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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망명 공화국
초딩 망명 공화국
Description
책소개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수상작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신예 작가 노룡의 첫 책 『초딩 망명 공화국』
지금 어린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초딩 망명 공화국이 필요하다!


신예 작가 노룡이 100% 어린이 독자의 선택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작가는 어른들의 욕망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이 마수리 마트 마술 선물로 그 현실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통해 오랫동안 어린이 판타지 문학을 공부해 온 저력을 입증한다.
환상이 선물하는 이상한 모험과 성장의 여로 끝에 어린이들이 망명할 수 있는 나라 ‘초딩 망명 공화국’을 세우는 네 아이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해방감을 선사하는지 책을 펼쳐 본 독자라면 반드시 알게 될 테다.
완전하게 어린이의 편에 선 작가가 앞으로 어떤 모험과 성장의 판타지 세계를 그려 낼지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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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 메이드 인 마트: 이서로 이야기
2장 / 세상의 전원: 장방랑 이야기
3장 / 늑대 삼대: 은탁수 이야기
4장 / 배고픈 괴물: 소우주 이야기
5장 / 초딩 망명 공화국: 다시 이서로 이야기
작가의 말
어린이 심사위원단 심사평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1학기 생활 통지표에는 온통 ‘보통’이거나 ‘노력 요함’투성이였다.
딱 하나 ‘매우 잘함’ 평가를 받은 게 도덕이다.
나는 지난 1학기에 엄청 도덕적이었단 걸 생활 통지표를 보고 알았다.
그래, 그것만도 어디야.
그런데 엄마 아빠는 달랐다.
“착하기만 하면 뭘 해? 승부욕이 하나도 없어.” “욕심 좀 부렸으면 좋겠는데…….” 내가 뭐든 일 등을 해 봤으면 좋겠다는 뜻 같다.
일 등, 그게 뭐라고.

--- p.26

내 장래 희망은 의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엄마 아빠는 내게 누가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의사라고 대답하라 했고,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1학년 때부터 생활 통지표에는 ‘매우 잘함’ 말고 다른 말이 끼어들지 못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방과 후 수업과 영어, 수학, 논술 그리고 과학까지 번갈아 학원 네 개, 마지막으로 학습지 수업이 기다린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있나?
--- p.37

“야, 1차 함수, 2차 함수, 이런 게 다 뭐야?” 탁수였다.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서 내 학원 교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리 가.” “못 가.
그게 뭐야? 공부했는데도 뭔지 모르면 그만 때려치워!” 탁수 녀석이 버티고 섰다.
그리고 교재를 뺏어 들었다.
녀석 말이 맞긴 하다.
“안 가르쳐 주면 안 준다!” 나는 연필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나도 잘 모르는 것을 이 녀석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네가 잘못했을 때 운 좋으면 몇 분의 일로, 운 나쁘면 몇 배로 혼나는 걸 1차 함수라고 하고, 잘못에 잘못을 곱한 만큼 무지막지 혼나는 걸 2차 함수라고 해.” 우주였다.
우주가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 문제를 풀면서 말했다.
“반비례라는 말도 있네.” “네가 잘못을 많이 할수록 훨씬 덜 혼나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아니지! 그냥 아빠가 날 포기하게 되면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은 2차 함수인데 미래에는 반비례가 될 수도 있겠어, 흐흥.” 탁수가 교재를 얌전히 내 책상 위에 내려놓고 씨익 웃었다.
녀석과 다르게 나에겐 아빠 잔소리가 1차 함수라면 엄마 잔소리는 2차 함수 같다.
아무리 봐도 우주는 천재에 가깝다.
그 어려운 함수를 저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다니.

--- p.41

“너는 장래 희망이 뭐야?” 느릿느릿 점심 먹고 교실로 막 들어온 서로에게 물었다.
“음.
장래에 희망해 보려고 생각 중이야.” “그러니까 그 희망하는 게 뭐냐고.” “그러니까 장래에 생각해 본다고.
장래에 생각하라고 장래 희망 아냐?” “난 아빠처럼 안 되는 게 희망이야.” 묻지도 않았는데 탁수가 대답했다.
아빠처럼 안 되는 거, 그게 뭐지? 아빠가 검사라고 했나? 탁수는 아빠 직업이 마음에 안 드는가 보다.
나도 아빠 직업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탁수가 되물었다.
“그러는 너는? 의사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p.49

“엄마.
나 의사 안 될래요.” 이 한마디가 엄마 가슴에 불을 질렀다.
엄마는 지독한 말을 쏟아 냈다.
“그동안 너 의대 보내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네 아빠 월급이 쥐꼬리만 해서 학원비 벌겠다고 너 1학년 때부터 편의점 알바도 하고, 저기 동네 앞 삼겹살 파는 식당에서도 일했어! 지금은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고! 계속 서서 일하는 바람에 허리까지 고장 났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네 학원비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텼어! 어디 허리뿐인 줄 알아?” 엄마는 거실 탁자에 다리를 올리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여기 봐.
내 종아리! 종아리 핏줄 시퍼렇게 툭 튀어나온 거 보이지? 하지정맥류라는 병이야.
너무 오래 서 있어서 생긴 거야! 이거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너무 아깝고, 수술하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 수입이 줄어들까 봐 수술도 안 하고 있어! 수입 줄면 네 학원비를 어떻게 감당하겠어, 응? 그런데…….” “그러니까.
나 의사 안 될래요.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 그만…….” “안 돼! 그래도 안 돼! 평생 아빠처럼 적은 월급에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조마조마하면서 살고 싶어?” “세상에 의사만 있는 거 아니잖아요! 간호사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기술자도 있고, 공무원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축구 선수도 있어요.
의사 아닌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잖아요.” “안 돼! 대접받고 잘 살려면 의사가 최고야!” 나는 레알 리모콘을 들었다.
이걸 누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전원이라고 쓰여 있는 빨간 버튼을 눌렀다.
세상이 사라진 건가? 내가 사라진 건가? 어둡다.
없다.

--- p.57

이제 말해야겠다.
언젠가는 할 말이다.
“엄마.
나 학원 그만 다닐 거야.
4학년 때까지 열심히 다녔잖아.
성적도 다 ‘매우 잘함’이었고.
그런데, 재미없었어.
지치기도 했고.
이번 1학기 성적 기억나지? 계속 그럴 거야.” “공부 파업하고 있는 거였어?” 엄마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하라니까 그냥 했는데, 이제는 그러기 싫어.
의사되기는 더 싫어.
난 축구 할 거야.
그리고 그냥 놀고 싶어.” “축구를 하더라도 공부는 해야 하잖아?” “학교에서 하잖아?” 엄마는 눈을 감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니지 마.
대신, 비밀.
알았지?” 엄마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 p.75

서로와 나는 무너진 요새 옆에 한참 말없이 앉아 있었다.
“야, 일어나.
이까짓 요새 없다고 못 노냐? 시간이 없어서 못 놀지.
어차피 늑대도 떠났고, 그러니까 괜찮아.” 나는 주머니 속 스톱워치를 만지작거렸다.
늙어 죽을 때까지 놀 작정이다.

--- p.90

학교 마치고 피아노 학원에 갔다.
월, 수, 금요일에는 피아노를 배우고 화, 목요일에는 수영을 배운다.
수영은 아빠가 배우라고 한 거다.
나중에 의사가 되더라도 건강해야 한다고 했다.
피아노는 엄마가 배우라고 한 거다.
피아니스트가 될 것은 아니지만, 예술 중 한 가지는 교양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혹시 나중에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도 했다.

--- p.101

지난주까지 중학교 3학년 수학 1학기 과정인 2차 함수를 배웠다.
이번 주부터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과정인 삼각비를 배우기 시작한다.
선생님 말로는 방학 전까지 중학교 3학년 수학을 모두 마치고, 겨울 방학에는 의대 준비반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배울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너무 늦은 것이라고 했다.
이미 우리 나이에 고등학교 수학을 마친 애들도 있다고 했다.

--- p.102

“아냐.
잠깐 전원을 끈 거야.
이 세상의 전원을 말이야.” 이 세상의 전원을 잠깐 끈다? 오, 좀 멋있는 말이다.
“정말 잠깐이었어.
온통 숲으로 뒤덮인 산에 갔다가 지코를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 낙엽 미끄럼 타다가 다시 전원 버튼을 눌렀지.
그랬더니 내가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오더라고.
그런데 돌아와 보니 시간이 다섯 시간 넘게 흘러 있었지 뭐냐? 지코 말로는 거기가 인간 세상이 아니고, 우리 세상이래.” 낙엽 미끄럼이라고? 탁수 눈이 반짝거렸다.
녀석은 낙엽 미끄럼을 타 보고 싶은 게 틀림없다.
나는 우리 세상이란 게 궁금했다.

--- p.120

세상은 멈췄지만, 우리는 우리 세상에서 신나게 놀았다.
탁수 녀석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우주는 마수리 마트 사장 아저씨가 밝게 어쩌고저쩌고 한 말이 사실은 어두워지면 돋보기 효과가 사라지니 밝을 때 쓰라는 말인 것 같다고 했다.
역시 우주는 천재다! 우주 말대로 내 돈 천 원이 쓸모 있게 돌아왔다.
우리는 내일 다시 이곳에서 모이기로 했다.
한 번 겪어 봤으니 이번에는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탁수 녀석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말이다.
“그래도 스릴이 좀 있지 않았냐?” 탁수 말에 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방랑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탁수가 스톱워치를 꺼냈다.
하늘에 멈춰 있던 매가 날기 시작했다.
차바퀴가 도로를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차 빵빵거리는 소리가 가시처럼 솟았다.
인간 세상이 다시 구르기 시작했다.

--- p.139

출판사 리뷰
마수리 마트 마술 선물로 빚어낸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나라 ‘초딩 망명 공화국’
지금 어린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초딩 망명 공화국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당초에 어디서 놀라는 말이에요.
방에서 놀면 어지른다고 나가 놀라고 야단이고 마루에서 놀면 뒤숭숭하다고 야단이고 마당에서 놀면 나가 놀라 하고 밖에 나가서 놀면 이노무 새끼 죽여 버린다고 동넷집 어른들이 야단이고 큰길에 나가 놀면 아버지에게 붙들려 와서 어머니가 야단이지 않나요? 지붕 위에 올라가면 기왓장 깨진다고 벼락이고 땅광에 들어가 놀면 무어 습기가 어떠니 야단이고.
어떻게 좀 마음 놓고 놀아도 좋은 자리를 가르쳐 주세요.” 1956년에 발간된 잡지 「여원」 5월호에 ‘아동들은 무엇을 요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마해송 작가의 글 중 일부이다.
현장학습 한번 못 갔던 비대면 시대를 거친 오늘날 어린이의 삶도 70여 년 전 어린이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정환 재단이 몇 년 전 어린이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른에게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압도적 다수가 ‘놀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 이곳 어린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간절하냐고 물으면, 그들은 뛰어놀 곳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놀 만한 곳은 닫혀 있거나 금지되어 있고, 어린이들은 가장 욕망하는 것을 금지당한 채로 그들의 소중한 성장기를 흘려보낸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G7 수준이지만, 우리 어린이의 행복 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초딩 망명 공화국』은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 어린이들이 가장 욕망하는 것을 그들 손에 쥐어 주자고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열등감, 공부 스트레스, 가정 폭력 같은 해결이 어려운 현실에 놓인 아이들을 마수리 마트에서 얻은 마술 선물들을 이용해 환상 속으로 빠트린다.
이서로는 ‘뻥튀기 돋보기’로 환상 가득한 놀이를 즐기고, 장방랑은 ‘레알 리모콘’으로 세상의 전원을 끄고 켜며, 은탁수는 ‘스톱워치’로 시간을 멈출 수 있게 되고, 소우주는 ‘슈퍼 소화제’를 먹고 학원을 먹어 치운다.
비일상의 세계로 입성하는 순간, 그들은 어린이답게 놀고, 꿈꾸고, 길을 만든다.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나라 ‘초딩 망명 공화국’은 그렇게 탄생한다.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 나서는 당당함,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 여정에서 조우하는 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아이다움이 이야기 곳곳에 묻어난다.
서로, 방랑, 탁수, 우주 네 아이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한 효율적 경로가 아닌, 우연이 선물하는 이상한 모험과 성장의 여로를 함께 걸으며 우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고난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는 그들만의 기품과 순수를, 어린이들의 인권을 아래와 같은 ‘초딩 망명 공화국 헌법’으로 선언한다.

“제1 조.
이곳은 우리만의 공화국이다.
제2 조.
이곳에서는 무조건 논다.
제3 조.
이곳에서는 절대 명령하지 않는다.
제4 조.
이곳에서는 절대 잔소리하지 않는다.
제5 조.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안 할 자유가 있다.
제6 조.
이곳에는 일 등도 꼴찌도 없다.”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부모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본래 자기 모습대로 자라는 게 가장 멋진 거다.” ? 김진서 어린이 심사위원
사랑하지만 소유하려 하지 않는 것, 섣불리 정의하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서로의 엄마 아빠는 “착하기만 하면 뭘 해? 승부욕이 하나도 없어.” “욕심 좀 부렸으면 좋겠는데…….”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일 등을 강요한다.
방랑의 엄마는 “그동안 너 의대 보내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네 아빠 월급이 쥐꼬리만 해서 학원비 벌겠다고 너 1학년 때부터 편의점 알바도 하고, 저기 동네 앞 삼겹살 파는 식당에서도 일했어! 지금은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고! 여기 봐.
내 종아리! 종아리 핏줄 시퍼렇게 툭 튀어나온 거 보이지? 하지정맥류라는 병이야.
너무 오래 서 있어서 생긴 거야! 이거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너무 아깝고, 수술하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 수입이 줄어들까 봐 수술도 안 하고 있어! 수입 줄면 네 학원비를 어떻게 감당하겠어, 응? 그런데…….”라며 방랑에게 의대 진학을 강요하는 지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 낸다.
탁수 아빠는 탁수에게 하루 종일 학업에만 매진할 것을 요구하며 폭력을 일삼고, 우주의 엄마 아빠는 성적 외에는 우주에게 관심이 없다.


서로, 방랑, 탁수, 우주는 이런 현실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른들이 그들을 소유하려 하고 마음대로 정의하려 하는 게 왜 이상한지 스스로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는다.
생김새도 성격도 꿈마저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마수리 마트 마술 선물로 어른들이 이끄는 대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현실에서 벗어난다.
이제 아이들은 그들 앞에 파도가 일어도 끄떡없다.
수영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그들이 행복한 세상을 빚어낸 순간, 자기 자신을 초등학생을 낮잡아 부르는 ‘초딩’으로 지칭하며 그들이 만든 나라 이름을 ‘초딩 망명 공화국’이라고 명명하는 호쾌한 역설의 순간, 스스로 자신을 해방시키는 ‘초딩 망명 공화국 헌법’을 선언하는 순간.
이 모든 순간들이 포개어져 뭉클한 감동을 남긴다.

책이 출간되기 전 먼저 읽은 김진서 어린이 심사위원(신풍초등학교)은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부모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본래 자기 모습대로 자라는 게 가장 멋진 거다.”라고 심사평을 남겼다.
“타자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무한한 타자성으로 존재한다.”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언설을 어린이의 구체적인 언어로 옮긴 것일 테다.
사랑하지만 소유하려 하지 않고, 섣불리 정의하려 하지 말고, 무한한 타자성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상, 어린이가 그리고 노룡 작가가 바라는 세계는 아마 그런 곳인가 보다.

“그때 갑자기 내 주위가 컴컴해졌다.
하늘에 먹구름이라도 낀 걸까? 비가 오려는 걸까? 하늘을 올려다봤다.
킹콩만 한 탁수 녀석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어휴, 미쳐! 이 자식은 정말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이다.
작가는 시종일관 약간은 높고 멀리 있는 서술자 시선을 유지하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나게 웃고 뛰노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얼핏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마지막 단락의 무게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완주한 사람만이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작가는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고, 이제 당신이 책을 펼치고 마지막 단락에 담긴 광활한 세계를 발견할 차례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0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156쪽 | 304g | 153*220*10mm
- ISBN13 : 9791194770350
- ISBN10 : 1194770355
- KC인증 :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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