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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도성 권력으로 읽다
고대 도성, 권력으로 읽다
Description
책소개
“경관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역사적 풍경”
권력이 만든 고대 도성으로 권력의 풍경을 읽다
‘경관은 역사적 풍경이다’


“정상부에 거대한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웅장함에 눈을 뗄 수 없는 산” 오녀산.
과거 답사길에 올랐던 저자는 고구려 주몽이 부여에서 난을 피해 왔다가 도읍으로 정했다는 오녀산을 보며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나아가 권력의 속성을 떠올린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신전이나, 오녀산 위에 도읍한 천제의 아들 주몽이나, 경관이 부여한 신성성에 의지하고 신성한 곳을 독점하여 권력을 하늘에서 부여받았다고 주장함으로써 권력의 정당성을 창출하려는 노림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오녀산에서 받은 인상은 몇 년 후 윌리엄 호스킨스의 “경관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역사적 풍경”이라는 구절을 만나면서 고대 도성 연구로 구체화한다.
“황무지를 경지로 만들고 골목과 도로와 샛길을 내고 도시를 건설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은 자연 경관을 변화시키며, 그렇게 변화되어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경관의 배후에는 인간의 역사적 활동이 깃들어 있다”는 호스킨스의 지적을 고대 도성에 적용한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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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01 담장 너머의 왕

1.
취락에서 도성으로
불평등의 기원, 권위의 창출|권력의 출현
2.
고대 중국의 도시 등급
읍보다 도, 그 위에 국|종묘의 존재가 ‘도’의 기준|지방의 군국묘를 폐하다|‘도’는 종묘를 독점한 황제의 도시
3.
고구려·부여에만 ‘도’가 있었다
궁실과 종묘의 유무가 도와 읍을 갈라

02 교차로에 놓인 감옥, 게시된 공권력

1.
사회규범과 규제의 탄생
부와 권력 유지를 위한 강제력|형벌과 공권력, 세금과 공무원
2.
권력의 상징, 뇌옥과 대창고
고구려, 사면과 진휼을 행하다|뇌옥은 사통팔달 대로에 있었다

03 우러르게 되는 고층 불탑, 부처가 된 왕

1.
절대적 권력의 장치, 율령과 불교
고층 불탑과 벽화로 사원 장식
2.
도성의 마루지, 태학과 불교사원
귀족의 관료화를 노린 태학 설립|궁성과 가까웠을 전연의 동상|왕릉급 고분과 거리를 둔 평양|신라 왕경에도 불교사원 밀집|전기 평양에는 평지 성곽이 없었다

04 신분에 따른 선 긋기, 그리고 대왕

1.
율령 질서 반영을 위한 격자형 구획
천도의 이유
2.
화폐경제 성립과 연관된 성곽
고구려가 평지 성곽을 조영한 시기|기병 중심 야전에는 성곽 필요성 적어|집안 평지성은 균질의 권력 공간|성곽 조영을 통해 새 지배세력 등장|평지성 축조 연대는 3세기 중반설 유력|격자형 가로구획의 다양한 기능

05 높은 담벼락만큼이나 강화된 주민 통제

1.
방과 내성을 담과 성벽으로 구분
통제가 1차 목적
2.
격자형 가로구획에 의한 서열의 시각화
고구려의 장안성 이도 배경|평지 성곽의 재등장|중성과 외성 사이의 성벽을 둘러싼 의문|관민의 구역을 구분했던 장안성|주민 생활까지 통제한 방장제

에필로그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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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윌리엄 호스킨스의 책을 읽던 중 “경관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역사적 풍경”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황무지를 경지로 만들고 골목과 도로와 샛길을 내고 도시를 건설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은 경관을 변화시키며, 그렇게 변화되어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경관의 배후에는 인간의 역사적 활동들이 깃들어 있다는 그의 지적은 탁월했다
--- p.7

주민 가운데 누군가가 지도자의 공로를 상찬하면서 지도자가 조금 더 챙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자의인지 지도자의 사주인지 알 수 없지만, 지도자는 마지못한 양 자기 몫을 더 챙긴다.
불평등의 기원이고, 권위의 창출이다
--- p.12

권위의 단맛을 본 지도자는 잦은 전쟁과 교역을 수행한다.
더 많은 전리품과 교역 물품이 ‘고도’로 모였다.
하지만 분배는 공평하지 않다.
처음에는 크게 열리는 마을 잔치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었지만, 이제 마을 잔치는 보여주기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실상은 공을 세운 순서대로 차등을 두며 분배된다.
지도자는 이것이야말로 공정한 것이라고 선언한다.
차별과 구분의 시작이다
--- p.13

지도자가 하늘의 자식이 되면서 그 형제와 자식들도 하늘의 핏줄을 받은 고귀한 자들이 되었다.
고귀한 핏줄의 핵심은 희소성이다.
고귀한 자들이 많아지면 평범해지는 법이니까.
하늘에서 시작하여 지도자를 이어 내려가는 고귀한 핏줄의 계보가 만들어진다.
권위는 이런 계보를 가시화할 때 생긴다.
고귀한 핏줄을 기리는 사당이 지어진다.
종묘이다
--- p.15

국가 성립의 문제는 결국 권력의 문제라고 했던가.
도시의 출현은 곧 계층의 분화이자 권력의 출현이었다.
…… 단지 사람이 모여 사는 것만으로는 도시라 부를 수 없다.
계층의 분화와 권력의 출현을 매개로 한 지배계층의 집주集住가 필요조건이었고, 자급자족성을 배제함으로써 필요해진 외부 의존성이 충분조건이었다.
취락에서 도시로의 전환이었다
--- p.17~9

생산력 발달과 생산량 증대에 따른 계층 분화와 권력 집중의 심화는 도시의 복합성 확대 및 그에 따른 도시 간의 서열화로 드러났다
--- p.19

봉건제 아래서의 위계대로, ‘국’은 주왕 즉 천자의 도시를, ‘제후의 성’은 말 그대로 봉건 제후들의 도시를, ‘도’는 종실 및 경대부의 채읍采邑(고대 중국에서 왕족, 공신, 대신들에게 공로에 대한 특별 보상으로 주는 영지領地)을 가리켰다
--- p.21

도시의 서열화 가운데 종묘의 존재는 최상위 도시의 조건이다.
…… 종묘를 기준으로 ‘도’가 될 수 있는 도시와 될 수 없는 도시의 구분은 서열화를 넘은 질적인 등급화였다
--- p.22

요컨대 궁실과 종묘의 유무, 이 두 가지 경관상의 차이는 거수와 왕 간의 질적인 위상 차이를 보여준다.
…… 왕의 등장과 함께 조성된 도성이라는 공간은 궁실과 종묘라는 왕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배타적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즉 양자의 존재가 도성이 도성일 수 있는 경관상 특징이자, …… ‘도’와 ‘읍’의 차이였던 셈이다.
이로써 동옥저와 예, 한의 거수들은 읍에 살았던 반면, 고구려와 부여의 왕들은 도에 살았던 것으로 묘사될 수 있었다
--- p.32

직접 생산과 노동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권력과 부를 가졌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권력에 기생하는 자들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해야 할 생산 활동 및 노동을 대신하는 대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달리 말하면, 이들이 있어야만 저 권력자들의 삶이 가능하다
--- p.34~5

왕의 권력은 설화나 상징만으로 행사되지 않는다.
무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제력이 필요하다.
…… 구금시설은 …… 주민 통행량이 가장 많은 교차로에 설치된다.
교육 효과를 노린 왕의 의도에 따라서이다.
…… 구금시설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 왕은 자신의 재산으로 이 구금시설을 운영할 생각이 없다.
…… 왕은 …… 주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조금씩 돈을 걷어서 운영기금을 구하려고 한다.
공적 세금이다
--- p.36~7

뇌옥과 대창고는 각각 사회질서를 위한 규제, 즉 공권력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재정의 상징인 셈이다.
대창고와 뇌옥은 이른바 국가 권력이 만들어낸 도성의 경관이다
--- p.40

대창고는 거두어들인 조부租賦를 보관했던 창고, 즉 국가 재정 창고였다.
…… 대창고의 존재는 공권력을 뒷받침할 국가 재정의 출현을 알림과 동시에, 창고의 재분배 기능을 통제한 결과로서 귀족에 대한 왕의 상대적 권력 신장을 암시한다
--- p.41

뇌옥이라는 공간의 유무를 기준으로 하는 사법권의 성숙도를 평가하고 단계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뇌옥의 존재는 보다 강력한 인신에 대한 구속과 강제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 p.42~3

강조하고 싶은 점은 권력에 의한 경관의 변천이다.
관부 및 공권력의 확립이라는 권력 형태의 변화는 창고와 뇌옥이라는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도성 경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 p.45

고려의 구금시설 중 하나인 가구소는 격자형으로 가로가 구획된 시가의 교차로에 위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국 시대 이래로 중국 고대 사회에서는 시市가 형벌 집행의 장소였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국가 권력이 죄인을 본보기 삼아 징계함으로써 효율적 치안 유지를 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금시설이 교차로에 설치된 이유도 짐작할 만하다
--- p.47

삼국의 발전은 통치 영역과 지배체제의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전자에 따라 삼국이 정립하는 형세를 이룸으로써 삼국 간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각축전이 전개되었다면, 이처럼 변화한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후자가 필수적이었다.
…… 이는 귀족들에 대해 배타적인 권력을 잡게 된 이른바 대왕이 군국정사를 전제專制하는 정치체제로의 전환이었다.
그 지향은 기왕의 소국적 질서를 극복할 새로운 통치 규범과 이념인 율령과 불교의 수용으로 나타났다.
이데올로기의 교체였다.
이와 같은 권력 관계의 변화와 지배체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도성의 경관에도 반영되었다
--- p.53

고층 불탑으로 장식한 현란한 스카이라인은 초대형 고분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권력 공간의 새로운 경관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 불국토의 정점에는 전륜성왕轉輪聖王으로서의 대왕이 있었다.
불교사원으로 장식된 도성의 화려한 경관을 통해 언제나 대왕의 권력을 경험했던 셈이다.
결국 불교를 매개로 하여 신분질서와 지배체제의 유지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5세기 평양과 낙양, 건강의 경관은 다르지 않았다
--- p.69

잦은 전쟁 수행은 일종의 직업적 군인들을 등장시켰고, 동시에 전쟁을 피해 방어시설 안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불러왔다.
전국 시대 도시의 발달은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바로 이 시기에 ‘곽郭’이 등장했다.
곧 평지 성곽이다.
‘성城’의 역할이 군君을 위요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곽’의 기능은 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방어 기능상의 차이, 즉 대상의 구분이었다
--- p.78~9

‘곽’의 출현은 두 가지 조건으로 말미암는다.
첫째는 중심지에 집결되는 화폐경제의 성장이고, 둘째는 그 경제사회를 위협하는 외부 적의 침입이다
--- p.80

고조된 긴장 관계 속에서 고구려는 환도성 수리와 국내성 축조 그리고 왕의 거처 이동이라는 일련의 군사적 대비에 돌입했고, 그 직후에 전연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되었다.
비록 제 역할을 못 하고 함락되고 말았지만, 분명 국내성 축조의 배경과 목적은 전연의 침공과 그에 대한 군사방어상의 필요였다
--- p.86

평양성의 기능과 역할은 군사방어 외에 권력의 공간과 지배세력의 거주 공간 확보에 있었다.
여기에서 선으로서의 성곽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권력과 비권력, 지배와 피지배를 공간적으로 구분하는 공간의 신분화를 가시화한다
--- p.90

고구려 도성 최초의 평지 성곽인 집안 평지성의 축조 연대는, 이견이 있긴 하지만 축조의 배경과 목적에서 비롯한 기능과 역할을 고려했을 때, 3세기 중반설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다.
중국의 전국 시기에는 시장과 화폐경제 등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평지 성곽으로서의 ‘곽’이 등장했던 반면, 고구려의 평지 성곽은 일종의 내성으로서 군사 방어적 역할보다는 중앙귀족이 된 지배세력들의 거주 공간을 특권화하기 위한 공간의 신분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다시 말해, 집안 평지성은 경관 자체만으로 ‘중앙 귀족’과 ‘비중앙 귀족’의 신분적 구분을 재생산했던 것이다
--- p.96

권력의 공간에는 반드시 경계가 있게 마련이고, 나아가 그 경계는 선명하게 눈에 띌 필요가 있다.
권력은 스스로의 배타성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공간을 서열화하고 그 지배질서를 재생산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주목되는 것이 바로 격자형 가로구획의 존재이다
--- p.97

격자형 가로구획은 동서고금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도시 구조로서, 그 특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가장 초보적인 측량 기구 및 기술로 구획/배치가 가능하다.
둘째, 토지의 배분/소유 및 조세 부과에 편리하다.
셋째, 도시 계획의 기본적인 패턴을 변경하지 않고 시가를 확장할 수 있다.
넷째, 방형의 건축물을 가장 쉽게 수용할 수 있다.
다섯째, 군사적·정치적 지배에 가장 유리하다
--- p.101~2

평양 천도 전후 고구려 도성 경관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왕릉급의 초대형 고분을 대신한 불교사원의 밀집, 평지 성곽을 대체한 격자형 가로구획의 마련이다.
이러한 경관의 변화는 고구려가 추구했던 새로운 체제, 즉 대왕전제체제와 관련이 있다.
초월적 왕권과 귀족의 관료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왕전제체제에는 첫째, 대왕을 초월적 존재로 격상시키는 통치 이념으로서 불교와 둘째, 귀족을 관료화시키는 통치 시스템으로서 율령이라는 두 축이 있었다.
즉 평양 천도에 따른 도성 경관의 변화는 율령을 바탕으로 한 관료제와 대왕 정점의 지배질서로서 불교 세계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결과였다
--- p.105~6

격자형 가로구획은 단순히 도성 내부의 도로를 어떻게 정비하는지, 관료들에게 택지를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의 문제로만 설명될 수 없다.
도성민을 감시하고 통제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인민, 나아가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어떻게 서열화되는가를 시각적·형식적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수단이자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분적 위상을 자각해 신분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장치로 평가될 수 있다
--- p.113

전기 평양 도성과 구분되는 장안성 경관의 특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도성 내 성벽에 의한 관민의 공간적 구분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추정이지만, 높은 담을 통한 방장제의 시행이다.
언급한 대로 양자가 북위 낙양성 이래 주민 통제를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고구려가 장안성 천도를 통해 바랐던 효과 역시 주민 통제의 강화일 수 있었다
--- p.127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구려 장안성의 도성 경관이 북위 낙양성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경관 변화의 이면에 주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지배 권력의 의도를 북위와 고구려가 공유했다는 사실이다
--- p.127

출판사 리뷰
고대 도성을 거닐며 권력의 정경을 그리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한 ‘금요일엔 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 역사선)의 여섯 번째 책인 『고대 도성, 권력으로 읽다』에는 담장, 감옥, 고층 불탑, 성곽, 격자형 가로구획 등 고대 도성을 구성했던 여러 경관을 통해 본 권력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간을 매개로 과거 인간의 삶을 조망·재현함으로써 인간과 인간문화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하기를 희망하는 저자 권순홍(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박사)은 고대 중국의 장안성, 주왕성, 낙양성부터 고구려의 평양 도성, 집안 평지성, 장안성까지 다양한 고대 도성을 거닐면서 권력이 깃든 정경을 그려낸다.


거주 환경이 취락에서 도시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계층의 분화와 권력의 출현을 보고, 생산력 발달과 생산량 증대에 따라 계층 분화와 권력 집중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도시 간 서열화를 살핀다.
왕의 등장과 함께 도성이라는 공간이 조성되자 궁실과 종묘라는 왕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배타적 공간이 등장했음을 말하고, 사회질서를 위해 공권력과 그 공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 재정이 필요해지자 국가 권력이 뇌옥과 대창고라는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냈음을 짚는다.
고층 불탑으로 장식한 현란한 스카이라인의 등장에서는 불교를 매개로 신분질서와 지배체제의 유지를 도모하는 권력의 양상을 이야기하고, 격자형 가로구획의 출현에서는 도성민의 감시와 통제를 통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서열화를 시각적·형식적으로 명확히 보여주고 도성민이 자신의 신분을 자각해 신분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권력의 속성을 들여다본다.


담장, 감옥, 고층 불탑, 성곽으로 본 권력의 풍경

저자가 고대 도성을 거닐며 펼쳐 보이는 권력의 풍경은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취락에서 도시로의 전환을 살피며, 왕이 등장하면서 만들어진 도성에서 ‘궁실’과 ‘종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넓은 대지에 큰 집을 짓고 담장을 두른 왕의 집 궁실과 하늘의 자식이 된 왕의 고귀한 핏줄을 기리는 사당 종묘가 도성이 도성일 수 있는 경관상 특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왕의 권력 행사를 위해 무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제력이 필요해지자 출현한 구금시설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감옥이 주민 통행량이 가장 많은 사통발달 대로에 설치되었다고 말한다.
“교육 효과를 노린 왕의 의도에 따라서이다.” 감옥 같은 공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지자 출현한 대창고 이야기에도 눈길이 간다.
공권력 유지에 필요한 국가 재정 창고가 “공권력을 뒷받침할 국가 재정의 출현을 알림과 동시에, 창고의 재분배 기능을 통제한 결과로서 귀족에 대한 왕의 상대적 권력 신장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왕이 스스로 부처가 되어 우러름을 받기 위해 만든 고층 불탑, “물리적으로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권력과 비권력, 지배와 피지배를 공간적으로 구분하는 공간의 신분화를 가시화”한 성곽, 도로 정비와 택지 지급 등을 통해 도성민을 감시·통제하고 도성민 스스로가 자신의 신분을 자각함으로써 신분제에 순응하게 만든 격자형 가로구획 등 저자가 살피는 고대 도성의 풍경은 그야말로 ‘권력의 풍경’ 그 자체이다.

저자는 “권력에 의한 도성 경관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한다.
하지만 사실은 “권력의 운동장을 벗어나 비권력의 역사를 서술”하고 싶다고 말한다.
“폭력적 권력의 속성을 밝히”는 이 책이 저자의 바람처럼 “도저한 비권력의 저항을 복원”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3년 11월 29일
- 쪽수, 무게, 크기 : 136쪽 | 236g | 140*207*10mm
- ISBN13 : 9791156122647
- ISBN10 : 115612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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