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 경계에 서다
Description
책소개
|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너무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그런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신비로운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그는 살고 죽는 생명의 비밀을 품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생사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여태껏 단 한 사람도. 주변을 보면 전자는 항상 스핀하며 촉매는 반응하고 있지만, 생명을 설명하는 특별한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 『생명, 경계에 서다』라는 짜릿한 책은 이제 막 태동하는 한 분야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아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작은 사건이 인간과 동물의 행동에 강력한 효과를 일으키며, 거기에 진정한 생명이 있다고 주장한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짐 알칼릴리와 존조 맥패든은 양자역학 속으로 들어가 그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 과학자들에게 과학계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론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생물학자들은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꼽는 반면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 최고의 자리를 내줄 것이다. 우주 전체의 구성 요소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그림을 제공하는 물리학과 화학은 대부분 양자역학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 양자역학의 설명 능력이 없었다면, 이 세계의 작동 방식은 지금처럼 많이 이해되지 못했을 것이다. |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1장 들어가는 글
숨겨진 유령 같은 진실│양자생물학│양자역학이 정상적인 현상이라면, 우리는 왜 양자생물학에 흥분해야 하는가?
2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력”│역학의 승리│분자 당구대│생명도 카오스?│생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유전자│생명의 묘한 웃음│양자 혁명│슈뢰딩거의 파동함수│초기의 양자생물학자들│질서│불화
3장 생명의 엔진
효소: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우리에게 효소가 필요한 이유와 올챙이 꼬리가 사라지는 이유│경관의 변화│좌충우돌│전이 상태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할까?│전자 전달하기│양자 터널링│생체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양자 터널링│양성자의 이동│동적 동위원소 효과│그렇다면 이것이 양자생물학에서 양자를 형성할까?
4장 양자 맥놀이
양자역학의 핵심적 수수께끼│양자 측정│광합성의 중심을 향한 여행│양자 맥놀이
5장 니모의 집을 찾아서
향의 물리적 실재│드러나고 있는 후각의 비밀│양자 코로 냄새 맡기│코 전쟁│물리학자, 냄새를 맡다
6장 나비, 초파리, 그리고 양자울새
조류 나침반│양자 스핀과 유령 같은 작용│유리기에서 방향의 의미
7장 양자 유전자
충실도│배신│기린, 완두콩, 초파리│양성자를 이용한 암호│양자 도약 유전자?
8장 마음
의식은 얼마나 기이한가?│생각의 역학│마음은 어떻게 물질을 움직일까?│큐비트 계산│미세소관을 이용한 연산?│양자 이온 통로?
9장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끈끈한 문제│곤죽에서 세포로│RNA 세계│그렇다면 양자역학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최초의 자기복제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0장 양자생물학: 폭풍의 경계에 선 생명
굿 바이브레이션(밥-밥)│생명의 원동력에 대한 고찰│고전적 폭풍의 양자 경계에 선 생명│상향식 접근법으로 생명 만들기│원시적인 양자 원시세포의 첫 출발
에필로그: 양자적 삶
감사의 글
주석
찾아보기
숨겨진 유령 같은 진실│양자생물학│양자역학이 정상적인 현상이라면, 우리는 왜 양자생물학에 흥분해야 하는가?
2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력”│역학의 승리│분자 당구대│생명도 카오스?│생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유전자│생명의 묘한 웃음│양자 혁명│슈뢰딩거의 파동함수│초기의 양자생물학자들│질서│불화
3장 생명의 엔진
효소: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우리에게 효소가 필요한 이유와 올챙이 꼬리가 사라지는 이유│경관의 변화│좌충우돌│전이 상태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할까?│전자 전달하기│양자 터널링│생체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양자 터널링│양성자의 이동│동적 동위원소 효과│그렇다면 이것이 양자생물학에서 양자를 형성할까?
4장 양자 맥놀이
양자역학의 핵심적 수수께끼│양자 측정│광합성의 중심을 향한 여행│양자 맥놀이
5장 니모의 집을 찾아서
향의 물리적 실재│드러나고 있는 후각의 비밀│양자 코로 냄새 맡기│코 전쟁│물리학자, 냄새를 맡다
6장 나비, 초파리, 그리고 양자울새
조류 나침반│양자 스핀과 유령 같은 작용│유리기에서 방향의 의미
7장 양자 유전자
충실도│배신│기린, 완두콩, 초파리│양성자를 이용한 암호│양자 도약 유전자?
8장 마음
의식은 얼마나 기이한가?│생각의 역학│마음은 어떻게 물질을 움직일까?│큐비트 계산│미세소관을 이용한 연산?│양자 이온 통로?
9장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끈끈한 문제│곤죽에서 세포로│RNA 세계│그렇다면 양자역학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최초의 자기복제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0장 양자생물학: 폭풍의 경계에 선 생명
굿 바이브레이션(밥-밥)│생명의 원동력에 대한 고찰│고전적 폭풍의 양자 경계에 선 생명│상향식 접근법으로 생명 만들기│원시적인 양자 원시세포의 첫 출발
에필로그: 양자적 삶
감사의 글
주석
찾아보기
책 속으로
생명의 한쪽 발은 일상적인 사물로 이루어진 고전세계에 있고, 나머지 한 발은 양자세계라는 기이하고 독특한 곳 깊숙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생명이 양자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려 한다._44쪽
수많은 하등한 미생물에게 매순간 쉽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불가능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재료 하나를 빠뜨린 것일까? 이 문제는 저명한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가 이미 70년 전에 고민했던 것이며, 그가 내놓은 매우 놀라운 해답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_63쪽
따라서 효소의 활성 부위 안에서 일어나는 진짜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고 기이한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두 가지, 아니 100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유령과 같은 연결을 할 수 있으며, 겉보기에는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_117쪽
실제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법칙은 하나뿐이다.
바로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계 법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도 결국은 기이한 것들을 가리는 결어긋남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걸러진 양자역학의 법칙이다._179쪽
우리는 생명이 양자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려 한다._44쪽
수많은 하등한 미생물에게 매순간 쉽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불가능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재료 하나를 빠뜨린 것일까? 이 문제는 저명한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가 이미 70년 전에 고민했던 것이며, 그가 내놓은 매우 놀라운 해답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_63쪽
따라서 효소의 활성 부위 안에서 일어나는 진짜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고 기이한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두 가지, 아니 100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유령과 같은 연결을 할 수 있으며, 겉보기에는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_117쪽
실제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법칙은 하나뿐이다.
바로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계 법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도 결국은 기이한 것들을 가리는 결어긋남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걸러진 양자역학의 법칙이다._179쪽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과학계 서랍 안쪽에 처박혀 있던 학설
유럽울새가 보여준 양자역학의 한 조각
이 책은 ‘양자생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탄탄한 과학적 기초에서 시작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거친 뒤 최신 실험과 이론까지 망라해 그 원리를 밝히는 혁명적인 책이다.
물리학자 알칼리리와 유전학자 맥패든은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시켜 20여 년간 연구한 내용을 여기에 담아냈다.
흔히 어떤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하고, 분명히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기도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와 연결을 유지하는 ‘이상한’ 현상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조차 양자 현상에 대해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기이한 개념을 대중 과학서로 집필하고 TV 카메라 앞에 옮겨놓음으로써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로 결심했다.
탁월한 비유로 화학, 물리 용어들을 써가면서 양자의 원리를 밝히는데, 티끌보다도 어마어마하게 작은 양자는 결국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된다.
이야기의 포문은 유럽울새의 날갯짓에서 열린다.
(이는 책 말미에 가서 밝혀질 텐데 생명의 기원을 드러낼 커다란 날갯짓이다.) 말하자면 추위를 피해 이동하는 이 철새가 양자의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서구 같은 일부 조류는 자석 입자를 토대로 하는 전통적인 나침반 같은 게 머릿속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울새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구의 자기장을 ‘본다’.
울새의 눈에 들어 있는 어떤 화학물질은 적당한 에너지의 빛을 흡수하면 전자들의 배열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이런 뒤바꿈은 모종의 양자 속임수를 이용해서 동시에 두 형태로 존재하는 계를 창조한다(양자 얽힘).
가장 불가사의한 양자의 특성 중 하나인 얽힘은 두 입자가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
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얽힌 전자쌍은 자기장의 방향성에 특히 민감할 수 있어, 울새가 적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감지하게 해준다.
『생명, 경계에 서다』는 양자세계의 아주 작은 사건들이 유럽울새나 인간과 같은 중간 크기 생명체의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는 가운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양자의 기이함으로 덧칠되고 물들었는가를 드러낸다.
이로써 생명의 역학에 대한 우리 이해는 완전히 뒤바뀐다.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 파동-입자 이중성, 결맞음, 얽힘, 터널링은 최첨단 물리학 실험실에 있는 과학자들만 흥미를 가질 게 아니다.
양자역학의 현상들은 할머니의 사과파이만큼이나 평범한 실재이며, 심지어 할머니의 사과파이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처럼 평범한 것인데, 다만 세상이 그것을 기이하다고 묘사할 따름이다.
슈뢰딩거가 옳았다
되살아난 양자생물학의 불씨
이 책은 양자생물학을 새롭게 논함에 있어 에르빈 슈뢰딩거와 파스쿠알 요르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계의 한쪽 서랍에 처박혀 있던 양자생물학의 불씨를 계속 지켜온 사람은 다름 아닌 양자 파동역학을 창안한 슈뢰딩거이고, 양자생물학의 전체 토대를 이룬 이는 요르단이다.
양자이론은 20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패러다임으로 과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지만, 다만 극저온의 진공에서, 나노 규모의 연구를 하는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자는 따뜻하고 축축하며 뒤죽박죽의 상태인 살아 있는 몸속에서 양자의 기이함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생물학자들 중에는 양자역학이 생물학과 관련 있다고 보는 이가 많지만, 그들은 양자역학의 역할이 사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자역학의 규칙은 원자의 행동을 관장하는 것이고 따라서 양자세계의 규칙이 생물학의 가장 작은 규모에서도 작용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오로지 그 규모에서만 작용할 뿐, 결과적으로 생명에서 중요한 더 큰 규모의 작용에는 영향이 전혀 없거나 혹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직접 경험한 최첨단 과학과 더불어 지금까지 양자역학에서 발견한 것과 그 중심에 있는 ‘이상한’ 현상들을 밝혀낸다.
다시 말해 최근 세계 전역에서 수행 중인 획기적인 실험들을 통해 광합성 과정이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아원자 입자에 어떻게 의존하는지를 보여주고, 세포 내 모든 분자를 만드는 생명의 일꾼인 효소 내부에서는 한 지점에서 사라진 입자가 난데없이 다른 데서 나타나는 현상을 밝힌다.
이들이 여기서 논의하는 논문들은 발표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최신의 것이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체 세포는 유난스레 복잡한 장소라는 것을 기억하자.
세포에는 끊임없이 뒤섞이고 요동치는 복잡한 분자가 가득하다.
이 분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무작위 운동을 함으로써 정교한 양자 결맞음을 방해해서 우리에게 ‘정상적’인 일상세계를 보여준다.
요란한 분자운동 속에서는 양자 결맞음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분자의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인 생체 세포 안에서 터널링 같은 양자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발견이다.
어쨌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는 터널링과 다른 정교한 양자 현상이 생물학에서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묵살해왔다.
양자 현상이 이런 장소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생명이 세포를 작동시키기 위해 양자세계가 제공하는 장점을 획득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을 강구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수단은 어떤 것일까? 생명은 양자 현상의 원흉인 결어긋남을 어떻게 방지할까? 양자생물학에서 가장 큰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 수수께끼가 이제 서서히 풀리고 있다.”
양자암호의 미래
폭풍의 경계에 선 생명
생명의 뿌리는 뉴턴역학이라는 표층에서부터 요동하는 열역학의 수맥을 관통해서 양자역학의 기반에 닿아 있다.
그래서 생명은 결맞음, 중첩, 터널링, 얽힘을 활용할 수 있다.
광계, 효소, 호흡연쇄, 유전자는 입자 하나하나의 위치까지 구조화되어 있으며, 그 입자들의 양자 운동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호흡과 우리 몸을 형성하는 효소 및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질을 만들어내는 광합성에서 정말로 큰 차이를 일궈낸다.
생명은 거센 폭풍이 부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비슷하다.
이 배에는 거의 40억 년의 진화로 다듬어진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노련한 선장이 타고 있어 다양한 깊이의 양자 영역과 고전 영역을 항해할 수 있다.
생명은 폭풍우를 피하기보다는 끌어안는다.
분자의 돌풍과 강풍을 모아서 돛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이라는 배를 똑바로 세워서, 좁은 용골이 열역학의 바닷물을 지나 양자세계에 닿게 한다.
생명의 깊은 뿌리는 양자세계의 경계를 배회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법칙은 하나뿐이다.
바로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계 법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도 결국은 기이한 것들을 가리는 결어긋남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걸러진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더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우리에게 친숙한 현실의 중심에는 언제나 양자역학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양자역학적이라고 묘사한 모든 미래를 아직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울새, 흰동가리, 남극의 얼음 아래에서 살아가는 세균, 쥐라기의 숲을 어슬렁거리던 공룡, 제왕나비, 초파리, 식물, 미생물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양자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알아내야 할 것은 많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연구 영역이 아름다운 것은 뉴턴의 말처럼 완전히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유럽울새가 보여준 양자역학의 한 조각
이 책은 ‘양자생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탄탄한 과학적 기초에서 시작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거친 뒤 최신 실험과 이론까지 망라해 그 원리를 밝히는 혁명적인 책이다.
물리학자 알칼리리와 유전학자 맥패든은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시켜 20여 년간 연구한 내용을 여기에 담아냈다.
흔히 어떤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하고, 분명히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기도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와 연결을 유지하는 ‘이상한’ 현상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조차 양자 현상에 대해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기이한 개념을 대중 과학서로 집필하고 TV 카메라 앞에 옮겨놓음으로써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로 결심했다.
탁월한 비유로 화학, 물리 용어들을 써가면서 양자의 원리를 밝히는데, 티끌보다도 어마어마하게 작은 양자는 결국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된다.
이야기의 포문은 유럽울새의 날갯짓에서 열린다.
(이는 책 말미에 가서 밝혀질 텐데 생명의 기원을 드러낼 커다란 날갯짓이다.) 말하자면 추위를 피해 이동하는 이 철새가 양자의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서구 같은 일부 조류는 자석 입자를 토대로 하는 전통적인 나침반 같은 게 머릿속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울새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구의 자기장을 ‘본다’.
울새의 눈에 들어 있는 어떤 화학물질은 적당한 에너지의 빛을 흡수하면 전자들의 배열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이런 뒤바꿈은 모종의 양자 속임수를 이용해서 동시에 두 형태로 존재하는 계를 창조한다(양자 얽힘).
가장 불가사의한 양자의 특성 중 하나인 얽힘은 두 입자가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
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얽힌 전자쌍은 자기장의 방향성에 특히 민감할 수 있어, 울새가 적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감지하게 해준다.
『생명, 경계에 서다』는 양자세계의 아주 작은 사건들이 유럽울새나 인간과 같은 중간 크기 생명체의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는 가운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양자의 기이함으로 덧칠되고 물들었는가를 드러낸다.
이로써 생명의 역학에 대한 우리 이해는 완전히 뒤바뀐다.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 파동-입자 이중성, 결맞음, 얽힘, 터널링은 최첨단 물리학 실험실에 있는 과학자들만 흥미를 가질 게 아니다.
양자역학의 현상들은 할머니의 사과파이만큼이나 평범한 실재이며, 심지어 할머니의 사과파이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처럼 평범한 것인데, 다만 세상이 그것을 기이하다고 묘사할 따름이다.
슈뢰딩거가 옳았다
되살아난 양자생물학의 불씨
이 책은 양자생물학을 새롭게 논함에 있어 에르빈 슈뢰딩거와 파스쿠알 요르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계의 한쪽 서랍에 처박혀 있던 양자생물학의 불씨를 계속 지켜온 사람은 다름 아닌 양자 파동역학을 창안한 슈뢰딩거이고, 양자생물학의 전체 토대를 이룬 이는 요르단이다.
양자이론은 20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패러다임으로 과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지만, 다만 극저온의 진공에서, 나노 규모의 연구를 하는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자는 따뜻하고 축축하며 뒤죽박죽의 상태인 살아 있는 몸속에서 양자의 기이함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생물학자들 중에는 양자역학이 생물학과 관련 있다고 보는 이가 많지만, 그들은 양자역학의 역할이 사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자역학의 규칙은 원자의 행동을 관장하는 것이고 따라서 양자세계의 규칙이 생물학의 가장 작은 규모에서도 작용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오로지 그 규모에서만 작용할 뿐, 결과적으로 생명에서 중요한 더 큰 규모의 작용에는 영향이 전혀 없거나 혹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직접 경험한 최첨단 과학과 더불어 지금까지 양자역학에서 발견한 것과 그 중심에 있는 ‘이상한’ 현상들을 밝혀낸다.
다시 말해 최근 세계 전역에서 수행 중인 획기적인 실험들을 통해 광합성 과정이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아원자 입자에 어떻게 의존하는지를 보여주고, 세포 내 모든 분자를 만드는 생명의 일꾼인 효소 내부에서는 한 지점에서 사라진 입자가 난데없이 다른 데서 나타나는 현상을 밝힌다.
이들이 여기서 논의하는 논문들은 발표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최신의 것이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체 세포는 유난스레 복잡한 장소라는 것을 기억하자.
세포에는 끊임없이 뒤섞이고 요동치는 복잡한 분자가 가득하다.
이 분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무작위 운동을 함으로써 정교한 양자 결맞음을 방해해서 우리에게 ‘정상적’인 일상세계를 보여준다.
요란한 분자운동 속에서는 양자 결맞음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분자의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인 생체 세포 안에서 터널링 같은 양자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발견이다.
어쨌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는 터널링과 다른 정교한 양자 현상이 생물학에서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묵살해왔다.
양자 현상이 이런 장소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은 생명이 세포를 작동시키기 위해 양자세계가 제공하는 장점을 획득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을 강구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수단은 어떤 것일까? 생명은 양자 현상의 원흉인 결어긋남을 어떻게 방지할까? 양자생물학에서 가장 큰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 수수께끼가 이제 서서히 풀리고 있다.”
양자암호의 미래
폭풍의 경계에 선 생명
생명의 뿌리는 뉴턴역학이라는 표층에서부터 요동하는 열역학의 수맥을 관통해서 양자역학의 기반에 닿아 있다.
그래서 생명은 결맞음, 중첩, 터널링, 얽힘을 활용할 수 있다.
광계, 효소, 호흡연쇄, 유전자는 입자 하나하나의 위치까지 구조화되어 있으며, 그 입자들의 양자 운동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호흡과 우리 몸을 형성하는 효소 및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질을 만들어내는 광합성에서 정말로 큰 차이를 일궈낸다.
생명은 거센 폭풍이 부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비슷하다.
이 배에는 거의 40억 년의 진화로 다듬어진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노련한 선장이 타고 있어 다양한 깊이의 양자 영역과 고전 영역을 항해할 수 있다.
생명은 폭풍우를 피하기보다는 끌어안는다.
분자의 돌풍과 강풍을 모아서 돛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이라는 배를 똑바로 세워서, 좁은 용골이 열역학의 바닷물을 지나 양자세계에 닿게 한다.
생명의 깊은 뿌리는 양자세계의 경계를 배회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법칙은 하나뿐이다.
바로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계 법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도 결국은 기이한 것들을 가리는 결어긋남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걸러진 양자역학의 법칙이다.
더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우리에게 친숙한 현실의 중심에는 언제나 양자역학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양자역학적이라고 묘사한 모든 미래를 아직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울새, 흰동가리, 남극의 얼음 아래에서 살아가는 세균, 쥐라기의 숲을 어슬렁거리던 공룡, 제왕나비, 초파리, 식물, 미생물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양자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알아내야 할 것은 많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연구 영역이 아름다운 것은 뉴턴의 말처럼 완전히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17년 11월 24일
- 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734g | 148*220*30mm
- ISBN13 : 9788967354589
- ISBN10 : 896735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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