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Description
책소개
| 억압을 딛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러시아의 양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실제 경험에서 나온 사실적인 묘사와 기막힌 반어법, 간결한 문장을 바탕으로, 한 개 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지배 권력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소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1951년, 평범한 농부였던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독소전 참전 당시 포로로 잡혔다가 간첩 행위를 한 것으로 오인되어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목으로 강제 노동 수용소에 끌려와 팔년째 수감 중이다. 여느 때처럼 슈호프는 오전 5시 기상 시간에 맞춰 일어나려 하는데, 이상하게 몸에서 오한이 난다. 그러나 그는 밖에 나가 주어진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날저녁, 그는 만족감을 느끼면서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라고 생각하며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슈호프는 무려 십 년을, 윤년으로 사흘이 더해져 3,653일을 그런 식으로 수용소에서 보낸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노동 수용소 생활의 하루를 세련되고 절제된 필치로 묘사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평범하고 가련한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인물을 통해 지배 권력에 의해 죄없이 고통당하는 힘없는 약자에 대한 숭고한 애정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러한 약자들을 대변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고 그러한 예술이야말로 예술의 궁극적 목적임을 역설하고 있다. ─ 이영의, 「작품 해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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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배가 따뜻한 놈들이 한데서 떠는 사람의 심정을 무슨 수로 이해하겠는가? 혹한이 온 몸을 움츠리게 한다.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슈호프를 엄습해서 기침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온은 영하 이십칠도였고, 슈호프는 열이 삼십 칠 점 이도였다.
자, 이젠 누가 누구를 이길 것인가.
--- p.31
슈호프는 소용소에 들어온 이후로 전에 고향 마을에 있을 때 배불리 먹던 일을 자주 회상하고는 한다.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를 몇 개씩이나 먹어치우던 일이며, 야채를 넣어 끓인 죽을 냄비째 먹던 일, 그리고 식량 사정이 좋았던 옛날에는 제법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때도 있었고,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셔대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해본다.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빵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 안에 조금씩 넣고, 혀 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나도록 한 다음에 씹는다.
그러면, 아직 설익은 빵이라도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 p.60
저 사람들이 슈호프를 가르키면서, 저 녀석은 출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그다지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슈호프 자신은 어쩐지 그다지 믿어지지 않는다.
슈호프가 직접 본 일로, 옛날 전쟁중에 형기가 끝난 죄수들을 모두 [추후 상부 방침이 있을 때 까지], 그러니까 1949년까지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붙잡아뒀다.
게다가 더욱 심한 것은, 누군가 삼 년을 언도 받았는데, 형기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오 년으로 추가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법률이란 것은 도무지 믿을 것이 못 된다.
십년을 다 살고 난 다음에, 옜다 이 녀석아, 한 십 년 더 살아라 하게 될지, 아니면 유형살이를 보낼지 누가 알겠는가.
--- p.82
그런 다음, 그는 때묻은 얇은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어느새 침대 사이의 통로엔 점호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옆 반 반원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 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십삼 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슈호프를 엄습해서 기침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온은 영하 이십칠도였고, 슈호프는 열이 삼십 칠 점 이도였다.
자, 이젠 누가 누구를 이길 것인가.
--- p.31
슈호프는 소용소에 들어온 이후로 전에 고향 마을에 있을 때 배불리 먹던 일을 자주 회상하고는 한다.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를 몇 개씩이나 먹어치우던 일이며, 야채를 넣어 끓인 죽을 냄비째 먹던 일, 그리고 식량 사정이 좋았던 옛날에는 제법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때도 있었고,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셔대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해본다.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빵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 안에 조금씩 넣고, 혀 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나도록 한 다음에 씹는다.
그러면, 아직 설익은 빵이라도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 p.60
저 사람들이 슈호프를 가르키면서, 저 녀석은 출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그다지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슈호프 자신은 어쩐지 그다지 믿어지지 않는다.
슈호프가 직접 본 일로, 옛날 전쟁중에 형기가 끝난 죄수들을 모두 [추후 상부 방침이 있을 때 까지], 그러니까 1949년까지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붙잡아뒀다.
게다가 더욱 심한 것은, 누군가 삼 년을 언도 받았는데, 형기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오 년으로 추가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법률이란 것은 도무지 믿을 것이 못 된다.
십년을 다 살고 난 다음에, 옜다 이 녀석아, 한 십 년 더 살아라 하게 될지, 아니면 유형살이를 보낼지 누가 알겠는가.
--- p.82
그런 다음, 그는 때묻은 얇은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어느새 침대 사이의 통로엔 점호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옆 반 반원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 년을, 그러니까 날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십삼 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pp.207-208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00년 04월 30일
- 쪽수, 무게, 크기 : 223쪽 | 305g | 132*225*20mm
- ISBN13 : 9788937460135
- ISBN10 : 89374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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