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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전자
나쁜 유전자
Description
책소개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하는 사회다.
사람들은 특정 유전자가 인간의 외모와 건강, 성향과 환경, 인지작용과 행동방식, 심지어 운명까지 직접적으로 결정한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것은 궁극적 원인이 있다고 믿는 우리의 ‘본질주의적’ 편향이 유독 유전자에 강하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바꿀 수 없는 운명이 DNA에 새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나 이런 믿음은 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나쁜 유전자’가 때문일까?

이 책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커다란 오해를 빚어온 여덟 가지 대표적인 ‘문제적’ 유전자를 테마로, 그동안 잘 몰랐던 유전자의 본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인종이라는 허구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차별의 근거가 된 ‘피부색 유전자’, 유럽 왕가를 몰락시킨 혈우병과 근친혼에 따른 ‘희귀병 유전자’, 인류를 사회적 동물로 바꾼 진화 과정의 ‘사나운 유전자’, 우생학의 비극적 역사를 낳은 ‘열등한 유전자’, 범죄와 폭력을 유발한다는 ‘범죄 유전자’, 동성애 등 성적 성향을 결정한다는 ‘동성애 유전자’, 우리 몸속에서 유발과 억제의 힘겨루기를 하는 ‘암 유전자’, 그리고 오늘날 유전자 결정론의 바이블이 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다.

이런 숱한 명명에는 유전자가 마치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듯한 불온함이 담겨 있다.
인간의 불안과 혐오, 편견의 대상이 된 유전자.
정말 그런 유전자가 있을까? 저자는 뛰어난 유전학자와 진화생물학자들의 이론을 정리하고 최신 연구논문을 통해 역사 속의 유전 이야기를 종횡으로 펼친다.
과거 우생학의 비극으로부터 현대의 유전자 치료 담론까지 유전자에 덧씌운 오해를 하나하나 벗겨내면서, 무심코 믿어온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견고한 신화를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해체한다.
인간과 생명의 본질을 다시 성찰케 하고,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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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ㆍ추천의 말
ㆍ들어가는 글_세상에 나쁜 유전자는 없다

1 피부색 유전자: 피부색이 불러온 차별의 아픈 역사
피부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피부색에 대한 결정적 오해들 | 계몽주의 시대가 낳은 인종이라는 편견 | 인종차별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 피부색을 넘어 확장되는 인종의 굴레 | 인종이란 실재일까 허구일까 | 유전학이 인종에 대해 말해주는 것 | 차별의 역사는 다시 쓰여져야 한다 | 피부색이 도대체 뭐길래

2 희귀병 유전자: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무서운 질환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왕가 | 혈우병 유전자가 없었다면 소련도 없었다 | 혈우병이 낳은 스페인의 쿠데타와 독재 정치 | 위대한 합스부르크가의 미친 결혼 | 근친혼을 피해야 하는 이유 | 그래도 근친혼은 계속된다 | 얼마나 희귀해야 희귀병일까 | 돌연변이는 세상을 어떻게 바꿨나 | 유전질환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3 사나운 유전자: 우리는 어떻게 인간이 되었을까
‘개와 늑대의 시간’은 언제였을까 | 사나운 여우가 길들여질 수 있다면 | 더 유순해질수록 외모도 더 귀여워지는 수수께끼 | 대체 누가 누구를 길들였을까 | 사나운 유전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섣부른 믿음 | 다정도 병인 양: 다정함은 만능이 아니다 | 홉스 vs.
루소, 인간은 원래부터 폭력적이었나 | 다정함이 지닌 두 얼굴

4 열등한 유전자: 우월함 숭배하는 사회와 당신이 열등하다는 착각
바보는 삼대면 충분하다 | 칼리카크 가문의 유전 이야기 | 우생학의 악몽을 용케 피해간 영국 | 우생학은 결국 다윈의 유산: 진화가 진보가 된 이유 | 살 가치가 없는 생명 | 우생학의 망령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 그들의 유전자는 과연 우월했을까 | 열등한 유전자라는 오해 | 열성 유전자는 열등하지 않다

5 범죄 유전자: 당신은 오해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초남성 증후군 소동 | 범죄자는 타고나는 걸까 | 단골 용의자 테스토스테론은 억울하다
범죄 유전자, 드디어 발견되다 | 내 잘못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이야 |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을 압도하는가 | ‘멋진 신세계’는 환경과 양육의 세계 | 범죄는 정말 감소하고 있을까 | 인간에 대한 오해

6 동성애 유전자: 엄마, Xq28 유전자를 주셔서 고마워요!
성이란 완전을 위한 결핍의 상태 | 성을 결정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 | 출생 시 배정된 성 vs.
결정된 성 | 성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 동성애, 그 금기와 차별의 역사 | 동성애는 질환일까 | 동성애 유전자를 찾아서 | 환경이 동성애를 만드는 거라면 | 오직 자연만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7 암 유전자: 영생을 꿈꾼 세포의 다단계적 일탈
암은 현대인의 질병일까 | 암을 부르는 나쁜 습관 | 기생충이 암을 일으킨다고? |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 암은 우리 내부에서 스스로 키운 괴물 | 유발 vs.
억제, 두 세계의 끝없는 힘겨루기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 | 유전자에 ‘나쁜’ 이름 붙이기 | 암세포가 못다 이룬 영생의 꿈

8 이기적 유전자: 유전자야말로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속삭임
당신이 아니라 유전자가 주인공 | 유전자는 어쩌다 이기적 존재가 되었을까 | 사회생물학과 유전자 결정론 | 미워도 다시 한 번, 본성이냐 양육이냐 | 그런 유전자는 없다 | 진짜 이기적 유전자는 나야 나 | 유전자는 문화와 더불어 진화한다 | 도킨스의 위험한 생각 | 죽어라, 이기적 유전자여, 죽어라

ㆍ나가는 글
ㆍ참고문헌
ㆍ도판 출처 및 소장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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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만약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체된 존재나 다름없다.
우리는 완성된 ‘존재로서의 인간human being’이 아니라, 점차 변모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인간human becoming’이다.
--- p.16

우리는 ‘생물학적 인종’이라고 말할 때 피부색, 눈동자, 입술 등 눈에 잘 띄는 몇 가지 생물학적 형질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데, 수많은 다른 중요한 형질들에 비하면 무시할 만한 것들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 p.53

보인자였던 여왕의 명성 때문에 혈우병은 ‘왕가의 병’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의 자녀와 손주들은 당시의 정략결혼 정책에 따라 프로이센, 스페인, 러시아, 그리스, 루마니아와 노르웨이에 이르기까지 유럽 여러 나라의 공작이나 공작부인이 되었기 때문에, 빅토리아 여왕은 당시에도 ‘유럽의 할머니’라고 불렸다.
혈우병 역시 그들을 따라 조용히 유럽의 주요 왕가로 퍼지게 되었다.
이 불행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유럽의 왕족은 모두 합쳐 20명이 넘었다.
--- p.75

예를 들어 자폐증을 일으키는 하나 또는 몇 가지 유전자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밝혀지지 않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수십 수백 가지의 유전적 인자들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생화학적 네트워크가 여러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자폐증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자폐증 유전자가 어딘가에 숨어 있으리라 끊임없이 의심할까?
--- p.100

진화의 법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진화가 다정함도 잔인함도 아닌 ‘다양함’을 만들어내는 원리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연과 생태계를, 그리고 심지어 사회까지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자기가축화만으로는 인간의 친화력 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잔인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 p.148

돌연변이는 완전한 것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악당이 아니다.
거꾸로 진화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끔 바꾸어가는 과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보기에 어떤 유전자는 우월해 보이고 또 어떤 유전자는 열등해 보인다 해도 내일 자연이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다.

--- p.192

하나의 유전자가 곧바로 특별한 행동이나 질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에게 유전적 결함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위험성’에 대해 말해줄 뿐이다.
유전자가 우리의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거나 결정한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
--- p.228

인간 사회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되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또는 무엇이 ‘자연에 더 가까운’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자연스럽다’는 말은 종종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러나 자연은 특정한 방식만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이 허용하는 모든 것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오직 자연만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 p.278

‘적은 내부에 있다’고 했던가.
암은 외부의 침략자가 아니라 ‘내부의 반란자’라고 할 수 있다.
암은 태생적으로 불안한 질병이다.
‘전이轉移’를 의미하는 영어 ‘metastasis’는 라틴어로 ‘무언가의 너머’를 의미하는 meta와 ‘정지’를 의미하는 stasis의 합성어다.
즉 ‘정지 상태 너머’를 의미한다.
암은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지나치게 강한 생명력이 도리어 죽음을 부르는 과잉의 병리학이다.
--- p.305

우리는 (그리고 특히 언론은) 유전자에 ‘유방암 유전자’나 ‘범죄 유전자’ 따위의 자극적인 이름 붙이기를 선호한다.
이런 명명은 유전자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BRCA1 유전자의 기능은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때 유방암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망가진 DNA를 수선하는 것이다.
심장이 심장마비에 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유전자도 자신의 ‘나쁜’ 운명을 성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p.313

도킨스는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 불렀다.
불멸은 불멸이지만, 그것을 담고 있는 개체의 의미나 목적은 없다.
모든 생명은 유전적 사명이 부여한 명령을 따를 뿐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목적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자신을 무한히 증식하는 게 최고의 목표인 것처럼 행동하던 유전자가 결국 만들어낸 표현형은 아무 목적도 없는 존재라니, 그것은 대체 무얼 하려던 걸까?
--- p.365

출판사 리뷰
생명은 유전자로만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다
유전자가 빚어낸 오해와 무지와 편견의 역사


* 정재승(카이스트 교수) 추천, 김유태(시인, 기자, 『나쁜 책』 저자) 추천
* 이은희(하리하라, 과학커뮤니케이터) 추천, 정혜윤(작가, CBS라디오 PD) 추천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나쁜 유전자’ 때문인가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하는 사회다.
사람들은 특정 유전자가 인간의 외모와 건강, 성향과 환경, 인지작용과 행동방식, 심지어 운명까지 직접적으로 결정한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온갖 부정적이고 불편한 이름의 유전자들이 생겨났다.
지능 유전자, 열등한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바람둥이 유전자, 암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등등.
그것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궁극적 원인이 있다고 믿는 우리의 ‘본질주의적’ 편향이 유독 유전자에 강하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바꿀 수 없는 운명이 DNA에 새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자못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이 정말 우리 가문의 핏줄에 ‘나쁜 유전자’가 몰래 들어왔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몰랐던 흥미진진한 유전자 이야기
유전자란 무엇일까? 분자생물학자 정우현 교수가 전작 『생명을 묻다』에서 표방한 ‘인간의 얼굴을 한 생물학’의 핵심 주제로 ‘유전자’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나쁜 유전자』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커다란 오해를 빚어온 여덟 가지 대표적인 ‘문제적’ 유전자를 테마로, 그동안 잘 몰랐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의 본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책을 구성하는 여덟 가지 문제적 유전자다.
인종이라는 허구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차별의 근거가 된 ‘피부색 유전자’, 유럽 왕가를 몰락시킨 혈우병과 근친혼에 따른 ‘희귀병 유전자’, 인류를 사회적 동물로 바꾼 진화 과정의 ‘사나운 유전자’, 우생학의 비극적 역사를 낳은 ‘열등한 유전자’, 범죄와 폭력을 유발한다는 ‘범죄 유전자’, 동성애 등 성적 성향을 결정한다는 ‘동성애 유전자’, 우리 몸속에서 유발과 억제의 힘겨루기를 하는 ‘암 유전자’, 마지막으로 유전자 결정론의 바이블이 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다.
이런 숱한 명명에는 유전자가 마치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듯한 불온함이 담겨 있다.
저자는 뛰어난 유전학자와 진화생물학자들의 이론을 정리하고 최신 연구논문을 통해 역사 속의 유전 이야기를 종횡으로 펼친다.
과거 우생학의 비극으로부터 현대의 유전자 치료 담론까지 유전자에 덧씌운 오해를 하나하나 벗겨내면서, 무심코 믿어온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견고한 신화를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해체한다.

생명은 유전자로만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다
저자는 유전자 결정론의 몇 가지 문제를 짚는다.
첫째, 인간 사회에서 ‘나쁜 유전자’는 제거하고 ‘좋은 유전자’만 남겨야 한다는 강박을 조장하고, 나아가 마치 완벽한 유전자가 있다는 환상을 심는다.
즉 20세기에 횡행했던 우생학의 그림자가 ‘유전자 치료’라는 미명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어른거린다.
둘째, ‘진화의 종말’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부추긴다.
‘좋은 유전자’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므로,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가 의미를 잃게 된다.
셋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그 자체로 인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린다.
생명이 어찌 유전자만으로 결정되겠는가.
저자는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정체된 존재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생명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변화와 과정 속의 존재라는 것이다.

알고 보면 유전자는 모두 ‘멀티플레이어’다
유전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멘델의 오랜 유전법칙에서 기인한 면도 있다.
완두콩에서만 정확히 들어맞을 뿐인 하나의 유전자(유전형)가 하나의 형질(표현형)을 만든다는 관찰은, 고정관념이 되어 인간의 어떤 형질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콩 모양을 주름지게 만드는 유전자가 하나 있으면 모양이 주름진 콩이 나오고, 키가 크게끔 하는 유전자가 하나 있으면 키가 커진다는 식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전학은 하나의 유전자가 곧바로 특별한 행동이나 질병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폐증을 일으키는 하나 또는 몇 가지 유전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수십 수백 가지의 유전적 인자들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생화학적 네트워크가 여러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유발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100쪽).
최근 『네이처』에 실린 한 연구는 사람의 키 차이를 결정하는 유전적 변이가 무려 1만 2,000여 개나 된다고 보고했다(164쪽).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유전질환 중 단 하나의 유전자가 잘못되어 일어나는 질환은 전체 약 2퍼센트에 불과하다(99쪽). BRCA1은 ‘유방암 유전자’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방암 환자 중에 이 변이체를 가진 사람은 전체 5~10퍼센트에 불과하다.
오히려 남성에게서 이 변이체는 전립선암 발병 빈도를 6배 높이므로 ‘전립선암 유전자’라고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313쪽).
또 MAOA 변이체는 ‘범죄 유전자’라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알고 보면 ‘다면발현성’ 유전자다.
매우 다양한 표현형에 영향을 주는 멀티플레이어 유전자라는 것이다(218쪽).

‘열성’ 유전자는 ‘열등’하지 않다
어떤 형질의 발현 빈도가 높은지 낮은지를 나타낼 뿐인 멘델의 ‘우성’(dominant)과 ‘열성’(recessive) 개념이 ‘우월함’(superior)과 ‘열등함’(inferior)으로 인식되곤 했다.
그것은 우월한 유전자가 있고 열등한 유전자가 따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열성으로 여겨지는 외꺼풀은 쌍꺼풀에 비해 전혀 ‘열등한 형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쌍꺼풀이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이유로 ‘우월한 형질’일 수는 없다.
우열의 기준은 언제나 인간의 차별적 판단에서 비롯된다.

사실 인류는 유전적으로 사실상 ‘클론’에 가깝다.
어떤 사람이든 모든 유전체에 걸쳐 염기서열이 99.9퍼센트 똑같다.
0.1퍼센트만 염기서열이 다르다.
이는 인간의 DNA를 구성하는 30억 쌍의 염기 가운데 약 300만 개에서 ‘다형성’이 발견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서로 다른 우리는 서로에게 돌연변이가 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를 지닌 존재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우월하거나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존재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월함이나 열등함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함의 원천이다.”

우리는 어딘가 모두 비정상이다
돌연변이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터부시되지만 진화 과정의 필수 현상이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무엇이 우월하고 무엇이 열등한가? 그것은 누가 결정하는가? 우리의 조상들이 지니고 있던 유전자에 계속해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조금씩 변화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다.
돌연변이는 완전한 것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악당이 아니다.
거꾸로 진화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끔 바꾸어가는 과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보기에 어떤 유전자는 우월해 보이고 또 어떤 유전자는 열등해 보인다 해도 내일 자연이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은 몇 가지 결함만 제거하면 완벽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어딘가 모두 비정상이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서 발견되는 어떤 불완전하고 비정상인 것을 뿌리째 없애고자 한다면 인류를 통째로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쓰는 책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나쁜 유전자는 없다’고 말한다.
그것을 나쁘게 바라보려는 인간의 편협한 시각이 있을 뿐이다.
유전자는 삶을 지배하는 운명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아래서, 또 노력과 우연 가운데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정보일 뿐이다.
유전자와 환경, 본성과 양육, 자유의지와 결정론 같은 문제를 두고 오랜 논쟁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존재임을 점점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쁜 유전자』는 유전자에 대한 오해와 무지와 편견의 역사를 살피고, 인간과 생명의 본질을 다시 성찰케 한다.
유전자의 진실을 밝히는 데서 나아가, 우리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쓰는 책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536g | 152*215*21mm
- ISBN13 : 9791198285072
- ISBN10 : 119828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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