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교생활백서, 어두운 숲을 지나는 방법
Description
책소개
남편의 전지적 노동 시점과 아내의 전지적 힐링 시점!
어느 부부가 시골 폐교에서 보낸 5년간의 이야기!
살다 보면 집 주소를 말할 일이 종종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배송과 관련된 일이다.
우리 집 주소를 말하면, 확인해 본 상대는 이렇게 물어오곤 한다.
“여기가 맞나요?”
“네, 맞아요.
거기로 가져다주시면 돼요.”
의혹을 안고 도착한 상대는 “여기 사람이 사는 줄 몰랐어요”라며 말문을 연다.
사실은 나도, 내가 폐교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마트도 없고, 식당도 없고, 편의점도 없고, 가로등도 없다!
대신 ‘오후 2시의 하늘’이 있는 그곳에 산다.
어느 부부가 시골 폐교에서 보낸 5년간의 이야기!
살다 보면 집 주소를 말할 일이 종종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배송과 관련된 일이다.
우리 집 주소를 말하면, 확인해 본 상대는 이렇게 물어오곤 한다.
“여기가 맞나요?”
“네, 맞아요.
거기로 가져다주시면 돼요.”
의혹을 안고 도착한 상대는 “여기 사람이 사는 줄 몰랐어요”라며 말문을 연다.
사실은 나도, 내가 폐교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마트도 없고, 식당도 없고, 편의점도 없고, 가로등도 없다!
대신 ‘오후 2시의 하늘’이 있는 그곳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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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봄볕이 드는 교정이 지닌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나요? 모든 게 새로 시작될 것만 같이 따스하고 설레는 분위기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이 폐쇄된 상태라 외부만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것도 몇 년이나 사용하지 않은 건물이었죠.
전기가 들어오는지, 물이 나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을 수도 있어요.
창문 밖에서 기웃기웃해 보았지만, 보이는 건 ‘1학년 1반’ 같은 교실의 표찰 정도였어요.
교육청에 문의해 보아도 원칙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만이 돌아왔어요.
우리는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 채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말해버렸어요.
“여기가 좋겠어.”
--- p.20~21
문명이 생긴 이후로 본격적인 노가다가 시작되었어요.
일은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아요.
왜 계약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았을까요? 역시 첫눈에 반한다는 건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단순노동을 좋아한다는 점이죠.
멍하니 앉아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막혀있던 소설의 스토리가 뻥 뚫리기도 하거든요.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시의 병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나오고 직장을 다니던 내가 지방 오지의 삶에 대해 무얼 알겠어요.
막연히 ‘불편하겠지’ 정도의 감상만이 있었을 뿐이죠.
--- p.26~27
구불구불한 시골 도로를 달리다 보면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어요.
길고양이나 청설모, 고라니는 아주 흔하죠.
간혹 멧돼지, 너구리, 꿩도 봅니다.
어떤 날은 커다란 조류와 눈이 마주쳤어요.
우리 주작이보다 큰 그것을 본 나는 새된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게 뭐야!? 부엉이처럼 생겼어.” “부엉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폐교에서의 삶은 이런 일들의 연속이에요.
교과서에서 봤거나 막연하게 그 존재만 알고 있던 것들이 현실 속에서 튀어나오는 거죠.
그 괴리로 인해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리곤 해요.
부엉이라는 걸 깨달은 다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어요.
“저렇게 크다고?” 동화 속에서 편지를 물어다 주는 새로 기억되던 존재는 그렇게 내 안에서 새로이 몬스터로 각인되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이 폐쇄된 상태라 외부만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것도 몇 년이나 사용하지 않은 건물이었죠.
전기가 들어오는지, 물이 나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을 수도 있어요.
창문 밖에서 기웃기웃해 보았지만, 보이는 건 ‘1학년 1반’ 같은 교실의 표찰 정도였어요.
교육청에 문의해 보아도 원칙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만이 돌아왔어요.
우리는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 채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말해버렸어요.
“여기가 좋겠어.”
--- p.20~21
문명이 생긴 이후로 본격적인 노가다가 시작되었어요.
일은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아요.
왜 계약하기 전에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았을까요? 역시 첫눈에 반한다는 건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단순노동을 좋아한다는 점이죠.
멍하니 앉아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막혀있던 소설의 스토리가 뻥 뚫리기도 하거든요.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시의 병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나오고 직장을 다니던 내가 지방 오지의 삶에 대해 무얼 알겠어요.
막연히 ‘불편하겠지’ 정도의 감상만이 있었을 뿐이죠.
--- p.26~27
구불구불한 시골 도로를 달리다 보면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어요.
길고양이나 청설모, 고라니는 아주 흔하죠.
간혹 멧돼지, 너구리, 꿩도 봅니다.
어떤 날은 커다란 조류와 눈이 마주쳤어요.
우리 주작이보다 큰 그것을 본 나는 새된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게 뭐야!? 부엉이처럼 생겼어.” “부엉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폐교에서의 삶은 이런 일들의 연속이에요.
교과서에서 봤거나 막연하게 그 존재만 알고 있던 것들이 현실 속에서 튀어나오는 거죠.
그 괴리로 인해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리곤 해요.
부엉이라는 걸 깨달은 다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어요.
“저렇게 크다고?” 동화 속에서 편지를 물어다 주는 새로 기억되던 존재는 그렇게 내 안에서 새로이 몬스터로 각인되었습니다.
--- p.104~105
GOODS SPECIFICS
- 발행일 : 2024년 10월 10일
- 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306g | 136*200*15mm
- ISBN13 : 9791198441539
- ISBN10 : 119844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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