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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아름다운 여름
Description
책소개
“모든 이들을 용서할게.
그리고 나도 모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게.
됐지?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줘.”

1950년 여름, 체사레 파베세는 『아름다운 여름』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스트레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 그는 토리노의 작은 호텔 방에서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파베세가 마지막으로 남긴 짧은 유서는 그가 평생 문학 속에서 응시해 온 고독과 허무를 압축한 듯하다.

토리노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출판사 에이나우디의 핵심 편집자였던 파베세는 파시즘 체제에서 수감 생활을 거친 뒤 번역과 비평으로 미국 문학을 이탈리아에 소개했다.
그의 영향은 이탈로 칼비노를 비롯한 수많은 동시대 작가들에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단순한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인간 존재의 고독과 사랑의 실패, 구원 없는 각성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문학 세계에 있었다.

그의 대표작이자 중편소설인 『아름다운 여름』은 십 대 소녀 지니아가 겪는 사랑과 욕망, 배신을 통해 개인이 피할 수 없는 고독의 운명을 보여준다.
눈부신 계절인 여름은 청춘과 사랑의 열기를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허망하고 덧없는 순간의 은유로 자리한다.
지니아가 맞닥뜨리는 불안과 열정, 설렘과 두려움은 결국 하나의 성장 서사로 귀결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환희가 아닌 차가운 각성이다.

『아름다운 여름』은 빛나는 청춘의 찰나와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를 포착한다.
파베세가 남긴 질문, “우리는 왜 사랑하고, 왜 고독한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2023년 라우라 루케티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지금도 서늘한 울림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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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 머리에
아름다운 여름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그 시절의 삶은, 마치 끝도 없는 축제 같았다.
집을 나서 길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곧잘 제정신을 잃었다.
모든 것이 경이로웠다.
특히 밤은 더욱 그러했다.
죽도록 피곤에 절어 돌아가는 길에도 마음은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했다.
불이라도 나 주기를, 집 안 어딘가에서 아기가 태어나 주기를, 아니면 느닷없이 새벽이 찾아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주기를.
그리고 우리가 들판을 지나 언덕 저편까지 걷고 또 걷는 날이 오기를.
--- p.16

그는 화가처럼 보이지 않아서 더 멋졌다.
처음 만났을 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내민 손, 어두운 방 안에서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 불이 켜진 순간 로드리게스와 아멜리아와는 별개로 마치 둘만 있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 p.70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만이라도 그를 다시 만나야만 했다.
아멜리아가 왜 귀도가 아닌 로드리게스와 관계를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멜리아와 귀도가 함께 유리잔을 깨뜨리던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때 자명종이 울렸다.
그녀는 이미 깨어 있었고, 따스한 이불 속에서 수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첫 새벽빛이 스며들자 지니아는 이제 겨울이 된 것을 안타까워했으며, 그 아름다운 햇빛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것을 슬퍼했다.
귀도는, 색이 전부라고 말했었지.
‘정말 아름다워.’
지니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 p.93

‘귀도 앞이라면 포즈를 취해도 괜찮을 텐데.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아멜리아가 자신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몸매를 가졌다는 것을.
화가라면 당연히 아멜리아를 선호할 것이다.
아멜리아는 이미 다 자란 여자였다.
--- p.95

부티크를 나설 때마다 늘 어떤 새로운 일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고, 무엇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듯한 허탈감을 맛보았다.
그녀는 내일이 오기를, 모레가 오기를, 아니 결코 오지 않을 어떤 것을 기다렸다.
‘난 아직 열일곱도 안 됐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앞으로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아멜리아는 왜? 그날 모자도 안 쓰고 쫓아왔던 아멜리아는 왜 더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 혹시 내가 무슨 말을 할까 봐 겁을 먹은 걸까?
--- p.100

유리창을 통해 약간의 빛이 들어왔다.
지니아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셔츠를 통해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했다.
그들은 소파에 앉았고, 지니아는 말없이 울었다.
‘만약 귀도도 같이 울어준다면….’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 한가운데가 뜨겁게 조여오는 듯했고,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아 기절할 것만 같았다.
갑자기 그 온기가 사라졌다.
지니아는 눈을 떴다.

귀도가 일어서서 그녀를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우는 기분이 들어서 그녀는 울음을 그쳤지만, 그 시선 아래서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진정해.” 귀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린 세상에 이렇게 잠시 머물 뿐인데, 이런 일로 울 필요는 없는 거잖아.”
“너무 행복해서 우는 거야.” 지니아가 조용히 답했다.
“그럼 다행이네.” 귀도가 말했다.
“다음엔 미리 말해줘야 해!”
--- p.109

귀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행복해?” 그가 물었다.
그들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지니아는 그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난 두려워.
네가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그녀가 말했다.
--- p.154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0월 17일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22g | 135*190*16mm
- ISBN13 : 9791198375353
- ISBN10 : 11983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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