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문학 기행
Description
책소개
노벨문학상 1년 후, 한강의 문학을 잇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1년.
그해 가을, 한강의 문학을 다시 읽고자 한 독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강의 문장을 따라 걸었고, 『여수의 사랑』의 바다와 『소년이 온다』의 광주, 『흰』의 자작나무 숲과 『작별하지 않는다』의 제주를 여행했다.
『한강 문학 기행』은 그렇게 태어난 책이다.
한강의 소설을 함께 읽고, 그 장소를 직접 찾아가 문학의 질문을 몸으로 사유한 열 명의 기록.
읽기는 여행이 되고, 여행은 사유가 되었다.
문학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한강의 문학과 함께한 일 년, 그리고 문학이 삶과 세계를 잇는 힘에 대한 증언이다.
우리는 미래에서 온 독자였다.
마치 정답지를 손에 쥔 사람처럼, 작가의 첫 소설을 펼칠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작가가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 「한강과 함께한 일 년」에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1년.
그해 가을, 한강의 문학을 다시 읽고자 한 독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강의 문장을 따라 걸었고, 『여수의 사랑』의 바다와 『소년이 온다』의 광주, 『흰』의 자작나무 숲과 『작별하지 않는다』의 제주를 여행했다.
『한강 문학 기행』은 그렇게 태어난 책이다.
한강의 소설을 함께 읽고, 그 장소를 직접 찾아가 문학의 질문을 몸으로 사유한 열 명의 기록.
읽기는 여행이 되고, 여행은 사유가 되었다.
문학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한강의 문학과 함께한 일 년, 그리고 문학이 삶과 세계를 잇는 힘에 대한 증언이다.
우리는 미래에서 온 독자였다.
마치 정답지를 손에 쥔 사람처럼, 작가의 첫 소설을 펼칠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작가가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 「한강과 함께한 일 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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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0
드리는 편지
006 정원선 〈숲속 낭독회〉를 회상하며 한강 작가님께
01
들어서며
023 김성민 한강과 함께한 일 년
02
『여수의 사랑』
034 오교희 작품 소개_한강의 첫 마음
038 오교희 작품 리뷰_나는 다시 여수에 갈 것이다
047 오교희 작품 리뷰_가지 못한 소풍
052 여수, 한강이 다녀간 길
03
『검은 사슴』
058 김성민 작품 소개_젊은 마이스터의 탄생
063 홍현희 작품 리뷰_우리는 무엇을 지켜내고 무엇을 잃었는가
074 김성민 작품 리뷰_제주 바다
080 검은 사슴, 그 후에 걷는 길
084 제주 송악산 둘레길
04
『그대의 차가운 손』
090 신영미 작품 소개_가면과 진실
094 신영미 작품 리뷰_삶이라는 무도회에서
102 그대의 차가운 손, 현대 조각 앞에서
05
『채식주의자』
110 김원자 작품 소개_폭력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113 김원자 작품 리뷰_ 제4의 시선
120 제주 비자림 숲에서 『채식주의자』의 영혜처럼 나무 되기
06
『바람이 분다, 가라』
126 민윤경 작품 소개_죽음을 응시하며 묻는 삶의 의미
130 민윤경 작품 리뷰_바람이 분다, 그 길로_미시령으로 가는 길
139 김성민 작품 리뷰_마크 로스코와 한강
144 미시령 옛길
146 수유리와 한강
07
『희랍어 시간』
152 강효진 작품 소개_연약한 존재의 아름다움
155 강효진 작품 리뷰_화계사에 비가 내리면
164 희랍어 시간, 화계사
08
『소년이 온다』
170 장자순 작품 소개_한강을 뛰어넘었다는 한강의 소설
174 장자순 작품 리뷰_오늘도 버스는 달린다
184 류경림 작품 리뷰_전역을 했다
194 소년과 작가의 길, 518버스
09
『흰』
202 김원자 작품 소개_당신에게 흰 것을 줄게
205 김원자 작품 리뷰_나의 흰 것들
208 김원자 작품 리뷰_백목련이 있는 언덕에서
211 김원자 작품 리뷰_얼굴을 감싸주었던 흰 새처럼
216 원대리 자작나무 숲
218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와 한강
220 ‘책방오늘’과 한강
10
『작별하지 않는다』
226 김성민 작품 소개_한강 소설을 이끌어가는 질문
230 김성민 작품 리뷰_잠들지 못하는 영혼을 위한 노래
240 제주4·3평화공원
11
나가며
244 오교희 우리들의 정원
248 한강 작가 연보
드리는 편지
006 정원선 〈숲속 낭독회〉를 회상하며 한강 작가님께
01
들어서며
023 김성민 한강과 함께한 일 년
02
『여수의 사랑』
034 오교희 작품 소개_한강의 첫 마음
038 오교희 작품 리뷰_나는 다시 여수에 갈 것이다
047 오교희 작품 리뷰_가지 못한 소풍
052 여수, 한강이 다녀간 길
03
『검은 사슴』
058 김성민 작품 소개_젊은 마이스터의 탄생
063 홍현희 작품 리뷰_우리는 무엇을 지켜내고 무엇을 잃었는가
074 김성민 작품 리뷰_제주 바다
080 검은 사슴, 그 후에 걷는 길
084 제주 송악산 둘레길
04
『그대의 차가운 손』
090 신영미 작품 소개_가면과 진실
094 신영미 작품 리뷰_삶이라는 무도회에서
102 그대의 차가운 손, 현대 조각 앞에서
05
『채식주의자』
110 김원자 작품 소개_폭력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113 김원자 작품 리뷰_ 제4의 시선
120 제주 비자림 숲에서 『채식주의자』의 영혜처럼 나무 되기
06
『바람이 분다, 가라』
126 민윤경 작품 소개_죽음을 응시하며 묻는 삶의 의미
130 민윤경 작품 리뷰_바람이 분다, 그 길로_미시령으로 가는 길
139 김성민 작품 리뷰_마크 로스코와 한강
144 미시령 옛길
146 수유리와 한강
07
『희랍어 시간』
152 강효진 작품 소개_연약한 존재의 아름다움
155 강효진 작품 리뷰_화계사에 비가 내리면
164 희랍어 시간, 화계사
08
『소년이 온다』
170 장자순 작품 소개_한강을 뛰어넘었다는 한강의 소설
174 장자순 작품 리뷰_오늘도 버스는 달린다
184 류경림 작품 리뷰_전역을 했다
194 소년과 작가의 길, 518버스
09
『흰』
202 김원자 작품 소개_당신에게 흰 것을 줄게
205 김원자 작품 리뷰_나의 흰 것들
208 김원자 작품 리뷰_백목련이 있는 언덕에서
211 김원자 작품 리뷰_얼굴을 감싸주었던 흰 새처럼
216 원대리 자작나무 숲
218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와 한강
220 ‘책방오늘’과 한강
10
『작별하지 않는다』
226 김성민 작품 소개_한강 소설을 이끌어가는 질문
230 김성민 작품 리뷰_잠들지 못하는 영혼을 위한 노래
240 제주4·3평화공원
11
나가며
244 오교희 우리들의 정원
248 한강 작가 연보
책 속으로
『여수의 사랑』에 담긴 풍부한 비유들, 슬픔을 안고 있는 여러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홀딱 반해버렸거든요.
한참이나 늦게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 p.7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강의 작품 목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의 문학은 현재 진행형이다.
작가의 작품을 조금 더 가까이 만나고 소설 속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다.
반드시 물리적인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강의 소설을 통해 나를 재해석하고 변화시킬 때, 그리하여 시간과 공간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면, 한강이 곧 장소다.
--- p.29
여수의 시간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정선과 자흔의 여수가, 나에게도 아픈 자리였던 오래된 여수가 참 다정하게 나를 품어주었다.
여행 내내 곳곳에서 친절한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고 나는 혼자서도 외롭지 않았다.
사는 일이 고단하거나 여행자의 우수에 젖고 싶을 때, 나는 다시 여수에 갈 것이다.
석양이 드리우는 시간, 여수에서 아름답게 물들 것이다.
--- p.46
아버지는 광부였다.
20년 동안 채광과에서 착암공으로 근무하셨다.
아버지를 비롯해 그곳의 어른들은 그곳이 객지였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란 우리 세대에게는 고향이었다.
아버지는 살기 위해 그곳을 찾아왔지만 늘 그곳을 떠날 채비를 하며 살았고, 10대에 고향을 떠나온 나는 줄곧 고향의 하늘과 산을 서성이며 살고 있다.
아버지가 어둠의 막장에서 캐 올린 한 줌의 빛으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땅속 깊이 내려갈수록 우리는 그 빛의 잔광을 따라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올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땅을 캐던 아버지는 내게 생을 캐내며 사는 법을 유산으로 남겨주셨다.
--- pp.65-66
『검은 사슴』 속에서 울고 있는 바다를 본다.
소설이 그리는 바다는 여러 정서의 겹을 입으면서 의미가 한층 두꺼워진다.
의미의 결을 헤아리면서 그 장소와 깊이 만난다.
그것이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다.
이전과 다르게 보기 위하여.
제주 바다에 이야기가 덧입혀지면서 그곳을 이전과 다르게 기억한다.
소설 속 문장을 거닐며 기억의 결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든다.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듣는다.
빛을 머금은 눈물이다.
빛의 물결이 운다.
.
--- p.82
어린 시절 장운형은 가면을 쓰고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는 어른들을 겪으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타인의 시선이나 이목을 중요시하는 부모님을 보며 성장한 장운형은 진실과 가짜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다.
--- pp.103-104
『채식주의자』를 읽는 동안 가장 소중한 경험은 거듭 읽는 동안 내게 일어난 변화였다.
‘제4의 시선’을 만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품 속 폭력에 대해 방관자로 머무르게 될지, 자신이 벌인 가해의 흔적을 자각하게 될지, 영혜와 함께 저항하는 방식을 택하게 될지, 혹은 제4의 시선이 될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 p.123
미시령 옛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바람처럼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야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다.
시큰거리는 발목 안 15개의 침을 의지 삼아 길을 다시 걸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다시금 몰아칠 여정을 새로이 떠나며 살아낼 것이라고.
바람이 또 분다면 그 길로.
--- pp.142-143
한낮의 뉴욕 거리는 맹렬한 햇빛을 받아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의 기세를 느끼며 걷고 또 걸었다.
격자무늬처럼 펼쳐진 뉴욕 거리는 여행자에게 미로나 다름 없었다.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나만의 여행 지도가 필요했다.
이른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위한 지도.
뉴욕에서 활동한 작가의 자취를 수집하듯, 찾아다녔다.
작가는 세상을 떠나도 장소는 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장소도 나이를 먹는다.
모습은 달라지지만, 그곳에 머물던 작가를 상상할 때 그는 박제된 이름이 아니라 숨 쉬던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가 눈에 담았을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작가와의 거리를 좁힐 때, 작품도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 pp.144-145
하늘에 드리운 회색 구름은 걷혀가고 있었지만, 사진 속 화계사는 여전히 뿌옇기만 했다.
무심코 핸드폰을 들여다본 순간, 세상에, 렌즈엔 송골송골 미세한 습기가 잔뜩 맺혀 있었다.
내가 보화루 마루에서 아무도 모르게 심해의 숲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거기 비밀스레 남아 있었다.
--- p.169
아버지 죽음의 원인이 공수부대가 시민들을 진압하고 학살한 장면을 목격해서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고통과 마주쳤던 하나의 장면은 사라지지 않고 떨쳐지지도 않은 채로 무의식에 스며든다.
두려워서 외면해 마주할 수 없었던 세월 속을 기억의 힘을 빌려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한강 작가가 사유했던 “현재가 과거를 구할 수 있는가? 산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도 부여잡는다.
--- p.178
이제 나는 민간인이며, 더 이상 내게 명령을 내릴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이 아주 조금 안심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살아 있는 한 광주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날 우리가 모인 광장, 그리고 그곳을 덮었던 두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하는 일, 그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모두를 위한 일일 것이다.
--- p.197
한여름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 어스름에 일어나 『흰』을 펼친다.
한강이 ‘당신에게’ 주고 싶었다는 그 흰 것들을 사유하고 싶어서.
그러다가 그 겨울, 함박눈 내리던 자작나무 숲으로 가고 싶어졌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에 있는 곳.
내가 아는 한, 침묵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
그 흰 것들을 사유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니까.
--- p.211
제주에 머무는 동안 날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제주의 청량한 바람에 실린 공기를 마시며 풍경을 눈에 담았다.
한강식의 연결법으로 말하면, 제주에서 만난 자연은 70년 전 그때의 자연과 다르지 않다.
제주가 아름다움으로 감싸고 있는 고통의 얼굴이 드러난다.
소설을 읽은 뒤 마주한 제주의 풍경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한강의 질문 - 세상은 왜 이토록 고통스럽고 폭력적이며, 동시에 세상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가 - 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고통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그 둘 사이에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고통이 사랑의 증거라면 사랑은 그 고통을 감수하는 일이다.
감수하는 사랑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작별하지 않는 사랑이 아름다운 것처럼.
한참이나 늦게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 p.7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강의 작품 목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의 문학은 현재 진행형이다.
작가의 작품을 조금 더 가까이 만나고 소설 속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다.
반드시 물리적인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강의 소설을 통해 나를 재해석하고 변화시킬 때, 그리하여 시간과 공간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면, 한강이 곧 장소다.
--- p.29
여수의 시간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정선과 자흔의 여수가, 나에게도 아픈 자리였던 오래된 여수가 참 다정하게 나를 품어주었다.
여행 내내 곳곳에서 친절한 사람들이 손을 내밀었고 나는 혼자서도 외롭지 않았다.
사는 일이 고단하거나 여행자의 우수에 젖고 싶을 때, 나는 다시 여수에 갈 것이다.
석양이 드리우는 시간, 여수에서 아름답게 물들 것이다.
--- p.46
아버지는 광부였다.
20년 동안 채광과에서 착암공으로 근무하셨다.
아버지를 비롯해 그곳의 어른들은 그곳이 객지였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란 우리 세대에게는 고향이었다.
아버지는 살기 위해 그곳을 찾아왔지만 늘 그곳을 떠날 채비를 하며 살았고, 10대에 고향을 떠나온 나는 줄곧 고향의 하늘과 산을 서성이며 살고 있다.
아버지가 어둠의 막장에서 캐 올린 한 줌의 빛으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땅속 깊이 내려갈수록 우리는 그 빛의 잔광을 따라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올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땅을 캐던 아버지는 내게 생을 캐내며 사는 법을 유산으로 남겨주셨다.
--- pp.65-66
『검은 사슴』 속에서 울고 있는 바다를 본다.
소설이 그리는 바다는 여러 정서의 겹을 입으면서 의미가 한층 두꺼워진다.
의미의 결을 헤아리면서 그 장소와 깊이 만난다.
그것이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다.
이전과 다르게 보기 위하여.
제주 바다에 이야기가 덧입혀지면서 그곳을 이전과 다르게 기억한다.
소설 속 문장을 거닐며 기억의 결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든다.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듣는다.
빛을 머금은 눈물이다.
빛의 물결이 운다.
.
--- p.82
어린 시절 장운형은 가면을 쓰고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는 어른들을 겪으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타인의 시선이나 이목을 중요시하는 부모님을 보며 성장한 장운형은 진실과 가짜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다.
--- pp.103-104
『채식주의자』를 읽는 동안 가장 소중한 경험은 거듭 읽는 동안 내게 일어난 변화였다.
‘제4의 시선’을 만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품 속 폭력에 대해 방관자로 머무르게 될지, 자신이 벌인 가해의 흔적을 자각하게 될지, 영혜와 함께 저항하는 방식을 택하게 될지, 혹은 제4의 시선이 될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 p.123
미시령 옛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바람처럼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야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다.
시큰거리는 발목 안 15개의 침을 의지 삼아 길을 다시 걸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다시금 몰아칠 여정을 새로이 떠나며 살아낼 것이라고.
바람이 또 분다면 그 길로.
--- pp.142-143
한낮의 뉴욕 거리는 맹렬한 햇빛을 받아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의 기세를 느끼며 걷고 또 걸었다.
격자무늬처럼 펼쳐진 뉴욕 거리는 여행자에게 미로나 다름 없었다.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나만의 여행 지도가 필요했다.
이른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위한 지도.
뉴욕에서 활동한 작가의 자취를 수집하듯, 찾아다녔다.
작가는 세상을 떠나도 장소는 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장소도 나이를 먹는다.
모습은 달라지지만, 그곳에 머물던 작가를 상상할 때 그는 박제된 이름이 아니라 숨 쉬던 사람으로 다가온다.
그가 눈에 담았을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작가와의 거리를 좁힐 때, 작품도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 pp.144-145
하늘에 드리운 회색 구름은 걷혀가고 있었지만, 사진 속 화계사는 여전히 뿌옇기만 했다.
무심코 핸드폰을 들여다본 순간, 세상에, 렌즈엔 송골송골 미세한 습기가 잔뜩 맺혀 있었다.
내가 보화루 마루에서 아무도 모르게 심해의 숲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거기 비밀스레 남아 있었다.
--- p.169
아버지 죽음의 원인이 공수부대가 시민들을 진압하고 학살한 장면을 목격해서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고통과 마주쳤던 하나의 장면은 사라지지 않고 떨쳐지지도 않은 채로 무의식에 스며든다.
두려워서 외면해 마주할 수 없었던 세월 속을 기억의 힘을 빌려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한강 작가가 사유했던 “현재가 과거를 구할 수 있는가? 산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도 부여잡는다.
--- p.178
이제 나는 민간인이며, 더 이상 내게 명령을 내릴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이 아주 조금 안심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살아 있는 한 광주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날 우리가 모인 광장, 그리고 그곳을 덮었던 두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하는 일, 그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모두를 위한 일일 것이다.
--- p.197
한여름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 어스름에 일어나 『흰』을 펼친다.
한강이 ‘당신에게’ 주고 싶었다는 그 흰 것들을 사유하고 싶어서.
그러다가 그 겨울, 함박눈 내리던 자작나무 숲으로 가고 싶어졌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에 있는 곳.
내가 아는 한, 침묵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
그 흰 것들을 사유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니까.
--- p.211
제주에 머무는 동안 날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제주의 청량한 바람에 실린 공기를 마시며 풍경을 눈에 담았다.
한강식의 연결법으로 말하면, 제주에서 만난 자연은 70년 전 그때의 자연과 다르지 않다.
제주가 아름다움으로 감싸고 있는 고통의 얼굴이 드러난다.
소설을 읽은 뒤 마주한 제주의 풍경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한강의 질문 - 세상은 왜 이토록 고통스럽고 폭력적이며, 동시에 세상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가 - 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고통과 아름다움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그 둘 사이에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고통이 사랑의 증거라면 사랑은 그 고통을 감수하는 일이다.
감수하는 사랑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작별하지 않는 사랑이 아름다운 것처럼.
--- p.245
출판사 리뷰
한강과 함께한 지난 일 년의 기록
시작의 순간
2024년 10월,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날은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축제의 시간처럼 다가왔다.
기쁨을 나누며 우리는 ‘한강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첫 작품집 『여수의 사랑』과 장편소설을 함께 읽으면서 한강의 시집, 산문집, 그림책과 그 밖에 비평집 등은 각자 읽었다.
그리고 감상 글을 쓰고 공유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각지에서 사는 우리는 격주 금요일마다 줌으로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읽기에서 여행으로
읽기가 깊어지자,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은 뒤에는 제주 4·3의 현장을 찾았다.
읽기는 여행이 되고, 여행은 또 다른 글이 되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닿지 못했을 길을 함께 걸으며, 읽기의 의미는 한층 더 넓어졌다.
문학과 삶을 잇는 길
2025년 여름, 열 명의 저자가 개별 문학 기행을 떠났다.
『여수의 사랑』의 여수와 소제마을, 돌산대교, 『검은 사슴』의 강원도 산간, 『바람이 분다, 가라』의 미시령 옛길, 『희랍어 시간의 화계사, 『소년이 온다』의 광주, 『작별하지 않는다』의 제주까지.
작품 속 풍경을 직접 보고 걸으며 문장을 새겼다.
주변부의 장소라도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곳이라면 모두 의미가 되었다.
미술 전시회에서 만난 『그대의 차가운 손』,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떠올린 『흰』, 수유리 옛집과 독립책방 ‘책방오늘’로 이어진 발걸음까지, 읽기는 사람과 공간을 잇는 또 다른 여정이 되었다.
함께 읽기, 함께 쓰기
그렇게 모인 글은 한강 작품 해석이자, 열 명 저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해, 각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확장되었는지를 담았다.
문학이 던진 질문 속에서 우리는 머무는 힘, 멀리 보는 힘, 변화를 이끄는 힘을 발견했다.
당신에게로
『한강 문학 기행』은 한강의 문학이 촉발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문학은 결국 삶을 향해 열려 있음을, 함께 읽을 때 더 깊고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 여정을 독자에게 건네고자 한다.
한강의 문학과 우리의 시간이 이어지듯, 이 책 또한 당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시작의 순간
우리는 ‘한강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각지에서 사는 우리는 격주 금요일마다 줌으로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읽기에서 여행으로
읽기가 깊어지자,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읽기는 여행이 되고, 여행은 또 다른 글이 되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닿지 못했을 길을 함께 걸으며, 읽기의 의미는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당신에게로
『한강 문학 기행』은 한강의 문학이 촉발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문학은 결국 삶을 향해 열려 있음을, 함께 읽을 때 더 깊고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 여정을 독자에게 건네고자 한다.
한강의 문학과 우리의 시간이 이어지듯, 이 책 또한 당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시작의 순간
2024년 10월,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날은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축제의 시간처럼 다가왔다.
기쁨을 나누며 우리는 ‘한강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첫 작품집 『여수의 사랑』과 장편소설을 함께 읽으면서 한강의 시집, 산문집, 그림책과 그 밖에 비평집 등은 각자 읽었다.
그리고 감상 글을 쓰고 공유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각지에서 사는 우리는 격주 금요일마다 줌으로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읽기에서 여행으로
읽기가 깊어지자,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은 뒤에는 제주 4·3의 현장을 찾았다.
읽기는 여행이 되고, 여행은 또 다른 글이 되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닿지 못했을 길을 함께 걸으며, 읽기의 의미는 한층 더 넓어졌다.
문학과 삶을 잇는 길
2025년 여름, 열 명의 저자가 개별 문학 기행을 떠났다.
『여수의 사랑』의 여수와 소제마을, 돌산대교, 『검은 사슴』의 강원도 산간, 『바람이 분다, 가라』의 미시령 옛길, 『희랍어 시간의 화계사, 『소년이 온다』의 광주, 『작별하지 않는다』의 제주까지.
작품 속 풍경을 직접 보고 걸으며 문장을 새겼다.
주변부의 장소라도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곳이라면 모두 의미가 되었다.
미술 전시회에서 만난 『그대의 차가운 손』,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떠올린 『흰』, 수유리 옛집과 독립책방 ‘책방오늘’로 이어진 발걸음까지, 읽기는 사람과 공간을 잇는 또 다른 여정이 되었다.
함께 읽기, 함께 쓰기
그렇게 모인 글은 한강 작품 해석이자, 열 명 저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해, 각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고 확장되었는지를 담았다.
문학이 던진 질문 속에서 우리는 머무는 힘, 멀리 보는 힘, 변화를 이끄는 힘을 발견했다.
당신에게로
『한강 문학 기행』은 한강의 문학이 촉발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문학은 결국 삶을 향해 열려 있음을, 함께 읽을 때 더 깊고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 여정을 독자에게 건네고자 한다.
한강의 문학과 우리의 시간이 이어지듯, 이 책 또한 당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시작의 순간
우리는 ‘한강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각지에서 사는 우리는 격주 금요일마다 줌으로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읽기에서 여행으로
읽기가 깊어지자,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읽기는 여행이 되고, 여행은 또 다른 글이 되었다.
혼자였다면 결코 닿지 못했을 길을 함께 걸으며, 읽기의 의미는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당신에게로
『한강 문학 기행』은 한강의 문학이 촉발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문학은 결국 삶을 향해 열려 있음을, 함께 읽을 때 더 깊고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 여정을 독자에게 건네고자 한다.
한강의 문학과 우리의 시간이 이어지듯, 이 책 또한 당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0월 25일
- 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330g | 128*190*17mm
- ISBN13 : 9791199500204
- ISBN10 : 11995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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