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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크타임
우리의 피크타임
Description
책소개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가 이정은 소설가가 펴내는 신작 소설집으로 10개의 매듭을 가진 소설 또는 10개의 우리 이야기이다.
이 소설집에서 이정은 작가는 정상과 비정상, 억압과 자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경계에 선 소설가 이정은은 고민과 질문을 빛나는 이야기로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의 묘사는 신선하여 생동감이 흐른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비수처럼 날카롭게, 인간 세계의 그늘진 구석을 낱낱이 들추어낸다.


「위대한 문혁 씨」는 2025년 제14회 월간문학상 수상작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바둑을 두면서 펼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중년남자의 내면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가치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 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의 삶에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당신을 기억합니다」의 여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고 남편을 떠올린다.
췌장암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그녀는 남편이 베풀었던 사랑을 하나씩 하나씩 기억해 낸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해.
지긋지긋하다고 불평했지만 당신을 사랑해.
살아 있을 때처럼 당신과 다시 한 번 격렬하게 싸움을 하고 싶어!” 하는 소설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소설이다.

목차
위대한 문혁 씨 / 7
당신을 기억합니다 / 41
소설 쓰는 인간 / 79
우리의 피크타임 / 105
엄마의 전성시대 / 139
나, 아직 여기 있어요 / 165
사랑의 아우라 / 203
나만의 방 / 215
아버지-시지포스 / 243
왕이 귀환하다 / 267

작품해설 인물의 성격 창조와 소설의 재미_장윤익 / 298
이정은 작품세계 운명적 짝사랑, 소설을 향한 집념_조완석 / 303
책을 내면서
이정은 연보

책 속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속이 상했던 것들은 물거품처럼 보였다.
창고 관리소장인 문혁은 직접 생산에 관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지금 하는 일도 생산에 참여하는 일이었다.


문혁은 수재가 실점을 놓은 것을 보고 덤벙댄다고 나무랬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수재를 이긴 것은 수재의 배려였다.
상수上手라는 체면만을 지키려는 데 집착하느라 수재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그의 잘못이었다.
자신이 옹졸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쓸데없는 집착, 초조함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문혁에게는 아직도 자신의 기색을 살피는 아내가 있었다.
엄마를 닮아서 예쁘고 똑똑한 수민도 있다.
그리고 수재를 떠올리자 수재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가슴으로 꽉 차올랐다.
자신보다 십 센티미터나 큰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흰 피부에 귀티가 나는 내 아들이었다.


어디다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외모였다.

저녁이 되어 아파트 입구로 들어선 문혁은 저만치 앞서가는 긴 그림자를 보았다.
긴긴 하루는 저녁노을을 만들고 자신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 놓았다.
마치 삶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아파트 주변에 은사시나무 잎이 바람에 하얗게 뒤집히고 있었다.
마치 그를 반기는 카드섹션으로 보였다.
아내가 기다리는 집을 향해 급히 걸었다.


헐떡이며 들어서는 수재와 수민에게 말했던 기억이 났다.
“누가 쫓아오냐?”

놓쳐버린 시간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혁은 급한 마음에 두 계단을 넘겨 디디며 단숨에 계단을 올라섰다.
--- 「위대한 문혁 씨」 중에서

향수는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자 공기를 통해 은은한 향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인혜는 주위를 둘러본다.
향기가 어디서 나는지 보려고 뒤로 돌아보았으나 거울 속에는 자신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먼저 탔던 사람이 남기고 간 향기일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던 남편에게서 나던 그 향이다.
혹시 남편의 영혼이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둘러본다.
역시 그녀 혼자다.
숨을 들이쉬자 익숙한 라벤더 향이 다시 그녀 코를 향해 날아든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아침마다 현관문을 나서면서 어깨 위로 남기고 가던 향기였다.

--- 「당신을 기억합니다」 중에서

소설은 작가의 체험과 여정을 자양분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작가에게 고통과 시련은 위대한 자산이다.
아픔과 굴욕의 시간들이 숨어 있다.
그 숨은 역사를 끄집어내지 않고 어떻게 글이 될까.
지나온 삶 속의 고통이 글의 소재가 되고 글을 쓰게 만들었으니 어쩌겠는가.
오죽하면 “지혜로운 한 인간이 사라지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을까.
공감되는 말이다.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하늘을 찌르는데 더 발전하기는 어려우니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워드프로세서 앞에 앉아 목 놓아 울었다.
스토리는 많은데 이것을 어쩌지? 네가 결혼을 일찍 하지 않고 조금만 더 공부를 했다면 문장 때문에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때부터 너는 공부하러 다니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성과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꽤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썼는데 읽어보면 조악하다.
문장 때문에 작가 자신의 품위까지 떨어뜨린다면 말이 안 된다.
애초에 글쓰기의 원천은 고통을 이기는 과정을 더 크게, 더 세밀하게 다루기 위한 발상이다.


친구 딸은 엄마의 평범한 일상생활을 노출시키는 그런 이야기를 원치 않고, 그런 엄마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고 했다.
굳이 별 볼일 없는 일상사를 일기체로 쓰는 걸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만천하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 시시한 이야기는 동네 미장원에서 여자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세상에 내놓으므로 나와 공감하는 독자를 원한다.

--- 「우리들의 피크타임」 중에서

엄마를 통해서 내가 기억 못 하는 내 어린 시절을 본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저세상에 가서도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엄마는 늘 내 편임을 안다.
유일하게 나를 위해 빌어줄 사람, 바로 나의 수호신이다.


생전에도 나는 엄마만 생각하면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 걱정이 없었다.
초보운전일 때에도 그랬다.
평소 엄마의 기도, 엄마의 믿음이 나를 불행하게 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엄마가 나를 지켜줄 테니 나는 걱정이 없다.


엄마의 존재! 그 흐름이 내 온몸을 통과하고 있다.
이제 어머니는 내 가슴속에 살아 있다.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
감히 바랄 수가 없을 뿐,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어서 그렇지.”

나는 엄마가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 없다.
다음 생이 있다면 엄마의 딸이 아닌 엄마로 태어나서 다시 엄마 같은 사랑을 해 보고 싶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고통이 없는 곳에 계셨으면 하고 빌어 본다.
엄마의 전성시대는 언제였을까?
--- 「엄마의 전성시대」 중에서

어떤 인간이라도 쓸모없이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세상에서 잊히기 전에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개인의 역사라도 필요할 때가 있겠지.
나이에 따라 속력이 가중된다는 속설이 있다.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달리는 내 시간을 잠시 쉬게 해야겠다.


놓쳐버린 시간을 메우기에는 마음이 급하다.
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시시한 이야기 속에서라도 불굴의 의지로 산 삶의 진실, 인간의 가치에 대해 쓰도록 신의 배려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생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시간.
주변 세계와 가장 극심하게 부딪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자, 가자! 두려움 없이.


2024년 9월 나는 요양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리고 습관이 된 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살아 있다.
되뇐다.
그리고 속삭인다.


아! 하느님 당신의 배려에 고개를 숙입니다.
--- 「나, 아직 여기 있어요」 중에서

두 다리로 걸어서 집에 오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주 조심스럽게 샤워기를 틀었다.
굵은 물줄기가 쏴 하고 따뜻한 물이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린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따뜻한 물의 감촉을 즐기면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행복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아왔구나.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불평도 사라진다.
이제 일상이 행복이라는 걸 깨닫는다.
형님을 통해서 내게 ‘그 분이 오셨구나!’ 하고.


세상에는 우리에게 현실을 알게 해주는 곳도 있고, 또 우리를 꿈꾸게 만드는 곳도 있다.
불행을 견디는 생명에겐 미안하지만 형님이 맡은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나는 그를 볼 수 없었다.
지병이 악화되어 요양원으로 갔다고 했고 그곳에서 수녀님들의 도움을 받다가 영면했다고 한다.
망치 형은 폭행사건으로 교도소로 갔다고 했다.


별이 뜨는 밤, 나는 베란다로 나간다.
머리를 내밀고 창밖을 내다본다.
커다란 백곰 한 마리가 북극의 빙하 위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 떠오르고, 큰형님이 두 다리로 일어서서 두 팔을 하늘 높이 흔들면서 포효하고 있다.
--- 「왕이 귀환하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설 쓰는 인간」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진 여성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소설 쓰기를 원하는 50대 가정주부인 나는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하리라고 결심하지만 잘 다듬어지지 않는 문장에 갈등하며 혼자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윤 선생을 만나 지도받지만 늘 뒤처진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몰아치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깨닫는다.
자존심 때문에 시작한 글쓰기가 자존심을 허물고 있지만 어느새 또 시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꺼지지 않는 열망을 다스리는 주인공의 내면을 절실하게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들의 피크타임」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이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필명을 가진 작가가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린다.
작가가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서부로 달려가는 역마차를 생각하고,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을 생각하고, 코끼리 떼를 몰고 알프스를 넘어가는 한니발을 생각했다.
역경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모습에서 「큰 바위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이다.

「엄마의 전성시대」는 엄마에 대한 기억과 노인 문제를 다루는데 제목이 사뭇 반어적이다.
그러나 그 반어는 냉소가 아닌 공감에 바쳐진다.
진솔하고 섬세한 고백적 문장인 일인칭 서사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경유해 삶의 고통을 깊이 있게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마음을 울린다.


「나, 아직 여기 있어요」는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급속도로 고령사회 되는 우리나라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넘어져서 척추를 다쳐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나는 그곳에서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뛰어난 현실 세대공감을 갖춘 소설이다.

「사랑의 아우라」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경박한 행위를 대비하면서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욕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본능을 준 것은 때로는 축복이기도 하지만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경우 어떻게 되는가를 독자들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만의 방」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섬세한 관찰로 펼쳐 놓는다.
“당신들은 절대로 여기 있는 나를 찾아내지 못할 거야.” 소설의 마지막 이 말은 타인의 시선과 관계, 간섭에 시달리며 ‘나만의 방’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실존적 절규로 다가온다.


「아버지-시지포스」는 우리에게 아버지는 어떤 의미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아버지는 거대한 둥근 바위를 운명처럼 버티고 선 언덕 위로 힘겹게 밀어 올리는 것을 반복하는 시시포스이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올리는 시지포스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의미를 명징하게 증언하는 작품이다.


「왕이 귀환하다」는 조폭 두목 오대붕의 쇠락한 말년을 사실감 있게 묘사한 수작이다.
이 작품은 제42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작으로 인간 내면의 선악의 문제를 촘촘한 언어로 직조하며 밀도감 있게 전개하고, 탁월한 인물 묘사와 상황 설정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구성이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정은 작가의 ??우리의 피크타임??은 작가의 일상이 소설의 바탕이 되고, 소설 쓰기가 곧 작가의 일상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학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상처를 똑바로 들여다보며, 특유의 다정한 시선으로 우리가 살아온 모든 시간에 대한 의미를 찾아낸다.
그의 소설은 보편적 삶과 내밀한 인간성의 폐부를 꿰뚫는 깊은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흡입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정은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우리의 피크타임은 지금부터다!”

작가의 말


내 안에 희망이 있음을 기억하며 문학작품의 집필 시기를 4계절로 구분하면 초년부터 말년까지 나이에 따라 소재도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첫 번째 내 소설의 소재는 낭만의 세계였다.
사춘기 소녀처럼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내 소설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했다.
내 마음에 맞는 소설 한 편이 내가 원하는 일이다.
시작은 갈증을 해결해 보려는데 어떤 것이 내 갈증을 해결해 줄까? 내 인생의 시작은 소설과 함께 봄에서 부터였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0월 17일
- 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140*210*30mm
- ISBN13 : 9791124052013
- ISBN10 : 112405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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