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내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거든.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전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심상치 않은 일?”

나는 잔뜩 긴장했다.

“시내에 내려올 때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 못 느꼈어? 시내에 살고 있는 떠돌이 개들이 언젠가는 둘로 나뉘어질 거 같았단 말이지.
그런데 이번에 진짜 둘로 쫘악 쪼개졌어.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가 본격적으로 대장이 되려고 하고 있어.
선거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몰라.
나는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가 대장 되는 거 반대야.”

‘반대야’라고 말하는 파도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 p.14

눈을 부릅뜬 사람은 뻥튀기 튀길 준비를 했다.
그때 그 아이가 다가왔다.
목이 축 늘어진 티셔츠 사이로 드러난 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제 삼각김밥과 핫바, 햄버거를 빼앗아 간 개는 이 개가 아니에요.
이 개는 다리 하나가 없어서 잘 못 달려요.
뒷다리도 가끔 절룩거리고요.”

아이가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햄버거도 빼앗아 갔었군.

“이 개든 저 개든 다 잡아야 해.
나는 시장에 떠돌아 다니는 개들을 다 잡을 거다.”

눈을 부릅뜬 사람은 시큰둥하니 말했다.
아이가 나를 바라봤다.
얼마나 비쩍 말랐는지 먹을 게 있으면 손에 쥐여 주고 싶을 정도였다.

“자, 서형아, 귀 막아라.”

눈을 부릅뜬 사람이 소리쳤다.

“뻥 소리가 나는 순간 너를 풀어 줄게.
힘껏 도망쳐.
알았지?”

서형이라는 아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뻐엉!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서형이가 줄을 풀어 줬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아저씨, 저 개가 뻥튀기 소리에 놀라서 줄을 풀고 도망갔어요.”

서형이가 소리쳤다.

--- pp.40~42

“뭐?”
“지금 뭐라고 했느냐고? 무적이 밑으로 누가 들어왔다고?”
“진돗개, 천개산에 사는 진돗개가 들어왔다고.
너희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던 진돗개 있잖아.”

회색 개는 말을 마치고는 쌩하니 내달렸다.

“번개가 맞구나.
그런데 번개가 제 발로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 무리로 들어갔단 말이야? 말도 안 돼.”

미소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당연히 말도 안 되지.”

번개가 그럴 리 없다.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라면 이를 바득바득 가는데 그 밑으로 들어가다니! 어림도 없는 일이다.

“번개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 같은데 대장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오늘따라 햇볕은 더 따갑고 뜨거웠다.

--- p.83

“이, 이, 이거 놔.”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말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나를 번쩍 안았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서형이였다.

“많이 다쳤니? 어휴, 개들끼리 싸움이 크게 난 거 같은데 너도 큰일날 뻔했다.
헉.
목에 피가 나는 거 같아.”

서형이는 골목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러고는 바닥에 나를 내려놓고 티셔츠를 벗어 내 목을 꾹 눌렀다.
서형이는 한참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그러고 있었다.

“이제 피가 멈췄어.
다행이다.”

서형이는 피가 묻은 티셔츠를 입었다.

“넓적한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작은 개가 너랑 친구지? 어떻게 하냐? 그 개가 많이 다치면 안 될 텐데.”

서형이는 내 목덜미를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가려고? 조심해서 가.
이쪽으로 가지 마.
아직 개들이 싸우고 있을 수도 있어.”

나는 서형이와 헤어져 골목을 나왔다.
그리고 서형이가 가지 말라고 한 쪽으로 향했다.
번개와 미소가 걱정이었다.

--- pp.107~110

뻥튀기 남자와 횟집 주인이 점점 까망이와 회색 개를 향해 다가갔다.
까망이와 회색 개는 꼬리를 엉덩이 밑으로 내리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걸레 자루를 휘두르면 당장이라도 맞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다.

“잡히겠는데.
도와주어야 하겠어.”

하얀 개가 말했다.

“도와주라고.”

나도 말했다.
하얀 개 말대로 까망이와 회색 개는 잡히기 직전이었다.

“야, 가자.”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는 하얀 개에게 말했다.

“그냥?”

하얀 개가 놀라서 물었다.

“잘못하다가는 너랑 나도 잡히게 돼.
내가 잡힐 수는 없잖아.
이럴 때는 잽싸게 도망치는 게 제일이야.”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가 말하는 바로 그 순간, 대장이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대장이 앞을 가로막자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는 당황한 듯했다.

“까망이와 회색 개는 네 편이야.
네가 시키는 대로 했다가 위험에 처했다고.
그런데 뭐? 잽싸게 도망치는 게 제일이라고? 비열하기가 하늘을 찌르는군.”

--- pp.144~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