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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꽃 그날의 기억
그날의 꽃 그날의 기억
Description
책소개
『그날의 꽃 그날의 기억』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풀과 나무에 관한 이야기책이다.
식물학자인 저자가 지금까지 40년 넘게 만나 온 식물은 저마다 하나씩 서사를 갖게 되었다.
‘푸나무란 항상 친구 같은 존재’라 말하는 저자는 그중 100가지 풀과 나무를 선정하여 이름은 무엇이며 왜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김새는 어떠하며 어디서 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지 등은 물론 식물에 얽힌 에피소드, 저자의 추억과 경험이 어우러진 각양각색의 식물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식물학자로서의 전문적 설명과 식물애호가로서의 애정 어린 시선을 따라가노라면 독자들도 어느새 꽃향기에 물들 듯 마음은 평화로 물들고 식물을 가까운 친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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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식물의 이해
기재용어

양치식물
1 부처손과 구실사리
2 잔고사리과 고사리
3 꼬리고사리과 골고사리
4 관중과 관중
5 넉줄고사리과 넉줄고사리
6 고란초과 콩짜개덩굴

겉씨식물
7 소나무과 전나무
8 소나무과 잣나무
9 측백나무과 노간주나무
10 측백나무과 눈측백
11 주목과 주목
12 주목과 비자나무

속씨식물

쌍떡잎식물
13 가래나무과 가래나무
14 버드나무과 미루나무
15 자작나무과 개암나무
16 참나무과 밤나무
17 참나무과 졸참나무
18 뽕나무과 닥나무
19 뽕나무과 뽕모시풀
20 삼과 환삼덩굴
21 쐐기풀과 좀깨잎나무
22 마디풀과 메밀
23 쇠비름과 쇠비름
24 목련과 백목련
25 미나리아재비과 눈빛승마
26 미나리아재비과 사위질빵
27 미나리아재비과 노루귀
28 미나리아재비과 산작약
29 미나리아재비과 동강할미꽃
30 미나리아재비과 자주꿩의다리
31 매자나무과 한계령풀
32 홀아비꽃대과 홀아비꽃대
33 배추과 꽃다지
34 돌나물과 바위솔
35 돌나물과 돌나물
36 범의귀과 산수국
37 장미과 팥배나무
38 장미과 산사나무
39 장미과 매실나무
40 콩과 골담초
41 콩과 도둑놈의갈고리
42 콩과 개느삼
43 소태나무과 가죽나무
44 소태나무과 소태나무
45 옻나무과 붉나무
46 단풍나무과 당단풍나무
47 단풍나무과 복자기
48 노박덩굴과 회잎나무
49 노박덩굴과 사철나무
50 회양목과 회양목
51 갈매나무과 헛개나무
52 제비꽃과 남산제비꽃
53 부처꽃과 배롱나무
54 층층나무과 산딸나무
55 두릅나무과 가시오갈피
56 두릅나무과 음나무
57 두릅나무과 인삼
58 산형과 미나리
59 진달래과 철쭉
60 앵초과 좀가지풀
61 감나무과 감나무
62 노린재나무과 노린재나무
63 조름나물과 어리연꽃
64 박주가리과 민백미꽃
65 협죽도과 박주가리
66 메꽃과 메꽃
67 메꽃과 애기나팔꽃
68 꿀풀과 벌깨풀
69 꿀풀과 꽃향유
70 현삼과 주름잎
71 열당과 가지더부살이
72 인동과 올괴불나무
73 인동과 병꽃나무
74 인동과 댕강나무
75 초롱꽃과 모시대
76 초롱꽃과 애기더덕
77 초롱꽃과 금강초롱꽃
78 초롱꽃과 백도라지
79 국화과 서양등골나물
80 국화과 쑥
81 국화과 참취
82 국화과 해국
83 국화과 산국
84 국화과 고려엉겅퀴
85 국화과 산구절초
86 국화과 절굿대
87 국화과 붉은서나물
88 국화과 개망초
89 국화과 서양민들레

외떡잎식물
90 백합과 무릇
91 백합과 얼레지
92 백합과 참나리
93 백합과 청미래덩굴
94 백합과 연영초
95 벼과 바랭이
96 벼과 수크령
97 벼과 강아지풀
98 천남성과 반하
99 부들과 부들
100 사초과 괭이사초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육상 관속식물은 고생대 데본기 초기인 약 4억 1,600만 년 전에서 3억 6,000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화석식물인 라이니아식물(Rhyniophytes)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에는 지금도 살아 있으며 잎이 없거나 발달이 미약한 석송식물(Lycopodiophytes)이 번성하였고, 연이어 뚜렷한 잎을 가진 종류들로 분화되었다.
이종류들은 고생대 석탄기(약 3억 4,500만 년 전)에 번성했으며, 포자를 통해 번식하는 특징이 있고 양치식물(Pteridophytes)이라 부르는 고사리 종류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약 3억 5,000만 년 전-3억 1,000만 년 전 사이에는 번식 방법으로 종자(씨)를 만드는 종자식물이 출현하게 되는데 크게 겉씨식물과 속씨식물로 구성돼 있다.
겉씨식물(Gymnosperms)은 고생대 석탄기 초기(약 3억 5,000만 년 전)에 출현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으며 중생대 지층에서 많은 화석이 발견된다.
겉씨식물은 꽃가루받이(pollination) 가 일어날 때 배주(ovule)가 씨방에 싸여 있지 않고 겉으로 노출되는 특징이 있어 나자식물이라 부르기도 하며 은행나무, 소나무 종류가 포함된다.
중생대의 백악기 초기(약 1억 4,000만 년 전-1억 3,000만 년 전)에 출현한 속씨식물(Angiosperms)은 뚜렷한 꽃이 있고 꽃가루받이 때 배주가 씨방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종류로 피자식물 또는 현화식물이라 하며, 현재 전 세계 육상식물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지구의 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씨식물은 다시 종자가 발아해 나오는 떡잎의 수에 따라 쌍떡잎(쌍자엽)과 외떡잎(단자엽) 식물로 나누기도 하지만, 최근 DNA자료를 기초로 만들어진 APG 분류 체계에서는 기저 속씨식물, 외떡잎식물, 진정쌍떡잎식물 등 3개 그룹으로 나눠져 차이가 있다.
--- p.12~13 「식물의 이해」

우리나라 식물이 모두 나열돼 있는 도감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식물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 석송과, 부처손과, 속새과, 솔잎란과 등이다.
순서는 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 종류들의 공통점은 육지에 올라와 적응한 물관부와 체관부를 갖는 관속식물 중 현존하는 첫 번째 그룹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34종 정도가 포함돼 있는데, 모양을 보면 일반적인 식물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고 옆으로 기거나 곧게 자라는 긴 줄기에 잎처럼 생긴 작은 부속물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 어린아이들이 보면 이게 식물이냐고 질문할 정도로 이상하게 생겼고, 잘못하면 이끼 종류와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고등식물에 포함되어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는 존재다.
이 중 형태나 사는 모습이 가장 특이한 종류를 예로 들어 보라면 구실사리를 들겠다.
(중략) 대학 시절 하숙집 근처에 선술집이 있었는데, 가게 안 수반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었고 주변에 놓인 자갈 위에는 구실사리가 얹혀 있었다.
주인은 이것을 이끼라고 불렀다.
제대로 된 이름을 알려 주고 몇 번을 확인했지만 한번 머릿속에 각인된 이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갈 때마다 건네는 첫 번째 인사말은 ‘구실사리’가 되었고, 나중에 주인은 다른 식물에도 관심을 가지게 돼 나름 보람 있었다.
지금도 그 집 이름이 생각난다.
‘술 한잔 인생 한잔 그리고 얘기 한마당’, 구실사리와의 인연이 시작된 추억의 장소다.
--- p.26~28 「양치식물|구실사리」

눈측백을 처음 만난 것은 한계령휴게소에서 출발해 대청봉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서였다.
한계령 삼거리부터 중청봉까지 연결되는 서북능선 5.4킬로미터 능선길 주변 약간 습한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데 이 나무를 기억하는 이유는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특별한 이야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눈측백이 자라는 곳에는 곰이 산다.
곰의 쓸개, 즉 웅담에서 나는 향이 눈측백에서 나는 향기와 비슷한데, 곰이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기 전 잎과 열매를 충분히 먹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눈측백이 자라는 곳을 눈여겨봐 뒀다가 겨울잠이 들 때쯤이면 곰을 잡으러 그곳으로 갔다.
근처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를 망치로 두들기면 비몽사몽 중인 곰은 밖으로 나오고 이때다 싶어 창을 던지면 곰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툭툭 털어 버렸다.
시간이 계속되자 화가 난 곰은 그렇게 해서 나를 잡겠느냐며 쉬운 방법을 알려 주겠다면서 스스로 자기 급소를 창으로 찔러 죽음을 선택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해 곰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미련 곰탱이 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교수님으로부터 직접 들었을 때는 정말 그럴듯했다.
사실 학생들이나 숲 해설가를 위한 야외실습 때 측백나무가 심겨 있는 곳이 있으면 똑같은 이야기를 해 주는데 반응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눈측백이 있으니 측백나무는 당연히 있다.
처음 두 종류는 같은 눈측백속에 포함돼 있었는데, 측백나무는 가지가 수직으로 발달하고 열매는 열리면 6-8개의 두꺼운 실편(實片)으로 구성되며 종자에 날개가 없고 잎 표면 기공 주변에 돌기물이 발달하지 않는 특징으로 측백나무속(Platycladus)으로 분리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소속이 변경되어 생이별을 한 셈이다.
--- p.64~66 「겉씨식물|눈측백」

동강할미꽃의 학명은 Pulsatilla tongkangensis다.
속명 ‘Pulsatilla’는 라틴어 pulso(두드리다, 치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종모양의 꽃을 표현한 것이며, 종소명 ‘tongkangensis’는 동강 지역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우리 이름은 동강 지역에 사는 할미꽃이란 의미로 붙여졌다.
학자에 따라서는 동강할미꽃 꽃의 특징을 바탕으로 흰동강할미꽃, 겹동강할미꽃, 긴동강할미꽃, 분홍동강할미꽃으로 세분하여 품종으로 취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속적인 변이로 생각해 모두 모종에 통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할미꽃속(Pulsatilla) 식물은 7종류가 있는데, 이름에 모두 할미꽃이란 단어가 들어 있다.
형태적으로 동강할미꽃은 분홍할미꽃과 비슷한데, 분홍할미꽃은 꽃이 연한 분홍색이고 열매에 붙어 있는 암술대가 구부러지며 북부 지역에 분포해 구별된다.
한방에서의 용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할미꽃과 달리 동강할미꽃은 대부분 꽃이 하늘을 향한다.
몇 개씩 한꺼번에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새를 기다리는 올망졸망한 새끼들이 떠오른다.
바위를 뚫고 나오는 생명력도 대단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3월이면 축제 참가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데, 해마다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오는 이들도 이런 강인함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특히 인내심이 부족한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꼭 보여 주고 설명해 주고 싶은 우리식물이다.
--- p.143~144 「속씨식물|쌍떡잎식물|동강할미꽃」

지금은 훨씬 다르게 변해 있지만 기억 속 시골집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가끔 이런 기분이 그리워질 때면 자주 찾는 곳이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김유정 문학촌’ 주변이다.
이곳은 김유정의 소설 「점순이」, 「동백꽃」 등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뒤쪽으로 연결된 금병산을 산책길처럼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산 등산로는 소설의 이름을 따 붙여졌는데 동백꽃길, 만무방길, 금따는콩밭길, 봄봄길 등 듣기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중략) 산행에서 만나는 편평한 능선길, 가끔씩 만들어진 쉼터, 골짜기 주변의 야생화, 그리고 잘 자란 잣나무 숲도 좋지만, 기억 속 시골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산을 내려와 만나게 되는 신동면 증리 마을이다.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마을로 내려오는 약 400미터 정도는 아직까지 시골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중략) 가끔 보이는 오래된 기와지붕, 밭에서 자라는 상추와 고추, 마을 중앙에 나 있는 하천변 도로 옆을 따라 만들어진 돌담, 그리고 돌 틈이나 그 위를 덮어씌우듯 자라는 돌나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전형적인 예전 마을풍경이다.
돌나물은 어릴 때부터 물김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날것 자체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훌륭한 반찬이 되어 친숙한 식물인데, 이젠 그런 용도보다는 돌담을 따라 줄기가 덩굴처럼 뻗고 모여 자라는 모습이 더 운치 있고, 5월에 피는 별모양의 꽃은 다른 어떤 것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또 줄기는 잘라도 새로운 싹이 계속해서 나오고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잘 버텨 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존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우리나라 다육식물의 대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p.166~167 「속씨식물|쌍떡잎식물|돌나물」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식물 중 순을 나물로 이용하는 종류에 대해서 먹는 순서가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두릅나무 순을 최고로 한다.
줄기나 가지 끝에 있던 잎눈이 껍질을 벗고 올라오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달아났던 입맛을 확실히 돌아오게 만든다.
두릅 순을 먹을 시기가 지나면 두 번째로 찾는 것은 조금 더 강한 쓴맛이 나는 개두릅이라고 부르는 엄나무 순이다.
엄나무의 진짜 이름은 음나무다.
다 자라면 단풍잎처럼 갈라진 잎을 갖지만 새순이 올라올 때는 두릅나무 순과 비슷한데 윤기가 있어 반짝인다.
세 번째로 맛있는 것은 옻나무 순이다.
시골에서는 옻순이라 부르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민감한 사람은 옻이 올라 고생도 하지만 맛에 관한 한 최고다.
이 세 가지 순을 먹으면 봄이 지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나쁜 운을 막아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음나무에는 크고 강하게 생긴 가시가 줄기와 가지에 나 있는데 이 나무를 마을 입구에 심어 놓거나 가지를 잘라 집 대문에 걸어 놓으면 귀신이 들어오거나 질병과 전염병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 준다는 전설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중략) 음나무는 봄 식탁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정작 꽃 사진이 없었다.
꽃을 못 본 것이 아니라 나무가 너무 높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어느 여름날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기회를 얻었다.
바람에 부러져 바닥에 떨어진 꽃이 달린 가지를 만난 것이다.
저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 암술머리가 뾰족이 튀어나와 있는 꽃송이들이 빼곡하고 가지런히 붙어 있는 꽃차례의 모습이 멀리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이었다.
험상궂게 생긴 가시가 붙어 있는 줄기와는 반대의 모습이어서 극과 극 속에서 보이는 운명의 조화처럼 느껴졌다.
--- p.251~252 「속씨식물|쌍떡잎식물|음나무」

서양등골나물은 북미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로 2002년 생태계위해식물로 지정된 종이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자랄 수 있어 숲 안쪽에도 침투가 쉽고, 번식력도 좋아 해마다 면적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젠 도심 한복판 화단이나 화분에도 씨가 옮겨와 자라고 있을 정도니 여차하면 다른 식물이 살아갈 공간을 모두 내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1978년 서울 남산에서 발견되어 처음 기록된 후 지금은 인천,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등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 면적을 넓혀 가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생태계 문제뿐만 아니라 우유병(milk sickness)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동안 미국 켄터키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를 먹으면 구토가 나고 손발이 떨리며 침을 흘리다 결국 사망에 이르는 일이 발생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알아본 결과 서양등골나물을 먹은 소, 말, 염소의 우유에 독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을 죽게 한 것이다.
(중략) 언젠가 숲해설가 교육생이 화병에 서양 등골나물 꽃을 꽂아 놓고 예쁘긴 한데 이름을 몰라 여쭙는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온 적이 있다.
흰 꽃만 본다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처럼 보이는데 그 속에는 강력한 독이 들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마치 봄에 꽃 피고 산나물로 잘못 이용되는 동의나물이나 미치광이풀처럼 겉과 속이 다른 양면성이 있는 식물이다.
항상 조심해야 할 종류다.
--- p.342~344 「속씨식물|쌍떡잎식물|서양등골나물」

개망초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1921년 이전에 들어온 초기 귀화식물에 포함되며, 현재는 전국에 퍼져 있다.
개망초는 봄에는 나물로 인기가 높다.
뿌리에서 올라온 잎은 로제트모양이라 하여 달맞이꽃처럼 바닥에 방석처럼 펼쳐져 겨울을 지나게 되는데, 봄이 되어 언 땅이 녹고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묵은 잎 사이로 새로운 잎이 올라온다.
봄나물 중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냉이나 달래를 우선적으로 찾겠지만, 은은하고 평범한 맛을 선호한다면 새로 나오는 개망초 잎을 추천해 주고 싶다.
열무를 솎아 내듯 새로 올라오는 부분을 칼로 도려내고 함께 딸려 온 오래된 주변 잎을 제거해 주면 연하고 부드러운 달걀모양의 녹색 잎만 남게 된다.
이것을 끓는 물에 데쳐 낸 후 시금치나물처럼 무치면 훌륭한 봄나물이 된다.
입맛 없는 계절에 안성맞춤이다.
여름의 개망초는 아름다운 꽃으로 환영받는다.
꽃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계란프라이처럼 보여 계란꽃이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재미있는 이름 같다.
활짝 열린 개활지라면 개망초 꽃으로 가득한 커다란 군락도 만날 수 있는데 눈높이를 같이해 옆에서 보면 꽃송이가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황홀할 지경이다.
하지만 개망초의 가을 모습은 스산하기만 하다.
꽃이 지고 열매를 터트려 씨를 내보내고 나면 줄기는 누렇게 마르고 만다.
줄기 속 스펀지 같은 푹신푹신한 층 때문에 가을바람을 버텨 보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렇게 한 세대가 마무리된다.
--- p.378~379 「속씨식물|쌍떡잎식물|개망초」

하천 주변은 숲이 없는 나대지 형태여서 외래식물의 침입이 용이하기도 하지만 심할 정도로 왕성하다.
또 미국쑥부쟁이,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환삼덩굴 같은 생태계위해식물들도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출근 시간 30여 분을 걷는 동안 어림잡아 50여 종 이상의 외래식물을 만난 것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있었다.
외래식물 사이를 비집고 함께 경쟁이라도 하듯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괭이사초를 본 것이다.
경험으로 보면 이 식물은 계곡 주변이나 약간 습한 곳에서 자라는 습성을 가지고 있고, 꽃차례 아래에 긴 포가 달리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종류였는데 생뚱맞게도 하천변 귀화식물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자라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한참을 쳐다보면서 생존 전략의 비결은 무엇일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런 종류가 진정한 우리식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괭이사초의 학명은 Carex neurocarpa다.
속명 ‘Carex’는 갈대나 골풀을 뜻하는 고대 라틴명 carex에서 유래됐으며, 종소명 ‘neurocarpa’는 열매에 맥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이름은 고양이를 말하는 ‘괭이’와 사초가 만나 만들어졌는데 줄기 끝에 달리는 꽃 모양과 긴 포가 달리는 모습이 고양이처럼 생긴 사초라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지방에서는 수염사초 또는 참보리사초라고 부른다.
(중략)
사초과 식물들은 화려한 꽃을 갖거나 아름다운 색깔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습지 지역을 책임져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끔 특징이 비슷비슷해 이름을 알아 내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매력 있는 식물들이다.
--- p.428~430 「속씨식물|외떡잎식물|괭이사초」

출판사 리뷰
100가지 식물 선정, 구성
식물학자인 저자는 강원도에서 출생해 자라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식물과 접하며 성장하였다.
대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식물을 공부하게 되고, 일찍이 식물분류학 연구실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후 후학을 길러내며 지금에까지 이르는 동안 4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학교 연구실에서, 그리고 산과 들의 현장에서 관찰하고 채집하고 분석하고 동정한 식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어릴 적부터 접했던 식물까지 합치면 저자의 삶에서 식물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어느 것 하나 사연이 없는 게 없고 버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다 소개할 수는 없을 터,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은 물론이고 외래식물, 원예식물 등에서 골고루 100가지를 선별했다.
초본과 목본은 59:41의 비율로, 양치식물 6, 겉씨식물 6, 쌍떡잎식물 77, 외떡잎식물 11종류를 골랐다.
이들을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따라 Engler 분류 체계를 기초로 양치식물, 겉씨식물, 속씨식물(쌍떡잎식물, 외떡잎식물)의 과(科)별 순으로 하고 속(屬)은 학명의 알파벳 순으로 배열하여 작은 식물도감의 형태로 구성했다.

알고 나면 가까워져, 이해
철쭉과 진달래의 구별은 비교적 쉽다.
그런데 나팔꽃과 메꽃, 수련과 어리연꽃, 해국과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하나씩 마주할 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도 여러 가지다.
그중 묵을 쑤었을 때 가장 맛있는 것은 어떤 나무의 열매일까.
또 통칭 이끼라고 부르는 식물들도 여러 가지인데 실은 각기 다른 식물로 자기만의 이름도 따로 있다.
저자는 각 식물의 이름부터 명확히 알려 준다.
학명과 그 어원 및 의미, 우리 국명, 지방마다 다른 이름들까지 소개하고, 분류 체계상 무슨 과 무슨 속인지 분명히 구별해 주고 있다.
이어서 형태적으로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뿌리, 줄기, 잎, 꽃, 열매와 종자의 모습과 특징까지 세밀하게 설명하고, 저자가 직접 촬영한 이미지도 함께 보여 주고 있다.
각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지역과 그곳에 이르는 과정, 군락의 모습도 상세한 설명과 사진으로 알려 준다.
그리고 민간에서 식용, 약용, 관상용 등으로 이용하는 사례와 한방에서 약재로 쓰이는 것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해당 식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해당 식물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준다.

함께하면 행복해, 힐링
고향집에 홀로 계신 아버지를 뵙고 빠른 길 대신 농막길을 선택해 돌아가며 주변 식물도 보고 강아지풀의 풍광에도 취하고, 들깨밭에서 함께 잡초를 뽑던 어머니와 미나리꽝에 즐겨 가시던 할머니를 추억하고, 닥나무를 삶던 할아버지를 떠올리고, 노간주나무에 숨은 참새를 잡아 구워 먹던 어린 날의 기억과 선배 집들이에 말려 놓은 음나무 가지 등을 가져가 함께 닭백숙을 만들어 먹은 최근의 기억까지 어느덧 환갑을 맞이한 저자의 인생 장면장면에는 항상 식물이 존재한다.
또 식물 야외조사를 나가 겪은 고생담을 들려주는가 하면 성취와 보람에서 오는 행복한 순간들도 전해 준다.
친구와 가족, 선후배 교수님들, 제자들과의 환희로운 순간들이 인생의 갈피마다 스며 있다.
그런가 하면 오롯이 식물과의 대면에 몰입해 있는 식물학자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오가는 길에서도 주변의 식물을 예사로 보지 않고 꽃이 피는 것을, 잎이 물들고 낙엽 되는 것을, 열매가 맺는 것을 살피는 습관이 글의 행간에서 읽힌다.
화분에 심어 놓은 씨앗에서 싹이 올라오기를 기대하며 시시때때로 확인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긴장감으로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100가지 식물 이야기, 『그날의 꽃 그날의 기억』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이야기,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차례 순서에 구애 없이 하나씩 골라 읽어도 좋다.
좋아하는 꽃과 나무가 여러 개 새로 생기기도 한다.
식물에 얽힌 일화들로 인해 마음이 정화되는 선물 같은 책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10일
- 쪽수, 무게, 크기 : 440쪽 | 175*230*30mm
- ISBN13 : 9788933708545
- ISBN10 : 8933708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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