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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약국
잔소리 약국
Description
책소개
『잔소리 약국』은 약사인 엄마와 프리랜서 딸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기록이자,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오랜 세월 약국을 지켜온 엄마의 삶과 다시 그 약국으로 돌아온 딸의 시간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약국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생계의 현장을 넘어, 한 여성이 쌓아온 세월과 또 다른 여성이 그 세월을 마주하는 장면이 겹치는 무대가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터져 나오는 잔소리와 침묵, 웃음과 다툼 등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돌봄이라는 말이 얼마나 복잡한 사랑의 형태인지를 깨닫게 된다.

엄마의 고관절 수술 이후 2년 11개월 동안 이어진 동거의 시간은, 결국 하나의 문을 닫고 또 다른 문을 여는 여정이 된다.
작가는 그 시간을 과장하지 않고 덤덤하게 털어놓는다.
약국의 셔터가 내려가고 불빛이 꺼진 자리에서 딸은 깨닫는다.
돌봄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고, 어떤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잔소리 약국』은 그 조용한 깨달음의 자리에서 태어난 이야기다.
서운함과 연민, 다정함과 유머가 뒤섞인 이 소설은 사랑을 버텨 온 사람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저릿하고 따듯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관계의 풍경이 잔잔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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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약국 문을 열며

1부 하루하루 소화하기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사는 재미
소중하지만 성가신
K-장녀와 K-장남의 둘째 딸
출퇴근 전쟁 Part 1
출퇴근 전쟁 Part 2
두 배가 아닌 2의 2승
할 일이 없어서 저래
점심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

2부 내 인생의 복약지도


‘박카스’는 피로해소제가 아니었으니
‘까스활명수’든지 ‘까스명수’든지
‘컨디션’을 부어라, 마셔라
‘신신파스’와 ‘케토톱’, 이민자의 만병통치약
우루루 사 먹어서 ‘우루사’인가
‘에프킬라’냐 ‘홈매트’냐, 그것이 문제로다
메이퀸도 ‘메이킨’이 필요하다
‘타이레놀’과 ‘타세놀’ 사이에서
‘후시딘’도 ‘마데카솔’도 소용없을 때

3부 작용과 부작용


약국의 히어로, 셔터맨
마스크 대란이 남긴 것
약국에 오는 이유
카카오맵 평점 1점
넌 대체 무슨 일을 해?
다 무너질까 봐 벨트를 합니다
약국 옆 한정식집
배운다는 것
그 모든 ‘스페셜’한 순간들
엄마, 약 좀 그만 팔아

약국 문을 닫으며

책 속으로
엄마의 약국은 늘 내게 급한 일을 미루고 귀찮은 일을 하게 하는 곳이다.
그래도 그 안에는 어떤 세상이 있다.
오랜 세월 내가 보고, 듣고, 그 한가운데 있었던 세상.
지긋지긋하다며 기억 속에 묻어뒀던 동네 약국 생활.
대단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반짝이기라도 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그 나날을 어쩐지 잊지 못하고 있다.
--- 「약국 문을 열며」 중에서

그날 밤, 엄마를 45년 경력의 약사로 인식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마음먹었다.
약국 개업 50주년이 되기 전에는 뭔가 해야겠다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면 이토록 오래 노동한 여성의 삶의 자취가 흐지부지 흩어질 수 있겠다고.
누군가가 언젠가 내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을 내가 엄마에게 해줄 필요가 있겠다고.
그러고도 나답게 그 결심을 차일피일 미뤄 놓았다.
당장 하고 있던 일들 밑으로 그 생각을 몇 년째 묻어버렸다.
--- 「아무도 몰랐다」 중에서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서 유지되는 호감이라는 게 있다.
엄마와 달래 원장님의 관계는 민폐와 연대 사이 그 어디쯤 있는 것 같다.
적당히 민폐를 끼치고 적당히 끌어안아 준다.
그래서 서로 오래 보는 것일까.
그런 게 원래 가족이었을 텐데.
해묵은 감정을 안고 함께 살면서 매일 보는 나와 엄마는 무슨 말만 하면 서로에게 서운하니, 가족이란 대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 「소중하지만 성가신」 중에서

혼자라는 것에 관해 생각할 때는 주로 혼자일 때다.
그 시간을 좋아한다.
혼자라는 감각을 좋아한다.
지금껏 내가 힘들고 서툴러도 애써 걸어온 궤도를 크게 일그러지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혼자이기에 해야 할 일.
혼자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일.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일.
그 모든 일을 해왔기에 나는 나로 살았다.
평온한 ‘홀로인 아침’은 내가 특히 좋아한 시간이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내가 떠나보낸 것이 바로 그 ‘홀로인 아침 시간’이다.
--- 「두 배가 아닌 2의 2승」 중에서

그나저나 이게 대체 무슨 현상일까.
한 사람을 받아들였을 뿐인데.
집 안을 쓸고 닦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일은 혼자일 때의 2배가 된 게 아니라 2의 2승, 어떤 때는 2의 N승이 되었다.
2의 N승라니.
이건 엄마와 막 합쳤을 때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결혼한 지 10년쯤 된 후배가 해준 말이기도 하다.
“선배, 집안일이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라 두제곱이 되지 않아요?”라고.
--- 「두 배가 아닌 2의 2승」 중에서

조금 다른 얘기지만, 나는 ‘정신적인 이민자’ 같다.
가족이라는 무형의 땅에 아무래도 발붙이기 힘든 싱글이라는 이민자.
혼자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엄마와 한집에서 사는 데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엄마도 나를 무진장 힘들어했다.
아마 나 같은 성질머리의 배우자와 산다면 6개월도 못 가서 이혼 각일 텐데, 딸이라서 그러지도 못하니 오죽했겠는가.
--- 「‘신신파스’와 ‘케토톱’, 이민자의 만병통치약」 중에서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엄마의 머릿속에는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약국 일 말고 다른 일, 약사가 아닌 다른 모습이.
언젠가는 다가올 일,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것이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는 일과 공간이 애달프다.
이별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련은 힘이 셀 것이다.
그리움은 더 강력할 것이다.
그래도 바란다.
다가올 날을 한탄만 하지 않기를, 잘 내려놓을 수 있기를, 새로운 나를 그려보기를.
나 또한 그렇기를.
--- 「엄마, 약 좀 그만 팔아」 중에서

아마 프리랜서가 되지 않았다면 그걸 아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만이 내게 복지를 허락하고, 나만이 내 성과를 챙겨주고, 나만이 나를 토닥여 주는 시간을 통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구제 불능이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 경우에는 계속 직장인, 계속 정규직이 아니었던 것이 다행이다.
그랬으면 더 즉각적이고 더 앞뒤 없이 감정을 발사하다가 금세 텅 빈 에프킬라 통처럼 스스로를 다 써버리지 않았을까.
--- 「‘에프킬라’냐 ‘홈매트’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오늘도 엄마는 약을 팔고, 딸은 마음을 삼킨다

『잔소리 약국』은 약사 엄마와 프리랜서 딸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기록이자, 서로를 돌보며 조금씩 변해가는 관계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는 엄마의 생애가 켜켜이 쌓인 ‘약국’에서 모녀가 부딪히고 화해하며 닮아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약국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여성이 평생을 일구어 온 노동의 현장이자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거울이다.
엄마에게는 삶의 근거이고, 딸에게는 그 삶을 목격하는 자리다.
서로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안부를 챙기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서툰, 우리 시대의 모녀상과 닮았다.

“내가 약국을 안 하면 뭘 하지? 나는 무슨 쓸모가 있지?” (180쪽)

이야기는 엄마의 고관절 수술로 시작된다.
오랜 세월 약국을 지켜온 엄마는 더 이상 혼자 일할 수 없게 되고, 딸은 자기 일을 잠시 미루고 엄마 곁으로 돌아온다.
매일 아침 셔터를 올리고, 약통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반복된 하루 속에서 딸은 깨닫는다.
엄마의 삶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고된 노동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엄마의 잔소리는 걱정의 다른 얼굴이고, 딸의 짜증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다.
『잔소리 약국』은 그 미묘한 온도 차를 족집게처럼 섬세하게 포착한다.
웃음과 침묵, 다툼과 화해가 교차하는 그들의 일상에는,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다정함이 언제나 스며 있다.

유머로 버티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설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돌봄이 어떻게 사랑이 되고 때로는 상처가 되는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누군가를 챙기는 일이 단지 따뜻한 헌신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돌봄은 고단하고, 지루하며, 때로는 관계를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잃지 않는 힘이 생긴다.
영화잡지 기자이자 방송작가로 살아온 시간 동안 다져진 문장력은 일상의 대화와 몸짓 하나에서도 감정의 결을 포착한다.
사소한 말투와 표정, 그사이의 공기를 붙잡아내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노동과 닮았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 할 일을 했다.
이제 각자의 하늘과 땅에서 열심히 놀아도 된다.” (187쪽)

결국 이야기는 닫히면서 동시에 열리는 자리에 닿는다.
애증 어린 약국의 문을 손수 닫으며, 딸은 다시 돌아온 혼자만의 시간 앞에 선다.
엄마가 고관절을 다친 뒤 함께한 시간은 2년 11개월.
그 시간 동안 딸은 일과 돌봄 사이를 오가며 버텼다.
그리고 이제 다시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
작가는 여기에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엄마가 없어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제 딸은 낯설지만 새롭지는 않은, 평범한 하루를 다시 살아갈 것이다.

돌봄이 끝난 자리에,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약국은 닫히고, 딸은 자기 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침 밥을 먹을 때, 저녁 퇴근길의 사람들을 볼 때, 세상의 약국들을 스쳐 지나칠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잔소리 약국』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아프지만 나아가야 하는 삶, 끝났지만 계속되는 하루를 조용히 보여주며.

작가의 문장에는 특유의 유머가 깃들어 있다.
그 유머는 상황의 고단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끝내 울지 않게 한다.
피곤한데 웃기고, 화가 나는데 슬프기도 한 하루하루를 담담히 고백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따듯하다.
웃음은 위로가 되고, 위로는 다정함으로 이어진다.
『잔소리 약국』은 그렇게 투덜거림과 연민, 서운함과 애정을 섞어 독자에게 건네는 한 알의 마음 약을 빚어낸다.

『잔소리 약국』은 단지 모녀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를 돌보며 자신을 잃어버린 적 있는 이들, 일과 관계 속에서 진짜 속내를 미뤄둔 이들, 그런데도 여전히 다정해지고 싶었던 사람에게 이 책은 잔잔한 처방전을 건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심이 남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17일
- 쪽수, 무게, 크기 : 188쪽 | 278g | 130*200*16mm
- ISBN13 : 9791193617045
- ISBN10 : 119361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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