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브
Description
책소개
“70대 노인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10대 소녀가 죽었다”
『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에 대한 서늘한 질문!
* 숨막히도록 섬세한 묘사로 선명하게 그려낸 일상의 비극.
*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진지한 성찰.
『홍학의 자리』『유괴의 날』로 대한민국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은 작가 정해연의 새로운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현재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도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일련의 사고들이 사회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가 하면 인도를 침범해 보행자를 치거나, 건물 내부로 돌진해 실내에 있던 사람들에게 중상을 입힌 사고도 있었다.
이러한 사고는 최근 더욱 두드러지며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고령 운전사고의 희생자라고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이슈이다.
60세가 지나며 보통 사람들은 집중력과 사물 인식 능력, 시각적 인지 능력 등이 저하된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반사신경이 둔화되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시대를 살고 있다.
노령화 사회의 도래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교통사고는 한순간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날,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일상 속에서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또는 너무도 성실하고 존경스러웠던 대상이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해버린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에게 감정적 혼란과 함께 도덕적 딜레마를 성찰하게 만든다.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더블』등을 통해 인간 심리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온 소설가 정해연은 이번에도 탁월한 필력으로 그 소설적 재능을 유감없이 증명해내고 있다.
흡입력 있고 속도감 있는 문체는 독자를 속수무책 이야기의 진공 속으로 빨아들인다.
소설은 딸을 잃은 엄마 ‘김혜정’과 사망사고를 낸 고령 운전자 ‘노균탁’의 이야기로 나뉘어 전개된다.
특수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보편적인 존재로서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10대 소녀가 죽었다”
『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에 대한 서늘한 질문!
* 숨막히도록 섬세한 묘사로 선명하게 그려낸 일상의 비극.
*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진지한 성찰.
『홍학의 자리』『유괴의 날』로 대한민국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은 작가 정해연의 새로운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현재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도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일련의 사고들이 사회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가 하면 인도를 침범해 보행자를 치거나, 건물 내부로 돌진해 실내에 있던 사람들에게 중상을 입힌 사고도 있었다.
이러한 사고는 최근 더욱 두드러지며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고령 운전사고의 희생자라고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이슈이다.
60세가 지나며 보통 사람들은 집중력과 사물 인식 능력, 시각적 인지 능력 등이 저하된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반사신경이 둔화되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시대를 살고 있다.
노령화 사회의 도래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교통사고는 한순간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날,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일상 속에서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또는 너무도 성실하고 존경스러웠던 대상이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해버린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에게 감정적 혼란과 함께 도덕적 딜레마를 성찰하게 만든다.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더블』등을 통해 인간 심리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온 소설가 정해연은 이번에도 탁월한 필력으로 그 소설적 재능을 유감없이 증명해내고 있다.
흡입력 있고 속도감 있는 문체는 독자를 속수무책 이야기의 진공 속으로 빨아들인다.
소설은 딸을 잃은 엄마 ‘김혜정’과 사망사고를 낸 고령 운전자 ‘노균탁’의 이야기로 나뉘어 전개된다.
특수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보편적인 존재로서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김혜정]
[노균탁]
-작가의 말
[노균탁]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장 경위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분명 연희를 그렇게 만든 사람일 것 같았다.
심장이
달음박질을 쳤다.
혈류가 빠르게 돌았다.
눈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그래도 확인은 필요했다.
“이 사람이….
이 사람이.”
--- p.28
“당신이 살아갈 세월하고, 우리 연희의 시간하고 같아? 우리 연희가 뭐가 될 줄 알고? 우리 연희는 좋은 애로 컸을 거야.
대학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갔겠지.
연애도 했을 거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아이였다고!”
--- p.50
“얼마나 반짝이면서 살아갔겠어! 자기 일을 하면서 살았을 거야.
그 애가 이 나라에 어떤 일을 해줄 줄 알고! 그 애가 어떤 사람이 됐을 줄 알고? 그 애가… 그 애가….
그 애가 낳았을 아이는 또 얼마나….”
혜정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이 노인이 빼앗았다.
사죄하고 살겠다는 이 노인의 시간을 빼앗아 연희에게 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 p.51
혜정은 이 집을 자신의 마지막 집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고, 연희를 결혼시키고, 연우가 군대를 다녀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이 집에 둘이 남아서 단란하게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던 집이 이제는 지옥이 되어버렸다.
--- p.57
“연희 장례식에 가해자가 온 것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질 거래.
사고 자체도 단순 운전미숙이고, 초범이라 징역형을 최대로 받아봐야 1, 2년이래.”
혜정은 입을 벌렸다.
연희의 인생은 통째로 날아갔는데 징역 1, 2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 p.78
자신은 죄인이었다.
저 사람을 저렇게 짐승처럼 울부짖게 만들었다.
그들에게서 생때같은 자식을 빼앗아 갔다.
길가에서 허망하게 죽도록 만들었다.
처참하고 지독한 죽음이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이 한 일이었다.
--- p.41
“왜 그러셨어요.
아버님.
왜 그러셨냐고요.
조금만 조심했으면 됐잖아요, 네?”
균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p.87
“이 집, 제 청춘을 바쳐서 겨우 샀어요.
그것도 현관 앞 요만큼만 제 거고요.
다 은행 집이에요.
아버님이 누운 이 방도 은행 거고요.
근데 그 코딱지만 한 현관이라도 뺏어야 속이 시원하셨어요?”
심장이
달음박질을 쳤다.
혈류가 빠르게 돌았다.
눈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그래도 확인은 필요했다.
“이 사람이….
이 사람이.”
--- p.28
“당신이 살아갈 세월하고, 우리 연희의 시간하고 같아? 우리 연희가 뭐가 될 줄 알고? 우리 연희는 좋은 애로 컸을 거야.
대학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갔겠지.
연애도 했을 거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아이였다고!”
--- p.50
“얼마나 반짝이면서 살아갔겠어! 자기 일을 하면서 살았을 거야.
그 애가 이 나라에 어떤 일을 해줄 줄 알고! 그 애가 어떤 사람이 됐을 줄 알고? 그 애가… 그 애가….
그 애가 낳았을 아이는 또 얼마나….”
혜정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이 노인이 빼앗았다.
사죄하고 살겠다는 이 노인의 시간을 빼앗아 연희에게 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 p.51
혜정은 이 집을 자신의 마지막 집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고, 연희를 결혼시키고, 연우가 군대를 다녀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면 이 집에 둘이 남아서 단란하게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던 집이 이제는 지옥이 되어버렸다.
--- p.57
“연희 장례식에 가해자가 온 것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질 거래.
사고 자체도 단순 운전미숙이고, 초범이라 징역형을 최대로 받아봐야 1, 2년이래.”
혜정은 입을 벌렸다.
연희의 인생은 통째로 날아갔는데 징역 1, 2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 p.78
자신은 죄인이었다.
저 사람을 저렇게 짐승처럼 울부짖게 만들었다.
그들에게서 생때같은 자식을 빼앗아 갔다.
길가에서 허망하게 죽도록 만들었다.
처참하고 지독한 죽음이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이 한 일이었다.
--- p.41
“왜 그러셨어요.
아버님.
왜 그러셨냐고요.
조금만 조심했으면 됐잖아요, 네?”
균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p.87
“이 집, 제 청춘을 바쳐서 겨우 샀어요.
그것도 현관 앞 요만큼만 제 거고요.
다 은행 집이에요.
아버님이 누운 이 방도 은행 거고요.
근데 그 코딱지만 한 현관이라도 뺏어야 속이 시원하셨어요?”
--- p.87
출판사 리뷰
이 책에는 뒤표지가 없습니다.
책을 뒤집으면 또 다른 앞표지가 나타납니다.
이는 소설이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결국 모두에게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사건,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요?
[김혜정]
“실수는 남의 발을 밟은 게 실수야.
물을 엎지른 게 실수라고!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김혜정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행정복지센터에 출근해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으로부터 딸 연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현실을 부정하며 병원으로 달려간 혜정은 영안실에 누워 있는 연희의 처참한 시신을 확인하고 혼절해버린다.
정신을 차린 후 경찰서로 달려가 조사를 받고있는 한 노인을 목도한다.
범인은 70대 노인이다.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헷갈리는 바람에 버스 정류장에 있던 연희를 차로 치어 죽인 것이다.
혜정은 노인을 붙잡고 오열한다.
그 와중에 남편 영준은 슬픔을 삼키며 장례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청천벽력 같은 딸의 죽음 앞에서도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형사는 가해자가 사고를 차량의 결함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했다.
연희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가해 운전자 노균탁은 혜정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전 정말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혜정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폭발한다.
딸 연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찬란한 가능성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였다.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고 반짝이며 살아갔을 것이다.
혜정은 노인을 용서할 수 없었다.
[노균탁]
“전, 정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습니다.”
76세의 노균탁은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하던 중,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버스정류장을 들이받는다.
살짝 핸들을 돌리며 피한다고 발을 뻗는 순간 세상이 뒤집혀버렸다.
정신을 잃었던 균탁은 나중에서야 자신이 정류장에 있던 여중생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70대 노인이 운전하는 차에 10대 청소년 치여 사망] 언론과 매체에 기사가 쏟아진다.
일부러 나이를 언급한 자극적인 기사에 댓글은 온통 노인 균탁을 탓하고 저주하는 글로 뒤덮힌다.
균탁 역시 매일 밤마다 죽은 소녀의 꿈을 꾼다.
딸과 사위는 법원 공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상황에 놓인다.
이것을 알게 된 균탁은 집안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다.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 문제로 딸과 사위는 갈등을 겪는다.
균탁은 살아 숨 쉬는 것조차 지옥 같다.
작가는 시종일관 불행한 사고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의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숨막히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작가가 던진 묵직한 돌직구에 심장을 얻어맞은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소설 [드라이브]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가의 말
나는 운전을 한다.
눈이 나쁜 편이고, 겁도 많아서 운전을 즐겨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작업실에 출퇴근하는 편리함에 젖어 있기는 해서 언젠가 운전을 그만두게 되면 불편하겠지, 하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60세가 되면 그만둘 생각이다.
그때는 더 눈도 나빠져 있을 것이고, 반응 속도나 순간적인 판단력도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운전할 자격이 없다, 라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노화는 도로 위에서 충분히 위험인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2024년에도 많은 노인 운전사고가 있었다.
물론 그 수를 훨씬 웃도는 젊은이들의 운전사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사회는 고민해야 한다.
현행으로는 노인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약 1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운전면허를 반납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노인은 택시를 잡기도 힘들고 버스를 타는 일도 녹록지 않다.
대중교통에서 그들은 때때로 불청객이 된다.
그러니 운전대를 잡는다.
눈이 나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운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오늘도 운전석에 앉는다.
그런 상황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일은 개인의 책임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운전하는 노인 인구가 늘고 그로 인해 불행한 사고들이 생겨난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을 다 다루었다.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불행한 사고가 양쪽 모두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특별히 어떤 사건을 토대로 쓰인 글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뜨거운 여름에 쓰기 시작해 해를 넘기고서야 출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출간을 결정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를 드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쥐고 있는 당신께 감사드린다.
정해연
책을 뒤집으면 또 다른 앞표지가 나타납니다.
이는 소설이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결국 모두에게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사건,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요?
[김혜정]
“실수는 남의 발을 밟은 게 실수야.
물을 엎지른 게 실수라고!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김혜정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행정복지센터에 출근해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으로부터 딸 연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현실을 부정하며 병원으로 달려간 혜정은 영안실에 누워 있는 연희의 처참한 시신을 확인하고 혼절해버린다.
정신을 차린 후 경찰서로 달려가 조사를 받고있는 한 노인을 목도한다.
범인은 70대 노인이다.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헷갈리는 바람에 버스 정류장에 있던 연희를 차로 치어 죽인 것이다.
혜정은 노인을 붙잡고 오열한다.
그 와중에 남편 영준은 슬픔을 삼키며 장례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청천벽력 같은 딸의 죽음 앞에서도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형사는 가해자가 사고를 차량의 결함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했다.
연희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가해 운전자 노균탁은 혜정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전 정말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혜정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폭발한다.
딸 연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찬란한 가능성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였다.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고 반짝이며 살아갔을 것이다.
혜정은 노인을 용서할 수 없었다.
[노균탁]
“전, 정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습니다.”
76세의 노균탁은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하던 중,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버스정류장을 들이받는다.
살짝 핸들을 돌리며 피한다고 발을 뻗는 순간 세상이 뒤집혀버렸다.
정신을 잃었던 균탁은 나중에서야 자신이 정류장에 있던 여중생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70대 노인이 운전하는 차에 10대 청소년 치여 사망] 언론과 매체에 기사가 쏟아진다.
일부러 나이를 언급한 자극적인 기사에 댓글은 온통 노인 균탁을 탓하고 저주하는 글로 뒤덮힌다.
균탁 역시 매일 밤마다 죽은 소녀의 꿈을 꾼다.
딸과 사위는 법원 공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상황에 놓인다.
이것을 알게 된 균탁은 집안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다.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 문제로 딸과 사위는 갈등을 겪는다.
균탁은 살아 숨 쉬는 것조차 지옥 같다.
작가는 시종일관 불행한 사고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의 주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숨막히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작가가 던진 묵직한 돌직구에 심장을 얻어맞은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소설 [드라이브]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가의 말
나는 운전을 한다.
눈이 나쁜 편이고, 겁도 많아서 운전을 즐겨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작업실에 출퇴근하는 편리함에 젖어 있기는 해서 언젠가 운전을 그만두게 되면 불편하겠지, 하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60세가 되면 그만둘 생각이다.
그때는 더 눈도 나빠져 있을 것이고, 반응 속도나 순간적인 판단력도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운전할 자격이 없다, 라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노화는 도로 위에서 충분히 위험인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2024년에도 많은 노인 운전사고가 있었다.
물론 그 수를 훨씬 웃도는 젊은이들의 운전사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사회는 고민해야 한다.
현행으로는 노인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약 1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을 준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운전면허를 반납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노인은 택시를 잡기도 힘들고 버스를 타는 일도 녹록지 않다.
대중교통에서 그들은 때때로 불청객이 된다.
그러니 운전대를 잡는다.
눈이 나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운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오늘도 운전석에 앉는다.
그런 상황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일은 개인의 책임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운전하는 노인 인구가 늘고 그로 인해 불행한 사고들이 생겨난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을 다 다루었다.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었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불행한 사고가 양쪽 모두의 가정을 파탄 내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특별히 어떤 사건을 토대로 쓰인 글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뜨거운 여름에 쓰기 시작해 해를 넘기고서야 출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출간을 결정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를 드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쥐고 있는 당신께 감사드린다.
정해연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3월 25일
- 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236g | 108*188*16mm
- ISBN13 : 9791194643197
- ISBN10 : 1194643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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