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러드문
Description
책소개
끝없이 진화하는 노르딕 누아르의 전설
삼 년 만에 돌아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3권
2022년 《칼》 이래 침묵하던 해리 홀레 시리즈가 후속작으로 귀환했다.
청년에서 중년이 된 해리도, 그의 이야기도 더 깊어지고 더욱 처절해졌다.
본 적 없는 연쇄살인을, 시도한 적 없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블러드문》은 북유럽 소설 신드롬을 선두에서 이끈 작가 요 네스뵈의 역량과 저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산산이 부서진 채 노르웨이를 등졌던 해리 홀레.
거짓말 같은 계기로 오슬로에 다시 발을 들인 그는 경찰 대신 사설탐정 같은 일을 맡는다.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부동산 재벌이 직접 사건 조사를 의뢰한 것.
해리의 주도 아래 죽음을 준비하는 심리학자, 비리 경찰, 택시 기사, 전직 형사가 모여 수사를 시작하는데… 끝없이 추락하고 부서지고 상처받아온 해리는, 메마른 오슬로에서 무엇을 바라고 원망하고 이루려는 것일까.
삼 년 만에 돌아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3권
2022년 《칼》 이래 침묵하던 해리 홀레 시리즈가 후속작으로 귀환했다.
청년에서 중년이 된 해리도, 그의 이야기도 더 깊어지고 더욱 처절해졌다.
본 적 없는 연쇄살인을, 시도한 적 없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블러드문》은 북유럽 소설 신드롬을 선두에서 이끈 작가 요 네스뵈의 역량과 저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산산이 부서진 채 노르웨이를 등졌던 해리 홀레.
거짓말 같은 계기로 오슬로에 다시 발을 들인 그는 경찰 대신 사설탐정 같은 일을 맡는다.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부동산 재벌이 직접 사건 조사를 의뢰한 것.
해리의 주도 아래 죽음을 준비하는 심리학자, 비리 경찰, 택시 기사, 전직 형사가 모여 수사를 시작하는데… 끝없이 추락하고 부서지고 상처받아온 해리는, 메마른 오슬로에서 무엇을 바라고 원망하고 이루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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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해리는 계속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오른손에 여전히 신용카드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건가? 외국의 먼지 날리는 주차장에서 햇빛을 받으며, 알거지 신세에 살짝 취한 채로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없었던,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단 한 번도 해주지 못했던 일을 하려고 애쓰다가?
그는 거의 눈을 감은 채 신용카드를 꽉 움켜쥐었고, 그 손이 끌 모양이 되었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 제목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젠장, 이렇게 헤어질 수야 없지.
--- pp.25-26
“죄송합니다…….” 탐정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속삭이듯 말했다.
“……몰래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요.
해리 홀레 씨죠?”
“아.” 해리는 어느 쪽이 더 나쁜 상황이 될지 생각하며 망설였다.
“내가 해리 홀레요.”
“당신과 연락하고 싶어하는 분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남자는 신음하며 몸을 옆으로 굴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 버튼을 누르고 해리에게 내밀었다.
“그쪽에서 우리 전화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리는 이미 벨이 울리고 있는 휴대전화를 받아 귀에 댔다.
“여보세요?” 이상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해리는 총구를 내리는 세븐일레븐 직원을 보며 대답했다.
해리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몰라도 직원 남자는 안심했다기보다는 살짝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해리!” 전화 속 목소리가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요한 크론이에요.”
해리는 눈을 깜박였다.
노르웨이어를 들어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더라?
--- pp.72-73
전화를 끊은 해리는 오래전 독일군 벙커 뒤에 세워둔 메르세데스로 걸어갔다.
다시 보닛 위 외위스테인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차량의 열린 양쪽 창문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른 모든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이 결코 차지할 수 없었던 여자들, 산산이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희미해진, 완성하지 못한 노래나 결정적 대목 없이 길게 늘어지는 농담 같은 꿈들에 관해.
그들이 선택한 삶 또는 그들을 선택한 삶에 관해.
그건 어차피 같았다.
왜냐하면 외위스테인이 말한 대로 사람은 누구나 손에 든 카드로만 카드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하네.” 두 사람이 한참 침묵을 지킨 끝에 외위스테인이 말했다.
“오래된 엔진이 열기가 좋지.” 해리가 보닛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날씨 말이야.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다시 더운 날씨가 돌아왔어.
그리고 내일은 블러드문이 뜰 거래.”
--- pp.529-530
“어쩌면요.” 성민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카트리네가 말했다.
“물론 우린 절대 답을 알 수 없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럼요, 우린 모든 답을 절대 알 수 없어요.” 카트리네가 말했다.
세 사람은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따뜻한 날이라는 사실을 이미 아는 듯이 눈을 감은 채 그 자리에서 태양을 향해 잠시 서 있었다.
그제야 오른손에 여전히 신용카드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건가? 외국의 먼지 날리는 주차장에서 햇빛을 받으며, 알거지 신세에 살짝 취한 채로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없었던,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단 한 번도 해주지 못했던 일을 하려고 애쓰다가?
그는 거의 눈을 감은 채 신용카드를 꽉 움켜쥐었고, 그 손이 끌 모양이 되었다.
레너드 코헨의 노래 제목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젠장, 이렇게 헤어질 수야 없지.
--- pp.25-26
“죄송합니다…….” 탐정 남자가 숨을 몰아쉬며 속삭이듯 말했다.
“……몰래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요.
해리 홀레 씨죠?”
“아.” 해리는 어느 쪽이 더 나쁜 상황이 될지 생각하며 망설였다.
“내가 해리 홀레요.”
“당신과 연락하고 싶어하는 분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남자는 신음하며 몸을 옆으로 굴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 버튼을 누르고 해리에게 내밀었다.
“그쪽에서 우리 전화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리는 이미 벨이 울리고 있는 휴대전화를 받아 귀에 댔다.
“여보세요?” 이상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해리는 총구를 내리는 세븐일레븐 직원을 보며 대답했다.
해리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몰라도 직원 남자는 안심했다기보다는 살짝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해리!” 전화 속 목소리가 소리쳤다.
“안녕하세요? 요한 크론이에요.”
해리는 눈을 깜박였다.
노르웨이어를 들어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더라?
--- pp.72-73
전화를 끊은 해리는 오래전 독일군 벙커 뒤에 세워둔 메르세데스로 걸어갔다.
다시 보닛 위 외위스테인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차량의 열린 양쪽 창문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른 모든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이 결코 차지할 수 없었던 여자들, 산산이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희미해진, 완성하지 못한 노래나 결정적 대목 없이 길게 늘어지는 농담 같은 꿈들에 관해.
그들이 선택한 삶 또는 그들을 선택한 삶에 관해.
그건 어차피 같았다.
왜냐하면 외위스테인이 말한 대로 사람은 누구나 손에 든 카드로만 카드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하네.” 두 사람이 한참 침묵을 지킨 끝에 외위스테인이 말했다.
“오래된 엔진이 열기가 좋지.” 해리가 보닛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날씨 말이야.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다시 더운 날씨가 돌아왔어.
그리고 내일은 블러드문이 뜰 거래.”
--- pp.529-530
“어쩌면요.” 성민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카트리네가 말했다.
“물론 우린 절대 답을 알 수 없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럼요, 우린 모든 답을 절대 알 수 없어요.” 카트리네가 말했다.
세 사람은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따뜻한 날이라는 사실을 이미 아는 듯이 눈을 감은 채 그 자리에서 태양을 향해 잠시 서 있었다.
--- pp.546-547
출판사 리뷰
[선데이타임스] 올해의 책(2023)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2024)
[더타임스] 이달의 범죄소설
[엘르] 그랑프리 노미네이트(프랑스)
스토리텔 어워드 노미네이트(스웨덴)
범죄소설가 아카데미 어워드 노미네이트(스웨덴)
모피보 어워드 노미네이트(덴마크)
조각조각 찢긴 삶, 불현듯 급조된 목표…
한 조각 빛을 쫓아 해리 홀레가 움직인다!
로스앤젤레스의 허름한 술집에서 매일 술잔만 기울이는 해리.
그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임무는 단순했다.
가진 돈도, 미래도 다 없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
그리고 스스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용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드디어 돈이 떨어진 날, 우연히 말벗이 된 중년 여성 ‘루실’과 서로 망해버린 삶을 비하하며 술잔과 상처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 중 루실이 큰 빚을 진 멕시코 갱단에서 해결사 무리를 보내고, 해리는 저도 모르게 루실을 구출해 함께 도망치고 만다.
한편, 오슬로의 부동산 재벌 ‘뢰드’가 개최한 파티 이후 실종됐던 여성들이 차례차례 사체로 발견되기 시작하고 경찰은 불온한 기운을 감지한다.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가 된 뢰드는 제 무죄를 증명해줄 사람을 구해오라 지시하고, 변호사 요한 크론은 즉시 적합한 인물을 떠올린다.
해리 홀레는 뢰드에게 루실의 채무 전액을 갚아달라는 조건을 내건 뒤 다시 오슬로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죽음을 앞둔 심리학자, 비리 경찰, 택시 기사로 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한다.
인연과 상처와 흔적들이 곳곳에 남은 땅, 내내 추락하고 상처받아온 해리는 메마른 오슬로에서 무엇을 바라고 또다시 무엇을 이루려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철저히 잃어버린 ‘미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그자의 삶을 빼앗았다고 해두죠.
그래서 그자도 내게서 삶을 빼앗아간 겁니다.”
해리 홀레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부서지고 찢기기만 했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첫사랑을 잃었고(《박쥐》), 손가락이 잘리고(《스노우맨》), 얼굴 절반이 찢기고(《레오파드》), 위중한 총상을 입기도 했으며(《팬텀》), 끝내는 일생의 연인을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잃고 말았다(《칼》).
삶의 벼랑까지 내몰렸던 해리는 우연히 알게 된 여성을 위해 우발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다시 뛰어든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열세 번째 이야기 《블러드문》은 더는 잃을 것이 없을 줄 알았던 삶, 처참하게 버려지고 내팽개쳐졌던 삶에서 다시금 무릎을 짚고 몸을 일으키는 해리 홀레의 이야기다.
“피투성이 덩어리……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블러드문 같았다.”
작품 제목이자 중요 모티프가 된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중 빛의 산란 때문에 보름달이 붉게 물드는 현상을 가리킨다.
‘핏빛’이 자아내는 섬뜩한 기운이 작품 전반에 으스스한 뉘앙스를 드리우는 한편,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범행 방식을 거듭 연상시키는 장치로서도 기능한다.
한편, 그림자에 먹혀 이지러지다가 고리만 남았던 달이 천천히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해리 홀레라는 존재의 좌절과 반등을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열세 권, 긴 시간 시리즈를 이어오는 동안 부단히 진화를 거듭해온 요 네스뵈.
한층 다양해진 등장인물부터 첨단지식을 활용한 범행 방식까지, 《블러드문》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의 영민한 눈은 번뜩인다.
겹겹으로 짜인 트릭, 거기서 빚어지는 반전과 스릴, 미스디렉션과 맥거핀의 능란한 활용은 기본이다.
웰메이드 장르소설이 줄 수 있는 극한의 쾌감이 궁금한 독자라면, 《블러드문》을 통해 대가의 경지를 마음껏 즐겨보시길.
이제 중년의 해리 홀레에게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요 네스뵈는 작품 말미에서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등장을 예고하며 후속권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었다.
가슴 설레하며 다음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
현재진행형인 시리즈를 실시간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기쁨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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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찢긴 삶, 불현듯 급조된 목표…
한 조각 빛을 쫓아 해리 홀레가 움직인다!
로스앤젤레스의 허름한 술집에서 매일 술잔만 기울이는 해리.
그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임무는 단순했다.
가진 돈도, 미래도 다 없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
그리고 스스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용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드디어 돈이 떨어진 날, 우연히 말벗이 된 중년 여성 ‘루실’과 서로 망해버린 삶을 비하하며 술잔과 상처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 중 루실이 큰 빚을 진 멕시코 갱단에서 해결사 무리를 보내고, 해리는 저도 모르게 루실을 구출해 함께 도망치고 만다.
한편, 오슬로의 부동산 재벌 ‘뢰드’가 개최한 파티 이후 실종됐던 여성들이 차례차례 사체로 발견되기 시작하고 경찰은 불온한 기운을 감지한다.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가 된 뢰드는 제 무죄를 증명해줄 사람을 구해오라 지시하고, 변호사 요한 크론은 즉시 적합한 인물을 떠올린다.
해리 홀레는 뢰드에게 루실의 채무 전액을 갚아달라는 조건을 내건 뒤 다시 오슬로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죽음을 앞둔 심리학자, 비리 경찰, 택시 기사로 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한다.
인연과 상처와 흔적들이 곳곳에 남은 땅, 내내 추락하고 상처받아온 해리는 메마른 오슬로에서 무엇을 바라고 또다시 무엇을 이루려는 것일까.
그리고 그는 철저히 잃어버린 ‘미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그자의 삶을 빼앗았다고 해두죠.
그래서 그자도 내게서 삶을 빼앗아간 겁니다.”
해리 홀레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부서지고 찢기기만 했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첫사랑을 잃었고(《박쥐》), 손가락이 잘리고(《스노우맨》), 얼굴 절반이 찢기고(《레오파드》), 위중한 총상을 입기도 했으며(《팬텀》), 끝내는 일생의 연인을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잃고 말았다(《칼》).
삶의 벼랑까지 내몰렸던 해리는 우연히 알게 된 여성을 위해 우발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다시 뛰어든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열세 번째 이야기 《블러드문》은 더는 잃을 것이 없을 줄 알았던 삶, 처참하게 버려지고 내팽개쳐졌던 삶에서 다시금 무릎을 짚고 몸을 일으키는 해리 홀레의 이야기다.
“피투성이 덩어리……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블러드문 같았다.”
작품 제목이자 중요 모티프가 된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중 빛의 산란 때문에 보름달이 붉게 물드는 현상을 가리킨다.
‘핏빛’이 자아내는 섬뜩한 기운이 작품 전반에 으스스한 뉘앙스를 드리우는 한편,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범행 방식을 거듭 연상시키는 장치로서도 기능한다.
한편, 그림자에 먹혀 이지러지다가 고리만 남았던 달이 천천히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해리 홀레라는 존재의 좌절과 반등을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열세 권, 긴 시간 시리즈를 이어오는 동안 부단히 진화를 거듭해온 요 네스뵈.
한층 다양해진 등장인물부터 첨단지식을 활용한 범행 방식까지, 《블러드문》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의 영민한 눈은 번뜩인다.
겹겹으로 짜인 트릭, 거기서 빚어지는 반전과 스릴, 미스디렉션과 맥거핀의 능란한 활용은 기본이다.
웰메이드 장르소설이 줄 수 있는 극한의 쾌감이 궁금한 독자라면, 《블러드문》을 통해 대가의 경지를 마음껏 즐겨보시길.
이제 중년의 해리 홀레에게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요 네스뵈는 작품 말미에서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등장을 예고하며 후속권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었다.
가슴 설레하며 다음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
현재진행형인 시리즈를 실시간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기쁨이 아닐는지.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0월 31일
- 쪽수, 무게, 크기 : 664쪽 | 786g | 140*210*38mm
- ISBN13 : 9791173323614
- ISBN10 : 117332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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