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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에게 말 걸기
동료에게 말 걸기
Description
책소개
MD 한마디
독서와 연결
천천히 깊게, 다정하게 읽는 철학 편집자 박동수의 독서록.
책일 읽으며 이렇게 폭넓게 사색할 수 있는 독서나가 흔치 않다.
문학과 철학 등 다양한 책을 교차하며 읽으며 과거와 지금, 주체와 객체, 얽힘과 공존을 탐구한다.
분열과 배제로 가득한 세상에서 안부를 묻는다.
2025.10.24. 손민규 인문 PD
빠른 비판은 적을 만들지만,
느린 대화는 동료를 만든다

“엄마와 대화할 용기를 준다!”
- 김지효(여성학 연구자)
“인공지능과 행성에게 말 거는 작가”
- 김성우(응용언어학자)
“경멸을 뛰어넘어 대화하는 철학”
- 전현우(교통·철학 연구자)


분열의 시대, 대화란 가능한가? 『동료에게 말 걸기』는 바로 옆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에서 시작한다.
철학책 편집자 박동수는 말이 어긋나는 시대의 새로운 철학을 찾아 나선다.
나와 정치적 견해가 엇갈리는 가족, 관심사가 다른 직장 동료에서 기후변화에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까지.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모두 동등하게 존재하는 세계에서 ‘동료’가 되어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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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내가 발 딛고 선 곳에서

1부 철학이 시작되는 곳

1장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 목수 고니와 교정공 유리관
2장 경주로 되돌아가다 - 가족 이야기를 쓴다는 것

2부 동료에게 말 걸기

3장 말이 어긋나는 시대에 말 걸기 - 괄호를 벗기고 말한다는 것
4장 사랑과 돌봄은 왜 같은 말이 아닌가 - 애정과 의존 사이
5장 우리는 어항 속 금붕어가 아니다 - 학자와 대중이 동료로 만날 때

3부 우리가 의존하는 영토

6장 인공지능은 삶을 구할 수 있을까 - 지도와 영토를 혼동하지 않는 법
7장 신발 속 돌멩이를 들여다보며 - 내 방과 기후위기

결론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는 방법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이 책이 일관되게 견지하는 하나의 태도는 동료에게 말 걸기다.
철학책에서 굳이 동료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철학자는 두 가지 길을 걸어왔다.
하나는 고독한 사색가의 길이다.
홀로 깊이 사유하며 진리에 도달하려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스승과 제자, 혹은 같은 학파의 동지들과 함께 진리를 탐구하는 길이다.
그런데 오늘날 철학은 이 두 가지 길과는 다른 관계를 요청한다.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진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대화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세계관, 서로 다른 가치관,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다원화 시대 속에서, 기후위기 앞에서, 민주주의 위기 한가운데서 우리는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이웃들과 공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같은 신념을 가진 동지 관계도, 진리를 전수하는 사제 관계도 아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즉 동료와의 관계다.
--- 「들어가며」 중에서

“철학자가 되고 싶은 건가요?”
남다르게 철학책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동료 편집자가 이렇게 물었을 때 나는 그저 웃어넘겼다.
“그러게요, 대학원부터 가야 하나…….” 혼자 종종 생각하던 문제이긴 했다.
나는 철학자가 되고 싶은 편집자인가? 아마추어로 철학 공부를 하는 게 즐거운가, 아니면 좀 더 전문적인 훈련을 해서 새로운 철학이나 연구를 내놓고 싶은가? 철학에 관해 글을 써야 할 때마다 늘 떠오르는 질문이다.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가 아닌 삶을 열망한다는 것.
직업적 정체성에 매여 있으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실험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경험일지도 모른다.
--- 「 1장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중에서

경상도에는 박정희 정권이 만든 경부고속도로나 경주 보문관광단지, 구미 산업단지가 건재하며 그런 업적을 기념하는 박정희 동상이 각지에 존재한다.
단순한 상징적 기억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민간전승과 물질적 현실의 차원에서 일상의 분위기 속에 스며들어 있는 셈이다.
서울 토박이 편집자에게는 다소 기이해 보이는 ‘숭배’에도 단순한 믿음으로 환원되지 않는 그 나름의 깊은 이야기와 역사가 있다.
지역의 사람들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을 바꿀 수도 없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존재하는 자부심과 수치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 2장 ‘경주로 되돌아가다’」 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정치가 화제로 오르기만 하면 분위기는 금세 싸늘해졌다.
어느 날인가 말싸움처럼 대화가 끝났을 때 나는 홧김에 “책 한 권 안 읽는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라고 쏘아붙였다.
아버지는 조용히 반문했다.
“그럼, 문맹인 내 친구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글을 읽지 못하는 친구의 삶이 그 자체로 존엄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과 통하지 않는 사람을 미리 갈라놓고 있었다.
어떤 유형의 사람은 아예 말 걸어 볼 필요조차 없는 존재로 규정해 버린 셈이다.
마치 극우 지지자들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 짓는 것처럼.
그러나 이런 태도는 애초에 ‘대화 불가능한 절대 타자’를 만들어 버리는 일이다.
그것은 말 걸기를 시작부터 가로막는 오류다.
--- 「 3장 ‘말이 어긋나는 시대에 말 걸기’」 중에서

2025년 7월 세계적인 인문학자 가야트리 스피박이 한국을 찾았다.
제주에서 열리는 ‘비판적섬연구 국제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초청됐고, 서울에서는 공개 강연을 진행했다.
문제는 강연에 한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며칠 뒤 기조 강연 자리에서 스피박이 질문자를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법한 일이 ‘스피박 스캔들’로 번졌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통역 부재를 문제 삼은 목소리는 열악한 학계 사정도 모르는 외부자의 오해로 치부됐다.
세계적 석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도가 한국 지성계의 주변부성을 드러낸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가의 방한만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국제 학술교류라는 맥락을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식민지적 콤플렉스를 보여 준다는 반론도 있었다.
논란은 이내 상호 무시와 경멸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학자와 대중은 물론 학자와 학자 사이에서조차 제대로 된 관계 맺기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스피박 내한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학자와 대중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 「 5장 ‘우리는 어항 속 금붕어가 아니다’」 중에서

이 장의 초고를 쓰고 나는 챗GPT에 검토를 요청했다.
챗GPT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문장 구성이 명료하다, 논리 전개가 일관적이다, 다만 이 부분은 독자에게 어려울 수 있으니 부연 설명을 추가하라.
그럴듯했다.
나는 그 제안을 일부 반영해 편집자에게 초고를 보냈다.
편집자는 며칠 말이 없었다.
챗GPT와의 결정적 차이랄까.
사람은 적절하게 반응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얼마 뒤 편집자는 솔직한 감상을 전했다.
“이 장은 흥미로운 일화를 싣고 있고 탁월한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영혼이 느껴지지 않네요!(죄송합니다.) 특히 이 대목에서는 저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아깝지만 장황한 책 소개는 삭제하고 동료 철학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좀 더 다가가는 게 좋겠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시겠어요?”
--- 「 6장 ‘인공지능은 삶을 구할 수 있을까’」 중에서

하나의 연습으로 극우 세력 지지자에 대해 “그들도 우리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말고, “우리도 그들처럼 감정으로 정치를 판단하고 있다.
단지 깊은 이야기가 다를 뿐이다.”라고 말해 보자.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사람에 대해 “그들도 우리처럼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처럼 불안하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두렵고, 그들은 생계가 두렵다.”라고 말해 보자.
이 연습은 상대를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협상의 주체로, 적이 아니라 잠재적 동료로 보게 만든다.
이는 또한 ‘존재양식의 탐구’라는 기획을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 왜 강한 전회의 시점이 필요한지를 알려 준다.
다른 존재양식, 다른 존재론과 동등한 자리에서 만나려면 ‘우리도 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 「 결론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는 방법」 중에서

출판사 리뷰
친구도 적도 아닌
직장 동료, 업계 동료, 동료 시민,
동료 지구인과 함께 사유하기


오늘날 출판 편집자가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에서 인공지능까지 범람하는 말과 글 속에서, 편집자는 무엇이 의미이고 무의미인지를 가려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 책으로 가는 지도를 그리며 독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한발 앞서 포착하는 편집자.
그중에서도 책의 연결망을 그리는 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철학책 편집자가 박동수다.
‘철학 포기자’에게 오늘의 철학을 안내하는 전작 『철학책 독서 모임』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책은 극한 갈등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길을 찾는다.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은 바로 서양의 유명 철학책과 또래 작가의 신간을 나란히 읽기.
이는 지식의 위계를 건너 동료들과 함께 사유하는 방법이다.
박동수는 젊은 저자들이 쓴 동시대의 책을 한쪽에 놓고, 다른 한쪽에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현대 철학을 놓고 읽어 나간다.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퀴어비평가 이연숙의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과 읽고, 오키나와를 연구한 『망고와 수류탄』과 청년 남성을 인터뷰한 『증명과 변명』를 같이 읽는다.
그러자 난해한 철학이 환하게 이해되고 동료의 이야기가 심오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읽는 자신이 변화하고, 같은 세계에서 다르게 살아갈 길이 열린다.


‘가족과는 정치를 논하지 말 것’?
‘극우 지지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
말이 어긋나는 시대에 말을 걸어서
사랑과 돌봄과 정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의 세계가 변화한다


한국 사회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세대 간 격차가 벌어졌고, 민주화 이후에도 사회 곳곳에 여전히 권위주의적 문화가 남아 있다.
같은 경험을 두고 완전히 다르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 언론과 학계에서 ‘극우’ 분석이 유행하는 가운데,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난 80년대생 남성인 저자는 ‘TK(대구·경북)’를 타자화하는 담론에 개입한다.
개입의 방식은 고향 사람들의 선택을 두둔하거나, 비판을 해도 당사자가 하겠다는 식이 아니다.
상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이해를 위해 ‘나’의 언어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저자와 독자 사이, 남자 동료와 여자 동료 사이, 학계와 시장 사이에서 일하는 편집자는 언어들을 재배치하는 일에 능하다.
‘TK의 콘크리트를 부수는 TK의 딸들’을 보며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말싸움으로 되돌아가고, 사랑을 예찬하는 철학자를 돌봄의 현장 연구자들과 함께 읽는 일.
이는 각자의 영역으로 쪼개진 세계에서 연결망을 생성하는 실천이 된다.
그리고 책은 복잡한 현실을 복잡하게 말하는 느린 대화의 장소가 된다.


모든 것은 존재한다,
서로 다른 양식으로
각자가 품고 있는 ‘깊은 이야기’를 건너
존재론의 바탕에서 다시 시작하는 대화


가치 혼란의 시대에 철학이 되돌아오고 있다.
냉소적인 근대 철학자에게 현실적인 지혜를 얻기도 하고, 인공지능에게 잘 물어보는 법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당장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연결된 세계, 국지적 사건이 곧 전체의 위기가 되는 21세기에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21세기 최고의 사상가로 꼽히는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존재양식들’을 탐구한다.
과학, 정치, 법, 종교, 경제와 같은 인간 활동의 영역들이 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근대 철학이 합리성과 비합리성, 자연과 사회, 물질과 정신, 주체와 객체로 이분화해 파악한 세계는 더는 없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예전의 이분법적 사고로 되돌아가는 우리에게는 존재론의 재검토가 절실하다.


『동료에게 말 걸기』는 국내에 라투르를 처음 소개한 편집자가 라투르의 철학을 경험적으로 풀어낸 책이기도 하다.
제사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는가, 착취하는가? 스피박의 내한은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축산업자와 생태주의자는 연합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는 답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각자 경험의 나열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오직 존재론의 차원에서, 서로 다른 존재의 양식들(modes)을 알아보는 작업이 앞서야 한다.
이 책은 21세기의 존재론을 이곳에서 배우고 연습하는 장이 될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0월 24일
- 쪽수, 무게, 크기 : 220쪽 | 280g | 138*200*13mm
- ISBN13 : 9788937492327
- ISBN10 : 893749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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