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제왕
Description
책소개
그 멋진 나선형 껍데기의 암모나이트에서 말랑말랑한 문어와 오징어까지,
5억 년 두족류 가문의 쫄깃한 진화 이야기
“이 매력적인 책은 1960년대 고생물학자들이 공룡에게 했던 일을
원시 두족류에게 해주는 듯하다.
대중이 그 멋진 동물들의 진가를
다시금 알아보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 말이다.”
―제니퍼 울렛/ 『나와 내 자아와 이유』 저자
고·중생대의 암모나이트, 중생대의 벨렘나이트, 신생대의 오징어…
5억 년 동안 줄곧, 두족류는 ‘생태계 핵심종’이었다!
오징어는 다리가 10개, 문어는 8개(그래서 영어이름이 octopus다), 그리고 현존하는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 두족류 집안의 한 갈래 앵무조개는 60~90개다.
원래는 10개였고, 그건 이 셋의 배아 단계를 보면 안다.
그런데 오징어는 다리 중 ‘넷째’ 쌍이 촉완으로 길어지고, 문어는 ‘둘째’ 쌍이 변형되어 결국 사라졌으며, 앵무조개는 맨위의 두 촉수가 합쳐져서 머리덮개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파울’을 비롯한 점쟁이 문어들을 기억하는가? 오징어튀김과 문어숙회 맛은?
“그 불쌍한 것들은 맛있게 태어났다.” 수명 대략 1년인 오징어는 알을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 낳고 죽어버린다.
알과 새끼 대다수는 잡아먹힌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손톱보다 작아 다른 새끼 물고기와 수생 벌레의 밥이다.
하지만 오징어는 빨리 자라서, 살아남은 새끼들은 며칠, 몇 주 만에 판을 뒤집고, 한때 적이었던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살이 오른 오징어는 이제 더 큰 포식자들의 관심을 끈다.
지금, 사우스조지아섬 코끼리물범 개체군은 오징어와 문어를 해마다 230만 톤씩 먹어치운다.
향유고래 한 마리는 오징어를 ‘날마다’ 700~800마리씩 먹을 수 있다.
이 기구한 팔자 덕에, 오징어는 ‘생태계 핵심종’(ecological keystone)으로서 먹이그물의 중심을 이룬다.
오징어가 신생대에 그렇고, 가문의 조상 암모나이트와 벨렘나이트가 고생대와 중생대에 그랬다.
정말, 고생대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고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을까? 최상위포식자를 보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류의 시대’는 먹이그물의 중심인 ‘암모나이트류의 시대’이기도 했고, 중생대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 상당수는 심지어 대표 화석동물로서 “암모나이트류의 비중이 공룡보다 1000배 넘게 크다”고 본다.
게다가 두족류 가문 5억 년의 역사는 ‘가보’라고 할 그 껍데기를 통해 ‘진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새로운 생물은 어떻게 생겨날까?’라는 물음에 아주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껍데기에는 알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개체 발생의 모든 증거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그렇게 오징어와 문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 책은 5억 년 전 최초로 ‘동물다운’ 몸을 갖추고 나타나, 바다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헤엄’을 발명해 바다의 제왕이 된 이래, 여러 차례의 멸종 사건을 뚫고 ‘공포의 포식자’인 어류와, 또 고래와 공진화해온 두족류 가문의 장대한 대서사시다.
(아쉽게도, 이 책에 낙지와 꼴뚜기는 안 나온다.
직계가 아니라 방계인 듯.)
그것은 처음에는 껍데기를 만들고, 층층이 쌓고, 나선형으로 말았다가… 나중에는 그 껍데기를 (가시형의 돌기로 만든 친척들과 달리) 부드러운 몸 안에 넣어버리거나(오징어) 아예 없애버린(문어), 그 대신 카멜레온 뺨치는 위장술, 인간의 눈에 비할 만한 시각, 제트 추진에 지느러미를 곁들여 쓰는 영법, 우리가 아직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지능을 갖추게 되는 엄청난 혁신의 과정이었다.
“오징어와 문어, 그들의 친척에 대한 관점을 바꿔”(『뉴 사이언티스트』)주는 족보를 살짝 들여다보자.
5억 년 두족류 가문의 쫄깃한 진화 이야기
“이 매력적인 책은 1960년대 고생물학자들이 공룡에게 했던 일을
원시 두족류에게 해주는 듯하다.
대중이 그 멋진 동물들의 진가를
다시금 알아보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 말이다.”
―제니퍼 울렛/ 『나와 내 자아와 이유』 저자
고·중생대의 암모나이트, 중생대의 벨렘나이트, 신생대의 오징어…
5억 년 동안 줄곧, 두족류는 ‘생태계 핵심종’이었다!
오징어는 다리가 10개, 문어는 8개(그래서 영어이름이 octopus다), 그리고 현존하는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 두족류 집안의 한 갈래 앵무조개는 60~90개다.
원래는 10개였고, 그건 이 셋의 배아 단계를 보면 안다.
그런데 오징어는 다리 중 ‘넷째’ 쌍이 촉완으로 길어지고, 문어는 ‘둘째’ 쌍이 변형되어 결국 사라졌으며, 앵무조개는 맨위의 두 촉수가 합쳐져서 머리덮개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파울’을 비롯한 점쟁이 문어들을 기억하는가? 오징어튀김과 문어숙회 맛은?
“그 불쌍한 것들은 맛있게 태어났다.” 수명 대략 1년인 오징어는 알을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 낳고 죽어버린다.
알과 새끼 대다수는 잡아먹힌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손톱보다 작아 다른 새끼 물고기와 수생 벌레의 밥이다.
하지만 오징어는 빨리 자라서, 살아남은 새끼들은 며칠, 몇 주 만에 판을 뒤집고, 한때 적이었던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살이 오른 오징어는 이제 더 큰 포식자들의 관심을 끈다.
지금, 사우스조지아섬 코끼리물범 개체군은 오징어와 문어를 해마다 230만 톤씩 먹어치운다.
향유고래 한 마리는 오징어를 ‘날마다’ 700~800마리씩 먹을 수 있다.
이 기구한 팔자 덕에, 오징어는 ‘생태계 핵심종’(ecological keystone)으로서 먹이그물의 중심을 이룬다.
오징어가 신생대에 그렇고, 가문의 조상 암모나이트와 벨렘나이트가 고생대와 중생대에 그랬다.
정말, 고생대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고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을까? 최상위포식자를 보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류의 시대’는 먹이그물의 중심인 ‘암모나이트류의 시대’이기도 했고, 중생대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 상당수는 심지어 대표 화석동물로서 “암모나이트류의 비중이 공룡보다 1000배 넘게 크다”고 본다.
게다가 두족류 가문 5억 년의 역사는 ‘가보’라고 할 그 껍데기를 통해 ‘진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새로운 생물은 어떻게 생겨날까?’라는 물음에 아주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껍데기에는 알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개체 발생의 모든 증거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그렇게 오징어와 문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 책은 5억 년 전 최초로 ‘동물다운’ 몸을 갖추고 나타나, 바다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헤엄’을 발명해 바다의 제왕이 된 이래, 여러 차례의 멸종 사건을 뚫고 ‘공포의 포식자’인 어류와, 또 고래와 공진화해온 두족류 가문의 장대한 대서사시다.
(아쉽게도, 이 책에 낙지와 꼴뚜기는 안 나온다.
직계가 아니라 방계인 듯.)
그것은 처음에는 껍데기를 만들고, 층층이 쌓고, 나선형으로 말았다가… 나중에는 그 껍데기를 (가시형의 돌기로 만든 친척들과 달리) 부드러운 몸 안에 넣어버리거나(오징어) 아예 없애버린(문어), 그 대신 카멜레온 뺨치는 위장술, 인간의 눈에 비할 만한 시각, 제트 추진에 지느러미를 곁들여 쓰는 영법, 우리가 아직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지능을 갖추게 되는 엄청난 혁신의 과정이었다.
“오징어와 문어, 그들의 친척에 대한 관점을 바꿔”(『뉴 사이언티스트』)주는 족보를 살짝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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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왜 하필 오징어인가?
제1장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들의 세계
제2장 제국의 발흥
제3장 헤엄 혁명
제4장 변화무쌍한 껍데기
제5장 껍데기 에워싸기
제6장 제국의 몰락
제7장 재침략
제8장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맺음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후주
찾아보기
제1장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들의 세계
제2장 제국의 발흥
제3장 헤엄 혁명
제4장 변화무쌍한 껍데기
제5장 껍데기 에워싸기
제6장 제국의 몰락
제7장 재침략
제8장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맺음말: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감사의 말
옮기고 나서
후주
찾아보기
책 속으로
‘coleoid’(초형류)라는 단어는 ‘칼집’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칼집은 칼을 감싸고, 초형류의 몸통은 자기 껍데기를(혹은 껍데기가 퇴화되고 남은 흔적을) 감싼다.
초형류에는 현생 두족류 중 앵무조개가 아닌 모든 동물―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등―과 수많은 화석종이 포함된다.
문어는 워낙 물렁해서 껍데기의 흔적도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오징어와 갑오징어는 둘 다 그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한다.
오징어는 몸속의 ‘글래디어스gladius’(펜, 오징어뼈)라는 가느다란 막대가 몸통을 빳빳하게 지탱하며 근육 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준다.
갑오징어는 겉모습만 보면 오징어와 흡사하지만, 몸속에 더 복잡한 ‘커틀본’(갑오징어뼈)이란 석회질 구조물이 있다.
커틀본을 새장에 매달아놓은 모습을 본 사람도 많을 텐데, 거기 함유된 칼슘 성분은 반려 조류에게 영양제가 된다.
--- p.29
과학자들은 껍데기에 방이 여럿 생기는 과정이 다음과 같이 간단한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으리라고 본다.
첫째, 일부 단판류가 바닷물보다 염분 농도가 낮은 액체를 껍데기 속에 분비하기 시작했다.
열기구 속의 공기가 가열되면 주변 공기보다 가벼워지듯이, 껍데기 속의 물도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 주변 물보다 가벼워진다.
그 덕분에 해저에서 해당 동물이 계속해서 무거운 껍데기를 짊어지고 기어다니기가 한결 수월해졌을 것이다.
둘째, 그렇게 처음으로 껍데기를 가볍게 만든 동물들의 후손 가운데 일부는 액체 분비와 석회질(껍데기 성분) 추가 분비를 번갈아 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주기적으로 석회질을 분비했으면 껍데기 속의 방들이 봉해져서 유체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셋째, 그런 후손들의 후손들은 껍데기 속 모든 방을 관통하며 뻗어 있는 가느다란 육질 관을 이용해 액체를 빼내고 그 대신 기체를 넣었다.
이로써 부력이 더 커지자 동물의 껍데기와 연질부가 함께 중층수로 떠올랐다.
--- p.54~55
원시 두족류의 껍데기는 곧고 길게 뻗은 모양이었는데, 대체로 길이가 30센티미터에서 2미터 사이였다.
하지만 엔도케라스 기간테움이란 적절한 이름이 붙은 한 종은 약 3.5미터까지 자랐다.
농구 골대의 림보다도 높았고, 어떤 아노말로카리스보다도 훨씬 컸다.
사실상 당시까지 등장했던 어떤 생물보다도 컸다.
그 껍데기는 부력이 하도 커져서 엔도케라스가 뾰족한 쪽의 몇몇 방을 무거운 무기질로 되메워야 했을 정도였다.
무기질을 주입할 때는 아마 연실세관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 덕분에 반대쪽 끄트머리의 연질부 무게가 상쇄되어서 엔도케라스는 꼴사나운 느낌표 모양으로 깐닥거리지 않고 자기보다 작은 친척들처럼 수평으로 헤엄칠 수 있었다.
--- p.65
오르도비스기에 크고 작은 두족류가 바다 곳곳에 분포하면서 사냥이나 여과 섭식이나 부식 활동을 하는 동안(어쩌면 세 가지 다 했는지도 모른다) 두족류와 별로 관계없고 얌전한 ‘척추동물’이라는 계통에서 제대로 된 어류가 처음 탄생했다.
그들은 지느러미와 꼬리와 아가미는 물론이고 두개골도 있었으나 턱이 없었다.
그래서 물거나 씹을 필요가 없는 먹이라면 무엇이든 들이마셨으므로 필시 두족류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이어진 실루리아기에는 그 기묘하고 뼈 많은 동물들의 몸에서 정말 위험한 어떤 것이 발달했다.
--- p.69
두족류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
데본기가 끝날 무렵이 되자, 껍데기가 곧거나 헐겁게 말려 있는 두족류는 다양성과 개체 수가 줄어들고, 껍데기가 촘촘하게 말려 있는 두족류는 번성하게 되었다.
나선형 껍데기는 속도와 기동성 측면에서 절단형 껍데기와 같은 이점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연질부를 보호해주기도 했다.
나선형 껍데기는 붙잡기도 어렵고, 붙들고 있기도 어렵고, 부수기도 어렵다.
두족류는 바로 그런 방어 수단이 필요했다.
--- p.75
페름기 말의 화산 분화로 바닷물 pH가 오늘날처럼 급격히 변하게 됐다면, 대멸종기에 최대 규모의 사망 사태가 바닷속에서 발생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당시 바다에서는 모든 생물 종 가운데 96퍼센트가 사라졌다.
무척추동물이 척추동물보다 큰 타격을 입었지만, 상어류와 가오리류도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암모나이트류도 물론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앵무조개는 초토화되지 않았다.
(...) 고생물학자들은 보통 둘의 번식 전략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분명히 환경 변화와 관련된 어떤 요인이 수명 길고 알 크기가 큰 앵무조개류에게는 유리했던 반면 수명 짧고 알 크기가 작은 암모나이트류에게는 불리했을 것이다.
--- p.94
빨판, 다리 갈고리, 먹물처럼 우리가 초형류의 독특한 특징으로 여기는 점 가운데 상당수는 트라이아스기의 화석기록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 진화적 혁신은 껍데기의 상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초형류는 헤엄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빠른 먹잇감을 뒤쫓을 수 있게 되었다.
빨판이나 갈고리를 이용하면 그런 먹잇감을 잡고 붙들기가 한결 수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껍데기가 없으면 공격받기 쉬워지므로 새로운 방어 수단이 생겨났다.
바로 먹물이다.
앵무조개류나 암모나이트류에선 나타난 적 없는 먹물은 초형류 화석에서 보존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멜라닌이란 색소의 안정성 덕분이다.
화석화된 벨렘나이트 먹물은 1826년에 영국 고생물학자 메리 애닝이 처음 발견했다.
그녀의 친구이자 같은 화석 수집가인 엘리자베스 필포트가 그 먹물을 복원해 익티오사우루스를 그렸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화석 먹물 그림이란 트렌드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p.129~30
벨렘나이트 그림을 보면 지느러미 한 쌍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로써 벨렘나이트는 우리의 두족류 역사 여행에서 처음 나타난 지느러미 있는 두족류가 된다.
왜 하필 지느러미일까? 제트 추진은 본래 어류, 해양 파충류, 해양 포유류 등 대부분의 유영생물이 쓰는 물장구질이나 파동 영법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두족류는 그런 비효율성을 완화하려고 여러 가지 유사 영법으로 수렴 진화를 해왔다.
앵무조개는 누두의 살을 꿈틀거려 이동하는 대안적 방법을 개발했고, 초형류는 지느러미를 발달시켰다.
갑오징어 같은 일부 현생 초형류는 이제 거의 항상 지느러미로 이동하다가 급박한 상황에서만 제트 추진을 한다.
--- p.135~36
신생대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면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는 기후 변화라는 측면이다.
빙하 작용이 시작되면서 두족류가 다시 연안수로 이동한 일도 여기 포함된다.
둘째, 고래의 진화와 현생 어류의 방산은 초형류에서 서식지 변화와 최종적인 껍데기 축소를 유도하는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한다.
현생 오징어에서는 방추부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암모니아로 부력을 조절하는 방식이 발달했는데, 그 결과로 오징어가 화석기록에서 지워지는 특이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앵무조개는 어떻게든 겉껍데기를 용케 간직해왔다.
칼집은 칼을 감싸고, 초형류의 몸통은 자기 껍데기를(혹은 껍데기가 퇴화되고 남은 흔적을) 감싼다.
초형류에는 현생 두족류 중 앵무조개가 아닌 모든 동물―문어, 오징어, 갑오징어 등―과 수많은 화석종이 포함된다.
문어는 워낙 물렁해서 껍데기의 흔적도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오징어와 갑오징어는 둘 다 그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한다.
오징어는 몸속의 ‘글래디어스gladius’(펜, 오징어뼈)라는 가느다란 막대가 몸통을 빳빳하게 지탱하며 근육 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준다.
갑오징어는 겉모습만 보면 오징어와 흡사하지만, 몸속에 더 복잡한 ‘커틀본’(갑오징어뼈)이란 석회질 구조물이 있다.
커틀본을 새장에 매달아놓은 모습을 본 사람도 많을 텐데, 거기 함유된 칼슘 성분은 반려 조류에게 영양제가 된다.
--- p.29
과학자들은 껍데기에 방이 여럿 생기는 과정이 다음과 같이 간단한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으리라고 본다.
첫째, 일부 단판류가 바닷물보다 염분 농도가 낮은 액체를 껍데기 속에 분비하기 시작했다.
열기구 속의 공기가 가열되면 주변 공기보다 가벼워지듯이, 껍데기 속의 물도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 주변 물보다 가벼워진다.
그 덕분에 해저에서 해당 동물이 계속해서 무거운 껍데기를 짊어지고 기어다니기가 한결 수월해졌을 것이다.
둘째, 그렇게 처음으로 껍데기를 가볍게 만든 동물들의 후손 가운데 일부는 액체 분비와 석회질(껍데기 성분) 추가 분비를 번갈아 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주기적으로 석회질을 분비했으면 껍데기 속의 방들이 봉해져서 유체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셋째, 그런 후손들의 후손들은 껍데기 속 모든 방을 관통하며 뻗어 있는 가느다란 육질 관을 이용해 액체를 빼내고 그 대신 기체를 넣었다.
이로써 부력이 더 커지자 동물의 껍데기와 연질부가 함께 중층수로 떠올랐다.
--- p.54~55
원시 두족류의 껍데기는 곧고 길게 뻗은 모양이었는데, 대체로 길이가 30센티미터에서 2미터 사이였다.
하지만 엔도케라스 기간테움이란 적절한 이름이 붙은 한 종은 약 3.5미터까지 자랐다.
농구 골대의 림보다도 높았고, 어떤 아노말로카리스보다도 훨씬 컸다.
사실상 당시까지 등장했던 어떤 생물보다도 컸다.
그 껍데기는 부력이 하도 커져서 엔도케라스가 뾰족한 쪽의 몇몇 방을 무거운 무기질로 되메워야 했을 정도였다.
무기질을 주입할 때는 아마 연실세관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 덕분에 반대쪽 끄트머리의 연질부 무게가 상쇄되어서 엔도케라스는 꼴사나운 느낌표 모양으로 깐닥거리지 않고 자기보다 작은 친척들처럼 수평으로 헤엄칠 수 있었다.
--- p.65
오르도비스기에 크고 작은 두족류가 바다 곳곳에 분포하면서 사냥이나 여과 섭식이나 부식 활동을 하는 동안(어쩌면 세 가지 다 했는지도 모른다) 두족류와 별로 관계없고 얌전한 ‘척추동물’이라는 계통에서 제대로 된 어류가 처음 탄생했다.
그들은 지느러미와 꼬리와 아가미는 물론이고 두개골도 있었으나 턱이 없었다.
그래서 물거나 씹을 필요가 없는 먹이라면 무엇이든 들이마셨으므로 필시 두족류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이어진 실루리아기에는 그 기묘하고 뼈 많은 동물들의 몸에서 정말 위험한 어떤 것이 발달했다.
--- p.69
두족류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
데본기가 끝날 무렵이 되자, 껍데기가 곧거나 헐겁게 말려 있는 두족류는 다양성과 개체 수가 줄어들고, 껍데기가 촘촘하게 말려 있는 두족류는 번성하게 되었다.
나선형 껍데기는 속도와 기동성 측면에서 절단형 껍데기와 같은 이점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연질부를 보호해주기도 했다.
나선형 껍데기는 붙잡기도 어렵고, 붙들고 있기도 어렵고, 부수기도 어렵다.
두족류는 바로 그런 방어 수단이 필요했다.
--- p.75
페름기 말의 화산 분화로 바닷물 pH가 오늘날처럼 급격히 변하게 됐다면, 대멸종기에 최대 규모의 사망 사태가 바닷속에서 발생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당시 바다에서는 모든 생물 종 가운데 96퍼센트가 사라졌다.
무척추동물이 척추동물보다 큰 타격을 입었지만, 상어류와 가오리류도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암모나이트류도 물론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앵무조개는 초토화되지 않았다.
(...) 고생물학자들은 보통 둘의 번식 전략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분명히 환경 변화와 관련된 어떤 요인이 수명 길고 알 크기가 큰 앵무조개류에게는 유리했던 반면 수명 짧고 알 크기가 작은 암모나이트류에게는 불리했을 것이다.
--- p.94
빨판, 다리 갈고리, 먹물처럼 우리가 초형류의 독특한 특징으로 여기는 점 가운데 상당수는 트라이아스기의 화석기록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 진화적 혁신은 껍데기의 상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초형류는 헤엄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빠른 먹잇감을 뒤쫓을 수 있게 되었다.
빨판이나 갈고리를 이용하면 그런 먹잇감을 잡고 붙들기가 한결 수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껍데기가 없으면 공격받기 쉬워지므로 새로운 방어 수단이 생겨났다.
바로 먹물이다.
앵무조개류나 암모나이트류에선 나타난 적 없는 먹물은 초형류 화석에서 보존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멜라닌이란 색소의 안정성 덕분이다.
화석화된 벨렘나이트 먹물은 1826년에 영국 고생물학자 메리 애닝이 처음 발견했다.
그녀의 친구이자 같은 화석 수집가인 엘리자베스 필포트가 그 먹물을 복원해 익티오사우루스를 그렸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화석 먹물 그림이란 트렌드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p.129~30
벨렘나이트 그림을 보면 지느러미 한 쌍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로써 벨렘나이트는 우리의 두족류 역사 여행에서 처음 나타난 지느러미 있는 두족류가 된다.
왜 하필 지느러미일까? 제트 추진은 본래 어류, 해양 파충류, 해양 포유류 등 대부분의 유영생물이 쓰는 물장구질이나 파동 영법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두족류는 그런 비효율성을 완화하려고 여러 가지 유사 영법으로 수렴 진화를 해왔다.
앵무조개는 누두의 살을 꿈틀거려 이동하는 대안적 방법을 개발했고, 초형류는 지느러미를 발달시켰다.
갑오징어 같은 일부 현생 초형류는 이제 거의 항상 지느러미로 이동하다가 급박한 상황에서만 제트 추진을 한다.
--- p.135~36
신생대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면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는 기후 변화라는 측면이다.
빙하 작용이 시작되면서 두족류가 다시 연안수로 이동한 일도 여기 포함된다.
둘째, 고래의 진화와 현생 어류의 방산은 초형류에서 서식지 변화와 최종적인 껍데기 축소를 유도하는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한다.
현생 오징어에서는 방추부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암모니아로 부력을 조절하는 방식이 발달했는데, 그 결과로 오징어가 화석기록에서 지워지는 특이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앵무조개는 어떻게든 겉껍데기를 용케 간직해왔다.
--- p.178
출판사 리뷰
‘비범’, 이렇게나 극적이고 쫄깃한 진화라니!
5억 4000만 년 전쯤의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갑자기, 온갖 화석생물이 흔적을 남긴다.
껍데기가 있으니 화석이 남았고, 그전에 뭔가가 뭔가를 잡아먹었으니 방어수단으로 탄산칼슘 껍데기가 생긴 것이다.
아노말로카리스(‘이상한 새우’)가 바다 밑바닥 하층수에서 이것저것 잡아먹던 시절일까.
연체동물 껍데기가 튼튼해지고, 그중 두족류의 일부가 껍데기를 원뿔 모양으로 쌓아올린 다음 그 속에 기체를 넣어 중층수로 떠올랐다.
이제 바다 밑바닥을 기는 게 아니라 떠올라 ‘헤엄’을 친다, 껍데기에 부력이 생긴 것은 두족류의 여러 기막힌 혁신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곤충류에 날개가 생긴 것만큼이나 중요한 진화 단계”였다.
뭐든지 잡아먹는 초포식자였든 죽은 동물 처리하는 초부식자였든 바닷물 통째로 들이마시는 초플랑크톤이었든, 이 원시 두족류는 수백만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실루리아기에 ‘턱’ 있는 유악어류가 등장하고 데본기 ‘어류의 시대’가 열리니, 한 4억 년 전쯤일까, 가문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데본기에 태어난 젊은 당주 암모나이트류는 최상위포식자 어류에 맞서 ‘나선형 껍데기’(처음 등장한 건 두족류 가문 초기지만)로 기동성을 보강하고 연질부를 보호하는 대책을 세우는 한편, (오징어처럼) 작은 알을 많이 낳고 빨리 성체로 자라면서 진화의 속도를 올려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이런 어류와의 공진화, 신생대 고래와의 공진화는 두족류 족보 전체의 줄기를 이루고.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앵무조개류는 알도 적게 낳고 성체로 자라는 기간도 길다.
그래서 세상을 주름잡지는 못하지만, 여러 차례의 멸종사건을 겪을 때마다 다수가 멸종하고 또 급속하게 진화해온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진득하게 살아남는다.
그런 앵무조개류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의 멸종사건으로 몰락하고 앵무조갯과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말에는 그 변화무쌍한 암모나이트류도 멸종했다.
가문의 다른 줄기, ‘칼집’ 모양의 ‘초형류’가 맥을 잇는다.
오징어 생긴 걸 떠올려보라.
몸이 유선형이라 그리스어 ‘화살’에서 이름을 딴 벨렘나이트가 주역이었다.
이들은 중생대 해양파충류 셋의 핍박을 견디고 1억 년을 활약하며, (앵무조개를 뺀) 문어와 오징어 등등 현존 두족류 가문의 조상이 된다.
5억 년 족보를 다 끌어올 수는 없고, 신생대, 고래 출현.
초형류는 껍데기를 계속 줄이며 외피막으로 감싸(속껍데기는 이미 고생대 석탄기에 나타났다) 고래의 반향정위와 맞서고, 그 유명한 지능에 더해, 맹점도 없어 인간보다 나은 시력을 갖추고, 먹물을 뿜고, 위장술을 개발했다.
위장술 하나만 보자면, 피부 1제곱밀리미터에 200개까지 갖고 있는 각각의 색소세포와 뇌로 직통하는 신경계를 지닌 두족류는 카멜레온이 몇 분 걸리는 피부색 바꾸기를 1초에 네 번까지 해낼 수 있다.
실로, ‘뼈대있는 가문’보다 더 놀라운 가문 아닌가.
(그 족보가 67쪽의 아래 그림이다.
껍데기가 외부에 있는 두족류는 그 아름다운 외모를 보여주고, 껍데기가 축소되어가는 초형류는 내부구조를 보여준다.
연한 잿빛으로 표시한 부분이 속껍데기다.
오징어와 문어를 살펴보라.)
지구가열로 멸종 위기? 두족류는 끄떡없을 테고, ‘인류세’에 인간이 문제다
우리 종, 인류는 과거에 유성 충돌과 화산 폭발만이 할 수 있었던 방식으로 지구를 한창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오징어는 해파리, 쥐와 모기와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는 바다에서만 사니, 바다를 보자.
2013년, 과학자들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해양생태계가 직면한 위험요인 ‘온난화, 산성화, 산소 부족’을 ‘3대 사인’(deadly trio)이라고 명명했다.
추운 기후에서 진화해온 지금의 동물들은 이 급격한 지구가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진행되는 산성화는 껍데기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만든 껍데기도 녹여버린다.
당장, 앵무조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껍데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호한다거나 반대로 그걸 걱정한다는 곡절이 있지만, 앵무조개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융통성 하나는 끝내주는 두족류, 특히 초형류는 미래의 바다, 다가오는 ‘다음 대량 멸종 사건’도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의 개체군 동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지만, 2016년 기준으로 세계의 어부들과 실측자료들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두족류 개체수가 급증하는” ‘두족류 붐’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고.
앵무조개에 더해 오징어, 문어도 신경쓰이지만, 문제는 인간이고, 지구 생태계 전체다.
2024년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을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호수의 퇴적층으로, 대표화석 격인 ‘마커’를 플루토늄으로 정하고 1950년대부터 인류세가 시작된 것으로 한다는 최종안을 비준할 예정이다.
그날도, 오징어는 의사소통을 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사냥을 할 테고, 문어는 사람이 빠뜨린 콜라병을 가지고 놀 것이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스타프는 설명을 간결하게 하면서도 적절한 예를 들어주며 유머러스한 화법을 곧잘 구사한다.”
―『네이처』
“그토록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서 난해한 지식을 이해하기 쉽고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로 바꿔내는 저술가를 알게 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스타프는 상아탑 밖에서 보기 드문 모습을 담아낸다.
그것은 바로 과학자들끼리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각지의 연구자들이 분명 공감할 것이다.”
―『사이언스』
“흥미진진하다.… 종종 도외시되지만 생태계에 꼭 필요한 동물군을 깊이 다루는 이 책은 오징어와 문어, 그들의 친척에 대한 관점을 바꿔줄 것이다.”
―『뉴 사이언티스트』
5억 4000만 년 전쯤의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갑자기, 온갖 화석생물이 흔적을 남긴다.
껍데기가 있으니 화석이 남았고, 그전에 뭔가가 뭔가를 잡아먹었으니 방어수단으로 탄산칼슘 껍데기가 생긴 것이다.
아노말로카리스(‘이상한 새우’)가 바다 밑바닥 하층수에서 이것저것 잡아먹던 시절일까.
연체동물 껍데기가 튼튼해지고, 그중 두족류의 일부가 껍데기를 원뿔 모양으로 쌓아올린 다음 그 속에 기체를 넣어 중층수로 떠올랐다.
이제 바다 밑바닥을 기는 게 아니라 떠올라 ‘헤엄’을 친다, 껍데기에 부력이 생긴 것은 두족류의 여러 기막힌 혁신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곤충류에 날개가 생긴 것만큼이나 중요한 진화 단계”였다.
뭐든지 잡아먹는 초포식자였든 죽은 동물 처리하는 초부식자였든 바닷물 통째로 들이마시는 초플랑크톤이었든, 이 원시 두족류는 수백만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실루리아기에 ‘턱’ 있는 유악어류가 등장하고 데본기 ‘어류의 시대’가 열리니, 한 4억 년 전쯤일까, 가문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데본기에 태어난 젊은 당주 암모나이트류는 최상위포식자 어류에 맞서 ‘나선형 껍데기’(처음 등장한 건 두족류 가문 초기지만)로 기동성을 보강하고 연질부를 보호하는 대책을 세우는 한편, (오징어처럼) 작은 알을 많이 낳고 빨리 성체로 자라면서 진화의 속도를 올려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이런 어류와의 공진화, 신생대 고래와의 공진화는 두족류 족보 전체의 줄기를 이루고.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앵무조개류는 알도 적게 낳고 성체로 자라는 기간도 길다.
그래서 세상을 주름잡지는 못하지만, 여러 차례의 멸종사건을 겪을 때마다 다수가 멸종하고 또 급속하게 진화해온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진득하게 살아남는다.
그런 앵무조개류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의 멸종사건으로 몰락하고 앵무조갯과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말에는 그 변화무쌍한 암모나이트류도 멸종했다.
가문의 다른 줄기, ‘칼집’ 모양의 ‘초형류’가 맥을 잇는다.
오징어 생긴 걸 떠올려보라.
몸이 유선형이라 그리스어 ‘화살’에서 이름을 딴 벨렘나이트가 주역이었다.
이들은 중생대 해양파충류 셋의 핍박을 견디고 1억 년을 활약하며, (앵무조개를 뺀) 문어와 오징어 등등 현존 두족류 가문의 조상이 된다.
5억 년 족보를 다 끌어올 수는 없고, 신생대, 고래 출현.
초형류는 껍데기를 계속 줄이며 외피막으로 감싸(속껍데기는 이미 고생대 석탄기에 나타났다) 고래의 반향정위와 맞서고, 그 유명한 지능에 더해, 맹점도 없어 인간보다 나은 시력을 갖추고, 먹물을 뿜고, 위장술을 개발했다.
위장술 하나만 보자면, 피부 1제곱밀리미터에 200개까지 갖고 있는 각각의 색소세포와 뇌로 직통하는 신경계를 지닌 두족류는 카멜레온이 몇 분 걸리는 피부색 바꾸기를 1초에 네 번까지 해낼 수 있다.
실로, ‘뼈대있는 가문’보다 더 놀라운 가문 아닌가.
(그 족보가 67쪽의 아래 그림이다.
껍데기가 외부에 있는 두족류는 그 아름다운 외모를 보여주고, 껍데기가 축소되어가는 초형류는 내부구조를 보여준다.
연한 잿빛으로 표시한 부분이 속껍데기다.
오징어와 문어를 살펴보라.)
지구가열로 멸종 위기? 두족류는 끄떡없을 테고, ‘인류세’에 인간이 문제다
우리 종, 인류는 과거에 유성 충돌과 화산 폭발만이 할 수 있었던 방식으로 지구를 한창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오징어는 해파리, 쥐와 모기와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는 바다에서만 사니, 바다를 보자.
2013년, 과학자들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해양생태계가 직면한 위험요인 ‘온난화, 산성화, 산소 부족’을 ‘3대 사인’(deadly trio)이라고 명명했다.
추운 기후에서 진화해온 지금의 동물들은 이 급격한 지구가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진행되는 산성화는 껍데기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만든 껍데기도 녹여버린다.
당장, 앵무조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껍데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호한다거나 반대로 그걸 걱정한다는 곡절이 있지만, 앵무조개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융통성 하나는 끝내주는 두족류, 특히 초형류는 미래의 바다, 다가오는 ‘다음 대량 멸종 사건’도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의 개체군 동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지만, 2016년 기준으로 세계의 어부들과 실측자료들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두족류 개체수가 급증하는” ‘두족류 붐’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고.
앵무조개에 더해 오징어, 문어도 신경쓰이지만, 문제는 인간이고, 지구 생태계 전체다.
2024년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을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호수의 퇴적층으로, 대표화석 격인 ‘마커’를 플루토늄으로 정하고 1950년대부터 인류세가 시작된 것으로 한다는 최종안을 비준할 예정이다.
그날도, 오징어는 의사소통을 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사냥을 할 테고, 문어는 사람이 빠뜨린 콜라병을 가지고 놀 것이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스타프는 설명을 간결하게 하면서도 적절한 예를 들어주며 유머러스한 화법을 곧잘 구사한다.”
―『네이처』
“그토록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서 난해한 지식을 이해하기 쉽고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로 바꿔내는 저술가를 알게 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스타프는 상아탑 밖에서 보기 드문 모습을 담아낸다.
그것은 바로 과학자들끼리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각지의 연구자들이 분명 공감할 것이다.”
―『사이언스』
“흥미진진하다.… 종종 도외시되지만 생태계에 꼭 필요한 동물군을 깊이 다루는 이 책은 오징어와 문어, 그들의 친척에 대한 관점을 바꿔줄 것이다.”
―『뉴 사이언티스트』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3년 12월 28일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570g | 152*225*24mm
- ISBN13 : 9788964621950
- ISBN10 : 896462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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