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생물로 쓴 소설들
Description
책소개
"바이러스 이름 없이도 이렇게 정확하다니!"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은 감정
문학에서 발견한 감염병의 기록, 그리고 미래를 향한 통찰
카뮈의 『페스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수많은 소설들까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려온 문학은 언제나 질병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그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였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미생물학자가 문학 속 감염병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페스트, 결핵, 콜레라, 매독, 성홍열, 장티푸스, 말라리아, 인플루엔자, 광견병, 에이즈, 코로나19 등 총 14가지 감염병을 다루며, 소설에 나타난 증상과 서사, 사회적 의미가 실제 과학적 사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탐구한다.
소설이 묘사한 질병은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인간적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감염병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 차별, 연대, 혐오, 사랑의 방식까지 바꾸어온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감염병 X’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미래의 질병을 준비하게 하는 경고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은 감정
문학에서 발견한 감염병의 기록, 그리고 미래를 향한 통찰
카뮈의 『페스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수많은 소설들까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그려온 문학은 언제나 질병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그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였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미생물학자가 문학 속 감염병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페스트, 결핵, 콜레라, 매독, 성홍열, 장티푸스, 말라리아, 인플루엔자, 광견병, 에이즈, 코로나19 등 총 14가지 감염병을 다루며, 소설에 나타난 증상과 서사, 사회적 의미가 실제 과학적 사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탐구한다.
소설이 묘사한 질병은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인간적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감염병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적 차별, 연대, 혐오, 사랑의 방식까지 바꾸어온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감염병 X’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미래의 질병을 준비하게 하는 경고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차례
들어가는 글
1.
그 속에선 아무 차별도 없었다
- 페스트 Yersinia pestis
2.
몇 해 전부터 잠복해 있던 병이 마침내 격발하고
- 결핵 Mycobacterium tuberculosis
3.
의술은 아무 소용없어, 살을 썩게 만드는 병이지
- 한센병 Mycobacterium leprae
4.
찡그린 표정, 푸르뎅뎅한 살, 우유빛 배설물
- 콜레라 Vibrio cholerae
5.
그녀의 팔에 안겨 천국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 매독 Treponema pallidum
6.
그렇게 봄은 떠나갔다
- 성홍열 Streptococcus pyogenes
7.
머릿속에는 연기가 뿌옇게 차 있었다
- 발진티푸스 Rickettsia prowazekii
8.
열로 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장티푸스 Salmonella Typhi
9.
뜨거울 정도로 펄펄 끓었다, 새벽이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 말라리아 Plasmodium falciparum
10.
살갗은 청보라 빛을 띠며 점차 시커매지고
- 스페인독감 Influenza virus
11.
반쯤 벌어진 입 밖으로 검붉은 혀를 절반 정도 내밀고
- 광견병 Lyssavirus rabies
12.
마비를 일으키는 병 때문에
- 소아마비 Poliovirus
13.
이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는 겁니다
- 에이즈 HIV
14.
마스크로 코와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 시대
- 코로나19 SARS-CoV-2
나가는 글을 대신하여 -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는 법
- 감염병 X
참고한 책과 글
감사의 글
찾아보기
들어가는 글
1.
그 속에선 아무 차별도 없었다
- 페스트 Yersinia pestis
2.
몇 해 전부터 잠복해 있던 병이 마침내 격발하고
- 결핵 Mycobacterium tuberculosis
3.
의술은 아무 소용없어, 살을 썩게 만드는 병이지
- 한센병 Mycobacterium leprae
4.
찡그린 표정, 푸르뎅뎅한 살, 우유빛 배설물
- 콜레라 Vibrio cholerae
5.
그녀의 팔에 안겨 천국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 매독 Treponema pallidum
6.
그렇게 봄은 떠나갔다
- 성홍열 Streptococcus pyogenes
7.
머릿속에는 연기가 뿌옇게 차 있었다
- 발진티푸스 Rickettsia prowazekii
8.
열로 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장티푸스 Salmonella Typhi
9.
뜨거울 정도로 펄펄 끓었다, 새벽이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 말라리아 Plasmodium falciparum
10.
살갗은 청보라 빛을 띠며 점차 시커매지고
- 스페인독감 Influenza virus
11.
반쯤 벌어진 입 밖으로 검붉은 혀를 절반 정도 내밀고
- 광견병 Lyssavirus rabies
12.
마비를 일으키는 병 때문에
- 소아마비 Poliovirus
13.
이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는 겁니다
- 에이즈 HIV
14.
마스크로 코와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 시대
- 코로나19 SARS-CoV-2
나가는 글을 대신하여 - 막상 위험이 닥칠 때는 어떤 경고도 없는 법
- 감염병 X
참고한 책과 글
감사의 글
찾아보기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서양에서는 종종 광견병을 전승되는 이야기와 연결 짓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뱀파이어 전설이다.
이는 1998년 스페인의 후안 고메즈-알론소 박사가 주장한 이래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우선 광견병 증상에는 얼굴의 뒤틀림이나 경련, 자극에 대한 극도의 민감성이 있는데, 이는 사람을 마치 괴물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증상을 뱀파이어, 즉 흡혈귀와 연결 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뱀파이어가 냄새나 빛과 같은 자극을 혐오하는 것 역시 광견병 환자의 증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 p.239
소크와 세이빈의 독자적인 백신 개발과 대규모 접종으로 폴리오는 거의 박멸된 상태다.
그래서 《천 개의 파랑》에서 은혜의 폴리오가 현실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폴리오가 발생하는 몇몇 국가 말고도 서구에서도 폴리오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27년 만에, 2022년 영국에서 40년 만에 폴리오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9년 만에 환자가 발생했다.
--- p.262~263
그녀는 에이즈가 여느 병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고 있었다.
다른 병으로 죽음이 찾아오면 “생명이 훅하고 꺼지는” 반면, 자신의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고”, “몸의 부분부분이 차례로 말을 듣지 않으면서, 삶을 무너뜨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결혼을 생각하다니…….
--- p.271
혈액은행에서 혈액을 채취하면서 주사바늘을 재사용하여 헌혈자가 대규모로 감염되는 사례도 있었다.
1990년대 중국 농촌에서 벌어졌던 이런 사태를 폭로한 의사 가오야오제(高耀潔)는 미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閻連科, 1958~ )에 의해 소설화되었다.
《딩씨 마을의 꿈》이란 작품이다.
--- p.281
옌롄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록 허용된 것은 보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은 외면하면 권력, 명예, 돈을 얻을 수 있다.
(……) 우리의 기억상실증은 국가가 후원하는 스포츠다”라고 했다.
--- p.283
에이즈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프랑스계 캐나다인 가에탕 뒤가일 것이다.
이른바 에이즈와 관련하여 ‘0호 환자(patient zero)’로 불리는 이다.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그는 에이즈에 걸린 것이 밝혀지기 전 3년간 750명의 남성과 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이즈 슈퍼전파자로 비난을 받았다.
그는 ‘장티 푸스 메리’ 이후 “역사상 가장 큰 악명을 얻은 감염질환 환자”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 p.286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감기‘나’ 일으키는 바이러스, 혹은 닭이나 소 등 가축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정도로 알려졌다.
그 정도로는 연구자들이 큰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02년 11월 이후다.
중궁 광둥성에서 시작해 홍콩을 거쳐 베트남, 싱가포르, 캐나다 등으로 전파되어 한때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사스,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을 일으킨 게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였다.(……) 그렇게 사스의 기억이 잊힐 즈음, 우리나라를 강타한 바이러스가 있었다.
2012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새로 운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유행했다.
메르스, 즉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이라고 명명된 이 질병은 처음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의 특이한 질병처럼 여겼지만, 2015년 바레인에서 감염된 채 귀국한 한 환자에게서 시작되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퍼진 메르스는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냈다.
--- p.297
그러나 무엇보다 불편하고 안타까웠던 것은 그런 소소한 생활상의 불편이 아니었다.
윤고은도 지적하고 있듯이 “누군가의 숨이 위협이” 된다는 공포,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의심해야 한다는 위협이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 뿐 아니라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 p.300
2025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5주년을 맞아 미국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코로나19가 여전히 존재하며, 심지어 위협적이라는 기사를 일제히 내놓았다.
기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6조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어린이 16억 명이 학교에 가지 못했고, 1억 3000만 명가량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과거의 일이 아니라 2025년 초에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10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으며, 그중 4분의 3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라는 증상을 앓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매해 겨울마다 계절 독감처럼 우리를 찾아올 거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정말로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 p.315~316
‘감염병 X’는 2018년 2월 WHO가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질병의 우선순위 목록을 정하면서 설정한 가상의 질병 혹은 병원체를 지칭한다.
당시 WHO는 전문가들의 토의를 거쳐 크리미안콩고 출혈열, 에볼라열, 마르부르크 열, 라싸열 메르스, 사스, 니파바이러스, 리프트밸리열, 지카, 그리고 감염병 X를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감염병 X는 “현재는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에 의한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p.322
빨간 눈 괴질의 정체는 밝히지 못했다.
어디서 유래했는지도 밝히 지 않고 있지만, 독감에 걸렸던 개장수가 개에 물린 뒤 발병했고, 늑대개 링고가 핵심 연결고리라는 것을 보면 분명히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다. WHO와 전문가들이 감염병 X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한 유형의 질병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이 함께 감염되는 질병이다.
하지만 사람 중심으로 해석하자면 동물을 보유숙주(자연숙주)로 하면서 사람에게 옮겨 감염되는 질병을 의미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생물, 프라이온 등 온갖 종류의 병원체에 의해 생긴다.
이 책에서 얘기했던, 페스트,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광견병, 에이즈, 코로나19 같은 것들이다.
--- p.325
2005년 영국 에딘버러대학의 마크 울하우스와 소냐 가우테지-시퀘리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407종의 인간 병원체 가운데 58퍼센트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출현하거나 재출현한 병원체는 177종이었는데, 그 가운데 4분의 3이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였다.
영국의 케이트 존스 등이 1940년부터 2004년까지 발생한 신종 전염병 300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인수공통감 염병의 비율이 60퍼센트 가량이었다.
앞으로 새로 출현할지 모르는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 p.326
기후 교란으로 인한 새로운 바이러스, 혹은 세균의 등장은 가능성만 높은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329
많은 전문가가 특히 주목해서 보고 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RNA 바이러스다.
눈치 빠른 독자는 이 책에서 다룬 바이러스도 거의 모두가 RNA를 유전물질로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RNA는 한 가닥뿐이라, 두 가닥으로 되어 있는 DNA에 비해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교정에 필요한 원본이 없어, 돌연변이가 고정되는 비율이 높다.
우리는 결과만 보기 때문에 RNA의 돌연변이 속도가 빠르다거나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많이, 그리고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도태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병원체가 있다.
바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닭이나 오리, 야생 조류에서 급성 감염병을 일으킨다.
--- p.331
감염병의 창궐이 다른 사회적 혼란 요소와 결합 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미 래에 관한 묵시론적 전망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대부분 핵무기와 같은 물리적인 파괴, 혹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의 지배가 선행 하는 것으로 그리지만, 오히려 손 쓸 수 없는 신종감염병, 즉 감염병 X로 인해 비롯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감염병 X에 대한 대비는 단지 (감염 관련) 의사, 과학자, 보건 당국, 보건 관련 사회 단체만이 참여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 p.334
그럼 감염병 X를 대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서 공통된 부분을 요약했다.) 우선 팬데믹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예상해야 한다.
(……) 마르코 마라니 등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생길 가능성은 매년 50분의 1 정도로, 이를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팬데믹을 겪을 가능성을 계산해보면 약 38퍼센트가 된다.
--- p.334
신종 감염질환에 대비할 수 있는 혁신적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떤 병원체가 새로운 감염질환을 일으킬지 모르므로 이에 맞춰 신속하게 백신과 약물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 사스가 유행했을 때 반짝 지원하고,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반짝 지원했다 회수해 간 연구비는 고스란히 코로나19 시기의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이 지불했다.
--- p.335
지금도 우리는 계속 감염병 X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 경고가 효과가 있으면 우리는 감염병 X에 의한 팬데믹을 겪지 않을 것이다.
아마 경고가 과했다고 느낄 것이다.
경고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들 것이다.
거기에 들어간 비용이 아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염병 X가 들이닥쳐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파괴했을 때는 경고가 없거나 잘못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고가 양치기 소년의 말과 같더라도 끊임없이 경고해야 한다.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던 신종플루에 대해 과잉 대응을 해서 낭비가 심했다는 비판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비판에 대한 대가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
--- p.335
가짜 뉴스에 대처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추측과 과도한 해석은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와 오해, 낙인찍기에 신속하고 단호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뱀파이어 전설이다.
이는 1998년 스페인의 후안 고메즈-알론소 박사가 주장한 이래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우선 광견병 증상에는 얼굴의 뒤틀림이나 경련, 자극에 대한 극도의 민감성이 있는데, 이는 사람을 마치 괴물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증상을 뱀파이어, 즉 흡혈귀와 연결 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뱀파이어가 냄새나 빛과 같은 자극을 혐오하는 것 역시 광견병 환자의 증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 p.239
소크와 세이빈의 독자적인 백신 개발과 대규모 접종으로 폴리오는 거의 박멸된 상태다.
그래서 《천 개의 파랑》에서 은혜의 폴리오가 현실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폴리오가 발생하는 몇몇 국가 말고도 서구에서도 폴리오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27년 만에, 2022년 영국에서 40년 만에 폴리오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9년 만에 환자가 발생했다.
--- p.262~263
그녀는 에이즈가 여느 병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깨닫고 있었다.
다른 병으로 죽음이 찾아오면 “생명이 훅하고 꺼지는” 반면, 자신의 병은 “서서히 삶에서 버림받고”, “몸의 부분부분이 차례로 말을 듣지 않으면서, 삶을 무너뜨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결혼을 생각하다니…….
--- p.271
혈액은행에서 혈액을 채취하면서 주사바늘을 재사용하여 헌혈자가 대규모로 감염되는 사례도 있었다.
1990년대 중국 농촌에서 벌어졌던 이런 사태를 폭로한 의사 가오야오제(高耀潔)는 미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閻連科, 1958~ )에 의해 소설화되었다.
《딩씨 마을의 꿈》이란 작품이다.
--- p.281
옌롄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도록 허용된 것은 보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은 외면하면 권력, 명예, 돈을 얻을 수 있다.
(……) 우리의 기억상실증은 국가가 후원하는 스포츠다”라고 했다.
--- p.283
에이즈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프랑스계 캐나다인 가에탕 뒤가일 것이다.
이른바 에이즈와 관련하여 ‘0호 환자(patient zero)’로 불리는 이다.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그는 에이즈에 걸린 것이 밝혀지기 전 3년간 750명의 남성과 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이즈 슈퍼전파자로 비난을 받았다.
그는 ‘장티 푸스 메리’ 이후 “역사상 가장 큰 악명을 얻은 감염질환 환자”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 p.286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감기‘나’ 일으키는 바이러스, 혹은 닭이나 소 등 가축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정도로 알려졌다.
그 정도로는 연구자들이 큰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02년 11월 이후다.
중궁 광둥성에서 시작해 홍콩을 거쳐 베트남, 싱가포르, 캐나다 등으로 전파되어 한때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사스,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을 일으킨 게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였다.(……) 그렇게 사스의 기억이 잊힐 즈음, 우리나라를 강타한 바이러스가 있었다.
2012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새로 운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유행했다.
메르스, 즉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이라고 명명된 이 질병은 처음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의 특이한 질병처럼 여겼지만, 2015년 바레인에서 감염된 채 귀국한 한 환자에게서 시작되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퍼진 메르스는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냈다.
--- p.297
그러나 무엇보다 불편하고 안타까웠던 것은 그런 소소한 생활상의 불편이 아니었다.
윤고은도 지적하고 있듯이 “누군가의 숨이 위협이” 된다는 공포,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의심해야 한다는 위협이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 뿐 아니라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 p.300
2025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5주년을 맞아 미국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코로나19가 여전히 존재하며, 심지어 위협적이라는 기사를 일제히 내놓았다.
기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6조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어린이 16억 명이 학교에 가지 못했고, 1억 3000만 명가량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과거의 일이 아니라 2025년 초에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10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으며, 그중 4분의 3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른바 ‘롱코비드(long COVID)’라는 증상을 앓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매해 겨울마다 계절 독감처럼 우리를 찾아올 거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정말로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 p.315~316
‘감염병 X’는 2018년 2월 WHO가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질병의 우선순위 목록을 정하면서 설정한 가상의 질병 혹은 병원체를 지칭한다.
당시 WHO는 전문가들의 토의를 거쳐 크리미안콩고 출혈열, 에볼라열, 마르부르크 열, 라싸열 메르스, 사스, 니파바이러스, 리프트밸리열, 지카, 그리고 감염병 X를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감염병 X는 “현재는 인간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에 의한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p.322
빨간 눈 괴질의 정체는 밝히지 못했다.
어디서 유래했는지도 밝히 지 않고 있지만, 독감에 걸렸던 개장수가 개에 물린 뒤 발병했고, 늑대개 링고가 핵심 연결고리라는 것을 보면 분명히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다. WHO와 전문가들이 감염병 X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한 유형의 질병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이 함께 감염되는 질병이다.
하지만 사람 중심으로 해석하자면 동물을 보유숙주(자연숙주)로 하면서 사람에게 옮겨 감염되는 질병을 의미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생물, 프라이온 등 온갖 종류의 병원체에 의해 생긴다.
이 책에서 얘기했던, 페스트,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광견병, 에이즈, 코로나19 같은 것들이다.
--- p.325
2005년 영국 에딘버러대학의 마크 울하우스와 소냐 가우테지-시퀘리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407종의 인간 병원체 가운데 58퍼센트가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출현하거나 재출현한 병원체는 177종이었는데, 그 가운데 4분의 3이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였다.
영국의 케이트 존스 등이 1940년부터 2004년까지 발생한 신종 전염병 300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인수공통감 염병의 비율이 60퍼센트 가량이었다.
앞으로 새로 출현할지 모르는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 p.326
기후 교란으로 인한 새로운 바이러스, 혹은 세균의 등장은 가능성만 높은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329
많은 전문가가 특히 주목해서 보고 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RNA 바이러스다.
눈치 빠른 독자는 이 책에서 다룬 바이러스도 거의 모두가 RNA를 유전물질로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RNA는 한 가닥뿐이라, 두 가닥으로 되어 있는 DNA에 비해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교정에 필요한 원본이 없어, 돌연변이가 고정되는 비율이 높다.
우리는 결과만 보기 때문에 RNA의 돌연변이 속도가 빠르다거나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많이, 그리고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도태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병원체가 있다.
바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닭이나 오리, 야생 조류에서 급성 감염병을 일으킨다.
--- p.331
감염병의 창궐이 다른 사회적 혼란 요소와 결합 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미 래에 관한 묵시론적 전망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대부분 핵무기와 같은 물리적인 파괴, 혹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의 지배가 선행 하는 것으로 그리지만, 오히려 손 쓸 수 없는 신종감염병, 즉 감염병 X로 인해 비롯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감염병 X에 대한 대비는 단지 (감염 관련) 의사, 과학자, 보건 당국, 보건 관련 사회 단체만이 참여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 p.334
그럼 감염병 X를 대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서 공통된 부분을 요약했다.) 우선 팬데믹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예상해야 한다.
(……) 마르코 마라니 등이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생길 가능성은 매년 50분의 1 정도로, 이를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팬데믹을 겪을 가능성을 계산해보면 약 38퍼센트가 된다.
--- p.334
신종 감염질환에 대비할 수 있는 혁신적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떤 병원체가 새로운 감염질환을 일으킬지 모르므로 이에 맞춰 신속하게 백신과 약물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 사스가 유행했을 때 반짝 지원하고,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반짝 지원했다 회수해 간 연구비는 고스란히 코로나19 시기의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이 지불했다.
--- p.335
지금도 우리는 계속 감염병 X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 경고가 효과가 있으면 우리는 감염병 X에 의한 팬데믹을 겪지 않을 것이다.
아마 경고가 과했다고 느낄 것이다.
경고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들 것이다.
거기에 들어간 비용이 아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염병 X가 들이닥쳐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파괴했을 때는 경고가 없거나 잘못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고가 양치기 소년의 말과 같더라도 끊임없이 경고해야 한다.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던 신종플루에 대해 과잉 대응을 해서 낭비가 심했다는 비판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비판에 대한 대가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
--- p.335
가짜 뉴스에 대처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추측과 과도한 해석은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와 오해, 낙인찍기에 신속하고 단호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 p.335
출판사 리뷰
사라진 줄 알았던 감염병, 소설 속에서 되살아나다
과학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카뮈와 마르케스, 김동인과 정유정
소설이 경고하고 과학이 증명하는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문학과 과학의 만남
“과학자가 문학 속 미생물을 추적하다”
소설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기록하는 장르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감염병이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과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소설 속에서 의외의 주인공 ―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 을 추적한 책이다.
문학 속 감염병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 드라마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해왔다.
카뮈가 《페스트》에서 전염병의 확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듯이, 많은 작가들이 의학 지식에 버금갈 만큼 정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저자는 이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며, 소설과 과학이 어떻게 교차하고 보완하는지 보여준다.
잘 알려진 소설들의 재발견
“페스트에서 콜레라까지,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과 세계문학의 다양한 질병 서사”
카뮈의 《페스트》는 도시 전체를 봉쇄한 집단적 공포를 기록했고,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결핵 환자들이 모여 사는 요양소를 통해 질병의 잠복과 발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었다.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전염병이 사회적 차별과 연대의 문제로 번져가는 양상을 드러냈다.
한국문학 속에서도 감염병 서사는 풍부하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매독 환자의 아이러니,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 한센병 환자의 비극, 김유정의 〈만무방〉의 결핵, 김정한의 《제3병동》의 병든 육체와 사회적 억압은 모두 미생물학적 사실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최근에는 정유정의 《28》,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편혜영의 《재와 빨강》, 윤고은의 《도서관 런웨이》가 팬데믹과 감염 이후의 사회적 상처를 새롭게 형상화했다.
국외 작품으로는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가 소아마비의 공포를,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공동체 속 질병의 상처와 치유를, 조지 손더스와 스티븐 킹 등이 죽음·재난·스릴러의 틀 안에서 감염병의 위협을 재해석했다.
이처럼 문학 속 다양한 작품들은 감염병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킨다.
팬데믹 이후 시대
“감염병 X를 준비하는 문학적 통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소설 속 재난은 더 이상 별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기계적 예측이 아닌 과거 서사를 통해 미래를 가늠하는 문학적 방식에 과학적 데이터가 더해질 때, 경고는 더욱 실감난다.
마르코 마라니 등(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수준의 팬데믹은 매년 약 2%의 확률로 발생하며,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팬데믹을 겪을 확률은 약 38%다. EU의 HERA(보건 위기 준비·대응 기관) 투자, WHO 개혁, 백신 플랫폼 다변화, 가짜 뉴스 대응 등 각국이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결국 “소설 속 경고가 곧 현실”임을 확인시킨다.
인간과 사회에 드러난 감염병의 힘
“감염병은 인간을 무너뜨리는 재앙이자 사회를 바꾸는 촉매”
감염병은 언제나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동반한다.
《페스트》 속 도시 봉쇄는 공포와 연대를 동시에 낳았고, 《마의 산》의 결핵 환자들은 질병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본을 성찰했다.
한국문학에서도 감염병은 사회적 차별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김동인의 작품에서 한센병 환자가 겪는 소외, 편혜영 소설에 등장하는 격리와 낙인의 문제는 감염병이 단지 의학적 사건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대 미국 문학에서도 감염병은 공동체와 사회 정의의 문제로 다뤄진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소아마비가 한 공동체를 파괴하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과 책임, 죄의식의 문제를 탐구한다.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차별받는 공동체가 감염병 속에서 연대와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염병은 사회적 균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관계와 변화를 촉발하는 힘을 가진다.
소설 속 팬데믹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감염병,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정유정의 《28》에서 묘사된 바이러스 재난,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속 감염병의 그림자는 단지 문학적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소설이 상정한 재난 수위에 맞먹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소아마비(폴리오)는 사라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야생형 폴리오 바이러스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으며, 순환형 백신 유래 폴리오는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백 건의 집단발생 사고가 보고되었다.
유럽에서는 일부 지역 상수도 검사에서 순환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계속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이다.
페스트(흑사병) 역시 역사 속 존재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여 건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며, 특히 미국 서부에서는 매년 평균 7건이 보고되고 있다.
매독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라, 최근 더 강력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감염병이다.
미국에서는 2018년 약 115,000건에서 2022년 207,000건으로 80% 증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청년층에서 유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매독이 6.3배 급증, 2022년에는 13,258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과거의 소설, 현실에서 경고가 되다
문학 속 미생물은 더 이상 추상적 장치가 아니다.
소아마비는 거의 박멸되었다지만, 아직 남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한 잔재’로 존재한다.
페스트와 매독은 사라진 병이 아닌, 사회가 일시적으로 잠재운 병일 뿐이다.
그리고 ‘감염병 X’는 어떤 병일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상상은 현재의 현실보다 앞서 있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팬데믹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체험했다.
문학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경고를 남기고, 과학은 그것을 수치와 시스템으로 강화해 주었다.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문학적·과학적 통찰을 전하고 있다.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은 소설 속 질병 묘사
“과학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문학”
의학 교과서는 병리학적 사실을 정리하지만, 소설은 환자의 고통과 사회적 분위기, 질병이 남긴 문화적 흔적까지 포착한다.
김유정의 단편에서 느껴지는 결핵 환자의 피폐한 삶, 카뮈의 《페스트》에서 묘사된 세균의 전파, 마르케스의 소설 속에서 드러난 사회적 혼란은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과학자의 눈으로 문학을 다시 읽음으로써, 독자들에게 과학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며 인간의 조건을 설명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과학 해설서가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이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교양서다.
팬데믹 이후 시대에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값진 자산임을 증명한다.
과학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카뮈와 마르케스, 김동인과 정유정
소설이 경고하고 과학이 증명하는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문학과 과학의 만남
“과학자가 문학 속 미생물을 추적하다”
소설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기록하는 장르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감염병이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과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저자가 소설 속에서 의외의 주인공 ―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 을 추적한 책이다.
문학 속 감염병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 드라마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해왔다.
카뮈가 《페스트》에서 전염병의 확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듯이, 많은 작가들이 의학 지식에 버금갈 만큼 정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저자는 이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며, 소설과 과학이 어떻게 교차하고 보완하는지 보여준다.
잘 알려진 소설들의 재발견
“페스트에서 콜레라까지,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과 세계문학의 다양한 질병 서사”
카뮈의 《페스트》는 도시 전체를 봉쇄한 집단적 공포를 기록했고,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결핵 환자들이 모여 사는 요양소를 통해 질병의 잠복과 발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주었다.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전염병이 사회적 차별과 연대의 문제로 번져가는 양상을 드러냈다.
한국문학 속에서도 감염병 서사는 풍부하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에서 매독 환자의 아이러니,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 한센병 환자의 비극, 김유정의 〈만무방〉의 결핵, 김정한의 《제3병동》의 병든 육체와 사회적 억압은 모두 미생물학적 사실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최근에는 정유정의 《28》,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편혜영의 《재와 빨강》, 윤고은의 《도서관 런웨이》가 팬데믹과 감염 이후의 사회적 상처를 새롭게 형상화했다.
국외 작품으로는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가 소아마비의 공포를,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공동체 속 질병의 상처와 치유를, 조지 손더스와 스티븐 킹 등이 죽음·재난·스릴러의 틀 안에서 감염병의 위협을 재해석했다.
이처럼 문학 속 다양한 작품들은 감염병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환기시킨다.
팬데믹 이후 시대
“감염병 X를 준비하는 문학적 통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소설 속 재난은 더 이상 별난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기계적 예측이 아닌 과거 서사를 통해 미래를 가늠하는 문학적 방식에 과학적 데이터가 더해질 때, 경고는 더욱 실감난다.
마르코 마라니 등(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수준의 팬데믹은 매년 약 2%의 확률로 발생하며,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팬데믹을 겪을 확률은 약 38%다. EU의 HERA(보건 위기 준비·대응 기관) 투자, WHO 개혁, 백신 플랫폼 다변화, 가짜 뉴스 대응 등 각국이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결국 “소설 속 경고가 곧 현실”임을 확인시킨다.
인간과 사회에 드러난 감염병의 힘
“감염병은 인간을 무너뜨리는 재앙이자 사회를 바꾸는 촉매”
감염병은 언제나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동반한다.
《페스트》 속 도시 봉쇄는 공포와 연대를 동시에 낳았고, 《마의 산》의 결핵 환자들은 질병 속에서 인간 존재의 근본을 성찰했다.
한국문학에서도 감염병은 사회적 차별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김동인의 작품에서 한센병 환자가 겪는 소외, 편혜영 소설에 등장하는 격리와 낙인의 문제는 감염병이 단지 의학적 사건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대 미국 문학에서도 감염병은 공동체와 사회 정의의 문제로 다뤄진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소아마비가 한 공동체를 파괴하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과 책임, 죄의식의 문제를 탐구한다.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차별받는 공동체가 감염병 속에서 연대와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염병은 사회적 균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관계와 변화를 촉발하는 힘을 가진다.
소설 속 팬데믹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감염병,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정유정의 《28》에서 묘사된 바이러스 재난,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속 감염병의 그림자는 단지 문학적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소설이 상정한 재난 수위에 맞먹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소아마비(폴리오)는 사라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야생형 폴리오 바이러스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으며, 순환형 백신 유래 폴리오는 30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백 건의 집단발생 사고가 보고되었다.
유럽에서는 일부 지역 상수도 검사에서 순환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계속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중이다.
페스트(흑사병) 역시 역사 속 존재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여 건의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며, 특히 미국 서부에서는 매년 평균 7건이 보고되고 있다.
매독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라, 최근 더 강력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감염병이다.
미국에서는 2018년 약 115,000건에서 2022년 207,000건으로 80% 증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청년층에서 유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매독이 6.3배 급증, 2022년에는 13,258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과거의 소설, 현실에서 경고가 되다
문학 속 미생물은 더 이상 추상적 장치가 아니다.
소아마비는 거의 박멸되었다지만, 아직 남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한 잔재’로 존재한다.
페스트와 매독은 사라진 병이 아닌, 사회가 일시적으로 잠재운 병일 뿐이다.
그리고 ‘감염병 X’는 어떤 병일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상상은 현재의 현실보다 앞서 있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팬데믹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체험했다.
문학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경고를 남기고, 과학은 그것을 수치와 시스템으로 강화해 주었다.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문학적·과학적 통찰을 전하고 있다.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은 소설 속 질병 묘사
“과학자의 눈으로 다시 읽는 문학”
의학 교과서는 병리학적 사실을 정리하지만, 소설은 환자의 고통과 사회적 분위기, 질병이 남긴 문화적 흔적까지 포착한다.
김유정의 단편에서 느껴지는 결핵 환자의 피폐한 삶, 카뮈의 《페스트》에서 묘사된 세균의 전파, 마르케스의 소설 속에서 드러난 사회적 혼란은 교과서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깊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과학자의 눈으로 문학을 다시 읽음으로써, 독자들에게 과학과 예술이 서로를 비추며 인간의 조건을 설명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과학 해설서가 아니라, 과학과 인문학이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교양서다.
팬데믹 이후 시대에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값진 자산임을 증명한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09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60g | 143*215*20mm
- ISBN13 : 9788998243432
- ISBN10 : 8998243431
You may also like
카테고리
한국어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