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
Description
책소개
2012년 『시와 반시』로 등단한 김하늘의 두 번째 시집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12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샴토마토』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상실과 사랑의 가장 깊은 층위를 치밀하게 탐색하며, 한 인간의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언어의 얼굴을 보여 주는 시집이다.
김하늘의 시는 삶의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발원한 언어들이 한 편의 신화처럼 시인의 세계를 다시 세운다.
그 세계 안에서 상실의 그림자와 사랑의 파편이 뒤엉켜, 어둡지만 눈부신 문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지옥의 형태로 드러나는 사랑의 궤적을 기록하며, 슬픔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감정의 얼굴을 응시한다.
전소영 평론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슬픔의 저항”과 “안도의 부력” 속에서 사랑은 그 본래의 형태를 드러낸다.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은 사랑이라는 바로 그 지옥을 통과해 나온, 끝없이 귀환하는 사랑의 기록이다.
첫 시집 『샴토마토』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상실과 사랑의 가장 깊은 층위를 치밀하게 탐색하며, 한 인간의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언어의 얼굴을 보여 주는 시집이다.
김하늘의 시는 삶의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발원한 언어들이 한 편의 신화처럼 시인의 세계를 다시 세운다.
그 세계 안에서 상실의 그림자와 사랑의 파편이 뒤엉켜, 어둡지만 눈부신 문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지옥의 형태로 드러나는 사랑의 궤적을 기록하며, 슬픔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감정의 얼굴을 응시한다.
전소영 평론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슬픔의 저항”과 “안도의 부력” 속에서 사랑은 그 본래의 형태를 드러낸다.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은 사랑이라는 바로 그 지옥을 통과해 나온, 끝없이 귀환하는 사랑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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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 신생아의 골격/ 그날은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불발된 이야기들/ 내 고독은 미학이어서/ 프러시안블루/ 잃거나 구원하거나/ 나의 소우주/ 우울한 노동자/ 십 원짜리 인생/ 70분만 기다려 줘/ 우리에게 할당된 惡
2부
난 연민 그 자체야/ 너의 체취를 사랑해/ 부화하는 겨울에게/ 눈이 오면 핑계가 필요하지/ 나는 비참해질 필요가 있어요/ Pit a pat/ 나의 우울이 가치 있기를/ 미물/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3부
겨울의 기분/ NEAR AND DEAR/ 그냥 나열되는 우리/ 미숙한 겨울밤/ 싸구려 커피/ 몽상가의 흔해 빠진 사랑 타령/ 내 사랑은 고딕체예요/ 발랄한 유언/ 여분의 고백/ Unhappy bitch
4부
가장 짜릿한 형태의 우울/ 오늘 나를 사겠어요?/ 이상한 결핍/ 갱신할 사랑이 없습니다/ 고전적 잉여/ 때로는 사려 깊은/ Impersonality/ 미드나잇/ 취급 주의/ 루시드 드리머/ 나쁜 꿈/SOO
산문_편의점에서 구원도 팔았으면 좋겠어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 신생아의 골격/ 그날은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불발된 이야기들/ 내 고독은 미학이어서/ 프러시안블루/ 잃거나 구원하거나/ 나의 소우주/ 우울한 노동자/ 십 원짜리 인생/ 70분만 기다려 줘/ 우리에게 할당된 惡
2부
난 연민 그 자체야/ 너의 체취를 사랑해/ 부화하는 겨울에게/ 눈이 오면 핑계가 필요하지/ 나는 비참해질 필요가 있어요/ Pit a pat/ 나의 우울이 가치 있기를/ 미물/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3부
겨울의 기분/ NEAR AND DEAR/ 그냥 나열되는 우리/ 미숙한 겨울밤/ 싸구려 커피/ 몽상가의 흔해 빠진 사랑 타령/ 내 사랑은 고딕체예요/ 발랄한 유언/ 여분의 고백/ Unhappy bitch
4부
가장 짜릿한 형태의 우울/ 오늘 나를 사겠어요?/ 이상한 결핍/ 갱신할 사랑이 없습니다/ 고전적 잉여/ 때로는 사려 깊은/ Impersonality/ 미드나잇/ 취급 주의/ 루시드 드리머/ 나쁜 꿈/SOO
산문_편의점에서 구원도 팔았으면 좋겠어
책 속으로
옷 속까지 시린 계절이었다는 그날의 편지를 읽고도.
내 기록에는 온도가 있어서, 그것이 너의 서사가 된다면.
이 불수의적인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아니, 이것은 사랑이라고 불렸던 실체 없는 설화.
어쩌면 나는 네게서 추방된 너의 한계.
그래서 나로 존재하기라는 지옥.
---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중에서
해 뜨고 눈뜨면 죽을 궁리만 하던 친구들은
서울로 취업을 하고, 애를 낳고, 주님을 만났다
아니, 납골당에도 있다
---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 중에서
미끄러운 눈길은 언제나 불편하고, 막연한 감상에 빠지는 ‘온통 너뿐인 겨울’이 싫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이어리에는 ‘내년에도 죽지 않기’ 같은 것들을 결심해야 하는 내가 싫어.
용기가 없어서 다행일지도.
잊을 만하면 대설주의보가 내리는 이 도시에서 나는 언제까지 너를 추궁할 수 있나.
--- 「그날은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중에서
인생이 늘 아이슬란드의 운 좋은 밤은 아니니까
나는 그저 이곳에서
타르 같은 외로움을 위해 기도해
19초가 흐르고
몸에서 경탄하는 이 쓸쓸한 불순물
내 고독은 미학이어서,
네가 그것을 좋아할 거라고 약속해
--- 「내 고독은 미학이어서」 중에서
순탄했던 삶을 야금야금 좀먹으며, 우리는 우울한 포옹을 한다, 진심으로 사랑을 섬겼던 시간들을 기억하기에
엎드려 우는 습관은 예쁘지 않잖아
너무 달고 녹지 않는 사탕은 버리고 싶어
죄가 되는 미래는 상상하지 않아
모두가 고작 인간이니까
--- 「프러시안블루」 중에서
그래서 끝없이 추방당하는 신이 있다는 걸 아니? 빛으로 오고, 공기로 오고, 새의 목구멍으로 오는 것.
거대한 꿈에는 나도 있고 너도 있지만.
가장 저점인 곳에는 타락한 신이 있대.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은 거야?
--- 「잃거나 구원하거나」 중에서
결국 모두가 나를 혐오하겠지 이제 와서 착하게 굴 거야? 그날 내게 투지 있는 인간이라고 불러 줘서 기뻤어 내내 경멸하겠다고 말해 준 것도 고마워 벌써 시큼한 맥박이 느껴져, 이게 가장 짜릿한 형태의 우울이라고 확신해 그건 수없이 어긋나 봐서 알아
서로를 해치지 않았는데도 헤어짐이 쉬워서 참 다행이지
--- 「가장 짜릿한 형태의 우울」 중에서
제 생업은 시인이고
본업은 미친년, 그게 나예요
주로 다큐멘터리 틀어놓고 마라탕을 먹는 편인데
심심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도 좀 보세요
생명의 자생력이라던가 그런 게 궁금하진 않은지
인간 이후의 세상은 어떨는지
내 기록에는 온도가 있어서, 그것이 너의 서사가 된다면.
이 불수의적인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아니, 이것은 사랑이라고 불렸던 실체 없는 설화.
어쩌면 나는 네게서 추방된 너의 한계.
그래서 나로 존재하기라는 지옥.
---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중에서
해 뜨고 눈뜨면 죽을 궁리만 하던 친구들은
서울로 취업을 하고, 애를 낳고, 주님을 만났다
아니, 납골당에도 있다
---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 중에서
미끄러운 눈길은 언제나 불편하고, 막연한 감상에 빠지는 ‘온통 너뿐인 겨울’이 싫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이어리에는 ‘내년에도 죽지 않기’ 같은 것들을 결심해야 하는 내가 싫어.
용기가 없어서 다행일지도.
잊을 만하면 대설주의보가 내리는 이 도시에서 나는 언제까지 너를 추궁할 수 있나.
--- 「그날은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중에서
인생이 늘 아이슬란드의 운 좋은 밤은 아니니까
나는 그저 이곳에서
타르 같은 외로움을 위해 기도해
19초가 흐르고
몸에서 경탄하는 이 쓸쓸한 불순물
내 고독은 미학이어서,
네가 그것을 좋아할 거라고 약속해
--- 「내 고독은 미학이어서」 중에서
순탄했던 삶을 야금야금 좀먹으며, 우리는 우울한 포옹을 한다, 진심으로 사랑을 섬겼던 시간들을 기억하기에
엎드려 우는 습관은 예쁘지 않잖아
너무 달고 녹지 않는 사탕은 버리고 싶어
죄가 되는 미래는 상상하지 않아
모두가 고작 인간이니까
--- 「프러시안블루」 중에서
그래서 끝없이 추방당하는 신이 있다는 걸 아니? 빛으로 오고, 공기로 오고, 새의 목구멍으로 오는 것.
거대한 꿈에는 나도 있고 너도 있지만.
가장 저점인 곳에는 타락한 신이 있대.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은 거야?
--- 「잃거나 구원하거나」 중에서
결국 모두가 나를 혐오하겠지 이제 와서 착하게 굴 거야? 그날 내게 투지 있는 인간이라고 불러 줘서 기뻤어 내내 경멸하겠다고 말해 준 것도 고마워 벌써 시큼한 맥박이 느껴져, 이게 가장 짜릿한 형태의 우울이라고 확신해 그건 수없이 어긋나 봐서 알아
서로를 해치지 않았는데도 헤어짐이 쉬워서 참 다행이지
--- 「가장 짜릿한 형태의 우울」 중에서
제 생업은 시인이고
본업은 미친년, 그게 나예요
주로 다큐멘터리 틀어놓고 마라탕을 먹는 편인데
심심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도 좀 보세요
생명의 자생력이라던가 그런 게 궁금하진 않은지
인간 이후의 세상은 어떨는지
--- 「고전적 잉여」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는 네게서 추방된 너의 한계.
그래서 나로 존재하기라는 지옥.”
지옥의 형태로 도착하는 사랑의 문장
절망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나는 존재의 기록
2012년 『시와 반시』로 등단한 김하늘의 두 번째 시집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12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샴토마토』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상실과 사랑의 가장 깊은 층위를 치밀하게 탐색하며, 한 인간의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언어의 얼굴을 보여 주는 시집이다.
툭하면 죽겠다던 마음에는 갈피갈피 네가 살아서.
코밑으로 기억하는 너의 숨을 영원히 영원히 맡고 싶어.
나는 때때로 젊은 산모처럼 너를 낳았다가 너를 죽였다가.
-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중에서
이 시집의 첫 수록작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은 ‘너’의 부재가 낳은 거대한 진동 속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젊은 산모처럼 너를 낳았다가 너를 죽였다가” 하는 반복적인 이미지로써 상실의 주기성을 서술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환멸과 열락을 동반한 정동의 파동이다.
김하늘의 시적 화자는 이미 잃어버린 존재를 끌어안기 위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부재를 다시 존재로 번역하는 문장을 만든다.
‘너’라는 존재는 현실에서 사라졌지만, 시인의 언어 안에서는 흰빛으로 타오르며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이렇듯 상실은 단절이 아니라 더욱 격렬한 사랑의 기원이 된다.
기록함으로써 살고자 하는 언어
해 뜨고 눈뜨면 죽을 궁리만 하던 친구들은
서울로 취업을 하고, 애를 낳고, 주님을 만났다
아니, 납골당에도 있다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중에서
김하늘의 시에서 ‘나’와 ‘너’는 종종 육체와 영혼, 생과 사, 구원과 파멸의 이미지로 나뉘며 동시에 뒤섞인다.「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와 같은 시는 청춘의 비극적 장면들을 통과하면서, 성숙을 삶의 성취가 아니라 사라짐에 가까운 과정으로 기록한다.
김하늘에게 삶의 감각은 “십 원짜리 인생”, “썩어 가는 꽃다발”, “비겁하게 빛나는 결정”과 같은 비틀린 이미지들로 가득하며, 그 파편 위에서 ‘나’와 ‘너’는 끊임없이 서로를 핥고, 응시하고, 질투하고, 다시 밀어낸다.
어둠 속에서만 피어나는 관계
겨울 끝, 너의 앞니 수를 세어 보는 날에는
하루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내가 찢을 수 있는 마음만 들기를
별거 아닌 애정이 아니었다고,
너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당부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두근거리는 인간을 사랑해 줘서 고마워
-「Pit a pat 」중에서
김하늘의 시에는 고양이, 나비, 겨울의 짐승, 미물 등 동물적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특히 고양이를 상징하는 “꼬리를 움츠리는 고양이들”, “투명해지는 코”, “초록색 눈동자”, 밤마다 울음을 삼키는 몸의 기척들이 자주 보인다.
그것들은 인간의 언어가 포착할 수 없는 진심을 드러내는 기호처럼 반복된다.
김하늘의 화자는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즉 우울의 징후와 사랑의 음성을 동물의 몸짓과 감각으로 번역하면서, 인간적 관계의 불완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3부의 여러 시들은 이 동물적 감각을 통해, ‘너’와 ‘나’의 관계를 기존의 윤리적 틀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 이전의 상태처럼 되돌려 놓는다.
‘너의 지옥’에서 서로를 구조하는 일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샴토마토』와 깊은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확연히 다른 궤적을 보여준다.『샴토마토』가 고통으로 얼룩진 연가, 폭발하는 분열감, 날 선 아름다움에 가까웠다면,『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은 폭발 이후의 잔해를 다루는 시집이다.
부서진 파편을 다시 줍고,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관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왜 끝내 서로를 향해 걷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9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하며 시인의 언어는 더 깊어졌고, 더 차분해졌고, 더 정확해졌다.
김하늘의 시는 삶의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발원한 언어들이 한 편의 신화처럼 시인의 세계를 다시 세운다.
그 세계 안에서 상실의 그림자와 사랑의 파편이 뒤엉켜, 어둡지만 눈부신 문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지옥의 형태로 드러나는 사랑의 궤적을 기록하며, 슬픔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감정의 얼굴을 응시한다.
전소영 평론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슬픔의 저항”과 “안도의 부력” 속에서 사랑은 그 본래의 형태를 드러낸다.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은 사랑이라는 바로 그 지옥을 통과해 나온, 끝없이 귀환하는 사랑의 기록이다.
시인의 말
우리는 활자에 갇힌 망령이어서,
당신이 나를 읽어 준다면 나는 나비가 되지
너의 지옥에 놀러 갈게.
2025년 11월
김하늘
그래서 나로 존재하기라는 지옥.”
지옥의 형태로 도착하는 사랑의 문장
절망의 그림자로부터 태어나는 존재의 기록
2012년 『시와 반시』로 등단한 김하늘의 두 번째 시집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12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샴토마토』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상실과 사랑의 가장 깊은 층위를 치밀하게 탐색하며, 한 인간의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언어의 얼굴을 보여 주는 시집이다.
툭하면 죽겠다던 마음에는 갈피갈피 네가 살아서.
코밑으로 기억하는 너의 숨을 영원히 영원히 맡고 싶어.
나는 때때로 젊은 산모처럼 너를 낳았다가 너를 죽였다가.
-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 중에서
이 시집의 첫 수록작 「이것은 우리의 존재통」은 ‘너’의 부재가 낳은 거대한 진동 속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젊은 산모처럼 너를 낳았다가 너를 죽였다가” 하는 반복적인 이미지로써 상실의 주기성을 서술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환멸과 열락을 동반한 정동의 파동이다.
김하늘의 시적 화자는 이미 잃어버린 존재를 끌어안기 위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부재를 다시 존재로 번역하는 문장을 만든다.
‘너’라는 존재는 현실에서 사라졌지만, 시인의 언어 안에서는 흰빛으로 타오르며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이렇듯 상실은 단절이 아니라 더욱 격렬한 사랑의 기원이 된다.
기록함으로써 살고자 하는 언어
해 뜨고 눈뜨면 죽을 궁리만 하던 친구들은
서울로 취업을 하고, 애를 낳고, 주님을 만났다
아니, 납골당에도 있다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중에서
김하늘의 시에서 ‘나’와 ‘너’는 종종 육체와 영혼, 생과 사, 구원과 파멸의 이미지로 나뉘며 동시에 뒤섞인다.「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었다」와 같은 시는 청춘의 비극적 장면들을 통과하면서, 성숙을 삶의 성취가 아니라 사라짐에 가까운 과정으로 기록한다.
김하늘에게 삶의 감각은 “십 원짜리 인생”, “썩어 가는 꽃다발”, “비겁하게 빛나는 결정”과 같은 비틀린 이미지들로 가득하며, 그 파편 위에서 ‘나’와 ‘너’는 끊임없이 서로를 핥고, 응시하고, 질투하고, 다시 밀어낸다.
어둠 속에서만 피어나는 관계
겨울 끝, 너의 앞니 수를 세어 보는 날에는
하루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내가 찢을 수 있는 마음만 들기를
별거 아닌 애정이 아니었다고,
너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당부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두근거리는 인간을 사랑해 줘서 고마워
-「Pit a pat 」중에서
김하늘의 시에는 고양이, 나비, 겨울의 짐승, 미물 등 동물적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특히 고양이를 상징하는 “꼬리를 움츠리는 고양이들”, “투명해지는 코”, “초록색 눈동자”, 밤마다 울음을 삼키는 몸의 기척들이 자주 보인다.
그것들은 인간의 언어가 포착할 수 없는 진심을 드러내는 기호처럼 반복된다.
김하늘의 화자는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즉 우울의 징후와 사랑의 음성을 동물의 몸짓과 감각으로 번역하면서, 인간적 관계의 불완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3부의 여러 시들은 이 동물적 감각을 통해, ‘너’와 ‘나’의 관계를 기존의 윤리적 틀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 이전의 상태처럼 되돌려 놓는다.
‘너의 지옥’에서 서로를 구조하는 일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샴토마토』와 깊은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확연히 다른 궤적을 보여준다.『샴토마토』가 고통으로 얼룩진 연가, 폭발하는 분열감, 날 선 아름다움에 가까웠다면,『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은 폭발 이후의 잔해를 다루는 시집이다.
부서진 파편을 다시 줍고,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관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왜 끝내 서로를 향해 걷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9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하며 시인의 언어는 더 깊어졌고, 더 차분해졌고, 더 정확해졌다.
김하늘의 시는 삶의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발원한 언어들이 한 편의 신화처럼 시인의 세계를 다시 세운다.
그 세계 안에서 상실의 그림자와 사랑의 파편이 뒤엉켜, 어둡지만 눈부신 문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지옥의 형태로 드러나는 사랑의 궤적을 기록하며, 슬픔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감정의 얼굴을 응시한다.
전소영 평론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 “슬픔의 저항”과 “안도의 부력” 속에서 사랑은 그 본래의 형태를 드러낸다.
『너의 지옥으로 사뿐사뿐』은 사랑이라는 바로 그 지옥을 통과해 나온, 끝없이 귀환하는 사랑의 기록이다.
시인의 말
우리는 활자에 갇힌 망령이어서,
당신이 나를 읽어 준다면 나는 나비가 되지
너의 지옥에 놀러 갈게.
2025년 11월
김하늘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5년 11월 30일
- 쪽수, 무게, 크기 : 140쪽 | 120*190*20mm
- ISBN13 : 9791199365384
- ISBN10 : 119936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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