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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떠나도
신이 떠나도
Description
책소개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빈칸을 채우려고.
비어 있는 걸 채워서 받아들이고 싶어서.”

하루아침에 신이 떠났다.
여의도에서 신빨 날리던 재림아씨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1년 후, 현재림과 그의 딸 현미래가 도착한 곳은 무연동 1번지 ‘귀신의 집’ 무연맨션.
재림은 무연맨션 주민들을 스스로 떠나게 만들고 신을 되찾으려 한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딸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무당 재림의 신명 나는 한판이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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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운수 좋은 날
운명을 만들어드립니다
오래된 동상이몽
프로 무당과 아마추어 탐정
야근하다 눈떠보니 신부가 되었습니다만
운명을 바꾼 나의 이름은
꿈보다 해몽보다 태몽보다 더
모든 일의 전야
무연 히어로즈 출동
팔자에 없는 팔자
한밤의 귀신놀이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다
신이 떠나도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속였든 속았든, 앉아서 얘기하죠.
밤은 기니까.”
크지도 높지도 않지만 주목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상대를 강아지쯤으로 취급하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목소리에 홀린 듯 의자를 끌어 재림 앞에 앉게 됐다.
귀신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 사람을 홀리고 있는 걸 보면.
언젠가 들어봤던, 말 한마디로 자기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는 귀신.
이야기는 늘 질문으로 시작한다.
알고 있어요?
“여기 무연맨션, 터가 좋아요.”
--- p.40

“그런데도 애가 좀 밝게…… 자랐어요.
용하죠.”
부적을 처음 부탁하던 날 강은은 동생을 이렇게 설명했다.
재림은 강우가 밝은 사람으로 자란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덧붙인 한마디가 새삼스러웠다.
용하죠.
타고난 것,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그것으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뻔한 상황이나 이야기를 넘어선 사람을 용하다고 하는구나.
무당으로 살기 전의 재림은 들어본 적이 없는 표현이었다.
--- p.42

“나는 무당이에요.
미래를 점치는 게 내 일이죠.
대부분의 인간은 내 점괘에 따라 살려고 해요.
차와 물을 조심하려고 하고, 중요한 결정을 다시 돌아보고, 용기를 내고, 결단을 하죠.
인간은 원래 그렇게 사는데, 내가 바라는 길로 살짝 밀어주는 게 뭐가 나쁘죠? 그쪽, 재능도 있잖아요.
생각보다 일을 잘하던데.”
--- pp.67-68

그날 밤, 미래는 바닥과 가까워지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쓰러지는 건 괜찮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
그 말이 위로가 됐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꾸는 꿈, 엄마의 삶과 직업,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일상을 챙겨주던 사람의 실종,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움, 쓰러질 때마다 조금씩 무너지는 세계.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다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 pp.84-85

재림은 알고 있었다.
신은 직유로 오지 않고 은유로 온다는 것을.
오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올 것 같은 게 아니라, 왔거나 와 있다.
그러니 다시 눈을 감고 이렇게 되뇔 수밖에.
올 것이다.
오게 되어 있다.

--- p.124

신과 인간, 그 사이 말고는 재림은 어디에도 선을 긋지 않았다.
별의별 인간의 사연을 켜켜이 쌓은 탑을 돌며 기도하다 보면 선과 악, 옳고 그름만큼 모호한 문제가 없었다.
인간이 가야 할 길, 도래할 미래가 반드시 옳고 선하지는 않았다.
모든 일이 필시 옳은 결론을 향해가지도 않았다.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는 것은 신이었다.
돕는 것도 신이었다.
지금은 그 방식을 알 수 없지만.

--- pp.149-150

유경의 어깨에는 여전히 시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재림은 이걸 털어내주는 것도 무당의 일이다 싶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괴롭고 안 풀릴 때가 있기 마련이고, 그때 숨겨뒀던 못난 모습이 드러나곤 해요.
안 좋은 상태에 오래 머물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상하고요.
상온에 둔 고기처럼.
그냥…… 인간이 그렇다고요.”
--- p.204

삶의 선택, 매일의 행위가 모두 업으로 돌아온다면 재림의 업은 무엇일까.
인간의 도움, 인간의 선의, 인간의 마음은 정해진 운명을 흔들 수 없다고 말해왔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정해진 대로.
신이 말하는 대로, 운명이 너를 데려가는 대로.
신은 떠나고 운명이 자꾸 장난을 치는 지금, 재림이야말로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인간의 도움을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요? 잠시라고 믿었는데, 잠시는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인가요?
--- p.221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냥 궁금하니까? 강우의 생각 없는 대답에 재림이 웃던 소리까지 기억났다.
문강우 씨는 예측 불가능하게 뻔한 구석이 있어요.
그럼 이유가 뭡니까? 다시 물으니 뭐라고 했더라.
빈칸을 채우려고.
어떤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고.
비어 있는 걸 채워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고.
왜 아픈지, 왜 죽었는지, 왜 슬픈지, 왜 안 풀리는지, 이유를 알려주는 거예요.
--- p.256

사람이 구했다.
무연맨션에 살고 있는 모두와, 크고 작은 불운을 감수하고 운을 나눠준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구했다.
이 답을 힌트로 삼아, 진짜 마지막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다짐이 제 마음의 소리인지, 현재림 인생에서 떼어지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건 알았다.
지금까지는 여러 번 틀렸지만, 그래서 마지막 문제는 틀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것.
인정했으니까.
인간이 인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건, 잠시일 수가 없었다.
--- pp.292-293

천하의 현재림, 그 콧대 높다는 재림아씨도 당연히 못하는 게 있었다.
노래도 못했고, 현실을 인정도 못 했다.
신과 미래 없이 사는 방법도 몰랐고, 그러니 앞으로 잘 못 살 수도 있었다.
못하는 걸 잘하려면 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다 보면 노래도 언젠가 잘하게 될지 모르고, 사는 것도 그럴 거야.

--- p.359

“엄마 부적이야.
가져가.
이건 찢지 말고.”
미래가 악몽을 꾸기 시작했던 때니까 일곱 살 때쯤, 어린이집에서 한글을 배웠다.
자기 이름을 쓰고, 엄마라는 단어를 썼다.
엄마 이름도 썼다.
그림이나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조합이지만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현 재 림.
처음에는 손에 쥔 색연필이 그거 하나였는지 빨간색으로 썼더니, 누군가 그 사람이 죽을 거라고 했다.
죽는 게 뭔데요? 다시 못 보게 되는 거야.
미래가 까만 볼펜을 가져와 빨간 글씨를 덮었다.
엄마를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빨간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꾹꾹 눌러서 다시 엄마의 이름을 썼다.
재림은 그 종이를 늘 지니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마다 부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아론이의 그림이 덕진의 부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 pp.360-361

재림과 미래가, 강우가, 무연맨션 주민들이 나를 데리고 갔다.
쓰는 나조차도 과정을 몰랐던 이야기가 알아서 결말을 향해가는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운 날도 있었지만,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소설을 쓰는 동안은 늘 그랬다.
나는 재림처럼 운명을 믿지도 않고 미래 같은 방식으로 과학을 믿지도 않지만, 『신이 떠나도』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운명으로 태어난 이야기였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 이야기의 운명이 나를 다음으로 갈 수 있게 밀어주고 있다.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로.
이다음부터도 계속 쓸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역시 보법이 다르다! 음지의 K컬처라고 할 수 있을 무속을 소재로 소스라치게 현실적이고 뻔뻔할 정도로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이 떠나도』는 신묘한 방식으로 다정한 소설이다.” _ 이다혜

“윤이나의 첫 장편소설은 남다르다.
무엇보다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 실패와 파국, 그리고 가까스로 가능한 전환에 대한 이야기라 마음이 닳아버린 날에 골라들고 싶다.” _ 정세랑

모두가 기다려온 탁월한 스토리텔러
윤이나의 첫 장편소설 『신이 떠나도』
팔자회복 ☆ 동상이몽 ☆ 상부상조 ☆ 운명조작극

드라마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2024년 11월에는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트랜스월드에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억대 선인세로 수출해 화제에 올랐던 윤이나의 첫 장편소설 『신이 떠나도』가 유유히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끝난 뒤에 시작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우리에게 무당 현재림의 ‘신’과 같은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그 ‘신’이 예고 없이 떠나고 나면 우리는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
‘미래로 안내하는 게 무당의 길’이라 여기며 살아온 현재림이지만 지금 그의 미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인간 현재림은 미완, 절반일 뿐 신 없이는 아무것도 아닐 뿐인데… 재림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신이 떠나도』는 사주팔자, 작명, 태몽 등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무속(명당 찾기, 개업 혹은 바퀴 달린 것을 들일 때는 고사 지내기, 문지방 밟지 않기, 밤에 손톱 깎지 않기, 숫자 4 피하기, 손 없는 날 이사하기, 이사할 집에는 밥솥부터 옮기기, 깨진 거울은 집 안에 두지 않기, 빨간색으로 이름 쓰지 않기 등등)을 소재로 유연하게 끌어오면서 시종일관 유쾌한 톤으로 달려간다.
책장이 넘어가는 놀라운 속도에 당황하지 마시라.
생의 갈피마다 숨겨져 있던 진실을 펼쳐보이는 본격 샤머니즘 휴먼 힐링 드라마.
무당 재림의 신명 나는 한판이 이제 시작된다.

1년 전 그날.
신이 떠났다.
어떤 징조도, 예고도 없이.
“엄마가 마지막 문제를 풀면, 돌아오실 거래.”

무연동 1번지 무연맨션.
꼭대기 ‘귀신의 집’이라 불리는 그곳에 무당 현재림과 딸 현미래가 도착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용하디용한 무당으로 K엔터계에서 신빨 날리던 재림아씨.
재림에게서 신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처럼 떠났다.
그리고 재림 곁에서 일을 돕던 직원 문강은도 재림의 현금 재산을 가지고 자취를 감추었다.
재림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이 돌아오길 기원하는 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래의 꿈에 엄마의 할머니가 나타났다.

“엄마가 마지막 문제를 풀면, 돌아오실 거래.”

미래의 한마디는 오로지 신령님께 맡겨온 앞날을 재림의 손으로 계획하게 만들었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계획.
그렇게 재림은 무연맨션을 찾아왔다.

재림이 풀어야 할 마지막 문제라면 럭키즈엔터테인먼트 강해진 대표의 의뢰인 사옥 부지 찾기였다.
그리고 재림은 명당에 자리잡은 허름한 무연맨션을 찾아냈다.
무연맨션 주민들을 스스로 떠나게 만들어 팔아넘기면, 꼬인 매듭이 풀리고 신이 돌아오실 거다.
1층에서 무연부동산을 운영하며 무연맨션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는 1951년생 토끼띠 박길순(205호)부터 결혼을 앞두고 있는 1991년생 생일이 빠른 백말띠 황민영(203호), 알 수 없는 발신인으로부터 자꾸만 자신을 공격하는 메일을 받으며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 신유경(303호), 생년 미상의 수상하게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마이클과 함께 살면서 ‘태풍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남자이자 동시에 자신의 재산을 훔쳐 달아난 문강은의 동생 1996년생 쥐띠 문강우(503호)까지…

현재림은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를 묻는 사람들에게 늘 망설임 없이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대답해왔다.
“오직 신의 뜻대로.” 그럼 사람들은 그 말대로 살았다.
차와 물을 조심하려 하고, 중요한 결정을 다시 돌아보고, 용기를 내고, 결단을 내리면서.
이제 재림은 신 대신 비상한 기억력과 눈치, 순발력과 언변을 발휘한다.
그런 재림의 곁에서 딸 미래는 엄마를 떠나려는 계획을 세운다.
신이 떠나야 자신도 엄마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재림의 계획마다 훼방을 놓으며 ‘청개구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우리 인생은 과연 신의 뜻대로,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고 마는 것일까.
혹은 인간의 의지로 운명을 만들며 살아갈 수 있는 걸까.
각기 다른 꿈을 꾸는 모녀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재림과 미래는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인간의 뜻대로 되는 건 없다던 과거에서,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현재로.
미래는 스스로 쓰는 삶으로.
이 지구상에서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인간, 우리뿐이니까.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25일
-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392g | 128*188*24mm
- ISBN13 : 9791193739204
- ISBN10 : 1193739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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