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소설집
Description
책소개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지은 한문소설 열한 편.
날카로운 풍자와 품위 있는 익살로 양반의 고루한 민낯을 들추고, 따뜻한 시선으로 소외된 삶 속의 고결함을 길어 올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인, 여성, 천민을 향한 공감과 존중이 드러난 대목 곁에는 과감한 드로잉과 절제된 색감의 세련된 일러스트가 있어 청소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지원은 조선 사회의 개혁을 막는 신분의 한계와 편견을 허물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우정’을 찾아냈다.
이익과 아첨으로 맺는 관계를 거부하고 상대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참된 우정으로 다양한 타자와 소통하기를 촉구했다.
해설은 이러한 소망을 각각의 작품에서 발견해 다층적인 박지원의 소설 세계를 하나의 줄기로 꿰뚫어 읽을 수 있게 돕는다.
날카로운 풍자와 품위 있는 익살로 양반의 고루한 민낯을 들추고, 따뜻한 시선으로 소외된 삶 속의 고결함을 길어 올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인, 여성, 천민을 향한 공감과 존중이 드러난 대목 곁에는 과감한 드로잉과 절제된 색감의 세련된 일러스트가 있어 청소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지원은 조선 사회의 개혁을 막는 신분의 한계와 편견을 허물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우정’을 찾아냈다.
이익과 아첨으로 맺는 관계를 거부하고 상대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참된 우정으로 다양한 타자와 소통하기를 촉구했다.
해설은 이러한 소망을 각각의 작품에서 발견해 다층적인 박지원의 소설 세계를 하나의 줄기로 꿰뚫어 읽을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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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마장전 馬?傳
예덕선생전 穢德先生傳
민옹전 閔翁傳
양반전 兩班傳
김신선전 金神仙傳
광문자전 廣文者傳
광문자전 뒷이야기
우상전 虞裳傳
호질 虎叱
호질 뒷이야기
옥갑야화 玉匣夜話
허생 許生
허생 뒷이야기 1
허생 뒷이야기 2
열녀함양박씨전 烈女咸陽朴氏傳
해설 《박지원 소설집》을 읽는 즐거움
마장전 馬?傳
예덕선생전 穢德先生傳
민옹전 閔翁傳
양반전 兩班傳
김신선전 金神仙傳
광문자전 廣文者傳
광문자전 뒷이야기
우상전 虞裳傳
호질 虎叱
호질 뒷이야기
옥갑야화 玉匣夜話
허생 許生
허생 뒷이야기 1
허생 뒷이야기 2
열녀함양박씨전 烈女咸陽朴氏傳
해설 《박지원 소설집》을 읽는 즐거움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호장이 읽기를 마치자 부자가 한참을 멍하게 있다 말했다.
“양반이 겨우 요것뿐이란 말씀이오? 나는 양반이 신선과 같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것뿐이라면 너무 억울하게 곡식만 뺏긴 거지유.
아무쪼록 좀 더 이롭게 고쳐 주시오.”
그래서 다시 증서를 만들었다.
하늘이 백성을 낳으실 때 그 갈래를 넷으로 나누셨다.
네 갈래 백성 가운데 가장 존귀한 이가 선비고, 이 선비를 양반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양반보다 더 큰 이문利文은 없다.
그들은 농사짓지도 않고 장사하지도 않는다.
… 가난한 선비로 시골에 살더라도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이웃집 소를 몰아다가 내 밭을 먼저 갈고 동네 농민을 잡아내어 내 밭을 김맨대도, 어느 놈이 감히 나를 괄시하랴.
네놈의 코에 잿물을 따르고 상투를 엉망으로 만들며 수염을 뽑더라도 원망조차 못하리라.
부자가 그 증서 만들기를 중지시키고 혀를 빼면서 말했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참으로 맹랑합니다그려.
당신네는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시오?” 그러고는 머리채를 흔들며 달아났다.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양반’이란 소리를 입에 담지도 않았다.
---「양반전」중에서
엄항수는 똥과 거름을 져 날라서 스스로 먹을 것을 장만하기 때문에, 그를 ‘지극히 조촐하지는 않다’고 말할는지 모르겠네.
그러나 그가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웠으며, 그의 몸가짐은 지극히 더러웠지만 그가 정의를 지킨 자세는 지극히 떳떳했으니, 그의 뜻을 따져 본다면 비록 만종의 녹을 준다고 하더라도 바꾸지 않을 걸세.
이런 것들로 살펴본다면 세상에는 조촐하다면서 조촐하지 못한 자도 있고, 더럽다면서 더럽지 않은 자도 있다네.
---「예덕선생전」중에서
민가의 젊은 아낙네나 뒷골목의 청상과부들은 부모가 억지로 다시 시집보내려는 것도 아니고 자손의 벼슬길이 막히는 것도 아니건만, ‘과부의 몸을 지키며 늙어 가는 것만으로는 수절했다 말할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낮의 촛불처럼 의미 없는 삶을 스스로 꺼버리고 남편을 따라 저승길을 걷길 바란다.
물불에 몸을 던지거나 독주를 마시며, 끈으로 목을 졸라매면서도 마치 극락이라도 밟는 것처럼 여긴다.
그들이 열렬하기는 열렬하지만, 어찌 너무 지나치다고 하지 않겠는가.
---「열녀함양박씨전」중에서
“벗을 사귀는 데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네.
장차 그를 칭찬하려면 먼저 잘못을 드러내 꾸짖고, 장차 기쁨을 보여 주려면 먼저 노여움을 밝혀야 하네.
장차 친하게 지내려면 먼저 내 뜻을 꼿꼿이 세우고 몸가짐은 수줍은 듯해야 하며, 남들로 하여금 나를 믿게 하려면 일부러 의문점을 하나 만들어 놓고 풀릴 때까지 기다리게나.
대개 열사烈士는 슬픔이 많고 미인은 눈물이 많은데, 영웅이 잘 우는 까닭은 남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이지.
이 다섯 가지 방법이 군자의 비밀 계획이며, 처세하는 데 쓰는 아름다운 방법이네.”
… 탑타가 처량하고 슬프게 얼굴빛을 붉히면서 말했다.
“내 한평생 벗을 하나도 사귀지 못할지언정, 너희 말처럼 ‘군자의 사귐’은 안 하겠다.”
---「마장전」중에서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크게 놀라며 “대인께서는 그 손님을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변 씨가 “몰라” 하자, “그럼 평소 알지도 못하던 자에게 하루아침에 만 냥을 헛되이 던져 주시며 이름도 묻지 않으신 겁니까? 왜 그러셨습니까?” 했다.
변 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너희가 알 바 아니야.
대개 남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자기 계획을 과장해서 먼저 신의를 나타내는 법이다.
그러면서도 얼굴빛이 부끄럽고 비겁하며 말이 중복되곤 하지.
그런데 이 손님은 옷과 신이 비록 다 떨어졌으나 말이 간단하고 눈매가 오만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물질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야.
그가 시험해 보겠다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니겠지만 나 또한 그에게 시험해 볼 일이 있는 거지.
주지 않았다면 모르거니와, 이미 만 냥을 주었으면 이름은 물어서 무엇하겠나?”
“양반이 겨우 요것뿐이란 말씀이오? 나는 양반이 신선과 같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것뿐이라면 너무 억울하게 곡식만 뺏긴 거지유.
아무쪼록 좀 더 이롭게 고쳐 주시오.”
그래서 다시 증서를 만들었다.
하늘이 백성을 낳으실 때 그 갈래를 넷으로 나누셨다.
네 갈래 백성 가운데 가장 존귀한 이가 선비고, 이 선비를 양반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양반보다 더 큰 이문利文은 없다.
그들은 농사짓지도 않고 장사하지도 않는다.
… 가난한 선비로 시골에 살더라도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이웃집 소를 몰아다가 내 밭을 먼저 갈고 동네 농민을 잡아내어 내 밭을 김맨대도, 어느 놈이 감히 나를 괄시하랴.
네놈의 코에 잿물을 따르고 상투를 엉망으로 만들며 수염을 뽑더라도 원망조차 못하리라.
부자가 그 증서 만들기를 중지시키고 혀를 빼면서 말했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두시오.
참으로 맹랑합니다그려.
당신네는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시오?” 그러고는 머리채를 흔들며 달아났다.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양반’이란 소리를 입에 담지도 않았다.
---「양반전」중에서
엄항수는 똥과 거름을 져 날라서 스스로 먹을 것을 장만하기 때문에, 그를 ‘지극히 조촐하지는 않다’고 말할는지 모르겠네.
그러나 그가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웠으며, 그의 몸가짐은 지극히 더러웠지만 그가 정의를 지킨 자세는 지극히 떳떳했으니, 그의 뜻을 따져 본다면 비록 만종의 녹을 준다고 하더라도 바꾸지 않을 걸세.
이런 것들로 살펴본다면 세상에는 조촐하다면서 조촐하지 못한 자도 있고, 더럽다면서 더럽지 않은 자도 있다네.
---「예덕선생전」중에서
민가의 젊은 아낙네나 뒷골목의 청상과부들은 부모가 억지로 다시 시집보내려는 것도 아니고 자손의 벼슬길이 막히는 것도 아니건만, ‘과부의 몸을 지키며 늙어 가는 것만으로는 수절했다 말할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낮의 촛불처럼 의미 없는 삶을 스스로 꺼버리고 남편을 따라 저승길을 걷길 바란다.
물불에 몸을 던지거나 독주를 마시며, 끈으로 목을 졸라매면서도 마치 극락이라도 밟는 것처럼 여긴다.
그들이 열렬하기는 열렬하지만, 어찌 너무 지나치다고 하지 않겠는가.
---「열녀함양박씨전」중에서
“벗을 사귀는 데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네.
장차 그를 칭찬하려면 먼저 잘못을 드러내 꾸짖고, 장차 기쁨을 보여 주려면 먼저 노여움을 밝혀야 하네.
장차 친하게 지내려면 먼저 내 뜻을 꼿꼿이 세우고 몸가짐은 수줍은 듯해야 하며, 남들로 하여금 나를 믿게 하려면 일부러 의문점을 하나 만들어 놓고 풀릴 때까지 기다리게나.
대개 열사烈士는 슬픔이 많고 미인은 눈물이 많은데, 영웅이 잘 우는 까닭은 남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이지.
이 다섯 가지 방법이 군자의 비밀 계획이며, 처세하는 데 쓰는 아름다운 방법이네.”
… 탑타가 처량하고 슬프게 얼굴빛을 붉히면서 말했다.
“내 한평생 벗을 하나도 사귀지 못할지언정, 너희 말처럼 ‘군자의 사귐’은 안 하겠다.”
---「마장전」중에서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크게 놀라며 “대인께서는 그 손님을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변 씨가 “몰라” 하자, “그럼 평소 알지도 못하던 자에게 하루아침에 만 냥을 헛되이 던져 주시며 이름도 묻지 않으신 겁니까? 왜 그러셨습니까?” 했다.
변 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건 너희가 알 바 아니야.
대개 남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자기 계획을 과장해서 먼저 신의를 나타내는 법이다.
그러면서도 얼굴빛이 부끄럽고 비겁하며 말이 중복되곤 하지.
그런데 이 손님은 옷과 신이 비록 다 떨어졌으나 말이 간단하고 눈매가 오만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물질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야.
그가 시험해 보겠다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니겠지만 나 또한 그에게 시험해 볼 일이 있는 거지.
주지 않았다면 모르거니와, 이미 만 냥을 주었으면 이름은 물어서 무엇하겠나?”
---「허생」중에서
출판사 리뷰
날카로운 풍자와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의 이면을 포착한 이야기 열한 편
박지원이 쓴 소설 가운데 널리 알려진 작품은 〈양반전〉과 〈호질〉, 〈허생〉이다.
세 편은 모두 조선의 사대부를 겨냥한다.
특권을 믿고 백성의 코에 잿물을 따르는 횡포, 다른 존재를 착취하고 해치면서 인륜의 도리를 논하는 위선, 명나라가 망한 지 백 년이 지나도 청나라를 얕보는 좁은 시야를 비판한다.
날카로운 풍자와 품위 있는 익살로 고루한 양반의 민낯을 들추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날아갈”(《열하일기》 〈관내정사〉 편) 만큼 시원한 웃음을 준다.
재미있는 이야기 사이에 언뜻언뜻 비치는 북학파 실학자의 냉철한 현실 판단과 통찰은 당시 조선 사회의 병폐가 무엇이었으며 어떤 쇄신이 필요했는지 알려 준다.
박지원은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개혁을 막는 신분의 한계와 편견을 허물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우정’을 찾아냈다.
탐구의 흔적은 나머지 여덟 편에 담겨 있다.
소설은 말 거간꾼(〈마장전〉), 똥 치는 사람(〈예덕선생전〉), 은둔 선비(〈민옹전〉 〈김신선전〉), 거지(〈광문자전〉), 역관(〈우상전〉 〈옥갑야화〉), 열녀(〈열녀함양박씨전〉) 등 각계각층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에 깃든 슬픔과 기쁨과 고결함을 길어 올린다.
상대가 어떤 계층이건, 외모가 어떻건, 무엇을 가졌건 개의치 않고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며 덕으로 벗”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조선의 주류 밖에 있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존중이 드러난 대목 곁에는 과감한 드로잉과 절제된 색감의 세련된 일러스트가 있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편견을 허물고 세상을 바꾸는
우정의 힘을 말하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우정론’이 있었고 박지원은 이 담론의 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었다.
벼슬길이 제한되어 있었던 서얼들과 교류하며 이익과 출세를 위해 아첨하는 ‘군자의 사귐’을 거부했다.
상대의 본질을 알아주는 참된 우정을 얻고자 했다.
적자와 서자, 양반과 천민, 사대부와 오랑캐라는 구분에 갇혀 있기보다 다양한 타자와 소통하기를 촉구했다.
해설은 이러한 소망을 각각의 작품에서 발견해 다층적인 박지원의 소설 세계를 하나의 줄기로 꿰뚫어 읽을 수 있게 돕는다.
소설에서 박지원은 저잣거리에 도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집한다.
신기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를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자신의 집에 초청하기도 한다.
허생의 남루한 행색 대신 비범함을 믿은 부자 변 씨가 있었기에 허생이 한 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음을 암시한다.
진정한 우정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가 얼마나 거대한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2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년에게 《박지원 소설집》을 권하는 이유다.
인간의 이면을 포착한 이야기 열한 편
박지원이 쓴 소설 가운데 널리 알려진 작품은 〈양반전〉과 〈호질〉, 〈허생〉이다.
세 편은 모두 조선의 사대부를 겨냥한다.
특권을 믿고 백성의 코에 잿물을 따르는 횡포, 다른 존재를 착취하고 해치면서 인륜의 도리를 논하는 위선, 명나라가 망한 지 백 년이 지나도 청나라를 얕보는 좁은 시야를 비판한다.
날카로운 풍자와 품위 있는 익살로 고루한 양반의 민낯을 들추고 “입안에 든 밥알이 벌처럼 날아갈”(《열하일기》 〈관내정사〉 편) 만큼 시원한 웃음을 준다.
재미있는 이야기 사이에 언뜻언뜻 비치는 북학파 실학자의 냉철한 현실 판단과 통찰은 당시 조선 사회의 병폐가 무엇이었으며 어떤 쇄신이 필요했는지 알려 준다.
박지원은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개혁을 막는 신분의 한계와 편견을 허물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우정’을 찾아냈다.
탐구의 흔적은 나머지 여덟 편에 담겨 있다.
소설은 말 거간꾼(〈마장전〉), 똥 치는 사람(〈예덕선생전〉), 은둔 선비(〈민옹전〉 〈김신선전〉), 거지(〈광문자전〉), 역관(〈우상전〉 〈옥갑야화〉), 열녀(〈열녀함양박씨전〉) 등 각계각층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삶에 깃든 슬픔과 기쁨과 고결함을 길어 올린다.
상대가 어떤 계층이건, 외모가 어떻건, 무엇을 가졌건 개의치 않고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며 덕으로 벗”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조선의 주류 밖에 있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존중이 드러난 대목 곁에는 과감한 드로잉과 절제된 색감의 세련된 일러스트가 있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편견을 허물고 세상을 바꾸는
우정의 힘을 말하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우정론’이 있었고 박지원은 이 담론의 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었다.
벼슬길이 제한되어 있었던 서얼들과 교류하며 이익과 출세를 위해 아첨하는 ‘군자의 사귐’을 거부했다.
상대의 본질을 알아주는 참된 우정을 얻고자 했다.
적자와 서자, 양반과 천민, 사대부와 오랑캐라는 구분에 갇혀 있기보다 다양한 타자와 소통하기를 촉구했다.
해설은 이러한 소망을 각각의 작품에서 발견해 다층적인 박지원의 소설 세계를 하나의 줄기로 꿰뚫어 읽을 수 있게 돕는다.
소설에서 박지원은 저잣거리에 도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집한다.
신기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를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자신의 집에 초청하기도 한다.
허생의 남루한 행색 대신 비범함을 믿은 부자 변 씨가 있었기에 허생이 한 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음을 암시한다.
진정한 우정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가 얼마나 거대한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2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년에게 《박지원 소설집》을 권하는 이유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2년 10월 25일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232g | 135*205*20mm
- ISBN13 : 9791192085692
- ISBN10 : 119208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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