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국가 성립 시기에 ‘꿈틀거리던’
베트남 불교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전통 시대 베트남 불교를 다룬 최초의 본격 저술

불교는 어떻게 베트남에 전파되었을까? 인도와 중국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불교는 베트남에서 어떻게 정착했을까? 베트남이 중국의 지배를 받던 북속(北屬) 시기와 독립 과정을 거쳐 리 왕조[李朝, 1009~1225] 시기에 지배 이념으로 작동했던 불교는 어떠한 흐름 속에서 등장하며 새로운 외래 사상 ‘유교’와 직면하게 되었을까? 고려가 존속하던 동안 네 차례나 왕조가 교체된 베트남에서는 독립 이후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불교가 황금기를 누리게 되었을까?

이 책은 역사학적 관점에서 전통 시대 베트남 불교의 기원과 성장, 그리고 변천 과정에 주목하며 당시 시대정신의 흐름을 개괄한다.
이슬람보다 그 기원이 앞선 또 하나의 외래 종교, 불교를 중심으로 베트남의 전통적인 다양한 시대상의 흐름을 역사적·지역적(regional)으로 파악하고, 동북아 불교사, 특히 한국 불교사와 비교사적 시각으로 접근하여 ‘유교의 나라’ 베트남에서 여전히 ‘꿈틀거리던’ 불교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다.
또한 불교의 초기 전파 과정부터 리 왕조 시기까지, 유교의 점진적인 부상 속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발전해 온 베트남 불교를 깊이 들여다본다.

북쪽의 중국 출신으로 연루현과 주변 지역을 지배하던 사람들은 대개 유교적·도교적 관점을 갖고 있었고, 패권적·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로 현지의 민간 신앙들을 경멸하곤 했다.
그런데 이러한 지배자들이나 중국의 정치 상황을 피해 이주한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인간의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니르바나(Nirv??a)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불교의 장점을 유교와 도교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가 서로 만나는 접점이었던 연루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불교문화가 중국의 유교, 도교 문화와 접촉하는 복합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1장 불교의 도래」중에서

불교의 새로운 조류는 중국의 다양한 선종을 포함하는 북방 루트를 통해 베트남에 유입되었다.
그리고 수나라와 당나라의 지배 유산으로 남겨진 비문을 통해 구진군과 현 하떠이성의 불교 발전 양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도래한 비니다류지파와 무언통파의 선불교는 베트남이 독립을 쟁취하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을까?
---「2장 불교의 확장」중에서

딘 왕조와 띠엔레 왕조 시기에는 박닌과 다이라 이외에 수도 호아르에서도 새로운 불교 중심지들이 생겨났다.
두 왕조의 황제들은 불교를 존중하면서 사원을 조성하거나 후원했다.
딘보린은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회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당시 사람들에게 신망이 있던 승려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당시 지적 능력이 뛰어난 승려들은 황제의 조언자로 승통이나 승록을 맡았다.
이 시기에 연녕사, 암선사, 바응오 사원, 일주사 등이 창건되었다.
---「3장 불교의 약진」중에서

불교적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리꽁우언은 응오아찌에우의 실정(失政)과 승통을 조롱하는 조정의 분위기를 경험했다.
띠엔레 왕조의 멸망으로 황제에 등극한 리타이또는 호아르에서 탕롱으로 천도했고, 송나라와 책봉 문제를 해결한 후 내치에 힘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불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다양한 일화에서 보듯 그는 치세 동안 비니다류지파의 승려 반하인과 무언통파의 승려 다바오 같은 영향력 있는 두 불교 지도자로부터 모두 지지를 받았다.
---「4장 불교 위에 세운 국가」중에서

불교의 주재자를 자처하려던 리타이똥은 많은 사원 이외에도 비구니들을 위한 일종의 승원(자씨희복원)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세워진 일주사와 이 사원의 의례를 통해 당시의 불교 행사와 국가가 후원하던 관음 신앙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다채롭게 진행된 불교 축제 이후에는 대사면이 시행되었고, 불경 보존을 위한 수장고도 등장했다.
---「5장 불교의 주재자」중에서

경전, 음악, 계략 등에 뛰어났던 리타인똥은 선조들의 불교 장려 정책을 계승했다.
불교는 이전과 다름없이 통치 이념의 역할을 하며 정치를 지배했고, 나한회와 같은 불교 축제도 계속되었다.
황제뿐만 아니라 ‘관음녀’로 불리던 배우자 이란 부인의 역할도 불교의 지속적인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문묘가 베트남에서 최초로 세워졌지만, 유학의 보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렀고, 불교 우위의 국가와 사회는 여전했다.
---「6장 불교 정책의 계승」중에서

이란 부인의 아들로 8세에 즉위한 리년똥은 아버지 리타인똥보다 더욱 다양한 방면으로 유교화 정책을 진행했다.
그런데 불교의 유산은 여전히 초파일, 기청제, 중원절 등을 통해 계속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코더우 국사와 같은 사례는 불교계의 강력한 지도자가 황제를 지원하고 있었음도 보여준다.
이때 레반틴과 같은 유교 관리의 저항이 있었지만, 오히려 불교 정책의 가속화만 조장할 뿐이었다.
승려들은 여전히 무언통파와 비니다류지파가 중심이 되어 활동했다.
---「7장 지원과 반란」중에서

『대월사략』과 『대월사기전서』는 숭현후와 부인 도씨의 아들 즈엉호안이 “승려 다오하인의 화신”이자 미래의 리“턴똥[神宗]”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불교를 후원하고 승려를 지원하던 리 왕조의 황실에서 이제는 승려가 환생한 리턴똥이 등장한 셈이다.
진랍과의 갈등 속에서 일종의 호국 불교가 발현되기도 했다.
황제 개인의 기호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승려의 판단도 중요한 기준이었다.
---「8장 황제로 환생한 승려」중에서

리턴똥의 호국 불교는 리아인똥의 인왕회로 발전했다.
무언통파의 승려 쯔엉응우옌은 중국인의 후손이었고, 비니다류지파의 반띡은 지에우년의 경우처럼 돈오와 점오 둘을 함께 중시했다.
태후는 선황의 유조를 받들어 비엔통에게 거듭 후한 상을 내리면서 다양한 승관도 맡겼다.
---「9장 호국 법회의 개최」중에서

리까오똥 말기에 청정하지 못한 승려들의 타락은 불교 세력의 지지로 창건되어 발전한 리 왕조의 몰락을 암시하고 있었다.
실제로 1210년 1월에는 지진이 발생하여 탕롱성 밖 승엄사의 땅이 갈라졌고, 같은 해 10월에는 리까오똥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 이후 리 왕조가 멸망해 가던 후에똥과 찌에우호앙 시기에 불교는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10장 승려들의 타락과 리 왕조의 몰락」중에서

리까오똥 말기의 내란 상황은 리후에똥 시기까지 이어졌다.
리후에똥은 불상 앞에서 ‘선양’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권력에 소심하게 저항하고자 했다.
1216년부터 쩐씨 세력이 공식적으로 조정의 정치 무대에 등장하면서, 1224년에 작은딸에게 제위를 넘긴 리 상황은 출가하여 탕롱성 내의 진교사로 거처를 옮기면서 후에꽝 대사가 되었다.
베트남의 황제가 승려가 된 첫 번째 사례다.

---「11장 승려가 된 황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