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 집
Description
책소개
『헤븐』, 『여름의 문』 등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으며 혜성처럼 떠오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요미우리 신문에서 1년간 정기 연재했던 장편소설이다. 열다섯 살 소녀가 몰아치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집’에서 살아가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을 담담한 필치로 깊이 있게 그려냈다. 사회의 시선에서 어쩌면 “쓸모없어” 보일 이들과 하나가 아픔을 나누고 결핍을 채워주며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 역시 따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독립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끝내 집을 벗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과 가족을 꿈꾸는 모습은 통념에서 벗어난 낯선 풍경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집’과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시작된 삶을 전력으로 살아보려는” 하나가 어떤 선택을 해나가는지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게 되는, 짜릿하고도 신기로운 독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빠르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서사를 따르다 보면 독자 역시 어느새 노란 집의 대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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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목차
1장 재회
2장 금운
3장 축 개업
4장 예감
5장 청춘
6장 시금석
7장 일가단란
8장 착수
9장 천객만래
10장 경계선
11장 전후불각
12장 파산
13장 황락
2장 금운
3장 축 개업
4장 예감
5장 청춘
6장 시금석
7장 일가단란
8장 착수
9장 천객만래
10장 경계선
11장 전후불각
12장 파산
13장 황락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내가 몇 살이 되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건, 그녀를 잊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조금 전 우연히 가닿은 작은 인터넷 기사에서 그 이름을 볼 때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이름도 존재도 함께 보낸 시간도,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한 일도 말끔히 잊고 있었다.
--- p.9
대답은 고사하고 고개조차 저을 수 없었다.
요즘 세상에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유치한 장난에 매번 상처받는 자신이 한심해서 속상했지만, 그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이런 꼴을 들킨 것이 죽을 만큼 창피했다.
당장 어디로 꺼져버리고 싶을 만큼 창피했다.
--- p.46
엄마가 집으로 다시 들어오라면 어쩐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궁리하는 사이 가슴이 먹먹해져서, 앞으로 엄마 혼자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성가신 일에 말려들진 않을까, 지금쯤 심히 내 걱정을 하진 않을까 갖가지 불안이 찾아와서, 말없이 집을 나온 걸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부 부질없었다.
내가 집을 나간 것을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알아차린 것이다.
--- p.121
개나리색, 병아리색, 바나나색, 레몬색.
노랑에도 여러 노랑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의 공통점은 아무튼 다 노란색이란 것, 그리고 노란색은 노란색인 것 자체로 우리에게 용기와 안도감을 주는 특별한 색이라는 것이었다.
--- p.125
다마모리 모모코는 작은 결심이라도 하듯 두툼한 가라오케 선곡집을 부여잡고 진지한 얼굴로 페이지를 넘겨, 쪽지에 번호를 적어 란에게 건넸다.
잠시 후 가라오케 화면에 ‘X JAPAN 쿠레나이紅’라는 글자가 떠오르고, 발라드풍의 중후하고 서글픈 느낌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천천히 영어 가사가 표시되고 다마모리 모모코가 노래를 시작했다.
순간, 나와 란은 저절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우와, 하고 탄성이 튀어나올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 p.176
그러고 보면 비단 가족에 한해서가 아니라 기미코 씨는 자기 얘기를 통 하지 않았고, 나 또한 나에 대해 할 만한 얘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느낌이었다.
평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잠시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그저 같이 밥 먹고, 일하고, 돌아와서 잠자고, 란과 모모코도 끼어서 실없는 수다를 떨며 웃을 뿐이었으나,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 p.199
왜 그런 것도 못 하니, 몇 번 말해야 알아들을래, 남의 집 애들은 잘만 하던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환경에 엄마는 이렇게 열심이건만 얘들은 어째 이 모양이람.
걸핏하면 히스테리 일으켜서 사람을 아주 잡아.
기껏 배 아파서 낳아주고 시간도 돈도 아낌없이 들이부어 밥상 다 차려주면 뭘 해, 머리 나쁜 못난이들 엄마밖에 못 된 나만 불쌍하지, 그저 사랑하는 딸들 꽃길 걷게 하려고 갖은 정성 바쳤건만 왜 보답을 못 받을까, 이러면서 진짜로 운다? 웃기지 않아?
--- p.165
다코야키를 먹는 나는 먼 여름밤 속에 있었다.
어느 여름도, 그 여름도, 반짝이는 사과 사탕과 솜사탕, 물속에서 하늘하늘 헤엄치는 빨간 금붕어, 알록달록한 고무공, 흙냄새, 소스 냄새.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연기와 사람들의 환성이 뒤섞여 밤은 한없이 부풀어갔다.
--- p.237
그랬나, 돈 때문이구나.
나는 바닥에 남은 갈변한 우롱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좀 웃긴 기분이 들었다.
같이 살자거나 돌아오라는 게 전혀 아니고, 병이 심각하다거나 중요한 얘기가 있는 것도 물론 아니고,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렇구나, 엄마는 돈 때문에 나를 만나러 왔구나.
--- p.288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간 것도, 정보량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말이 빨랐던 것도, 내 이해력이랄까 반사 신경이랄까 일머리 같은 걸 시험하는지도 몰랐다.
얘는 틀렸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의욕을 어필하고, 싹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나는 최대한 냉정을 가장하고 말했다.
--- p.284
여보세요, 엄마? 엄마, 나 큰일 났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있잖아, 엄마, 엄마는 어떻게,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어? 내가 어렸을 때, 아직 한참 어린애였을 때, 돈도 없는데 어떻게, 무슨 수로 살았어? 다들 매일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엄마.
그러나 조금 전 우연히 가닿은 작은 인터넷 기사에서 그 이름을 볼 때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이름도 존재도 함께 보낸 시간도,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한 일도 말끔히 잊고 있었다.
--- p.9
대답은 고사하고 고개조차 저을 수 없었다.
요즘 세상에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유치한 장난에 매번 상처받는 자신이 한심해서 속상했지만, 그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이런 꼴을 들킨 것이 죽을 만큼 창피했다.
당장 어디로 꺼져버리고 싶을 만큼 창피했다.
--- p.46
엄마가 집으로 다시 들어오라면 어쩐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궁리하는 사이 가슴이 먹먹해져서, 앞으로 엄마 혼자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성가신 일에 말려들진 않을까, 지금쯤 심히 내 걱정을 하진 않을까 갖가지 불안이 찾아와서, 말없이 집을 나온 걸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부 부질없었다.
내가 집을 나간 것을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알아차린 것이다.
--- p.121
개나리색, 병아리색, 바나나색, 레몬색.
노랑에도 여러 노랑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의 공통점은 아무튼 다 노란색이란 것, 그리고 노란색은 노란색인 것 자체로 우리에게 용기와 안도감을 주는 특별한 색이라는 것이었다.
--- p.125
다마모리 모모코는 작은 결심이라도 하듯 두툼한 가라오케 선곡집을 부여잡고 진지한 얼굴로 페이지를 넘겨, 쪽지에 번호를 적어 란에게 건넸다.
잠시 후 가라오케 화면에 ‘X JAPAN 쿠레나이紅’라는 글자가 떠오르고, 발라드풍의 중후하고 서글픈 느낌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천천히 영어 가사가 표시되고 다마모리 모모코가 노래를 시작했다.
순간, 나와 란은 저절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우와, 하고 탄성이 튀어나올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 p.176
그러고 보면 비단 가족에 한해서가 아니라 기미코 씨는 자기 얘기를 통 하지 않았고, 나 또한 나에 대해 할 만한 얘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느낌이었다.
평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잠시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그저 같이 밥 먹고, 일하고, 돌아와서 잠자고, 란과 모모코도 끼어서 실없는 수다를 떨며 웃을 뿐이었으나,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 p.199
왜 그런 것도 못 하니, 몇 번 말해야 알아들을래, 남의 집 애들은 잘만 하던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환경에 엄마는 이렇게 열심이건만 얘들은 어째 이 모양이람.
걸핏하면 히스테리 일으켜서 사람을 아주 잡아.
기껏 배 아파서 낳아주고 시간도 돈도 아낌없이 들이부어 밥상 다 차려주면 뭘 해, 머리 나쁜 못난이들 엄마밖에 못 된 나만 불쌍하지, 그저 사랑하는 딸들 꽃길 걷게 하려고 갖은 정성 바쳤건만 왜 보답을 못 받을까, 이러면서 진짜로 운다? 웃기지 않아?
--- p.165
다코야키를 먹는 나는 먼 여름밤 속에 있었다.
어느 여름도, 그 여름도, 반짝이는 사과 사탕과 솜사탕, 물속에서 하늘하늘 헤엄치는 빨간 금붕어, 알록달록한 고무공, 흙냄새, 소스 냄새.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연기와 사람들의 환성이 뒤섞여 밤은 한없이 부풀어갔다.
--- p.237
그랬나, 돈 때문이구나.
나는 바닥에 남은 갈변한 우롱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좀 웃긴 기분이 들었다.
같이 살자거나 돌아오라는 게 전혀 아니고, 병이 심각하다거나 중요한 얘기가 있는 것도 물론 아니고,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렇구나, 엄마는 돈 때문에 나를 만나러 왔구나.
--- p.288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간 것도, 정보량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말이 빨랐던 것도, 내 이해력이랄까 반사 신경이랄까 일머리 같은 걸 시험하는지도 몰랐다.
얘는 틀렸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의욕을 어필하고, 싹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나는 최대한 냉정을 가장하고 말했다.
--- p.284
여보세요, 엄마? 엄마, 나 큰일 났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있잖아, 엄마, 엄마는 어떻게,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어? 내가 어렸을 때, 아직 한참 어린애였을 때, 돈도 없는데 어떻게, 무슨 수로 살았어? 다들 매일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어, 모르겠어, 엄마.
--- p.437
출판사 리뷰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신작!
논스톱 누아르 장편소설, 《노란 집》
제7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2023 TBS 임금님의 브런치 BOOK 대상 1위
2024 키노베스! 2위
2024 일본 서점대상 6위
인간은 어째서 돈에 매료되어 죄를 저지를까
― 돈과 범죄 그리고 소녀의 삶이 얽힌, 축제 같은 이야기
2020년 봄,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토 하나’는 우연히 20대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 중인 60대 여성의 인터넷 뉴스를 발견한다.
3개월이나 지난 데다 후속 기사도 없는 짧은 소식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기사 속 피고인의 이름 때문.
‘하나’는 피고인 ‘요시카와 기미코’가 자신이 아는 그 ‘기미코’임을 직감하고 평생 잊지 못할 줄 알았으나 잊고 있었던, 20년 전 ‘노란 집’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기미코’와의 만남은 ‘하나’가 열다섯 살이던 1995년 어느 여름날 이루어진다.
엄마가 동료 호스티스인 ‘기미코’와 ‘하나’만 남겨두고 남자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가버린 것이다.
평소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엄마 탓에 낡은 집에서 홀로 생활하던 ‘하나’에게는 함께 닭튀김을 해 먹고, 같은 방에서 이불을 펴고 잠들고, 산책길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미코’의 존재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한 달간의 특별한 여름방학을 계기로 ‘하나’는 열심히 돈을 벌어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호해 주는 어른 없이 휘몰아치는 삶 속에서 안정적인 ‘집’은 요원해지고, 끝내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선택을 하고야 마는데…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색다른 ‘가족’과 ‘집’의 풍경을 조명하다
― ‘집’에서 ‘가족’과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
인간에게 ‘집’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물리적 공간이며 ‘가족’은 심리적 안식을 제공하는 사회적 집단이다.
특히 자립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집과 가족은 인격의 뿌리를 형성하고 규율을 배우는 최초의 사회가 되기에 안전하고 견고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집’은 폭력의 공간이자 인간의 행복을 옭아매는 제도의 최소 단위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하나’의 이야기는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술과 친구를 지나치게 좋아해 집에 온갖 낯선 어른을 들이는 호스티스 엄마와 단둘이 자라, 학교에선 가난하다는 이유로 놀림 받고, 매 끼니를 홀로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하는 등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누군가와 애착을 형성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그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독립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끝내 집을 벗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과 가족을 꿈꾸는 모습은 통념에서 벗어난 낯선 풍경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집’과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속에 인물들의 개성 역시 우리가 평소에 상상해 본 적 없는 삶의 풍경을 그리는 데 일조한다.
아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듯하지만 어딘가 오묘한 데가 있는 어른 ‘기미코’, 집에는 거짓말을 한 채 캬바쿠라에 출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란’, 단란한 가족인 척하는 집이 답답해 일탈을 꿈꾸는 ‘모모코’, 잡다한 범죄와 소일거리를 도우며 생활을 삶을 꾸려가는 ‘영수’.
사회의 시선에서 어쩌면 “쓸모없어” 보일 이들과 하나가 아픔을 나누고 결핍을 채워주며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 역시 따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멈출 수 없는 ‘논스톱’ 누아르 소설
― 인간의 면면을 세공하듯 비추는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
《노란 집》은 《헤븐》, 《여름의 문》 등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으며 혜성처럼 떠오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요미우리 신문에서 1년간 연재했던 소설을 엮은 작품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한 번쯤 스쳤을지 모를 다양한 여성 인물들을 작품에 그리며 사회의 여러 이면을 들여다보게 했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열다섯 살 가출 청소년 ‘이토 하나’를 화자로 내세웠다.
그리고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 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미성년의 목소리를 담담한 필치로 깊이 있게 그려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장편 소설을 독자들이 왜 읽는지’ 고민하며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힌 저자는 하나가 크고 작은 범죄를 거듭할 때마다 윤리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며 차츰 도덕의식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적나라한 단어로 밀도 있게 들려준다.
단순히 사회 변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을 빌어 그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인생에서 ‘하나’가 성범죄에 빠지지 않아서, 사람을 속이는 범죄에 가담해서, 거짓말을 해서와 같은 각자의 가치판단 기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문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우리가 어떻게 마주해가야 할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시작된 삶을 전력으로 살아보려는” 하나가 어떤 선택을 해나가는지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게 되는, 짜릿하고도 신기로운 독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빠르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서사를 따르다 보면 독자 역시 어느새 노란 집의 대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논스톱 누아르 장편소설, 《노란 집》
제75회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
2023 TBS 임금님의 브런치 BOOK 대상 1위
2024 키노베스! 2위
2024 일본 서점대상 6위
인간은 어째서 돈에 매료되어 죄를 저지를까
― 돈과 범죄 그리고 소녀의 삶이 얽힌, 축제 같은 이야기
2020년 봄, 반찬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토 하나’는 우연히 20대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 중인 60대 여성의 인터넷 뉴스를 발견한다.
3개월이나 지난 데다 후속 기사도 없는 짧은 소식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기사 속 피고인의 이름 때문.
‘하나’는 피고인 ‘요시카와 기미코’가 자신이 아는 그 ‘기미코’임을 직감하고 평생 잊지 못할 줄 알았으나 잊고 있었던, 20년 전 ‘노란 집’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기미코’와의 만남은 ‘하나’가 열다섯 살이던 1995년 어느 여름날 이루어진다.
엄마가 동료 호스티스인 ‘기미코’와 ‘하나’만 남겨두고 남자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가버린 것이다.
평소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엄마 탓에 낡은 집에서 홀로 생활하던 ‘하나’에게는 함께 닭튀김을 해 먹고, 같은 방에서 이불을 펴고 잠들고, 산책길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미코’의 존재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한 달간의 특별한 여름방학을 계기로 ‘하나’는 열심히 돈을 벌어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호해 주는 어른 없이 휘몰아치는 삶 속에서 안정적인 ‘집’은 요원해지고, 끝내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선택을 하고야 마는데…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색다른 ‘가족’과 ‘집’의 풍경을 조명하다
― ‘집’에서 ‘가족’과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
인간에게 ‘집’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물리적 공간이며 ‘가족’은 심리적 안식을 제공하는 사회적 집단이다.
특히 자립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집과 가족은 인격의 뿌리를 형성하고 규율을 배우는 최초의 사회가 되기에 안전하고 견고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집’은 폭력의 공간이자 인간의 행복을 옭아매는 제도의 최소 단위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 ‘하나’의 이야기는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술과 친구를 지나치게 좋아해 집에 온갖 낯선 어른을 들이는 호스티스 엄마와 단둘이 자라, 학교에선 가난하다는 이유로 놀림 받고, 매 끼니를 홀로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하는 등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누군가와 애착을 형성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그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독립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끝내 집을 벗어나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들과 가족을 꿈꾸는 모습은 통념에서 벗어난 낯선 풍경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집’과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속에 인물들의 개성 역시 우리가 평소에 상상해 본 적 없는 삶의 풍경을 그리는 데 일조한다.
아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듯하지만 어딘가 오묘한 데가 있는 어른 ‘기미코’, 집에는 거짓말을 한 채 캬바쿠라에 출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란’, 단란한 가족인 척하는 집이 답답해 일탈을 꿈꾸는 ‘모모코’, 잡다한 범죄와 소일거리를 도우며 생활을 삶을 꾸려가는 ‘영수’.
사회의 시선에서 어쩌면 “쓸모없어” 보일 이들과 하나가 아픔을 나누고 결핍을 채워주며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 역시 따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멈출 수 없는 ‘논스톱’ 누아르 소설
― 인간의 면면을 세공하듯 비추는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
《노란 집》은 《헤븐》, 《여름의 문》 등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으며 혜성처럼 떠오른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가 요미우리 신문에서 1년간 연재했던 소설을 엮은 작품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한 번쯤 스쳤을지 모를 다양한 여성 인물들을 작품에 그리며 사회의 여러 이면을 들여다보게 했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열다섯 살 가출 청소년 ‘이토 하나’를 화자로 내세웠다.
그리고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 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미성년의 목소리를 담담한 필치로 깊이 있게 그려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장편 소설을 독자들이 왜 읽는지’ 고민하며 ‘응원하게 되는’ 주인공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힌 저자는 하나가 크고 작은 범죄를 거듭할 때마다 윤리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며 차츰 도덕의식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적나라한 단어로 밀도 있게 들려준다.
단순히 사회 변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을 빌어 그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인생에서 ‘하나’가 성범죄에 빠지지 않아서, 사람을 속이는 범죄에 가담해서, 거짓말을 해서와 같은 각자의 가치판단 기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문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우리가 어떻게 마주해가야 할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시작된 삶을 전력으로 살아보려는” 하나가 어떤 선택을 해나가는지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게 되는, 짜릿하고도 신기로운 독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빠르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서사를 따르다 보면 독자 역시 어느새 노란 집의 대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4년 10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616쪽 | 690g | 142*210*35mm
- ISBN13 : 9791171311422
- ISBN10 : 11713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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