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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발견 VOL 14 [2025]
소설의 발견 VOL 14 [2025]
Description
책소개
「소설의 발견」은 작가와 독자, 소설과 세상의 어긋난 자리를 되찾아 새롭게 선보이는 베리테의 숨은 소설 발굴 기획 시리즈다.
발간 주기는 독특하게도 연3회간으로 봄과 늦여름, 겨울이다.
이번 14호의 대상 작가는 2025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길란, 박진호, 이상하 소설가다.


길란 소설가는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복 있는 자들』로 데뷔했다.
본지에 발표한 소설 『그런 여자』는 직장 동료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연’을 험담하며 자기 내면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듯하지만, 실상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믿을 수 없는 화자’에 가깝다.
서사에 깃든 일상의 긴장과 미묘한 균열을 감지할 수 있다면, 누군가를 ‘그런 여자’로 분류하는 또다른 ‘그런 여자’의 불안도 함께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박진호 소설가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어떤 진심』으로 데뷔했다.
본지에 발표한 소설 『익몽』은 ‘빠질 익溺’과 ‘꿈 몽夢’을 합친 제목으로, 물이 아닌 꿈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족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다.
화자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치관과 관점이 정반대에 가깝지만 다소 비합리적이며 조금씩 삶이 나빠지는 선택을 택한다는 점에서 화자에게 비슷한 답답함을 선사한다.
그런데 단순히 미워하거나 탓하기보다는 이 적당한 어리석음에 일견 마음이 가는 건 왜일까.


이상하 소설가는 올해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친칠라취급주의』로 데뷔했다.
본지에 발표한 소설 『파키라와 당근』은 젊은 세대와 이 시대의 부조화를 넌지시 드러내는 감각적인 작품이다.
소설은 이른바 캥거루족이라 할 수 있는, 쉬었음 청년이 느끼는 무력감을 서로 상처 주고 또 애정하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사회 현상을 얘기하되 그저 개인의 잘못과 부족함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시대에 분명 필요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그런 여자-05
익몽(溺夢)-39
파키라와 당근-69
라운드테이블-105

책 속으로
“그런 여자들 있잖아.”
나는 침대에 누워 말했다.
남편은 내 옆자리에 반듯이 누워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 진짜 좋아하는 여자.
딱 그런 여자야.
요즘 말로 남미새라고 한다며?”
--- p.7

“차장님, 제가 뭐 잘못한 거 있나요?”
나는 연을 바라보았다.
연은 나를 보지 않았다.
여전히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연이 잘못한 게 뭐 있어.
그냥 내 문제야.
나는…… 결혼했잖아.”
--- p.26

금방 오겠다는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사이 여자는 조금씩 내게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빨리 자리를 떠나고 싶어하는 기색이었다.
기다렸다가 엄마 얼굴도 보고 가시라 했지만 여자는 한사코 손을 내저으며 마스크 위로 살가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별수 없이 들고 있던 P베이커리의 봉투를 여자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 p.38

들어맞을 것 같으면서도 모든 게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다.
얇은 축의봉투.
서울에 몇 개 없는 빵집.
아들을 데리고 빵을 골랐을 여자.
오른쪽 목 뒷덜미가 뻐근했다.
이 찝찝함은 기만이었다가 부끄러움으로, 다시 뻔뻔함에서 미안함으로,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올라가지도 가라앉지도 못하며 허우적댔다.
--- p.67

민주가 손사래 쳤다.
친구 언니를 속이고 싶지 않다면서 백을 줘도 안 할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속이는 게 아니라 블로그 서로이웃 역할을 해주면 되는 것이라 답했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민주가 입을 뗐다.
“너는 그 나이 먹고도 헛돈 참 잘 쓴다.”
--- p.71

캥거루14로 바꾼 후 대화를 읽었다.
누구는 부모가 투덜거리는 게 듣기 싫은데도 나갈 힘이 없어서 지금 이어폰을 끼고 있다고 했고, 또 누구는 마흔이 코 앞인데 용돈을 드리기는커녕 아직 용돈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화 사이사이에 채소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캥거루8이 만 원짜리 두 장을 찍어 보냈다.
트로트 가수 콘서트를 대신 티켓팅 해준 덕에 받은 돈이라 했다.
갑자기 채팅방에 여러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오이, 가지, 사과, 블루베리, 그리고 꽃까지.
모두들 맛있게 먹이를 주듯 이모티콘 하나로 캥거루가 털어놓은 말에 답하고 있었다.
--- p.72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30일
- 쪽수, 무게, 크기 : 148쪽 | 106*170*20mm
- ISBN13 : 9772765484005
- ISBN10 : 2765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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