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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2.5층 너머로
Description
책소개
“그해 여름, 교실은 자리 하나가 빈 채로 방학을 맞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과 기억을 다시 쓰며 내일로 나아가는 이야기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상상한다.

끝내 기다림이 이기는 세계를, 다정함이 이기는 세계를.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면 나직하게 속삭여 주고 싶다.

계속 사랑해도 괜찮다고, 그리워해도 괜찮다고.

계속 ‘너’를 ‘나’의 세계 안에 품고 있어도 괜찮다고.”
◇ 정여울(작가,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추천 ◇

상실의 계절을 통과하며 발견한 희망의 기척


2013년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처한 복잡다단한 현실과 고민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 온 은이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2.5층 너머로』가 출간되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삶의 궤적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의 실종과 죽음이라는 소식을 맞닥뜨린 주인공 아진이 보낸 애도의 시간과 작별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형상화했다.
타인의 불행이나 부재가 너무 쉽게 잊히거나 가십으로 소모되는 시대에, 떠난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려 애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다시 쓰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납득하기 힘든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 묻고 죄책감을 갖기 쉬운 아이들 곁에 선뜻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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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기다렸지만 원하던 것이 아닐 때
2.
빈 책상마저 없던 날
3.
여름 불면과 자전거
4.
침범하지 마시오
5.
창밖의 목소리
6.
비밀번호 738
7.
적응하면 그만
8.
날짜뿐인 일기장
9.
늦게 온 마음
10.
거북 등에 붙은 따개비
11.
아무튼 있었던 존재감
12.
나눠 갖지 않은 비밀
13.
한밤의 소란
14.
가짜 화해, 진짜 안부
15.
다녀간 여름을 맞으러
16.
믿기 힘든 우연
17.
배웅할 걸 그랬어
18.
모른 척해 주는 시간
19.
틀리게 말하는 진심
20.
방학의 끝은 스릴러
21.
나를 감싸는 빛무리
22.
그건 아마 너일 거야

에필로그
작가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책 속으로
1년 전, 그 여름날은 길가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로 기억된다.
진규가 타고 온 자전거가 나무에 기대어 따가운 볕을 받고 있었다.
인도에서 삐져나와 도로를 향해 있는 앞바퀴가 신경 쓰였다.
진규와 마주 서 있는데도 자꾸만 그리로 눈길이 갔다.
진규는 멀리서부터 그해 여름이 통째로 담긴 소식을 싣고 왔다.
기다렸지만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배달된 택배 상자 안에 주문한 것과 다른 물건이 담겼다면, 그게 내 것일 리 없었다.
돌이켜 보니 고개를 돌리고 있던 자전거는 제가 싣고 온 세나의 소식을 외면하는 것이었다.

--- p.7

그 겨울, 세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전거가 아니었던 것 같다.
거리에는 공유 킥보드만큼이나 공유 자전거가 많았다.
그때는 이렇게 당연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세나는 제대로 대화해 본 적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그 전까지 혼자서 망설이고 내 반응을 가늠하며 주저했을 것이다.
이제야 그 마음이 보였다.
친구가 되어 줄 사람을 찾는 간절한 마음이.

--- p.93

“그날 세나를 배웅했다면 올여름이 달랐을까?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세나가 받아 줄까?”
플라스틱 컵에 맺힌 물이 아래로 흘렀다.
진규는 물이 바닥에 고이기를 기다렸다가 컵을 들어 옆으로 옮겼다.
“그런 게 굳이 필요할까?”
컵이 옮겨 간 곳마다 물 자국이 생겼다.
탁자가 물 동그라미로 채워지고 있었다.
진규가 혼잣말처럼 웅얼댔다.
“혼자서, 힘들었겠네.”
--- p.165

저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개와 산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2.5층에서 너를 만나는 나, 정원과 동물을 공들여 돌보는 옆집 아저씨, 이웃집 옥상으로 건너와 현실의 시름을 덜어 내는 해미 언니,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혼자여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어쩌다 시선이 겹치면 모른 척해 주면 된다.
우리가 각자 보낸 시간을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

--- p.172

언니는 코를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가 통 안 생겼어.
선택한 길을 버릴 용기, 현실에서 도망칠 용기.
사람들이 나에게 인내심이 없다고, 실패했다고 말할 것 같았어.
그때 네가 나한테 다이어리를 줬어.
이상하게 뭐든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
그래서 네 말대로 이제 나는 소중한 걸 지키기로 했어.”
지금 언니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신이라고 했다.
자기를 보호하는 건 엄마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한 홍콩 고모도 아니고, 언니를 딸처럼 여긴다는 금성각 할머니도 아니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못난 내가 창피해서 스스로를 외면했어.
이젠 나도 알아.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나를 지켜 주지 않는다는 걸.”
--- p.193~194

작년에 이어 올여름 방학에도 혼자일 거라고 여겼다.
따개비를 지고 구석진 곳에 덩그러니 있는 나, 그게 내 현실인 줄 알았다.
그렇게 내가 나만 보고 있는 사이, 주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빛을 나에게 비추어 주고 있었다.
그걸 이제는 안다.
내가 어둠에 묻히지 않은 것은 사방에서 실뿌리처럼 가느다랗게 뻗어 오는 무수한 빛줄기 덕분이었다.
그들은 기꺼이 내 등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빛을 향해 길을 잡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 또한 그 빛들이었다.

--- p.199

삶과 죽음이 제각각이듯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그러합니다.
긴 시간, 다르게, 격하게 슬퍼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보다 더 깊이, 오래 남습니다.
가장 아프고 어두운 순간에도 실뿌리 같은 희망과 온기가 여러분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 본문「작가의 말」중에서

출판사 리뷰
상실의 계절을 통과하며 발견한 희망의 기척

2013년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처한 복잡다단한 현실과 고민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 온 은이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2.5층 너머로』가 출간되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삶의 궤적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의 실종과 죽음이라는 소식을 맞닥뜨린 주인공 아진이 보낸 애도의 시간과 작별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형상화했다.
타인의 불행이나 부재가 너무 쉽게 잊히거나 가십으로 소모되는 시대에, 떠난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려 애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다시 쓰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납득하기 힘든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 묻고 죄책감을 갖기 쉬운 아이들 곁에 선뜻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도 소중한 것들을 지켰으면 좋겠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아진은 학원도 그만두고 세나를 기다리는 데 몰두한다.
휴대폰을 손에서 한시도 떼어 놓지 못하고, 비만 오면 조바심이 나서 우산 하나를 더 챙겨 거리를 쏘다닌다.
하지만 진규가 멀리서 가져온 소식은, “기다렸지만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마을과 뚝 떨어진 인적이 드물고 외진 곳에서 세나의 주검이 발견된 것이다.
아진은 남은 학기 동안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지만, 사실 마음은 금이 갈 듯 얇아져 위태로운 상태이다.
누구와도 세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고립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세나에 관한 소문을 무신경하게 떠들어 대는 걸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아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원망한다.
세나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느낀 작은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그 애가 내민 절박한 손을 마주 잡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가진다.
동시에 자신에게 슬퍼하고 그리워할 자격이 있는지 자꾸만 되묻는다.
세나의 소식을 들은 후 아진의 시간은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여름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문득 ‘친구’와 ‘죽음’은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25면)

꼬박 1년이 지난 후 다시 맞이한 여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상처는 심하게 덧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진은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며 동네를 서성거리고, 집 옥상으로 난 2.5층의 계단참에 앉아 ‘너’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내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세나와의 추억들은 손톱 거스러미처럼 일어나 자꾸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진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의 편린을 모아 세나를 선명하게 기억하려 애쓴다.
세나가 좋아하던 것, 하고 싶어 했던 일, 갖고 싶어 한 것, 꿈꾸던 미래의 풍경같이 나중으로 미루다가 이제는 아예 닫혀 버린 가능성의 세계를.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세나에게 사과하는 방법”이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2.5층에 머물며 웅크리고 있는 아진에게 친구인 진규, 은제를 비롯한 가족, 이웃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진은 진규와 함께 세나를 추모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현실판 SNS 같은 상가 주택 이웃들의 사정에 얽혀 소동에 휘말리기도 하고, 절친 은제와 마음의 짐을 나누기도 하면서 차츰 회복된다.
충분히 애도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보낸 후 아진이 발견한 것은 자신에게 뻗어 오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빛줄기들이다.
과연 아진은 2.5층 너머로 다가올 내일을, 다음 여름을, 타인과의 진심 어린 연결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까?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짐을 나누어 들며
서로에게 빛과 온기를 건네는 치유의 여정


『2.5층 너머로』는 두 갈래의 중심 서사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나는 상가 주택에서 고모와 함께 살면서 별난 이웃들을 관찰하거나 본의 아니게 엮이며 일어나는 일상 이야기이다.
특히 옆집 해미 언니와의 접점은 무력감에 빠져 있던 아진이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건강하게 의존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삶의 태도를 갖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엄마의 죽음 위에 세나의 죽음이 겹쳐지면서 아진이 느끼는 죄책감과 분열, 분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두 갈래의 서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에 깊이감을 더하고,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 낸다.
슬픔에는 시차가 있어 비극적인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직면하는 시기와 강도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
예기치 않은 불행과 불시에 밀려드는 고통을 지나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일상과 타인과의 연결은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
모든 슬픔과 고통은 개별적이므로 누구도 타인에게 어떤 방식이나 태도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 등…….


불면증에 시달리며 몽롱한 시간을 보내는 아진의 상태를 반영하듯이,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며 시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지운다.
그리고 아진이 마음을 털어놓는 상대인 ‘너’ 또한 세나일 때도, 엄마일 때도, 그 누구도 아닐 때가 있어 모호하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일과 감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시간을 초월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재구성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2.5층은 아진이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기장 같은 공간이자 피난처 혹은 안전 구역이다.
회복과 유예의 시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신의 내면과 고통에만 빠져 있던 아진은 불면증을 겪으며 만난 세상의 낯선 풍경과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과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자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면 된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그리고 취약하고 보잘것없는 자신의 조각들까지 모두 보듬고 2.5층에 오래 머문 뒤 창 너머로 비쳐드는 희망의 기척을 발견한다.
아진의 여정을 함께한 독자들 또한 자신만의 2.5층을 떠올리며 그 너머에서 무엇이 기다리길 원하는지 곰곰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땅과 하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2.5층은 내 일기장이다.
아이처럼 굴기엔 너무 멀리 왔고, 어른에 속하기엔 많이 못 미치는 내 위치와 닮아서일까.
나는 그곳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너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는 세나일 때도 있었고, 엄마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그 누구도 아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181면)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20일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370g | 140*210*14mm
- ISBN13 : 9791194442547
- ISBN10 : 119444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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