중에서

이쯤에서 〈사이버펑크〉 시리즈가 공유하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연 증강된 기계 신체가 사이버사이코를 만드는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분명 사이버사이코는 병든 사회의 육체적 치환물이며, 구조적 찌꺼기에 가깝다.
하지만 핵심적인 응답은 사이버사이코가 결코 사이버네틱스를 통한 신체 개조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이버펑크 2077〉의 다양한 퀘스트 스토리가 보여주듯 모든 사이버사이코가 엄청난 사이버네틱스의 소유자이거나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임플란트를 결합한 인간들은 아니다.
오히려 한 파츠 정도를 겨우 교체하고도 사이버사이코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며, 그들은 난동을 부리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히 자신만의 방에서 현실 세계와 유리된 채 고립되어 죽어간다.
--- p.68 「휴머니즘 재장전  ̄ SF와 메타-휴머니즘의 매개적 상상력」(박인성) 중에서

한국 영화사에서 광기가 일정한 방향과 맥락으로 이어져 그 흐름을 형성한다는 관점은 하나의 추론이고 일종의 예비 시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점은 객관적으로 공인될 필요도 있고, 작품 사이의 연관성과 영향 관계를 더욱 명증하게 확인해야 할 절차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기를 다루는 방식을 추출하고 이를 질병으로 이해하는 과정에는, 한국 영화가 사회와 현실, 일상과 역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인식적 통찰이 배어날 수 있다.
그 통찰은 광기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상대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서 드러난다.
--- p.113 「광기의 역사에서 변이된 타자로」(김남석) 중에서

백세희의 에세이 내용의 대부분은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기록이다.
이와 같은 글쓰기의 성행을 보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일상적이고도 모순적인 감정을 ‘괜찮다’고 승인해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주체로 정신과 의사가 신뢰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이 죄를 고백하면 그 죄를 사해주는, 사목권력적(pastoral power) 형식이라고 생각해 보면 종교가 수행하던 역할을 의학이 도맡아 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형식의 자기고백적 글쓰기는 어떤 여성 개인의 형상을 주조하는가? 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 p.120 「죽고 싶은데 떡볶이가 먹고 싶은 이유」(류수연) 중에서

윤동주로부터 시작한 그의 문학 작업은 비평적 글쓰기를 뛰어넘어 우리 시대의 ‘문화론’을 다지고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태양이 희뿌연 지평선으로 얼굴을 내밀자 훤하게 밝아오는 누리의 맑고 청명한 빛처럼, 그의 또렷또렷한 음성 밑으로 깔리는 묵직한 그늘 같은 시선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한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길은 아무도 걸었던 적이 없지만 마음 놓고 뛰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한편으로, 그에게 쓰라린 마음의 ‘기도문’처럼 남아 있는 윤동주의 성찰적 자기반성이나 죄의식은 마치 공후인(??引)에 등장하는, 물속에 빠져든 광인과 그 아내를 말리지 못한 곽리자고의 죄책감과 비견될 수 있을까.
공후인의 노랫소리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전파된 것처럼, 남송우의 글이 손짓하는 메시지는 낮지만 깊숙이 찌르는 연주의 숨결처럼 한국 비평 문화의 굵직한 줄기로 남아 있다.
--- p.142 「‘곽리자고’의 육성, 그 저공(低空)으로 연주하는 비평의 숨결에 대하여  ̄ 남송우 지역문화론 단상」(정훈) 중에서

지역운동과 해양인문학이 곧 남송우 평론가가 일생 실천한 바를 일컫는 표어라고 한다면, 윤동주, 고석규, 김윤식에 대한 탐구는 그러한 실천의 뿌리이자 문학적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논점이 그의 비평사를 살피는 데 중요해보이는 이유는 최근 그가 윤동주, 고석규를 다시금 정리하는 저서를 간행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남송우는 자신의 석·박사 논문을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삶 엿보기』(부경대학교, 2007)라는 책으로 간행했고 이를 최근에 다시 『윤동주 시 다시 읽기』(불휘미디어, 2024)로 간행했다.
또한 논문 『1950년대 고석규 비평의 해석학적 연구』(1996)를 발표한 데 이어서 『고석규 평론선집』(지만지, 2015)을 간행했는데, 『고석규 평전』(국학자료원, 2022)을 간행하여 고석규 연구사를 총집성하였다.
최근 그는 자신의 비평 세계를 공고히 하며 자신의 학문적 뿌리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남송우 비평의 자양분이 된 문학의 지류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145~146 「남송우 비평의 뿌리  ̄ 윤동주, 고석규, 김윤식」(박동억) 중에서

문혜원에게 시는 곧 시론이고, 시론은 다시 시인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시가 시론이자 시에 대한 사유의 실천이며 시론의 변화가 곧 시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그의 반복되는 서술 방식은, 시·시론·시인의 삼각 구도가 문혜원 비평의 기본 단위임을 드러낸다.
이는 문혜원이 결국 비평을 통해 탐구하는 것이 개별 작품과 시론의 면면이 아니라 시라는 장르의 본질과 존재 조건임을 알려준다.
--- p.168 「열거와 생성  ̄ 문혜원의 비평을 환유적으로 읽기」(송현지) 중에서

우리말 ‘안녕’의 복합적 의미를 성찰하는 대목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그렇다.
돈과 덕 사이의 갈등에서 결코 안녕하기 어려운 현실을 거슬러 “부디 평안하라고”(255쪽) 기원하는 작가의 읊조림은 소설 속 로버트에게 국한된 정념일 수 없다.
오늘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이에게 동심원의 파문처럼 번지는 기원이고 기도이다.
‘별거 아닌 별거’인 돈의 권능을 성찰하면서, 어쩌면 작가는 기게스의 반지의 인문적 맥락을 재정립하고, 의미 있는 동시대의 반지 ̄서사를 상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게스의 반지는 결국 참주의 고통으로 귀결되었지만, 김애란의 반지는 그 고통을 추문화하면서 정녕 ‘안녕’한 세상을 추구하는 연금술을 펼친다.
--- p.187~188 「별거 아닌 별거」(우찬제) 중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버지’ ̄‘할머니(어머니)’ ̄‘나’로 구성되는 ‘가족’ 모티프에서 “아버지”가 상징계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신분석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는 변별되는 특수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나”가 상징계에 침윤되기도 하고 ‘존재 전이’를 통해 그것에 저항하기도 하는 이중성을 가진다는 점과, “나”의 ‘존재 전이’ 및 재생과 회복의 가능성이 자율적이고 능동적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버지 저 좀 붙잡아 주세요 빌어먹을”에서 보이듯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처지에서 얻어진다는 점이다.
수동적이고 비의지적인 정재학 시의 주체 양태는 필자가 앞에서 무의식적 소망 실현을 가능케 하는 동인 중의 하나가 “할머니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날카로운 초생달들”이라고 언급한 것과 연결된다.
--- p.195~196 「심연적 실재와 몽유적 숭고의 두 계열  ̄ 2000년대 이후 한국 시의 유형과 계보 1」(오형엽) 중에서

우리 시대의 문학이란, 비평이란 혹은 글쓰기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늪 속의 헤엄치기를 멈추지 않고 있을까.
폭력적 세계의 빈곤함을 증명하기 위해, 단 한 명의 독자일지언정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 아니면 그저 운명적인 장인 정신으로? 글쓰기는 여전히 고통스럽고 그 고통의 보람은 대부분 허공으로 흩어져버리고 마는 시대일지언정, 그 고통스러운 글쓰기마저 하지 않는다면 일회적인 인간 삶의 허망함을 견딜 수 없기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쓰고 있는 것일까.
그 허망함이야말로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 가장 강렬하게 ‘공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이러한 자리에 문학이 있는 것이라면 그 자리를 빈곤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236~237 「공명의 문학  ̄ 성민엽의 비평을 읽으며」(조연정) 중에서

낙관적인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은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 건전한 포스트휴먼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며 생태계 위기의 길을 찾았듯이, 이미 기술과 사물이 인간 영역 깊숙이 침투해 온 이상 기술이나 사물과 공존하여 디스토피아를 막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속성이라든가 현대사회에서 기술이나 사물이 갖는 위상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오지 않은 미래를 예견하면서 인간의 속성과 위상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 우리 문학인들에게 남아 있다.
김주연의 비평집은 우리에게 그러한 과제를 안겨준다.
--- p.244~245 「포스트휴먼 시대 문학의 항로  ̄ 김주연의 『포스트휴먼과 문학』에 부쳐」(이숭원) 중에서

글쓰기의 수행을 통해 이병국은 그 어떤 타자의 위험까지도 절대적으로 환대하는 미래의 선한 사마리안이 되려는 듯하다.
기존의 ‘좋은 사람’이라는 보편성을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타자들과 관계 맺으며 미지의 윤리들까지 환대하는 “‘좋은 곳’에 닿으려” 한다.
그것이 그가 걷고자 하는 비평의 길이다.
--- p.264 「돌아보고, 돌보는 후위의 마음  ̄ 이병국, 『포기하지 않는 마음』(걷는사람, 2024)」(노지영) 중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첫째,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분열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접점을 찾기 힘든 각각의 진리론을 받아들이고 각각의 진리를 자신의 진영 안에서 주장하는 것과 둘째, 서로 다른 진리도 사실은 하나의 진리라는 점을 해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전자를 받아들인다면 학문 간의 대립과 진리론의 대립을 그저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극단적인 경우 우리는 지식과 허구 사이에서 어떠한 근본적 차이도 발견하지 못하는 상대주의와 허무주의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는 우려가 생긴다.
물론 혹자는 이것을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지식과 허구 사이의 구별이 사라지고 그것이 아무런 문제도 아니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우리가 그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을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 p.272 「우리는 통일된 진리론을 가지고 있는가?」(권영우) 중에서

물 길어오기 시합을 다시 보자.
승리의 조건은 물을 조금도 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몸을 조심히 하여 결국 한 방울의 물도 흘리지 않는다.
동이 안의 물을 마음의 비유로 볼 수 있다.
물은 하늘을 비추고 있기에, 그 마음은 하늘이 담긴 본래의 마음이다.
한 방울의 물도 흘리지 않는 것은 한 방울의 마음도 흘리지 않는 것이다.
성을 다하는 것은 그처럼 온전히 본래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그런 마음으로 서로와 만물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인간이 마음에서 바로 되어야 세상의 조화도 바로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구렁덩덩 신선비」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과 삶의 조언이다.
--- p.293 「나의 허물을 간직하세요 ─ 한국민담 「구렁덩덩 신선비」의 사랑과 삶 이해」(빈 속) 중에서

〈아노라〉를 다 보고 나면, 이반 가문의 며느리를 선택하는 방식과 클럽 손님이 스트립 댄서를 특정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듯 보이면서도 실상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니로 사는 삶에 안주한다면, 아노라는 결국 누군가의 평가와 인준을 기다리는 객체로 살아갈 것이다.
〈아노라〉는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아노라의 삶에 대한 명확한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폭설 속, 외부의 모든 간섭과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차 안에서 이고르와 아노라가 포옹할 때, 언어가 없이도 전달되는 온기가 있다.
그 온기는 관객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지 모르는 자족적 세계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아노라의 집은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겠지만, 이제 그녀는 ‘누구의 것도 아닌’, ‘누구일 필요도 없는’ 미래로 열린 작은 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어 본다.
--- p.307 「누구의 것도 아닌, 누구일 필요도 없는  ̄ 〈아노라〉론」(안숭범) 중에서

〈언슬전〉과 〈서초동〉은 의사와 변호사를 평범한 직장인으로 그리면서 전문직 드라마의 전문성과 영웅성을 약화하고 환자와 의뢰인 관련 에피소드를 축소하였다.
그 자리를 주인공‘들’의 방황과 고민으로 채워 넣고, 그들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여기서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들’이라는 것은 주요하다.
전문성과 영웅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단독 주인공을 내세워야 한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이 복수(4인방과 5인방)라는 점은 이미 전문성과 영웅성을 서사의 중심에 두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포한다.
대신 두 드라마는 복수 주인공들의 우정 관계에 집중한다.
--- p.315 「전문직 드라마의 변신  ̄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과 〈서초동〉」(백경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질병’의 상상력 -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

《현대비평》 2025년 가을호(제24호)는 ‘특집_‘질병’의 상상력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을 마련하고, ‘한국의 현대비평 ̄남송우’,‘오늘의 비평 ̄문혜원’, ‘비평가의 시각’, ‘비평집 리뷰’, ‘철학 및 역사 비평’, ‘예술 비평’, ‘영화 비평’, ‘트랜스크리틱’ 등의 지면들을 통해 문학비평을 중심으로 여타 인문학 분야, 인접 예술 및 문화 분야 등과의 비평적 대화 및 융합을 시도합니다.
‘특집_‘질병’의 상상력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특별 기획하고 대산문화재단이 후원한 2025년 비평 심포지엄을 지상 중계합니다.
이 비평 심포지엄은 〈‘질병’의 상상력 ̄다중 위기 시대의 내면과 문학적·문화적 대응〉이라는 주제하에 1부 ‘질병의 상상력과 윤리 ̄문학(시, 소설, SF)’에서 김보경, 이지은, 박인성 평론가가 발표한 후 이재복 평론가가 토론 및 질의응답을 하고, 2부 ‘질병 서사와 자아의 새로운 인식 ̄영화 및 논픽션’에서는 김남석, 최세흰 평론가가 발표한 후 홍용희 평론가가 토론 및 질의응답을 합니다.
‘한국의 문학비평’은 신앙과 문학의 길항을 바탕으로 실존적 실천으로서의 비평을 지향하며 지역 운동과 해양 인문학을 추구해온 평론가인 남송우 특집을 마련하여 정훈, 박동억 평론가가 그 비평 세계의 중요한 특성을 조명하고, ‘오늘의 비평’은 ‘현상의 드러냄’과 ‘해석의 욕망’ 사이를 왕복 운동하며 시의 본질에 도달하려는 경로를 탐색하는 평론가인 문혜원 특집을 마련하여 송현지 평론가가 그 비평 세계를 조명합니다.
‘비평가의 시각’은 우찬제 평론가가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논제를 설정하고 한국문학의 뛰어난 메타포 사례로 조세희와 김애란의 소설집을 분석하고, 오형엽 평론가가 주로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시인들 중 ‘심연적 실재 ̄몽유적 숭고 ̄모티프 ̄몽타주’ 계열과 ‘심연적 실재 ̄몽유적 숭고 ̄감응 ̄아우라’ 계열에 해당하는 텍스트를 분석하여 그 미학적 특이성과 구조화 원리를 해명하며, 조연정 평론가가 성민엽의 비평 세계를 조망하면서 1980년대 초반의 비평, 1980년대 후반 이후의 비평, 2000년대 이후의 비평 등으로 나누어 그 특성을 논의합니다.
‘비평집 리뷰’는 김주연, 이병국 평론가의 최근 비평집에 대해 이숭원, 노지영 평론가가 그 비평적 의미를 조명합니다.
한편 ‘철학 및 역사비평’은 권영우 교수가 진리론들을 통합하려는 철학적 시도를 해온 독일의 철학자 안톤 코흐(Anton F.
Koch)의 이론에 대해 소개하고, ‘예술 비평’은 빈 속 민담 연구자가 「나의 허물을 간직하세요」라는 제목으로 한국민담 「구렁덩덩 신선비」의 사랑과 삶의 수수께끼를 흥미롭게 논의합니다.
10호(2022년 봄호)부터 1960년대 이후 한국 및 해외의 중요 영화를 1편씩 조명하고 있는 ‘영화 비평’은 안숭범 평론가가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를 ‘누구의 것도 아닌, 누구일 필요도 없는 미래로 열린 작은 틈’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하고, ‘트랜스크리틱’은 백경선 평론가가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로 대표되는 전문직 드라마의 변신 사례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tvN, 2025)과 〈서초동〉(tvN, 2025)을 분석합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와 함께 ‘2025년 제36회 김환태평론문학상’(수상자: 권성훈 평론가)의 시상식을 2025년 11월 8일(토) 오전 10시 30분부터 전북 무주군 김환태문학관에서 개최합니다.
이어서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의 후원으로 제36회 김환태평론문학상 기념 학술 세미나를 2025년 11월 8일(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전북 무주군 김환태문학관에서 개최합니다.
‘미디어 변화와 한국문학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 학술 세미나에서는 안서현, 허희, 신정숙 등 세 분의 평론가가 발표하고 박인성, 권보연, 조대한 등 세 분의 평론가가 토론 및 질의응답을 할 예정입니다.
이 기념 학술 세미나의 발표문과 토론문은 《현대비평》 2025년 겨울호(25호)에 특집으로 구성되어 게재됩니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30일
- 쪽수, 무게, 크기 : 322쪽 | 153*225*30mm
- ISBN13 : 9772672016009
- ISBN10 : 2672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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