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도둑 성장기
Description
책소개
“무언가를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함윤이 신작 소설
채울수록 공허해지는 결핍과 우리 곁 작은 도둑의 외로운 성장 드라마
작고 하얀 뼛조각을 움켜쥐고 태어난 ‘사미’는 그것이 자신의 ‘첫 도둑질’임을 직감한다.
이후 시장에서 금귤 하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부 방석 하나, 창가에 놓인 작은 베고니아 화분 하나…… 양손에 담길 사물이라면 한계를 시험하듯 도둑질해오던 사미는 초콜릿을 훔치려다 처음으로 ‘성준’에게 발각되고, 무언가를 훔칠 때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는 성준이 귀찮기만 하던 찰나, 그가 프러포즈하듯 꺼낸 고급 반지 상자에서 반짝이는 플라스틱 눈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성준의 쌍둥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성준이 갖고 있는 ‘엄마의 눈’을 훔쳐달라고 하는데…….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함윤이 신작 소설
채울수록 공허해지는 결핍과 우리 곁 작은 도둑의 외로운 성장 드라마
작고 하얀 뼛조각을 움켜쥐고 태어난 ‘사미’는 그것이 자신의 ‘첫 도둑질’임을 직감한다.
이후 시장에서 금귤 하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부 방석 하나, 창가에 놓인 작은 베고니아 화분 하나…… 양손에 담길 사물이라면 한계를 시험하듯 도둑질해오던 사미는 초콜릿을 훔치려다 처음으로 ‘성준’에게 발각되고, 무언가를 훔칠 때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는 성준이 귀찮기만 하던 찰나, 그가 프러포즈하듯 꺼낸 고급 반지 상자에서 반짝이는 플라스틱 눈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성준의 쌍둥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성준이 갖고 있는 ‘엄마의 눈’을 훔쳐달라고 하는데…….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소도둑 성장기
작가의 말
함윤이 작가 인터뷰
작가의 말
함윤이 작가 인터뷰
책 속으로
나의
첫
도둑질
그것은 남의 몸속에서 이루어졌다.
--- p.7
엄마는 내가 들고 나온 조각이 이탈 세포나 기형종의 흔적이 아닌, 그 자신의 뼈 같다고 느꼈고, 내가 태어나면서 당신의 뼈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의사와 가족을 비롯한 모두가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으며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득했지만, 엄마는 완고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이 뼈는 내 거야.
그는 병원이 돌려준 뼛조각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얘가 내 뼈를 가져갔어.
--- p.9
도둑질하는 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드넓은 평화와 안전감이었다.
명동이나 강남 한복판의 붐비는 가게에서 손바닥만 한 물건을 훔칠 때면, 내가 지고지순한 녹색 초원 위에 서 있는 듯 느껴졌다.
갓 도둑질한 사물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이면 막 비행을 시작한 새떼의 날갯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무엇을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그런 만큼 진정으로 자유로웠다.
--- p.22
어떻게 내가 도둑질하는 걸 봤어요?
그냥 봤어요.
그러니까 돌려놓으라고 했죠.
언제 봤어요? 내가 물건을 볼 때? 들 때? 주머니에 넣을 때?
처음부터 봤는데요.
나는 다시 꺽꺽거리며 울었다.
--- p.29
보여줄 게 있어.
성준이 매일 갖고 다니던 검은 배낭을 앞으로 돌려 멨다.
안주머니를 열더니 매우 무람하고 느린 손짓으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간유리처럼 반투명하고 스트레스 볼처럼 우둘투둘한, 뚜껑 달린 상자였다.
크기는 프러포즈용 반지 상자와 비슷해 보였다.
얼빠진 나를 향해 성준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였고
플라스틱 눈
이 나와 눈을 맞췄다.
--- p.39
나는 나의 온 삶 내내, 가장 귀하다고 느껴지는 재능을 품에 안고, 그야말로 하찮으며 무가치한 물건밖에 훔치지 않았다.
나는 단 한 번도 나와 내 재능을 진정한 심판대에 올리지 않았다.
나는 좀도둑이었다.
--- pp.55-56
잘못 삼킨 것.
그 표현을 곱씹을수록 계속하여 기침과 헛구역질이 나온다.
내가 처음으로 또 제대로 훔친 무언가를 잘못 삼켰다는 사실, 그로써 그것이 영영 내 손을 떠났다는 사실에 목 안쪽이 벅벅 긁히듯 아프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서러운지, 온몸으로 깨닫는다.
첫
도둑질
그것은 남의 몸속에서 이루어졌다.
--- p.7
엄마는 내가 들고 나온 조각이 이탈 세포나 기형종의 흔적이 아닌, 그 자신의 뼈 같다고 느꼈고, 내가 태어나면서 당신의 뼈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의사와 가족을 비롯한 모두가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으며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득했지만, 엄마는 완고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이 뼈는 내 거야.
그는 병원이 돌려준 뼛조각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얘가 내 뼈를 가져갔어.
--- p.9
도둑질하는 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드넓은 평화와 안전감이었다.
명동이나 강남 한복판의 붐비는 가게에서 손바닥만 한 물건을 훔칠 때면, 내가 지고지순한 녹색 초원 위에 서 있는 듯 느껴졌다.
갓 도둑질한 사물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이면 막 비행을 시작한 새떼의 날갯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무엇을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그런 만큼 진정으로 자유로웠다.
--- p.22
어떻게 내가 도둑질하는 걸 봤어요?
그냥 봤어요.
그러니까 돌려놓으라고 했죠.
언제 봤어요? 내가 물건을 볼 때? 들 때? 주머니에 넣을 때?
처음부터 봤는데요.
나는 다시 꺽꺽거리며 울었다.
--- p.29
보여줄 게 있어.
성준이 매일 갖고 다니던 검은 배낭을 앞으로 돌려 멨다.
안주머니를 열더니 매우 무람하고 느린 손짓으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간유리처럼 반투명하고 스트레스 볼처럼 우둘투둘한, 뚜껑 달린 상자였다.
크기는 프러포즈용 반지 상자와 비슷해 보였다.
얼빠진 나를 향해 성준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였고
플라스틱 눈
이 나와 눈을 맞췄다.
--- p.39
나는 나의 온 삶 내내, 가장 귀하다고 느껴지는 재능을 품에 안고, 그야말로 하찮으며 무가치한 물건밖에 훔치지 않았다.
나는 단 한 번도 나와 내 재능을 진정한 심판대에 올리지 않았다.
나는 좀도둑이었다.
--- pp.55-56
잘못 삼킨 것.
그 표현을 곱씹을수록 계속하여 기침과 헛구역질이 나온다.
내가 처음으로 또 제대로 훔친 무언가를 잘못 삼켰다는 사실, 그로써 그것이 영영 내 손을 떠났다는 사실에 목 안쪽이 벅벅 긁히듯 아프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서러운지, 온몸으로 깨닫는다.
--- pp.69-70
출판사 리뷰
“무언가를 훔칠 때에야 나는 비로소 안전했고.”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함윤이 신작 소설
채울수록 공허해지는 결핍과 우리 곁 작은 도둑의 외로운 성장 드라마
“슬쩍, 천연덕스럽게, 때로는 눙치고, 때로는 빠르게 밀어붙여”(이희우 문학평론가)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한 위로”를 순도 높은 경질의 문장으로 눌러쓰며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함윤이 작가의 신작 《소도둑 성장기》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다.
‘나’는 조그맣고 하얀, 그렇지만 신생아의 주먹을 채우기엔 충분한 뼛조각을 들고 태어난다.
의료진은 엄마에게 그것이 배아 발달 과정에서 탈락한 세포가 석회화된 거거나 태아가 본래 가졌던 기형종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엄마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고 내가 당신의 뼈, 그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한다.
나는 기억할 순 없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나의 첫 도둑질이었음을 직감한다.
어릴 적 시장에서 빼돌린 금귤 한 알, 축구부 애들이 번갈아 쓰던 방석 등 ‘양손에 담을 수 있는 사물’이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훔쳐왔던 나는 성인이 된 후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던 사람의 초콜릿을 훔치려다 처음으로 ‘성준’에게 걸리고 만다.
훔치는 행위가 곧 자신이라 여기며 살아온 나는 성준의 검거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무언가를 훔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제지를 가하는 성준이 의아스럽기만 하던 찰나, 그가 느릿한 손짓으로 건넨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지 상자 하나를 열어 보게 된다.
그 안에서 마주친 것은 반짝이는 플라스틱 눈.
이후 성준의 쌍둥이 형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나에게 성준이 갖고 있는 ‘엄마의 눈’을 훔쳐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는데…….
외로운 사람보다 더 고독한 곰이 나오는 〈되돌아오는 곰〉부터 머나먼 우주에 떨어진 광막한 사랑 이야기 《위도와 경도》, 방향성 없이 활공하는 독수리 떼의 모습에서 어디에 자리 잡을지 알 수 없어 부유하는 삶의 모습을 포착해낸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까지.
작가는 시공간뿐 아니라 종간을 넘어 홀로든 여럿이든 우리는 외로움에 곁을 내어주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상기한다.
그 때문일까.
신에게 받은 재능이라곤 ‘훔치는 것’뿐이지만 결코 대도(大盜)는 되지 못하고 옷장에 들어갈 만한 잡동사니, 무가치한 것만 차곡차곡 훔치는 주인공을 보면 애달픈 마음이 든다.
그녀가 훔친 것들의 목록 하나하나가 ‘외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렇게 벌어진 상처에 모래알을 붓듯 결핍에 외로움을 부어왔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되므로.
끝내 이국에서 짐 가방을 도둑맞아 맨몸이 되어버리는 이 작은 도둑은 ‘훔쳐진’ 외로움을 뒤로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남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완전한 내 것” 같은 결핍을 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 소설을 나오면 〈작가의 말〉처럼 “그가 더 제대로 온 힘을 다해” 나아가길 바라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분명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
조우리 《사서 고생》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이장욱 《초인의 세계》
성해나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장진영 《김용호》
이연숙 《아빠 소설》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정이현 《사는 사람》
함윤이 《소도둑 성장기》
백세희 《바르셀로나의 유서》
이현석 《고백의 시대》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함윤이 신작 소설
채울수록 공허해지는 결핍과 우리 곁 작은 도둑의 외로운 성장 드라마
“슬쩍, 천연덕스럽게, 때로는 눙치고, 때로는 빠르게 밀어붙여”(이희우 문학평론가)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한 위로”를 순도 높은 경질의 문장으로 눌러쓰며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함윤이 작가의 신작 《소도둑 성장기》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다.
‘나’는 조그맣고 하얀, 그렇지만 신생아의 주먹을 채우기엔 충분한 뼛조각을 들고 태어난다.
의료진은 엄마에게 그것이 배아 발달 과정에서 탈락한 세포가 석회화된 거거나 태아가 본래 가졌던 기형종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엄마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고 내가 당신의 뼈, 그 일부를 훔쳤다고 확신한다.
나는 기억할 순 없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나의 첫 도둑질이었음을 직감한다.
어릴 적 시장에서 빼돌린 금귤 한 알, 축구부 애들이 번갈아 쓰던 방석 등 ‘양손에 담을 수 있는 사물’이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훔쳐왔던 나는 성인이 된 후 도서관에서 엎드려 자던 사람의 초콜릿을 훔치려다 처음으로 ‘성준’에게 걸리고 만다.
훔치는 행위가 곧 자신이라 여기며 살아온 나는 성준의 검거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무언가를 훔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제지를 가하는 성준이 의아스럽기만 하던 찰나, 그가 느릿한 손짓으로 건넨 고급스러워 보이는 반지 상자 하나를 열어 보게 된다.
그 안에서 마주친 것은 반짝이는 플라스틱 눈.
이후 성준의 쌍둥이 형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나에게 성준이 갖고 있는 ‘엄마의 눈’을 훔쳐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는데…….
외로운 사람보다 더 고독한 곰이 나오는 〈되돌아오는 곰〉부터 머나먼 우주에 떨어진 광막한 사랑 이야기 《위도와 경도》, 방향성 없이 활공하는 독수리 떼의 모습에서 어디에 자리 잡을지 알 수 없어 부유하는 삶의 모습을 포착해낸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까지.
작가는 시공간뿐 아니라 종간을 넘어 홀로든 여럿이든 우리는 외로움에 곁을 내어주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상기한다.
그 때문일까.
신에게 받은 재능이라곤 ‘훔치는 것’뿐이지만 결코 대도(大盜)는 되지 못하고 옷장에 들어갈 만한 잡동사니, 무가치한 것만 차곡차곡 훔치는 주인공을 보면 애달픈 마음이 든다.
그녀가 훔친 것들의 목록 하나하나가 ‘외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렇게 벌어진 상처에 모래알을 붓듯 결핍에 외로움을 부어왔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되므로.
끝내 이국에서 짐 가방을 도둑맞아 맨몸이 되어버리는 이 작은 도둑은 ‘훔쳐진’ 외로움을 뒤로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남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완전한 내 것” 같은 결핍을 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 소설을 나오면 〈작가의 말〉처럼 “그가 더 제대로 온 힘을 다해” 나아가길 바라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분명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
조우리 《사서 고생》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이장욱 《초인의 세계》
성해나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장진영 《김용호》
이연숙 《아빠 소설》
서이제 《바보 같은 춤을 추자》
권희진 《일단 믿는 마음》
정이현 《사는 사람》
함윤이 《소도둑 성장기》
백세희 《바르셀로나의 유서》
이현석 《고백의 시대》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6월 18일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12쪽 | 188g | 100*180*14mm
- ISBN13 : 9791171714377
- ISBN10 : 11717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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