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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계보학
향수의 계보학
Description
책소개
우리가 사랑하는 향수의 원형, 고전 향수를 만나다
국내 최초로 고전 향수를 총망라한 향수 계보서


빈티지 향수란 보통 2000년대 이전 향수를 말한다.
빈티지 향수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현대 향수에는 쓰이지 않는 향료가 들어간다.
특히 천연 향료는 멸종 위기 등의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었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래될수록 아름다워지는 향도 있다.

빈티지 향수를 모으다 보니 특정 시대의 향수는 비슷한 뼈대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는 샤넬 No.5의 영향으로 알데하이딕 플로럴 향수가 다수 출시됐다.
1970년대에는 그린 계열 향의 붐이 일었다.

하나의 향수에는 다양한 향조가 들어간다.
향조들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향수의 느낌이 달라진다.
향조의 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시대상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 한 시대에 유행하는 향은 당시의 사회적 맥락, 문화, 기술 등의 영향을 받는다.

각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고전 향수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향수는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동시대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시대별 향수를 살펴보며 문화적 흐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다채로운 향의 표현 방식을 읽어낸다.
샤넬 No.5, 디올 디오리시모처럼 현재까지 사랑받는 향수부터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향수들까지 상징적인 향수들의 등장으로 향의 표현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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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향수를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한 안내서

1900년대와 그 이전

현대 향수의 태동

1910년대

부드러운 향과 시프레의 탄생

1920년대

이국적인 향과 모던함을 표현한 전설적인 향수들

1930년대

어두운 시대에 꽃핀 아름다움

1940년대

전쟁 속에서 탄생한 전설적인 고전 향수들

1950년대

여성스러움에 대한 두 가지 해석과 베티버의 발명

1960년대

히피와 패츌리, 머스크, 인센스

1970년대

캐주얼 패션, 생활 체육과 함께 등장한 그린, 허브, 시트러스

1980년대

화려하고 향락적인 패션

1990년대

깨끗하고 가벼운 향과 구어망드, 프루티 플로럴

2000년대

달콤한 셀러브리티 향수, 산뜻한 플로럴의 탄생

2010년대

우디 향의 재발견과 글로벌 향수 시장의 성장

2020년대

셀러브리티 향수와 로컬 브랜드

에필로그.
향수와 시대를 함께 바라볼 때

부록
향수 뿌리는 법
향수 보관법
향을 경험하는 방법
향수 취향 키우는 법
소비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대부분의 창작은 기존의 틀에 무언가를 더하고 빼거나, 틀을 부숴버리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향수도 다르지 않습니다.
1980년대에는 화려하고 강렬한 향이 유행했는데 직후인 1990년대에는 정반대로 중성적이고 깔끔한 향이 유행했습니다.
이런 계보를 알면 취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탐구해 나갈 수 있어요.
어떤 향수가 너무 마음에 든다면, 그 향수가 과거의 어떤 향수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는 거죠.
--- 「프롤로그」 중에서

지키는 현재까지 중간에 단종되지 않고 계속 생산된 가장 오래된 향수입니다.
이 향수를 현대 향수의 시초로 보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통카빈에서 추출한 합성 향료인 쿠마린을 넣은 최초의 향수들 중 하나입니다.
합성 바닐린을 넣은 것도 처음이었어요.
이름도 꽃이나 자연물, 어떤 심상이나 장소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키’일 뿐입니다.
--- 「1900년대와 그 이전 - 현대 향수의 태동」 중에서

지금 우리가 시프레 향수라고 할 때 지칭하는 베르가못-라다넘-오크모스의 구조를 가진 향수는 코티의 시프레가 만들어냈어요.
이후 시대의 모든 시프레 향수가 코티의 시프레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코티의 시프레를 1920년 이후 버전의 오 드 뚜왈렛은 화이트 플로럴과 파우더리한 뉘앙스, 그리고 어두운 오크모스가 대비되다가 화이트 플로럴과 소량의 허브함이 향긋하게 그린함을 나타내고, 파우더리함이 살짝 가미된 오크모스향으로 끝납니다.
--- 「1910년대 - 부드러운 향과 시프레의 탄생」 중에서

2019년의 샬리마 오 드 퍼퓸은 규제로 인해 천연 베르가못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약한 베르가못과 레더, 바닐라, 인센스와 앰버가 결합된 향입니다.
1970년대 버전은 레더와 바닐라, 인센스와 앰버가 좀 더 강렬하고 무거웠습니다.
1930~1950년대 사이 버전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자주 뿌리고 다니던 향수여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미들 노트에서 다양한 꽃 향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굉장히 풍부한 장미, 자스민, 오렌지 블로썸 향이 나서 정원에 온 것 같았습니다.
파우더리한 아이리스가 꽃 향에서 베이스인 레더와 바닐라 향으로 옮겨가는 가교 역할을 하고, 베티버가 약간의 우디함을 주는 가운데 앰버와 레더, 인센스와 바닐라 향이 매우 풍부했습니다.
패츌리 향도 느껴졌는데 바닐라와 섞여 우디하면서도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줬어요.
--- 「1920년대 - 이국적인 향과 모던함을 표현한 전설적인 향수들」 중에서

1930년대의 여성들은 더 넓은 세상을 원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향수가 겔랑의 볼 드 뉘(1933)입니다.
볼 드 뉘는 자크 겔랑의 친구였던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이라는 책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광고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이국적인 식물과 얼룩말 같은 무늬의 상자에 담겨 판매됐어요.
병 디자인도 프로펠러를 형상화했습니다.
1932년 미국의 여성 비행 조종사인 아멜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가 처음으로 혼자서 멈추지 않고 대서양을 건너 화제가 되었어요.
여성들 사이에서 비행과 이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비록 모든 사람들이 에어하트처럼 비행기를 이끌고 여행을 다닐 수는 없어도, 그런 꿈을 꾸던 마지막 시대였습니다.
--- 「1930년대 - 어두운 시대에 꽃핀 아름다움」 중에서

쇼킹의 향은 허브 같은 쌉쌀함과 꿀의 달콤함으로 강렬하게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스파이스와 패츌리, 애니멀릭함이 올라와 풍성하고 깊어집니다.
잔향에서는 오크모스와 우디함, 그리고 꿀과 스파이스의 흔적이 남아요.
포근하고 달콤하면서도 관능을 잃지 않는 향입니다.
타부와 쇼킹을 비교하며 맡아보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비슷한 앰버리 계열 향수이지만, 하나는 남성이 대상화해 바라본 여성, 다른 하나는 여성이 스스로 표출한 관능의 표현 방식을 알 수 있거든요.
--- 「1930년대 - 어두운 시대에 꽃핀 아름다움」 중에서

발망의 방 베르는 딱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향수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겼습니다.
1970년대의 그린 향수 열풍부터 코로나 직후 나왔던 여러 그린 향수들까지 모든 그린 향수의 조상 격인 향수가 바로 방 베르입니다.
첫 그린 향수로서, 이후 나온 모든 그린 향수는 방 베르에게 빚지고 있어요.
방 베르는 정말 잘 만든 향수입니다.
아주 그린한 갈바넘이 잔디를 깎을 때나 식물의 줄기를 꺾었을 때 맡을 수 있는 향을 연출하다 서서히 투명하고 맑은 은방울꽃과 히아신스의 향이 나오고, 오크모스로 끝납니다.
비교적 어두운 향인 오크모스까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신기한 향수예요.
이름처럼 초록빛 바람이 주변을 감도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이 시대에 이렇게 현대적인 향수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워요.
--- 「1940년대 - 전쟁 속에서 탄생한 전설적인 고전 향수들」 중에서

프라카스는 특유의 튜베로즈 향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후 다양한 향 제품에서 비슷한 표현 방식을 사용했어요.
튜베로즈 향은 물론 가드니아 등 화이트 플로럴 향을 표현할 때도 프라카스의 방식이 쓰였습니다.
우리가 갑 티슈에서 가끔 맡을 수 있는 꽃 향도 그와 비슷한 표현법이에요.
프라카스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요.
빈티지 프라카스를 경험하게 된다면 갑 티슈 향의 원본이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어 흥미로울 거예요.
--- 「1940년대 - 전쟁 속에서 탄생한 전설적인 고전 향수들」 중에서

각 시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건 향수가 역사적으로 꾸준히 여성을 주 고객으로 삼아 여성의 취향을 반영한 몇 안 되는 상품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조향사의 세계는 역사적으로 ‘남초’였습니다.
겔랑 가문에서 태어난 패트리샤 드 니콜라이Patricia de Nicolai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 폴 겔랑Jean Paul Guerlain을 이을 다음 주자로 고려되지 못하고 구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그러나 남성 조향사들은 결국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향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향수여도 당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팔리지 않았습니다.
--- 「1950년대 - 여성스러움에 대한 두 가지 해석과 베티버의 발명」 중에서

디올의 오 소바쥬(1966)는 20세기 최고의 조향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조향사 에드몽 루드니츠카의 역작입니다.
오 소바쥬는 코롱 계열의 향수입니다.
오 소바쥬에는 헤디온이라는 합성 향료가 들어갑니다.
부드럽고 깨끗한 꽃 향이 나는, 자스민에서 추출하는 향이에요.
요새는 여성 향수에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향료인데, 이런 향을 남성 향수에 주된 요소로 넣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헤디온은 1960년대에 발견된 향료였기 때문에 에틸 말톨이 들어간 티에리 뮈글러의 엔젤(1992), 칼론이 들어간 다비도프의 쿨 워터(1988)처럼 새로운 향료를 사용한 혁신적인 시도였어요.
--- 「1960년대 - 히피와 패츌리, 머스크, 인센스」 중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거치면서 여성들은 자연스러운 향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에게서 왜 인위적인 화장품 향이 나야 하느냐고 반문하기 시작한 것이죠.
풀이나 잎사귀를 떠올리게 하는 그린 향은 성별에 관계없이 잘 어울리는 향입니다.
마치 물에 성별이 없는 것처럼요.
사회로부터 전형적인 여성성을 강요받고, 직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던 여성들에게는 그린 향이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선택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 향을 사용한 향수도 당시 기준으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멋진 커리어 우먼 같은 이미지를 차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70년에 나온 샤넬의 No.19입니다.
--- 「1970년대 - 캐주얼 패션, 생활 체육과 함께 등장한 그린, 허브, 시트러스」 중에서

입생로랑의 오피움 론칭 파티는 이전에 베이징을 가리키던 단어인 페킹이라는 이름의 선상에서 열렸습니다.
450kg이나 나가는 석가모니 동상, 난의 일종인 흰 카틀레야 수천 송이, 붉은 종이로 만든 동양풍 등불로 장식한 배에 불꽃놀이와 중국인 곡예사들, 무희들, 하렘 팬츠에 중국풍 상의를 입고 삿갓을 쓴 모델 등을 동원했어요.
그야말로 향락과 사치가 가득한 파티였습니다.
이런 파티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에요.
1977년 가을에 프랑스에서 론칭한 오피움은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이미 샤넬 No.5의 1년 수익보다 더 많이 벌어들였습니다.
광고 포스터를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찢어갈 만큼 인기가 대단했어요.
--- 「1980년대 - 화려하고 향락적인 패션」 중에서

티에리 뮈글러의 엔젤은 모든 면모가 파격적이었습니다.
별 모양의 오브제 같은 향수 병, 여성 향수로서는 물론 향수 자체로도 신기했던 푸른빛 수색,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까지 맡아보지 못했던 독특한 향을 갖고 있었죠.
엔젤에서는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할 에틸 말톨, 즉 솜사탕이나 설탕 같은 향이 납니다.
아주 강렬한 설탕 향과 과일 향, 꽃 향이 결합된 달콤한 향인데요.
이 향수가 대단한 이유는 그저 달기만 하지 않고 우디한 패츌리를 통해 씁쓸함과 무게감을 더해서 균형을 잡기 때문입니다.
패츌리 향의 쌉싸름함과 에틸 말톨의 달콤함이 섞여 초콜릿 같은 향마저 나서,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엔젤은 독창적인 향의 조합과 균형을 꾀했습니다.
--- 「1990년대 - 깨끗하고 가벼운 향과 구어망드, 프루티 플로럴」 중에서

딥티크의 도 손은 2005년에 나온 향수인데, 튜베로즈 향의 달콤함과 화이트 플로럴 특유의 조금 느끼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풍성함을 살리면서도 부드럽고 가볍게 표현했습니다.
이 향이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뭐가 가벼운가, 울렁거린다는 후기를 남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카스를 맡고 나면 딥티크의 도 손이 튜베로즈 특유의 향을 차분하고 수채화처럼 맑게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전의 튜베로즈는 훨씬 강렬했기 때문이죠.
또한 도 손은 당시 유행한 핑크 페퍼 향을 더해 알싸한 향으로 균형을 꾀했고, 잔향은 부드러운 머스크와 앰버로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 「2000년대 - 달콤한 셀러브리티 향수, 산뜻한 플로럴의 탄생」 중에서

상탈33 이후로 샌달우드 향의 기준은 인도산 샌달우드가 아니라 호주산 샌달우드가 되었습니다.
이 향수 하나로 2010년 전반에서 중후반까지 이어진 우디 향 트렌드가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어요.
우리가 지금 가진 샌달우드에 대한 모든 이미지가 이 향수에서 파생되었습니다.
--- 「2010년대 - 우디 향의 재발견과 글로벌 향수 시장의 성장」 중에서

아크네 스튜디오 파 프레데릭 말은 섬유 유연제의 향을 충실히 재현했습니다.
그럼에도 고급스러움은 유지하고 있어요.
향의 전체적인 조화가 뛰어나고, 섬유 유연제 특유의 약간 쎄한 느낌을 꽃 향, 바닐라 향 등으로 누그러뜨렸습니다.
--- 「2020년대 - 셀러브리티 향수와 로컬 브랜드」 중에서

2020년대의 가볍고 무난하고 위생적인 향을 좋아하는 트렌드가 코로나 이후 전 세계의 집단적 트라우마와 사회의 보수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돌고 돌아 향수에까지 영향을 준다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음악이든 패션이든 향수든 인간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니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겔랑 샬리마, 우비강 푸제르 로열, 샤넬 No.5….
전설적인 향수들의 아름다운 향은
전쟁과 공황의 고통, 기술과 여성 인권의 발전과 함께 만들어졌다.


향수는 우리가 소비하는 대표적인 사치품이다.
없으면 안 되는 생필품도 아니고, 저렴해서 쉽게 살 수 있는 ‘소확행’의 대상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드물게 여성 소비자를 핵심 타깃으로 만들어진 상품이기도 하다.

18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40년간의 주요 향수들과 그 역사적 배경을 망라한 이 책은 향수의 이 같은 특성에서 전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여성 인권의 신장과 소비 문화의 변화를 짚어낸다.

전설적인 조향사 에드몽 루드니츠카가 프랑스 파리의 쓰레기장 옆 건물에서 폭격 와중에 만든 향수 로샤스의 팜므(1944)의 탄생 비화부터 합의 이혼이 합법화된 1970년대 이후에야 향수가 남편이 사주는 선물이 아닌 여성이 선택하는 취향이 되었다는 설명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특히 저자의 향에 대한 묘사는 실제로 향을 맡는 것처럼 생생하다.

“베르가못으로 시작하여 정말로 부케처럼 은방울꽃, 오렌지 블로섬, 라일락, 자스민, 장미, 바이올렛 등 여러 꽃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어떨 때는 라일락과 장미, 어떨 때는 라일락과 자스민, 어떨 때는 은방울꽃, 어떨 때는 장미와 자스민 등 마치 만화경으로 본 장면처럼 여러 꽃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라지고, 종래에는 다 섞이며 명료하게 무엇이라고 지칭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꽃 향이 됩니다.
잔향마저도 플로럴한 느낌에 약간의 오크모스와 부드러운 바닐라 향이 섞여 끝납니다.
아름답고 로맨틱한, 꽃다발에 얼굴을 묻는 것 같은 향이에요.”
- 우비강 껠끄 플뢰르(1912)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수집해 온 것은 빈티지 향수뿐 아니라 문화와 기술, 여성 인권의 발전 과정에 대한 사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수집한 빈티지 향수 47종의 사진과 과거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향수 광고 포스터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2월 10일
- 쪽수, 무게, 크기 : 316쪽 | 145*215*19mm
- ISBN13 : 9791194278085
- ISBN10 : 1194278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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