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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소설선
박지원 소설선
Description
책소개
“덕이 있는 이에게는 사람이 모여들지.
덕이 없을까 걱정해야지 사람이 없을까 걱정하겠는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이자
실학을 대표하는 선각자 연암 박지원

옛것을 본받고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며
서민의 가치를 우러르는 법고창신의 정신

주요 사본을 두루 교감하고 「발승암기」를 새롭게 제시한 소설 전문 수록

연암 박지원의 소설 열한 편을 엮은 『박지원 소설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학계에서는 김태준의 『조선 소설사』(1933) 이래 박지원의 소설을 열 편으로 보아 왔으나, 이 책에서는 역자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가 「발승암기」 한 편을 추가하여 열한 편을 제시했다.
「발승암기」가 연암의 다른 소설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목록을 만드는 데 그 의의를 두었다.
연민문고 초고본과 그 밖의 초고본에 가까운 주요 사본을 교감하여 정본을 만들고 원문을 제시했다.
교감한 내용을 원문에 밝히고 그중 중요한 변화는 번역과 주석에 반영해 박지원의 소설 세계를 풍부하고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18세기의 대작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은 조선 후기를 넘어 조선 시대 전체를 대표하는 걸출한 문호다.
연암은 소설가이자 산문가, 시인, 그리고 선각적 실학자로서 시대를 이끈 사상가로 꼽힌다.
그의 문장은 재기가 넘치고 수사와 착상이 뛰어나 “붓을 한번 들면 잠깐 사이에 천 줄의 문장이 콸콸 흘러나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암은 자신의 창작 방향을 ‘옛것을 본받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로 규정했다.
그는 고대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18세기 조선의 인정세태를 반영하여 개성이 풍부한 문학을 창조했다.
특히 그의 문장은 틀에 박힌 식상함을 버리고 낯설고 생생한 구어적 표현을 구사하며, 해학과 농담을 섞고 인물의 참된 모습을 담은 대화를 삽입하여 현장감과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독자를 지루할 틈 없이 사로잡는 독특한 문체는 연암체(燕巖體)라 불리며 한양 도성에서 널리 읽혔다.
비록 삼십 대 중반에 과거 시험의 길을 포기했지만, 그는 뛰어난 문장가로 명성을 쌓아 쉰 살 이후에는 지방관으로 봉직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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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방경각외전(放?閣外傳)』의 소설

1 마장전(馬?傳) 9
2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21
3 민옹전(閔翁傳) 29
4 광문자전(廣文者傳) 43
5 양반전(兩班傳) 55
6 김신선전(金神仙傳) 62
7 우상전(虞裳傳) 73
[잃어버린 소설] 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 93
[잃어버린 소설] 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 96

2부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소설


1 호질(虎叱) 101
2 허생(許生) 121

3부 『연상각선본(煙湘閣選本)』의 소설


1 발승암기(髮僧菴記) 161
2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 169

원문 179

작품 해설 232
작가 연보 254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그러니 친구 사이에서 처신하는 데도 기술이 있어.
남을 칭찬하려거든 먼저 드러내 놓고 질책부터 하고, 친근함을 표현하려거든 노여움을 먼저 표현해야 해.
남과 친해지려거든 옴짝달싹 않고 선 채로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부끄러움을 타는 듯이 되돌아서.
남에게 내 말을 믿도록 하려거든 먼저 의심을 품도록 한 다음 기다려.

--- p.14 「마장전」 중에서

“아름다운 용모는 누구나 좋아해.
그러나 남자만 그런 게 아니고 여자도 똑같이 그래.
그러니 나처럼 못생겨서는 어떤 여자가 얼굴을 꾸밀 마음이 생기겠어.

--- p.47「광문자전」 중에서

곱게 꾸민 기생의 귀고리가 방 안에 떨어져 있고, 기르는 학의 모이가 뜰에 흩어져 있다.
출세 못 한 선비로 시골에 살아도 마음껏 권세를 부릴 수 있다.
이웃집 소를 끌어다 내 논을 먼저 갈고, 마을 백성을 데려다가 내 밭을 김매게 한다.
그래도 뉘가 감히 나를 업신여기랴? 거역하면 네놈 코에다 잿물을 부으리라.
상투 쥐고 흔들거나 수염 잡아 뽑아도 감히 원망하지 못한다…….
--- p.61 「양반전」 중에서

덕이 있으나 재능이 없으면 덕은 물건 없는 빈 그릇 꼴이 되고, 재능이 있으나 덕이 없으면 재능을 담을 그릇이 없는 꼴이 된다.
그릇이 있다고 해도 깊이가 너무 얕으면 안에 담긴 물건이 쉽게 넘친다.

--- p.86 「우상전」 중에서

문장은 천하의 지극한 보물이다.
문장가는 조물주의 동굴에서 심오한 진실을 꺼내고, 실상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숨겨진 비밀을 더듬어 파헤쳐 음양의 신비를 누설하기에 귀신은 그에게 분노하고 원망을 품는다.

--- p.87 「우상전」 중에서

범의 본성이 사람의 본성보다 낫지 않으냐? 범은 풀과 나무를 먹지도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도 않는다.
도리에 어긋나고 정신을 어지럽히는 술 같은 것을 즐기지도 않고, 새끼를 밴 짐승이나 알을 품은 어미, 작고 하찮은 동물에는 차마 손을 대지 않는다.
산에 들어가서는 노루와 사슴을 사냥하고, 들에서는 말과 소를 사냥한다.
그렇기는 하나 배를 채우려고 못되게 굴거나 먹을거리 가지고 다퉈 본 일이 한 번도 없다.
범의 도리가 광명정대하지 않으냐?
--- p.111 「호질」 중에서

“덕이 있는 이에게는 사람이 모여들지.
덕이 없을까 걱정해야지 사람이 없을까 걱정하겠는가?”
--- p.135 「허생」 중에서

시골 농가의 젊은 며느리나 도회지 골목의 청상과부는 부모가 재가하라고 억지로 권하지도 않고, 자손에게 벼슬을 주지 않는 남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과부로 수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여겨 흔히 한낮의 촛불처럼 희미한 목숨을 스스로 끊고서 남편을 따라 밤처럼 어두운 무덤 속에 들어가기를 소원한다.
물에 빠져 죽든 불에 타서 죽든 독약을 마시든 목을 매든 낙원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듯 목숨을 버리니 열녀는 열녀로되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 pp.170-171 「열녀함양박씨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대를 향한 불호령 - 「양반전」, 「호질」, 「허생」

연암의 소설 세계는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세 단계를 거치며 발전했다.
십 대에 집필한 『방경각외전』에서는 종로의 거지인 광문, 변소 치우는 엄 행수 등, 종래의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도회지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파격을 보인다.
그는 이 천하고 비루한 서민의 삶에서 지극히 향기롭고 의로운 인간적 가치와 품위를 발견하며 이들을 칭송하는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한다.
반면 상층의 양반과 학자는 무능하거나 위선적인 인간으로 묘사되며 풍자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양반전」은 몰락한 양반이 빚을 갚기 위해 그 신분을 팔고 사는 과정을 통해 양반이라는 신분제가 가진 허위성과 경제적 무능을 통쾌하게 풍자하는 우언 소설이다.
양반 신분을 증명하는 증서의 내용은 곧 양반 계층의 기만적 행태를 폭로하며, 독자에게 통쾌한 웃음과 깨달음을 동시에 안겨 준다.

장년기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 『열하일기』는 외국의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북학론(北學論)과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고 의식주 생활 향상을 꾀하는 이용후생론(利用厚生論), 치국과 외교의 경세론(經世論)을 투영한 사상서다.
그 안에는 두 편의 명작「호질」과 「허생」이 실려 있다.
「호질」은 의인화된 동물 범이 당대 최고의 유학자 북곽 선생을 꾸짖는 우언 소설이다.
작가는 유가 경전을 패러디하고 과장된 표현을 구사하여 유학자와 열녀의 위선적 처신을 폭로하고, 나아가 인간 중심주의와 문명 자체의 잔혹함을 질타하며 문명 비판의 의의를 보여 준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해학과 재치로 가득하다.
「허생」은 탁월한 장삿술과 국가 경영 능력을 지닌 재야 인재 허생의 이야기다.
허생은 조선의 경제를 주무르고 국제 무역을 펼치는 영웅호걸다운 기백으로 독자를 흡인하는 마력을 뽐낸다.
특히 북벌을 도모하는 집권층을 향해 조선 사대부의 무능과 위선, 허례허식을 질타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지식인의 경세(經世) 의식을 최고조로 드러낸 걸작이다.

노년기 작품인 「열녀함양박씨전」은 안의 현감 재직 중 발생한 젊은 과부의 자결을 소재로 삼았다.
서두와 본전에는 서로 다른 두 명의 과부가 등장한다.
자결한 열녀와 자결하지 않은 열녀다.
두 과부의 대비를 통해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를 웅변한다.
두 열녀를 나란히 세워 두어서 독자가 그 고통에 공감하고 불쌍하게 여기도록 했다.
연암은 이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간주하고, 열녀라는 이름에 가둬 여인을 죽음으로 모는 조선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와 몰인정함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인간의 고독과 연민, 시대를 초월한 문학의 봉우리

박지원의 소설은 세상에 나온 당시부터 그 주제와 문체로 인해 독자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호질」과 「허생」을 읽은 양반 사대부들은 북곽 선생과 이완 대장이 호되게 혼나는 장면을 보고 권위와 자존감이 무너지는 느낌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보수적 유학자들은 연암의 문장을 "괴상하고 미쳐 날뛰는 점"이 있다며 기피했다.

그러나 연암의 소설은 "세상을 희롱하는 뜻이 숨어 있고" , "독자를 움직이는 힘"을 지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필사본으로 널리 유통되었다.
후대 학자들은 그의 소설이 조선 사회의 가혹한 인간 차별과 고질적 병폐에 대한 분노가 승화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작가 스스로도 조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자신의 작가적 양심의 문학적 표현이었다고 말하며 , "남들은 숙환별세(宿患別世)라고 부고를 내지만 자기는 숙분별세(宿憤別世)로 부고를 내라."라고 일갈했을 만큼 시대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결국 연암의 소설은 이처럼 익살과 해학으로 힘을 가진 자를 비웃고 사회적 약자를 동정하며, 구조적 모순의 심층을 파헤치는 현실 비판의식과 인간의 불행에 공감하는 따뜻한 인간애와 연민을 동시에 담아낸다.
작품 속 녹여 낸 연암의 양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현재의 독자에게 닿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의 소설이 한국 문학의 큰 봉우리로 평가받는 데 크게 공헌했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30일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62g | 132*225*15mm
- ISBN13 : 9788937464645
- ISBN10 : 893746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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