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디스토피아
Description
책소개
아마존이 ‘세상’이 되었을 때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그늘 아래 시들어가는
우리들의 일과 산업과 공동체에 대한 슬픈 애도사
“아마존 없이 살 수 있겠어?” 미국 소비자의 이 질문은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쿠팡 없이 살 수 있겠어? 알리 없이 살 수 있겠어? 물론 살 수 있다.
혹시 그럴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 기업들이 우리의 일과 경제와 정치와 심지어 우리 삶의 조건을 온통 좌우한다 해도 감수해야 하리라.
이 책은 ‘에브리씽 스토어’ ‘에브리웨어 스토어’로 불리는 거대기업 아마존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역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세금을 회피하고, 정치와 민주주의마저 타락시키는 그 현장을 속속들이 파헤친 탐사 르포의 결정판이다.
심층적 취재와 함께 약자들에 대한 공감어린 필치로 미국 전 언론의 상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거대 소매플랫폼 아래서 고통 받는 노동자, 소기업, 지역공동체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아마존판 『노마드랜드』 『힐빌리의 노래』로 읽게 한다.
아마존은 한 나라의 모든 지역, 모든 사람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신자유주의적 재편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 책은 점점 더 짙어가는 그 그늘에 덮인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마존의 방식을 뒤따르고자 애쓰는 국내 기업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그늘 아래 시들어가는
우리들의 일과 산업과 공동체에 대한 슬픈 애도사
“아마존 없이 살 수 있겠어?” 미국 소비자의 이 질문은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쿠팡 없이 살 수 있겠어? 알리 없이 살 수 있겠어? 물론 살 수 있다.
혹시 그럴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 기업들이 우리의 일과 경제와 정치와 심지어 우리 삶의 조건을 온통 좌우한다 해도 감수해야 하리라.
이 책은 ‘에브리씽 스토어’ ‘에브리웨어 스토어’로 불리는 거대기업 아마존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역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세금을 회피하고, 정치와 민주주의마저 타락시키는 그 현장을 속속들이 파헤친 탐사 르포의 결정판이다.
심층적 취재와 함께 약자들에 대한 공감어린 필치로 미국 전 언론의 상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거대 소매플랫폼 아래서 고통 받는 노동자, 소기업, 지역공동체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아마존판 『노마드랜드』 『힐빌리의 노래』로 읽게 한다.
아마존은 한 나라의 모든 지역, 모든 사람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신자유주의적 재편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 책은 점점 더 짙어가는 그 그늘에 덮인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마존의 방식을 뒤따르고자 애쓰는 국내 기업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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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 지하실에서
1.
초번영 도시 - 공동체적 삶의 몰락 / 시애틀
2.
골판지 - 미국 중부의 계층 하향이동 / 오하이오주 데이턴
3.
안보 산업 - 미국 수도의 엄청난 부 / 워싱턴 DC
휴식시간 - 드롭존 9 /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
4.
존엄한 노동 - 전통 노동의 몰락 / 볼티모어
5.
고객 서비스 - 로컬 기업의 싸움 / 텍사스주 엘파소
6.
권력과 전력 - ‘클라우드’ 아래서 / 노던 버지니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워싱턴 DC
휴식시간 - 다시 PHL6 /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
7.
주거 위기 - 기부와 세금 회피 / 시애틀, 워싱턴 DC
8.
고립된 도시 - 미국 소도시의 위기 / 오하이오주 넬슨빌, 펜실베이니아주 요크,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9.
집중화와 공동화 - 60킬로미터 사이의 두 도시 / 볼티모어, 워싱턴 DC
남은 이야기 / 메이데이
후기
감사의 글
주
찾아보기
1.
초번영 도시 - 공동체적 삶의 몰락 / 시애틀
2.
골판지 - 미국 중부의 계층 하향이동 / 오하이오주 데이턴
3.
안보 산업 - 미국 수도의 엄청난 부 / 워싱턴 DC
휴식시간 - 드롭존 9 /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
4.
존엄한 노동 - 전통 노동의 몰락 / 볼티모어
5.
고객 서비스 - 로컬 기업의 싸움 / 텍사스주 엘파소
6.
권력과 전력 - ‘클라우드’ 아래서 / 노던 버지니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워싱턴 DC
휴식시간 - 다시 PHL6 /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
7.
주거 위기 - 기부와 세금 회피 / 시애틀, 워싱턴 DC
8.
고립된 도시 - 미국 소도시의 위기 / 오하이오주 넬슨빌, 펜실베이니아주 요크,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9.
집중화와 공동화 - 60킬로미터 사이의 두 도시 / 볼티모어, 워싱턴 DC
남은 이야기 / 메이데이
후기
감사의 글
주
찾아보기
책 속으로
지역 불평등과 경제 집중화에 대해 많은 저술이 나왔지만 이 둘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따로따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둘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연결에 대해 생각할수록, 나는 아마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책은 아마존 자체를 들여다보는 책이라기보다 아마존의 기다란, 그리고 점점 더 깊어지는 그늘에 덮인 미국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 p.22
‘풀필먼트’라는 말의 약속이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브로닝 하이웨이에 있던 GM 공장은 노동자에게 평균 시간당 27달러를 지불했고 많은 부가급부도 제공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동일한 장소에 세워진 아마존 물류센터는 시간당 12~13달러를 지급하고 부가급부도 훨씬 적게 제공한다.
그렇다고 지역 정부와 주 정부가 이 물류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회사가 챙긴 특혜가 도합 4,300만 달러나 된다.
--- p.187
임금이 너무 낮은 탓에 아마존이 필요로 하는 노동자 수요가 급증했는데도 전국 물류창고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낮아지고 있었다.
몇몇 경제학자는 이를 ‘구매 독점’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독점적 구매자가 구매하는 상품은 노동력이다.
아마존의 규모가 더 커지고 더 많은 지역의 노동시장을 지배할수록 노동시장에서 고용주들 사이의 경쟁은 줄어들고 따라서 임금을 높여주어야 할 필요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 p.191
앤드루 카네기는 자신의 저서에서 “부자의 의무는 자신의 부를 자신이 판단하기에 공동체에 가장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네기는 그러한 ‘잉여 수입’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했기에, 왜 그 수입을 노동자들에게 ‘하찮은 분량’으로 나누어주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애초에 부자들의 막대한 기부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 p.293~294
문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긴급구조대와 소방서가 아마존의 안전 미비로 인한 사고에 대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주정부와의 협상에 따르면 아마존은 15년간 재산세를 면제받게 되어 있었는데, 이 세금은 학교에서부터 경찰서, 소방서까지 지방 정부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쓰일 돈이다.
아마존 물류창고들 때문에 수백 대의 자동차와 트럭이 날마다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또 이 물류창고들 때문에 긴급신고 전화가 수시로 울리지만, 아마존은 제설 차량에도, 앰뷸런스에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아마존이 면제받은 돈을 주민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 p.373~374
이 아파트는 20평짜리 호실의 경우 50만 달러, 더 큰 호실은 최대 100만 달러까지도 값이 나간다.
“상상할 수 있나요, 50만 달러? 기숙사 방만 한 원룸이 50만 달러인 거예요.” 맥스 폴록이 말했다.
(…) 경제 집중도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면, 인구가 크게 줄어든 동네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물에 새로이 활력을 불러일으킬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대신 커다란 역설이 전개되었다.
하나의 도시에서는 쇠락과 방치가, 그리고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또 하나의 도시에서는 혼잡과 배제가 확산된 것이다.
한쪽 도시에서는 3층짜리 연립 주택을 철거하는 동안, 다른 쪽 도시에서는 100만 달러를 내야 3층짜리 집을 살 수 있었다.
--- p.453
아마존이 팬데믹 기간 동안 엄청난 수익을 냈다는 그 해 실적 발표는 미국 경제가 사상 최대 하락폭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상무부 발표와 같은 날 나왔다.
2분기의 미국 GDP는 전분기 대비 10퍼센트나 하락했다.
아마존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침체이던 때에 그 어느 때보다 번창하고 있었다.
아마존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다.
경제적 운명의 근본적 불균형은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정치적 격동의 큰 원인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연결에 대해 생각할수록, 나는 아마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책은 아마존 자체를 들여다보는 책이라기보다 아마존의 기다란, 그리고 점점 더 깊어지는 그늘에 덮인 미국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 p.22
‘풀필먼트’라는 말의 약속이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브로닝 하이웨이에 있던 GM 공장은 노동자에게 평균 시간당 27달러를 지불했고 많은 부가급부도 제공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동일한 장소에 세워진 아마존 물류센터는 시간당 12~13달러를 지급하고 부가급부도 훨씬 적게 제공한다.
그렇다고 지역 정부와 주 정부가 이 물류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회사가 챙긴 특혜가 도합 4,300만 달러나 된다.
--- p.187
임금이 너무 낮은 탓에 아마존이 필요로 하는 노동자 수요가 급증했는데도 전국 물류창고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낮아지고 있었다.
몇몇 경제학자는 이를 ‘구매 독점’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독점적 구매자가 구매하는 상품은 노동력이다.
아마존의 규모가 더 커지고 더 많은 지역의 노동시장을 지배할수록 노동시장에서 고용주들 사이의 경쟁은 줄어들고 따라서 임금을 높여주어야 할 필요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 p.191
앤드루 카네기는 자신의 저서에서 “부자의 의무는 자신의 부를 자신이 판단하기에 공동체에 가장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카네기는 그러한 ‘잉여 수입’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했기에, 왜 그 수입을 노동자들에게 ‘하찮은 분량’으로 나누어주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애초에 부자들의 막대한 기부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었다.
--- p.293~294
문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긴급구조대와 소방서가 아마존의 안전 미비로 인한 사고에 대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주정부와의 협상에 따르면 아마존은 15년간 재산세를 면제받게 되어 있었는데, 이 세금은 학교에서부터 경찰서, 소방서까지 지방 정부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쓰일 돈이다.
아마존 물류창고들 때문에 수백 대의 자동차와 트럭이 날마다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또 이 물류창고들 때문에 긴급신고 전화가 수시로 울리지만, 아마존은 제설 차량에도, 앰뷸런스에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아마존이 면제받은 돈을 주민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 p.373~374
이 아파트는 20평짜리 호실의 경우 50만 달러, 더 큰 호실은 최대 100만 달러까지도 값이 나간다.
“상상할 수 있나요, 50만 달러? 기숙사 방만 한 원룸이 50만 달러인 거예요.” 맥스 폴록이 말했다.
(…) 경제 집중도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면, 인구가 크게 줄어든 동네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물에 새로이 활력을 불러일으킬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대신 커다란 역설이 전개되었다.
하나의 도시에서는 쇠락과 방치가, 그리고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또 하나의 도시에서는 혼잡과 배제가 확산된 것이다.
한쪽 도시에서는 3층짜리 연립 주택을 철거하는 동안, 다른 쪽 도시에서는 100만 달러를 내야 3층짜리 집을 살 수 있었다.
--- p.453
아마존이 팬데믹 기간 동안 엄청난 수익을 냈다는 그 해 실적 발표는 미국 경제가 사상 최대 하락폭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상무부 발표와 같은 날 나왔다.
2분기의 미국 GDP는 전분기 대비 10퍼센트나 하락했다.
아마존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침체이던 때에 그 어느 때보다 번창하고 있었다.
아마존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다.
경제적 운명의 근본적 불균형은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정치적 격동의 큰 원인이 되고 있었다.
--- p.461
출판사 리뷰
아마존이 ‘세상’이 되었을 때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그늘 아래 시들어가는
우리들의 일과 산업과 공동체에 대한 슬픈 애도사
“아마존 없이 살 수 있겠어?” 미국 소비자의 이 질문은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쿠팡 없이 살 수 있겠어? 알리 없이 살 수 있겠어? 물론 살 수 있다.
혹시 그럴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 기업들이 우리의 일과 경제와 정치와 심지어 우리 삶의 조건을 온통 좌우한다 해도 감수해야 하리라.
이 책은 ‘에브리씽 스토어’ ‘에브리웨어 스토어’로 불리는 거대기업 아마존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역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세금을 회피하고, 정치와 민주주의마저 타락시키는 그 현장을 속속들이 파헤친 탐사 르포의 결정판이다.
심층적 취재와 함께 약자들에 대한 공감어린 필치로 미국 전 언론의 상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거대 소매플랫폼 아래서 고통 받는 노동자, 소기업, 지역공동체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아마존판 『노마드랜드』 『힐빌리의 노래』로 읽게 한다.
아마존은 한 나라의 모든 지역, 모든 사람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신자유주의적 재편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 책은 점점 더 짙어가는 그 그늘에 덮인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마존의 방식을 뒤따르고자 애쓰는 국내 기업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이 ‘일괄처리’되고 있다 / ‘국가’가 된 기업 아마존
아마존은 거의 하나의 국가가 된 기업이다.
온라인 북스토어에서 시작해 거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마존은 이제는 수십 개의 데이터센터들을 갖추고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시장까지 장악한 독점 기업이 되었다.
‘아마존 합중국’이라는 표현은 빈말이 아니다.
아마존은 모든 곳에 존재하며, 그 규모와 독점적 힘을 통해 경제는 물론 정치권력까지 좌우하는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아마존에 의한, 아마존을 위한, 아마존의 나라가 완성된 것이다.
이 책의 원제 『풀필먼트』(Fulfillment)는 아마존의 배송물류 시스템을 가리키는 용어로 ‘완수’ 또는 ‘일괄처리’를 뜻한다.
저자 알렉 맥길리스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완수한다는 뜻의 ‘풀필먼트’를 통해 우리의 삶 자체가 ‘일괄처리’되고 있는 디스토피아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곳에 가면 폭삭 무너져버린 지역경제, 일자리를 잃고 물류배송 노동자로 근근이 사는 노동자들, 수십 년 가업을 포기한 중소기업, 초번영 IT 기업 도시와 쇠락해가는 지방 도시들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마존을 탐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마존은 한 나라 안의 심각한 격차와 분열을 살펴보는 렌즈로 삼기에 어느 기업보다 제격이다.
말 그대로 모든 곳에 존재하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아마존은 미국을 서로 다른 종류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서열과 소득과 목적을 부여했다.
그들은 미국의 지리적 풍경뿐 아니라 기회의 풍경도 변모시켰다.
사람들의 앞에 놓인 선택지, 즉 그들이 삶에서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가 달라진 것이다.” (23쪽)
일, 주거, 정치, 공동체… / 아마존이 끼치는 갖가지 해악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마존’이라는 틀을 통해 단지 경제적 불평등에 국한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문제들이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세탁되어 보통의 소비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고, 따라서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 문제들을 이렇게 짚는다.
(1) 아마존 창업자와 임원들의 어마어마한 부와 훨씬 수가 많은 노동자들의 미미한 임금 사이의 대조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브레이크 없는 독점 기업이 야기한 극단적 부의 불평등을 보여준다.
(2) 아마존이 국가 권역을 산업적 필요에 따라 나눔으로써 초번영 도시와 낙후 지역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초번영 도시는 그 도시들대로 젠트리피케이션과 주거비 앙등으로 계급적, 인종적 분리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낙후된 지역은 아마존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가 몰락한 산업을 대체하여 지역을 더욱 황폐화하고 있다.
(3) 아마존의 다수 종업원이 수행하는 작업은 과거의 숙련되고 보람된 노동의 가치를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는 단순하고 고립된 저임금 노동으로 추락했으며, 일회성 소모품이 된 노동자들은 아무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4) 또한 아마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서 선거 자금, 회전문 인사, 로비 등을 통해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금이나 공공구매를 담당하는 이해상충 공무원들을 스카웃하는 등 이제는 기업 자체가 정치권력의 주요 세력이 되어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
(5) 아마존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해체되고 시민적 유대가 와해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마존이 지역 사회의 조세 기반을 잠식하면서, 사회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방정부 여력이 고갈되고 있고, 지역 자치와 시민 연대가 약화되고 있다.
(6) 마지막으로 아마존은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 즉 우리 스스로를 부양하고 충족시키는 방식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우리의 일상적 삶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변모시키고 있다.
독점은 반드시 부도덕으로 이어진다 / 아마존 독점의 구체적 결과들
이 책은 아마존이 끼치는 해악을 몇 가지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더 찬탄할 만한 점은, 아마존으로 인해 개인적 삶의 몰락을 겪는 노동자와 지역주민과 자영업자의 생생한 스토리를 통해 이 문제들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노마드랜드』 『힐빌리의 노래』의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단지 딱딱한 사회과학 책에 머물지 않고 폭넓은 공감을 얻는 이유다.
추락한 노동자의 삶 :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아마존 등으로 인한 산업구조 재편 이후 수많은 미국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에 대한 것이다.
아마존 공급용 골판지 상자를 끝없이 만드는 노동자(2장), 브레이크도 없는 지게차를 몰다 사망사고를 당한 물류센터 노동자(139쪽 이하), 파산한 철강 공장 자리에 들어선 물류센터에 고용된 전직 철강 노동자(197쪽 이하)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통 산업의 몰락과 함께 아마존에 흘러들어온 이들 노동자는 형편없는 저임금과 위험을 감수하고 일한다.
저자는 아마존이 노동의 존엄한 가치를 생존에 급급한 저질의 노동으로 바꾸었고, 거기서 발생하는 위험 비용을 공공에 전가하고 있는 현실을 가차없이 고발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에서 쿠팡 물류센터의 밤샘 작업과 새벽배송 끝에 과로사한 노동자, 화재사고에서 숨진 소방관을 대비시켜 보게 된다.
지리적 불평등과 공동체의 해체 :
저자는 아마존이 심지어 ‘미국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인구가 많은 주에서 일어나는 판매세를 회피하고 정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애틀, 워싱턴 DC에 본사 위치를 정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나머지 낙후 지역에서는 물류센터 유치 및 고용증대를 내세워 지방정부들에서 거액의 조세 혜택을 얻어냄으로써 지역을 더욱 피폐화한다.
나아가 아마존으로 인한 지리적 재편은 본사가 위치한 초번영 도시에서도 주거비 앙등, 교통체증, 계급적/인종적 분리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한다.
로컬 기업의 몰락 :
아마존의 저가 공세와 공공부문의 구매 독점은 탄탄한 로컬 기업들마저 파산과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텍사스주 엘파소의 로컬 기업들이 벌이는 분투(220쪽 이하)와 훌륭한 고객/직원 정책으로 신뢰를 받던 백화점 봉통의 사례(358쪽, 381쪽 이하)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또한 자사 사이트에 입점한 제3자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인기 상품의 복제품을 내놓거나 16퍼센트에 달하는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개인 소매업을 고사시키기까지 한다.
회전문 인사와 로비 :
아마존의 승승장구 배후에는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정치권 로비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최고조달책임자’였다가 아마존의 공공구매 부문 임원으로 옮겨간 앤 렁의 사례(216쪽 이하, 227쪽)는 부도덕한 행태를 넘어 추악하기까지 하다.
언론인 출신으로 백악관 언론담당 비서관을 거쳐 아마존 홍보이사가 된 제이 카니(125쪽 이하)도 마찬가지다.
세금 특혜와 저질의 일자리 :
창업 때부터 고율의 판매세를 피해 인구 적은 도시를 택한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조세 회피 수법은 이후에도 내내 이어진다.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유치를 내세워 세금 감면은 물론 전력망 비용까지 공공에 전가하는 한편, 제2본사 입주도시를 공개경쟁에 부쳐 지방정부들의 조세 혜택을 최대한 뽑아낸다.
저자는 아마존이 그렇게 해서 창출한 일자리보다 독립 소매업체에서 없앤 일자리가 두 배 더 많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은 한 해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일리노이주, 미주리주에서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고(229쪽), 볼티모어에서는 이전 직장에서 시간당 27달러 임금을 받던 노동자에게 12달러를 주면서 무려 4,300만 달러의 세금 특혜를 챙겼다.(187쪽)
아마존 웹서비스와 데이터센터 :
아마존의 확장은 온라인 상거래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서버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데이터센터는 친밀한 지역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시골마을에 들어와 전력을 빨아들이고 엄중 차단된 건물로 지역 풍경과 사회적 관계를 해체하기까지 한다.(249쪽 이하) 저자는 9.11 테러 이후 급성장한 워싱턴의 정보 및 안보산업이 AWS를 지탱하는 한 축임을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 :
저자는 아마존과 그 창업주 제프 베조스의 이념을 한 마디로 ‘골수 자유지상주의’로 표현한다.
아마존의 관점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관점으로,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다른 모든 이를 배제하더라도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하는 생각이다.
아마존의 활동이 사회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들에게 관심 밖이다.
아마존의 초기 투자자였던 닉 하나우어는 이제 아마존에 대한 가장 냉정한 비판자로 바뀌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 문제를 바로잡는 거요? 장난합니까? 제프 베조스는 골수 자유지상주의자예요.
그들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마존이 얼마나 잘되는가이고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이 나라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고려사항이 아니에요.
그들은 그런 것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제프의 관점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관점입니다.” (272쪽)
아마존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
저자는 책 말미에서 아마존의 폭주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정치권 및 시민들의 노력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제조업과 소매업은 더욱 피폐해진 반면,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IT 기업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악화된 상황을 우려한 미국 정치권은 반독점법 청문회를 열고, 연방거래위원장에 진보적 학자를 임명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477쪽 이하) 아마존 노조 결성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다(이 책 출간 이후 결성에 성공).
하지만 제프 베조스는 법적 책임이 있는 CEO 자리를 넘기고 ‘블루오리진’ 우주탐사 프로젝트 같은 망상적 파티나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쿠팡의 실소유주가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나 책임은 회피하면서 여전히 기업을 좌우하는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쿠팡이 아마존의 풀필먼트 시스템을 앞장서서 도입하고, 물류 부문을 ‘쿠팡풀필먼트 주식회사’로 독립시킨 것은 참으로 상징적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미국에는 더 이상 아마존의 해악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만들어낸] 이 간극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가정 먼저 다뤄야 문제”(462쪽)라는 제언으로 책을 끝맺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하의 기업 탐욕을 막을 방법은 결국 정치적 결단과 민주적 통제뿐일 것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그늘 아래 시들어가는
우리들의 일과 산업과 공동체에 대한 슬픈 애도사
“아마존 없이 살 수 있겠어?” 미국 소비자의 이 질문은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쿠팡 없이 살 수 있겠어? 알리 없이 살 수 있겠어? 물론 살 수 있다.
혹시 그럴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이 기업들이 우리의 일과 경제와 정치와 심지어 우리 삶의 조건을 온통 좌우한다 해도 감수해야 하리라.
이 책은 ‘에브리씽 스토어’ ‘에브리웨어 스토어’로 불리는 거대기업 아마존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지역적 격차를 더욱 벌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세금을 회피하고, 정치와 민주주의마저 타락시키는 그 현장을 속속들이 파헤친 탐사 르포의 결정판이다.
심층적 취재와 함께 약자들에 대한 공감어린 필치로 미국 전 언론의 상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거대 소매플랫폼 아래서 고통 받는 노동자, 소기업, 지역공동체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아마존판 『노마드랜드』 『힐빌리의 노래』로 읽게 한다.
아마존은 한 나라의 모든 지역, 모든 사람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신자유주의적 재편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 책은 점점 더 짙어가는 그 그늘에 덮인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아마존의 방식을 뒤따르고자 애쓰는 국내 기업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이 ‘일괄처리’되고 있다 / ‘국가’가 된 기업 아마존
아마존은 거의 하나의 국가가 된 기업이다.
온라인 북스토어에서 시작해 거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아마존은 이제는 수십 개의 데이터센터들을 갖추고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시장까지 장악한 독점 기업이 되었다.
‘아마존 합중국’이라는 표현은 빈말이 아니다.
아마존은 모든 곳에 존재하며, 그 규모와 독점적 힘을 통해 경제는 물론 정치권력까지 좌우하는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아마존에 의한, 아마존을 위한, 아마존의 나라가 완성된 것이다.
이 책의 원제 『풀필먼트』(Fulfillment)는 아마존의 배송물류 시스템을 가리키는 용어로 ‘완수’ 또는 ‘일괄처리’를 뜻한다.
저자 알렉 맥길리스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완수한다는 뜻의 ‘풀필먼트’를 통해 우리의 삶 자체가 ‘일괄처리’되고 있는 디스토피아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곳에 가면 폭삭 무너져버린 지역경제, 일자리를 잃고 물류배송 노동자로 근근이 사는 노동자들, 수십 년 가업을 포기한 중소기업, 초번영 IT 기업 도시와 쇠락해가는 지방 도시들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마존을 탐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마존은 한 나라 안의 심각한 격차와 분열을 살펴보는 렌즈로 삼기에 어느 기업보다 제격이다.
말 그대로 모든 곳에 존재하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아마존은 미국을 서로 다른 종류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서열과 소득과 목적을 부여했다.
그들은 미국의 지리적 풍경뿐 아니라 기회의 풍경도 변모시켰다.
사람들의 앞에 놓인 선택지, 즉 그들이 삶에서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가 달라진 것이다.” (23쪽)
일, 주거, 정치, 공동체… / 아마존이 끼치는 갖가지 해악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마존’이라는 틀을 통해 단지 경제적 불평등에 국한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문제들이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세탁되어 보통의 소비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고, 따라서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 문제들을 이렇게 짚는다.
(1) 아마존 창업자와 임원들의 어마어마한 부와 훨씬 수가 많은 노동자들의 미미한 임금 사이의 대조는 신자유주의 경제와 브레이크 없는 독점 기업이 야기한 극단적 부의 불평등을 보여준다.
(2) 아마존이 국가 권역을 산업적 필요에 따라 나눔으로써 초번영 도시와 낙후 지역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초번영 도시는 그 도시들대로 젠트리피케이션과 주거비 앙등으로 계급적, 인종적 분리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낙후된 지역은 아마존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가 몰락한 산업을 대체하여 지역을 더욱 황폐화하고 있다.
(3) 아마존의 다수 종업원이 수행하는 작업은 과거의 숙련되고 보람된 노동의 가치를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하는 단순하고 고립된 저임금 노동으로 추락했으며, 일회성 소모품이 된 노동자들은 아무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4) 또한 아마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서 선거 자금, 회전문 인사, 로비 등을 통해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금이나 공공구매를 담당하는 이해상충 공무원들을 스카웃하는 등 이제는 기업 자체가 정치권력의 주요 세력이 되어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
(5) 아마존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해체되고 시민적 유대가 와해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마존이 지역 사회의 조세 기반을 잠식하면서, 사회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방정부 여력이 고갈되고 있고, 지역 자치와 시민 연대가 약화되고 있다.
(6) 마지막으로 아마존은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 즉 우리 스스로를 부양하고 충족시키는 방식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우리의 일상적 삶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변모시키고 있다.
독점은 반드시 부도덕으로 이어진다 / 아마존 독점의 구체적 결과들
이 책은 아마존이 끼치는 해악을 몇 가지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더 찬탄할 만한 점은, 아마존으로 인해 개인적 삶의 몰락을 겪는 노동자와 지역주민과 자영업자의 생생한 스토리를 통해 이 문제들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노마드랜드』 『힐빌리의 노래』의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단지 딱딱한 사회과학 책에 머물지 않고 폭넓은 공감을 얻는 이유다.
추락한 노동자의 삶 :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아마존 등으로 인한 산업구조 재편 이후 수많은 미국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에 대한 것이다.
아마존 공급용 골판지 상자를 끝없이 만드는 노동자(2장), 브레이크도 없는 지게차를 몰다 사망사고를 당한 물류센터 노동자(139쪽 이하), 파산한 철강 공장 자리에 들어선 물류센터에 고용된 전직 철강 노동자(197쪽 이하)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통 산업의 몰락과 함께 아마존에 흘러들어온 이들 노동자는 형편없는 저임금과 위험을 감수하고 일한다.
저자는 아마존이 노동의 존엄한 가치를 생존에 급급한 저질의 노동으로 바꾸었고, 거기서 발생하는 위험 비용을 공공에 전가하고 있는 현실을 가차없이 고발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에서 쿠팡 물류센터의 밤샘 작업과 새벽배송 끝에 과로사한 노동자, 화재사고에서 숨진 소방관을 대비시켜 보게 된다.
지리적 불평등과 공동체의 해체 :
저자는 아마존이 심지어 ‘미국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인구가 많은 주에서 일어나는 판매세를 회피하고 정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애틀, 워싱턴 DC에 본사 위치를 정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나머지 낙후 지역에서는 물류센터 유치 및 고용증대를 내세워 지방정부들에서 거액의 조세 혜택을 얻어냄으로써 지역을 더욱 피폐화한다.
나아가 아마존으로 인한 지리적 재편은 본사가 위치한 초번영 도시에서도 주거비 앙등, 교통체증, 계급적/인종적 분리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한다.
로컬 기업의 몰락 :
아마존의 저가 공세와 공공부문의 구매 독점은 탄탄한 로컬 기업들마저 파산과 폐업으로 내몰고 있다.
텍사스주 엘파소의 로컬 기업들이 벌이는 분투(220쪽 이하)와 훌륭한 고객/직원 정책으로 신뢰를 받던 백화점 봉통의 사례(358쪽, 381쪽 이하)가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또한 자사 사이트에 입점한 제3자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인기 상품의 복제품을 내놓거나 16퍼센트에 달하는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개인 소매업을 고사시키기까지 한다.
회전문 인사와 로비 :
아마존의 승승장구 배후에는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정치권 로비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최고조달책임자’였다가 아마존의 공공구매 부문 임원으로 옮겨간 앤 렁의 사례(216쪽 이하, 227쪽)는 부도덕한 행태를 넘어 추악하기까지 하다.
언론인 출신으로 백악관 언론담당 비서관을 거쳐 아마존 홍보이사가 된 제이 카니(125쪽 이하)도 마찬가지다.
세금 특혜와 저질의 일자리 :
창업 때부터 고율의 판매세를 피해 인구 적은 도시를 택한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의 조세 회피 수법은 이후에도 내내 이어진다.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유치를 내세워 세금 감면은 물론 전력망 비용까지 공공에 전가하는 한편, 제2본사 입주도시를 공개경쟁에 부쳐 지방정부들의 조세 혜택을 최대한 뽑아낸다.
저자는 아마존이 그렇게 해서 창출한 일자리보다 독립 소매업체에서 없앤 일자리가 두 배 더 많다고 지적한다.
아마존은 한 해 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일리노이주, 미주리주에서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고(229쪽), 볼티모어에서는 이전 직장에서 시간당 27달러 임금을 받던 노동자에게 12달러를 주면서 무려 4,300만 달러의 세금 특혜를 챙겼다.(187쪽)
아마존 웹서비스와 데이터센터 :
아마존의 확장은 온라인 상거래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서버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데이터센터는 친밀한 지역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시골마을에 들어와 전력을 빨아들이고 엄중 차단된 건물로 지역 풍경과 사회적 관계를 해체하기까지 한다.(249쪽 이하) 저자는 9.11 테러 이후 급성장한 워싱턴의 정보 및 안보산업이 AWS를 지탱하는 한 축임을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 :
저자는 아마존과 그 창업주 제프 베조스의 이념을 한 마디로 ‘골수 자유지상주의’로 표현한다.
아마존의 관점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관점으로,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다른 모든 이를 배제하더라도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하는 생각이다.
아마존의 활동이 사회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들에게 관심 밖이다.
아마존의 초기 투자자였던 닉 하나우어는 이제 아마존에 대한 가장 냉정한 비판자로 바뀌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 문제를 바로잡는 거요? 장난합니까? 제프 베조스는 골수 자유지상주의자예요.
그들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마존이 얼마나 잘되는가이고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이 나라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고려사항이 아니에요.
그들은 그런 것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제프의 관점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관점입니다.” (272쪽)
아마존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
저자는 책 말미에서 아마존의 폭주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정치권 및 시민들의 노력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제조업과 소매업은 더욱 피폐해진 반면,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IT 기업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악화된 상황을 우려한 미국 정치권은 반독점법 청문회를 열고, 연방거래위원장에 진보적 학자를 임명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477쪽 이하) 아마존 노조 결성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다(이 책 출간 이후 결성에 성공).
하지만 제프 베조스는 법적 책임이 있는 CEO 자리를 넘기고 ‘블루오리진’ 우주탐사 프로젝트 같은 망상적 파티나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쿠팡의 실소유주가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나 책임은 회피하면서 여전히 기업을 좌우하는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쿠팡이 아마존의 풀필먼트 시스템을 앞장서서 도입하고, 물류 부문을 ‘쿠팡풀필먼트 주식회사’로 독립시킨 것은 참으로 상징적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미국에는 더 이상 아마존의 해악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만들어낸] 이 간극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가정 먼저 다뤄야 문제”(462쪽)라는 제언으로 책을 끝맺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하의 기업 탐욕을 막을 방법은 결국 정치적 결단과 민주적 통제뿐일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4년 06월 01일
- 판형 : 반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520쪽 | 668g | 146*210*25mm
- ISBN13 : 9791192092294
- ISBN10 : 119209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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