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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성당 기행
나의 아름다운 성당 기행
Description
책소개
지리하고 때론 가혹한 우리 삶을 위로해줄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 떠난 도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 특별한 여행지는 다름 아닌 성당.
성당은 화려하고 웅장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전주 전동성당에서 횡성 풍수원성당, 충남 합덕성당까지 유서 깊은 성당을 찾아 2년간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성당이라는 특별한 곳에서 위로와 평온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기 『그 길 끝을 기억해』를 통해 특별한 순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상처 입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특유의 진솔하고 나직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가톨릭 그리고 한국 근대 역사가 아로새겨진, 종교적으로는 물론 역사?문화적으로도 의미 깊은 14곳의 성당이야기와 함께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 그리고 그곳 성당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생생한 사진과 어우러져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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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전동성당
#1.‘ 약속’을 위해 떠나다
#2.
순교지에 가득 찬 평화
#3.
못다한 숙제

2 나바위성당
#1.
신앙과의 첫 만남
#2.
나바위에서‘욕심’이라는 죄를 짓다
#3.
오래된 진리 한 조각

3 풍수원성당
#1.
신앙의 손을 놓다
#2.
늦가을, 신앙촌을 찾아서
#3.
침묵 속의 하느님

4 공세리성당
#1.
갈등의 전조
#2.
공세리로 가는 머나먼 길
#3.
누군가 나를 맞아주는 꿈
#4.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

5 감곡성당
#1.
신부님의 얼굴
#2.
감곡과의 첫 번째 만남
#3.
밤의 감곡, 찬미와 기도의 밤
#4.
세 번째 만남, 수난받은 매괴성모님
#5.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6 약현성당
#1.
어느 어긋난 사랑의 기억
#2.
겨울 성당
#3.
크리스마스 그리고 외로움
#4.
눈 속의 약현성당

7 가실성당
#1.
김 추기경님의 마지막 모습
#2.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3.
파리, 페르라세즈 묘지의 추억
#4.
종교와 나, 그 회복할 수 없는 거리
#5.
눈물

8 양양성당
#1.
내 삶에 숨어 있던 가톨릭
#2.
목요일 아침미사
#3.
엘리사벳 아주머니와 마티아 아저씨

9 수류성당
#1.
도시 여자, 로망을 품다
#2.
수류성당에서 잔칫상을 받다
#3.
흔들리는 마음

10 용소막성당
#1.
7일간의 변화, 그리고 옛 기억
#2.
상처 입은 할렐루야
#3.
나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4.
25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1 배론성지
#1.
평화를 빕니다
#2.
첫 번째 동행자
#3.
성지의 은총
#4.
엄마와 나
#5.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12 금사리성당
#1.
스트레스성 우울증입니다
#2.
집중영성체험의 시간
#3.
참 귀여운 성당
#4.
힐데가르다의 기도

13 남해성당
#1.
밖에서 오는 사랑
#2.
사랑 그리고 그 이면
#3.
길을 잃다

14 합덕성당
#1.
두려움에 도전하다
#2.
피정 그리고 고해성사
#3.
영혼을 위로한 공동체 미사

에필로그

책 속으로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영혼이 쓴 가면 아래 맨얼굴을 본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 생각했듯 그리 강하거나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모든 슬픔을 꾹꾹 참아왔을 뿐, 누구에게라도 기대어 눈물 흘리고 싶은 영혼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 하나 있으면 종교 따위 없어도 된다던 나는 그날 밤 침대에 엎드려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나도 힘들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 〈프롤로그〉 중에서

‘장소에는 힘이 있다’는 믿음 하나가 내게 있었다.
일본 고베의 기타노이진칸가이(北野異人館街: 1800년대에 형성된 외국인 저택 거리)에 갔을 때였다.
〈벤의 집〉이라고 불리는, 박제동물이 가득한 어느 사냥꾼의 집에서 나는 역겨울 만큼 음습한 기운을 느꼈다.
뭔가를 집요하게 모으는 습성, 그것도 생명을 죽이고 사체를 모으는 습성에는 분명 어두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얼마나 불쾌했던지 그 집을 나와서도 꽤 오랫동안 정신이 혼미했고 기분은 푹 가라앉아버렸다.
그와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오랜 세월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친 곳이라면 반드시 좋은 에너지가 넘쳐날 것이고, 새로운 삶을 기다리는 내 영혼에도 어떤 힘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그 힘을 받아 길고 길었던 방황을 끝낼 수 있길, 나는 간절히 바랐다.
--- 1장 〈전동성당〉 중에서 

그렇게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고 있자니 점점 부러운 마음이 가슴에 사무쳤다.
아, 이렇게 예쁜 성당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에는 봄대로 화사하고 보드라운 꽃들이 둘러쌀 것이고, 여름엔 푸른 신록이, 가을엔 단풍이, 그리고 겨울엔 눈이…….
일년 내내 얼마나 눈이 호사스러울까.
빌딩 숲과 간판 사이에 어색하게 끼인 서울의 성당들을 떠올리자니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나바위성당을 우리집 근처에다 통째로 옮겨두고 싶은 진지한 욕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어디에서보다 마음을 경건히 해야 할 성당을 보며 이런 탐욕을 품다니.
하지만 어쩌랴, 나바위성당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 2장 〈나바위성당〉 중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항상 괜찮은 척 미소짓는 내 표정 너머의 진심을 꿰뚫어보고 아픈 곳을 짚어내서 조용하게 위로해줄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나마 삶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나를 기다리는 분이 계셨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마음이 자꾸 편안해지고 느슨하게 풀어지자 당황스럽기만 했다.
‘아, 내가 여기서 왜 이러지?’싶어 화들짝 놀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자리 아닌 곳, 남의 집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면구스러운 마음.
--- 4장 〈공세리성당〉 중에서

원래의 나라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비도 오는데, 강론하는 신부님의 얼굴도 안 보이는데, 말씀이 제대로 들리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시간에 이 고생을 자처하다니.
그런데 그날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밤하늘과 야간 조명 아래 묘하게 빛나는 감곡성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졌다.
아, 밤의 감곡은 이렇구나.
이렇게 신비하고 평화롭고 은은하구나.
이걸로 충분해.
나 같은 사람들 몇몇은 아예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마을 쪽으로 시선을 던진 채 상념에 잠겨 있었다.
--- 5장 〈감곡성당〉 중에서

그제야 이 종교와 나 사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사 시간을 죽어라 피해서 성당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성당과 나, 우린 화해는커녕 아직 서로 정식으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셈이었다.
이렇게 데면데면해서야 성당을 찾아다니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맨 처음 기대했던 것을 떠올려보았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충만한 기도와 축복을 체험하고 싶다던 바람! 미사 시간이야말로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현장이었다.
아무리 신자로서의 삶을 원하지 않는다 해도 굳이 미사 시간을 피하는 건 내가 기대한 그 좋은 것들을 거부하는 셈이었다.
--- 7장 〈가실성당〉 중에서

수류성당 주변을 거닐며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나는 그곳을 떠났다.
설렘에 들떠 미친 듯이 달려올 때에는 몰랐던 3시간 이상의 거리감이 올라가는 길에야 실감되었다.
물살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길은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멀었구나! 이렇게 먼 길이었구나! 마음 내킨다고 아무때나 내려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구나! 김제에서 멀어지고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이 성당을 앞으로 많이 그리워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슬퍼졌다.
그 전에도 다시 오고 싶은 성당이 여러 곳 있었지만, 잔칫날의 수류성당 같은 곳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자신 없었다.
아늑하고 포근한 진짜 시골 성당.
내 로망에 가장 가까웠던 성당.
아쉬움에 눈물이 나왔다.
--- 8장 〈수류성당〉 중에서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았고 일정한 수입도 없으니 회사를 다니던 때에 비해 경제사정은 많이 나빠진 상황이었다.
내 삶을 유지하려면 무슨 일이든 당장 시작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지만 그 즈음 들어온 일자리를 사흘 간 고민 끝에 사양하고 말았다.
성당 기행을 끝마치기 전이기도 했거니와 왠지 이제부터는 ‘가슴 설레게 하는’ 일로만 내 삶을 채우고 싶었다.

그 전에는 마치 백년은 더 살 사람처럼 ‘미래’에만 집착했다면 이제는 남은 삶이 한 달밖에 없는 사람처럼 ‘현재’에 충실하게 된 것이다.
책임이나 의무에 얽매이고, 남들 보기에 이상해보이지 않는 삶으로 포장하는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 10장 〈용소막성당〉 중에서

그러고 보니 박완서의『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제목을 보며 도대체‘싱아’가 뭘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이 싱아가 바로 그 싱아인 모양이다.
엄마는 계속 싱아가 눈에 띄는 대로 내게 뜯어주었고, 나는 사양치 않고 계속 씹었다.
엄마는 이렇게 싱아를 뜯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그 숲길은 원래 묵주기도를 하며 걷는 ‘로사리오의 길’이었다.
성실한 가톨릭 신자라면 묵주를 가지고 와서 묵주기도를 하며 그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덜렁이 신자인 엄마와 날라리 신자인 나에게 그 길은 ‘싱아를 찾아 뜯으며 걸어가는 길’이 되었다.
그런다고 뭐라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마냥 평화롭고 즐거웠다.
--- 11장 〈배론성지〉 중에서

하지만 이 순간 깨달았다.
자신을 사랑하고 격려하는 일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만, 이렇게 밖에서 주어지는 사랑은 나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것을.
사람은 단단해져야 할 때도 있지만, 부드러워져야 할 때도 있다.
무슨 수련이나 고행을 하듯, 모든 짐을 홀로 지고 스스로 격려하며 살아가는 일은 세상과 나 사이에 점점 높은 담을 쌓을 뿐이었다.
낯설고 캄캄한 길 위에서 늙고, 힘없고, 운전을 대신 해줄 수도 없는 엄마와 단 둘뿐이었지만, 더이상 무서운 것도 걱정스러운 것도 없었다.
--- 13장 〈남해성당〉 중에서

정말 그랬다.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 그곳에 도착한 것으로 순례는 끝나지 않았다.
그 경험은 오히려 순례의 시작이 되었다.
칠레로, 캐나다로, 또 이곳 우리 본당으로 순명을 지키며 옮겨다니신 신부님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성당을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순례를 하였다.
그때마다 내게 다가온 생생한 감동은 차갑게 얼어 있던 내 마음을 녹이고 마침내 따스하게 품어주었다.
굳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에 가지 않아도, 두어 시간 거리 떨어진 저 시골의 조용한 성당에서도 영혼은 새로이 타오를 수 있었다.
고작 집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성당에 오기 위해 산티아고부터 전국의 여러 성당을 돌아다녔나, 하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지기도 한다.
---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위로와 평온을 찾아 떠난 여행,
그 길에 아름다운 성당이 있었다.


가혹하고 냉정한 삶 그리고 일상의 지루함을 견딜 힘이 사라져버린 나에게,
성당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내어줄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오래 전 세례를 받았지만 이젠 종교를 떠나온 여행자에 불과했기에
처음 그곳에서 나는 외람되게도 낭만과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 뒤엔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놓은 성직자의 신심과
모든 허물이 제 탓이라고 읊조리는 소박한 신앙을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깨달을 겨를도 없이 오래 방치돼 있던,
아프고 연약한 내 영혼과 만났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전주 전동성당에서 횡성 풍수원성당, 충남 합덕성당까지…
유서 깊은 성당을 찾아 떠난 2년 간의 아주 특별한 여행!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밀라노 두오모 성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성당’이라는 단어 속에 새겨진 이미지는 이렇게나 화려하고 웅장하다.
그리고 한켠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더 있다.
어쩐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고즈넉한 아름다움.
굳이 신실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도심을 떠나 모처럼 성당에서 호젓한 여유와 소박한 정신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로와 평온을 찾아…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성당기행』은 지리하고 때론 가혹한 우리 삶을 위로해줄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 떠난 도시인의 이야기다.
2009년, 깊이 있는 사색과 폭넓은 감정을 자연스레 녹여낸 산티아고 순례기 『그 길 끝을 기억해』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는 저자 조은강.
그는 새 책 속에서 전국의 성당을 여행하는 2년 동안 상처 입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특유의 진솔하고 나직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조은강은 가톨릭 그리고 한국 근대 역사가 아로새겨진, 종교적으로는 물론 역사?문화적으로도 의미 깊은 14곳의 성당을 찾아냈다.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충만함까지 골고루 갖춘 곳들이었다.
한옥마을과 마주한 최초의 순교지 전주 전동성당, 빼어난 가을 단풍과 푸근한 산책로에 마음을 빼앗긴 익산 나바위성당,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앙촌에 세워진 횡성 풍수원성당, 밤이면 거대한 산상 십자가가 아름답게 빛나는 충북 감곡성당, 마치 거대한 자연농원처럼 싱그러운 초록과 따스한 햇살이 넘치는 배론성지, 남쪽 지방의 풍요로움과 도시의 세련미를 동시에 갖춘 남해성당까지…….
한 곳 한 곳 성당에 닿을 때마다 종교에 대한 완강한 냉소와 무관심은 점점 물렁해지고, 오래 전 상실했던 삶의 환희와 행복이 회복돼갔다.
그가 들려주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 그리고 그곳 성당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은 저자가 직접 카메라에 담아온 생생한 사진과 더불어 성당의 아름다움을 머리가 아닌 독자의 마음으로 직접 실어보낸다.

누군가의 기도를 부러워하는 마음
오래 전 세례를 받았지만 스무 해 넘게 종교에 무관심했던 그가 전국의 성당을 찾아나선 까닭은 “장소에는 힘이 있다”라는 한 조각 믿음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기도가 모인 장소라면 자신의 긴 방황과 괴로움을 잠재울 힘을 전해주리라는 기대가 그를 움직이게 했다.
몇 년 전 기억도 자꾸만 떠올라 그를 괴롭혔다.
회사일로 처음 소송에 연루되었던, 지친 심신을 지탱하려 안간힘을 쓰다 도망치듯 오사카로 짧은 여행을 떠났던 그때.
오사카의 어느 좁은 골목을 방황하다 들어선 신사에서 그는 양복 입은 남자가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왁자한 바깥 분위기에는 아랑곳없이 홀로 기도 올릴 수 있는 그의 평화가 너무 부러워 달빛 속에서 눈물을 쏟았었다.
그에게도 그런 평온함과 위로가 절실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감동은 이미 일상의 깊은 바닥으로 침잠해버린 터였다.
견딜 수 없는 삶의 무심함에 허우적대던 그에게 작은 부표나마 던져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성당 앞에 선 여행자
처음으로 고른 곳은 전주 전동성당이었다.
한옥마을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전동성당은 영화 〈약속〉의 배경이 된 곳이다.
경기전과 어깨를 마주한 성당 앞마당에서 전동성당의 화려한 곡선과 고요함에 오랫동안 탐닉하며 그는, 자신의 이 여정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생각했다.
통째로 집 근처에 옮겨가고 싶은 욕심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나바위성당과 ‘가장 느낌 좋고 기도와 정성이 가득한 곳’을 찾겠다던 그의 계획에 정확히 부합했던 풍수원성당.
그곳에서, 성당의 낭만에 취한 여행자로만 남고 싶었던 그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약하고 외로운 자아와 불쑥불쑥 조우해야 했다.
그 달갑지 않은 만남이 잦아질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올랐다.

마음이 복잡한 탓이었는지 공세리성당을 찾아가는 여정은 유난히 힘겨웠다.
그곳 성체조배실에서 이유 모를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그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남의 집 안방을 허락도 없이 차지한 듯 불편하기만 한 느낌.
그는 도망치듯 공세리성당을 빠져나왔다.

실타래가 풀리다
변화의 전기를 맞은 건 감곡성당에서였다.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해냈을 만큼 은총과 치유의 빛이 강한 곳이었기 때문일까? 까마득히 높은 산상 십자가와 유명한 일화를 지닌 성모상 앞에 서자, 몸속 어딘가에 숨겨진 신앙의 씨앗이 툭 하고 터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크리스마스 무렵의 약현성당을 거쳐, 국내 유일의 칠보 성화와 정교한 색유리화가 마음을 뺏어간 가실성당에서 드디어 그는 결심했다.
애써 외면해왔던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그 출발은 미사 시간에 맞추어 성당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했다.
그리스 풍의 하얀 벽이 매력적인 양양성당의 목요일 아침미사는 많은 걸 바꾸어놓았다.
이해관계는커녕 일면식도 없던 엘리사벳 아주머니와 커피를 마시며, 마티아 선교부장님으로부터 양양본당의 3대 주임신부였던 이광재 신부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오래 잠들어 있던 세례명 ‘힐데가르다’를 호출해냈다.
이어 시골 성당의 오랜 로망을 제대로 실현해준 수류성당의 포근함 속에서, 신부님과 신자들의 정이 넘쳐흐르던 용소막성당의 온유한 분위기 앞에서 그는 멀기만 했던 종교와 비로소 화해할 수 있었다.
이는 외면의 삶에 치중하느라 돌볼 틈 없었던 ‘자아’와의 화해나 다름없었다.
교적을 정리해 다시 신자의 삶으로 되돌아간 뒤 처음으로 찾은 배론성지는 돌아온 탕자를 반기는 아버지처럼 따스한 행복감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고, 모든 성당들은 마치 한 권의 책처럼 그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건네왔다.
아기자기한 까만색 건물들이 ‘귀여운’ 부여 금사리성당, 남쪽의 이국적인 풍경과 세련된 삼각지붕이 어우러진 남해성당, 신앙을 시험받았지만 무사히 극복해낸 충남 합덕성당까지…….
성당이란 이름의 책들을 다 읽고나자, 도무지 풀어낼 수 없을 듯 엉망으로 엉켜 있던 마음속의 실타래가 저절로 풀려나갔다.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이 책 『나의 아름다운 성당기행』에서 저자 조은강은 성당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진짜 내면과 마주하고, 그 여행으로부터 얻은 여유와 행복을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가져오려 애썼던 이야기를 담담하고 환희에 찬 목소리로 담아낸다.
그는 한 달 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전국 방방곡곡의 성당을 찾아 긴 시간 여정을 이어갔지만 여행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먼 거리를 돌아 마침내 동네 본당에 앉은 그는 깨달았다.
삶이 선물하는 신비와 아름다움을 예민하게 느낄 수만 있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지에서든, 두어 시간 떨어진 시골 성당에서든, 동네 예배당에서든 영혼은 언제라도 새로이 타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지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이라는 여정에 지친 모든 여행자들은 그의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기쁨과 평온함을 되찾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10년 10월 15일
- 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405g | 152*194*20mm
- ISBN13 : 9788991508729
- ISBN10 : 899150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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