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쁨의 황제
Description
책소개
지금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시인이자 소설가
오션 브엉 두 번째 소설 《기쁨의 황제》
”사회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눈부신 비극인 동시에 슬픈 희극이다.“ 리베카 솔닛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깊은 공감으로 그려낸 소설”.
(《타임》 2025 올해의 책)
★ 《타임》, 아마존 선정 2025년 올해의 책
★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 앤드루 카네기 메달 소설부문 최종 후보
“지금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시인이자 소설가”(뉴욕타임스)인 오션 브엉의 두 번째 소설 《기쁨의 황제》가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으로서 역대 최연소 T.S.
엘리엇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그는, 베트남계 이민자이자 퀴어로서의 자전적 서사를 담은 첫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와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며 소설가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기쁨의 황제》는 그로부터 6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여러 매체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2025년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소설은 가상의 도시 ‘이스트 글래드니스’를 배경으로,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 그라지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소년 하이의 애틋한 우정을 그린다.
약물과 거짓말에 기대어 살아가던 하이는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따뜻한 한 끼를 내어주는 그라지나의 친절에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사촌 소니의 소개로 들어간 일터 ‘홈마켓’의 괴상하지만 정 많은 직원들 역시 하이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각자의 삶에 자부심을 지닌 채 끈끈하게 연결된 그들은 한 사람의 불행 앞에 함께 맞선다.
늘 혼자였던 외로운 이민자 소년에게 처음 생긴 낯선 집, 그리고 가족.
새롭게 찾아온 의미 속에서 하이는 기분 좋은 혼란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무너진 아메리칸드림, 쇠락한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 사회에 속하고자 하는 열망 속에서 방황하는 젊음들… 오션 브엉은 이들의 모습을 시적 언어로 포착하여, 개인의 아픔과 치유, 가족과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기쁨의 황제》는 이러한 공감과 인간 회복의 서사로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의 선택을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최초의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위대한 미국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미국 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판 《기쁨의 황제》에는 오션 브엉의 서문이 특별 수록되었다.
한강, 김혜순, 차학경 등 자신에게 영감을 준 한국 작가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집필에 얽힌 짧은 회고에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오션 브엉 두 번째 소설 《기쁨의 황제》
”사회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눈부신 비극인 동시에 슬픈 희극이다.“ 리베카 솔닛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깊은 공감으로 그려낸 소설”.
(《타임》 2025 올해의 책)
★ 《타임》, 아마존 선정 2025년 올해의 책
★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 앤드루 카네기 메달 소설부문 최종 후보
“지금 미국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시인이자 소설가”(뉴욕타임스)인 오션 브엉의 두 번째 소설 《기쁨의 황제》가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으로서 역대 최연소 T.S.
엘리엇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그는, 베트남계 이민자이자 퀴어로서의 자전적 서사를 담은 첫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와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며 소설가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기쁨의 황제》는 그로부터 6년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여러 매체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2025년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소설은 가상의 도시 ‘이스트 글래드니스’를 배경으로,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 그라지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소년 하이의 애틋한 우정을 그린다.
약물과 거짓말에 기대어 살아가던 하이는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따뜻한 한 끼를 내어주는 그라지나의 친절에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사촌 소니의 소개로 들어간 일터 ‘홈마켓’의 괴상하지만 정 많은 직원들 역시 하이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각자의 삶에 자부심을 지닌 채 끈끈하게 연결된 그들은 한 사람의 불행 앞에 함께 맞선다.
늘 혼자였던 외로운 이민자 소년에게 처음 생긴 낯선 집, 그리고 가족.
새롭게 찾아온 의미 속에서 하이는 기분 좋은 혼란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무너진 아메리칸드림, 쇠락한 지역의 소외된 사람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국 사회에 속하고자 하는 열망 속에서 방황하는 젊음들… 오션 브엉은 이들의 모습을 시적 언어로 포착하여, 개인의 아픔과 치유, 가족과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기쁨의 황제》는 이러한 공감과 인간 회복의 서사로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의 선택을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최초의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위대한 미국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미국 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판 《기쁨의 황제》에는 오션 브엉의 서문이 특별 수록되었다.
한강, 김혜순, 차학경 등 자신에게 영감을 준 한국 작가들에 대한 감사의 말과 집필에 얽힌 짧은 회고에서 한국어판 출간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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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목차
한국어판 서문
기쁨의 황제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기쁨의 황제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기쁨, 글래드니스를 찾아가려다 길을 잘못 들면 이곳에 다다를 것이다.
우리 마을이 이스트 글래드니스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글래드니스라는 마을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은 거의 한 세기 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지를 잃고 영웅이 되어 귀환한 소년 토니 밀샙을 기리는 뜻에서 밀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잃어도 마을 하나를 통째로 얻을 수 있다는 증거다.
몇몇 주민들은 밀샙의 빛을 빨아들여 가게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우리 동네 이름도 이스트 밀샙으로 바꾸자고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주민들은 우리 동네 인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닌 적도 없는 소년의 이름을 빌리기에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 pp.16-17
소년은 본능적으로 외쳤다가 즉시 후회했다.
그는 기둥 그늘 속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여자가 멈칫하더니 몸을 내밀고서 실눈으로 다리를 훑어보았다.
그가 쓴 안경이 근처 가로등 불빛을 반사해 금빛으로 반짝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백발과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보아 노인인 듯했다.
“거기 누구야?” 여자가 손차양을 하고 자신을 에워싸는 빗줄기 너머로 고함을 질렀다.
소년은 기둥의 철제 볼트가 어깨 사이로 파고들 만큼 몸을 딱 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맙소사!” 여자가 눈을 크게 뜨며 숨을 들이켰다.
“너 뭐 하는 거니? 미친 거야, 뭐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 도와주소서.
거기서 얼른 나와!”
소년은 몸서리를 치며 원뿔 모양으로 드리워진 빛 속으로 몸을 기울였다.
삶을 끝장내려 했던 충동보다도, 자신이 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모습을 낯선 사람에게 들켰다는 것이 어쩐지 더 곤혹스러웠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가 여자를 향해 외쳤다.
“저는…… 저는 그냥 강물을 보고 있었어요.”
--- p.26
이 집에는 노트북도 인터넷도 없었기에 이후로 한 주 동안 하이는 밤늦게까지 깨어서 종종 불안한 꿈에 시달리는 그라지나의 곁을 지키며 손안에서 곰팡이 핀 낱장들이 자꾸만 떨어지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종이가 바스라졌다.
읽는 과정에서 책이 사실상 분해되고 있었다.
자비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를 감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것이 하고 많은 장소 중에서도 폐가들이 늘어선 유독한 강가의 길 끝자락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바야흐로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에 가장 근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도.
전구알 아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하이는 따스하고도 혼자였으며, 혼자이면서도 어쩐지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 p.104
하이는 이불을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자신과 소니가 함께 누울 요 삼아 바닥에 깔았다.
소니는 비몽사몽으로 소파에서 기어 내려와 몸을 뻗었다.
하이는 그라지나를 소파에 눕혀놓고 안경을 벗기고 아래쪽 틀니를 물컵에 담근 다음 어깨에 퀼트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런 후 마침내 자신도 누웠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소니가 머리를 긁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흉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멍하니 있을 때 곧잘 하는 버릇이었다.
그러다 소니가 아주 나지막이 무언가를 말했는데, 하이에게 한 말인지 혼잣말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지독히 슬프지?”
그게 다였다.
--- p.216
밴이 도로로 나아가는 동안 하이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블루 치키 간판을 지켜보며, 버지니아의 식당 냉동고 바닥에 가만히 누워 있었을 남자를, 근무가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허공을 맴돌았을 그의 영혼을 생각했다.
그러자 어쩐지 황제 돼지들이 떠올랐다.
황제 돼지라는 이름은 통치를 뜻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통치자에게 가져다 바친다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었다.
해가 지평선으로 곤두박질치며 언덕 위로 복숭앗빛 얼룩이 번졌다.
계기판의 시계는 오후 7시 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라지나는 졸다 깨다 했다.
밴 안이 사람들의 체온으로 훈훈한 가운데 창문 틈으로 차가운 4월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하이가 차창 위에 턱을 괴고서 판잣집들, 주유소들, 반쯤 불이 켜진 상가 건물들 위로 내려앉은 마지막 햇살이 색색깔의 조각들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유리에 김이 서렸다.
우리 마을이 이스트 글래드니스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글래드니스라는 마을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은 거의 한 세기 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지를 잃고 영웅이 되어 귀환한 소년 토니 밀샙을 기리는 뜻에서 밀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잃어도 마을 하나를 통째로 얻을 수 있다는 증거다.
몇몇 주민들은 밀샙의 빛을 빨아들여 가게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 우리 동네 이름도 이스트 밀샙으로 바꾸자고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주민들은 우리 동네 인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닌 적도 없는 소년의 이름을 빌리기에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
--- pp.16-17
소년은 본능적으로 외쳤다가 즉시 후회했다.
그는 기둥 그늘 속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여자가 멈칫하더니 몸을 내밀고서 실눈으로 다리를 훑어보았다.
그가 쓴 안경이 근처 가로등 불빛을 반사해 금빛으로 반짝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백발과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보아 노인인 듯했다.
“거기 누구야?” 여자가 손차양을 하고 자신을 에워싸는 빗줄기 너머로 고함을 질렀다.
소년은 기둥의 철제 볼트가 어깨 사이로 파고들 만큼 몸을 딱 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맙소사!” 여자가 눈을 크게 뜨며 숨을 들이켰다.
“너 뭐 하는 거니? 미친 거야, 뭐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 도와주소서.
거기서 얼른 나와!”
소년은 몸서리를 치며 원뿔 모양으로 드리워진 빛 속으로 몸을 기울였다.
삶을 끝장내려 했던 충동보다도, 자신이 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모습을 낯선 사람에게 들켰다는 것이 어쩐지 더 곤혹스러웠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가 여자를 향해 외쳤다.
“저는…… 저는 그냥 강물을 보고 있었어요.”
--- p.26
이 집에는 노트북도 인터넷도 없었기에 이후로 한 주 동안 하이는 밤늦게까지 깨어서 종종 불안한 꿈에 시달리는 그라지나의 곁을 지키며 손안에서 곰팡이 핀 낱장들이 자꾸만 떨어지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종이가 바스라졌다.
읽는 과정에서 책이 사실상 분해되고 있었다.
자비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를 감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것이 하고 많은 장소 중에서도 폐가들이 늘어선 유독한 강가의 길 끝자락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바야흐로 자신이 되고 싶었던 사람에 가장 근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도.
전구알 아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하이는 따스하고도 혼자였으며, 혼자이면서도 어쩐지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 p.104
하이는 이불을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자신과 소니가 함께 누울 요 삼아 바닥에 깔았다.
소니는 비몽사몽으로 소파에서 기어 내려와 몸을 뻗었다.
하이는 그라지나를 소파에 눕혀놓고 안경을 벗기고 아래쪽 틀니를 물컵에 담근 다음 어깨에 퀼트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런 후 마침내 자신도 누웠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소니가 머리를 긁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흉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멍하니 있을 때 곧잘 하는 버릇이었다.
그러다 소니가 아주 나지막이 무언가를 말했는데, 하이에게 한 말인지 혼잣말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지독히 슬프지?”
그게 다였다.
--- p.216
밴이 도로로 나아가는 동안 하이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블루 치키 간판을 지켜보며, 버지니아의 식당 냉동고 바닥에 가만히 누워 있었을 남자를, 근무가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허공을 맴돌았을 그의 영혼을 생각했다.
그러자 어쩐지 황제 돼지들이 떠올랐다.
황제 돼지라는 이름은 통치를 뜻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통치자에게 가져다 바친다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었다.
해가 지평선으로 곤두박질치며 언덕 위로 복숭앗빛 얼룩이 번졌다.
계기판의 시계는 오후 7시 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라지나는 졸다 깨다 했다.
밴 안이 사람들의 체온으로 훈훈한 가운데 창문 틈으로 차가운 4월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하이가 차창 위에 턱을 괴고서 판잣집들, 주유소들, 반쯤 불이 켜진 상가 건물들 위로 내려앉은 마지막 햇살이 색색깔의 조각들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유리에 김이 서렸다.
--- p.331
출판사 리뷰
삶은 왜 이토록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가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신작 소설
“내가 평생 만난 가장 아름다운 글 중 하나.
오션 브엉만큼 평범한 사람의 본질을 잘 포착하는 작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_오프라 윈프리
무너지는 현실을 지탱하는 것이 거짓이라도
우리는 기꺼이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 하이는 철교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본다.
열아홉 살, 세상은 절망뿐이다.
베트남 이민자이자 성소수자인 그에게 미국 사회는 끝내 설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네일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어머니의 기대에 보답하려 노력했지만, 대학에서의 삶은 무너졌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약물에 의지하게 된 그는 학업을 포기했고, 장학금이 끊기자 빚만 남은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실망한 어머니 앞에서 하이는 또 한 번 거짓말을 했다.
보스턴에 있는 의대에 합격했다고, 곧 집을 떠나야 한다고.
그러나 하이에게는 이제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뛰어내리기로 했다.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사람, 그라지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약을 거르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고,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도 희미하다.
전쟁의 기억과 함께,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이다.
가족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이곳에 더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하루는 사라져가는 기억과 뒤엉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라지나는 철교 위에서 몸을 떨고 있는 한 소년을 본다.
두고볼 수 없었고, 붙들기로 했다.
내일이면 다 잊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를 놓을 수 없었다.
스스로 생을 끝내려던 열아홉 살 소년과 망각 속에서도 삶을 견뎌내려는 80대 노인.
《기쁨의 황제》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동거의 이야기다.
그라지나는 하이의 다정함에 기대어 안정을 찾고, 하이는 그라지나의 천진난만함에 마음을 연다.
밤이면 전쟁의 기억이 되살아나 리투아니아로부터 탈출해야 한다고 울부짖는 그라지나를 위해, 하이는 미군 소속 ‘페퍼 병장’으로 변신한다.
그의 인도를 받으며, 그라지나는 기억 속에서 다시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두 사람의 여행은 현실의 도피가 아니라 서로를 붙드는 마지막 희망이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머무는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찾아낸, 기쁨이란 이름의 천국
하이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그라지나의 살림이 빠듯해지자, 하이는 사촌 소니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랑 ‘홈마켓’에 일자리를 구한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 식당의 직원들은 개성 넘치는 점장 BJ의 지휘 아래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이 녹아내릴 때까지 일한다.
처음에는 괴상하게만 보였던 동료들이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기질과 습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마음의 결을 차츰 이해하게 된다.
익숙해지는 땀 냄새와 동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의 순간들 속에서 하이는 일터와 노동, 그리고 동료들이 주는 신뢰에 안락감을 느낀다.
그에게는 처음으로 ‘집’과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기쁨의 황제》의 배경인 ‘이스트 글래드니스’는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외곽에 놓인 가상의 도시다.
블루칼라 산업도시가 흔히 그렇듯 이곳 역시 쇠퇴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기차와 자동차가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곳,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떠날 수 없거나 떠날 곳이 없는 이들뿐이다.
하이와 그라지나, 그리고 홈마켓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 가난과 인종차별, 마약, 교육·의료 접근성의 불균형 - 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서로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돈이 들지 않는 친절’뿐이다.
오션 브엉은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담에서 “도피처조차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고 밝히며,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보답을 바라지 않고 건네는 작은 친절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기쁨의 황제》는 전작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오션 브엉의 또 다른 자전적 소설이다.
베트남 이민자이자 퀴어인 소년 하이가 희망과 좌절을 번갈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은, 정제된 시적 언어와 섬세한 관찰이 더해져 깊은 감동을 만든다.
특히 번역자 김지현은 《기쁨의 황제》를 “연약한 인간성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 평가하며, 세계 곳곳에서 배제의 흐름이 강화되는 지금 더욱 가치 있는 소설이라 강조한다.
의미심장한 제목 ‘기쁨의 황제’는 책을 덮은 뒤에야 독자의 마음속에서 선명한 이미지로 되살아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신작 소설
“내가 평생 만난 가장 아름다운 글 중 하나.
오션 브엉만큼 평범한 사람의 본질을 잘 포착하는 작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_오프라 윈프리
무너지는 현실을 지탱하는 것이 거짓이라도
우리는 기꺼이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년 하이는 철교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본다.
열아홉 살, 세상은 절망뿐이다.
베트남 이민자이자 성소수자인 그에게 미국 사회는 끝내 설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네일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어머니의 기대에 보답하려 노력했지만, 대학에서의 삶은 무너졌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약물에 의지하게 된 그는 학업을 포기했고, 장학금이 끊기자 빚만 남은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실망한 어머니 앞에서 하이는 또 한 번 거짓말을 했다.
보스턴에 있는 의대에 합격했다고, 곧 집을 떠나야 한다고.
그러나 하이에게는 이제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뛰어내리기로 했다.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지기로.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사람, 그라지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약을 거르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고,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도 희미하다.
전쟁의 기억과 함께,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이 집을 떠나게 될 것이다.
가족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이곳에 더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하루는 사라져가는 기억과 뒤엉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라지나는 철교 위에서 몸을 떨고 있는 한 소년을 본다.
두고볼 수 없었고, 붙들기로 했다.
내일이면 다 잊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를 놓을 수 없었다.
스스로 생을 끝내려던 열아홉 살 소년과 망각 속에서도 삶을 견뎌내려는 80대 노인.
《기쁨의 황제》는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동거의 이야기다.
그라지나는 하이의 다정함에 기대어 안정을 찾고, 하이는 그라지나의 천진난만함에 마음을 연다.
밤이면 전쟁의 기억이 되살아나 리투아니아로부터 탈출해야 한다고 울부짖는 그라지나를 위해, 하이는 미군 소속 ‘페퍼 병장’으로 변신한다.
그의 인도를 받으며, 그라지나는 기억 속에서 다시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두 사람의 여행은 현실의 도피가 아니라 서로를 붙드는 마지막 희망이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머무는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찾아낸, 기쁨이란 이름의 천국
하이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그라지나의 살림이 빠듯해지자, 하이는 사촌 소니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랑 ‘홈마켓’에 일자리를 구한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이 식당의 직원들은 개성 넘치는 점장 BJ의 지휘 아래 아침부터 저녁까지 몸이 녹아내릴 때까지 일한다.
처음에는 괴상하게만 보였던 동료들이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기질과 습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마음의 결을 차츰 이해하게 된다.
익숙해지는 땀 냄새와 동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의 순간들 속에서 하이는 일터와 노동, 그리고 동료들이 주는 신뢰에 안락감을 느낀다.
그에게는 처음으로 ‘집’과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기쁨의 황제》의 배경인 ‘이스트 글래드니스’는 코네티컷주 하트퍼드 외곽에 놓인 가상의 도시다.
블루칼라 산업도시가 흔히 그렇듯 이곳 역시 쇠퇴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기차와 자동차가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머물지 않는 곳,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떠날 수 없거나 떠날 곳이 없는 이들뿐이다.
하이와 그라지나, 그리고 홈마켓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 가난과 인종차별, 마약, 교육·의료 접근성의 불균형 - 에 그대로 노출된 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서로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돈이 들지 않는 친절’뿐이다.
오션 브엉은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담에서 “도피처조차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고 밝히며,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보답을 바라지 않고 건네는 작은 친절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기쁨의 황제》는 전작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오션 브엉의 또 다른 자전적 소설이다.
베트남 이민자이자 퀴어인 소년 하이가 희망과 좌절을 번갈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은, 정제된 시적 언어와 섬세한 관찰이 더해져 깊은 감동을 만든다.
특히 번역자 김지현은 《기쁨의 황제》를 “연약한 인간성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 평가하며, 세계 곳곳에서 배제의 흐름이 강화되는 지금 더욱 가치 있는 소설이라 강조한다.
의미심장한 제목 ‘기쁨의 황제’는 책을 덮은 뒤에야 독자의 마음속에서 선명한 이미지로 되살아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17일
- 쪽수, 무게, 크기 : 540쪽 | 674g | 142*210*25mm
- ISBN13 : 9791168343337
- ISBN10 : 11683433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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