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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
Description
책소개
장애와 비장애 사이, 편견과 이해 사이
우리는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선아, 그런 선아의 어릴 적 단짝으로 병원의 장애 진단 후 멀어졌다 5년 만에 선아네 반으로 전학해 온 산에, 친구는 없지만 언제 어디서나 늘 당당한 민준, ‘생각 주머니가 작은 아이’로 불리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햇살이까지.
5학년 봄, 각기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이 3반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네 아이들은 봄의 생명력만큼이나 고군분투하며 열두 살의 새봄을 건너간다.


『기소영의 친구들』로 어린이의 애도와 연대를 그렸던 정은주 작가는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 사이, 편견과 이해 사이에서 또 한 번 예리하게 어린이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다.
작가는 새 학기 친구 사귀는 일에 온 신경이 집중된 선아의 시선을 통해 장애, 학교 폭력 등 민감하고 연약한 자리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 같은 희망을 우직하게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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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낯익은 전학생
5학년 3반 풍경
투현 그룹의 초대
카르보 나라의 어린이
친구까진 아니더라도
산에에게 물어보다
모둠명: 햇살
불닭볶음면 사태
가해자? 피해자?
한 줌의 용기
민준이가 돌아오다
산에의 초대
소문은 빛의 속도
봄을 건너는 법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산에와 나는 일곱 살 때까지 쌍둥이처럼 같은 어린이집, 같은 유치원을 다니며 함께 자랐다.
엄마끼리 너무 친해서 우리 둘 사이엔 비밀이 없었다.
어렸을 때 내 가장 큰 비밀은 밤에 기저귀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산에는 그것도 알아서 시시때때로 묻곤 했다.
“서, 서, 선아.
쉬?”
나는 낮에는 소변을 잘 못 눠서 문제고, 밤에는 자꾸 눠서 문제인 아이였다.
엄마 대신 날 돌봐 주던 할머니는 다 큰 것이 소변도 못 가린다고 날마다 혼을 냈다..
--- p.12

허구한 날 수업 방해나 하는 햇살이지만, 그런 햇살이에게도 지금 단짝이 있다.
바로 박민준이다.
내가 박민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4학년 때다.
어떤 질 나쁜 남자애가 몸집이 작은 친구를 때려서 학폭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뉴스에서나 들었던 학폭 얘기를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듣는 건 처음이라 그 주인공이 어떤 애인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요란했던 소문과는 달리 민준이는 전학도 안 가고 특별한 처벌도 안 받고 이후로도 학교를 잘 다녔다.
햇살이처럼 박민준과도 5학년 때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되었다.
여태껏 지켜본 박민준으로 말할 거 같으면, 일진이라기엔 뭔가 아니고, 왕따라 하기엔 그냥 혼자 잘 노는 그런 아이였다.
누군가 나에게 민준이가 어떤 애냐고 묻는다면 뿌연 안개에 가려 아직은 진짜 정체가 안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 p.24

4월도 벌써 열흘밖에 안 남았다.
난 아직도 반에서 아무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그나마 3월 초에는 나현이랑 잘 붙어 다녔다.
나는 나현이가 나를 포함해 그룹을 만들 줄 알았는데, 요즘 나현이의 행동을 보면 그건 아닌 거 같다.
문제는 이렇게 그룹이 정해지면 학년이 끝날 때까지 거의 그대로 간다는 것이다.
여자애는 여자애들끼리 남자애들끼리.
단짝이 없으면 어느 그룹에라도 속해야 외톨이 생활을 안 한다.

--- p.32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뭐가 되었든 ‘특수학교’ ‘장애인’ 이런 말은 넣지 않고 소개하고 싶다는… 그렇게 마음먹자 오히려 난감했다.
산에에 대해서라면 꽤 잘 안다고, 어릴 때는 산에랑 결혼해야 하는 이유를 열 가지도 넘게 엄마, 아빠 앞에서 떠들어 대던 나였는데, 막상 지금은 특수학교, 장애란 단어를 빼고서는 산에를 소개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아닌데… 산에를 설명할 말은 많은데, 왜 하나도 안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 p.42

도둑에게 손이 닿아 주저앉은 애들이 “의사님, 의사 선생님!” 하면서 햇살이를 애타게 불렀다.
햇살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가서 아이들을 정성스럽게 일으켜 주었다.
그 순간 햇살이의 표정은 환자를 살리겠다는 생각뿐인 진짜 의사 같았다.
어떤 애는 일어나며 “고맙습니다.
의사 선생님.” 하고 크게 말하기도 했다.

--- p.60

산에는 내 옆에서 화사하게 웃고, 햇살이는 민준이만 보고, 그 옆에서 박민준은 책상에 낙서만 하고 있었다.
이런 모둠원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모든 과제 담당, 나! 모든 발표 담당, 나! 시녀가 따로 없겠구나 싶었다.

--- p.76

그때였다.
민준이가 나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햇살이가 먼저 나한테 말 걸어 주고, 놀자고 했으니까….
햇살이만 그랬어.”
그 말에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p.84

“너네가 햇살이한테 강제로 사 오게 했다면서?”
“아니야, 선아야.
어… 민준이가 ‘아, 불닭볶음면 카르보나라 먹고 싶다.’ 그러면 햇살이가 ‘나도, 나도.’ 그랬어.”
어느새 산에도 옆에 와 있었다.
“강산에, 저번에 너 있을 때 한번 그랬지.
다른 때는 햇살이가 먼저 사 먹자고 나 끌고 갔어.”
“아니야, 민준아.
어… 나랑 있을 때 두 번? 세 번? ‘아, 먹고 싶다.’ 너가 그랬어.”
“아니라니까! 세 번까진 안 그랬어!”
둘이는 몇 번 그랬는지를 가지고 계속 티격태격했다.
그동안 엄청 똑똑해 보이던 박민준이 지금은 산에보다 더 바
보처럼 보였다.
지금 자기한테 어느 정도의 위험이 닥쳤는지도 모르고, 그깟 횟수나 따지고 앉았다.
난 한숨을 푹푹
쉬다가 먼저 교실로 와 버렸다.
자리에 앉아서도 산에는 그 일에 대해 또 얘기했다 .
“선아야.
나도 한 번 샀어.
햇살이가 편의점 가자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내가 샀어, 그때는.
민준이 것도 내가 사 줬
어.
민준이는 한 번도 안 샀어.”
민준이는 아무런 대꾸도 안 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낙서만 했다.
졸지에 우리 햇살 모둠은 두 명의 가해자와 한 명의 피해자가 함께 앉아 있는 학폭의 중심이 되고 말았다.
햇살이는 자기 엄마가 유일한 반 친구 둘을 학폭으로 신고한 걸 모르는지 여전히 해맑았다.

--- pp.93~94

점심시간이라 급식실로 우르르 몰려가면서도 아이들은 그 얘기로 구시렁거렸다.
뒤에서 홀로 따라가던 나는 걸음을 되돌려 교실로 와 버렸다.
급식실에서 일어날 상황이 머릿속에 뻔히 그려졌다.
민준이도 없이 혼자서 외롭게 밥을 먹을 산에가 자꾸 떠올랐다.
오늘만큼은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일 거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같이 앉아 줄 용기는 없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낫다.
나는 점심을 굶었다.

--- p.99

민준이가 남자애들의 축구에 초대받은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
민준이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손짓하는 남자애들을 보았다.
많이 고민하는 눈치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축구를 하자니 혼자 남을 산에한테 미안하고, 지후의 제안을 거절하자니 너무 아까울 테고…
“산에도 같이 할게!”
민준이가 스탠드에서 일어나며 운동장을 향해 외쳤다.
그 모습에 나마저 가슴이 벅차올랐다.
민준이와 산에가 드디어 다른 남자애들과도 어울리다니! 그것도 함께 축구를 하면서! 내 맘속에서는 축하와 응원의 폭죽이 마구 터졌다.

--- p.130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는데, 산에가 작은 상자를 불쑥 내 손에 안겨 주었다.
그게 뭔지 궁금해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선물.”
“나 생일 아….”
“새, 생일 선물 아니고, 마음의 선물.
내가 선아 너 좋아해서 주는 선물.”
“….”
“지, 지금 대답 안 해도 돼.
나중에.
내가 너 너무 좋아해서 주는 선물이니까 그냥 가져.”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아 난 선물을 손에 들고 아파트 입구까지 걸어갔다.
산에는 혼자서 자기 집까지 갈 수 있다며, 내가 데려다 주겠다는 걸 한사코 거부했다.
비록 엎어지면 코 닿을 듯 가까운 거리지만, 한밤중에 산에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되어서 나는 한참이나 뒷모습을 바라보다 집에 들어갔다.

--- pp.145~146

산에와 나는 광장 한 편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았다.
난 어떤 말부터 할지 새삼 고민했다.
학교에서 산에가 날 따라다닐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 소리도 지르고 그랬는데,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차근차근 오해부터 풀고, 내 진심도 전해야만 한다.
산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 p.166

산에와 나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 모든 열두 살 애들이랑 친구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신났다.
--- p.171

출판사 리뷰
관계가 서툰 아이들이
봄을 통과하며 배운 것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선아, 그런 선아의 어릴 적 단짝으로 장애 진단 후 5년 만에 선아 앞에 나타난 산에, 친구는 없지만 언제 어디서나 늘 당당한 민준, 제멋대로 행동하는 햇살이까지.
5학년 봄, 각기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이 3반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할머니의 엄격한 훈육으로 주눅이 들어 야뇨증을 겪었던 선아는 새 학기 여자애들의 모둠에 끼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런 선아 앞에 어릴 적 단짝이었다가 윌리엄스 증후군을 진단받은 후 멀어졌던 산에가 5년 만에 나타난다.
산에는 선아가 반갑지만, 선아는 또래 여자애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1년 내내 외톨이로 지낼까 두려워 산에가 신경 쓰이면서도 멀리한다.
다정다감한 산에는 선아의 거리감에 주춤하면서 자신을 상대해 주는 민준, 햇살이와 어울린다.
그러던 중 선아, 산에, 민준, 햇살이는 한 모둠이 된다.
선아는 모둠 활동을 하며 소문과 오해로 베일에 싸여 있던 민준이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산에를 바라보는 마음도 점차 편안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아도 반에서 어울리는 여자애들이 생기고, 5-3반 아이들 역시 저마다 무탈하게 신학기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던 어느 날, 산에와 민준이가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한다.
선아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통해 아이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편견 어린 시선과 단번에 정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경험한다.

『기소영의 친구들』로 어린이의 애도와 연대를 그렸던 정은주 작가는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 사이, 편견과 이해 사이에서 또 한 번 예리하게 어린이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다.
작가는 신학기 친구 사귀는 일에 온 신경이 집중된 선아의 시선을 통해 장애, 학교 폭력 등 민감하고 연약한 자리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 같은 희망을 우직하게 그려 낸다.


고유한 존재만큼 다채로운 우정의 빛깔을
상상해 보는 일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공간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된 법이다.
친구 사귀는 일에 서툴거나 긴장도가 높은 아이들이라면 신학기의 봄은 그 어느 계절보다 가장 괴로운 시간일 것이다.
특히 일반학급에서 함께 지내는 장애 아동의 경우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 학급 친구를 사귀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착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아이들이 있을 수는 있어도 서로에게 실수하고 사과도 하면서, 편하게 장난치며 지낼 수 있는 관계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비장애 아동의 경우, 같은 반에서 마주하는 장애가 있는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방적으로 호혜를 베푸는 관계를 넘어 함께 즐겁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로 나아가는 길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은 네 아이의 관계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라는 구도를 넘어, 저마다의 약함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존중받고 단단해지는지 차분하게 비춘다.
서로 다른 성장 환경과 성격, 특징을 지닌 아이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불안정한 에너지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교차하며 열두 살의 봄을 통과한다.

네 아이들의 마주 봄은 반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기 어려운 서로를 향한 호혜로 그치지 않고 각자의 약함이 서로의 용기를 깨우는 상호 돌봄, 상호 성장의 관계로 나아간다.
나무들이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한 연대를 이루듯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연대를 이루는 네 아이들의 모습은, 저마다의 고유한 존재만큼이나 우정과 연대의 빛깔도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 걸음의 용기를 비추는 이야기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은 네 아이들의 느리고 서툰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아이들이 관계를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작은 상처를 즉각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겪는 봄의 요동 속에서 조심스럽게 내딛는 반걸음, 용기를 끌어모아 내딛는 한 걸음을 차분히 비추며 아이들의 성장을 한결같이 믿어 준다.

정은주 작가는 저자의 말에서 윌리엄스 증후군이 있는 조카를 언급하며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 과정인지 전한다.
진정성 있는 저자의 말을 통해 한 사람의 매력과 호감의 척도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사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 관계는 그 어떤 관계보다도 개별적인 호감과 매력이 섬세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어린이가 자신의 고유성을 존중받으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역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금보다 촘촘하고 다채롭게 확장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열두 살 봄, 신학기를 통과해 나가는 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선아, 산에, 민준, 햇살이와 함께 웃고 고민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어린이가 자신의 고유성을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내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우리 모두 자연스럽게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18일
- 쪽수, 무게, 크기 : 180쪽 | 312g | 145*210*10mm
- ISBN13 : 9791167553584
- ISBN10 : 1167553586
- KC인증 :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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