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튼, 클래식
Description
책소개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40번째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다.
저자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공연예술전문지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로 일했다.
기자 생활을 접고서는 대학원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고, 가요의 가사를 쓴다.
그런 그이기에 객석을 가득 채운 기대와 환호, 무대를 음악으로 채운 창작자, 연주자들의 열기 혹은 두려움까지, 클래식 음악의 안과 밖, 창작과 연주와 감상이라는 사뭇 다른 영역을 가뿐하게 오간다.
오래된 만큼 넓고 깊어 매력적이면서도 철옹성같이 완고하기도 한 세계.
그러나 완벽하고 아름답기에 오랜 시간을 이기고 오늘에까지 연주되고 불리고 감상하게 되는 음악.
작가는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통째로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그 속의 작은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겪은 순간들을 꽤 소중히 여겨왔다”고 말하면서 그 소중한 순간들, 좋아하는 마음들을 더듬어 차분하게 글을 골랐다.
저자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공연예술전문지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로 일했다.
기자 생활을 접고서는 대학원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고, 가요의 가사를 쓴다.
그런 그이기에 객석을 가득 채운 기대와 환호, 무대를 음악으로 채운 창작자, 연주자들의 열기 혹은 두려움까지, 클래식 음악의 안과 밖, 창작과 연주와 감상이라는 사뭇 다른 영역을 가뿐하게 오간다.
오래된 만큼 넓고 깊어 매력적이면서도 철옹성같이 완고하기도 한 세계.
그러나 완벽하고 아름답기에 오랜 시간을 이기고 오늘에까지 연주되고 불리고 감상하게 되는 음악.
작가는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통째로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그 속의 작은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겪은 순간들을 꽤 소중히 여겨왔다”고 말하면서 그 소중한 순간들, 좋아하는 마음들을 더듬어 차분하게 글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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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좋아하는 마음
좋겠다, 차이콥스키는
나를 둘러싼 세계
피아노가 그린 장면들
바흐가 가르쳐준 것
남은 이들을 위한 노래
어린아이와 어린아이
나의 사적인 음악가들
나의 일
파리의 산책자
그리고 베를린에서
영화를 위한 음악
현대음악 이야기
추천하는 음악
좋겠다, 차이콥스키는
나를 둘러싼 세계
피아노가 그린 장면들
바흐가 가르쳐준 것
남은 이들을 위한 노래
어린아이와 어린아이
나의 사적인 음악가들
나의 일
파리의 산책자
그리고 베를린에서
영화를 위한 음악
현대음악 이야기
추천하는 음악
책 속으로
작은 공방에 앉아 맑고 깊은 소리를 내도록 현악기들을 조심히 만지고 다듬는 그 마음, 악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친구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격려하는 그 삶, 무대 위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 속의 위대한 역사나 철학보다 그런 마음, 그런 삶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 p.9
작곡가는 하나의 음 다음에 어떤 음을 적어 넣을지 결정하는 일을 한다.
청자는 첫 음으로부터 뻗어나가는 그 흐름에 몸을 맡겨 느끼고 즐긴다.
창작과 감상, 그 자체의 완결성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작곡을 공부한 사람의 고지식한 태도와 음악가가 되지 못한 사람의 열등감 같은 게 그렇게 내 안에서 뒤섞였다.
--- p.11-12
음악학 영역에서 배우게 되는 많은 철학에서는 극도로 아름다운 음악을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음악은 차원 높은 추상 예술이고 이념과 진리를 포함하는 예술이니 선율이 통속적이고 세속적이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내용이다.
나는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멋진 선율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재능을 타고난 몇 안 되는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바보들아!’
--- p.22
작곡과를 졸업했다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나의 작곡 인생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시작하지도 못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위대한 선율이 얼마나 귀하게 태어난 것인지, 아름다운 음악은 또 얼마나 어렵게 아름다운지 이렇게 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글로나마 전할 수 있으니 조금 낫다고 할까.
좋겠다, 천재들은.
--- p.27
완성된 그림이나 글을 내놓는 화가나 문학가와 달리 연주자들은 청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림을 그려나간다.
사사로운 이 글 하나를 쓰면서도 몇 번을 고치고 고민하는데, 이 과정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 문장도 채 못 쓸 것 같은데, 피아니스트들은 수백 수천 명 관객 앞에서 몇 십 분의 과정을, 그것도 여러 번 해낸다.
놀랍다.
몸으로 행하는 예술가들을 동경하게 되는 이유다.
대담함 그리고 솔직함.
--- p.47-48
도 음을 부드럽게 치든 느리게 치든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질문은 그래서 바흐가 빚은 이 우주의 질서를 발견하고 나면 달라진다.
이 세계에서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중요해진다.
별 하나가 살짝만 위치를 바꾸어도 별자리가 달라지듯 표현의 섬세한 차이만으로도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든다.
그렇기에 음악가들은 책상 앞에 혹은 악기를 앞에 두고 앉아 음 하나하나에 어떤 뉘앙스를 입힐지, 선율 하나하나에 어떤 이야기를 부여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클래식 음악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연주하는 이유를 나는 바흐를 통해 알았다.
--- p.54-55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음을 고르는 노인, 어린아이들이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인 피아노 가게 아저씨들.
가치관은 서로 다르지만 좋은 예술이 좋은 삶과 등을 맞대고 있다는 건 과연 사실이다.
좋은 예술은 좋은 삶으로부터 나오며, 그 좋은 예술이 예술가에게 다시 좋은 삶을 마련한다.
--- p.92
음악가도 아니면서 음악가의 마음으로 산다.
시인도 아니면서 시인처럼 고민한다.
건강한 하루가 아주 귀하다.
자기 자신에게 취한 듯한 글은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지 않게 무사히 잘 써낸 글은 뒤늦게라도 조금은 다독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무사한 하루가 요즘은 정말 소중하다.
--- p.101
잘못을 인정하며 살아갈 용기가 나에게도 있나.
내가 바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나의 과거까지 보듬어 챙길 수 있나.
별로 자신이 없다.
돌아보면 늘 어설펐던 일들만 가슴에 남아 있고 고개를 저어 떨치기 바쁘다.
독일 그리고 에스티가 그랬던 것처럼 고통과 슬픔, 반성을 예술로 승화하는 능력을 나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박력 같은 것을 갖고 싶다.
--- p.122
예술은 어느 시대를 딛고 살아가는 예술가의 기질, 감각, 감수성 같은 것들로부터 토해진다.
그것이 단 몇 명의 관객에게만 가닿는다고 해도, 그저 기록물처럼 후대에 전해지기만 한대도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술의 가치란 그 시도 자체에 있기도 하고 또 그 평가가 각기 다른 때에 완결되기도 하니 말이다.
듣는 행위에 자유를 누리게 한다는 점, 능동적 발견의 기쁨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시대 음악을 즐길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나는 자꾸만 새로 태어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 p.9
작곡가는 하나의 음 다음에 어떤 음을 적어 넣을지 결정하는 일을 한다.
청자는 첫 음으로부터 뻗어나가는 그 흐름에 몸을 맡겨 느끼고 즐긴다.
창작과 감상, 그 자체의 완결성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작곡을 공부한 사람의 고지식한 태도와 음악가가 되지 못한 사람의 열등감 같은 게 그렇게 내 안에서 뒤섞였다.
--- p.11-12
음악학 영역에서 배우게 되는 많은 철학에서는 극도로 아름다운 음악을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음악은 차원 높은 추상 예술이고 이념과 진리를 포함하는 예술이니 선율이 통속적이고 세속적이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내용이다.
나는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멋진 선율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재능을 타고난 몇 안 되는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바보들아!’
--- p.22
작곡과를 졸업했다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나의 작곡 인생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시작하지도 못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위대한 선율이 얼마나 귀하게 태어난 것인지, 아름다운 음악은 또 얼마나 어렵게 아름다운지 이렇게 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글로나마 전할 수 있으니 조금 낫다고 할까.
좋겠다, 천재들은.
--- p.27
완성된 그림이나 글을 내놓는 화가나 문학가와 달리 연주자들은 청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림을 그려나간다.
사사로운 이 글 하나를 쓰면서도 몇 번을 고치고 고민하는데, 이 과정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 문장도 채 못 쓸 것 같은데, 피아니스트들은 수백 수천 명 관객 앞에서 몇 십 분의 과정을, 그것도 여러 번 해낸다.
놀랍다.
몸으로 행하는 예술가들을 동경하게 되는 이유다.
대담함 그리고 솔직함.
--- p.47-48
도 음을 부드럽게 치든 느리게 치든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질문은 그래서 바흐가 빚은 이 우주의 질서를 발견하고 나면 달라진다.
이 세계에서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중요해진다.
별 하나가 살짝만 위치를 바꾸어도 별자리가 달라지듯 표현의 섬세한 차이만으로도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든다.
그렇기에 음악가들은 책상 앞에 혹은 악기를 앞에 두고 앉아 음 하나하나에 어떤 뉘앙스를 입힐지, 선율 하나하나에 어떤 이야기를 부여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클래식 음악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연주하는 이유를 나는 바흐를 통해 알았다.
--- p.54-55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음을 고르는 노인, 어린아이들이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인 피아노 가게 아저씨들.
가치관은 서로 다르지만 좋은 예술이 좋은 삶과 등을 맞대고 있다는 건 과연 사실이다.
좋은 예술은 좋은 삶으로부터 나오며, 그 좋은 예술이 예술가에게 다시 좋은 삶을 마련한다.
--- p.92
음악가도 아니면서 음악가의 마음으로 산다.
시인도 아니면서 시인처럼 고민한다.
건강한 하루가 아주 귀하다.
자기 자신에게 취한 듯한 글은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지 않게 무사히 잘 써낸 글은 뒤늦게라도 조금은 다독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무사한 하루가 요즘은 정말 소중하다.
--- p.101
잘못을 인정하며 살아갈 용기가 나에게도 있나.
내가 바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나의 과거까지 보듬어 챙길 수 있나.
별로 자신이 없다.
돌아보면 늘 어설펐던 일들만 가슴에 남아 있고 고개를 저어 떨치기 바쁘다.
독일 그리고 에스티가 그랬던 것처럼 고통과 슬픔, 반성을 예술로 승화하는 능력을 나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박력 같은 것을 갖고 싶다.
--- p.122
예술은 어느 시대를 딛고 살아가는 예술가의 기질, 감각, 감수성 같은 것들로부터 토해진다.
그것이 단 몇 명의 관객에게만 가닿는다고 해도, 그저 기록물처럼 후대에 전해지기만 한대도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술의 가치란 그 시도 자체에 있기도 하고 또 그 평가가 각기 다른 때에 완결되기도 하니 말이다.
듣는 행위에 자유를 누리게 한다는 점, 능동적 발견의 기쁨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시대 음악을 즐길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나는 자꾸만 새로 태어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 p.140-141
출판사 리뷰
감히 넘볼 수 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들의 세계
기어이 그 완고함을 비집은 새로운 것들의 세계
그 세계를 산보하는 마음, 아무튼, 클래식
소중한 순간을 함께한 음악의 순간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40번째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다.
저자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공연예술전문지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로 일했다.
기자 생활을 접고서는 대학원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고, 가요의 가사를 쓴다.
그런 그이기에 객석을 가득 채운 기대와 환호, 무대를 음악으로 채운 창작자, 연주자들의 열기 혹은 두려움까지, 클래식 음악의 안과 밖, 창작과 연주와 감상이라는 사뭇 다른 영역을 가뿐하게 오간다.
오래된 만큼 넓고 깊어 매력적이면서도 철옹성같이 완고하기도 한 세계.
그러나 완벽하고 아름답기에 오랜 시간을 이기고 오늘에까지 연주되고 불리고 감상하게 되는 음악.
작가는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통째로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그 속의 작은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겪은 순간들을 꽤 소중히 여겨왔다”고 말하면서 그 소중한 순간들, 좋아하는 마음들을 더듬어 차분하게 글을 골랐다.
언제든 알맞은 음악을 꺼내 들을 수 있는 무한의 보관함을 가진 기분
아버지 기일에 납골당에 다녀오는 길에 이고르 레비트의 피아노 연주 음반 〈라이프〉를 듣는다.
레비트가 친구의 죽음을 겪고서 한참을 감정을 추스르고서야 연주한 앨범 제목이 ‘삶’이다.
슈만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썼을 〈어린이 정경〉, 드뷔시가 여섯 살 딸에게 선물한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세계〉를 들으며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듯 클래식은 만능이다.
1년의 어느 계절, 하루의 어느 때, 인생의 어느 결정적인 순간이나 나른한 한때, 바로 그 어느 때를 위한 음악이 이 세계엔 다 있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 전해지는 아름다움, 창작자, 연주자, 지휘자… 조합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는 무한대의 버전, 그중에 그저 알맞은 음악을 꺼내 듣기만 하면 되는 것, 그것이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음악의 매력 아닐까.
웅장한 음악당에서 한껏 귀 기울여 감상할 수도 있고, 생활의 소음이 적당히 뒤섞이도록 이어폰을 끼고 흘려 들어도 그만이다.
같은 곡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휘감은 운명의 곡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티타임의 분위기를 돋우는 BGM이 되기도 한다.
그 무궁무진한 보관함을 가진다는 것, 클래식을 사랑하는 일의 기쁨이다.
‘좋아하는 마음’의 뭉근한 온기
이 책은 대가들에 대한 찬탄, 명곡에 대한 칭송, 아름다움에 대한 연모에 그치지 않는다.
“작곡을 공부한 사람의 고지식한 태도와 음악가가 되지 못한 사람의 열등감” 같은 게 자기 자신 안에 뒤섞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로서는 창작과 감상, 그 자체의 완결성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고심했다고도 고백한다.
거기에 과연 음악을 듣는다는 게 무엇인지,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고요와 소음, 음악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음악 전공자로서, 연구자로서, 무엇보다 클래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몇 겹의 생각들이 더해진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글에는 등장하지 않을 법한 FKA 트위그스, 정재일, 피아노가이즈, 레드벨벳을 소환해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좋은 음악가, 예술가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인지 고민한다.
영화를 위해 쓰인 음악들, 현대음악이라 불리는 다소 낯선 세계도 가져와 누군가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일,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감상하는 일의 의미를 헤아린다.
그렇게 차분하고 단정한 어조로 ‘나를 만든 세계’로서 클래식의 세계를 담은 책인 만큼 호젓하게 산보하는 기분으로, ‘좋아하는 마음’의 뭉근한 온기를 느껴도 좋을 것이다.
기어이 그 완고함을 비집은 새로운 것들의 세계
그 세계를 산보하는 마음, 아무튼, 클래식
소중한 순간을 함께한 음악의 순간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40번째는 클래식 음악 이야기다.
저자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공연예술전문지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로 일했다.
기자 생활을 접고서는 대학원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고, 가요의 가사를 쓴다.
그런 그이기에 객석을 가득 채운 기대와 환호, 무대를 음악으로 채운 창작자, 연주자들의 열기 혹은 두려움까지, 클래식 음악의 안과 밖, 창작과 연주와 감상이라는 사뭇 다른 영역을 가뿐하게 오간다.
오래된 만큼 넓고 깊어 매력적이면서도 철옹성같이 완고하기도 한 세계.
그러나 완벽하고 아름답기에 오랜 시간을 이기고 오늘에까지 연주되고 불리고 감상하게 되는 음악.
작가는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통째로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그 속의 작은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겪은 순간들을 꽤 소중히 여겨왔다”고 말하면서 그 소중한 순간들, 좋아하는 마음들을 더듬어 차분하게 글을 골랐다.
언제든 알맞은 음악을 꺼내 들을 수 있는 무한의 보관함을 가진 기분
아버지 기일에 납골당에 다녀오는 길에 이고르 레비트의 피아노 연주 음반 〈라이프〉를 듣는다.
레비트가 친구의 죽음을 겪고서 한참을 감정을 추스르고서야 연주한 앨범 제목이 ‘삶’이다.
슈만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썼을 〈어린이 정경〉, 드뷔시가 여섯 살 딸에게 선물한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세계〉를 들으며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듯 클래식은 만능이다.
1년의 어느 계절, 하루의 어느 때, 인생의 어느 결정적인 순간이나 나른한 한때, 바로 그 어느 때를 위한 음악이 이 세계엔 다 있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 않냐고? 물론 그렇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 전해지는 아름다움, 창작자, 연주자, 지휘자… 조합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는 무한대의 버전, 그중에 그저 알맞은 음악을 꺼내 듣기만 하면 되는 것, 그것이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음악의 매력 아닐까.
웅장한 음악당에서 한껏 귀 기울여 감상할 수도 있고, 생활의 소음이 적당히 뒤섞이도록 이어폰을 끼고 흘려 들어도 그만이다.
같은 곡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휘감은 운명의 곡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티타임의 분위기를 돋우는 BGM이 되기도 한다.
그 무궁무진한 보관함을 가진다는 것, 클래식을 사랑하는 일의 기쁨이다.
‘좋아하는 마음’의 뭉근한 온기
이 책은 대가들에 대한 찬탄, 명곡에 대한 칭송, 아름다움에 대한 연모에 그치지 않는다.
“작곡을 공부한 사람의 고지식한 태도와 음악가가 되지 못한 사람의 열등감” 같은 게 자기 자신 안에 뒤섞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로서는 창작과 감상, 그 자체의 완결성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고심했다고도 고백한다.
거기에 과연 음악을 듣는다는 게 무엇인지,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고요와 소음, 음악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음악 전공자로서, 연구자로서, 무엇보다 클래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서 몇 겹의 생각들이 더해진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글에는 등장하지 않을 법한 FKA 트위그스, 정재일, 피아노가이즈, 레드벨벳을 소환해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좋은 음악가, 예술가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인지 고민한다.
영화를 위해 쓰인 음악들, 현대음악이라 불리는 다소 낯선 세계도 가져와 누군가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일,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감상하는 일의 의미를 헤아린다.
그렇게 차분하고 단정한 어조로 ‘나를 만든 세계’로서 클래식의 세계를 담은 책인 만큼 호젓하게 산보하는 기분으로, ‘좋아하는 마음’의 뭉근한 온기를 느껴도 좋을 것이다.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1년 03월 12일
- 쪽수, 무게, 크기 : 159쪽 | 178g | 110*178*12mm
- ISBN13 : 9791188605187
- ISBN10 : 118860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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