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완벽한 무인도
Description
책소개
“나로 살고 싶어서, 홀로 그곳으로 향했다”
「삼시세끼」처럼 맛있고 「리틀 포레스트」만큼 아름다운 이야기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놀랍고도 신비한 생활이 담긴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무인도』가 출간되었다.
치열한 사회생활과 버거운 인간관계에 지쳐 자발적 고립을 택한 주인공 차지안이 무인도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에 들어간 지안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상사를 만나 점차 어두워진다.
지안은 회사를 그만두고 불쑥 찾아간 도문항에서 조력자 현주 언니와 마을 사람들을 만나 물질을 배우며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무인도에 들어가 손수 텃밭을 가꾸고 제철 식재료로 특별한 요리를 만들며, 온도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주인공의 사계절은 자연과 교감하며 오롯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 자체이다.
이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단한 자긍심을 쌓아가는 과정이 된다.
아름다운 풍경과 주인공의 내밀한 사유는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숨을 고를 수 있는 다정한 휴식처를 제공할 것이다.
인물의 감정을 담백하면서도 울림 있게 전하는 신인 작가 박해수의 글과 따뜻한 색감으로 바다 풍경을 담아낸 영서 화가의 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삼시세끼」처럼 맛있고 「리틀 포레스트」만큼 아름다운 이야기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놀랍고도 신비한 생활이 담긴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무인도』가 출간되었다.
치열한 사회생활과 버거운 인간관계에 지쳐 자발적 고립을 택한 주인공 차지안이 무인도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에 들어간 지안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상사를 만나 점차 어두워진다.
지안은 회사를 그만두고 불쑥 찾아간 도문항에서 조력자 현주 언니와 마을 사람들을 만나 물질을 배우며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무인도에 들어가 손수 텃밭을 가꾸고 제철 식재료로 특별한 요리를 만들며, 온도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는 주인공의 사계절은 자연과 교감하며 오롯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 자체이다.
이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단한 자긍심을 쌓아가는 과정이 된다.
아름다운 풍경과 주인공의 내밀한 사유는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숨을 고를 수 있는 다정한 휴식처를 제공할 것이다.
인물의 감정을 담백하면서도 울림 있게 전하는 신인 작가 박해수의 글과 따뜻한 색감으로 바다 풍경을 담아낸 영서 화가의 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
1장 초여름의 빛
나 홀로 섬으로 | 문어의 맛 | 솝, 솝, 솝, 솝, 삐용, 삐용 |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 눈물 젖은 김밥 | 걷기는 나의 일 | 나 홀로 춤을 | 섬에서 물 구하기
2장 봄의 맛
도문항에 온 이유 | 바다가 체질 | 물속에 밭이 있다 | 원래 그런 걸까 | 섬에서 살아볼래요 | 무인도에서 꼭 필요한 물건
3장 한여름의 색
한번이면 충분해 | 태풍 | 태풍이 지나간 후 | 안부를 묻는 일 | 쌉싸름하면서 청량한 | 어둠의 바닷속으로 | 눈 감고 코 만들기
4장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올 것이 온 것인가 | 그동안 수고했다 | 우리 섬 | 엄마의 편지 | 나의 배추바닷물김치 | 섬집 송년회
에필로그
작가의 말
1장 초여름의 빛
나 홀로 섬으로 | 문어의 맛 | 솝, 솝, 솝, 솝, 삐용, 삐용 |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 눈물 젖은 김밥 | 걷기는 나의 일 | 나 홀로 춤을 | 섬에서 물 구하기
2장 봄의 맛
도문항에 온 이유 | 바다가 체질 | 물속에 밭이 있다 | 원래 그런 걸까 | 섬에서 살아볼래요 | 무인도에서 꼭 필요한 물건
3장 한여름의 색
한번이면 충분해 | 태풍 | 태풍이 지나간 후 | 안부를 묻는 일 | 쌉싸름하면서 청량한 | 어둠의 바닷속으로 | 눈 감고 코 만들기
4장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올 것이 온 것인가 | 그동안 수고했다 | 우리 섬 | 엄마의 편지 | 나의 배추바닷물김치 | 섬집 송년회
에필로그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고독은 견디기 어렵다.
즐긴다고 말하는 건 나를 속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무인도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혼자여서 편하고 가끔은 몹시 행복하다는 점이다.
--- p.11
이곳 무인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고독은 아무 소리가 없는 상태라고,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독의 소리는 모래들이 사각이는 소리, 꼬마물떼새가 내는 소리, 쉼 없이 치는 파도 소리다.
결국 삶이란 수많은 소음 속에서 사는 것이라고,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 pp.38-39
이런 날은 일의 순서가 뒤엉켜도, 일이 본래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니 이런 어수선한 나를 그만 닦달하자.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나를 위로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졌다.
입에 욱여넣은 김밥 때문인지, 감정이 북받쳐서인지 목이 메었다.
급히 배낭 속의 물병을 찾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헝클어지는 날이라고.
--- pp.53-54
나중에 현주 언니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며 내가 국을 떠먹는 모습이 참 한가로워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곳에 죽으러 온 것이 아님을, 내가 살러 이곳에 왔음을 바로 알았다고 했다.
그저 섭국을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 그 모습에서 삶과 죽음을 골라서 읽어내다니.
현주 언니의 그 말이 신기해서 내내 잊히지 않았다.
그래, 나는 여기에 살러 온 것이구나.
--- pp.93-94
내 손으로 이 일을 이뤄냈구나.
자긍심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은 것처럼 내가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사실도 불쑥 마음에 새겨졌다.
어쩌면 나는 섬에 들어온 후부터 천천히 자긍심을 쌓아가고 있던 게 아닐까.
현주 언니가 슬며시 힌트를 던져준 듯했다.
즐긴다고 말하는 건 나를 속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무인도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혼자여서 편하고 가끔은 몹시 행복하다는 점이다.
--- p.11
이곳 무인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고독은 아무 소리가 없는 상태라고,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독의 소리는 모래들이 사각이는 소리, 꼬마물떼새가 내는 소리, 쉼 없이 치는 파도 소리다.
결국 삶이란 수많은 소음 속에서 사는 것이라고,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 pp.38-39
이런 날은 일의 순서가 뒤엉켜도, 일이 본래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니 이런 어수선한 나를 그만 닦달하자.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나를 위로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졌다.
입에 욱여넣은 김밥 때문인지, 감정이 북받쳐서인지 목이 메었다.
급히 배낭 속의 물병을 찾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헝클어지는 날이라고.
--- pp.53-54
나중에 현주 언니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며 내가 국을 떠먹는 모습이 참 한가로워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곳에 죽으러 온 것이 아님을, 내가 살러 이곳에 왔음을 바로 알았다고 했다.
그저 섭국을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 그 모습에서 삶과 죽음을 골라서 읽어내다니.
현주 언니의 그 말이 신기해서 내내 잊히지 않았다.
그래, 나는 여기에 살러 온 것이구나.
--- pp.93-94
내 손으로 이 일을 이뤄냈구나.
자긍심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은 것처럼 내가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사실도 불쑥 마음에 새겨졌다.
어쩌면 나는 섬에 들어온 후부터 천천히 자긍심을 쌓아가고 있던 게 아닐까.
현주 언니가 슬며시 힌트를 던져준 듯했다.
--- p.253
출판사 리뷰
“저, 섬에서 혼자 살아볼래요.”
사계절의 빛으로 그려낸 무인도 다이어리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흘러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삶의 속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과 소리, 감각이 달라지는 무인도의 풍경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새벽을 여는 바다, 뜨거운 여름의 태풍 속에서 뒤흔들리는 보금자리, 가을이 되자 거짓말처럼 차가워지는 물결과 겨울의 코끝 시린 추위가 독자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지안은 도시에서의 상처투성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홀로 섬에 정착한다.
농작물을 가꾸고,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성게와 섭을 캐고, 숲과 바위를 오르며 지도를 그린다.
밤에는 바닷가를 거닐며 꼬마물떼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계절은 단지 배경에 머물지 않고 지안의 감정과 고스란히 연결된다.
처음에는 불안을 가득 안고 섬에 도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안의 일상에는 단단한 내면의 힘이 자리 잡는다.
소설이 끝에는 “불편함들이 한데 모이는 계절, 겨울”이 오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냉기와 상반되게 독자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건 그 이유일 것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지안은 한걸음씩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독자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 일과는, 아침이면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을 따고 그걸 저녁에 볶아 먹고, 오후에는 물고기를 낚아 그걸 구워 먹는 식이야.
틈틈이 섬 곳곳을 걷고 아무 데나 앉아 명상을 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몸과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진 것 같아서 그게 신기해.
(258~259면)
소설 곳곳에는 계절과 감정이 나란히 움직이는 순간들이 빛난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빛과 소리가 글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계절에 따라 흔들리지만 이내 단단해지는 주인공의 마음은 묵직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바쁘고 자극적인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가뿐하게 펼칠 수 있는 사계절 다이어리이자,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쉼표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점점 단단해지는 몸과 마음
다시 쌓아올리는 나의 세계
혼자 산다는 말에는 고립과 외로움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지안의 섬 생활은 단절이 아닌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퇴사 후 도문항에 내려온 지안은 문득 섬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항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무인도에 정착한다.
무턱대고 찾아온 섬이지만, 그곳에서 무너진 삶을 다시 자신만의 속도로 쌓아올린다.
텃밭을 일구고 바닷가를 걸으며 흙과 바람, 물의 감각을 익힌다.
양푼에 참기름과 밥과 직접 기른 무청을 넣고 슥슥 비벼 먹고, 잡초를 뽑으며 마주한 아기 무를 아삭 베어 물며 씁쓸하고도 달콤한 맛을 배운다.
집 앞 바위틈에서 지누아리를 따서 장아찌를 만들고, 직접 잡은 물고기를 말려서 겨울에 먹을 식량을 비축해두기도 한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차곡차곡 세우는 과정에는 섬의 ‘맛’으로 채워진 식사가 있다.
아침 채집을 마치고 상을 차리면 한숟가락의 밥 위에 윤기 나는 지누아리 무침과 향긋한 갯방풍 나물, 부드러운 미역 반찬까지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
식사 내내 해초들의 오독거리는 식감에 더해 갯방풍 특유의 쌉싸름함이 그 즐거움을 더한다.
(230면)
혼자서 먹는 밥, 혼자서 채우는 하루, 하루를 꼬박 앓고도 홀로 일어서는 아침까지 섬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점점 더 자기다워지게 만든다.
무너진 삶의 벽돌을 한장 한장 다시 쌓아가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야기는,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회복하고 싶었던 기억을 꺼내보게 하고 그것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는 다정한 용기를 불어넣는다.
겉모습에 매달리던 과거를 내려놓고, 바닷물에 비친 얼굴을 보며 주인공이 “이 정도면 아름답네.”라며 중얼거리는 순간, 독자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지금 여기, 우리를 감싸는 자긍심에 대하여
독자는 지안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에 맞추어 휘둘리거나 타인의 시선 앞에서 위축된 기억들, 상처받고 상처를 준 ‘여기’에서의 관계들, 그리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고 싶었던 어느 계절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폭풍 같은 감정에 휩싸인 ‘지금-여기’의 독자를 따뜻하게 끌어안는다.
섬의 자연을 돌보고 바다와 친구가 되며,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하게 온전히 자신을 위해 끝까지 일상을 유지하고자 마음먹은 지안은 “이 일을 내 손으로 이뤄냈구나.”라고 감격하며 그것이 바로 자긍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비로소 독자들도 가장 나다운 순간을 지켜낸 사람에게 자긍심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잃어버린 것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음을, 그게 성장이고 사랑임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_박연준(시인, 소설가)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주인공 지안의 성장기이지만 글과 그림 작가의 삶이 짙게 밴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닷가 마을에 살며 자급자족을 실천 중인 박해수 작가는 바다 생활을 담백하고 울림 있게 전하고, 계절의 변화가 선명한 곳에서 고요하게 살아가는 영서 화가는 섬세하고 온기 어린 그림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무인도의 사계절과 일상, 지안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덕분일 것이다.
나는 이사한 다음 날부터 매일 바닷가에 나가 걸었다.
산책할 때마다 내가 무엇인가에 이끌려 매일같이 바다를 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도시에서 살 때 내가 품어온 생각들, 편견들, 고집들은 점점 이 바닷가 마을의 생각들, 편견들, 고집들로 바뀌어갔다.
어떤 것은 느슨해지고 사그라들었고 또 어떤 것들은 더욱 단단해지고 여물었다.
_「작가의 말」
작가의 말
작년 여름 여느 때처럼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을 즐길 때에는 문득 이전에 비해 물이 훨씬 더 편해졌다고 느꼈다.
한참 동안 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발을 딛지 않은 채로 오래 바다에 머물고자 했고 그게 어렵지 않았다.
파도는 더더욱 높이 치고 물살이 거세게 나를 밀치는 와중에도 나는 물에 뜬 미역을 따라서 파도와 물살을 살짝 비껴가며 그대로 물의 안과 밖을 오갔다.
바다의 일원이 된 것만 같았다.
몇개월이 지나 겨울이 된 어느 날부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 마을 앞바다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무인도에 누군가 발을 디딘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썼다.
매일같이 바다 곁을 걸었기에 바다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도시를 떠난 뒤로 한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는 것은 나를 괴롭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 적으며 그 괴로움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보니 정녕 이 작은 일이 나를 뒤흔들었던 것인가 민망해졌다.
과연 글쓰기는 또 하나의 치유 과정이로구나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이고 그 앞날은 가늠할 수 없다.
이제 막 무인도에 발을 디딘, 이 책의 주인공 차지안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건투를 빈다.
사계절의 빛으로 그려낸 무인도 다이어리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자연의 리듬을 따라 흘러가는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삶의 속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과 소리, 감각이 달라지는 무인도의 풍경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새벽을 여는 바다, 뜨거운 여름의 태풍 속에서 뒤흔들리는 보금자리, 가을이 되자 거짓말처럼 차가워지는 물결과 겨울의 코끝 시린 추위가 독자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지안은 도시에서의 상처투성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홀로 섬에 정착한다.
농작물을 가꾸고,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성게와 섭을 캐고, 숲과 바위를 오르며 지도를 그린다.
밤에는 바닷가를 거닐며 꼬마물떼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계절은 단지 배경에 머물지 않고 지안의 감정과 고스란히 연결된다.
처음에는 불안을 가득 안고 섬에 도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안의 일상에는 단단한 내면의 힘이 자리 잡는다.
소설이 끝에는 “불편함들이 한데 모이는 계절, 겨울”이 오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냉기와 상반되게 독자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건 그 이유일 것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지안은 한걸음씩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독자 역시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 일과는, 아침이면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을 따고 그걸 저녁에 볶아 먹고, 오후에는 물고기를 낚아 그걸 구워 먹는 식이야.
틈틈이 섬 곳곳을 걷고 아무 데나 앉아 명상을 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몸과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진 것 같아서 그게 신기해.
(258~259면)
소설 곳곳에는 계절과 감정이 나란히 움직이는 순간들이 빛난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빛과 소리가 글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계절에 따라 흔들리지만 이내 단단해지는 주인공의 마음은 묵직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바쁘고 자극적인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가뿐하게 펼칠 수 있는 사계절 다이어리이자,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쉼표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점점 단단해지는 몸과 마음
다시 쌓아올리는 나의 세계
혼자 산다는 말에는 고립과 외로움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지안의 섬 생활은 단절이 아닌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퇴사 후 도문항에 내려온 지안은 문득 섬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항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무인도에 정착한다.
무턱대고 찾아온 섬이지만, 그곳에서 무너진 삶을 다시 자신만의 속도로 쌓아올린다.
텃밭을 일구고 바닷가를 걸으며 흙과 바람, 물의 감각을 익힌다.
양푼에 참기름과 밥과 직접 기른 무청을 넣고 슥슥 비벼 먹고, 잡초를 뽑으며 마주한 아기 무를 아삭 베어 물며 씁쓸하고도 달콤한 맛을 배운다.
집 앞 바위틈에서 지누아리를 따서 장아찌를 만들고, 직접 잡은 물고기를 말려서 겨울에 먹을 식량을 비축해두기도 한다.
자신의 무너진 삶을 차곡차곡 세우는 과정에는 섬의 ‘맛’으로 채워진 식사가 있다.
아침 채집을 마치고 상을 차리면 한숟가락의 밥 위에 윤기 나는 지누아리 무침과 향긋한 갯방풍 나물, 부드러운 미역 반찬까지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
식사 내내 해초들의 오독거리는 식감에 더해 갯방풍 특유의 쌉싸름함이 그 즐거움을 더한다.
(230면)
혼자서 먹는 밥, 혼자서 채우는 하루, 하루를 꼬박 앓고도 홀로 일어서는 아침까지 섬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점점 더 자기다워지게 만든다.
무너진 삶의 벽돌을 한장 한장 다시 쌓아가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야기는,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회복하고 싶었던 기억을 꺼내보게 하고 그것을 다시 쌓아올릴 수 있다는 다정한 용기를 불어넣는다.
겉모습에 매달리던 과거를 내려놓고, 바닷물에 비친 얼굴을 보며 주인공이 “이 정도면 아름답네.”라며 중얼거리는 순간, 독자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지금 여기, 우리를 감싸는 자긍심에 대하여
독자는 지안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에 맞추어 휘둘리거나 타인의 시선 앞에서 위축된 기억들, 상처받고 상처를 준 ‘여기’에서의 관계들, 그리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고 싶었던 어느 계절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폭풍 같은 감정에 휩싸인 ‘지금-여기’의 독자를 따뜻하게 끌어안는다.
섬의 자연을 돌보고 바다와 친구가 되며,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하게 온전히 자신을 위해 끝까지 일상을 유지하고자 마음먹은 지안은 “이 일을 내 손으로 이뤄냈구나.”라고 감격하며 그것이 바로 자긍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비로소 독자들도 가장 나다운 순간을 지켜낸 사람에게 자긍심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잃어버린 것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음을, 그게 성장이고 사랑임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_박연준(시인, 소설가)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주인공 지안의 성장기이지만 글과 그림 작가의 삶이 짙게 밴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닷가 마을에 살며 자급자족을 실천 중인 박해수 작가는 바다 생활을 담백하고 울림 있게 전하고, 계절의 변화가 선명한 곳에서 고요하게 살아가는 영서 화가는 섬세하고 온기 어린 그림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무인도의 사계절과 일상, 지안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덕분일 것이다.
나는 이사한 다음 날부터 매일 바닷가에 나가 걸었다.
산책할 때마다 내가 무엇인가에 이끌려 매일같이 바다를 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도시에서 살 때 내가 품어온 생각들, 편견들, 고집들은 점점 이 바닷가 마을의 생각들, 편견들, 고집들로 바뀌어갔다.
어떤 것은 느슨해지고 사그라들었고 또 어떤 것들은 더욱 단단해지고 여물었다.
_「작가의 말」
작가의 말
작년 여름 여느 때처럼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을 즐길 때에는 문득 이전에 비해 물이 훨씬 더 편해졌다고 느꼈다.
한참 동안 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발을 딛지 않은 채로 오래 바다에 머물고자 했고 그게 어렵지 않았다.
파도는 더더욱 높이 치고 물살이 거세게 나를 밀치는 와중에도 나는 물에 뜬 미역을 따라서 파도와 물살을 살짝 비껴가며 그대로 물의 안과 밖을 오갔다.
바다의 일원이 된 것만 같았다.
몇개월이 지나 겨울이 된 어느 날부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 마을 앞바다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무인도에 누군가 발을 디딘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썼다.
매일같이 바다 곁을 걸었기에 바다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도시를 떠난 뒤로 한동안 떠올리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는 것은 나를 괴롭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 적으며 그 괴로움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보니 정녕 이 작은 일이 나를 뒤흔들었던 것인가 민망해졌다.
과연 글쓰기는 또 하나의 치유 과정이로구나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이고 그 앞날은 가늠할 수 없다.
이제 막 무인도에 발을 디딘, 이 책의 주인공 차지안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건투를 빈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7월 25일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18g | 132*198*17mm
- ISBN13 : 9788936439842
You may also like
카테고리
한국어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