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여지도 3
Description
책소개
2017년, '대전여지도' 시리즈 첫 책을 세상에 선보인 후에 세 번째 책을 발행합니다.
중구편과 동구편에 이어 유성구편입니다.
대전 5개 구 중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합니다.
기록을 보면, 백제 때 노사지현이었던 곳인 데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유성으로 고쳐 비풍군의 영현(領縣)으로 삼았습니다.
참 오랜 역사입니다.
1천 년을 훌쩍 넘긴 시간 유성구 곳곳에 다양한 기억이 냄새로 스몄을 텐데, 역시 많은 곳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렸습니다.
엄청난 기억을 간직한 이곳을 마을 몇 곳 어설프게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책으로 묶어 내는 것이 영 민망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쉼 없이 대전여지도 시리즈를 발간하는 이유는 '기억'을 갈무리하려는 시도가 우리와 같은 기록자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록'은 자본이 들이대는 척도로 행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책을 엮으며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방인에게 별다른 경계심 없이 마음을 열어 주셨던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 주신 분들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미흡한 기록이지만 이 책을 통해 마을에 스며든 냄새의 흔적을 찾아 기억을 공유하고 나누려는 시도를 한번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초판은 2019년 6월 20일 발행했습니다.
이번에 개정판을 발행합니다.
중구편과 동구편에 이어 유성구편입니다.
대전 5개 구 중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합니다.
기록을 보면, 백제 때 노사지현이었던 곳인 데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유성으로 고쳐 비풍군의 영현(領縣)으로 삼았습니다.
참 오랜 역사입니다.
1천 년을 훌쩍 넘긴 시간 유성구 곳곳에 다양한 기억이 냄새로 스몄을 텐데, 역시 많은 곳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렸습니다.
엄청난 기억을 간직한 이곳을 마을 몇 곳 어설프게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책으로 묶어 내는 것이 영 민망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쉼 없이 대전여지도 시리즈를 발간하는 이유는 '기억'을 갈무리하려는 시도가 우리와 같은 기록자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록'은 자본이 들이대는 척도로 행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책을 엮으며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방인에게 별다른 경계심 없이 마음을 열어 주셨던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 주신 분들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미흡한 기록이지만 이 책을 통해 마을에 스며든 냄새의 흔적을 찾아 기억을 공유하고 나누려는 시도를 한번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초판은 2019년 6월 20일 발행했습니다.
이번에 개정판을 발행합니다.
목차
추천 글_ 대전이라는 도시의 근원을 돌아보다
여는 글_ 인류는 ‘기억’을 통해 세대를 넘습니다.
1.
대전 유성구 외삼동 산막마을과 안말마을_ 좋은 물·쌀·인심 갖춘 삼미천(三美川)
2.
대전 유성구 안산동 동촌마을과 서새뜰마을_ 겸손하게 하늘을 이고
3.
대전 유성구 안산동 진정이마을_ 동살미에서 내려온 바람 마을을 훑고 동촌으로
4.
대전 유성구 안산동 어득운이마을_ 나이 들어 가는 마을은 섧지 않다
5.
대전 유성구 신동 양지편마을_ 봄 햇살이 몽땅 마을에 내려앉았다
6.
대전 유성구 신동 녹골마을_ 바람실고개 너머 금강 바람 넘어오던 마을
7.
대전 유성구 원촌동 서원말마을_ 시간은, 마을을 남겨 둔 채 내달렸다
8.
대전 유성구 대정동 모가나무골마을_ 파란 가을 하늘을 온전히 이고 있는 마을
9.
대전 유성구 대정동 용머리마을_ 용은 제 모습을 감추고 조용히 누웠다
10.
대전 유성구 대정동 주루바우마을_ 식장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빛이 닿는 마을
11.
대전 유성구 용계동 옥살미마을_ 둥글게 이어진 야트막한 산 안에서 웅크린 토끼
12.
대전 유성구 세동 상세동마을_ 파란 하늘 머리 위에 방긋, 긴 골짜기 세동에 환한 햇살이
13.
대전 유성구 세동 중세동마을_ 계룡산 줄기에 기대어 여전히 따스한 마을
14.
대전 유성구 방동 새우내마을_ 큰물에 바뀐 물길, 이제 그 물을 가두다
15.
대전 유성구 궁동 장고개마을_ 이웃 마을 모두 사라진 자리, 홀로 남아 조용히 숨 쉬는 마을
16.
대전 유성구 궁동 동자미마을_ 집 짓고 살던 선동은 어디로
17.
대전 유성구 구암동 창말마을_ 녹음 짙은 아름다운 마을이 건조함에 버석거린다
18.
대전 유성구 갑동 안진배마을_ 비행장과 현충원, 그리고 최고의 주택단지
여는 글_ 인류는 ‘기억’을 통해 세대를 넘습니다.
1.
대전 유성구 외삼동 산막마을과 안말마을_ 좋은 물·쌀·인심 갖춘 삼미천(三美川)
2.
대전 유성구 안산동 동촌마을과 서새뜰마을_ 겸손하게 하늘을 이고
3.
대전 유성구 안산동 진정이마을_ 동살미에서 내려온 바람 마을을 훑고 동촌으로
4.
대전 유성구 안산동 어득운이마을_ 나이 들어 가는 마을은 섧지 않다
5.
대전 유성구 신동 양지편마을_ 봄 햇살이 몽땅 마을에 내려앉았다
6.
대전 유성구 신동 녹골마을_ 바람실고개 너머 금강 바람 넘어오던 마을
7.
대전 유성구 원촌동 서원말마을_ 시간은, 마을을 남겨 둔 채 내달렸다
8.
대전 유성구 대정동 모가나무골마을_ 파란 가을 하늘을 온전히 이고 있는 마을
9.
대전 유성구 대정동 용머리마을_ 용은 제 모습을 감추고 조용히 누웠다
10.
대전 유성구 대정동 주루바우마을_ 식장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빛이 닿는 마을
11.
대전 유성구 용계동 옥살미마을_ 둥글게 이어진 야트막한 산 안에서 웅크린 토끼
12.
대전 유성구 세동 상세동마을_ 파란 하늘 머리 위에 방긋, 긴 골짜기 세동에 환한 햇살이
13.
대전 유성구 세동 중세동마을_ 계룡산 줄기에 기대어 여전히 따스한 마을
14.
대전 유성구 방동 새우내마을_ 큰물에 바뀐 물길, 이제 그 물을 가두다
15.
대전 유성구 궁동 장고개마을_ 이웃 마을 모두 사라진 자리, 홀로 남아 조용히 숨 쉬는 마을
16.
대전 유성구 궁동 동자미마을_ 집 짓고 살던 선동은 어디로
17.
대전 유성구 구암동 창말마을_ 녹음 짙은 아름다운 마을이 건조함에 버석거린다
18.
대전 유성구 갑동 안진배마을_ 비행장과 현충원, 그리고 최고의 주택단지
책 속으로
산에서 나무를 하고 내려오다가 지게를 내려놓고 손발을 씻으며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방죽 바로 아래로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그것이 장군바위인 모양이다.
옛날 장군 하나가 그곳에서 짚신을 삼아 신었고 아직도 그때 남긴 발자국이 있다는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 바위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 준다.
--- p.49
안타깝게도 마을에서 만난 주민에게서 이곳 이름이 왜 '진정이'인지에 관해서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80대 할아버지들과 90대 할머니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대신, 이 근방 동네에서 전하는 농담을 들을 수 있었다.
"징을 치면 잠 그만 자고 일어나서 일하라고 징(진)정이라고 했다잖여."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무내미에서 물어보고 새재에서 밤을 새우고….
안산에서 앉았다가 진정이에서 진정하고 길을 나섰더니 어두근이에서 어둑해져서 자(작)골에서 자더라."
각자 기억을 끌어내 이야기를 이리저리 맞춰 보려 애쓰던 할머니들이 '꺄르르' 웃는 것을 신호로 손을 든다.
결국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이 이야기는 필시 이 근방 이야기꾼이 만들어 내었을 스토리형 농담이었다.
그것도 한 사람의 창작물이 아니라 보태고 빼면서 시간을 두고 여럿이 만들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진정이와 주변 마을 지명이 모두 등장한다.
지명의 음에 집중해 뜻을 담아 이야기로 풀어냈다.
--- p.54
골짜기에 들어앉은 마을은 엄마 품을 파고 들어간 어린아이처럼 편안해 보인다.
마을이 기댄 산비탈은 불편함이 아닌 든든함이 느껴지고 마을 앞을 흐르는 냇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어린아이 울음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마을은 주민과 함께 나이 들어감이 보이지만 그조차도 섧지 않다.
마을도 생태 순환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느낌이다.
어득운이는 그렇게 조용히 품격 있게 나이 들어가며 따뜻한 햇살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 pp.76~77
할머니는 우물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집에서 홀로 산다.
남쪽을 바라보는 집은 一자형이다.
서쪽으로 부엌을 두었다.
시멘트로 보수했지만, 부엌문과 형태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던, 오래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툇마루에 서면 멀리 광새골과 광새들이 보인다.
마을 앞 도로를 건너면 보이는 곳이다.
경지 정리하기 전에는 논과 밭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논이다.
너른 평야가 아닌 골짜기 논인데 경지 정리를 잘해 두었다.
마당 동편으로는 농기계를 보관하고 한때, 집돼지 한 마리도 길렀을 것 같은 창고가 있다.
마당 서쪽으로는 사랑채를 드렸다.
사랑채 기둥에는 지난겨울 방 안에 들어온 것을 잡아 두었다는 지네 몇 마리가 매달려 말라간다.
윤채순 할머니 집에서 나와 산등성이로 올랐다.
마을이 기댄 이 산줄기는 마을 동쪽 소문산성에서 뻗어 온 줄기라고 조방욱 통장은 설명했다.
--- pp.91~92
길을 따라 서쪽으로 들어가다 닭 한 마리를 만났다.
아직 어려 보이지만 장닭이다.
햇살을 받아 깃털이 오묘한 빛깔로 반짝인다.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땅을 파헤치고 벌레를 쪼는 모습이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풍경이라 즐겁다.
"할머니, 저 닭 이름이 뭐예요?"
"아, 닭이 이름이 어딨어? 그냥 닭이지!"
너무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래, 닭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이런 시골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복구(83) 할머니는 용머리마을 근처에 있는 경로당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저 골목 안쪽 집에 어떤 사람이 새로 이사 왔는데 아는 사람이 선물로 주었댜.
대문을 사뭇 열어 놓고 살았는데 저 녀석 때문에 대문을 못 열어.
마당에 널어놓은 걸 다 헤집어 놓으니께."
도시에 살다가 시골마을에 이사 간 지인에게 닭을 선물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무척 많이 한 모양이다.
같은 상황에서 닭을 선물로 받았다면 무척 기뻤을 것 같다.
--- p.126
마을 골목길은 거미줄처럼 얽혔다.
여느 시골마을처럼 허물어진 채 방치한 집도 몇 채 보이고 관리하지 않아 점점 세력을 넓히는 대나무숲 오솔길도 예쁘게 남았다.
동산의 정상부로 여겨지는 곳에는 주택이 드물고 남쪽 자락으로 주택이 주로 들어섰다.
동자미마을 메인 스트리트다.
정성껏 가꾼 정원을 둔 예쁜 집이 여러 채다.
골목은 깨끗하고 고요하다.
마당에 묶어 놓은 개도 나른한 봄 햇살에 졸린 눈만 끔벅거릴 뿐 낯선 이를 향해 짖을 줄 모른다.
아직 모내기 준비를 끝내지 않은 손바닥만 한 논에는 겨우내 언 땅을 녹일 햇살이 가득하다.
방죽 바로 아래로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그것이 장군바위인 모양이다.
옛날 장군 하나가 그곳에서 짚신을 삼아 신었고 아직도 그때 남긴 발자국이 있다는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 바위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어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 준다.
--- p.49
안타깝게도 마을에서 만난 주민에게서 이곳 이름이 왜 '진정이'인지에 관해서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80대 할아버지들과 90대 할머니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대신, 이 근방 동네에서 전하는 농담을 들을 수 있었다.
"징을 치면 잠 그만 자고 일어나서 일하라고 징(진)정이라고 했다잖여."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무내미에서 물어보고 새재에서 밤을 새우고….
안산에서 앉았다가 진정이에서 진정하고 길을 나섰더니 어두근이에서 어둑해져서 자(작)골에서 자더라."
각자 기억을 끌어내 이야기를 이리저리 맞춰 보려 애쓰던 할머니들이 '꺄르르' 웃는 것을 신호로 손을 든다.
결국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이 이야기는 필시 이 근방 이야기꾼이 만들어 내었을 스토리형 농담이었다.
그것도 한 사람의 창작물이 아니라 보태고 빼면서 시간을 두고 여럿이 만들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진정이와 주변 마을 지명이 모두 등장한다.
지명의 음에 집중해 뜻을 담아 이야기로 풀어냈다.
--- p.54
골짜기에 들어앉은 마을은 엄마 품을 파고 들어간 어린아이처럼 편안해 보인다.
마을이 기댄 산비탈은 불편함이 아닌 든든함이 느껴지고 마을 앞을 흐르는 냇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어린아이 울음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마을은 주민과 함께 나이 들어감이 보이지만 그조차도 섧지 않다.
마을도 생태 순환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느낌이다.
어득운이는 그렇게 조용히 품격 있게 나이 들어가며 따뜻한 햇살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 pp.76~77
할머니는 우물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집에서 홀로 산다.
남쪽을 바라보는 집은 一자형이다.
서쪽으로 부엌을 두었다.
시멘트로 보수했지만, 부엌문과 형태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던, 오래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툇마루에 서면 멀리 광새골과 광새들이 보인다.
마을 앞 도로를 건너면 보이는 곳이다.
경지 정리하기 전에는 논과 밭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논이다.
너른 평야가 아닌 골짜기 논인데 경지 정리를 잘해 두었다.
마당 동편으로는 농기계를 보관하고 한때, 집돼지 한 마리도 길렀을 것 같은 창고가 있다.
마당 서쪽으로는 사랑채를 드렸다.
사랑채 기둥에는 지난겨울 방 안에 들어온 것을 잡아 두었다는 지네 몇 마리가 매달려 말라간다.
윤채순 할머니 집에서 나와 산등성이로 올랐다.
마을이 기댄 이 산줄기는 마을 동쪽 소문산성에서 뻗어 온 줄기라고 조방욱 통장은 설명했다.
--- pp.91~92
길을 따라 서쪽으로 들어가다 닭 한 마리를 만났다.
아직 어려 보이지만 장닭이다.
햇살을 받아 깃털이 오묘한 빛깔로 반짝인다.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땅을 파헤치고 벌레를 쪼는 모습이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풍경이라 즐겁다.
"할머니, 저 닭 이름이 뭐예요?"
"아, 닭이 이름이 어딨어? 그냥 닭이지!"
너무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래, 닭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이런 시골에 풀어놓고 키우는 닭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복구(83) 할머니는 용머리마을 근처에 있는 경로당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저 골목 안쪽 집에 어떤 사람이 새로 이사 왔는데 아는 사람이 선물로 주었댜.
대문을 사뭇 열어 놓고 살았는데 저 녀석 때문에 대문을 못 열어.
마당에 널어놓은 걸 다 헤집어 놓으니께."
도시에 살다가 시골마을에 이사 간 지인에게 닭을 선물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무척 많이 한 모양이다.
같은 상황에서 닭을 선물로 받았다면 무척 기뻤을 것 같다.
--- p.126
마을 골목길은 거미줄처럼 얽혔다.
여느 시골마을처럼 허물어진 채 방치한 집도 몇 채 보이고 관리하지 않아 점점 세력을 넓히는 대나무숲 오솔길도 예쁘게 남았다.
동산의 정상부로 여겨지는 곳에는 주택이 드물고 남쪽 자락으로 주택이 주로 들어섰다.
동자미마을 메인 스트리트다.
정성껏 가꾼 정원을 둔 예쁜 집이 여러 채다.
골목은 깨끗하고 고요하다.
마당에 묶어 놓은 개도 나른한 봄 햇살에 졸린 눈만 끔벅거릴 뿐 낯선 이를 향해 짖을 줄 모른다.
아직 모내기 준비를 끝내지 않은 손바닥만 한 논에는 겨우내 언 땅을 녹일 햇살이 가득하다.
--- p.236
출판사 리뷰
대전이라는 도시의 근원을 돌아보다
도시화의 물결이 남실남실 다가오는 유성구의 고샅고샅을 발품 팔아 훑어 낸 애틋한 이야기들이 다뿍하다.
따뜻한 눈길로 포착한 유성 곳곳의 정겨운 풍경들과 정직한 노동의 이력이 깊게 팬 주름진 얼굴들, 이 사진들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근원을 돌아보게 한다.
『대전여지도3』은 꾸밈없이 드러낸 도시의 속살과도 같다.
조곤조곤 풀어낸 한밭골 사람들의 내밀한 사연이기도 하다.
마을과 마을의 내력들은 흥미진진한 역사이기도 하고, 우리들이 언제든 되돌아가도 좋을 아름다운 시절의 꿈과 같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이용원의 발걸음은 서두름이 없다.
물 좋고 쌀 좋고 인심까지 좋은 삼미천, 금강의 푸른 바람 넘나드는 마을, 계룡산 줄기에 기댄 양지바른 동네, 주변은 사라져 홀로 조용히 숨 쉬는 마을….
그는 아주 오래된 돌담이 허물어져 내리는 골목길을 가만가만 걷고, 흙벽이 소리 없이 부스러지는 이집 저집을 기웃거린다.
문풍지 나달거리는 어느 집 마루에서든 두런두런 정담이 새어 나오는 마을회관 앞뜰에서는 눈을 마주친 어르신의 말씀에 하염없이 귀를 기울인다.
그리하여 『대전여지도3』은 유성 사는 팔순 노인의 아련한 추억담이기도 하고, 이제는 뿔뿔이 흩어진 애잔한 가족사이기도 하고, 애면글면 위태로운 어느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을 사는 누구나 공감하는 꼼꼼한 인문지리서이자 후대에게는 매우 유익한 지역사로 대물림될 터이다.
이제 이용원의 '대전여지도' 연작은 대전 사람들의 자존감을 드높이는 자랑거리이자 대전의 진면목을 알리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전국 곳곳에서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책과 잡지를 펴내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길라잡이다.
『대전여지도3』은 유성과 대전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산과 강, 논과 밭, 나무와 숲, 마을과 사람살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경들이 거주지와 상관없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도시화의 물결이 남실남실 다가오는 유성구의 고샅고샅을 발품 팔아 훑어 낸 애틋한 이야기들이 다뿍하다.
따뜻한 눈길로 포착한 유성 곳곳의 정겨운 풍경들과 정직한 노동의 이력이 깊게 팬 주름진 얼굴들, 이 사진들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근원을 돌아보게 한다.
『대전여지도3』은 꾸밈없이 드러낸 도시의 속살과도 같다.
조곤조곤 풀어낸 한밭골 사람들의 내밀한 사연이기도 하다.
마을과 마을의 내력들은 흥미진진한 역사이기도 하고, 우리들이 언제든 되돌아가도 좋을 아름다운 시절의 꿈과 같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이용원의 발걸음은 서두름이 없다.
물 좋고 쌀 좋고 인심까지 좋은 삼미천, 금강의 푸른 바람 넘나드는 마을, 계룡산 줄기에 기댄 양지바른 동네, 주변은 사라져 홀로 조용히 숨 쉬는 마을….
그는 아주 오래된 돌담이 허물어져 내리는 골목길을 가만가만 걷고, 흙벽이 소리 없이 부스러지는 이집 저집을 기웃거린다.
문풍지 나달거리는 어느 집 마루에서든 두런두런 정담이 새어 나오는 마을회관 앞뜰에서는 눈을 마주친 어르신의 말씀에 하염없이 귀를 기울인다.
그리하여 『대전여지도3』은 유성 사는 팔순 노인의 아련한 추억담이기도 하고, 이제는 뿔뿔이 흩어진 애잔한 가족사이기도 하고, 애면글면 위태로운 어느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을 사는 누구나 공감하는 꼼꼼한 인문지리서이자 후대에게는 매우 유익한 지역사로 대물림될 터이다.
이제 이용원의 '대전여지도' 연작은 대전 사람들의 자존감을 드높이는 자랑거리이자 대전의 진면목을 알리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전국 곳곳에서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책과 잡지를 펴내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길라잡이다.
『대전여지도3』은 유성과 대전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산과 강, 논과 밭, 나무와 숲, 마을과 사람살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경들이 거주지와 상관없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4년 10월 07일
- 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150*210*16mm
- ISBN13 : 9791191651249
- ISBN10 : 11916512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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