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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Description
책소개
향찰, 한글, 한문 … 그 사이 어딘가의 한국사
한국사를 다르게 상상하다

언어가 사라진다면 언어가 담고 있는 ‘실재’는 어떻게 될까

2021년 호드리구 카마한리어 스위스 취리히대 생물학자 등은 미국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전통 약초와 관련된 의학 지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약용으로 쓰이는 토착 식물 중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것은 5퍼센트가 안 된다.
그렇다면 호드리구 카마한리어 등은 무슨 근거로 위기를 말한 것일까? 식물 자체보다는 그 식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인간이 위기를 겪으면서 관련 지식이 사라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경고였다.
약초에 대한 지식 대부분은 특정 언어로만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언어를 쓰는 부족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해당 지식 역시 사라질 위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한겨레》 2021년 6월 14일).


약초를 알아보고 의미를 부여한 언어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 약초가 실재하더라도 인간에게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언어가 사라진다면 그 언어가 담고 있던 ‘실재’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이처럼 언어는 엄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하기에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에 실재가 담겨 있고 과거는 언어로만 인식될 수 있다면, 다양한 언어/문자는 다양한 과거의 실재를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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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비린내, 누린내, 풋내, 군내
인류가 언제부터 그렇게 문자를 사용해 왔다고?

01_다른 문자가 보여 주는 다른 세계

사라졌을지도 모를 고유 지식
《한경지략》과 〈한양가〉의 서로 다른 한양
서울, 그리고 서울을 부르는 수많은 한자어

02_이두·향찰의 시대에서 한문의 시대로

1,400년이나 쓰인 이두·향찰·구결
향가와 한시, 나란히 걸리다
의천과 김부식이 못마땅해한 차자 시스템
고려, 몽골에 한문 문화를 전하다

03_한글의 시작, 예상 외의 성공

훈민정음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인가
급속도로 늘어난 ‘배운 사람들’
사투리까지 담아낸 훈민정음
폰트와 필기구, 활자와 기술 그 너머의 이야기

04_언문이 열어 준 조선 사회의 틈새

정조의 뒤쥭박쥭, 양반 남성도 한글 썼다
여성, 불멸을 꿈꾸며 소리치다
언문, 가족의 일상과 관계를 바꾸다
변경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독서

나오며
참고자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볼 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터득하고 보편화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요새는 학생들이 맞춤법도 제대로 모른다며 한탄을 하지만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말 맞춤법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 우리가 인류 역사상 아주 특이한 세대로 WEIRD하다는 것, 누구나 문자로 형식을 갖춘 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현대적 현상이라는 점 …… 거기에 단 하나의 문자가 국문으로 대표성을 갖고 우리의 모든 언어를 표기하는 것은 백 년도 되지 않았다
--- p.11~13

언어에 실재가 담겨 있고, 과거는 언어로만 인식될 수 있다면, 다양한 언어/문자는 다양한 과거의 실재를 보여 줄 것이다.
…… 다양한 언어/문자 환경은 우리에게 어떠한 새로운 과거를 보여줄까.
이 책은 이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의미의 시론이다
--- p.14~5

고려 시대에는 한문과 함께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이두나 향찰 같은 차자借字 표기법만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내려오면서 차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차자로 된 문장이 촌스럽고 수준 낮다고 보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 p.21

토착 언어와 문자에는 토착 지식이 담겨 있다.
토착 언어나 이를 표기하는 수단이 끊기면 그 지식 역시 단절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문을 통해 그런 지식이 전해질 수 있긴 했겠지만, 문자의 장벽, 언어 및 지식의 위계 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쉽지 않았다.
이렇게 수많은 과거의 지식이 이제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도 없는 채 사라졌을 것이다
--- p.25

두 책[유본예의 《한경지략》과 한산거사의 〈한양가〉]은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서로 다른 욕망을 보여 준다.
하나는 도시의 화려함, 다채로운 인간군상을 야단스럽게 묘사했고 사람들은 휘황한 도시 풍경을 전해 주는 이 이야기를 좋아했다.
다른 하나는 비록 세상에 쓰일 데는 없지만 자신이 천하를 이끌고 가는 존재라는 점을 잊고 싶지 않은 욕망을 담았다.
이렇게 장르와 문자가 서로 다른 글에 서로 다른 욕망과 서로 다른 한양의 모습이 실려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 p.36

한문 자료의 표면적 선언만 보면 책봉-조공 질서에 목매고 살면서 ‘참람’하지 않게 살기 위해 난리를 쳤던 것 같은 조선인들이, 사실은 등급이 철저하게 드러나는 한어 사용을 슬쩍 피하고 대체어를 주로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더구나 우리말과 구어의 세상에서는 그런 등급이 드러나지 않는 말을 주로 사용하며 생활했다.
이들은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한어의 세계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았으며, 혹은 그 동화의 인력에 태업을 벌이며, 그와 구별되는 자신들의 세계관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 p.48~9

‘이중적 문자 생활을 한 전근대’라고 하면, 흔히 훈민정음과 한문을 쓰고 있는 모습만 상상하기 쉽다.
…… 그러나 사실 우리말 소리를 처음으로 표기한 방법은 향찰이나 이두처럼 한자의 뜻과 음을 빌려 사용한 차자 표기법이었다
--- p.54

차자 시스템이 우리말을 표기하던 시절, 그것이 담고 있었으나 이제는 단절된 기억이 있지 않았을까? …… 13, 14세기를 거치며 차자 시스템의 위상이나 내용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
문자의 위상이나 활용도에 큰 변화가 온 것이다.
향찰처럼 차자를 전면적으로 활용하여 우리말 전체를 소리 나는 대로 수록하던 전통이 이 무렵이면 사실상 거의 단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국선-불교-차자 시스템의 문화 역시 잊히기 시작했다
--- p.55~58

몽골제국의 시대 고려인은 몽골-고려의 단선적인 일직선상에만 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몽골 문화-고려 문화-한인 문화의 삼각관계, 몽골어-고려어-한어의 삼각관계를 매개하는 주체이기도 했다.
이 시대 보편문으로 한문에 대한 고려의 열망이 높아진 것은 그 매개 과정에서 고려인이 한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p.82~3

기본적으로 문자의 탄생은 문명, 국가의 탄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인류학자 잭 구디가 이야기했듯이 고도의 관료제도를 구성해서 복잡한 행정과 재정 업무를 꾸려 나가려면 문자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국가의 중앙권력이 주변부까지 미치게 하기 위해서는 중심과 지방 사이에 정보의 원활한 교환 없이는 불가능한데, 이때 문자가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p.87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역시 ‘국가 건설 후 문자 창제’라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p.88

세종의 야심은 더 높은 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성들이 쉽게 여겨 날로 쓰는” 것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성인의 말씀이 담긴 경전을 우리말로 풀이하고 심지어는 한자의 발음까지 바로 잡으려고 한 것이다
--- p.91

훈민정음은 엄청난 기세로 보급되었다.
조선 시대 내내 한자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받아 왔고, 이를 안다고 딱히 대단히 출세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그 확산세는 놀라웠다
--- p.96

훈민정음이 문자교육의 기초로 활용되자 한문을 교육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얼마나 줄여 줄 수 있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비교 사례가 있다.
1950년대 중국의 문맹 퇴치 사업이다
--- p.104

조선 시대에 여성만이 훈민정음을 사용했고 엘리트 남성은 이를 천시하여 사용하지 않았다고 도식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훈민정음은 드러나지 않을 뿐 모든 문자교육의 기초였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문자교육을 시작하면 먼저 한글을 익혔으며 엘리트 남성들도 이를 바탕으로 한문 공부로 나아갔던 것이다.
다만 공식적인 부문에 한글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이다
--- p.104

사투리에 대한 민감성은 원래 그랬던 것이며 당연한 것일까? 여기에서는 원래 그랬던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의 창제가 이러한 말소리 표기의 민감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고유어 노래의 기세가 꺾이고 경기체가 같은 한문식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 훈민정음 없이 ‘말랑말랑’, ‘몰랑몰랑’, ‘물렁물렁’을 구별하는 우리말이 보전될 수 있었을까?
--- p.111~114

상층 엘리트를 중심으로 볼 때 남성과 여성의 문자생활은 달랐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 시대의 문자생활은 젠더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다름은 ‘남성의 한문 사용’, ‘여성의 한글 사용’ 같은 구도가 아니라, 다 같이 한글을 쓰더라도 그에 대한 태도와 방식이 달랐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 p.136~37

집안 식구들이 모두 모여 그 논리와 문구를 구성하고 당사자를 김씨 부인으로 정하는 등의 회의 광경이 상상이 되는데, 이때 그 문자와 형식을 한글 상언으로 하기로 한 선택의 정치성을 충분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 김씨 부인의 상언을 읽은 노론 여성들은 자신의 젠더를 활용하여 정치적 전략을 세우는 데 참고하지 않았을까? 이런 양상을 단지 일부 여성이 정치에 참여했다는 정도로만 해석하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그보다는 이 시기의 정치가 여성의 정치 참여를 포함하여 구동되고 있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 p.141

영남 사대부 집안 여성이 조성의 필적이 담긴 고소설을 필사하는 것은 단지 작품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 그 필적을 간직하고 기념하려는 의식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 문자를 매개로 한 불멸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계보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과 현창에도 영향을 준다.
…… 내 친할머니는 시집오실 때 당신 족보를 가지고 오셨다.
예전엔 결혼을 하면 족보에 딸 이름 대신 사위 이름이 올라갔다.
할머니는 당신 이름이 들어간 마지막이자 유일한 버전의 족보를 갖고 오신 것이었다.
계보에 대한 기억은 불멸하고 싶은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 p.145~147

소설 낭독회나 번역을 통해 자연스럽게 집안의 남녀가 어우러진 모습, 한글 번역을 통해 가까워진 아버지와 딸, 남편과 아내, 소설 읽기나 가사 짓기 등을 통해 자기들의 리그를 구축한 여성들의 모습.
그런데 이러한 가족의 일상은 보편적인 것일까, 아니면 역사성을 띠는 것일까? 가족의 범위와 애착의 형성 방식은 사회적·역사적으로 변화한다
--- p.159

조선 시대 내내 한문이 진짜 글 진서眞書이자 유일하게 의미 있는 ‘문자’였던 것에 비해 훈민정음은 언문, 언서 혹은 여자나 쓰는 글이라고 안글, 암클이라 불리며 천대받았다.
이는 당대를 살아간 모든 조선인이 알고 있는 것이었으며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선에 온 모든 외국인이 목도한 사실이다.
가끔 “훈민정음도 나름의 쓸모가 있다”, “어떤 면은 한문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런 사람은 드물었다.
한글이 천대받은 것은 그것대로 사실이지만 이러한 변경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한글의 세계도 있었다
--- p.161

변경은 새로운 가능성의 지대이기도 하다.
여러 문화가 착종되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도 하고 중앙의 이데올로기가 해체되기도 하고 기존의 상하 질서가 뒤집히기도 한다.
한글은 문자 헤게모니의 변경이었는데, 그것이 가지는 의의 역시 한번 탐구해봄직하다
--- p.169

이 글에서 제시하고 싶은 것은 언어 및 문자의 실재를 엄밀히 드러내는 것도 아니요, 어떤 시대, 어떤 언어/문자 현실의 실재가 이러했다, 저러했다 등의 결론을 제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한국사를 통해 새롭고 유의미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이 글로 역사적 상상력의 경계를 조금이라도 넓혔으면 하는 것, 그것이 작은 바람이다
--- p.175

출판사 리뷰
언어/문자 위에서 한국사를 거닐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한 ‘금요일엔 역사책’(한국역사연구회 역사선)의 첫 번째 책인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두, 향찰, 구결, 한문, 한글, 언문 등 과거 우리가 사용했던 언어/문자를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사에 대한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고자 한다.

언어와 의례, 이념을 통해 공간의 역사성을 살피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 장지연(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은 어떻게 이두·향찰의 시대에서 한문의 시대로 이행했는지, 어떻게 한문의 시대에서 한글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한글이 등장한 후 어떤 쓰임새를 겪었는지 등 우리의 언어/문자의 역사를 두루두루 고찰한다.
그러면서 문자가 어떤 계기를 통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지, 어떤 문자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대상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문자가 어떻게 정치적·사회적 등급을 매기고 차이를 구별해내는지, 새로운 문자의 등장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 언어/문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궁금증을 다양한 예를 통해 쉽게 풀어준다.

풍부한 사례 흥미로운 논지

저자가 안내하는 우리의 과거 언어/문자 세계는 낯설지만 흥미진진하다.
한문으로 기록된 유본예의 산문 『한경지략』과 한글로 기록된 한산거사의 운문 〈한양가〉를 통해 19세기 한양의 모습이 문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묘사되었는지, 저자의 욕망이 문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투사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
한문·한자가 국가 간 등급을 어떻게 구분하고 이것이 봉건제적인 책봉-조공 질서와 조응하는 데 비해, 구어와 한글의 세계는 그러한 질서에 무감하였는지를 대조적으로 드러냈다.

저자의 한글에 대한 고찰은 한글 관련 색안경을 벗겨준다는 점에서 특히 유의미하다.
그동안 한자는 조선 시대 내내 “진짜 글 진서眞書이자 유일하게 의미 있는 ‘문자’로 취급받았던” 반면 훈민정음은 “언문, 언서 혹은 여자나 쓰는 글이라고 안글, 암클이라 불리며 천대”받은 ‘문자’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저자는 훈민정음이 “드러나지 않을 뿐 모든 문자교육의 기초”였으며 놀라운 확산세를 보였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에 여성만이 훈민정음을 사용했고 엘리트 남성은 이를 천시하여 사용하지 않았다고 도식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공식적인 부문에 한글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 “남성이건 여성이건 문자교육을 시작하면 먼저 한글을 익혔으며 엘리트 남성들도 이를 바탕으로 한문 공부로 나아갔”다고 강조한다.
신선함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저자는 “다양한 언어/문자 환경은 우리에게 어떠한 새로운 과거를 보여줄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이 책이 “이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의미의 시론”이라고 말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넉넉한 사례를 통해 언어/문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한국사의 세계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시론으로 손색없는 책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상상력의 경계를 조금이라도 넓혔으면” 한다는 저자의 “작은 바람”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3년 06월 26일
- 쪽수, 무게, 크기 : 188쪽 | 316g | 140*205*13mm
- ISBN13 : 9791156122531
- ISBN10 : 115612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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