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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칼훈의 랫시티
존 칼훈의 랫시티
Description
책소개
인구소멸에 대한 실험 보고서
출산율 0.7 시대, 제도가 아닌 생식 본능 붕괴가 문제다!
이 책은 정책 설계자들의 뇌를 다시 세팅하라는 경고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눈부시게 높아졌다.
세계 곳곳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한국어를 배우려 애쓴다.
한국의 위상이 눈부시게 높아진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사람, 즉 인재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높은 교육열, 낮은 문맹률, 탄탄한 인프라까지, 한국은 많지도 않은 인구와 넓지 않은 국토로도 이만큼이나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바로 인구 때문이다.


한국은 이렇게나 빨리 늙어버렸을까? 왜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을까? 단지 정책을 잘 만들면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 할까?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정책적으로 보조해서 아이를 키우기 쉽게 하면, 과연 인구문제는 해결될까? 인구 관련 연구자들은 이런 식의 피상적인 접근법과 해결책으로는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 말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을 넘어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존 칼훈의 랫시티』는 존 칼훈의 삶과 연구를 다룬다.
존 칼훈은 전설적인 연구자로, 쥐를 가지고 한 ‘유니버스’ 실험은 행동학적인 관점에서 인구와 인간 사회의 문제를 살펴보게 한다.
물론 쥐와 인간은 일대일로 등가 치환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실험 결과를 무작정 인간 사회에 일대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칼훈의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크다.
특히 ‘유니버스25’는 단순히 쥐의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다.
이는 과학의 언어로 쓰인 현대 도시에 대한 실험적 우화이며, 삶의 ‘공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목차
추천사
옮긴이 서문_쥐의 곡선, 우리의 곡선
머리말

1부 출현
1장 새로운 세상
2장 존스홉킨스
잭 칼훈: 거북이 농장(1917~1934)
3장 볼티모어
잭 칼훈: 새로 가득한 첨탑(1935~1946)
4장 쥐 방제 사업
5장 타우슨
6장 최대 인간 원형질
7장 바 하버, 월터 리드
8장 케이시의 헛간
9장 싱크에서 벗어나다

2부 이주
10장 개인 공간
11장 정신병원
12장 교도소
13장 쥐 법안
14장 우주 비행을 꿈꾸는 사람들
15장 수직 슬럼가

3부 깨달음
잭 칼훈: 오렌지 속의 우주(NIMH, 1960)
16장 풀스빌
17장 케슬러 현상과 유니버스25
18장 인기 관리
19장 진화를 위한 처방
20장 시스템 오류
21장 생태적 평형

종결 마지막 여정
감사의 글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칼훈의 연구는 인구 밀도가 높아질 때 나타나는 사회적·행동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그는 쥐 집단에 풍부한 자원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자연상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극단적인 과밀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이를 통해 인구 과밀이 사회 구조와 개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려 했던 것이다.

그의 실험은 쥐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 사회에서도 도시화와 인구 증가가 개인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칼훈은 쥐 사회에서 관찰된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이 인간 사회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며, 인구 밀도와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개인의 행동과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지 강조했다.
따라서 그의 연구는 동물 실험을 넘어, 인류 사회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칼훈의 연구를 통해 인구 밀도와 사회 구조가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 p.32~33

왓슨은 심리학을 과학의 영역에 확고히 자리 잡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주관적인 감정, 생각, 기억을 모두 배제하고, 심리학 연구를 위한 경험적이고 객관적인 방법론을 창안했다.
그의 방식은 의식적 보고를 완전히 배제하고, 관찰 가능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행동주의라고 불렀다.
왓슨은 인간의 마음을 블랙박스 같은 것이라고 보고, 관찰 가능한 행동을 통해서만 결론을 도출했다.
“춥다고 말해도 생리학적 상관관계가 없다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다.” 다시 말해, 춥다는 감각은 닭살, 떨림, 파란 입술 등 생리학적 증거가 동반되어야 했다.
인간의 의식은 과학적 연구에서 아무런 역할도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보았다.
그는 〈행동주의자의 성명서(The Behaviorist Manifesto)〉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인간이 인식하는 의식을 행동의 중심으로 삼는 것은 다윈 이전의 생물학의 위치로 심리학을 되돌리는 것과 같다.”
심리학이 성숙한 과학으로 발전하려면, 인간의 뇌를 다른 동물의 뇌와 특별히 다르거나 우월한 것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왓슨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행동주의자는 인간과 짐승 사이에 선을 긋지 않는다.”
즉, 인간을 연구하는 방법은 쥐나 개를 연구하는 방법과 동일해야 하며, 동물 연구에서 도출된 정신 기능에 대한 추론은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61~62

쥐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에만 집중하다가, 칼훈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졌다.
“블록 내 쥐 개체수를 줄이는 게 어렵다면, 반대로 늘릴 수는 없을까?” 쥐들은 블록 사이를 자발적으로 이동하지 않았지만, 블록 안에는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 많고 음식도 충분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주변 지역에서 쥐를 포획해 실험용 블록에 추가했다.
칼훈은 “외부에서 많은 수의 쥐를 투입하면, 이들이 기존 쥐 사회의 두 번째 계층을 형성할지도 모른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기대와는 달랐다.
새로운 쥐는 모두 사라졌고, 사회적 계층이 형성되기는커녕 블록 내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크리스천은 실험을 통해, 개체수가 안정된 군집에 20% 더 많은 쥐를 추가하면 전체 개체수가 60% 감소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결과는 연구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효과적인 쥐 퇴치 방법은 더 많은 쥐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크리스천과 칼훈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새로운 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갈등에서 찾았다.
칼훈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낯선 쥐 간의 갈등, 낯선 쥐와 기존 거주 쥐 간의 갈등, 그리고 기존 거주 쥐 간의 갈등으로 쥐 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역시 “기존 거주 개체군은 누가 누구와 짝짓기했고 누구의 자식인지 모두 알고 있는 안정된 사회였다.
그러나 외부 쥐의 도입은 이 사회에 심각한 심리적 혼란을 일으켰다”라고 기술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통해 강제적인 이민 정책이 독살, 포식, 질병보다도 쥐 사회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p.98~99

전후 시기의 미국은 새로운 주택 건설이 긴급히 필요했다.
1940년대 동안 미국 인구는 15% 늘어 1950년에는 1억 5천만 명에 이르렀다.
이는 1900년의 2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이민자들도 대거 유입되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서 추방된 100만 명 이상의 이민자들과 150만 명의 흑인 남부인들이 디트로이트, 시카고,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으로 이동하는 두 번째 대이동이 발생했다.
외부와 내부에서 유입된 이민자는 대부분 도시로 향했다.
20세기로 넘어갈 때는 미국인의 약 3분의 1이 도시에 살았지만, 1950년까지 3분의 2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멱법칙을 따르며 점점 더 도시화된 국가로 변했다.
스튜어트의 인구 중력 개념, 즉 인구가 점점 더 밀집된 집합체로 뭉친다는 아이디어는 실제 데이터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도시는 강력한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뉴욕의 스타이브선트 타운은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아이고, 시카고의 카브리니그린 등 미국 전역의 주택 단지에서 반복되며 원형처럼 자리 잡았다.
도시는 붐비는 한편, 교외는 끝없이 확장되었다.
롱아일랜드에서는 레빗앤드선즈가 포드식 대량생산 방식을 적용하여 하루에 30채까지 건설하며 2,000채의 새집을 완성했다.
레빗타운은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메릴랜드로 퍼져나가며 미국의 교외 풍경을 재편했다.
칼훈에게는 주택 단지와 실험실 케이지, 고층 타워, 교외 주택은 하나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보였다.
“고층 건물, 저학력 학교, 교외, 공장…… 삶의 질, 성취, 술주정뱅이, 정신병원의 연속체.” 이 배경 속에서, 모든 퍼즐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사생활이라는 약속이 어떻게 사회적 고립으로 변질되는지, 인구 밀도가 증가하며 갈등과 분열이 어떻게 심화되는지 그는 직감했다.
그리고 이렇게 자문했다.
“우리는 대체 어떤 상자를 짓고 있는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 p.143~145

“썩어가는 식물과 고인 물로 인해 질병이 퍼지는 지형적 싱크(geomorphic sink)처럼, 행동의 붕괴는 사회적 정체와 행동적 병리를 상징합니다.
신체적 근접성으로 인한 개인적인보상을 최대화하면 전체 사회의 붕괴와 개인 행동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행동의 붕괴는 군중 밀도가 초래하는 병리적 문제를 강조합니다.”

칼훈의 설명에 따르면, 행동의 붕괴는 단일한 현상이 아니라 붕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병리적 공동체의 형성으로부터 시작해 모성 방치, 공격성 증가, 교미 의식 붕괴, 성적 과잉, 극심한 폭력, 어린 개체에 대한 동종 포식, 번식 실패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집단의 멸종으로 귀결되었다.
따라서 행동의 붕괴는 용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회적 병리와 몰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칼훈의 실험이 특별했던 점은, 다른 스트레스 연구와는 달리 직접적인 외부 자극 없이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 스트레스 연구는 잔인한 실험을 포함하곤 했다.
예를 들어, 셀리에는 독성 물질 주사, 강제 운동, 절단 등의 방법을 사용했고, 월터리드센터에서는 조 브래디가 동물을 스키너 상자에 가둬 전기 충격으로 불안을 유발한 뒤 약물로 완화했다.
하지만 칼훈의 실험에서 쥐에게 물리적인 고통은 가하지 않았다.
쥐들이 높은 밀도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걸 막지 않았을 뿐이다.
그 결과, 쥐들은 자발적으로 붕괴를 조직하는 것처럼 보였다.
--- p.191~192

오스먼드와 소머는 동물원 동물 연구를 기반으로 폐쇄된 환경의 공간 설계가 불안과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면, 에서는 닭의 서열 체계와 영토성 개념을 참고하여 폐쇄된 공간에서 공격성과 폭력이 공간의 구조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연구했다.
그는 공간 구성을 재설계하면 갈등 발생 가능성을 줄이거나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들은 칼훈이 쥐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이주할 기회가 없고 고통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더욱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났다.
소머는 이를 명시적으로 비교했다.
“공간적 질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질서도 과잉 밀집 상태에서 무너집니다.
그 결과, 칼훈이 쥐 군집에서 관찰한 것과 같은 극도의 사회적 혼란이 나타납니다.”
정신질환자를 동물에 비유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스먼드와 소머는 이러한 비유가 오히려 공감할 만하며 세심한 통찰을 준다고 보았다.
그들의 연구는 기존의 접근 방식보다 혁신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 p.249~250

칼훈은 사회적 접촉의 빈도를 측정해서 ‘사회적 속도’ 또는 ‘사회적 온도’라고 불렀다.
이는 개인의 사회적 상호작용 빈도와 그 깊이를 측정하는 개념이었다.
그는 실험을 통해 쥐와 인간 모두에게 이상적인 그룹 크기를 성인 8~16명으로 설정했으며, 최적은 12명이라고 제안했다.
칼훈은 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했는데, 영장류 조상들이 반고립된 소규모 집단으로 생존했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현대 문화적 진화는 이러한 원초적 유전적 기반 위에 덧씌워진 것뿐입니다.”
이상적인 크기의 그룹은 개인에게 사회적·심리적 안정을 준다.
그룹이 너무 작으면 자극이 부족해지고, 너무 크면 과도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좌절감이 생겨 폭력적 행동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칼훈은 과도한 상호작용이 발생하면 상호작용의 강도가 약화되며, 결국 의미 없는 수준까지 약해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쥐 실험에서 개체 수가 증가할수록 사회적 속도에 따라 하위 계층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했다.
사회적 속도가 높은 개체는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보람 있는 상호작용을 더 많이 나눴다.
반면, 사회적 속도가 낮은 개체는 고립되고 움직임이 제한적이었으며, 결국 하위 계층을 형성했다.
“물리적 환경은 사회적 조직을 고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조직 역시 물리적 환경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는 물리적 밀도보다는 공간 설계와 그 사용 방식이 결정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리처드 마이어는 칼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에게도 프라이버시는 공동체 평화를 위해 필수적입니다”라고 말했다.
--- p.287~288

뇌 진화 및 행동 연구소 소장으로서, 매클레인은 인구 과잉이 단순한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신경생리학과 깊이 연결된 문제라고 보았다.
그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환경적 스트레스가 인간의 뇌 기능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이러한 압박이 신경학적 수준에서 어떻게 반응을 유도하는지 설명하려 했다.
삼위일체 뇌 가설은 칼훈의 ‘행동의 붕괴’ 현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었고, 존 크리스천과 한스 셀리에의 연구와도 맞닿아 있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매클레인은 칼훈에게 지속적 스트레스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신경과학적 모델을 제공했다.
칼훈은 이 모델을 통해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이 손상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었다.
내분비선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면역 체계가 약화되어 신체적 질병을 유발하는 것처럼, 장기간의 사회적 스트레스는 고등한 정신 기능을 방해하여 점차적으로 이를 붕괴시키고, 원시적인 뇌 구조가 활성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칼훈은 사회적 스트레스로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행동이 가장 먼저 손상된다고 보았다.
실험에서, 쥐들은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 즉 교미 의식, 서열 유지, 둥지 보호 등을 유지하지 못하고 점차 혼란스러운 행동 패턴을 보였다.
그는 사회적 질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공유될 때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는데, 과밀한 환경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가장 먼저 붕괴되었다.
칼훈은 이를 매클레인의 모델에 확장하며, 사회적 조직이 유지되는 과정 역시 신경학적 층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네 번째 뇌’라고 불렀다.
즉,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조직이 뇌의 확장된 기능으로 작동하며, 이 구조가 무너지면 개체의 행동이 더욱 원시적인 단계로 퇴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 p.339~340

칼훈은 인구 증가가 지속될 경우, 다음 단계의 혁명은 필연적으로 통신전자 혁명이 될 것이라 보았다.
그는 인간의 대뇌피질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한계를 넘어서면, “대뇌피질처럼 기능하는 전자 보조 장치”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1988년쯤에는 ‘전자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 보았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그는 예측 연도를 1984년으로 수정해서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적 상징성을 덧붙였다.
그가 제안한 다음 도약은 ‘자비로운 혁명(Compassionate Revolution)’이었다.
인구 수준이 임계점을 넘기 전에 이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류가 집단적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올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는 단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했다.
인구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인구 감소가 미래의 특징이 될 수도 있었다.
이는 인간 진화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개개인의 잠재력이 더욱 꽃피우는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 보았다.
폰 푀르스터가 2026년 11월 13일을 농담처럼 ‘심판의 날’이라 불렀다면, 칼훈은 이를 인류의 새로운 시작인 ‘새벽의 날’로 재해석한 것이다.
모든 개념은 급진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칼훈이 추구한 실험적 사고방식의 전형이었다.
그가 인류의 미래를 개념적으로 구상하는 동안, 실질적인 연구도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URBS 실험동에서 실험 공간을 확보하고, 새로운 실험 설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밀 환경에서의 행동 변화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시스템의 붕괴와 진화를 실험하려 했다.

그는 도시 블록이나 쥐 군집이 아니라, 과밀한 행성의 축소판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허페이커가 오렌지로 진드기들에게 ‘유니버스’를 구현했던 방식을 떠올렸다.
허페이커처럼 칼훈도 쥐들의 세상을 만들 참이었다.
그는 이를 ‘유니버스’라고 불렀다.
--- p.341~343

칼훈은 런던에서의 굴욕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연구가 인간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깨달았다.
학회 발표를 시작하며 그는 생쥐에 대해 언급하지만 인간으로 향한다고 말했는데, 정작 학회장에서는 이러한 연결이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1962년 네드 홀은 존 크리스천에게 “당신이 포유류 연구에서 사용한 기법을 인간 인구 연구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라며 제안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과밀한 빈민가에서 폭력적으로 사망한 사람이나 범죄자의 부신을 분석해보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이를 거절했다.
인간 사회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생리학을 전문으로 하는 개체군 생태학자였고, 연구의 초점은 동물에 맞춰져 있었다.
제임스섬의 사슴 개체군이 인간 문명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연결을 논하는 것은 그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런 연구는 인류학자인 네드 홀의 몫이었다.
그는 철저하게 동물 연구에 집중했다.
그러나 칼훈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초기에는 동물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간 사회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연구자였다.
그러나 타우슨 실험을 거쳐 유니버스25 실험에 이르면서, 그의 연구 방향은 완전히 뒤집혔다.
그의 목표는 “과밀한 환경에서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었고, 실험용 설치류는 그 목표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토마스 쿤이 언급한 전통적인 ‘정상 과학’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옆 건물에서 매클레인은 인간 두뇌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과감한 가설을 발표하며 학계의 찬사를 받았다.
삼위일체 뇌 가설을 제시하며,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던 것이다.
매클레인은 위험을 감수했고, 성공했다.
칼훈 역시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인간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동물 실험이 아니었으며, 과학 이상의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인류가 유니버스25의 생쥐와 같은 운명을 피하게 하고 싶었다.
문제는, 세상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였다.
--- p.388~390

연구소의 전체 예산은 다시 늘었지만, 모두 생물학적 정신의학에 집중되었다.
사회적 요인을 연구하는 과제들은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다룬다는 이유로 점점 배제되는 반면, 특정 정신 질환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는 정치적으로도 환영받았다.
칼훈은 이러한 변화에 실망했다.
그는 NIMH가 인간을 ‘시험관’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신약을 투여한 후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정신건강을 연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82년, 그는 이러한 우려를 〈뉴욕타임스〉의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내가 이해하는 ‘인류’라는 개념은 더 이상 NIMH의 정책과는 맞지 않다.
현재 그들이 지원하는 유일한 정신건강 연구는 신경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뿐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었다.
1981년, 마이어가 ADAMHA 국장으로 취임한 직후, 칼훈은 연구 공로로 공식적인 시상식을 통해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어는 시상식에서 정신건강 연구의 미래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에 있으며, 그 중심은 약물 치료에 있다고 선언하며 “정신건강이란 곧 ‘약물’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은 필요 없다”라고 단언했다.
1986년이 되자, 그의 발언은 현실이 되었다.
그해 5월, 칼훈은 APA 연례 회의에서 굿윈이 진행하는 토론회 공지문을 발견했다.
토론 주제는 “앞으로 신경과학 기술이 임상 연구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심리사회적 연구에 대한 예산을 신경과학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칼훈은 이 문구를 스크랩하며 이렇게 적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충족감을 찾는지 연구할 필요가 없다.
신경과학 기술만이 사람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듬해, 수오미가 실험하던 신약 중 하나였던 플루옥세틴이 FDA 승인을 받았다.
1987년, 프로작이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된 이 약물은 곧 ‘기적의 항우울제’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었다.
칼훈에게는 연구할 공간도, 그의 연구를 지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처음 그가 쥐 개체수 조절 실험을 시작한 계기도 결국 ‘화학적 해결책’ 때문이었다.
1940년대, 커트 리히터가 개발한 쥐약인 ANTU은 쥐를 박멸하는 데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칼훈과 그의 동료들이 행동생태학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런데 40년이 지나, 정신건강 문제도 약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1986년 7월 30일, 칼훈은 굿윈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도 오지 않았다.
그는 씁쓸하게 이렇게 적었다.

“굿윈이 대답할 이유가 없지.
1986년은 ‘1984’다.
끝났다(C’est finis).”
--- p.454~456

출판사 리뷰
인재가 성장동력인 한국,
인구절벽이 눈앞에 다가오다

K가 붙으면 무조건 흥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눈부시게 높아졌다.
세계 곳곳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한국어를 배우려 애쓴다.
불과 1960년대에 보릿고개를 겪고, 외국의 원조를 받았던 나라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한국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아니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서 오히려 살기에 척박한 곳이다.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이 산이고, 넓은 평야는 귀하다.
역사적으로는 외침이 많았고, 강대국들 사이에서 부침이 격했다.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해내고 한국의 위상이 눈부시게 높아진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사람, 즉 인재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높은 교육열, 낮은 문맹률, 탄탄한 인프라까지, 한국은 많지도 않은 인구와 넓지 않은 국토로도 이만큼이나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바로 인구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2023년 합계출산율 0.72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자녀수를 말한다.
당연히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출산율 저하 문제는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곧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테고, 지금의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이렇게나 빨리 늙어버렸을까? 왜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을까? 단지 정책을 잘 만들면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 할까?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정책적으로 보조해서 아이를 키우기 쉽게 하면, 과연 인구문제는 해결될까?
인구 관련 연구자들은 이런 식의 피상적인 접근법과 해결책으로는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 말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을 넘어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의 언어로 쓰인 현대 도시에 대한 실험적 우화
칼훈의 유니버스25


《랫 시티》는 존 칼훈의 삶과 연구를 다룬다.
존 칼훈은 전설적인 연구자로, 쥐를 가지고 한 ‘유니버스’ 실험은 행동학적인 관점에서 인구와 인간 사회의 문제를 살펴보게 한다.
물론 쥐와 인간은 일대일로 등가 치환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실험 결과를 무작정 인간 사회에 일대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칼훈의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크다.
특히 ‘유니버스25’는 단순히 쥐의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다.
이는 과학의 언어로 쓰인 현대 도시에 대한 실험적 우화이며, 삶의 ‘공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칼훈은 쥐들이 포식자도 없고 배고픔도 없는 유토피아인 ‘유니버스’에서 살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했다.
사람의 개입은 먹이통과 물병을 채우고, 깔짚을 더하고,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환경이라면 아마도 평화롭고 이상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 않을까?
처음 A단계는 개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로, 각자의 영역을 형성하고 둥지를 만들어 서식지를 구축했다.
‘사회적 적응 단계’였다.
곧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고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B단계, 즉 ‘확장기’가 다가왔다.
개체수는 두 달마다 2배로 늘어났다.
어린 쥐가 성체 쥐보다 3배나 많았지만 양육은 잘 이뤄졌고 교육을 잘 받았다.

그러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이때가 C단계, 즉 ‘정체기’다.
이 시기에 두드러진 것은 사회질서의 붕괴였다.
암컷과 새끼를 보호하던 수컷들은 점차 그 역할을 포기했고, 암컷은 점차 공격적으로 변했다.
동성 간 교미 행위가 늘어났고, 출산 후 새끼를 방치하는 암컷이 늘었다.
새끼는 정상적으로 교육받지 못했다.
물리적 공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데도 이미 사회적 붕괴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젊은 수컷은 좌절하고 거부당하면서 점차 주변부로 물러났다.
이 단계가 끝날 때쯤에는 이미 사회 조직은 사실상 죽음을 맞이했다.

마지막 D단계는 ‘멸망의 단계’로, 대개 방치된 채 자라난 쥐들은 개인 공간에 대한 감각이 없었고 욕구나 충동을 잃었다.
공격성도 없고 구애나 교미도 하지 않았다.
무성적이고 비사회적인 이들은 싸우지 않았기에 상처가 없었다.
이들은 끝없이 털을 정리하고 몸을 매만졌으며, 먹고 마시고 자는 것 외엔 하는 일이 없었다.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앉아 있었지만, 반대 방향을 바라볼 뿐 교류하지 않았다.
개체 수 밀도는 절정에 달했다가 점차 줄어들었다.
아무 저항 없이 상황을 받아들인 쥐들은 차분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로 지냈고, 건강히 살다가 자연사했다.
개인으로서는 최적의 삶의 방식이었으나, 전체 종에는 치명적인 재앙이었다.
‘아름다운 자들’만 남은 사회는 결국 서서히 죽어갔다.
칼훈은 마지막 단계의 개체들이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고 여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You can’t identify with nothing)”기 때문이다.

‘유니버스25’의 흥망성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한국 사회와 겹치는 지점이 분명히 보인다.
문제는 C단계에 접어들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칼훈의 실험에 따르면, C단계에 접어든 다음에는 무엇을 해도 이미 행동학적으로 무너진 쥐를 되돌릴 수 없었다.
물론 우리는 인간이므로 쥐와는 다르고, 인간의 사회는 쥐의 조직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그러나 과연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벌써 D단계에 접어들어 ‘아름다운 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 최적의 삶에 길들어 인간 종은 점차 멸종되어가는 건 아닐까?


왜 쥐인가?
칼훈의 유니버스25가 시사하는 ‘행동의 싱크’


왼쪽의 그래프는 칼훈의 유니버스25 실험의 쥐 개체군의 인구 수 곡선이고, 오른쪽은 대한민국의 인구통계 곡선이다.
급격한 성장, 완만한 정체기, 추락하는 비가역적 하강까지, 두 그래프는 놀라울 만큼 닮았다.
이런 유사성은 단순히 우연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초저출산이라는 작금의 현상이 경제적인 선택을 넘어 신경생태학적 위기라고 한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칼훈은 정체된 사회적 관계망이 인간 집단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이를 ‘행동의 붕괴(behavioral sink)’라고 불렀다.
칼훈의 통찰은 군집 행동 연구에서 나아가 뇌과학, 사회학, 역사학이 융합한 연구로 확장되었다.
이렇게 분야를 넘나들며 행동의 싱크를 메울 방안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칼훈의 실험은 1980년대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단지 쥐로 가득한 시각적 충격 때문만이 아니라, 그 실험이 인간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연구는 미국 의회 회의록에 인용되었고, NASA와 워싱턴D.C.
행정당국, 감옥 과밀화 정책 자문에 반영되었다.
단일 생물종에 대한 실험이 도시 설계와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정책을 바꾼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 공로로 한때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유니버스’ 실험은 예리한 통찰을 제공하는 놀라운 연구 과정이었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29일
- 쪽수, 무게, 크기 : 498쪽 | 450g | 128*188*24mm
- ISBN13 : 9791198805300
- ISBN10 : 119880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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