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 산책 기행
Description
책소개
국립박물관 큐레이터가 설계한
가장 완벽한 인문 산책 코스
다산의 생가에서 묘역까지,
모든 것이 끝난 곳에서 정약용의 길을 걸어보았다
조선의 천재이자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젊은 관료 정약용.
18년이라는 기나긴 유배 생활 끝에 죄인의 꼬리표를 달고 고향 남양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이미 그를 버렸고 정치적 재기의 꿈은 영원히 닫혀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울분에 차 세상을 저주하거나 깊은 허무 속에 자신을 방치했을 절망의 시간이다.
하지만 다산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이 책은 다산이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 돌아온 남양주의 공간들?생가 여유당에서 묘역, 그리고 쓸쓸한 강변길?을 인문학 박사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따라 걷는 인문 산책 기행이다.
저자는 다산이 절망을 위대한 사상으로 승화시킨 수양의 전장으로 이 공간들을 재해석한다.
귀향 후 이어진 또 다른 18년의 시간 동안, 다산은 강진의 흙방에서 거칠게 써 내려갔던 500여 권의 저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며 무너져가는 조선을 위한 최후의 처방전을 완성했다.
벼슬길이 끊긴 대신 여유당의 좁은 방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닦는 수신(修身)을 택했고, 흐르는 강물 앞에서는 끓어오르는 분노 대신 시대를 관조하는 차가운 지성을 길러냈다.
스스로 자신의 묘비명(자찬묘지명)을 쓰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존엄을 역사 앞에 증명하고자 했던 그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박제된 위인이 아닌, 고통 속에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았던 실존적 인간 다산의 발자취를 좇는다.
능내역의 끊어진 철길에서 다산의 단절된 꿈을 읽고, 다산생태공원의 바람 속에서 그가 갈구했던 대동(大同)의 세상을 본다.
그렇게 실패와 좌절이라는 인생의 겨울 앞에 선 당신에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다산의 묵직한 침묵을 전한다.
이것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한 비장한 순례의 기록이다.
가장 완벽한 인문 산책 코스
다산의 생가에서 묘역까지,
모든 것이 끝난 곳에서 정약용의 길을 걸어보았다
조선의 천재이자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젊은 관료 정약용.
18년이라는 기나긴 유배 생활 끝에 죄인의 꼬리표를 달고 고향 남양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이미 그를 버렸고 정치적 재기의 꿈은 영원히 닫혀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울분에 차 세상을 저주하거나 깊은 허무 속에 자신을 방치했을 절망의 시간이다.
하지만 다산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이 책은 다산이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 돌아온 남양주의 공간들?생가 여유당에서 묘역, 그리고 쓸쓸한 강변길?을 인문학 박사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따라 걷는 인문 산책 기행이다.
저자는 다산이 절망을 위대한 사상으로 승화시킨 수양의 전장으로 이 공간들을 재해석한다.
귀향 후 이어진 또 다른 18년의 시간 동안, 다산은 강진의 흙방에서 거칠게 써 내려갔던 500여 권의 저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며 무너져가는 조선을 위한 최후의 처방전을 완성했다.
벼슬길이 끊긴 대신 여유당의 좁은 방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닦는 수신(修身)을 택했고, 흐르는 강물 앞에서는 끓어오르는 분노 대신 시대를 관조하는 차가운 지성을 길러냈다.
스스로 자신의 묘비명(자찬묘지명)을 쓰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존엄을 역사 앞에 증명하고자 했던 그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박제된 위인이 아닌, 고통 속에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았던 실존적 인간 다산의 발자취를 좇는다.
능내역의 끊어진 철길에서 다산의 단절된 꿈을 읽고, 다산생태공원의 바람 속에서 그가 갈구했던 대동(大同)의 세상을 본다.
그렇게 실패와 좌절이라는 인생의 겨울 앞에 선 당신에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다산의 묵직한 침묵을 전한다.
이것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한 비장한 순례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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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다산의 생애
입경(入境) : 다산 산책 기행
1부.
다산의 생가 여유당
2부.
다산의 서재 여유당 사랑채
3부.
다산 정약용 선생 묘
4부.
위대한 유산의 증거, 다산 기념관
5부.
왜 불편한가, 실학박물관
6부.
대동의 세상을 향해, 다산생태공원
7부.
시작과 끝, 능내역 폐역
출경(出境) : 다산 산책 기행
참고 문헌
입경(入境) : 다산 산책 기행
1부.
다산의 생가 여유당
2부.
다산의 서재 여유당 사랑채
3부.
다산 정약용 선생 묘
4부.
위대한 유산의 증거, 다산 기념관
5부.
왜 불편한가, 실학박물관
6부.
대동의 세상을 향해, 다산생태공원
7부.
시작과 끝, 능내역 폐역
출경(出境) : 다산 산책 기행
참고 문헌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우리가 이 여정에서 마주할 인물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다.
그는 한 시대가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컸던 존재였으며, 빛나는 재능으로 가득 했으나 깊은 암흑으로 내몰린 비운의 천재였다.
지혜로운 군주 정조(正祖)의 신임 아래 백성을 위한 세상을 다스리고 실용을 이룬다는 웅대한 포부를 펼치던 짧은 시기는 봄날의 꿈처럼 흩어졌고, 그의 생애 대부분은 18년이라는 길고 깊은 유배의 세월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의 삶에 드리운 조선의 낡은 모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오히려 '실학(實學)'의 결실을 더욱 밝고 견고하게 여물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 「입경(入境) : 다산 산책 기행」 중에서
1818년, 18년의 기나긴 세월을 유배지 강진에서 보낸 다산이 마침내 고향 마재(현재의 능내리)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 무려 57세.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을 오가던 빛나던 젊은 관료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그가 지금 디딘 고향은, 마치 모든 것이 멈추고 모든 길이 끊겨버린 '폐역'과도 같았다.
더는 그가 나아갈 철길은 보이지 않았다.
18년 전, 그를 아꼈던 군주 정조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큰 풍파가 몰아닥쳤다.
1801년의 신유박해.
천주교에 연루되었다는 죄목은 표면적인 이유였으며, 그 이면에는 그의 재능과 세상을 바꾸려 했던 개혁 의지를 두려워했던 반대 세력의 뜻이 있었다.
그는 제거해야 할 정적(政敵)이었다.
--- 「프롤로그 : 능내역 폐역」 중에서
이것이 바로 유학의 근본 덕목이자 모든 실천의 출발점인 수신(修身), 즉 자신을 닦는 태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법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책임을 부여받는 현대의 성년(成年)과는 달리, 전근대 사회에서 성인(聖人)이라 불린 인물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인품으로 존경받았다.
성인은 자신의 행동에 온전히 책임을 질 줄 알고, 행동거지가 신중하며, 인품이 온화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냉정하고 엄격한 사람, 즉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구현하려 평생 애쓰는 존재였다.
--- 「1부 다산의 생가 여유당」 중에서
우리의 걸음은 다산이 말년을 보낸 여유당 서재에서 시작했다.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묵향이나 책의 무게에 더해, 한 인간이 시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학문으로 꽃피워 낸 삶의 태도다.
여유당 서재는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해 자기경영을 이룬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다산이 보여준 공부의 방식―읽고, 쓰고, 가르치며 자신을 굳건히 구축하는 일―은 겪고 있는 어려움이 크고 작음을 떠나, 삶의 고비를 지나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유배지에서 행한 지식경영은 흩어진 마음을 붙들어 매고, 고통의 시간을 배움의 시간으로 바꾸는 힘이 되었다.
--- 「2부 다산의 서재 여유당 사랑채」 중에서
그리고 한 개인의 단점을 고치는 일에는 빠르고 느린 것이 따로 없다.
다산 또한 자신의 회갑에 이르러서야 지난날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며 그 기록을 자찬묘지명에 남기지 않았는가.
물론, 단점을 고치는 것에 빠르고 느린 것은 없다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단점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이미 생긴 단점을 없애려 애쓰는 것보다 더 나은 길임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오일삼성오신의 글귀는, 매일 자신을 살피는 자세를 통해 가능한 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단점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 갈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다.
그는 한 시대가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컸던 존재였으며, 빛나는 재능으로 가득 했으나 깊은 암흑으로 내몰린 비운의 천재였다.
지혜로운 군주 정조(正祖)의 신임 아래 백성을 위한 세상을 다스리고 실용을 이룬다는 웅대한 포부를 펼치던 짧은 시기는 봄날의 꿈처럼 흩어졌고, 그의 생애 대부분은 18년이라는 길고 깊은 유배의 세월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의 삶에 드리운 조선의 낡은 모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오히려 '실학(實學)'의 결실을 더욱 밝고 견고하게 여물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 「입경(入境) : 다산 산책 기행」 중에서
1818년, 18년의 기나긴 세월을 유배지 강진에서 보낸 다산이 마침내 고향 마재(현재의 능내리)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 무려 57세.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을 오가던 빛나던 젊은 관료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그가 지금 디딘 고향은, 마치 모든 것이 멈추고 모든 길이 끊겨버린 '폐역'과도 같았다.
더는 그가 나아갈 철길은 보이지 않았다.
18년 전, 그를 아꼈던 군주 정조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큰 풍파가 몰아닥쳤다.
1801년의 신유박해.
천주교에 연루되었다는 죄목은 표면적인 이유였으며, 그 이면에는 그의 재능과 세상을 바꾸려 했던 개혁 의지를 두려워했던 반대 세력의 뜻이 있었다.
그는 제거해야 할 정적(政敵)이었다.
--- 「프롤로그 : 능내역 폐역」 중에서
이것이 바로 유학의 근본 덕목이자 모든 실천의 출발점인 수신(修身), 즉 자신을 닦는 태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법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책임을 부여받는 현대의 성년(成年)과는 달리, 전근대 사회에서 성인(聖人)이라 불린 인물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인품으로 존경받았다.
성인은 자신의 행동에 온전히 책임을 질 줄 알고, 행동거지가 신중하며, 인품이 온화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냉정하고 엄격한 사람, 즉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구현하려 평생 애쓰는 존재였다.
--- 「1부 다산의 생가 여유당」 중에서
우리의 걸음은 다산이 말년을 보낸 여유당 서재에서 시작했다.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묵향이나 책의 무게에 더해, 한 인간이 시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학문으로 꽃피워 낸 삶의 태도다.
여유당 서재는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해 자기경영을 이룬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다산이 보여준 공부의 방식―읽고, 쓰고, 가르치며 자신을 굳건히 구축하는 일―은 겪고 있는 어려움이 크고 작음을 떠나, 삶의 고비를 지나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유배지에서 행한 지식경영은 흩어진 마음을 붙들어 매고, 고통의 시간을 배움의 시간으로 바꾸는 힘이 되었다.
--- 「2부 다산의 서재 여유당 사랑채」 중에서
그리고 한 개인의 단점을 고치는 일에는 빠르고 느린 것이 따로 없다.
다산 또한 자신의 회갑에 이르러서야 지난날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며 그 기록을 자찬묘지명에 남기지 않았는가.
물론, 단점을 고치는 것에 빠르고 느린 것은 없다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단점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이미 생긴 단점을 없애려 애쓰는 것보다 더 나은 길임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오일삼성오신의 글귀는, 매일 자신을 살피는 자세를 통해 가능한 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단점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 갈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다.
--- 「3부 다산 정약용 선생 묘」 중에서,
출판사 리뷰
폐허 위에서 다시 쓴 삶의 기록,
다산 산책 기행
인생의 겨울은 예고 없이 찾아와 존엄을 묻는다.
18년이라는 긴 유배 끝에 다산 정약용이 마주한 고향 남양주는 안락한 귀환처가 될 수 없었다.
그곳은 쇠락한 육신과 정치적인 사형선고라는 낙인이 기다리는 또 다른 유배지였다.
세상은 그에게 철저한 침묵과 망각을 강요했다.
그러나 다산은 그 거대한 단절의 시간을 허투루 소모하지 않았다.
그는 고립을 고독으로 바꾸고, 단절을 몰입으로 승화시켰다.
이 책은 다산이 생의 후반기 18년 동안, 벼슬길이 막힌 좁은 방을 우주 삼아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다시 쌓아 올렸는지 추적한다.
그는 무너져가는 조선의 현실을 직시하며 《목민심서》와 《흠흠신서》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스스로 묘비명(자찬묘지명)을 지으며 타인의 평가 대신 자신의 언어로 생의 가치를 확정 지었다.
이는 저술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너진 현실 앞에서도 마음의 주인 된 자리는 결코 훼손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숭고한 투쟁이었다.
박제된 역사를 걸어 나와,
길 위에서 사유(思惟)하는 실존을 만나다
박물관 유리 진열장 안의 다산은 정지된 유물에 머무른다.
국립박물관 큐레이터인 저자는 관념에 갇힌 다산을 해방시켜, 그가 실제로 호흡하고 고뇌했던 남양주의 구체적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생가 여유당의 적막에서 시작해 실학박물관의 지성, 다산생태공원의 자연, 그리고 능내역 폐역의 멈춤으로 이어지는 이 여정은 일반적인 산책 코스와는 결이 다르다.
이는 한 지식인이 끓어오르는 울분과 고통을 다스리며 자신을 닦아 나간 수신(修身)의 길이다.
저자는 풍경 이면에 깃든 다산의 마음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다산에게 산책이란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는 의식이자, 강물에 비친 자신을 응시하며 시대를 관조하는 철학적 수행이었다.
책상 앞의 차가운 학자가 걷는 길과는 다르다.
거친 산길을 오르며 무너진 마음을 묵묵히 다잡았던 피 끓는 인간 정약용의 실존적 고뇌가 길 위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멈춰선 시간,
그 깊은 침잠(沈潛)이 전하는 묵직한 위로
삶이 마치 폐역(廢驛)처럼 멈춰버린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낀다면, 이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어보기를 권한다.
다산은 실패라는 심연 앞에서 도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둠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봄을 스스로 경작해 냈다.
〈다산 산책 기행〉은 인문 여행서의 형식을 빌려 전하는 삶의 주도권에 관한 철학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끝내 자신을 놓지 않았던 거인의 뒷모습은 우리에게 묵직한 진실을 건넨다.
참된 위대함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내는 그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다산 산책 기행
인생의 겨울은 예고 없이 찾아와 존엄을 묻는다.
18년이라는 긴 유배 끝에 다산 정약용이 마주한 고향 남양주는 안락한 귀환처가 될 수 없었다.
그곳은 쇠락한 육신과 정치적인 사형선고라는 낙인이 기다리는 또 다른 유배지였다.
세상은 그에게 철저한 침묵과 망각을 강요했다.
그러나 다산은 그 거대한 단절의 시간을 허투루 소모하지 않았다.
그는 고립을 고독으로 바꾸고, 단절을 몰입으로 승화시켰다.
이 책은 다산이 생의 후반기 18년 동안, 벼슬길이 막힌 좁은 방을 우주 삼아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다시 쌓아 올렸는지 추적한다.
그는 무너져가는 조선의 현실을 직시하며 《목민심서》와 《흠흠신서》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스스로 묘비명(자찬묘지명)을 지으며 타인의 평가 대신 자신의 언어로 생의 가치를 확정 지었다.
이는 저술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너진 현실 앞에서도 마음의 주인 된 자리는 결코 훼손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숭고한 투쟁이었다.
박제된 역사를 걸어 나와,
길 위에서 사유(思惟)하는 실존을 만나다
박물관 유리 진열장 안의 다산은 정지된 유물에 머무른다.
국립박물관 큐레이터인 저자는 관념에 갇힌 다산을 해방시켜, 그가 실제로 호흡하고 고뇌했던 남양주의 구체적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생가 여유당의 적막에서 시작해 실학박물관의 지성, 다산생태공원의 자연, 그리고 능내역 폐역의 멈춤으로 이어지는 이 여정은 일반적인 산책 코스와는 결이 다르다.
이는 한 지식인이 끓어오르는 울분과 고통을 다스리며 자신을 닦아 나간 수신(修身)의 길이다.
저자는 풍경 이면에 깃든 다산의 마음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다산에게 산책이란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는 의식이자, 강물에 비친 자신을 응시하며 시대를 관조하는 철학적 수행이었다.
책상 앞의 차가운 학자가 걷는 길과는 다르다.
거친 산길을 오르며 무너진 마음을 묵묵히 다잡았던 피 끓는 인간 정약용의 실존적 고뇌가 길 위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멈춰선 시간,
그 깊은 침잠(沈潛)이 전하는 묵직한 위로
삶이 마치 폐역(廢驛)처럼 멈춰버린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낀다면, 이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어보기를 권한다.
다산은 실패라는 심연 앞에서 도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둠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봄을 스스로 경작해 냈다.
〈다산 산책 기행〉은 인문 여행서의 형식을 빌려 전하는 삶의 주도권에 관한 철학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끝내 자신을 놓지 않았던 거인의 뒷모습은 우리에게 묵직한 진실을 건넨다.
참된 위대함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내는 그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220쪽 | 135*200*20mm
- ISBN13 : 9791199438460
- ISBN10 : 1199438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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