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시피 월드
Description
책소개
《레시피 월드》는 일상의 평범한 재료나 행동이 특정한 조합을 이룰 때 ‘딱히 쓸모는 없지만 독특한 능력’, 바로 ‘레시피’가 생겨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으로 마침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방귀로 세상을 구하는 볼 빨간 여고생 홍의 이야기 〈방귀 전사 볼 빨간〉, 고장 난 형광등처럼 깜박거리다 갑자기 남편을 사라지게 만든 쌍둥이 엄마의 슬기의 ‘가내모험극’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 갑작스럽게 창궐한 좀비 떼와 얼떨결에 맞서게 된 오이 헤이터(hater)들의 마지막 날을 다룬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까지 총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현실감을 보여주면서도 독자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감초 역할인 정부 비밀 기관, ‘대한민국 레시피 조사국’ 을 찾아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다.
백승화 작가는 연출작 〈걷기왕〉과 〈오목소녀〉로 소박하지만 특별한 능력자들의 성장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이번 작품 《레시피 월드》 역시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저마다의 비범함을 지닌 이들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며, 능청스러운 위로를 건네는 작가 특유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터지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으로 마침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방귀로 세상을 구하는 볼 빨간 여고생 홍의 이야기 〈방귀 전사 볼 빨간〉, 고장 난 형광등처럼 깜박거리다 갑자기 남편을 사라지게 만든 쌍둥이 엄마의 슬기의 ‘가내모험극’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 갑작스럽게 창궐한 좀비 떼와 얼떨결에 맞서게 된 오이 헤이터(hater)들의 마지막 날을 다룬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까지 총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현실감을 보여주면서도 독자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감초 역할인 정부 비밀 기관, ‘대한민국 레시피 조사국’ 을 찾아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다.
백승화 작가는 연출작 〈걷기왕〉과 〈오목소녀〉로 소박하지만 특별한 능력자들의 성장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바 있다.
이번 작품 《레시피 월드》 역시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저마다의 비범함을 지닌 이들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며, 능청스러운 위로를 건네는 작가 특유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터지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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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목차
방귀 전사 볼 빨간
여담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
여담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
여담
작가의 말
여담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
여담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
여담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빼빼로를 먹고 담벼락을 뛰어넘는 여고생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당황하실 수 있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내가 직접 겪거나 들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이쯤에서 밝혀야겠다.
내 이름은 홍.
그러니까 나는,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이다.
--- p.12
“모스부호?!”
그랬다.
짧은 신호는 뿌, 긴 신호는 뿌우우.
화면 속 리포터가 물었다.
“무슨 신호 같은데요! 뭐라고 하신 거죠?”
“‘세상에 그런 일이’라고 해봤어요.
모스부호로요.”
리포터는 전쟁영화에서나 나오는 모스부호를 실제로, 게다가 방귀로 들은 건 처음이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이후에도 방옥미 출연자는 다양한 방귀 기술을 선보였다.
방귀로 비트박스를 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방귀로 성대모사까지 했는데, 이주일이라는 전설적인 코미디언의 흉내를 냈을 때는 리포터가 웃다가 눈물까지 보였다.
리포터도, 내레이터도, 스튜디오의 진행자들도 모두가 웃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방옥미 출연자만은 끝까지 진지했다.
--- p.94
주방 일은 여전히 바빴다.
하지만 이제 재료 손질 정도는 알아서 척척 할 수 있게 되었다.
뿌웅!
내 방귀 소리였다.
너무 바쁘다 보니 내가 뀌었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주방 직원들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앞으로 다가와 박수를 쳤다.
짝짝짝!
“드디어 깨달았구나.
방귀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 p.115
옥미 이모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기억해라.
넌 방귀 전사의 딸이야.”
“맛집 사장님의 조카이기도 하구요.”
내가 대답하자, 옥미 이모가 웃었다.
막 출발하려는데 직원 한 분이 급히 달려와 비닐봉지 하나를 손에 쥐여줬다.
“가져가서 먹어.”
옥수수와 감자가 가득했다.
“저 지금 친구들 구하러 가는 건데.”
“그럼 구한 다음에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막무가내였다.
홍두깨를 넣은 작은 가방에 마저 잘 챙겨 넣었다.
꾸벅 인사를 한 뒤, 복숭아 맛 사탕을 입에 넣고 날아올랐다.
이모와 직원분들은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 p.124
한겨울임에도 연신 땀을 흘리고 있는 커다란 덩치의 중년 남성이 쌍안경을 든 채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그거인 거 같은데요.”
난간에 기대어 선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무전기처럼 생긴 옛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래 보이지.
저거보다는 이거에 가까우니까.
그래도 아직 그거는 아니야.”
“그렇다는 건…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된 걸까요?”
여자아이가 옥상을 떠나며 말했다.
“아마도, 다음에.”
--- p.160
어느 날부터 슬기는 깜빡거림을 느꼈다.
깜빡깜빡.
처음엔 거실 형광등 수명이 다 됐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갈아달라 했지만, 일주일째 상태가 그대로였다.
참다 참다 남편에게 전화해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지난주에 갈았다는 의기양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깜빡이는데?
슬기는 포대기로 쌍둥이를 업고 안은 채, 깜빡거리는 형광등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깜빡거리는 건 형광등이 아니란 걸.
--- p.171
믿기 어려운 증언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태연히 조사를 이어가는 걸리버를 보며 슬기는 생각했다.
대한민국 레시피 조사국이라니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세계에 알릴 한국 요리를 개발하는 곳일까? 저 둘은 유명한 한식 셰프인 걸까? 아니, 아닐 것이다.
영화에 간혹 이름과는 다른 일을 하는 비밀 기관들이 나오지 않나.
남편이 사라지고, 집이 뒤집히고, 가전제품들이 제멋대로 날뛰고… 이건 아무래도….
--- p.200
슬기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남편이 가전제품? 믿을 수 없었다.
전기밥솥을 향해 다가간 슬기는 뚜껑에 대고 조심히 말했다.
“여, 여보?”
“잡곡 쾌속!”
헐.
“정말 당신이라면… 그래, 나물솥밥이라고 해봐.”
“나물솥밥!”
슬기가 잠깐 휘청거렸다.
--- p.203
“자, 잘 들으세요.
레시피라는 건 말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나 행동, 상황, 감정, 경험 같은 것들이 어떤 조건에 놓이거나, 혹은 우연히 조합될 때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다들 잘 모르셔서 그렇지, 이런 현상들이 주변에서 꽤 많이 일어나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요.
1991년도에 만들어진 500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흰색 선만 밟으면서,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아시죠? 그 동요를 부르게 되면 초록불 길이가 3초 정도 짧아지거든요.
자, 이 모든 상황이 우연히 조합될 확률은 낮습니다만, 낮긴 해도 제로는 아니고 가끔 문제적인 레시피가 발생하기도 해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될까요? 아까 제 신분증 보여드렸죠? 레시피 조사국 조사원인 저희가 이렇게 현장에 찾아와서 해결을…”
--- p.204
“사실 우리 같이 오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쿠쿠르비타신에 예민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건 유전적인 문제예요.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TAS2R38’ 유전자의 타입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거죠.”
나는 낯선 지식을 술술 풀어내는 남모 씨에게 감탄했다.
“그걸 어떻게 다 외워요? 아무리 전공이라고 해도.”
남모 씨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전공과는 상관없어요.
온갖 데서 하도 오이 먹어보라는 소리를 해서.
과학적인 근거로 조지면 해결되거든요.”
“아….”
그럼 이쯤에서 밝혀야겠다.
내 이름은 홍.
그러니까 나는,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이다.
--- p.12
“모스부호?!”
그랬다.
짧은 신호는 뿌, 긴 신호는 뿌우우.
화면 속 리포터가 물었다.
“무슨 신호 같은데요! 뭐라고 하신 거죠?”
“‘세상에 그런 일이’라고 해봤어요.
모스부호로요.”
리포터는 전쟁영화에서나 나오는 모스부호를 실제로, 게다가 방귀로 들은 건 처음이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이후에도 방옥미 출연자는 다양한 방귀 기술을 선보였다.
방귀로 비트박스를 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방귀로 성대모사까지 했는데, 이주일이라는 전설적인 코미디언의 흉내를 냈을 때는 리포터가 웃다가 눈물까지 보였다.
리포터도, 내레이터도, 스튜디오의 진행자들도 모두가 웃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방옥미 출연자만은 끝까지 진지했다.
--- p.94
주방 일은 여전히 바빴다.
하지만 이제 재료 손질 정도는 알아서 척척 할 수 있게 되었다.
뿌웅!
내 방귀 소리였다.
너무 바쁘다 보니 내가 뀌었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주방 직원들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앞으로 다가와 박수를 쳤다.
짝짝짝!
“드디어 깨달았구나.
방귀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 p.115
옥미 이모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기억해라.
넌 방귀 전사의 딸이야.”
“맛집 사장님의 조카이기도 하구요.”
내가 대답하자, 옥미 이모가 웃었다.
막 출발하려는데 직원 한 분이 급히 달려와 비닐봉지 하나를 손에 쥐여줬다.
“가져가서 먹어.”
옥수수와 감자가 가득했다.
“저 지금 친구들 구하러 가는 건데.”
“그럼 구한 다음에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막무가내였다.
홍두깨를 넣은 작은 가방에 마저 잘 챙겨 넣었다.
꾸벅 인사를 한 뒤, 복숭아 맛 사탕을 입에 넣고 날아올랐다.
이모와 직원분들은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 p.124
한겨울임에도 연신 땀을 흘리고 있는 커다란 덩치의 중년 남성이 쌍안경을 든 채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그거인 거 같은데요.”
난간에 기대어 선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무전기처럼 생긴 옛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래 보이지.
저거보다는 이거에 가까우니까.
그래도 아직 그거는 아니야.”
“그렇다는 건…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된 걸까요?”
여자아이가 옥상을 떠나며 말했다.
“아마도, 다음에.”
--- p.160
어느 날부터 슬기는 깜빡거림을 느꼈다.
깜빡깜빡.
처음엔 거실 형광등 수명이 다 됐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갈아달라 했지만, 일주일째 상태가 그대로였다.
참다 참다 남편에게 전화해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지난주에 갈았다는 의기양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깜빡이는데?
슬기는 포대기로 쌍둥이를 업고 안은 채, 깜빡거리는 형광등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깜빡거리는 건 형광등이 아니란 걸.
--- p.171
믿기 어려운 증언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태연히 조사를 이어가는 걸리버를 보며 슬기는 생각했다.
대한민국 레시피 조사국이라니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세계에 알릴 한국 요리를 개발하는 곳일까? 저 둘은 유명한 한식 셰프인 걸까? 아니, 아닐 것이다.
영화에 간혹 이름과는 다른 일을 하는 비밀 기관들이 나오지 않나.
남편이 사라지고, 집이 뒤집히고, 가전제품들이 제멋대로 날뛰고… 이건 아무래도….
--- p.200
슬기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남편이 가전제품? 믿을 수 없었다.
전기밥솥을 향해 다가간 슬기는 뚜껑에 대고 조심히 말했다.
“여, 여보?”
“잡곡 쾌속!”
헐.
“정말 당신이라면… 그래, 나물솥밥이라고 해봐.”
“나물솥밥!”
슬기가 잠깐 휘청거렸다.
--- p.203
“자, 잘 들으세요.
레시피라는 건 말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나 행동, 상황, 감정, 경험 같은 것들이 어떤 조건에 놓이거나, 혹은 우연히 조합될 때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다들 잘 모르셔서 그렇지, 이런 현상들이 주변에서 꽤 많이 일어나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요.
1991년도에 만들어진 500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흰색 선만 밟으면서,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아시죠? 그 동요를 부르게 되면 초록불 길이가 3초 정도 짧아지거든요.
자, 이 모든 상황이 우연히 조합될 확률은 낮습니다만, 낮긴 해도 제로는 아니고 가끔 문제적인 레시피가 발생하기도 해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될까요? 아까 제 신분증 보여드렸죠? 레시피 조사국 조사원인 저희가 이렇게 현장에 찾아와서 해결을…”
--- p.204
“사실 우리 같이 오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쿠쿠르비타신에 예민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건 유전적인 문제예요.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TAS2R38’ 유전자의 타입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거죠.”
나는 낯선 지식을 술술 풀어내는 남모 씨에게 감탄했다.
“그걸 어떻게 다 외워요? 아무리 전공이라고 해도.”
남모 씨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전공과는 상관없어요.
온갖 데서 하도 오이 먹어보라는 소리를 해서.
과학적인 근거로 조지면 해결되거든요.”
“아….”
--- p.257
출판사 리뷰
“탁월한 이야기꾼이 만들어낸 유쾌한 영화 같은 작품”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강력 추천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익숙한 재료와 일상의 행동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되며
뜻밖의 세계가 펼쳐진다
《레시피 월드》
《레시피 월드》는 일상의 평범한 재료나 행동이 우연히 특정한 조합을 이룰 때 신비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독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코믹 판타지 소설이다.
《레시피 월드》 속 각각의 이야기들은 황당무계해 보이는 상상력과 하이퍼리얼리즘을 절묘하게 오가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자, 잘 들으세요.
레시피라는 건 말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나 행동, 상황, 감정, 경험 같은 것들이 어떤 조건에 놓이거나, 혹은 우연히 조합될 때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다들 잘 모르셔서 그렇지, 이런 현상들이 주변에서 꽤 많이 일어나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요.
1991년도에 만들어진 500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흰색 선만 밟으면서,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아시죠? 그 동요를 부르게 되면 초록불 길이가 3초 정도 짧아지거든요.
자, 이 모든 상황이 우연히 조합될 확률은 낮습니다만, 낮긴 해도 제로는 아니고 가끔 문제적인 레시피가 발생하기도 해요.”- 204쪽
〈방귀 전사 볼 빨간〉은 방귀와 여고생,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 즐거움을 준다.
설화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인 여고생 홍은 방귀 능력자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만,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방아일체’의 경지를 향한 수련을 시작한다.
부끄러움이 많아 볼이 금세 빨개지는 홍과 거인이 되고 싶은 악당, 그를 돕는 주변 인물들의 엉뚱한 매력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로하는 ‘바닐라 아이스 라테’ 같은 작품이다.
고장 난 형광등처럼 자신이 깜박거리고 있다고 느끼는 슬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아도 별다른 차도가 없던 어느 날, 슬기의 하소연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남편에게 ‘깜박이는’ 자신을 보여주려다 오히려 남편을 사라지게 한다.
당황한 슬기를 찾아온 의문의 두 사람과 함께 슬기는 사라진 남편을 데려오기 위한 레시피를 찾아 나선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임에도 스펙터클한 매력이 넘치는 ‘가내모험극’이다.
갑작스럽게 창궐한 좀비 떼에 얼떨결에 맞서게 된 이들의 마지막 날을 다룬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은 오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오이 헤이터들을 위한 유쾌한 선물이다.
매일 같은 자리에 모여 있는 저 비둘기들이 정말 비둘기가 맞을까?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서브웨이 샌드위치 재료 조합에 수상한 비밀이 있진 않을까? 맨홀 뚜껑의 복잡한 무늬가 어째 보물 지도처럼 보이는데? 야외 운동기구에 진심이신 저 어르신은 어쩌면 접선을 기다리는 비밀 요원?
참 쓸데없다 싶은 상상을 이어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들이 우연히 낮은 확률로 조합되어 신비한 일을 발생시킨다면? 그런 조합을 ‘레시피’라고 부른다면?
- 작가의 말 중에서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나요?
나는 단연코 훌륭한 이야기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추천사 중에서
영화 〈걷기왕〉, 〈오목소녀〉로 어딘가 부족한 이들의 성장담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온 연출자 백승화의 시선이 소설로 옮겨왔다.
작가는 일상의 작은 디테일까지 예리하게 포착해,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풀어냈다.
여기에 특유의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유머, 그리고 캐릭터를 향한 따뜻한 애정이 더해져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독자들은 히어로물의 장엄함 대신 친구들을 구하러 가며 챙기는 군고구마 같은 따뜻함을 얻고, 밥솥이 되어버린 남편의 ‘나물솥밥’이란 간절한 외침에서 웃음과 함께 은근한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감독으로 다져온 감각을 바탕으로, 작가는 영화적 리듬을 글 속에 담아냈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한 문장은 독자에게 스크린 대신 텍스트를 통해 ‘읽는 영화’라 할 만한 몰입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슬기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남편이 가전제품? 믿을 수 없었다.
전기밥솥을 향해 다가간 슬기는 뚜껑에 대고 조심히 말했다.
“여, 여보?”
“잡곡 쾌속!”
헐.
“정말 당신이라면… 그래, 나물솥밥이라고 해봐.”
“나물솥밥!”
슬기가 잠깐 휘청거렸다.
”- 203쪽
마구잡이로 웃기다가
마침내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위로와 응원의 레시피
《레시피 월드》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실컷 웃기다가 어느 순간 뭉클한 감동으로 이끄는 절묘한 균형감이다.
방귀 전사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홍이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가장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슬기가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예상치 못한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삶은 자주 고장 나고, 우리 모두는 늘 어설프지만 그런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거창한 영웅담이 아닌 아주 작은 용기,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사소한 위로와 따뜻한 체온이다.
작가는 웃음과 다정함이 뒤섞인 이 감정을 유쾌하게 전달하며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한참을 웃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시큰해지는 《레시피 월드》는 당신의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익숙한 재료와 일상의 행동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되며
뜻밖의 세계가 펼쳐진다
《레시피 월드》
《레시피 월드》는 일상의 평범한 재료나 행동이 우연히 특정한 조합을 이룰 때 신비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독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코믹 판타지 소설이다.
《레시피 월드》 속 각각의 이야기들은 황당무계해 보이는 상상력과 하이퍼리얼리즘을 절묘하게 오가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자, 잘 들으세요.
레시피라는 건 말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나 행동, 상황, 감정, 경험 같은 것들이 어떤 조건에 놓이거나, 혹은 우연히 조합될 때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다들 잘 모르셔서 그렇지, 이런 현상들이 주변에서 꽤 많이 일어나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요.
1991년도에 만들어진 500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흰색 선만 밟으면서,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아시죠? 그 동요를 부르게 되면 초록불 길이가 3초 정도 짧아지거든요.
자, 이 모든 상황이 우연히 조합될 확률은 낮습니다만, 낮긴 해도 제로는 아니고 가끔 문제적인 레시피가 발생하기도 해요.”- 204쪽
〈방귀 전사 볼 빨간〉은 방귀와 여고생,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 즐거움을 준다.
설화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인 여고생 홍은 방귀 능력자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만,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방아일체’의 경지를 향한 수련을 시작한다.
부끄러움이 많아 볼이 금세 빨개지는 홍과 거인이 되고 싶은 악당, 그를 돕는 주변 인물들의 엉뚱한 매력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깜박이는 쌍둥이 엄마〉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로하는 ‘바닐라 아이스 라테’ 같은 작품이다.
고장 난 형광등처럼 자신이 깜박거리고 있다고 느끼는 슬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아도 별다른 차도가 없던 어느 날, 슬기의 하소연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남편에게 ‘깜박이는’ 자신을 보여주려다 오히려 남편을 사라지게 한다.
당황한 슬기를 찾아온 의문의 두 사람과 함께 슬기는 사라진 남편을 데려오기 위한 레시피를 찾아 나선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임에도 스펙터클한 매력이 넘치는 ‘가내모험극’이다.
갑작스럽게 창궐한 좀비 떼에 얼떨결에 맞서게 된 이들의 마지막 날을 다룬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은 오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오이 헤이터들을 위한 유쾌한 선물이다.
매일 같은 자리에 모여 있는 저 비둘기들이 정말 비둘기가 맞을까?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서브웨이 샌드위치 재료 조합에 수상한 비밀이 있진 않을까? 맨홀 뚜껑의 복잡한 무늬가 어째 보물 지도처럼 보이는데? 야외 운동기구에 진심이신 저 어르신은 어쩌면 접선을 기다리는 비밀 요원?
참 쓸데없다 싶은 상상을 이어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들이 우연히 낮은 확률로 조합되어 신비한 일을 발생시킨다면? 그런 조합을 ‘레시피’라고 부른다면?
- 작가의 말 중에서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나요?
나는 단연코 훌륭한 이야기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 추천사 중에서
영화 〈걷기왕〉, 〈오목소녀〉로 어딘가 부족한 이들의 성장담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온 연출자 백승화의 시선이 소설로 옮겨왔다.
작가는 일상의 작은 디테일까지 예리하게 포착해,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풀어냈다.
여기에 특유의 엉뚱하고 능청스러운 유머, 그리고 캐릭터를 향한 따뜻한 애정이 더해져 독자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독자들은 히어로물의 장엄함 대신 친구들을 구하러 가며 챙기는 군고구마 같은 따뜻함을 얻고, 밥솥이 되어버린 남편의 ‘나물솥밥’이란 간절한 외침에서 웃음과 함께 은근한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감독으로 다져온 감각을 바탕으로, 작가는 영화적 리듬을 글 속에 담아냈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한 문장은 독자에게 스크린 대신 텍스트를 통해 ‘읽는 영화’라 할 만한 몰입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슬기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남편이 가전제품? 믿을 수 없었다.
전기밥솥을 향해 다가간 슬기는 뚜껑에 대고 조심히 말했다.
“여, 여보?”
“잡곡 쾌속!”
헐.
“정말 당신이라면… 그래, 나물솥밥이라고 해봐.”
“나물솥밥!”
슬기가 잠깐 휘청거렸다.
”- 203쪽
마구잡이로 웃기다가
마침내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위로와 응원의 레시피
《레시피 월드》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실컷 웃기다가 어느 순간 뭉클한 감동으로 이끄는 절묘한 균형감이다.
방귀 전사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홍이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가장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슬기가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예상치 못한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삶은 자주 고장 나고, 우리 모두는 늘 어설프지만 그런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거창한 영웅담이 아닌 아주 작은 용기,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사소한 위로와 따뜻한 체온이다.
작가는 웃음과 다정함이 뒤섞인 이 감정을 유쾌하게 전달하며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한참을 웃다가도 어느새 코끝이 시큰해지는 《레시피 월드》는 당신의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25일
- 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46g | 135*200*18mm
- ISBN13 : 9791194979524
- ISBN10 : 119497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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